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常識/자료

長篇 漢詩-바4部

작성자淸潭|작성시간26.06.11|조회수31 목록 댓글 4

長篇 漢詩-바4部

 

병산집 제2권 / 시(詩)

객관의 병풍에 있는 여덟 수의 절구를 차운하다〔次客館屛風八絶韻〕

 

홍제교 옆으로 눈이 땅을 덮었고 / 弘濟橋邊雪滿地

모래톱에 해 지지만 이별의 정은 친근해라 / 沙頭落日別情親

종남산 산빛은 고개 돌리자 사라졌으니 / 終南山色回頭失

갈림길의 악수가 사람을 시름케 하네 / 握手臨岐愁殺人

 

둘째 수〔其二〕

뿔피리 세 번 울려 나그네 행차 재촉하니 / 畵角三聲催客行

동틀 무렵 말 채찍질해 평양성을 나서네 / 平明策馬出箕營

보통문 바깥에서 머리 돌려 바라보니 / 普通門外回頭望

고목의 푸른 연기가 온 성을 감쌌구려 / 古木蒼煙鎖一城

 

셋째 수〔其三〕

해 저무는 푸른 숲에 까마귀 돌아와 깃들고 / 落日蒼蒼鳥返棲

흐릿한 먼 봉우리에 저녁연기 나지막한데 / 依微遠岫夕煙低

모래바람 휘이잉 사람 얼굴로 불어와서 / 風沙獵獵吹人面

말 타고 조심조심 언 시내를 밟았어라 / 征馬凌兢踏凍溪

 

넷째 수〔其四〕

오늘의 행장도 어제와 같은데 / 今日行裝昨日同

먼 길을 서쪽으로 달려 어느 때나 끝나려나 / 脩程西走幾時窮

차가운 얼음에 흰 눈 쌓인 삼천리 길이니 / 氷寒雪白三千里

아침과 저녁 보냄이 이 가운데 있어라 / 消却朝曛在此中

 

다섯째 수〔其五〕

언 눈이 산을 덮고 바닷가에 닿았으나 / 凍雪埋山際海濱

추운 빛을 이겨내는 자새원의 봄이로다 / 寒光凌轢塞垣春

바쁜 나그네 몇 명이나 되는지 알 수 없지만 / 紛紛行旅知多少

아 그대 왔구려 먼 길 가는 사람아 / 嗟爾來哉遠道人

 

여섯째 수〔其六〕

서쪽 변방의 요새와 군영은 예전부터 있었으니 / 西垣亭壁自前時

조정의 의논 지금에야 축성이 좋다 하지 / 廟議如今好設施

무적의 긴 성 쌓는 건 참으로 급한 일인데 / 無敵長城眞急務

총사령관 누구인지 알지 못하겠네 / 不知制閫是阿誰

 

일곱째 수〔其七〕

펄럭펄럭 수레 덮개에 서풍이 소리를 내 / 飄飄行盖響西風

관하를 짚어 보니 길이 몇 겹인가 / 指點關河路幾重

얼어붙은 청천강은 햇빛이 바닥까지 비추는데 / 氷合淸川光徹地

말발굽 가볍게 새벽 서리 낀 곳 밟아 가네 / 馬蹄輕踏曉霜封

 

여덟째 수〔其八〕

쌓인 눈 녹기 시작해 봄은 돌아오고 / 積雪初殘春意還

하늘가에 두어 봉우리 점점이 이어졌네 / 天邊點綴數峰山

수레 세워 멀리 연기 이는 곳 가리키자니 / 停車遙指煙生處

오늘 저녁 나그네는 저곳에서 묵겠구려 / 今夕行人宿此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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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집 제1권 / 시(詩)○오언고시(五言古詩)

아유일가〔我有一歌〕 5장(章)이고 장은 10구이다.

 

나에게 한 벌의 거문고가 있는데 / 我有一張琴

복희 신농이 있을 때 만든 것이네 / 羲農在時作

일찍이 성인의 손을 거쳤으니 / 曾經聖人手

체제가 방정하고도 곧다네 / 體制方且直

용의 입에서는 운기를 토하고 / 龍唇吐雲氣

봉황 꼬리는 상서로운 빛 머금었네 / 鳳尾含瑞色

다섯 현은 오음을 갖추었고 / 五絃備五音

여섯 휘는 육률에 응하였네 / 六徽應六律

상음을 뜯으니 봄에도 함박눈 내리고 / 商春叢雪

궁음을 연주하니 겨울에도 싹이 돋아나네 / 奏宮冬芽茁

첫 번째는 남훈전에서 퉁겼는데 / 一彈南薰殿

인덕의 교화가 천지 사방에 불었네 / 仁風吹六合

두 번째는 서주의 도읍에서 연주했는데 / 再西周都

아름다운 봉황이 기산에서 울었네 / 彩禽鳴岐嶽

세 번째는 광 땅에 포위되어 어루만지니 / 三撫匡圍中

광 땅 사람들이 창칼을 내려놓았네 / 匡人解戈戟

표류하여 백 대를 내려오니 / 漂流百代下

줄은 끊어지고 이은 사람 없네 / 絃斷無人續

종자기도 떠난 지 이미 오래되어 / 鍾期去已遠

누런 먼지만 보배 상자에 쌓였네 / 塵生寶匣

 

나에게 한 덩이 옥이 있는데 / 我有一塊玉

정화한 것이 천지에 으뜸이네 / 精英天地獨

따뜻한 날에는 남전의 연무 같아 / 日暖藍田烟

하얀 자태에 온화함과 위엄을 갖추었네 / 截肪備溫栗

산에 숨겨두면 산을 빛나고 윤택하게 하며 / 山蘊輝潤山

못에 감추면 못을 아름답고 생기있게 하네 / 澤藏媚生澤

이 때문에 군자는 / 所以君子人

몸에 차고서 잠시도 풀어 놓지 않네 / 佩不離頃刻

천자는 다섯 가지 옥을 나누어 / 天子分五瑞

다섯 등급의 차례로 작위를 내렸네 / 五等次以爵

성인이 칠정을 가지런히 할 때 / 聖人齊七政

선기를 만들어 관측하였네 / 璿璣以窺測

하나라와 상나라는 호련을 귀히 여겨 / 夏商貴瑚璉

종묘 제사 때 서직을 담는 제기로 썼네 / 宗廟盛黍稷

찬란한 옥찬에 울창주를 따르니 / 瑟

말이 없음은 주격에서 시작되네 / 無言自奏假

진귀한 보배 헛되이 독 안에 숨겨두니 / 至寶空蘊櫝

뭇 사람들 눈은 흐린 물고기 눈알이네 / 衆目混魚目

슬프고 슬프도다 화씨여 / 嗟嗟和氏子

옥덩이 안고 세 번 월형을 당하였네 / 抱璞三見刖

 

나에게 한 자루 장검이 있는데 / 我有一長劍

십 년을 한결같이 갈았네 / 磨之十年一

청평검처럼 매서운 칼날이오 / 烈烈萍鋒

연화검처럼 서슬 푸른 칼날이네 / 凜凜蓮花鍔

칼집에서 빼어 시험삼아 닦아보니 / 抽鞱試拂拭

서릿발처럼 가을 햇볕에 빛나네 / 明霜耀秋日

물에선 교룡을 처단 할 수 있고 / 蛟龍水可斷

뭍에선 무소와 코끼리 벨 수 있네 / 犀象陸可

군왕의 앞에 이 칼을 바치면 / 獻諸君王前

흉악한 괴수의 목을 벨 수 있네 / 兇醜從可馘

스스로 긍지를 지녀 믿는 바 있으니 / 自矜有所恃

가는 곳마다 자득함이 있다네 / 無往不自得

한 번 대궐문 앞에 나아가니 / 一進金門前

용맹한 무사들이 궁궐을 지키고 / 虎豹守九闕

다시 벽옹의 외곽에 나아가니 / 再進辟雍外

다리를 빙 두른 무리들 번잡하네 / 環橋徒雜沓

끝내 돌아와 열 배의 노력을 하니 / 終歸十上勞

양 귀밑머리 하얗게 세어 버렸네 / 兩鬢千莖雪

세상에는 장화와 뇌환의 안목이 없으니 / 世無張雷眼

용천검 빛만 북극성을 가로질러 있네 / 龍光橫斗極

 

나에게 한 마리 천리마가 있는데 / 我有一良驥

덕으로 기르고 힘으로 다루지 않네 / 以德不以力

어떤 이는 악와에서 왔다 하고 / 或云渥洼來

어떤 이는 형하에서 나왔다 하네 / 或云河躍

두 귀는 가을 대나무를 쪼갠 듯하고 / 兩耳批秋竹

두 쌍의 발굽은 차가운 옥을 깎은 듯하네 / 雙蹄削寒玉

예천의 물을 목마른 듯 마시고 / 醴泉水渴飮

옥산의 벼를 주린 듯 먹네 / 玉山禾飢食

달리고자 하면 천 리의 길이요 / 欲騁千里途

팔려고 하면 연성의 가치이네 / 欲買連城直

세상 사람들 뛰어난 재주 몰라보고 / 世人昧天才

도도하게 모두 졸렬한 말로 보네 / 滔滔視之劣

좋아하는 것은 곧 값이 싼 말 / 所好就價微

노둔한 말을 집착하네 / 駑駘之

방성은 헛되이 빛나고 / 房星空熒熒

용매는 마굿간에서 늙어가네 / 龍媒老槽櫪

가을바람 부는 기나긴 밤에 / 秋風吹永夜

꼴 먹다 머리 들고 두려워하며 울부짖네 / 仰秣鳴跼

손양은 어느 곳에 있는가 / 孫陽在何處

머리를 떨구고 소금 수레에 엎드려 있네 / 垂首監車服

 

나에게 한 칸의 집 있는데 / 我有一間屋

초가 안이 항상 적적하네 / 茅簷長寂寂

사람들은 큰 집을 좋아하지만 / 人喜千萬間

나는 겨우 무릎 펼 만하면 괜찮네 / 我喜僅容膝

사람들 금과 비단 쌓기를 좋아하지만 / 人喜積金帛

나는 한 섬 곡식 쌓인 것도 기쁘네 / 我喜貯

책상 위의 만 권 책은 / 牀上萬卷書

요ㆍ순ㆍ공자ㆍ맹자의 말씀이네 / 堯舜孔孟說

창가의 다섯 이랑 정원에는 / 窓邊五

한매와 녹죽이 있다네 / 寒梅與綠竹

때론 강가의 밭을 갈아서 / 時耕江上田

벼ㆍ삼에 콩ㆍ보리 섞어 심네 / 禾麻雜菽麥

때로 푸른 강에서 물고기 낚으니 / 時釣滄江魚

은빛 붕어ㆍ누런 잉어ㆍ쏘가리라네 / 銀黃鯉

집안에서 자손을 가르치다 보면 / 室中敎子孫

하루 종일 굶주림과 목마름도 잊네 / 昕夕忘飢渴

바라는 것은 질병이 없는 것이고 / 望以無疾病

힘쓰는 바는 과실이 적은 것이네 / 勉以少過失

이와 같이 여생을 보낸다면 / 如斯送餘年

길이 끝나도 통곡을 면할 수 있으리 / 途窮知免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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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집 제1권 / 시(詩)○오언고시(五言古詩)

장손 한영의 시에 차운하다〔次長孫瀚永韻〕

 

오랫동안 푸른 강가에 살면서 / 久棲碧江上

띠를 베어 처음 길함을 점쳤네 / 誅茅初卜吉

작은 집 속에 빛을 감추니 / 潛光圭竇中

집을 나서도 갈 곳이 없네 / 出門無所適

한가한 틈 타 그윽한 곳 찾았더니 / 偸閒事幽討

월아산의 옛 사찰이로구나 / 牙山之古

우뚝한 산 깊숙한 곳에 대웅전 보이는데 / 見深殿

단청이 산굽이마다 비추네 / 金碧耀山曲

사미승은 모두 얼굴을 알고 있던 이라 / 沙彌皆識面

돈독한 옛 정으로 기쁘게 맞아주네 / 欣迎舊情篤

더구나 그 중 두세 명과 함께 / 與二三子

예전부터 의기투합함에 있어서랴 / 從前意氣合

바람부는 기둥에서 담소를 나누니 / 風楹豁談笑

즐거움이 삭막한 가운데서 생기네 / 歡悰生索寞

구장을 의지하여 산길 걸으며 / 隨山倚鳩杖

부석을 신고 구름을 살피네 / 尋雲躡鳧舃

해침을 멀리하여 노니는 사슴을 보고 / 遠害看鹿遊

검게 물들인 것 옻칠을 한 줄 알겠네 / 染黑知藏漆

집을 떠난 지 이미 한 철을 넘겨 / 離家已逾時

모구의 칡덩굴 마디가 뻗었구나 / 誕節旄丘葛

시를 읊으며 흰 붓을 희롱하고 / 吟詩弄白筆

문장을 논하며 관탑에 앉았네 / 論文坐管榻

세 늙은이의 고요한 속의 취미 / 三老靜裏趣

어찌 귤중지락과 다르겠는가 / 何殊橘中樂

물은 맑아서 아주 깊고 / 水態淨淵淵

산은 높아서 우뚝 솟았네 / 山容高屼屼

인지의 실체를 환하게 깨달으니 / 透得仁智體

마음으로 지켜 부족함이 없네 / 內守無不足

일에 이미 종시가 있으니 / 事旣有終始

사물에 어찌 본말이 없겠는가 / 物豈無本末

맛이 좋으니 살지고 기름진 고기 많고 / 味佳多雋永

쇠가 남아 있으나 어찌 줄을 주조하겠는가 / 鐵餘奚鑄錯

세상 사람은 항상 의취를 달리하고 / 世人恒殊調

취사선택에 격식과 도량을 달리하니 / 趣舍異格局

해로움이 닥쳐도 피할 줄 모르고 / 臨害不知避

이익만 탐닉하여 입에선 침을 흘리네 / 利口流液

복을 구하면서도 적선할 줄은 모르고 / 求福昧積善

재앙을 물리치려 부처를 섬겨 아첨하네 / 攘灾媚事佛

한가한 이와 바쁜 이는 취향이 같지 않고 / 閒忙趣不同

신선과 범인의 길은 멀리도 떨어져 있네 / 仙凡路逈隔

담담한 물 같은 우리들 사귐에 / 吾徒淡水交

그 어찌 모남이 드러나겠는가 / 其何露圭角

마음에 진실한 뜻을 보존하여 / 心存眞實意

얼굴에 환한 기색이 퍼지네 / 面動敷腴色

겉모습이 푸른 하늘 같아서 / 行色如靑天

사람들에게 밝은 해를 보게 하는 듯하네 / 令人見白日

혹 아들과 손자들에게 경계하고 / 或以戒兒孫

또 정다운 벗과 더불어 약속하네 / 又與情友約

늙은이의 말 성인의 가르침에 부끄러우니 / 耄言愧聖謨

뱀을 그림에 졸렬함을 감추기 어렵네 / 畫蛇難藏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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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집 제1권 / 시(詩)○오언고시(五言古詩)

옛날 노닐며 지었던 시 한 편을 감상하다가 죽은 벗 하자상항 을 생각하다〔感舊遊一章 憶亡友河子常 恒〕

 

나의 벗 하자상이 / 吾友河子常

옛날에 정사를 지었는데 / 昔年構精舍

푸른 산이 그 뒤에 있고 / 靑山在其後

흐르는 물이 그 아래 있었네 / 流水在其下

이 집에 의지하여 은거하니 / 幽蹤寄此間

심사가 담담하고 우아했네 / 心事淡而雅

도서 있는 방 한 칸 정결하였고 / 圖書一室靜

추녀와 창문은 매우 말쑥했네 / 軒絶蕭灑

내가 지기로 의탁하여 / 我是托知己

쏟아내는 아양곡을 지적했네 / 峩洋指下瀉

남과 북에 기거하기를 기약하며 / 約爲南北居

한가로이 향산사에 견주었네 / 閒擬香山社

어찌 알았으랴 귀신이 불인하여 / 那知鬼不仁

나의 지음을 빼앗아 가버릴 줄을 / 奪我知音也

외로이 인간 세상에 사노라니 / 踽踽人世間

살기를 탐함이 이미 구차스럽네 / 偸生已苟且

지금 옛날 놀던 곳에 이르러 보니 / 今到舊遊地

남은 대엔 깨진 기와 조각뿐이네 / 遺臺但破瓦

좌중에 매우 그리워하는 이 있으니 / 座有孔懷人

형제의 정은 가식이 아니었네 / 鴒情非外假

또한 현명한 맏아들이 있으니 / 又有胤

이른 나이에 사마시에 합격했네 / 早歲捷司馬

각자 슬픈 생각에 젖어 있으니 / 各抱感愴意

차마 봄바람에 술잔 기울이랴 / 忍傾春風斝

아득한 나의 회포여 / 悠悠我之懷

잊지 못해 끝내 떨치기 어렵구나 / 耿耿終難捨

내 뜻을 말한 것이지 시 짓고자 함 아닌데 / 言志非爲詩

한스럽게도 내 마음 알아 줄 이 없구나 / 恨無知己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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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집 제1권 / 시(詩)○칠언절구(七言絶句)

동도 유적 27수 〔東都遺跡 二十七首〕

 

백결선생의 태고적 마음이여 / 百結先生太古心

몸에는 한 벌의 거문고뿐이었네 / 隨身惟是一張琴

동쪽 서쪽 이웃집의 방아 찧는 소리는 / 東鄰西舍舂舂響

예로부터 전해오는 쇠채로 거문고 타는 소리라네 / 傳上鯤絃鐵撥音

이는 대악(碓樂)을 노래한 것이다. ○ 백결선생은 집이 가난하였지만 거문고를 잘 탔다. 한 해가 저물어 가는데 이웃 마을에서 곡식을 찧자, 그 아내가 화를 내며 말을 하였다. 선생이 이에 거문고를 타서 방아 찧는 소리를 내어 아내를 위로하니, 세상에 대악이 전해졌다.

