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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메시 11편

작성자思空|작성시간26.06.20|조회수30 목록 댓글 2

第十一篇 命之陰影與存在之裂變

11편 운명의 그림자와 존재의 균열

 

題詩

勝後無歡影先來 승리 이후 기쁨은 없고 그림자만 먼저 찾아오며

昔日同伴漸成哀 옛 동반은 점점 슬픔으로 변해가네

非病非死非可解 병도 죽음도 해석도 아닌데

人間之身入深埃 인간의 몸이 깊은 먼지 속으로 들어가네

誰知生命潛移變 생명이 잠재적으로 이동하며 변함을 누가 알리오

不見歸形亦無開 되돌아갈 형상도 열림도 보이지 않고

一念枯時林亦靜 한 생각이 마를 때 숲마저 조용해지고

一步之內入陰台 한 걸음 안에서 음영의 자리로 들어가네

 

本文

엔키두는 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재앙이 아니었다.

번개처럼 떨어진 저주도 아니었고, 칼에 베인 상처처럼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훨씬 더 조용한 방식으로 찾아왔다. 마치 계절이 바뀌듯.

마치 강물이 오랜 세월에 걸쳐 강둑의 형태를 바꾸듯.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금씩, 그러나 되돌릴 수 없이.

훔바바와의 전투가 끝난 뒤, 세상은 겉으로 보기에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듯했다.

우루크의 성벽은 그대로였고, 시장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오갔으며, 태양은 예전과 같은 길을 따라 떠올랐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이미 다른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세계의 규칙이 한 존재의 몸 안에서 다시 쓰이고 있었다. 그 존재가 바로 엔키두였다.

 

처음에는 단순한 피로처럼 보였다. 긴 여정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격렬한 전투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그에게 휴식을 권했다. 포도주를 마시게 했고, 노래를 들려주었으며, 따뜻한 잠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그 피로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깊어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피로는 침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엔키두는 점점 말이 줄어들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 속에서도 조용했고, 연회장 한가운데에서도 멀리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 침묵은 슬픔이 아니었다. 분노도 아니었다. 그것은 설명하기 어려운 어떤 거리감이었다.

자연의 존재 방식과 도시의 존재 방식이 서로 충돌한 흔적. 그 흔적이 영혼 깊은 곳에 남아 조용히 진동하고 있는 상태.

마치 하나의 몸 안에 두 개의 계절이 동시에 머무는 것과 같았다.

 

길가메시는 그것을 보았다. 친구의 눈빛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걸음이 느려지고 있다는 것을. 예전 같으면 먼저 웃었을 일에도 엔키두가 침묵한다는 것을.

그러나 그는 이해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길가메시는 아직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투는 끝나도, 그 전투가 만든 변화는 계속된다는 사실을. 칼은 거두어질 수 있다. 상처는 아물 수 있다.

그러나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이 바뀌어 버린 영혼은 결코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그는 아직 그것을 몰랐다. 그래서 불안은 있었지만, 그 불안의 이름은 알지 못했다.

 

밤이 되면 엔키두는 꿈을 꾸었다. 그 꿈에는 숲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예전의 숲이 아니었다.

삼나무들은 여전히 서 있었지만, 그 모습은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바람은 불고 있었지만, 그 소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숲은 더 이상 외부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의 내부로 들어와 있었다.

기억이 되어. 그리움이 되어. 그리고 운명이 되어. 그는 꿈속에서 걷곤 했다.

아무도 없는 숲길을. 오래전 자신이 달리던 들판을. 짐승들과 함께 물을 마시던 강가를.

그러나 걸을수록 그 풍경은 조금씩 희미해졌다. 마치 안개 속으로 스며드는 별빛처럼.

마치 새벽이 오며 사라지는 꿈처럼. 숲은 멀어지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숲으로 존재하던 자신이 멀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엔키두는 누구보다 먼저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 침묵은 점점 깊어졌다.

 

사람들은 그것을 병이라고 불렀다. 몸이 약해졌다고 말했다. 신들의 노여움이라고 수군거리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질병이 아니었다. 적어도 단순한 질병은 아니었다. 그것은 경계를 넘어온 존재가 치르는 대가였다.

한 세계에 속하던 존재가 다른 세계를 경험한 뒤, 더 이상 어느 한쪽으로도 완전히 돌아갈 수 없게 된 상태.

그는 이미 숲을 넘어왔다. 그러나 숲은 아직 그를 떠나지 않았다. 그는 이미 인간의 세계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인간의 세계 또한 아직 완전히 그의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중간에 서 있었다.

두 세계 사이. 두 질서 사이. 두 존재 방식 사이. 그리고 그 중간지대는 생각보다 오래 머물 수 있는 장소가 아니었다.

 

길가메시는 점점 불안해졌다. 처음에는 이유를 몰랐다.

그러나 어느 날, 잠든 엔키두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문득 설명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

그것은 적에 대한 공포가 아니었다. 패배에 대한 공포도 아니었다. 훨씬 낯선 것이었다.

처음으로 자신의 힘으로도 막을 수 없는 무언가를 마주한 인간의 공포. 그는 깨닫기 시작했다.

훔바바와의 전투는 끝났다. 숲은 지나갔다. 영광은 얻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에는 대가가 따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대가는 금이나 보물이 아니었다. 명예도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깊은 것이었다.

존재 자체. 한 존재가 세계를 넘어서며 지불해야 하는 비용.

그 비용이 지금, 가장 소중한 친구의 몸과 영혼 위에 조용히 새겨지고 있었다. 길가메시는 아직 그 결말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심장은 이미 예감하고 있었다. 인간은 승리할 수 있다. 괴물을 쓰러뜨릴 수 있다. 경계를 넘어설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문은 한 번 통과하면 결코 처음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다. 그리고 엔키두는 지금, 바로 그 문 너머를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篇末評

이 편에서 중요한 것은 죽음의 예고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승리 이후에 발생하는 존재론적 역류”이다.

〈길가메시〉에서 엔키두의 변화는 병이 아니라 “경계를 넘은 존재가 다시 원래 질서로 완전히 복귀할 수 없다는 구조적 진실”이다.

전투는 외부에서 끝났지만, 내부에서는 계속된다. 길가메시는 이제 처음으로 알게 된다.

인간은 승리를 감당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승리 이후를 감당해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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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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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시메온 | 작성시간 26.06.20 인간은 죽으면 먼지로 돌아가는 것을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한 세상을 고달프게 사는 것을 생각하니
    참으로 서글픈 인생길이네요.
    잘 감상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namgye12 | 작성시간 26.06.21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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