第三篇 兩力之初戰與存在之碰觸
제3편 두 힘의 첫 전투와 존재의 충돌
【題詩】
野性入城城欲裂 야성이 성에 들어서자 성이 갈라지려 하고
王者之勢不相屈 왕의 기세는 서로 굽히지 않네
非敵非友非先後 적도 친구도 선후도 아닌데
人間之力初相執 인간의 힘이 처음으로 서로를 붙잡네
誰知相撞非毀滅 충돌이 곧 파괴가 아님을 누가 알리오
不見勝負亦未決 승부도 결말도 아직 보이지 않고
一擊之中見天地 한 번의 충돌 속에서 천지가 드러나며
一步之內入原劫 한 걸음 안에서 최초의 겁(劫) 속으로 들어가네
【本文】
그날, 우루크는 처음으로 흔들렸다.
그러나 그것은 적군의 함성이 아니었다.
성문을 향해 돌진하는 전차도, 성벽 아래 모여드는 군대도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깊은 곳에서 시작된 진동이었다.
도시의 돌들이 기억하고 있던 오래된 질서가 처음으로 자신과 맞먹는 또 하나의 힘을 감지한 순간.
그 떨림은 성벽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운명에서 시작되었다.
우루크는 지금까지 오직 한 사람의 무게 위에 서 있었다.
길가메시.
왕의 의지는 곧 도시의 의지였고, 왕의 힘은 곧 우루크의 힘이었다.
그 거대한 균형은 너무 오랫동안 한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그리고 이제, 황야가 그 응답을 보내고 있었다.
엔키두가 온다.
그는 사절로 오지 않았다.
정복자로 오지도 않았다.
그는 문명을 배우지 못했고, 예절도 몰랐으며, 성문을 통과하기 위해 허락을 구해야 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그에게 경계란 존재하지 않았다.
바람이 국경을 모르듯, 강물이 성벽을 이해하지 못하듯, 그는 그저 자신의 운명을 따라 걸어왔을 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이미 경계 너머에 와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도시의 심장부를 향해 걸어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숨을 죽였다.
시장의 소음도 멈추고, 아이들의 웃음도 사라졌다.
모든 시선이 두 존재를 향해 모여들었다.
한 사람은 성벽이 만든 인간이었다.
다른 한 사람은 대지가 만든 인간이었다.
한 사람은 왕관을 썼고, 다른 한 사람은 들판의 바람을 머리에 두르고 있었다.
그 순간, 길가메시는 엔키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즉시 알았다.
이것은 단순한 적이 아니다.
전쟁터에서 쓰러뜨릴 상대도 아니다.
그보다 훨씬 더 위험하고, 훨씬 더 가까운 존재였다.
마치 평생 자기 얼굴을 모르고 살던 사람이 처음으로 거울을 발견한 것처럼.
그는 보았다.
자신과 같은 크기의 힘.
자신과 같은 깊이의 생명.
자신과 같은 무게의 운명.
그 순간 길가메시는 처음으로 외로움을 이해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그는 세상에 자신과 나란히 설 존재가 없다고 믿어 왔기 때문이다.
반대편에서도 같은 깨달음이 일어나고 있었다.
엔키두 역시 멈추어 섰다.
그는 수많은 짐승들과 함께 살아왔고, 폭풍과 싸웠으며, 황야의 혹독한 계절을 견뎌 왔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 서 있는 존재는 그 어느 것과도 달랐다.
이 인간은 약하지 않았다.
두려움으로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 안에는 산맥 같은 힘과 강물 같은 생명이 흐르고 있었다.
엔키두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이 존재는 내가 처음으로 응답해야 할 인간이다.
이 존재는 내가 지나칠 수 없는 이름이다.
그리고 마침내, 두 힘이 움직였다.
말은 없었다.
언어는 아직 너무 작았다.
지금 이 순간을 담기에는 인간의 말이 너무 가벼웠다.
그래서 몸이 먼저 말하기 시작했다.
두 거인이 서로를 향해 돌진했다.
대지가 울렸다.
발밑의 흙이 갈라지고, 공기가 터져 나갔다.
그들의 팔이 맞부딪칠 때마다 천둥이 울리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숨을 삼켰다.
신들조차 침묵하며 바라보았다.
그것은 싸움이었지만, 증오의 싸움이 아니었다.
그것은 충돌이었지만, 파괴를 위한 충돌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은 확인이었다.
나는 얼마나 존재하는가.
너는 얼마나 존재하는가.
서로의 영혼이 서로의 무게를 재고 있는 순간.
그들은 상대를 쓰러뜨리려 했다.
그러나 동시에 상대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한 번의 밀침 속에서.
한 번의 주먹질 속에서.
한 번의 숨결 속에서.
그들은 지금껏 누구도 가르쳐 주지 못했던 것을 배우고 있었다.
자신의 한계를. 그리고 자신의 가능성을.
성벽이 떨렸다.
탑들이 흔들렸다.
우루크 전체가 거대한 파도처럼 출렁거렸다.
그러나 아무것도 무너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싸움은 붕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새로운 세계가 태어나는 진통이었다.
관계가 생성되는 순간.
운명이 서로를 알아보는 순간.
마침내 길가메시는 손을 멈추었다.
숨은 거칠었고, 몸은 상처투성이였지만, 그의 얼굴에는 처음 보는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그것은 승리의 미소가 아니었다.
패배의 인정도 아니었다.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무언가를 마침내 발견한 사람의 표정이었다.
그는 처음으로 웃었다.
아니, 웃음에 가까운 이해가 그의 영혼을 스쳐 지나갔다.
“이 존재는 나와 같은 무게를 지녔다.”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그리고 엔키두 또한 멈추어 섰다.
그 역시 깨달았다.
“이 인간은 내가 처음으로 인정한 인간이다.”
“나는 더 이상 황야의 외로운 짐승이 아니다.”
그들은 여전히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싸움은 끝나지 않은 듯 보였다.
주먹도 아직 내려가 있었고, 숨결도 여전히 뜨거웠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이미 전혀 다른 일이 시작되고 있었다.
훗날 세상은 그것을 우정이라 부를 것이다.
그러나 그날 그 자리에서 태어난 것은 단순한 우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두 영웅의 영혼이 서로의 결핍을 발견하는 순간이었고, 두 개의 고독이 하나의 운명으로 엮이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신들은 알고 있었다.
이 만남이야말로 훗날 죽음과 불멸의 비밀을 향해 나아갈 가장 아름답고도 가장 비극적인 여정의 시작이라는 것을.
【篇末評】
이 편에서 중요한 것은 승패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충돌이 곧 관계의 시작이라는 구조”이다.
〈길가메시〉에서 전투는 파괴가 아니라 인식이다.
길가메시와 엔키두는 서로를 적으로 만들기 전에 먼저 서로를 “동일한 존재 밀도”로 인식한다.
이 순간부터 서사는 전환된다.
대립의 서사에서 → 동행의 서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