 

당과 신라의 천지가 혼미해졌을 때 / 唐羅天地入

누런 잎과 푸른 솔이라고 궁궐에 외쳤네 / 黃葉靑松叫九重

기미를 보고 구름 낀 골짜기 속에 들어갔으니 / 色擧歸來雲壑裏

남은 별장에서 다만 옛 신선의 자취를 볼 뿐 / 遺莊只見舊仙蹤

이는 상서장(上書莊)을 노래한 것이다. ○ 신라 말 최치원은 왕씨가 천명을 받을 것을 알고 신라왕에게 올린 글에 “계림은 누런 잎이고, 곡령(鵠嶺)은 푸른 솔이다”라고 한 말이 있었다. 왕이 그를 미워하자, 최치원은 곧 가족을 이끌고 가야산에 들어갔다. 사람들이 그가 살던 곳을 상서장이라 이름하였다.

 

죽어서 간하는 것은 성인도 허여한 것이니 / 尸諫曾爲聖所許

김공이 이제 또 나로 하여금 흠모하게 하네 / 金公今又俾余欽

길가의 무덤에서 사냥가지 말라 소리쳐서 / 路傍斧屋聲毋去

끝내 임금에게 뉘우치는 마음 일으키게 하였네 / 終使君王激悔心

이는 무덤에서 간언한 것을 노래한 것이다. ○ 신라 진평왕(眞平王)은 사냥을 좋아했다. 김후직(金后稷)이 간언했으나 고치지 않았다. 후직이 죽을 적에 그 아들에게 유언하여 왕이 사냥 다니는 길가에 장사지내게 하였다. 왕이 뒤에 사냥을 나갔는데, ‘왕께서는 가지 마십시오.’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였다. 왕이 그 사실을 듣고서 슬퍼하며 다시는 사냥을 나가지 않았다. 사람들이 이를 ‘묘간(墓諫)’이라 하였다.

 

동해의 큰 파도 아득히 하늘에 닿았으니 / 東海鯨波渺接天

한번 가신 우리 님은 언제나 오시려나 / 良人一去幾時旋

고갯마루에서 슬피 바라보다 끝없이 흘린 눈물 / 峯頭悵望無窮淚

피로 변하여 천추에 단단한 돌이 되었네 / 化血千秋石更堅

이는 치술령(鵄述嶺)을 노래한 것이다. ○ 눌지왕(訥祗王)의 아우 미사흔(味斯欣)이 왜국에 인질이 되어 오래도록 돌아오지 못하였다. 박제상(朴堤上)이 왕명으로 일본에 들어가 몰래 미사흔을 보내 환국시키자 왜왕이 노하여 그를 불에 태워 죽였다. 그의 아내가 치술령에 올라 일본을 바라보며 밤낮으로 통곡하다가 죽었다. 점필재(佔畢齋) 김종직(金宗直)의 시가 있다.

 

미색은 인심을 고혹하여 나라를 절로 망하게 하니 / 色敗人心國自傾

화왕의 한마디 말은 임금을 위한 비평이었네 / 花王一語爲君評

신라의 문풍을 공이 처음 일으켰기에 / 羅代文風公始倡

지금까지 문묘에 여러 현인들과 배향하네 / 至今文廟配

이는 화왕(花王)의 풍간(諷諫)을 노래한 것이다. ○ 설총(薛聰)이 신문왕(神文王)에게 풍간하기를 “신은 듣건대, 화왕이 어여쁘게 피어나자, 이름을 ‘장미(薔薇)’라고 하는 한 아름다운 여인이 잠자리를 모시길 청하였습니다. 또 이름을 ‘백두옹(白頭翁)’이라고 하는 한 장부가 화왕에게 나아가 아뢰기를 ‘명주실과 삼이 있더라도 왕골과 띠풀을 버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왕께서도 또한 이런 데에 뜻이 있으십니까? 무릇 임금이 노성(老成)한 이를 친근히 하면 흥하고, 요염한 이를 가까이하면 망합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화왕이 사과하였다고 합니다.”라고 하자, 신문왕이 정색을 하며 말하기를 “그대의 풍자가 간절하구나. 청컨대 글로 써서 경계를 삼고자 한다.”고 하였다.

 

중국의 충렬전에도 장군의 이름을 기록하였으니 / 漢家忠烈紀將軍

임금 위해 목숨 버려 큰 공훈 세웠네 / 爲主捐生樹大勳

천 년의 곧은 마음 누가 다시 이을까 / 千載貞心誰更繼

신라왕의 선박 위에 온군이 있었다네 / 羅王船上有溫君

이는 온군해(溫君解)를 노래한 것이다. ○ 무열왕(武烈王)이 당나라에 들어갔다가 돌아올 적에 바닷가에 이르러 고구려의 순라병을 만났다. 시종하던 온군해가 높은 관을 쓰고 큰 옷을 입고서 배 위에 앉아 있자, 순라병이 무열왕으로 알고 그를 죽여 무열왕은 화를 면하였다. 진덕여왕이 군해를 대아찬(大阿飡)에 추증하였다.

 

지사와 어진 이는 목숨을 아끼지 않으니 / 志士仁人不愛生

위험에 임해서도 평소 곧은 마음을 바꾸지 않네 / 臨危肯變素心貞

외로운 성은 비바람 속에 구원의 손길 끊어지자 / 孤城風雨聲援絶

머리를 조아리고 하늘을 부르며 피눈물을 뿌렸도다 / 叩首呼天灑血誠

이는 눌최(訥催)를 노래한 것이다. ○ 백제가 세 성을 공격하자, 눌최가 죽기를 각오로 굳게 지켰다. 성이 함락되어 눌최가 죽자, 왕이 그 소식을 듣고 비통해 하며 그를 추증하였다.

 

삼대의 유풍이 우리 동국에까지 미쳤으니 / 三代遺風及我東

순박하고 두터운 풍속 옛사람과 같았구나 / 淳厖民俗古人同

당시에 정전을 그은 것이 완연히 남아있으니 / 當時井晝宛然在

어찌 하면 우리나라에 다시 시행할 수 있을까 / 安得復行吾國中

이는 정전(井田)을 노래한 것이다. ○ 신라 때 정전법을 썼는데, 그 유허가 아직도 남아있다.

 

성덕이 깊고 넓어서 저 하늘까지 이르렀으니 / 聖德淵宏格彼蒼

옥대를 내려주는 기이하고 상서로운 일 일어났네 / 垂頒玉帶作奇祥

애석하다 유약한 자손이 끝내 지키지 못하여 / 可惜孱孫終未守

진귀한 보물을 다른 왕에게 헛되이 바쳤구나 / 空將至寶獻他王

이는 옥대(玉帶)를 노래한 것이다. ○ 진평왕(眞平王) 원년(579)에 신령스런 사람이 뜰에 내려와 말하기를 “상제께서 나에게 명하여 옥대를 전하라 하셨다.”라고 하여 왕이 받았다. 경순왕(敬順王)이 고려에 항복할 적에 태조에게 바쳤다.

 

누가 남전옥의 온윤한 자태를 조탁했나 / 誰琢藍田溫潤姿

일곱 구멍 깎아 만든 피리모양 기이하네 / 裁成七孔笛形奇

신라의 옛 물건이 지금도 아직 남아 / 羅家舊物今猶在

천 년 고국의 슬픈 곡조를 불러 일으키네 / 吹起千年故國悲

이는 옥피리를 노래한 것이다. ○ 길이는 한 자 9촌이며, 그 소리가 청량하다. 세속에서는 동해의 용왕이 바친 것으로 대대로 전해온 보물이라고 한다.

 

바다에 뜬 작은 산은 어디에서 왔는가 / 小山浮海自何來

산 위에 피리를 만들 낭간죽이 있었다네 / 上有琅玕一笛材

피리 불자 온갖 파도 모두 잠잠해지니 / 吹了萬波皆自息

태평한 풍기가 이 가운데서 잉태되었네 / 太平風氣此中胎

이는 만파식적(萬波息笛)을 노래한 것이다. ○ 신문왕(神文王) 때 동해 바다에 작은 산이 떠서 파도를 따라 왔다 갔다 하였다. 그 위에 한 그루 대나무가 있었는데, 왕이 그것을 취하여 피리를 만들었다. 피리를 불면 적병이 물러가고 질병이 나으며, 가뭄에는 비가 내리고 장마에는 비가 개며, 바람이 멎고 파도가 잔잔해졌다. 이 피리를 ‘만파식적’이라 불렀다.

 

기이한 모양 괴상한 옷차림을 한 처용옹이 / 奇形詭服處容翁

왕 앞에서 노래하고 춤추는데 기상이 웅장했네 / 歌舞王前氣像雄

저자거리서 춤을 추니 그림자가 너울너울 / 市上婆娑凌亂影

지금도 달 밝은 날에는 그 모습 보이는 듯하네 / 至今如見月明中

이는 월명항(月明巷)을 노래한 것이다. ○ 헌강왕(憲康王)이 학성(鶴城)의 개운포(開雲浦)를 유람할 적에, 갑자기 한 사람이 기이한 모습과 괴상한 옷차림으로 왕 앞에 나아가서 노래하고 춤추며 스스로를 ‘처용(處容)’이라 하였다. 매번 달밤에 저자에서 노래하고 춤을 추니, 그곳을 후대 사람들이 ‘월명항’이라 하였다. 이제현(李齊賢)과 이첨(李詹)의 시가 있다.

 

신라왕이 불법을 숭상하고 믿어서 / 羅王崇信沙門法

날마다 승려를 궁궐로 끌어 들였네 / 日引緇從入九重

만약 연못의 늙은이가 편지를 올리지 않았다면 / 若也池翁書不獻

당시 가까이 닥친 재앙을 면하기 어려웠으리 / 當時難免剝牀凶

이는 서출지(書出池)를 노래한 것이다. ○ 신라왕(소지왕(炤知王)) 10년(488) 정월 보름날 한 노인이 연못에서 나와 왕에게 글을 올렸다. 왕이 열어보니 그 글 중에 “거문고 갑을 쏴라.”라고 하였다. 왕이 궁궐로 돌아와 거문고 갑을 쐈더니, 궁주와 간계를 꾸미던 내전에서 분향을 하는 승려가 숨어 있어서 마침내 그를 죽였다. 이로 인하여 그 못을 ‘서출지’라고 하였다.

 

다파나국은 수천 리 떨어져 있는데 / 多婆那國幾千里

궤짝 실은 배가 떠 와서 아진포에 닿았네 / 船櫝浮來泊浦邊

누가 알았으랴 이인이 알을 깨고 나올 줄을 / 誰識異人終脫解

국가를 세울 적엔 진실로 사연도 많다네 / 成家立國信多緣

이는 아진포(阿珍浦)를 노래한 것이다. ○ 다파나국의 왕 함달파(含達婆)가 여국(女國)의 왕녀를 아내로 맞이하였는데, 임신한 지 7년 만에 큰 알을 낳았다. 왕이 상서롭지 못하다고 생각하여 버리게 하였다. 왕비가 비단으로 싸서 궤 안에 넣고 배에 실어 바다로 띄워 보냈는데, 진한(辰韓)의 아진포에 이르렀다. 어떤 노파가 그 궤를 열어 보니 어린 아이가 그 안에 있어 데리고 가 키웠는데, 이 사람이 석탈해이다. 유리왕(儒理王)이 마침내 왕위를 물려주었다.

 

돌을 다듬어 대를 만드니 높이가 몇 척인가 / 鍊石爲臺高幾尺

가운데를 통해 오르내리며 천문을 살폈다네 / 通中上下察天文

잔약한 후손이 천 년의 왕업을 지키지 못해 / 孱孫不守千年業

첨성대만 홀로 우뚝하게 석양빛에 비치네 / 臺獨嵬然照夕曛

이는 첨성대(瞻星臺)를 노래한 것이다. ○ 선덕여왕(善德女王) 때 돌을 다듬어 대를 쌓았는데 높이가 19척이고, 그 가운데를 뚫어 놓았다. 사람이 그 가운데로 오르내리면서 천문을 관측하였기 때문에 ‘첨성대’라 한 것이다.

 

세 가지 나쁜 풍습 예로부터 재앙의 싹이었으니 / 三風從古禍之萌

황망하고도 나라가 망하지 않는 것 보지 못했네 / 未見荒亡國不傾

문밖에 호랑이 잡으러 온 줄 알지 못했기에 / 不知門外來擒虎

끝내 궁궐이 적병에게 어지럽힘을 당하였네 / 終見宮庭亂敵兵

이는 포석정(鮑石亭)을 노래한 것이다. ○ 돌을 다듬어 전복 모양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한 것이다. 견훤(甄萱)이 신라를 공격하여 도성 가까이 이르렀는데도, 당시 경애왕(景哀王)은 비빈(妃嬪)ㆍ종친과 더불어 포석정에서 놀고 있었다. 갑자기 적병이 이르렀다는 소식을 듣고, 부인과 함께 성의 남쪽 별궁으로 도망갔다. 견훤이 크게 약탈하고 궁궐에 들어가 왕을 찾아내어 자살하게 하고, 김부(金傅)를 왕으로 세웠다.

 

금오산 정상에 금송정이 있는데 / 金鰲山頂松亭在

옛날 옥보고 신선이 거문고 안고 놀았다고 하네 / 聞昔高仙抱瑟遊

새 곡조 연주하자 검은 학이 와 춤을 추었는데 / 彈盡新調玄鶴舞

지금은 옛 일이 되어 강물만 동으로 흐르네 / 如今往事水東流

이는 금송정(琴松亭)을 노래한 것이다. ○ 경덕왕(景德王) 때 옥보고(王寶高)란 자가 지리산에 들어가서 50년 동안 거문고를 배웠다. 스스로 새로운 곡조를 만들어 연주하자 검은 학이 와서 춤을 추어 ‘현학금(玄鶴琴)’ 또는 ‘현금(玄琴)’이라 이름하였다. 금송정은 옥보고가 놀며 즐기던 곳이다.

 

하늘이 어진 현자를 내림은 반드시 연유가 있으니 / 天降仁賢必有緣

가부가를 부른 것이 어찌 공연한 일이었으리 / 沒柯歌唱豈徒然

널리 배우고 사람을 가르치며 경전의 뜻 해석하여 / 博學訓人經義解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성대한 그 이름 전해지네 / 至今東土盛名傳

이는 요석궁(瑤石宮)을 노래한 것이다. ○ 태종왕(太宗王) 때 원효대사(元曉大師)가 노래하기를 “누가 나에게 자루 없는 도끼를 빌려 줄 것인가. 내가 하늘을 지탱할 기둥을 찍으리라.”라고 하였다. 왕이 듣고서 말하기를 “이 대사가 귀부인을 얻어 어진 자식을 낳고자 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당시 요석궁에 종실의 과부가 있었는데, 왕이 궁의 관리를 시켜 원효를 맞이하여 궁에 들어와 머물게 하였다. 과부가 이로 인해 임신을 하여 아이를 낳았으니 곧 설총(薛聰)이다.

 

양봉의 해와 달 모양을 멀리서 바라보고 / 望見楊峯日月形

호공의 집으로 찾아가 왕성으로 점찍었네 / 往尋瓠宅卜王城

숯을 묻은 기이한 꾀 신묘한 책략에서 나왔으니 / 炭埋異術由神略

천년 신라의 터전이 이날 이루어졌다네 / 千歲羅基此日成

이는 월성(月城)을 노래한 것이다. ○ 석탈해가 토함산(吐含山)에 올라가서 양산(楊山)의 일월 모양을 보고는 내려와 찾아보니 호공(瓠公)의 집이었다. 몰래 숫돌과 숯을 그 집 옆에 묻어 놓고 호공에게 말하기를 “이곳은 본래 우리 할아버지의 집으로, 일찍이 대장장이를 할 때 숫돌과 숯을 묻어 둔 것이 있다.”라고 하였다. 그리고서 그곳을 파서 증명해 보이니, 호공이 이에 석탈해와 함께 그 집에서 살았다. 파사왕(婆娑王) 때에 성을 반달처럼 쌓았기 때문에 ‘월성’이라 하였다.

 

금성 서쪽 언덕의 시림 사이에서 / 金城西畔始林間

닭 울음 들리니 어찌 가보지 않으리 / 聞有雞聲盍往觀

금궤를 열자 성스런 임금이 탄생했으니 / 金櫝開來誕聖主

계림이란 이름이 이로부터 시작되었네 / 雞林爲號是其端

이는 시림(始林)을 노래한 것이다. ○ 탈해왕이 밤에 금성의 서쪽 시림 사이에서 닭 울음소리를 듣고 호공(瓠公)을 보내 살펴보게 하였는데, 금궤가 나무에 걸려 있고, 흰 닭이 그 아래에서 울고 있었다. 왕이 그 궤짝을 열어보니 어린 남자 아이가 있었다. 이에 거두어 기르며 이름을 ‘알지(閼智)’라 하였고, 금궤에서 나왔기 때문에 성을 김씨(金氏)라 하였다. 그리고 시림을 ‘계림(雞林)’으로 바꾸었다.

 

우물에 신룡이 나타나 여자 아이를 낳았는데 / 井現神龍誕女兒

늙은 할멈이 거두어 길러 왕비가 되게 했네 / 老嫗收養作王妃

하늘이 내린 어진 덕으로 규중의 규범을 이룩하여 / 天生賢德成閨範

두 성인이 한마음으로 지극한 정치를 이루었네 / 二聖同心致至治

이는 알영정(閼英井)을 노래한 것이다. ○ 신라 시조 5년에 용이 이 우물에 나타나 왼쪽 옆구리에서 여자 아이를 낳았다. 늙은 할멈이 이상히 여겨 거두어 기르고, 이 우물의 이름을 따서 이름을 지었다. 장성하자 덕스런 용모가 있어 시조가 궁중에 들어 왕비로 삼았다. 어진 행실이 있어서 내조를 잘 하였다. 당시 사람들이 그들을 ‘두 성인’이라 하였다.

