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十四篇 不朽之衝動與存在之反問
제14편 불멸의 충동과 존재의 역문
【題詩】
死後空位刺心深 죽음 이후의 공백이 마음 깊이 찌르고
一問生出萬念沉 하나의 물음이 만 가지 생각을 가라앉히네
非生非死非可忍 삶도 죽음도 견딤도 아닌데
人間之意入幽林 인간의 의지가 깊은 숲으로 들어가네
誰知不朽非願望 불멸이 단순한 소망이 아님을 누가 알리오
不見終極亦無臨 궁극도 임계도 보이지 않고
一念裂時天自暗 한 생각이 갈라질 때 하늘이 스스로 어두워지고
一步之內入疑心 한 걸음 안에서 의심의 심연으로 들어가네
【本文】
엔키두가 죽은 뒤, 길가메시는 변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눈물의 변화가 아니었다. 슬픔은 누구나 겪는다.
사랑하는 이를 잃으면 가슴이 무너지고, 그리움은 밤마다 찾아온다.
그러나 길가메시에게 일어난 일은 그보다 훨씬 더 깊은 곳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그것은 감정의 흔들림이 아니라, 세계를 떠받치고 있던 보이지 않는 기둥 하나가 갑자기 무너져 내리는 사건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믿어 왔다.
우루크의 왕. 신의 혈통을 지닌 자. 괴물을 쓰러뜨린 영웅. 그의 이름은 성벽보다 높았고, 그의 명성은 강물보다 멀리 흘러갔다.
그는 자신이 죽음을 넘어설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을지라도, 적어도 죽음이 자신의 세계를 흔들 수는 없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엔키두가 죽었다. 그것도 전쟁터가 아닌 곳에서. 영웅다운 최후도 아니었다.
신들의 저주 아래, 병들고 쇠약해지며, 하루하루 생명의 불꽃이 꺼져 가는 모습을 길가메시는 곁에서 지켜보아야 했다.
어제까지 사자와 싸우던 팔이 오늘은 물 한 그릇조차 들지 못했다. 산을 흔들던 목소리가 신음으로 바뀌었다.
빛나던 눈동자가 점점 먼 곳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그 눈이 완전히 닫혔다. 길가메시는 믿지 못했다.
그는 친구의 얼굴을 흔들었다. 이름을 불렀다. 어깨를 붙잡았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침묵. 오직 침묵만이 있었다. 그 침묵은 칼보다 날카로웠다. 짐승의 이빨보다 깊이 파고들었다.
그 순간 길가메시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죽음은 전투에서 이길 수 있는 적이 아니라는 것을.
죽음은 문득 나타나 모든 것을 가져가 버리는 세계의 법칙이라는 것을.
그는 며칠 동안 엔키두의 시신 곁을 떠나지 못하였다. 혹시 다시 일어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혹시 눈을 뜰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신은 서서히 식어 갔다. 피부는 돌처럼 굳어졌다.
입술은 침묵 속으로 잠겼다. 마침내 벌레들이 나타났을 때, 길가메시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 죽음은 실제였다.
그리고 그 실제는 엔키두만의 것이 아니었다. 문득 그의 가슴속에서 하나의 번개 같은 질문이 일어났다.
“나 또한 이렇게 되는가?” 그 질문은 너무나 단순했지만, 그가 지금까지 세워 온 세계 전체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나 또한 죽는가?” “내 팔도 언젠가 힘을 잃는가?” “내 이름도 언젠가 잊히는가?”
“우루크의 왕이라는 칭호도 시간 앞에서는 한 줌 먼지에 불과한가?”
그는 처음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다. 왕이 아니라. 영웅이 아니라. 인간으로.
그때까지 그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너무 강했고, 너무 위대했고, 너무 찬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죽음 앞에서 그 모든 찬란함은 힘을 잃었다. 거대한 성벽도 죽음을 막지 못했다.
황금도, 권력도, 명성도, 한 사람의 목숨조차 붙잡아 둘 수 없었다. 그는 우루크를 바라보았다.
도시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상인들은 거래를 하고, 장인들은 돌을 다듬고, 아이들은 거리에서 뛰어놀았다.
태양은 어제와 똑같이 떠올랐다. 강물도 여전히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길가메시의 눈에는 그 모든 것이 마치 꿈처럼 보였다.
사람들은 영원을 사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모두 사라짐을 향해 걷고 있었다. 누구도 멈추지 못했다.
누구도 돌아설 수 없었다. 모든 존재는 보이지 않는 강물 위를 떠가는 작은 배와 같았다.
태어나는 순간 출항하고, 죽음이라는 바다를 향해 천천히 흘러가는 배. 사람들은 그것을 삶이라 불렀다.
그러나 길가메시는 처음으로 그 삶의 바닥에서 흐르는 거대한 죽음의 강물을 보게 되었다.
밤이 찾아왔다. 그러나 그것은 평범한 밤이 아니었다. 달이 뜨고 별이 빛나는 시간이 아니었다.
엔키두가 사라진 자리에서 세계가 갑자기 낯선 얼굴을 드러내는 시간이었다. 그는 잠들 수 없었다.
눈을 감으면 엔키두가 보였다. 눈을 뜨면 부재가 보였다. 기억은 더욱 선명해졌지만, 그 기억을 나눌 사람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 공허는 점점 커졌다. 그리고 마침내 하나의 거대한 심연이 되었다. 그 심연 속에서 질문들이 태어났다.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죽어야 하는 존재가 무엇을 이루더라도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인간은 왜 태어나며, 왜 사랑하고, 왜 싸우고, 왜 꿈꾸다가 결국 사라지는가.”
그 질문들은 그를 쉬게 하지 않았다. 낮에도 따라왔고, 밤에도 따라왔다.
침묵 속에서도 울렸고, 사람들 사이에서도 사라지지 않았다. 질문은 점점 깊어졌다. 그리고 그 깊어짐은 곧 그의 길이 되었다.
그는 이제 우루크에 머물 수 없었다. 성벽도 답을 주지 못했다. 왕좌도 답을 주지 못했다. 신전도 답을 주지 못했다.
그가 찾아야 하는 것은 권력이 아니었다. 영광도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이 왜 죽는가에 대한 답이었다.
그것은 죽음의 저편에 무엇이 있는가에 대한 답이었다. 그것은 존재의 의미에 대한 답이었다.
그리하여 길가메시는 떠난다. 한 왕이 여행을 시작한 것이 아니다. 한 영웅이 모험을 시작한 것도 아니다.
그날 길을 떠난 것은 인류 최초로 자신의 죽음을 의식한 인간, 그리고 그 의식의 불길 속에서 불멸의 의미를 묻기 시작한 한 존재였다.
그의 발걸음은 사막을 향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그가 건너기 시작한 것은 모래의 바다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끝없는 심연이었다.
【篇末評】
이 편에서 중요한 것은 슬픔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죽음이 존재를 철학적 질문으로 변환시키는 순간”이다.
〈길가메시〉에서 엔키두의 죽음은 끝이 아니라 “불멸이라는 개념을 생성시키는 구조적 충격”이다.
길가메시는 이제 영웅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유한성을 처음으로 사고하기 시작한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