 

신라의 시조이신 혁거세는 / 新羅始祖赫居世

알을 깨고 나왔는데 자태가 빼어났네 / 剖卵生成岐嶷姿

우리나라 천 년의 왕업을 창건하였으니 / 東國千年王業創

지금까지도 사람들이 탄생의 기이함을 말하네 / 至今人道誕生奇

이는 나정(蘿井)을 노래한 것이다. ○ 한(漢)나라 지절(地節) 원년, 고허촌(高墟村)의 촌장 소벌공(蘇伐公)이 양산의 나정 옆 숲 사이를 멀리서 바라보니, 백마가 꿇어앉아 절을 하고 있었다. 문득 보이지 않고 큰 알만 남아있어, 쪼개어 보니 어린아이가 나왔다. 그 아이를 거두어 길렀는데, 13세가 되자 훌륭하게 성숙하여 육부(六部)의 사람들이 왕으로 세우고 ‘혁거세(赫居世)’라 칭하였다. 당시 사람들이 큰 알이 박〔瓠〕과 같다고 하여 박(朴)으로 성을 삼았다.

 

위기일발의 외로운 성이 적병을 맞이하였는데 / 一髮孤城受敵兵

방어에 좋은 계책이 없어 형세가 무너지려 했네 / 禦無良策勢將傾

홀연히 신령스런 분이 와서 싸움을 도왔는데 / 忽有神人來助戰

저승에서 와 은밀히 도운 줄을 비로소 알았네 / 始知陰騭自冥冥

이는 미추왕릉(味鄒王陵)을 노래한 것이다. ○ 유리왕(儒理王) 때에 이서국(伊西國)이 와서 금성(경주)을 공격하였는데, 이들을 막아서 대항할 수 없었다. 그때 홀연히 기이한 병사들이 와서 도와주었는데, 모두 귀에 대나무 잎을 꽂고 적을 공격하여 쳐부수었다. 적군이 물러간 뒤 그들이 돌아간 곳을 알지 못하였고, 단지 대나무 잎이 미추왕릉 앞에 쌓여 있는 것이 보일 뿐이었다. 이에 선왕이 몰래 도와 준 줄을 알고서 ‘죽현릉(竹現陵)’이라 불렀다. 또는 ‘죽장릉(竹長陵)’이라고도 한다.

 

유언을 어기기 어려워 바닷가에 장례했는데 / 遺命難違葬海邊

파도 사이에 때때로 용의 꿈틀거림 보였네 / 波間時見露蜿

선왕을 추모하려는 무궁한 성의로 / 故將追慕無窮意

높은 대를 쌓으니 중천에 우뚝했네 / 爲築高臺出半天

이는 이견대(利見臺)를 노래한 것이다. ○ 왜국이 자주 신라를 침공하니, 문무왕(文武王)이 이를 근심하였다. 죽어서 용이 되어 왜구를 막아내리라 맹세하고, 동해의 바다 속에 장사지내라 유언하니, 신문왕(神文王)이 따랐다. 장사를 지낸 뒤에 왕이 추모하여 대를 쌓고 그곳을 바라보았는데, 여섯 마리 용이 물속에 보였다. 이로 인하여 ‘이견대’라 이름하였다.

 

칼춤을 추던 때 나이 겨우 열대여섯 / 舞劍年方十五六

왕을 위해 깊이 잠입해 원수를 갚았네 / 爲王深入報王讐

충성은 비록 넉넉하나 효성은 부족했으니 / 忠雖有裕孝非足

어머니 눈을 멀게 한 그대가 난 부끄럽네 / 令母喪明吾汝羞

이는 황창(黃昌)의 춤을 노래한 것이다. ○ 황창이란 자가 있었는데, 나이 열대여섯에 검무를 잘 추었다. 왕을 알현하고 아뢰기를 “신은 청컨대 왕을 위하여 백제왕을 찔러 죽여 왕의 원수를 갚겠습니다.”라고 하여, 왕이 허락하였다. 그는 드디어 백제의 번화한 거리로 가서 춤을 추었는데, 구경하는 자들이 담장 같이 둘러쌌다. 백제왕이 궁궐 안으로 불러들여 춤을 추게 하자, 황창이 그 자리에서 왕을 찔렀다. 드디어 그도 주위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했다. 그의 어머니가 그 소식을 듣고는 울면서 곡하다가 눈이 멀었다.

 

검소를 실천하는 순박한 풍속 옛날에도 하기 어려웠는데 / 躬儉淳風古所難

궁정에서 편 갈라 길쌈을 하여 밤이 되어서야 그만두었네 / 宮廷分績夜將闌

그 놀이를 가배라 이름하고 명절로 삼았는데 / 名曰嘉俳爲節日

지금까지 남은 풍속이 민간에 전해진다네 / 至今遺俗在民間

이는 가배(嘉俳)를 노래한 것이다. ○ 유리왕(儒理王)이 육부(六部)를 나누어 둘로 하고, 두 딸에게 각 부의 여자들을 통솔하여 가을 7월 16일부터 매일 일찍 대부(大部)의 뜰에 모여 길쌈을 하게 하였는데, 늦은 밤이 되어서야 그만두었다. 8월 보름날에 이르러 길쌈한 양의 많고 적음을 비교하여 진 편이 술과 음식을 마련해 사례하였다. 이로 인하여 가무와 온갖 놀이를 하였는데, 이것을 ‘가배’라 하였다.

 

그대가 나의 부친 불쌍히 여겨 수자리 대신하니 / 君憐吾父代防秋

나는 그대가 감을 기뻐해 배필이 되기를 허락했네 / 妾喜君行許好逑

거울을 쪼개 나눠 가지며 믿음을 굳게 보이더니 / 破鏡分持堅示信

수년 후 약속을 지켜 부부가 되어 함께 살았다네 / 他年成約共衾稠

이는 거울을 나누어 가진 일을 노래한 것이다. ○ 설씨녀(薛氏女)는 양민의 딸이었다. 그녀의 늙은 아버지가 수자리를 설 차례가 되었는데, 설씨녀가 아버지를 대신할 수 없음을 한스러워 하자, 가실(嘉實)이란 사람이 대신 가기를 원하였다. 아버지가 말하기를 “그대가 나의 수자리 사는 것을 대신하겠다고 하니, 원컨대 내 딸을 아내로 삼게나.”라고 하였다. 가실이 혼인날을 정할 것을 청하자, 설씨녀가 말하기를 “이미 마음으로 허락하였으니 돌아온 뒤에 정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하고서 곧 거울을 쪼개서 신표로 삼으니, 마침내 길을 떠났다. 가실이 수자리 살러 간 지 6년이 되었으나 돌아오지 않자, 아비가 강제로 다른 사람에게 혼인시키려 하였으나, 설씨녀는 거절하고 따르지 않았다. 가실이 돌아왔는데 옷은 떨어지고 몸은 말라 알아볼 수가 없었다. 이에 나누어 가진 거울을 합쳐 보고는 울부짖었다. 날을 정하여 혼례를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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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집 제1권 / 시(詩)○칠언절구(七言絶句)

서도 유적 12수 〔西都遺跡 十二首〕

 

태고적엔 순박하고 소략하여 군장이 없었는데 / 鴻荒朴略無君長

하늘이 신인을 보내 우리의 왕을 삼으셨네 / 天遣神人作我王

그해는 아득히 먼 요 임금의 무진년이라 / 遙想唐堯戊辰歲

쇠한 세상에 늦게 태어난 날 생각이 가물가물 / 晩生衰季意茫茫

이는 단군묘(檀君廟)를 노래한 것이다. ○ 단군이 태백산(太伯山) 신단수 아래로 내려와 당(唐)나라 요 임금 무진년에 나라를 세우니, 이것이 전조선(前朝鮮)이다.

 

미자는 떠나고 비간은 간하다가 죽었고 / 微子去之比干死

기자가 거짓 미친 것은 도가 다르나 인은 같았네 / 佯狂雖異道同仁

천년토록 여전히 예악을 존숭할 줄 아는 것은 / 千載猶知崇禮樂

팔조의 교화가 우리에게 끼쳤기 때문이리 / 八條遺敎被東人

이는 기자(箕子)의 사당을 노래한 것이다. ○ 주나라 무왕(武王) 13년에 기자를 동국에 봉하니, 이것이 후조선(後朝鮮)이다. 사당은 성 안에 있다.

 

부벽루 앞에는 대동강이 흐르는데 / 浮碧樓前江水流

거울처럼 맑은 물엔 흰 물새 떠 있네 / 澄澄鏡面白鷗浮

장차 대 잎으로 배와 노를 만들어서 / 欲將竹葉爲舟楫

명승을 찾아다니며 마음껏 노닐고 싶네 / 泛向名區任意遊

이는 대동강(大同江)을 노래한 것이다. ○ 패강(浿江)이라고도 한다.

 

천 년의 기자 도읍 백 척의 높은 누대 / 千載箕都百尺樓

붉고 붉은 난간이 맑은 물 위에 떠 있네 / 朱欄丹檻壓淸流

태평성대의 문물 지금은 어디 있는가 / 太平文物今何處

보이는 것 물결 속에 점점의 흰 물새뿐 / 惟見波心點白鷗

이는 부벽루(浮碧樓)를 노래한 것이다. ○ 영명사(永明寺)의 동쪽에 있다.

 

깨끗한 절간은 세상 티끌을 멀리했고 / 蕭灑琳宮隔世塵

고릉이 푸른 강가에 높이도 솟았구나 / 觚稜高壓碧江濱

저녁연기 서린 곳에 종소리가 울려 퍼져 / 暮烟籠處鍾聲起

유명한 누대에 풍치 더해 경치 한번 새롭구나 / 添助名樓一景新

이는 영명사(永明寺)를 노래한 것이다. ○ 기린굴(麒麟窟)의 윗쪽에 있다.

 

동명왕이 기린마를 길러 / 東明王養麒麟馬

올라타고 하늘에 조회 간 흔적 아직도 남아 있네 / 騎上朝天跡尙存

이상한 이야기 황당하다고 누가 다시 따지리오 / 異說荒唐誰復辨

지금까지도 사람들은 천손이라고 말하는데 / 至今人道是天孫

이는 기린굴(麒麟窟)을 노래한 것이다. ○ 부벽루(浮碧樓)의 아래에 있다. 동명왕(東明王)이 기린마를 길러서 그것을 타고 하늘에 조회갔다고 한다.

 

기린굴 남쪽의 조천석이라 부르는 기이한 바위 / 窟南奇石號朝天

기린마 타고 와서 옥 채찍을 사양하였네 / 麟馬騎來謝玉鞭

선인의 발자취 의연하고 바위도 그대로인데 / 仙跡依然石不轉

강산은 아무 말 없이 운무 속에 잠겼구나 / 江山無語鎖雲烟

이는 조천석(朝天石)을 노래한 것이다. ○ 기린굴의 남쪽에 있다. 천마가 오른 흔적이 지금도 바위 위에 있다.

 

당 태종이 몸소 육군을 이끌고 오니 / 唐宗親率六師來

위기일발의 외로운 성 닫고 열지 않았네 / 一髮孤城閉不開

끝내 백우전이 날아와 눈을 맞추니 / 終使玄花落白羽

당당하던 만승 천자도 애처롭게 되었네 / 堂堂萬乘亦云哀

이는 안시성(安市城)을 노래한 것이다. ○ 오석산(烏石山) 아래에 있으며, 험난하고 견고하기가 비할 데 없다.

 

은ㆍ주의 유법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 / 殷周遺法尙依然

구획이 옛 성 주변에 분명히 보이네 / 區畫分明古堞邊

우리나라 사람에게 지극한 은택을 입혀 / 終使東人蒙至澤

태사의 은덕이 천 년 동안 이어지네 / 太師恩德迄千年

이는 정전(井田)을 노래한 것이다. ○ 외성 안에 있다. 기자가 정전의 경계를 구획했는데, 남겨진 흔적이 뚜렷하다.

 

천손이 환난을 피해 강가에 도착했으나 / 天孫逃難到江頭

건너려 해도 다리가 없으니 누가 배를 댈까 / 欲濟無梁孰艤舟

어별이 다리가 되어 마침내 건널 수 있었으니 / 魚鼈成橋終利涉

신성한 분은 범인과 다름을 비로소 알겠네 / 始知神聖異凡流

이는 엄사수(淹)를 노래한 것이다. ○ 부여왕(扶餘王) 금와(金蛙)의 아들 주몽(朱蒙)은 용력이 있고 활을 잘 쏘아 모든 왕자들이 그를 죽이려고 하였다. 주몽이 도망하여 엄사수에 이르러 건너고자 하였으나 다리가 없고, 추격자는 곧 당도하려 하였다. 주몽이 축원하며 말하기를 “나는 천제(天帝)의 아들이고, 하백(河伯)의 외손자이다.”라고 하니, 이에 물고기와 자라들이 떠올라 다리를 만들었다. 강을 건너 졸본천(卒本川)에 도착하여 나라를 세웠는데, 국호를 고구려라 하였다. 또한 졸본부여(卒本扶餘)라고도 부른다.

 

태백산에 사는 곰이 여자로 변하여 / 太伯山熊化女兒

천신에게 시집가서 신령한 이를 낳았네 / 天神仍嫁誕神姿

나라 사람이 추대하여 군장으로 삼으니 / 國人推戴爲君長

동토에 나라 세움이 이때부터 시작되었네 / 東土爲邦始此時

이는 태백산(太伯山)을 노래한 것이다. ○ 묘향산(妙香山)이라고도 한다. 곰 한 마리가 항상 신에게 빌었는데, 사람의 몸이 되기를 원하였다. 신이 영약을 주면서 먹게 하였는데, 곰이 드디어 여자로 변하였다. 이 여자가 아들을 낳으니, 이분이 단군(檀君)이시다.

 

물가에서 놀던 아가씨 이름은 유화인데 / 水邊兒女柳花名

해모수와 서로 만나 연정이 싹텄네 / 慕漱相逢卻有情

햇빛 비치자 임신이 되어 큰 알을 낳았는데 / 日照有娠生大卵

알에서 기이한 영웅 탄생할 줄 누가 알았으랴 / 卵中誰識誕奇英

이는 우발수(瀀渤水)를 노래한 것이다. ○ 금와왕이 우발수에서 여자를 만나 물었는데, 여자가 대답하기를 “나는 하백의 딸로 이름은 유화(柳花)입니다. 자칭 해모수(解慕漱)라는 남자가 나를 압록강변의 집으로 유혹하여 사통하고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부모님께서 중매도 없이 남을 따라갔다고 나를 꾸짖고, 마침내 이곳으로 귀양을 보냈습니다.”라고 하였다. 금와왕이 이상히 여겨 어두운 방안에 유폐시켰는데, 햇빛이 몸에 비춘 뒤로 임신하여 큰 알을 하나 낳았다. 그것을 따뜻한 곳에 두었더니, 남자가 껍질을 깨고 나왔다. 이분이 주몽(朱蒙)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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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집 제1권 / 시(詩)○칠언절구(七言絶句)

구곡시 병서 〔九曲詩 幷序〕

 

중국에 무이산(武夷山)이 있는데, 높이가 3백 길이고 둘레가 1백여 리이며, 큰 산봉우리가 36개나 있다. 양쪽 언덕 절벽 사이 인적이 드물게 이르는 곳에 맑은 시내가 아홉 굽이 돌아 그 사이에서 흘러나온다. 시냇가에 무이정사(武夷精舍)가 있는데, 회암(晦菴) 주선생(朱先生)이 은거해 공부하던 곳이다. 선생이 구곡시(九曲詩)를 지었는데 세상에 전한다.

지금 이 금천(琴川) 아홉 굽이의 아름다운 절경이 또한 무이산의 선경과 어찌 다르겠는가. 다만 그 지형을 따라 그 이름을 붙이고, 풍류를 흉내 내기를 회암처럼 한 사람이 없어 명승이 묻혀서 전해지지 않게 된 것이다.

지금 이곳에 살면서 그 실상을 고찰해 보니, 두류산은 곧 방장산이고, 방장산은 삼신산(三神山) 중 하나이다. 진 시황ㆍ한 무제가 가보기를 원했으나 보지 못한 산이니, 산 가운데 신령스럽고 기이한 것이 어찌 무이산뿐이겠는가. 방장산은 수많은 계곡과 바위봉우리가 있으며 옥 같은 시내가 다투어 흐른다. 그 물이 흘러 촉석루(矗石樓) 앞을 지나니, 촉석루는 영남 제일의 산수가 아름다운 명승이다. 청천(菁川)의 향기로운 풀이 어찌 한양의 나무와 앵무주보다 못하겠는가. 금천(琴川)의 근원은 두류산에서 발원하여 굽이굽이 흘러내려 청천이 되고, 아래로 내려와 남강이 되며, 다시 내달려 금천이 된다. 그렇다면 금천의 구곡은 실로 두류산의 온갖 계곡에서 연유한 것이니, 무이산의 천 겹의 물이 흘러내려 구곡이 된 것과 비교해 어찌 양보할 수 있겠는가. 지금 내가 이미 그 땅을 이름하여 구곡수(九曲水)라 하고, 그 뜻을 읊어 구곡시를 지어서 동약(洞約)의 뒤에 이어 쓴다.

우리 마을 모든 사람들만은 함께 조약을 준수하고, 같이 아름다운 풍속을 이루며, 함께 경치 좋은 곳에서 노닐고, 같이 아름다운 일을 감상할 것이다. 화락하고 만족하여 자연스레 태고의 순박하고 검약한 세계로 들어가게 되어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이 그르며, 어떤 것이 영화롭고 어떤 것이 욕되는 것인지를 알지 못하게 될 것이다. 아침에도 이와 같이 하고 저녁에도 이와 같이 하며, 봄에도 이와 같이 하고 가을에도 이와 같이 하며, 금년에도 이와 같이 하고 명년에도 이와 같이 하면, 늙음이 장차 이르는 줄도 알지 못한 채 우리 생을 마칠 때까지 소요할 수 있을 것이다. 하늘과 땅 사이에 다시 이 즐거움보다 더한 것이 있겠는가. 여러 군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부사야로(浮査野老)는 글을 써서 동지들에게 보인다.

일곡은 봉학대(鳳鶴臺)이다 백동(栢洞)의 남쪽에 있다. 서쪽으로 큰 들판에 임해 있고, 남쪽으로 긴 숲이 바라보인다. 두 시내가 푸른 물줄기를 끌고 흘러오며, 세 산이 푸른빛을 모아 솟아있다. 천 길 푸른 절벽이 좌우로 둘러있고, 백 그루 푸른 솔이 앞뒤로 치솟아 그늘을 이루고 있다. 봉황대와 황학루의 경치를 겸비하고 있기 때문에 봉학대라 이름하였다.

 

일곡은 물이 흘러 와 돌아나가는 봉학대이니 / 一曲流廻鳳鶴臺

맑고 잔잔하여 명경지수 새로 열린 듯하네 / 澄澄漾漾鏡新開

세 산봉우리 두 줄기 강은 지금도 옛날과 같은데 / 三山二水今猶古

귀신 울린 시선보다 재주가 부족함을 부끄러워하네 / 愧乏詩仙泣鬼才

 

이곡은 황류연(黃柳淵)이다 봉학대의 북쪽에 있다. 깊은 곳은 배로 건너야 되고, 얕은 곳은 걸어서 건널 수 있다.

이곡은 넘실넘실 흐르는 황류 여울이니 / 二曲溶溶黃柳灘

깨끗한 모래 흰 돌 위를 내달리며 소용돌이치네 / 明沙白石走瓊湍

고기잡는 어부는 흥망의 일에 관심이 없어 / 漁翁不管興亡事

오직 백사장 물새와 벗하며 낚싯대를 드리웠네 / 唯伴沙鷗把一竿

 

삼곡은 어풍정(馭風亭)이다 수안정(數鴈亭)의 서쪽에 있다. 천 길의 높은 바위가 교룡의 굴을 내려다보고, 백 척의 긴 소나무가 바위 위에 높이 솟아 있다. 옛날에는 정자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한 지방의 이름난 구역이어서 노니는 사람들이 술을 가지고 왕래하는 자가 끊이질 않는다. 어관포(魚灌圃)의 〈명홍정상량문(冥鴻亭上梁文)〉에 “어풍정에서는 어지러워 아래를 엿보기 어렵다.”라고 하였다.

바람 몰던 신선은 떠나버려 자취가 없고 / 馭風仙子去無蹤

삼곡의 바윗가엔 백 척의 소나무만 서있네 / 三曲巖邊百尺松

아득한 연무 물결 누가 맡아 다스리는지 / 淼淼烟波誰管領

주인 없는 옛 낚시터엔 푸른 이끼만 끼였네 / 舊磯無主碧苔封

 

사곡은 와운뢰(雲瀨)이다 북평(北坪)의 서쪽 장담(長潭) 일대의 10리쯤 가로지른 곳에 있다. 여울가에 평평하고 무성한 매우 넓은 곳이 있는데, 마을 사람들이 봄ㆍ가을로 수계(修禊)하는 곳이다.

서쪽 두둑 구름을 간 곳은 와운뢰인데 / 耕雲西畔雲汀

사곡의 장담에 맑은 물이 다시 고였네 / 四曲長潭淡更渟

중양절과 삼짇날에 수계하는 이곳 / 九九三三修禊地

풍류가 어찌하면 진나라 난정과 같으리 / 風流何似晉蘭亭

 

오곡은 적벽만(赤壁灣)이다 수청포(水淸浦)의 남쪽에 있다. 어떤 이가 말하기를 “오곡(吳谷)이 그 동쪽에 있다. 옛날 적벽(赤壁)이 오(吳) 땅에 있었으니, 또한 오(吳) 자를 따서 이런 이름이 있게 된 것이다.”라고 하니, 옳은지 그른지 모르겠다. 그 동쪽에 붉은 절벽이 빙 둘러있기 때문에 ‘적벽’이라 이름하였다. 아래와 위에 연못이 있는데, 두 연못의 물고기들이 왕래하는 길에 봄물이 불어나면 어부들이 그물을 가지고 모여든다. 그래서 ‘어부들 그물 들고 새로 흐르는 물을 쫓네.’라는 구가 있게 되었다.

달 밝고 바람 청명한 임술년 가을 / 月白風淸壬戌秋

소선이 흥이 나서 목란주를 띄웠네 / 仙乘興泛蘭舟

오곡은 지금 누가 주인이 될까나 / 五曲如今誰作主

어부들 그물 들고 새로 흐르는 물을 쫓네 / 漁郞携網逐新流

 

육곡은 송강진(松江津)이다 송강(松岡)의 아래에 있기 때문에 ‘송(松)’으로써 이름하였으며, 용당(龍堂)이라 하기도 한다. 옛날 나의 벗 하자상(河子常)이 그 위에 집을 짓고 살았는데 지금은 없다. 옛날 송강(松江)에 보리자(甫里子)가 은거하였으므로 강호산인(江湖散人)이란 말이 있게 되었다. 나루에 배가 있다.

나는 강호에 사는 한 사람 산인이니 / 我是江湖一散人

행장이 가는 곳마다 천진에 맡기네 / 行裝隨處任天眞

육곡은 맑고 맑아 연무 물결 활발하니 / 六曲澄澄烟浪闊

붓은 걸어두고 길이 흰 물새와 친해보리 / 筆牀長與白鷗親

 

칠곡은 반구주(伴鷗洲)이다 부사정(浮査亭)의 동쪽에 있다. 정유년(1597, 선조30) 여름에 내가 금릉(金陵)으로 피란했다가 경자년(1600, 선조33) 봄에 비로소 고향에 돌아와 이곳에서 피서하였다. 그래서 반구(伴鷗)로 이름하였다. 상세한 내용은 〈반구정기(伴鷗亭記)〉에 있다.

반구정 아래 있는 반구주의 모래톱 / 伴鷗亭下伴鷗洲

일찍이 한가한 이가 그 언덕을 차지했지 / 曾是閒翁占斷丘

기심도 잊고 세상도 잊고 나도 잊어버리니 / 忘機忘世兼忘我

칠곡이 내가 물러나 은거할 곳인 줄 알겠네 / 七曲知爲我菟裘

 

팔곡은 임강정(臨江亭)이다 읍벽당(挹碧堂)의 동쪽에 있다. 정자 아래에서 곧장 발봉(鉢峯) 앞까지 흐르는 것을 예로부터 ‘연우계(烟雨溪)’라 하였다. 지금 살펴보니 푸른 산이 골격을 드러내고 푸른 물이 세차게 흐르며, 기이한 형태가 희뿌연 안개비 속에서 절묘하여 꼭 그림 속의 진한 먹물의 모양과 같았다. 그러므로 임강정이라 이름한 것이다.

임강정에서 걸어 나와 작은 배를 띄우고 / 步出江亭泛小舟

뱃전에 기대 남쪽을 보니 물이 하늘에 닿았네 / 倚舷南望水連天

팔곡이 기이한 모양을 더한 것 알고자 했는데 / 欲知八曲添奇狀

안개비 뿌옇게 끼어 온 시내에 가득하구나 / 烟雨空濛滿一川

 

구곡은 경심담(瓊心潭)이다 월아산(月牙山)의 북쪽에 대둔동(大遯洞)이 있는데, 대둔동 입구에 경신담(瓊新潭)이 있다. 경신담의 좌우에 절벽이 마주 보고 있는데, 왼쪽을 학서암(鶴棲巖)이라 하고, 오른쪽을 경신암(瓊新巖)이라 한다. 경신암 아래 긴 시내의 깊고 또 맑은 곳을 경신담이라 한다. 여기에 이르면 산이 더욱 푸르고 물이 더욱 푸르러 산빛과 물빛이 서로 물들어서 다른 빛이 없고, 푸른 버들과 흰 모래가 비쳐서 다른 사물이 보이지 않는다. 인가가 멀리 떨어져 있어 신선의 풍취가 자못 많기에 내가 이를 기뻐하였다. 매년 봄과 가을에 어른과 아이들을 데리고 작은 배를 타고서 물고기 잡거나 나무를 하면서 짧고 가벼운 노로 끊임없이 왕래하였다. 학서암 위에 몇 칸의 정사를 짓고자 하였으나 할 수 없었다.

천 길의 비취빛 절벽 아래 푸르고 깊은 물이 둘러 / 翠壁千尋擁碧泓

산은 더욱더 푸르고 물은 더욱더 맑네 / 山增而綠水增淸

구곡을 찾아 갈수록 더욱 아름다운 풍경 / 行尋九曲更佳絶

무이구곡과 더불어 어디가 더 나은지 묻노라 / 問與武夷誰弟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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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집 제1권 / 시(詩)○칠언절구(七言絶句)

양직당팔영〔養直堂八詠〕

 

두세 띳집이 대숲 주변에 있으니 / 兩三茅屋竹林邊

아침저녁으로 푸른 연기 피어나네 / 暮暮朝朝起翠烟

만약 계속 이어져 끊어짐이 없다면 / 若使連連無斷絶

밝은 세상 태평성대인 줄 알 수 있으리 / 可知昭代太平天

이는 대숲의 밥 짓는 연기를 노래한 것이다.

 

강물은 구리를 닦은 듯 거울처럼 맑고 / 江水磨銅鏡樣淸

밤에는 고기잡이 불빛 찬란한 별처럼 밝네 / 夜來漁火燦星明

한산사 어느 곳에 있는지 알지 못하겠네 / 不知何處寒山寺

드문 종소리 깊은 밤에도 들리지 않으니 / 未聽鍾夜半聲

이는 강 위의 고기 잡는 불빛을 노래한 것이다.

 

다섯 봉우리 길게 뻗어 동쪽 변경을 둘렀고 / 五峯連亘遶東邊

비취빛 일산 같은 소나무 우거져 산꼭대기에 있네 / 翠蓋森羅上上巓

뒤늦게 시들어 절개 변치 않음 알려거든 / 欲識後凋無變節

엄동설한 눈서리 내릴 때 이 나무를 보게나 / 要看霜雪歲寒天

이는 고개의 빼어난 푸른 소나무를 노래한 것이다.

 

맑은 남기가 푸른 산허리를 가로 둘러 / 晴嵐橫帶碧山腰

시인의 빼어난 흥취 일어남을 북돋우네 / 添助詩人逸興飄

어찌하면 용면의 채색하는 붓을 휘둘러서 / 安得龍眠揮彩筆

이 경치 옮겨다 인어가 짠 비단에 넣을 수 있을까 / 移將此景入鮫綃

이는 산을 두른 맑은 남기를 노래한 것이다.

 

가을 오자 연못물엔 찌꺼기가 가라앉아 / 秋來潭水絶塵淆

달빛과 물빛이 위아래에서 서로 비추네 / 月色波光上下交

이 한 이치의 청명함을 누가 터득하였는가 / 一理淸明誰會得

청컨대 소자를 따라 그 요점을 묻고 싶네 / 請從邵子問其要

이는 맑은 못의 밝은 달을 노래한 것이다.

 

푸른 절벽 둘러 감싼 넓은 들녘 동쪽에 / 翠壁周遭廣野東

찬바람이 제때에 불어 단풍이 찬란하네 / 霜風時起耀丹楓

저녁나절 난간에 기대 참된 흥취 이루어지니 / 憑軒一夕成眞趣

시 읊고자 하나 말이 졸렬할까 도리어 꺼리네 / 欲詠還嫌語未工

이는 푸른 절벽의 단풍을 노래한 것이다.

 

어부들은 그물 들고 삼선도에 모여서 / 漁人網集三仙島

돌을 베고 도롱이 펴고 밝은 달 아래 누웠네 / 枕石披簑卧月明

밤은 깊고 물은 차가워 고기는 입질도 않으니 / 夜深水寒魚不食

한가롭게 두세 곡 노래를 공연히 부르게 하네 / 空敎閒唱兩三聲

이는 남쪽 섬 어부들의 노래를 노래한 것이다.

 

봄풀이 우거져 비취빛이 뒤섞이자 / 春草茸茸翠色交

벗을 불러 송아지 몰고 동쪽 교외로 향하네 / 呼朋呼犢向東郊

짧은 피리로 두세 곡을 멋대로 부는데 / 橫吹短笛聲三兩

누가 궁상과 육요를 분별하리 / 誰辨宮商與六

이는 동쪽 교외 목동들의 피리소리를 노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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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집 제2권 / 시(詩)○칠언율시(七言律詩)

봉강의 〈회목린정〉에 차운하다 3수 〔次鳳岡會睦鄰亭韻 三首〕 정자는 금산(琴山)의 황류탄(黃柳灘) 가에 있다.

 

두류산과 집현산을 두루 보고 나니 / 歷覽頭流與集賢

붓끝에서 풍연이 일어남을 때로 보네 / 毫端時見起風烟

왕자교의 학을 타고 속세를 벗어나려 하고 / 欲驂喬鶴超塵世

소사의 난새를 몰아 땅 위의 신선을 배우려 하네 / 擬駕簫鸞學地仙

우뚝한 바위가 물결 속에 거꾸로 선 것을 보니 / 望裏危巖波裏倒

눈에 보이는 진경이 꿈속에서 본 것과 같네 / 眼中眞境夢中懸

그대들 중에 시에 능한 아우를 다시 벗하니 / 多君更友能詩弟

사강락은 사혜련이 있음을 응당 자랑하는 듯하네 / 康樂應誇有惠連

 

봄을 보내는 즐거운 모임 푸른 산머리에서 하니 / 送春佳會碧山頭

손님과 주인이 동서에서 와 멋진 놀이 마련했네 / 賓主東西辦勝遊

큰 들녘이 사방에 둘러있어 물들인 듯 푸르고 / 大野四圍靑似染

긴 강 가운데를 가로질러 기름처럼 녹색일세 / 長江中割綠如油

만물의 품성이 천지의 혜택임을 이에 알았고 / 仍知物性乾坤惠

인생은 우주의 떠돌이임을 더욱 깨달았네 / 轉覺人生宇宙浮

좋은 때에 벗들이 빨리 모여 참으로 다행이니 / 簪盍良辰眞一幸

모름지기 환백을 들어 온갖 근심 부숴버리세 / 須將歡伯破千愁

 

나는 부사정에 거주하고 그대는 봉강에 사니 / 我住浮査君鳳岡

정자의 구름과 안개 낀 숲이 아득히 푸르르네 / 亭雲煙樹杳蒼蒼

사귐이 대대로 이어짐은 당의 한유와 이한이고 / 交連父子唐韓李

의리로 혼인을 맺은 것은 진의 사씨와 왕씨라네 / 義結婚婣晉謝王

집현산에 말고삐 나란히 하고 절을 유람했고 / 共轡賢山遊梵宇

옥동에서 옷깃 나란히 하고 향교를 방문했었지 / 聯襟玉洞訪周庠

기이한 바위가 푸른 강가에 있음을 알았으니 / 奇巖知在滄江上

시원한 바람 몰고 가 옥 술잔을 기울이려네 / 欲馭泠然倒玉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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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집 제2권 / 시(詩)○칠언고시(七言古詩)

본 것을 기록한 일장으로 장은 50구이다 경자년(1600, 선조33) 〔記所見一章 章五十句 庚子〕

 

금년 봄에 부사정을 새로 지었는데 / 今春創立浮査亭

위는 풀로 덮었으나 아래는 꾸미지 못했네 / 上覆以草下未

금년 가을에 낙성을 노래하리라 생각하고서 / 今秋準擬歌落成

인력을 빌려 동오곡에서 재목을 베었네 / 借力伐材東吳谷

동오산은 매우 높아 하늘에 닿을 듯하여 / 東吳之山高薄天

늙은이가 오르다 자빠지고 엎어졌네 / 老脚登登或顚蹶

목수 따라 넝쿨 잡고 산꼭대기에 오르니 / 隨匠攀蘿上上頭

요초들 자리처럼 돌 모서리에 붙어 있네 / 瑤草如茵倚石角

쩡쩡 울리는 도끼소리 바위산에 요란한데 / 丁丁斧響亂巖巒

낙락장송은 몇 천 척인지 / 落落長松幾千尺

용과 범이 넘어지는 듯 잠깐 사이에 / 龍顚虎倒頃刻間

흰 날이 번득이니 산 귀신도 우는구나 / 白刃閃閃山鬼泣

서리 맞은 껍질은 비에 젖어 오이처럼 깎이고 / 霜皮溜雨削如苽

장단과 방원은 먹줄에 맡겨 재단하네 / 長短方圓任繩墨

좋은 재목이 제때를 만남에 이미 감탄하였고 / 旣歎良材有遇時

또 훌륭한 장인이 능히 일할 수 있어 기쁘네 / 又喜良工能食力

얼마 후 흰 옷을 입고 나는 듯이 오는 이 / 無何白衣翩翩來

이들은 강씨 집안의 쌍백벽이라네 / 云是姜家雙白璧

구름 헤치고 내가 있는 곳을 찾아 이르니 / 披雲尋到我所在

홀로 있다가 발소리 듣고서 어찌 기뻐하지 않으리 / 獨坐聞跫寧不悅

풀과 나무 빽빽이 우거져 길 또한 막혔는데 / 草樹蓊密路且阻

그대들 무엇 하러 갑자기 왔는지를 물었네 / 問爾何爲來欻忽

대답하기를 “우리 형제가 서로 말하기를 / 曰吾兄弟相謂曰

‘어르신께서 산등성이에서 홀로 계신다니 / 丈人孤眠在山脊

그 사이에 어찌 가서 뵙지 않으리’라고 하고서 / 盍往見之於其間

반나절 틈을 내 무료함을 위로하러 왔습니다” 하네 / 半日偸閒慰岑寂

그 때문에 낚싯대 가지고 천천히 걸어가 / 所以持竿緩緩行

시냇가에 낚싯대 드리워 금빛 붕어 잡았네 / 垂釣溪頭引金

던지고 당겨서 한 망태기 가득 차니 / 投焉曳焉一

창려가 온수에서 낚시질 한 것과는 다르네 / 不似昌黎溫水得

큰 놈은 회쳐먹고 작은 놈은 매운탕 끓이고 / 大者膾之細者烹

좋은 쌀로 밥하며 누런 밤도 사이에 넣었네 / 炊以香粳間黃栗

어린 남녀 종이 지고 또 이고 오니 / 單僮丱婢負且戴

소반 가운데 음식이 조금 차려졌네 / 盤中飣餖稍羅列

아! 이들의 마음씀이 참으로 근면하여 / 嗟嗟此意良以勤

보러 온 것 감탄하니 정이 얼마나 지극해지는가 / 看來感歎情何極

음식 먹는데 어찌 배부름을 꺼리겠는가 / 食之何憚腹果然

실컷 먹자 제후도 부럽지 않음을 더욱 느끼네 / 飽飫轉覺輕侯伯

얼마 후 두 사람을 홀연히 작별하여 떠나고 / 俄然兩生忽辭去

일을 마친 그늘 언덕엔 어두운 빛이 드리우네 / 役罷陰崖生暝色

파리한 말 타고 저녁에 가정촌에 투숙하니 / 驅羸暮投柯亭村

마을 이름 가정이나 채옹의 피리는 없네 / 村是柯亭無蔡笛

쓸쓸한 울타리엔 개와 닭 울음소리 드문데 / 籬落蕭條鷄犬稀

황혼녘의 한 초가에서 휴식하였네 / 黃昏息一茅屋

주인 늙은이의 성명은 최철문으로 / 主翁姓名崔鐵文

부부가 같이 사는데 모두 백발이네 / 夫婦同居皆白髮

연로하고 가난하며 자손도 없으니 / 年老貧窮無子孫

머지않아 구렁에 뒹굴 것을 알겠네 / 明知不遠顚溝壑

관솔불 밝히고 과일 한 바구니 내게 대접하니 / 明松饗我一笥果

정규의 알과 푸른 껍질의 콩이라네 / 虬卵與靑皮菽

스스로 말하기를 “이 마을에서 나고 자라 / 自言生長此村中

눈으로 태평시대의 세상을 보았습니다 / 目見太平時日月

풍속은 순박하고 아름다워 밭 갈고 우물 파기 편안하며 / 風淳俗美耕鑿安

티끌 맑아진 세상은 어지러운 연기 그쳤었지요 / 塵淸四海狼烟熄

그런데 어찌 알았으리 늘그막에 난리를 만나서 / 那知將老遭亂離

가산을 탕진하고 바위 굴 속에 숨을 줄을 / 蕩盡家財竄巖穴

이제 비록 고향 땅으로 돌아간다 해도 / 如今縱得返鄕土

열 번 죽을 뻔한 여생 다시 살기 어렵겠지요 / 十死餘生難更活

더구나 다시 해마다 요역과 부세가 번다하고 / 復年年徭賦煩

서리들이 날마다 세금 독촉 급하게 하는데요 / 吏胥日日催科急

세금 독촉 비록 급하나 근력이 쇠하였으니 / 催科雖急筋力衰

두 늙은이가 살림 꾸리는 데 무슨 물건 있으리오 / 翁姑營家有何物

손님이 누추한 집에 오셨는데 대접할 것이 없으니 / 賓來陋幕待無計

단지 몸 편히 온돌에서 주무시길 원합니다” 하네 / 但願身安宿溫突

나는 흐뭇하게 잠자리에 들어 단꿈을 꾸었고 / 怡然就寢夢寐甘

불러 깨우는 소리에 일어나니 창은 이미 밝았네 / 喚起聲中已白

동틀 무렵 말을 타고 숲 밖으로 나오니 / 平明騎馬出林外

남쪽 들녘 동쪽 들판에 늦벼가 익어가네 / 南陌東阡晩稻熟

송현을 넘어 송강을 지나면서 / 松峴逾來過松岡

머리 들어 바라보니 어찌 나를 슬프게 하는가 / 擡看胡爲令我

평생의 지기였던 하 고인이 / 平生知己河故人

정사를 짓고 매화를 심어 이곳에서 생활했네 / 構齋蒔梅此棲息

초연히 가슴속 운치는 속세를 멀리 벗어나 / 翛然襟韻逈出塵

옥 나무처럼 밝은 모습으로 바람 앞에 섰었지 / 皎如玉樹風前立

얼마나 다행인가 내 삶이 말계에 의탁하여 / 何幸吾生托末契

스스로 진뇌의 아교 속 옻이 되고자 기약했지 / 自期陳雷膠裏漆

나에게 권하기를 띠를 베고 남쪽 언덕을 깎아서 / 勸我誅茅南崖

난간 기둥으로 하여금 교룡의 굴을 누르게 하고 / 將使欄楹壓蛟窟

바위틈에 깃들어 마주보고 서로 왕래하는 것을 / 巖棲相對互來往

온생이 낙수의 남북에 있던 것처럼 하자고 하였네 / 有似溫生洛南北

아름다운 기약 이루기 전에 일은 이미 어긋나 / 佳期未遂事已訛

해지는 산양에서 공연히 머뭇거리네 / 落日山陽空躑躅

남은 터는 쓸쓸하고 담장도 무너져서 / 遺墟寥落墻砌頹

풍광 있던 한 구역은 초동목동 놀이터가 되었네 / 一區風烟屬樵牧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 마음 슬퍼지는데 / 靜言思之傷我心

오직 긴 강물만 쉬지 않고 흐르는구나 / 惟有長江流不歇

쉬지 않고 흘러도 건너기는 잠깐일세 / 流不歇兮渡須臾

부사정을 바라보고 말을 빨리 달리노라 / 瞻望査亭載馳疾

사립문 떨어졌어도 누워서 상관 않으니 / 柴扉剝落不關

이 우활한 유생의 삶이 졸렬함을 알겠네 / 知是迂儒生理拙

손자들 밤 줍다가 내가 오는 것을 보고서 / 兒孫拾栗見我至

다투어 와서 옷자락 당기니 누가 성내며 꾸짖으리 / 爭來挽衣誰嗔喝

방안에 비록 한 동이 술은 없으나 / 室中雖無酒一樽

책상 위엔 일천 질의 책이 있다네 / 案上便有書千帙

책을 펴고 큰 소리로 한 권을 다 읽으니 / 開卷高聲讀一遍

마치 앓다가 소생한 듯 마음이 쾌활하네 / 如病得蘇心快豁

천 년 전의 가르침 밝고 밝게 실려 있어 / 千年謨訓載昭昭

만고의 흥망을 역력히 볼 수 있네 / 萬古興亡看歷歷

이번 걸음 한 마디 말이 없을 수 없어 / 此行不可無一語

애오라지 붓을 들고 그 전말을 기록하네 / 聊命尖奴記顚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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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집 제2권 / 시(詩)○칠언고시(七言古詩)

본 바를 기록한 장편〔記所見長篇〕

 

만력 경신년 삼월 늦은 봄날 / 萬曆庚申三月暮

부사야로 나귀 타고 나들이 하였네 / 浮査野老騎驢出

먼저 방장산에 올라 은자를 찾아보고 / 先登方丈訪隱淪

또 집현산에 들어가 석실을 두드렸네 / 又入賢山叩石室

동림을 지나다 옛 벗을 생각하여 읊었는데 / 行過桐林詠思舊

동림에는 옛날 최군의 집이 있었다네 / 桐林古有崔君宅

최군은 바로 나의 옛 친구이니 / 崔君乃是吾故人

순흠이 그 이름이고 자는 여일이네 / 舜欽其名字汝一

가난하게 살아 비록 조석거리도 부족했지만 / 貧居縱乏朝夕資

어버이 봉양에는 늘 맛난 음식이 넉넉하였네 / 養親常看甘旨足

조용한 절간에서 옷깃 나란히 하고 책을 읽었으며 / 聯襟蕭寺對黃卷

머리카락 매달고 등불 밑에서 늘 꼿꼿하게 앉았네 / 懸髮明燈恒兀兀

지금은 지나간 일 날아가는 기러기처럼 아득하여 / 今來往事杳如鴻

갈팡질팡 외로운 내 모습 요동의 학과 같네 / 倀倀孤形等遼鶴

세 사람은 모두 진주가 고향인데 / 三君云是晉鄕一

늠름한 높은 의리 가을 하늘에 닿았네 / 凛凜高義秋天薄

진경 찾아 함께 느린 말을 몰고 가는데 / 尋眞同御段行

시냇물은 합쳐 흐르며 졸졸졸 소리 내네 / 澗水交流鳴㶁㶁

산의 꽃들 다 떨어져 산새는 울고 / 山花落盡山鳥啼

천 층의 높은 곳에는 붉은 철쭉뿐이네 / 只有千層紅躑躅

채찍을 휘두르며 낭랑히 읊으니 야흥이 솟구치는데 / 揮鞭朗吟野興狂

문득 우뚝하게 솟은 절간이 보이네 / 忽見禪宮高

예닐곱의 승려들이 합장을 하고 맞이하는데 / 胡僧六七乂手迎

흰 두건 검은 옷에 면식 있는 이가 없네 / 巾白衣緇無舊識

동쪽 시내 바위에 옛날 자취 남아 있어 / 東溪石面舊蹟存

관란대 세 글자가 푸른 이끼에 새겨졌네 / 觀瀾臺字蒼笞刻

빼어난 자취 도리어 물귀신의 노여움을 사니 / 勝跡還爲水伯怒

미친 물결 부딪혀 쪼개지며 시냇물 솟구치네 / 狂瀾觸劈溪心矗

반석을 배회하며 졸졸 흐르는 물 희롱하고 / 徘徊石盤弄潺湲

연이어 맛난 술 석 잔을 마셨네 / 繼以綠酒三杯酌

승려가 말하기를 “산사엔 별미가 없어 / 僧言山寺無別味

안주는 채소와 산고사리 뿐입니다” 하네 / 肴以園蔬與山蕨

갑작스레 푸른 나무에 어두운 빛이 생겨 / 俄然碧樹暝色生

재촉해 솔 창가로 돌아와 솔 침상에 기대네 / 促返松倚松榻

밤 깊어 고요히 누우니 온갖 잡념 재가 되고 / 夜深靜百念灰

어두워지면 들어가 편히 쉬어야 함을 알겠네 / 向晦方知入宴息

놀라 꿈에서 깨니 새벽 종소리는 울리고 / 籧籧夢覺曉鍾動

누대 머리의 이지러진 달은 창틈을 엿보네 / 樓頭缺月窺

정신은 맑아지고 티끌 번뇌 끊어져서 / 精神灑灑塵慮斷

선정에 든 한가한 중과 적막함을 함께 했네 / 入定閒僧共寥寂

하품하며 일어나기 전에 밝은 태양 솟아 오르니 / 杲杲日出未欠起

심신이 고요하고 한가롭기가 누가 나만 하겠는가 / 身靜心閒誰我若

아! 이번 행차 우연이 아닌데 / 嗟嗟此行非偶然

인간 세상 돌아보니 티끌이 몇 자인가 / 回首人間塵幾尺

다른 해에 만약 이 유람 계속한다면 / 他年如得續玆遊

세 벗에게 기별할 테니 기억하게나 / 寄語三君須記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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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집 제2권 / 시(詩)○칠언고시(七言古詩)

그대를 만나 그대와 얘기하고 노래 한 곡조를 마친 뒤 이 제독 삼성 이 중시를 보러 가는 것을 전송하며 주다〔逢君話君歌一闋贈送李提督 三省 赴重試之行〕

 

그대를 촉석루에서 다시 만나 보니 / 逢君矗石樓

십년 전 난리 중의 옛 얼굴 그대로네 / 十年前亂離中舊面目

그대와 사교당에서 얘기를 나눴지 / 話君四敎堂

황하와 분수 사이의 문중자와 / 河汾上文中子

호학의 호안정이 사업을 떨친 일을 / 湖學裏胡安定奮事業

잘 가르쳐 유생들에게 교화가 흡족하니 / 菁莪化洽靑衿徒

문행충신한 점 법도에 들어맞네 / 文行忠信中彀率

계단에 말을 세워 부사정에 고삐 매니 / 堂階立馬繫浮査

부사 주인이 / 浮査主人

박주 석 잔에 한 그릇 닭고기 기장밥을 대접하여 속마음 부끄럽네 / 待以三杯薄酒一盂鷄黍心內

그대 지금 또 한양 향해 북쪽으로 떠나니 / 如今又向漢北行

용문의 세 계단 위에 올라 또 한 등급 오르길 기약하네 / 期上龍門三級上又一級

산과 강 천 리 길에 여정을 삼가지만 / 關河千里愼行李

가는 길 험난해서 가시밭처럼 힘들겠지 / 行路難行澁如棘

이제 나는 그대를 전송하며 / 今余送子

성인의 육자부를 노자 삼아 주니 / 贐之以先聖六字符

언충신행독경이오 다른 말은 없다네 / 言忠信行薦敬也無他說

그대는 평소 행실을 독실하게 하여 / 知君平日慥慥

책 속의 성인 말씀 이미 마음속에 새길 줄 알지 / 黃卷遺言已佩服

마침내 능히 궁궐문을 밀치고 청운에 들어가 / 終能排紫闥入靑雲

구만리 구름처럼 펼쳐진 길을 활보하며 달리리 / 九萬雲程步闊

미친 듯이 노래 한 곡조를 부르며 / 狂歌一曲

위성곡으로 한 잔 술을 대신하여 전송하네 / 代送渭城一杯酒

대장부의 눈물을 어찌 이별에 뿌리리 / 大丈夫淚何須灑離別

잘 갔다가 잘 돌아오시게 / 好歸去好歸來

가을바람 부는 강가에서 한 통 술을 놓고 / 秋風江上一樽酒

손을 잡고 함께 즐겨보세나 / 携手共行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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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집 제2권 / 시(詩)○칠언고시(七言古詩)

두류산 유람시 병서○계해년(1623, 인조1) 〔遊頭流山詩 幷序○癸亥〕

 

세상에서 치료하기 어려운 병으로 일컫는 것이 벽(癖)이다. 그러므로 사람의 기호 가운데서 중도를 지나친 것을 벽이라 한다. 그런 까닭에 두예(杜預)는 좌전벽(左傳癖)이 있었고,등공(鄧公)은 호마벽(好馬癖)이 있었다. 나는 나의 산수 유람도 거의 벽이라고 말할 만하지 않겠는가. 내 나이 이제 78세이니 늙었다고 말할 만하다. 사람이 늙으면 능히 높은 데 오르거나 험난한 곳을 지나지 못하는 것은 다리의 힘이 쇠하고 기력이 피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히려 스스로 헤아리지 않고, 여전히 스스로 그만두지 못하였다. 억지로 젊은이들과 무리를 지어서 따라다니며, 그들의 부축을 받기도 하고 업히기도 하여 아주 높은 봉우리를 올라 본 뒤에야 그쳤다. 그러니 그 벽됨이 어떠하겠는가.

나의 산수 유람벽이 이와 같다. 그러므로 젊은 시절 한양을 유람할 적에는 백운대(白雲臺) - 삼각산(三角山)의 가운데 봉우리로, 길이 끊겨 오르기 어려운 곳이다. - 에 올랐고, 중년 때 중원(中原)을 유람할 적에는 계족산(鷄足山)- 충주(忠州)에 있고, 절은 우암(牛庵)이 있다. - 에 올랐으며, 늙어서는 동해 연안의 여섯 고을 - 영해(寧海)ㆍ영덕(盈德)ㆍ청하(淸河)ㆍ흥해(興海)ㆍ연일(延日)ㆍ장기(長鬐) - 을 지나면서 유람하였다. 동도(東都)에 가서 봉황대(鳳凰臺)에 오르고 포석정(鮑石亭)을 방문하였으며, 월성(月城)ㆍ계림(鷄林)의 유적을 또한 모두 찾아다녔다. 근래의 유람을 말한다면 홍류동(紅流洞)에 들어간 것이 두 번, 청학동(靑鶴洞)에 들어간 것이 다섯 번, 신흥동(神興洞)에 들어간 것이 세 번, 백운동(白雲洞)에 들어간 것이 한 번이다. 지금 또 두류산 천왕봉에 올라갔으니, 이 늙은이의 유람벽은 죽을 때까지 고치기 어려운 것으로 웃을 만한 일이다. 이에 유산시(遊山詩) 1장을 지었는데, 무릇 86구이다. 시는 다음과 같다. - 구양공(歐陽公)의 〈여산고(廬山高)〉 체제를 본받고, 한창려(韓昌黎)의 〈남산시(南山詩)〉 어법을 사용하였다. -

 

두류산이여 / 頭流之山

높이가 몇 천만 길이 되는 줄 모르겠네 / 高不知幾千萬仞兮

남쪽 끝에 깎아지른 듯 우뚝 솟아 있네 / 截然屹立乎南極

동쪽에는 진한의 옛 도읍이 있고 / 東有辰韓之舊都

서쪽에는 백제의 옛 도성이 있네 / 西有百濟之故國

북녘으로 오색구름 속을 바라보니 / 北望五雲中

그 가운데 봉래궁이 있고 / 中有蓬萊之宮闕

한양 남서쪽에 나누어 지어 자리잡으니 / 分宅占丁戊

뒤에는 백악산이고 앞에는 목멱산이네 / 後白岳前木

아름다운 님이여 아름다운 님이여 / 美人兮美人兮

아침엔 구름이 되고 저녁엔 비가 되는 줄 모르시니 / 不知爲朝雲爲暮雨

나에게 님 그리는 마음 아프게 하네 / 使我思之心惻惻

아래로 땅을 누르고 / 下壓乎后土

위로 하늘에 닿아 / 上薄乎穹蒼

홀로 구름 위로 빼어난 것은 / 獨秀乎雲表者

천왕봉의 우뚝함이네 / 乃是天王峯之突

하늘을 옹립하고 지는 해를 떠받치고서 / 擁乾竇撑西日

우뚝하게 마주 서 있는 것은 / 崔嵬而對立者

또한 반야봉이 치솟은 것이네 / 亦有般若峯之

호남의 서석산과 월출산 / 湖南之瑞石月出

강우의 가야산과 자굴산이 / 江右之伽倻闍崛

머리를 숙이고 엎드려 있어 / 低頭而屈伏

신첩의 모습과 다름이 없구나 / 無異乎臣妾

곤산의 금오산 / 金鰲在昆山

사남에 서려 있는 와룡산 / 龍蟠泗南

화전에 우뚝 솟은 금산 / 錦山峙花田

진주와 함안의 경계에 있는 방어산은 / 防禦界晉咸者

태산 앞의 작은 구릉과 같네 / 等加泰山之於丘垤

혹 쓰러질 듯 동으로 흐르고 / 或靡然東注

혹 누운 듯 북으로 머리 향한 것은 / 或偃然北首者

안음의 덕유산과 / 安陰之德裕

문경의 주흘산이네 / 聞慶之主屹

점치는 거북 등처럼 갈라지기도 하고 / 或似龜圻兆

산가지 점괘처럼 나누어지기도 하며 / 或若卦分繇

올망졸망 우뚝우뚝 솟아 있기도 하고 / 而纍纍然巘巘

들쭉날쭉 또렷또렷 서 있기도 하여 / 參參然煥煥然

이름 붙일 수 없는 것들은 / 不可得以名焉者

이 산을 빙 둘러 받들고 선 여러 산들로 / 衆山之環拱于玆山

동서남북으로 나뉘어 줄을 섰네 / 而分列乎東西南北

우리들은 세심정에서 만나기로 약속했고 / 吾儕結約洗心亭

동행한 여러 사람들은 모두 뛰어나고 빼어났네 / 同行數子摠是豪而特

가을바람이 홀연히 일어나 구름 위로 날아오를 생각하여 / 秋風忽起凌雲思

청려장 손에 쥐고 짚신을 신었네 / 手持靑藜足芒

당당하게 생긴 조형연은 / 堂堂趙瑩然

구척의 큰 키에 용모도 훤칠하고 / 身長九尺兮儀容仡仡

마음이 진실한 김여휘는 / 斷斷金汝輝

낭랑한 옥소리처럼 맑고 맑아서 / 琅琅乎鏘鏘乎

산처럼 우뚝하며 옥빛처럼 찬란하네 / 山立而玉色

조씨 집안의 두 소년은 / 曺家兩少年

기이한 재주 품고 맑은 지취 많으니 / 抱奇才多淸趣

봉의 새끼요 난초의 싹이로다 / 鳳之雛蘭之茁

황이 뒤를 따르니 / 鎤也隨杖屨

이는 우리집 막내 놈이네 / 云是家豚犬末

이웃에 또 언해라는 중이 있어 / 隣僧又有彦海名

불러 향도로 삼으니 석장이 나는 듯하네 / 招爲前導飛杖錫

나란히 줄지어 맑은 시내 따라 오르는데 / 聯裾作隊泝淸流

옥구슬이 울리며 흰 바위를 구르는 듯하네 / 璆璧鏗然走白石

공전촌 밖엔 해가 서쪽으로 지려하고 / 公田村外日將西

살천의 집 앞엔 달이 이미 밝네 / 薩川堂前月已白

노새를 채찍질해 서둘러 객점에 투숙하니 / 鞭驢急投黃店中

상수리 껍질로 엮은 지붕에 대나무 사립 / 覆以橡皮扉以竹

방이 적은 산골 객점 여럿이 자기 어려워 / 山家室少衆難容

이 집 저 집 편의대로 나누어 온돌에서 잤네 / 分占便宜宿溫突

밤중에 이 늙은이 갑자기 배탈이 나서 / 夜半翁忽痛河魚

설사가 물 흐르듯 하여 자주 뒷간에 갔네 / 瀉痢如流如廁數

아침에 일어나니 기력이 다하여 / 朝來擡看氣

조물주가 나의 유람을 시기한 듯하네 / 似有命物兒猜我尋山窟

내 나이 들어 비록 노쇠해도 뜻은 시들지 않아 / 翁年縱衰志不衰

흰죽 먹고 내 뒤틀린 뱃속을 편하게 하였네 / 嚥以白粥安我輪囷之腹

조반으로 나물과 거친 밥 먹어 기운이 평소와 같으니 / 朝哺蔬糲氣如常

하찮은 병 때문에 발길을 돌려 철수할 수 있겠는가 / 以微恙行還輟

제군들과 더불어 다시 길을 나서니 / 因與諸君向前路

지명은 가섭과 마전이라 말하네 / 伽葉麻田地名曰

말에서 내려 지팡이 짚고 비로소 오르니 / 捨馬携杖始登登

구름과 숲은 하늘을 가리고 이끼 낀 바위가 어지러이 있네 / 雲林蔽天兮苔石錯落

어떤 이 부르는 소리 있더니 한참 뒤에 왔는데 / 有人呼號久乃至

허겁지겁 따라온 사람은 진여명이었네 / 陳君汝明追而及

누런 눈썹에 푸른 눈동자로 함께 유람하기로 했으니 / 黃眉靑眼許同遊

풍치 있는 정회가 또한 속되지 않다 할 만하였네 / 風懷亦可謂不俗

돌부리 부여잡고 조금씩 나아가니 / 攀緣石磴寸寸進

다리는 떨리고 숨은 가빠 죽을 것 같았네 / 脚顫息急生偪塞

동행에 한 노복 있으니 / 同行有一奴

그 이름은 선복으로 등골 힘이 좋아 / 仙僕其名多膂力

나를 당겨 등에 업고서 / 挽我背負之

험난한 곳을 거리낌 없이 쉽게 뛰어 넘었네 / 不憚險易能超越

어떤 이가 횃불 가지고 와서 비추어 / 有人束火來照之

황혼 무렵 법계사에 달려 들어갔네 / 黃昏走入法界刹

몸이 이미 가장 높은 곳에 있으니 / 將身已置冣高處

상쾌하기가 바람 타고 하늘을 향하는 듯하였네 / 快若乘風向寥廓

정신 가다듬고 편히 눕자 티끌 생각 재가 되고 / 神安寢塵念灰

인간 세상 굽어보니 모두가 하루살이 같구나 / 俯視人間等蠓蠛

맑은 새벽에 잠이 깨어 아침을 기다렸다 일어나 / 淸晨夢罷待朝起

동쪽 창문을 열고 해돋이를 바라보았네 / 手闢東看日出

동방이 점점 붉은 비단 속으로 들어가면서 / 東方漸入紅錦中

둥근 불덩이가 푸른 바다 모퉁이에서 떠올랐네 / 火輪輾上滄溟角

천지 사방 청랑하고 옥 촛불 켠 듯 밝으니 / 六合淸朗玉燭明

삼라만상이 제각각 그 모습 드러내네 / 物像森羅千萬億

흐르는 강물 띠가 되어 모든 산을 휘감는데 / 江流爲帶束諸山

어느 곳이 진나라와 초나라이며 / 何地是秦楚

어느 곳이 오나라와 월나라인가 / 何地是吳越

이곳은 금수마저 발길 끊어져 / 玆地絶翔走

단지 보이는 것은 푸른 솔과 노송나무와 / 但見蒼松碧檜

단풍사이에 푸른 잣나무가 섞여있는 것이네 / 雜丹楓間翠柏

동쪽의 웅크린 듯한 세존봉은 / 東蹲世尊峯

돌 모서리가 사람이 서 있는 듯 하고 / 石角如人立

서쪽의 우뚝한 문창대는 / 西峙文昌臺

고운의 옛 자취 남겨져 있네 / 孤雲遺舊跡

사람들이 바위에 신선 글씨 새겨졌다고 말하나 / 人言石刻有仙筆

길은 험하고 경계가 끊겨 가 볼 길이 없네 / 路險境絶無由覿

절 안에 무슨 물건이 있는가 / 堂中有何物

서남쪽 벽 아래에 석불이 앉아있네 / 西南壁下坐石佛

복을 구하는 사람들이 끝없이 있어 / 便有無窮求福人

갓을 벗고 두 손 모아 분주히 절하네 / 脫冠攢手拜僕僕

원근의 남녀노소가 / 遠近男女老少

양식 싸고 비단 가지고 왔네 / 贏糧齎帛

끊임없이 줄줄이 계속 이어져 / 綿綿焉延延焉

먼저 온 자들은 산을 내려가고 / 前來者下

뒤에 온 사람들은 올라와서 / 後來者上

뜰을 채우고 길을 메워 끊어질 때가 없네 / 盈庭塡路無時絶

심하구나 혹세무민의 설이여 / 甚矣惑世誣民之說

능히 어리석은 백성을 다투어 빠지게 하네 / 能使愚氓競陷溺

천왕봉 위에 또 성모사가 있는데 / 天王峯上又有聖母祠

세속에서 전하길 고려 태조 어머니가 / 俗傳高麗太祖母

죽어서 신이 되어 이에 의탁했다고 하네 / 死而爲神此焉託

어떤 이는 석가를 낳은 마야부인이 / 或云釋迦之所誕摩倻夫人

서역에서 신령스런 산에 와서 앉았다고 하네 / 來坐神山自西域

황당한 많은 말들을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 荒唐衆說何足信

단지 소상에 분칠하고 붉은 비단 옷 입힌 것일 뿐이네 / 但見塑像塗粉施丹衣錦帛

어떤 사람이 근거 없는 이 말을 퍼트렸는가 / 何人倡此無稽語

온 세상이 파도같이 내달려 제멋대로 넘쳐나네 / 擧世波奔恣淫瀆

아! 나쁜 풍속은 씻어버리기 어렵고 / 嗟哉汚俗難滌去

아! 구습에 물든 것은 변혁하기 어렵네 / 噫乎舊染難變革

옛날 승려 천연이란 자가 문을 밀치고 들어가서 / 昔有浮屠天演者排門突入

성모상을 때려 부숴 절벽에 던졌다네 / 撞碎神軀投絶壁

우리 유가에선 다만 공경하면서도 멀리 하라는 가르침만 지켜 / 吾儒只守敬而遠之之訓

아첨하지도 친압하지도 않네 / 不爲不爲

한가로이 지팡이 가는 곳을 따라 뜻대로 노니니 / 閒隨處任遨遊

명승지 두루 다니며 구속됨이 없네 / 遍踏名區無局束

동쪽을 바라보니 월아산의 푸르름 끝없고 / 東望牙山靑未了

그 기슭에 내 집이 있는 줄 알겠구나 / 知是吾家在其麓

부사정과 반구정의 그윽한 곳에 생활하며 / 浮査伴鷗寄幽棲

가난한 생애에도 만 권의 책을 보았네 / 一瓢生涯萬卷榻

성세에 태어나서 버려진 물건 되었지만 / 生逢聖世爲棄物

은자의 즐거움을 맹세코 말하지 않으리라 / 在澗之矢不告

이제 한가로이 세상 밖에서 노니니 / 今來閒放物表遊

세상사 어지러움은 모두 황록의 꿈이네 / 世事紛紛一隍鹿

창망하게 연무 낀 바다 넓고 아득한 밖에 / 蒼茫烟海浩渺外

누가 왜적의 소굴이 되게 하였는가 / 誰令染齒爲窟穴

해마다 통신사가 서로 왕래하였지만 / 連年信使縱相通

때때로 와서 벌과 전갈 같은 독한 짓을 하였다네 / 時時來肆蠭蠆

임진 계사년의 난리를 어찌 차마 말하리 / 龍蛇亂離那忍道

삼경을 잃고 종묘사직이 거의 전복되다시피 했네 / 三京失守兮廟社幾顚覆

산을 뒤지는 적의 칼날이 이 산에 두루 미치어 / 搜山賊鋒遍玆山

삼을 베듯 살인하니 피비린내 초목을 더럽혔네 / 殺人如麻兮腥血汚草木

얼마나 다행인가 지금 성상의 덕화가 사방에 퍼져 / 何幸如今聖化覃被乎四裔

바다엔 파도가 일지 않아 백성들은 편안한 생활하네 / 海不揚波兮民物安耕鑿

우리들이 산수 간에 능히 유람할 수 있음도 / 吾儕得遊山水間

하나하나가 성상의 은택 아님이 없다네 / 一一無非由聖澤

높은 곳에 오르니 하늘은 닿을 듯하여 / 身高天不遠

머리 위의 별들을 손으로 딸 수 있을 것 같네 / 頭上星辰手可摘

당당하게 활보하니 생각은 얼마나 커지는지 / 步闊意何長

만 리의 산하가 한 눈에 다 보이네 / 萬里山河輸一矚

이 산은 세 가지 다른 이름 얻었으니 / 玆山得名有三稱

두류ㆍ지리ㆍ방장은 옛 전적에 실려 있다네 / 頭流智異方丈載古籍

‘두류산이 높아 저녁구름은 낮게 깔려있네’라고 한 것은 / 頭流山逈暮雲低

이인로가 청학동을 찾은 시이고 / 李仁老詩尋靑鶴

‘지리산 높아 만 길이나 푸르네’라고 한 것은 / 智異山高萬丈靑

포은 선생이 승려에게 준 시이며 / 圃隱先生贈雲衲

‘방장산은 대방의 남쪽에 있다’라고 한 것은 / 方丈山在帶方南

두보의 시 가운데 설명한 말이다 / 杜草堂詩中說

이 산의 신이함은 예로부터 전해졌으니 / 玆山神異自古傳

천추토록 이름이 없어지지 않음을 알겠네 / 知是千秋名不滅

하물며 동해의 삼신산 가운데 / 乎東海中三神山

방장산이 그 하나를 차지하고 있음이랴 / 方丈居其一

상서로움 쌓아 기이한 물산이 끊길 때가 없어 / 儲祥産異無絶時

산 위에는 불사약이 많이 난다네 / 山上多生不死藥

진시황과 한무제가 찾아도 얻지 못한 곳을 / 秦皇漢武求之而不得者

오늘에 내가 두 납극을 신고 들어왔네 / 此日輸吾雙蠟屐

왼손으로 홍애를 오른손으로 부구를 잡으니 / 左挹洪厓右浮丘

모두 신선의 모습에 들어맞네 / 儘是神仙中骨格

걸음마다 연하 머금고 기이한 풀을 꺾으면서 / 餐霞步步拾瑤草

티끌과 안개 뒤섞인 인간 세상 돌아보네 / 回瞰人間塵霧合

신선 유람 마치고 바람 수레 돌리니 / 仙遊旣了返

몸은 날아갈 듯하고 / 飄飄乎身世

정신은 씻은 듯하여 / 灑灑乎精神

넓고 넓게 자득한 듯하네 / 浩浩然如有得

난 모르겠네 공자께서 태산과 동산에 오를 때와 / 吾不知夫子之登泰山登東山

정자가 남여를 타고 사흘간 유람할 때와 / 程子之藍輿三日

주자가 눈 내리는 남악을 유람할 때도 / 晦翁之雪中南嶽

또한 오늘처럼 마음과 눈이 활달해졌는지를 / 亦如今日之豁心目

또 모르겠네 장건이 뗏목 타고 은하수 오른 일과 / 又不知張騫之乘槎

유안의 닭과 개가 선약을 먹고 하늘에 오른 일과 / 劉安之雞犬

왕자교가 학을 타고 하늘에 오른 것이 / 王喬之控鶴

어찌 오늘 우리들이 마음껏 노닌 것과 같을 줄을 / 孰如吾儕今日之恣遊樂

고금의 사람이 같고 다른지를 알 수 없지만 / 古今人同不同未可知

다만 조물주와 한 무리 되어서 / 只與造物者爲徒

산천의 언덕을 소요하기도 하고 / 而逍遙乎山川之阿

인간 세상에 널리 마음대로 놀아 / 放曠乎人間之世

구애됨도 없고 얽매임도 없네 / 無所拘而無所

명승지의 일을 잊을 수가 없어 / 勝事不可忘

돌아와 남긴 자취를 기록하노라 / 歸來記遺躅

이 해는 계해년이고 / 年是昭陽大淵獻

달은 단풍 국화의 계절이네 / 月乃楓丹菊花節

경의당 서익실에서 쓰니 / 書於敬義西翼室

날은 갑진일 초이틀이네 / 日則靑龍旁死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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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헌집 제1권 / 시(詩)

태인 향약계축(泰仁鄕約契軸)

 

인륜 다섯 가지 가운데 / 人倫有五

붕우가 그 하나라네 / 朋友居一

함께 이 세상에 살면서 / 並生斯世

얻기 어렵다는 말이 있지 / 號曰難得

더구나 같은 고을에서 / 矧同一鄕

조석으로 따라 노닒에랴 / 從遊朝夕

벗으로서 인을 도움을 / 以友輔仁

곧 유익한 세 벗이라 하네 / 是謂三益

정성과 믿음으로 계를 이루니 / 作契誠信

끈끈한 정이 교칠과 같다네 / 猶膠與漆

경사엔 반드시 하례하고 / 吉慶必賀

우환엔 반드시 구휼하네 / 憂患心恤

안회와 자로 관중과 포숙이 / 回路管鮑

책에 빛나는 이름을 남겼듯이 / 輝映簡策

산이 닳고 바닷물이 마르도록 / 山礪海帶

시종 변하지 말아야 하리 / 終始不忒

우리 모든 계원은 / 凡我同盟

마땅히 공경하고 본받아야 하리 / 最宜矜式

말로는 뜻을 다하지 못하여 / 言不盡意

거듭 약조를 하네 / 重爲之約

자신의 부귀함을 믿고 / 挾富挾貴

뒤에서는 미워하고 면전에서 기뻐하랴 / 背憎面悅

교묘하게 속이는 갖은 행위들 / 多般巧詐

그 덕을 돌아보지 않음이니 / 不恤其德

어찌 정성과 믿음일까 / 豈曰誠信

신명이 벌하리라 / 神明其

어찌 정성과 믿음일까 / 豈曰誠信

죄가 있으면 마땅히 축출당하리 / 罪當黜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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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헌집 제1권 / 시(詩)

승지 박경윤(朴慶胤) 중손(仲孫) 에게 부치다 박중손의 본관은 밀양이다. 생원으로 을묘년(1435, 세종17)에 병과 제2인으로 급제하고, 참찬으로 정난 공신에 들고 응천군(凝川君)에 봉해졌다. 시호는 공효(恭孝)이다.

 

나이 겨우 마흔에 승정원에 오르니 / 年纔四十步銀臺

세상의 공명이 참으로 으뜸일세 / 世上功名正是魁

어찌 알랴 태산의 산 아래 노인이 / 豈識泰山山下老

근심과 기쁨을 알지 못한 채 그저 한가로이 노닒을 / 不知憂喜漫徘徊

 

계축년에 함께 성균관에서 지낼 때 / 癸丑年同泮舍時

나에게 시서를 주어 주옥을 토했네 / 贈余詩序吐珠璣

형문에 깊이 숨어 지내매 찾아오는 발걸음 드무니 / 衡門斗僻跫音罕

반복하여 자주 외움이 바로 이에 있다네 / 圭復時時念在玆

차운한 박중손(朴仲孫)의 시

 

연나라 소왕은 곽외를 위하여 금대를 쌓았는데 / 燕昭爲隗築金臺

하물며 그대는 재명이 홀로 뛰어났음에랴 / 子才名獨擅

지금 성대에 초야의 숨은 선비를 일으킬 터인지라 / 聖代卽今揚側陋

응당 강호에 오래도록 배회하지 않으리 / 江湖應不久徘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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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헌집 제1권 / 시(詩)

참판 신석조(辛碩祖)에게 차운하다 신석조의 본관은 영산(靈山)이다. 초명은 석견(石堅)이다. 병오년(1426, 세종8)에 생원시에 장원으로 급제하고 같은 해에 병과 제7인으로 급제하여 문예로써 드러났다. 관직은 자헌대부 제학에 이르렀다. 시호는 문희(文僖)이고, 호는 연빙당(淵氷堂)이다.

 

집을 떠난 지 근 일 년 / 離家近朞月

길이 혼몽을 그칠 수 없네 / 魂夢長不撤

어찌하면 남주의 수령이 되어 / 安得南州守

처자를 기쁘게 할 수 있을까 / 能令妻子悅

원운

 

생강은 채소 가운데 귀한 것 / 薑也菜之重

공자가 먹기를 그치지 않았네 / 夫子所不撤

홀연 벗이 고맙게 보내 주니 / 忽得古人惠

마음에 감격과 기쁨을 견딜 수 없구려 / 不勝心感悅

다각(茶角) 어른께 부치다 다각은 불우헌의 다른 호이다.

신석조 제학

 

남북으로 서로 헤어진 지 이미 해를 넘겼는데 / 南北參商已有年

부귀를 뜬구름처럼 보는 그대의 어짊을 생각하네 / 浮雲富貴想君賢

그대를 천거하는 글 이루지 못하고 유유히 지난 채 / 薦書未就悠悠過

오래도록 영관(瀛館)에 있자니 위로 하늘에 부끄럽구려 / 久忝瀛州仰愧天

이 시에 차운한 불우헌 공의 시는 잃어버렸다.

불우헌이 임금의 부름을 받은 것을 하례하다 서문을 아울러 붙이다 ○ 경태(景泰) 2년

김근수(金謹守) 태인 교도(泰仁敎導)

 

지금 주상이 신미년(1451, 문종1) 겨울에 생원 정 선생을 광흥창 승(廣興倉丞)으로 삼았다.

선생은 타고난 성품이 순수하고 아름다우며 학문이 정밀하고 밝았다. 언사는 간명 질박하여 속되지 않고 시문은 전아하여 본받을 만하며, 선을 좋아하는 정성에 돈독하고 일을 처리하는 마땅함에 통하였으며, 너그럽기는 하해(河海)의 넓음과 같고 미덥기는 시귀(蓍龜)의 공정함과 같았으니, 체를 밝히고 용을 쓰기에 충분한 학문과 나라를 경륜하고 세상을 구제하기에 넉넉한 재능이 어찌 우연이었으랴. 다만 운명의 길이 험하여 통하지 않아 누차 청전(靑錢)의 시험에 떨어져서 속절없이 나은(羅隱)의 근심을 품은 것이 한두 해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 마음 속으로 생각하기를, “부귀는 하늘에 달려 있고 궁달은 때가 있는 법이니 쓰임과 버려짐이 나와는 관련이 없고 세상에 행함과 물러나 처함에 있어서는 만난 바에 편안하다. 따라서 얻고 얻지 못하는 것 사이에 내가 무엇을 근심하며 기뻐할 것인가.”라고 하였다.

이에 연하(煙霞) 가운데 은거하면서 세상의 일을 모두 잊고 한가한 가운데 취미를 스스로 택함으로써 정신을 기쁘게 하고 본성을 기르며 평이한 데 처하여 천명을 기다리려 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아름다운 명망이 임금께 알려지니 임금이 크게 공경하고 가탄(嘉歎)해 마지않으면서 빛나는 질직(秩職)을 주어서 여러 관료의 자리에 서게 하였다. 이에 여염에서 기쁘게 듣고 대소가 다투어 하례하니 비록 은(殷)나라 부열(傅說)과 주(周)나라 여망(呂望)이라도 이보다 더 나을 것이 없었다.

아아, 비상한 덕이 있으면 비상한 명이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이니 족히 괴이할 것이 없으나, 초야에 미천하게 있을 때에 대신이 합사(合辭)로 추천하여 주상께 알려 불차(不次)의 작명(爵命)을 입은 영광이 고금에 몇 사람이나 되겠는가. 그 영광과 다행은 실로 언어로 형용할 수 없다. 내가 비록 문장에 재능이 능하지 못하나 오래 전부터 지우(知遇)를 입은 터에 이제 성대한 일을 보게 되니 감히 입을 다물고 있을 수 없어 짐짓 사업의 대략을 서술하고, 이어서 율시(律詩) 한 수를 지어서 선생이 풍운(風雲 임금과 신하의 비유)의 제회(際會)를 타고 일월의 광채에 의지함을 하례한다.

 

시산에서 기량을 감추어 의로운 명성 멀리 전하니 / 藏器詩山義聞長

대신이 추천하여 우리 왕께 아뢰었네 / 大臣推薦啓吾王

임금의 조서가 삼준을 구하매 / 九重鳳求三俊

만리의 붕정이 사방에 이르네 / 萬里鵬程達四方

말을 달려 서울에 들어가니 산색이 움직이고 / 馳馹朝天山動色

높은 관에 띠를 묶으니 골짝에 광채가 더하네 / 峩冠束帶谷增光

그대여 충성을 바쳐 나라를 위함을 저버리지 말게나 / 輸忠許國君休負

청사에 이름이 전하여 영세토록 빛나리라 / 靑史流名永世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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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헌집 제1권 / 시(詩)

또 율보에게 부치다

 

한 인군의 아래 백관의 윗 자리 / 一人之下百官上

은총 가운데 위태함을 생각하여 맹세코 마음 없었네 / 居寵思危矢靡他

문득 소홀한 데서 변고가 생김은 그대가 익히 아는 터 / 毫忽變生君所講

잠시 고요한 곳에서 풍파가 일어나네 / 須臾靜處起風波

 

바둑 두는 지혜에 비록 수가 많으나 / 圍碁運智縱多籌

분수 밖의 높은 관직은 반드시 구할 것 없네 / 分外高官不必求

하찮은 의복이라도 없으면 겨울을 넘기기 어려운데 / 無褐無衣難卒歲

누가 나에게 추위 견딜 가죽옷을 줄 것인가 / 誰將惠我禦冬裘

 

대과에 급제하지 못한 채 쉰세 해 / 丹桂成寃五十三

사람을 가르치는 재미 늙을수록 더하네 / 誨人滋味老猶貪

꽃피는 아침 달 뜨는 저녁에 절로 흥취가 많으나 / 花朝月夕自多興

비슷한 글자 분별 못해 간혹 부끄럽다네 / 亥豕魯魚間或慚

 

멀고먼 한양에 갈 인연이 없어 / 天衢穆穆去無因

횡당에 높이 누워 옛 벗을 헤아리네 / 高臥黌堂數故人

경윤 상공은 어디로 갔는가 / 慶胤相公何處去

지금 부고를 들으매 남몰래 마음 상하네 / 卽今聞訃暗傷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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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헌집 제1권 / 시(詩)

구(丘), 최(崔), 양(楊), 정(鄭) 네 박사에게 부치다

 

반궁(泮宮)에서 지내던 날 서로 즐겁게 사귀었으니 / 杏壇當日好交歡

모두들 우뚝한 박사의 관직이었네 / 盡是巍巍博士官

인수 부승도 영화가 또한 넉넉했으니 / 仁壽副丞榮亦足

몸 위에 그릇 유관을 썼음을 꺼리지 않았네 / 不嫌身上誤儒冠

양순(楊洵)이 삼가 차운한 시 양순은 생원으로 병진년(1436, 세종18)에 병과 제1인으로 급제하였다.

 

반궁에서 지내던 날 상사로 부르며 / 泮水當年上舍呼

한책상에 모시고 공부하매 어찌 수고로웠으리 / 侍共鉛槧豈爲勞

지금 아름다운 시를 받으매 참으로 부끄러움이 많으니 / 今承瓊韻誠多愧

추국 춘란이 위아래로 높구려 / 秋菊春蘭上下高

이 시의 원운(元韻)인 불우헌 공의 시는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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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헌집 제1권 / 시(詩)

부윤 김길통(金吉通)에게 부치다 불우헌은 당시에 전주 교수(全州敎授)를 맡고 있었다.

 

 

기유년간 사마시에 / 己酉年間司馬試

높은 당상에 영웅이 몇이런가 / 嵬嵬堂上幾英雄

조정의 현인이 전주 부윤으로 나오니 / 議賢出宰完山府

허리에 찬 황금이 방 가운데 빛나네 / 腰帶黃金耀榜中

 

요와 탕이 수재와 한발을 다스린 공 평하기 어려우니 / 堯湯水旱理難評

황정을 조목조목 밝게 거행하네 / 荒政條條講擧明

우습구려 식견이 없는 선비가 진휼에 참석함이 / 堪笑腐儒參賑恤

계책이 궁하여 다시 생민을 구하지 못하네 / 計窮無復救民生

김길통(金吉通)이 차운한 시 김길통은 불우헌과 같은 해에 생원이 되었다. 임자년(1432, 세종14)에 을과 제1인으로 급제하였다. 관직은 호조 판서이고 좌리 공신에 들어 월천군(月川君)에 봉해졌다. 시호는 문평(文平)이며, 본관은 청풍(淸風)이다.

 

내가 일찍 소시에 과거에 급제한 것 부끄러우니 / 少年魁榜慚余早

노경에 과거에 오름이 어찌 장하지 않은가 / 晩景登科豈不雄

지금 낮은 자리에 있음을 한탄치 말게나 / 莫歎如今居冷地

일찍이 명성이 조정 안을 울렸다네 / 已曾聲價動朝中

 

좌천되어 온 회포를 누구와 말하리 / 謫來懷抱與誰評

적적하게 빈 관아에서 밝은 달을 대하네 / 寂寂空衙對月明

예로부터 유관을 쓴 이가 신세를 그르치기 쉬운 법 / 自古儒冠身便誤

나이는 많고 정사는 보잘것없어 평소의 뜻 저버렸네 / 年衰政拙負平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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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헌집 제1권 / 시(詩)

정이충(鄭以忠)의 시에 차운하다 불우헌과 같은 해에 생원이 되었다.

 

장부의 뜻을 보려 한다면 / 欲見丈夫志

우환의 나머지에서 알리라 / 須知憂患餘

양을 치면서 한 나라 부절을 지녔고 / 牧羊持漢節

옥에 갇혀서도 주역의 괘를 강론했네 / 囚獄講周書

술에 취하면 미친 듯한데다 망녕스러우나 / 被酒狂還妄

실상을 살펴보면 꽉 차 있으면서도 텅 빈 체한 것 / 原情實若虛

아아 두 살 위인 형이시여 / 嗟哉兩年伯

창을 비껴잡고 용저로서 꾸짖었네 / 橫槊讓龍猪

이즈음 속진의 마음을 씻을 길 없었는데 / 邇來無以滌塵襟

한 축의 새로운 시가 객심을 위로하네 / 一軸新詩慰客心

낮에는 주장(主將)을 대하여 고사를 논하고 / 晝對元戎論古事

밤에는 관솔불 피워 놓고 힘써 읊조리네 / 夜燃松火强耽吟

이것은 복일음(伏日吟)에 차운한 것이다.

 

가을 밤 달 밝은 데다 바람도 시원하니 / 秋宵月白又風淸

뱃머리의 베개에 기대매 상쾌한 기운 일어나네 / 欹枕船頭爽氣生

밤 시간 알리는 북소리 길이 끊이지 않으니 / 更點鼓聲長不絶

고향을 바라보며 벗 생각에 잠들기 어렵구나 / 望鄕思友夢難成

이것은 입추음(立秋吟)에 차운한 것이다.

 

사또가 사직하는 글 올리니 / 使君呈辭狀

서로 헤어질 것을 또한 알리라 / 分離亦可知

객지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 / 萍逢殊未易

작별을 말할 때 정히 언제이리 / 話別定何時

과거 급제를 하례하다

태인 유생

 

성대에 임금의 부름을 받음이 가장 상서로웠는데 / 聖代承招最是祥

더구나 지금 높이 대과에 급제했네 / 矧今高折桂枝香

고을에서만 서로들 다투어 기뻐할 뿐 아니라 / 非惟鄕黨爭相喜

천고의 우리 시산에 특별한 영광일세 / 千古詩山別有光

졸작으로 하례시에 이어 붙이다

촌로 박중제(朴仲齊)

 

백의로 임금의 부름을 받음이 상서로운 일이더니 / 白衣承召別禎祥

더구나 다시 급제하여 향기로운 계수를 꺾었네 / 復登龍折桂香

어찌 고을에서만 다투어 기뻐하랴 / 奚啻鄕閭爭喜色

또한 응당 양친의 무덤에 기쁜 빛이 움직이리 / 也應雙塚動欣光

다각(茶角) 동년(同年) 형에게 부친다는 김예몽(金禮蒙)의 시 김예몽의 자는 경보(敬甫)이고 본관은 광주(光州)이다. 불우헌과 같은 해에 생원이 되고 임자년(1432, 세종14)에 병과 제1인으로 급제하였다. 관직은 예조 판서이고 시호는 문경(文敬)이다.

 

노년의 과거 급제는 예로부터 드문 일 / 老來登第古來稀

누가 다헌이 계수를 꺾음이 더디다 말하는가 / 誰道茶軒折桂遲

오십 세 전에 밭 갈고 낚시질하길 마치고 / 五十年前耕釣罷

때를 기다려 움직였으니 그를 것 없다네 / 待時而動不爲非

 

반수 안에 나그네가 이름은 드문 일 / 泮水宮中客到稀

그윽한 새 한가로이 지저귀고 해는 더디 저무네 / 幽禽閑日遲遲

취한 채 잠들자 홀연 혼미한 춘몽에 드니 / 醉眠忽入迷春夢

발자국 소리 들리는 듯 깨어 보니 또한 아닐세 / 擬聽跫音覺又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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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헌집 제1권 / 시(詩)

총마계축(驄馬契軸) 공은 당시에 사헌부 감찰로 있었는데, 감찰 동료는 모두 25명이었다.

지평 이상 대사헌 이하에 인원이 미비함이 있거나 혹 아직 입시하지 않았을 경우 ‘잠시 물러나서 차를 마시면서 요기한다’고 칭탁했다. 그러므로 감찰이 ‘다시(茶時)’라는 두 글자로써 입계(入啓)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관원 가운데 지위가 높고 벼슬한 지 오래된 이를 ‘방주(房主)’라고 일컫고 먼저 이른 사람을 모두 선생으로 삼아, 팔도의 이롭고 해로움과 근면하고 태만함을 나누어 관리함으로써 지평 이상이 논계(論啓)하는 데 자료로 제공하였다.

 

다시의 좋은 놀이 형제간 같고 / 茶時善戱如壎箎

내방이 엄정하긴 참선에 든 것과 흡사하네 / 內房嚴整似安禪

이십사 현인이 모두 나의 스승이니 / 二十四賢皆我師

관부에 지내매 항상 주선하네 / 凡居官府常周旋

마두를 나누어 맡으니 길이 숫돌처럼 평평하고 / 分司馬頭道如砥

술잔에 마음을 전하니 술이 샘처럼 많네 / 傳心杯面酒如泉

지란의 향취를 누가 알 것이며 / 芝蘭之臭有誰知

금석을 통할 마음 누가 전하랴 / 金石之通有誰傳

예로부터 좋은 정이 여기에서 부지런하니 / 古來盟好勤於斯

너의 자손들에게 잊지 말게 할지어다 / 俾爾子孫毋忘旃

제4행의 거(居)는 한편 백(百)으로 쓰기도 한다.

 

 

벗에게 삼익이 있으니 / 友有益三

사귐에 어찌 마음을 둘로 하랴 / 交寧心二

서로 한 번 인사를 나누면 / 傾蓋一與

깊은 우정 끝까지 지녀야 하네 / 斷金終利

더구나 우리는 총마계원으로 / 矧我同驄

함께 조정의 반열에 있음에랴 / 共綴班鵷

도는 눈으로 볼 것이고 / 道存擊目

충성은 간담을 펼치네 / 忠在披肝

준칙을 따르고 / 繩墨是飭

청렴에 힘써서 / 氷霜是勵

변함없는 지조를 보존할지니 / 歲寒宜保

구름이 뒤집히듯 무상할까 염려로세 / 雲飜可慮

이에 금란의 사귐을 본 삼아 / 肆托金蘭

더욱 변함없는 맹세를 굳게 하니 / 益堅帶礪

곤궁과 영달 서로 잊지 말고서 / 窮達毋忘

영달에 하례를 곤궁에 구휼을 반드시 행하세 / 賀恤必擧

혹 어김이 있다면 / 徜或有渝

하늘이 나를 저버리시리라 / 天乎予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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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헌집 제1권 / 시(詩)

치사음(致仕吟) 기축년(1469, 예종1) 8월에 태인 훈도로서 정언에 임명되었는데, 12월 24일에 나이가 장차 일흔이 된다는 이유로 미리 사직소를 올리고, 경인년(1470, 성종1) 1월 6일에 집으로 돌아왔다.

 

벼슬에서 물러나 읊조리며 사립문에 이르러 / 致仕行吟到蓽門

관을 걸어 놓고 다시 불우헌에 기대었네 / 掛冠還倚不憂軒

호남의 군현이 얼마나 되던가 / 湖南郡縣知多少

쉰셋 된 정언 한 사람뿐이네 / 五十三分一正言

이 당시에 조정에서 정언을 택하여 임명함이 상세하고 주밀했는데 호남 지방에서 이 선발에 응한 사람은 오직 공 한 사람뿐이었으니, 이는 만족하다는 뜻이다.

 

돌아가길 생각하는 성실한 신하여 / 歸去來思斷斷臣

시냇가의 실버들에 눈이 처음 고르네 / 澗邊絲柳眼初均

태산 기슭에 양양한 필수가 흐르고 / 洋洋泌水泰山麓

빈 골짝의 봄에 희디흰 백구가 있으리 / 皎皎白駒空谷春

향리에서는 미천한 사람과 옛이야기를 나누고 / 鄕曲古談當賤子

사간원의 청아한 흥취는 높은 사람에게 부쳤네 / 諫垣淸興屬高人

임금의 화롯불 향기만 의관에 남아 있고 / 御爐香惹衣冠在

이 몸엔 모두 한 점 티끌이 없어라 / 身上都無一點塵

 

태산 장곡에 홀로 외로운 신하여 / 泰山長谷獨孤臣

임금의 은혜는 사정이 없어 우로가 고루 미치네 / 天日無私雨露均

이웃 노인 술항아리 잡고 옛 얼굴을 열고 / 隣叟提壺開舊面

정원의 매화는 눈 속에 신춘을 맞이하네 / 庭梅傲雪迓新春

사특함을 막고 선을 열기는 군자를 기다리고 / 閑邪陳善俟君子

늙어 벼슬에서 물러나 노년을 보내니 야인에 마땅하네 / 告老引年宜野人

다만 몸과 마음이 아직 쇠하지 않았으니 / 只有身心衰未了

나이를 줄여 다시금 홍진을 밟고 싶어라 / 縮年還欲踐紅塵

정 정언이 치사(致仕)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전송한다는 이승소(李承召)의 시 이승소의 자는 윤보(胤保), 호는 삼탄(三灘)이다. 본관은 양성(陽城)이다. 진사로서 정묘년(1447, 세종29) 을과로 급제하고, 관직은 예조 판서에 이르렀다. 좌리 공신에 들었고 시호는 문간(文簡)이다.

 

초당이 고향 산 모퉁이에 있는데 / 草堂留在故山

푸른 대와 솔은 손수 심은 것이었네 / 翠竹蒼松手自栽

당생을 기다릴 것 없이 의심을 결단한 터 / 不待唐生疑已決

돌아갈 마음 화급하여 주체하기 어렵네 / 歸心火迫正難裁

 

문득 이르렀다가 또 훌쩍 돌아가니 / 幡然來又浩然歸

행하고 물러남으로 시비를 계교치 말라 / 莫把行藏較是非

늘그막에 속진의 맛 한껏 보았으니 / 垂老飽參塵世味

봄비 맞은 고향의 고사리만 못하리 / 不如春雨故山薇

 

관직을 그만둠은 스스로 기이함을 구해서가 아니니 / 不是休官自要奇

다만 행하고 그침을 시의에 맞게 하려 함일세 / 要令行止適時宜

많은 사람들 손을 들어 이마에 얹고 다투어 바라보니 / 都人擧手爭加額

다들 높은 풍성 백대의 사표라고 일컫네 / 盡道高風百世師

 

관복이 그대를 붙잡지 못했으니 / 未有簪裾解絆君

어찌 잔나비와 학에게 이문을 원망케 하랴 / 肯敎猿鶴怨移文

말발굽 눈을 밟고 느릿느릿 가는데 / 馬蹄踏雪遲遲去

대궐 쪽으로 머리를 돌리니 오운이 막혔어라 / 回首觚稜隔五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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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헌집 제1권 / 시(詩)

불우헌음(不憂軒吟)

 

청산에 또 백운을 길이 차지하니 / 長占靑山又白雲

불우헌 위에서 마음을 섬기네 / 不憂軒上事天君

주리면 먹고 목마르면 마시는 한중의 재미 / 飢餐渴飮閑中味

명월 청풍이 함께 하리라 / 明月淸風可與云

차운한 박건(朴楗)의 시 박건의 자는 자계(子啓)이니 중손(仲孫)의 아들이다. 생원으로서 계유년(1453, 단종1) 을과로 급제하였다. 관직은 찬성이고, 정국공신에 들어 밀원군(密原君)에 봉해졌다. 시호는 공간(恭簡)이다. 공과는 같은 해에 문과에 급제했다. 후에 신비(愼妃)를 폐하는 일에 참여했다.

 

누가 부귀를 뜬구름처럼 보랴 / 誰將富貴等浮雲

다만 그대에게서 임하의 높은 풍모를 보겠네 / 林下高風只見君

십 묘의 상음에 일찍이 약속이 있었더니 / 十畝桑陰曾有約

허명이 나를 당겨 말한 대로 되지 않았네 / 虛名挽我不如云

차운한 김륜(金崙)의 시 김륜은 무자년(1468, 세조14) 병과에 급제하였다. 관직은 이조 정랑과 군수를 역임했다.

 

누워서 무심히 산골에 나오는 구름 바라보니 / 臥看無心出岫雲

담연한 마음이 다만 참답다네 / 澹然方寸只眞君

한가한 가운데 재미를 느끼는 곳 알려 할진대 / 欲識閑中滋味處

이 정자의 이름 불우라 한 뜻을 알아야 하리 / 須知軒號不憂云

 

한 칸의 띠집 반 칸의 구름 / 一間茅屋半間雲

한가함이 지극하매 아내가 있음도 모두 잊었네 / 閑極都忘有細君

아이들 가르치고 나선 다시 말을 먹이니 / 敎罷兒童還秣馬

선생의 풍미를 사방에서 일컫네 / 先生風味四方云

 

아득히 먼 화산의 백운을 바라보고 / 極目華山望白雲

남쪽에서 분주히 달려옴은 명군을 위해서였네 / 南來奔走爲明君

거문고 타며 높이 읊조림에 지음이 드무니 / 彈琴高詠知音少

멀리 선생을 향하여 속절없이 홀로 말하네 / 遙向先生漫自云

차운한 밀산 어수(密山漁叟) 박휘겸(朴撝謙)의 시 박휘겸은 생원으로서 무과에 급제하고 세조(世祖)조에 낭장()을 지냈다. 북정(北征)에서 공을 세웠으나 말하지 않은 채 물러나 천안(天安)의 구룡산(九龍山)에서 은거하였다. 〈노장행(老將行)〉을 지었으니, 《국조시산(國祖詩)》에 보인다.

 

향기로운 비 처음 개자 구름 담담한데 / 香雨初晴淡淡雲

꽃 사이에 술을 두고 춘신(春神)을 보내네 / 花間置酒謝東君

자규가 한밤에 와서 처절히 우니 / 子規夜半來啼血

유독 유인에게 은밀히 하소연하는 듯 / 偏向幽人暗訴云

이것은 봄을 읊은 것이다.

 

화신(火神)이 남쪽에 이르러 붉은 구름 일으키는데 / 祝融南到起彤雲

삼경에 한거로이 노닐며 대나무를 대하네 / 三逕逍遙對此君

절로 흉금이 빙설처럼 차가우니 / 自是胸襟氷雪冷

청풍을 속인과 함께 말하기 어렵다네 / 淸風難與俗人云

이것은 여름을 읊은 것이다.

 

단풍잎 갈대꽃 계절 기러기 구름가에 울 때 / 楓葉蘆花鴈

이웃 노인 술을 마련하여 매양 그대를 맞이하네 / 隣翁辦酒每邀君

동쪽 울타리 국화를 따고는 깨었다 다시 취하니 / 東籬採菊醒還醉

벼슬살이의 부침을 다시 말할 것 없네 / 宦海浮沈不復云

이것은 가을을 읊은 것이다.

 

눈을 녹인 물에 차를 끓이니 푸른 구름 일어나고 / 雪水烹茶漲綠雲

매화 핀 창에 해가 비쳐 오동을 대했구나 / 梅日映對桐君

광채가 은빛 바다에 흔들리매 읊조려 완상할 만하니 / 光搖銀海堪吟賞

흥을 타고 하필 대안도(戴安道)를 방문하랴 / 乘興何須訪戴云

이것은 겨울을 읊은 것이다.

 

하잘것없는 명리에 구름처럼 모이는데 / 蛙名蠅利聚如雲

훌쩍 돌아가는 고풍이 세상에 그대 같은 이 드물다오 / 歸去高風世罕君

이미 마음이 형체에 구속되지 않았으니 / 旣不心爲形所役

천명을 즐겨 다시 무엇을 의심하랴 / 樂夫天命復奚云

 

적적한 원림이 한가한 구름에 잠겼는데 / 園林寂寂鎖閑雲

오직 고기잡고 나무하는 무리만 그대를 찾아오네 / 惟有漁樵來訪君

이 정자에 근심하지 않음을 누가 다시 물으랴 / 軒上不憂誰更問

선생이 곡을 적어 모두 말했다오 / 先生記曲盡云云

 

골 안에 안개와 놀이 푸른 구름과 섞였으니 / 洞裏煙霞雜碧雲

영위가 여기에 살아 모군을 짝하는구려 / 令威居此伴茅君

신선 세계에 절로 장생의 술법이 있으나 / 仙鄕自有長生術

속진 세상엔 다만 은사를 일컬을 뿐일세 / 塵世徒稱隱士云

 

나의 생활은 달빛을 낚고 또 구름을 경작하는 일 / 吾生釣月又耕雲

기쁘게 풍성을 듣고는 매양 그대를 그리워하네 / 喜聽風聲每憶君

조만간 그대의 정자에서 한번 모임을 가져 / 早晩高軒成一會

한가한 가운데 기이한 일 상세히 말해 보세 / 閑中奇事細相云

불우헌곡에 차운한 김영유(金永濡)의 시 김영유는 본관이 경주이다. 생원으로서 정묘년(1447, 세종29) 정과로 급제하였다. 관직은 형조 판서에 이르고 좌익 원종공신에 들었다.

 

산이 사면에 두르고 물이 거듭 감싼 곳 / 山回四面水重抱

남쪽으로 창이 열린 한 선비의 집 있어 / 向陽開一儒宮

거문고 바둑으로 한가로이 날을 보내니 / 左琴右奕逍遙日

그대의 불우가 참으로 홀로 즐기는 뜻과 같구려 / 不憂眞與獨樂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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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헌집 제1권 / 시(詩)

심회를 읊다

 

천년에 실로 요순의 성군을 만나 / 千載端逢堯舜君

색실로 곤룡포의 무늬를 잘 기웠네 / 色絲能補袞衣紋

만일 이 덕으로 성가를 논한다면 / 如將此德論聲價

어찌 가치가 만 근의 좋은 금에 그치랴 / 奚啻兼金重萬斤

 

한 통의 조서가 있어 구원으로부터 빛나니 / 一封薇檄賁丘園

세상의 영화를 이루 말할 수 있으랴 / 世上榮華可勝言

당년에 임금을 모셔 후한 위로 입었으니 / 得侍當年蒙厚慰

이 생애에 크나큰 은혜 보답할 길 없구나 / 此生無計報鴻恩

 

아래는 군현이 있고 위에는 대명이 있어 / 下有群賢上大明

당우 삼대와 이름을 나란히 할 만하네 / 唐虞三代可齊名

가련할손 못난 자질로 깊이 치우친 곳에 살며 / 自憐樗櫟生幽僻

지극한 우로의 은혜에 성정을 기르네 / 雨露恩深養性情

 

몇몇 어진 신하는 한 몸 다 바치고 / 多少良臣獻一身

유한한 일사는 삼춘을 완상하네 / 幽閑逸士賞三春

행하고 물러나며 나아가고 처함은 하늘이 부여한 것 / 行藏出處由天賦

공자께서 어찌 수고롭게 멀리 나루를 물었던가 / 大聖何勞遠問津

 

넓지 않은 선비의 집 비록 치우쳐 누추하나 / 一畝儒宮雖僻陋

꽃 피는 아침 달 뜨는 저녁 흥을 형언하기 어렵네 / 花朝月夕興難言

시서와 바둑으로 한가로이 날을 보내니 / 詩書棊奕閑消日

앉고 눕기를 뜻대로 하는 불우헌일세 / 坐臥隨意不憂軒

 

위로는 비 내리고 옆으로 바람 맞는 몇 칸의 집에 / 上雨傍風屋數間

헛된 명예를 따르는 한 선비가 있네 / 浮名虛譽一儒冠

양양한 성군의 은택 어디에 보답할까 / 洋洋聖澤將何報

하늘과 같길 축수하여 충정을 쏟아내네 / 祝壽齊天瀉肺肝

 

벼슬길에 부침함은 본디 같은 근원이고 / 浮沈宦海本同源

영욕은 서로 순환하여 함께 뿌리를 이루네 / 榮辱相乘互作根

누가 알랴 자미화 아래 놀던 객이 / 誰識紫薇花下客

한가함을 구하여 불우헌에 크게 누웠음을 / 求閑大臥不憂軒

 

세상에 누가 가장 한가로운가 / 世上阿誰最大閑

늙은 간신(諫臣)이 물러나길 청하여 고향으로 돌아오네 / 老諫乞骸歸故山

거문고와 바둑에 술 마시고 시 읊으며 긴 날을 보내니 / 琴碁觴詠消長日

천지간에 기쁨만 있고 근심은 없네 / 有喜無憂俯仰間

 

백년 세월 어느덧 팔순에 가까우니 / 百歲光陰近八旬

앞서 젊은 사람을 보냄이 그 얼마였던가 / 幾多先送少年人

위로 벽 위의 연금방을 바라보니 / 仰觀壁上蓮金榜

많고 많은 명현이 신선되고 말았네 / 濟濟名賢化作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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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헌집 제1권 / 시(詩)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을 생각하다 합천(陜川) 가야산(伽倻山) 해인사(海印寺)에서 놀 때에 지은 것이다.

 

숲 사이에 갓과 신을 벗어 놓고 아득히 떠났으니 / 林間冠屨去茫茫

누가 알랴 유선이 본디 죽지 않았음을 / 誰識儒仙本不亡

흐르는 물로 산을 에워싸리라 읊은 시는 먼 옛날 일이나 / 流水籠山吟已遠

바람과 구름이 아직껏 독서당을 보살피네 / 風雲猶護讀書堂

불우헌 거사에게 바친다는 신말주(申末舟)의 시 신말주의 자는 자즙(子楫), 호는 귀래정(歸來亭), 본관은 고령이다. 갑술년(1454, 단종2) 정과에 급제하고 관직은 부윤이었다.

 

예로부터 고고한 향초는 숲에 있지 않으니 / 自古孤芳不寄林

까닭에 송죽과 지음을 삼네 / 故將松竹作知音

불우헌 밖에 바람과 안개가 좋으니 / 不憂軒外風煙好

때때로 이를 즐기며 시 한 수를 읊조릴 뿐일세 / 只管時時成一吟

 

이 몸이 세상에 행함에 소탈한 것은 / 此身行世任疎狂

어리석고 유약하여 강함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 / 緣是癡柔不好强

그대는 한가히 옛 전원에 물러나 만족하나니 / 閒退故園知有足

내 어찌 이웃에 살며 여광을 바랄 수 있으리 / 卜隣安敢望餘光

 

듣자하니 전원에서 청산을 대하여 / 聞說田園對翠微

세상을 잊은 채 한가히 누워 일찍이 기미를 잊었네 / 掉頭高臥早忘機

시냇가에 갓끈을 씻으매 한기가 뼈에 사무치고 / 濯纓溪畔寒侵骨

소나무 사이에 지팡이 기대니 이슬이 옷을 적시네 / 倚杖松間露滴衣

문밖에는 팽택의 버드나무 그림자 드리우고 / 門外影垂彭澤柳

울타리 가엔 수양의 고사리가 뿌리를 내렸네 / 籬邊根托首陽薇

도서가 벽에 가득 속진의 종적 끊어지고 / 圖書滿壁塵蹤絶

오직 한 산승이 달빛 아래 문을 두드리네 / 惟有僧敲月下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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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헌집 제1권 / 시(詩)

승지 정이한(鄭而漢)에게 부치다 생원 동년으로서 임자년(1432, 세종14) 병과로 급제하고, 평안 감사를 역임했다.

 

덕이 높은 성군께서 위복을 베푸니 / 德隆聖主施威福

나이 젊은 문신 기강을 떨치네 / 年富文臣振紀綱

다만 가장 먼저 제거할 일은 / 只有最先除去事

이단이 크게 퍼져 천상을 어지럽히는 일일세 / 異端張大亂天常

 

푸른 솔과 붉은 계수로 좋게 배를 꾸며서 / 碧松丹桂好裝船

학문의 바다 문사의 근원을 건너려 하는 그대일세 / 學海詞源欲渡賢

우습구나 태산 구름 가운데 누운 나그네여 / 堪笑泰山雲臥客

나루를 물으며 길을 잃고 날로 거나히 취해 잠드는구나 / 問津迷路日酣眠

 

시산의 한 경계가 곧 신선이 사는 곳 / 詩山一境卽仙區

일없는 정생이 자유롭게 노는구나 / 無事丁生自在遊

풍우가 순조로워 좋은 형상 많으니 / 雨順風調多好像

자지가 들리는 곳에 맑은 시내를 베고 누웠네 / 紫芝歌處枕淸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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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헌집 제2권 / 가곡(歌曲)

불우헌가(不憂軒歌)

 

뜬구름 같은 벼슬살이에 / 浮雲似宦海上애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 事不如心이

많고 많습니다 / 하고만코니이다

보이고 싶어라 / 뵈고시라

불우헌옹은 보이고 싶어라 / 不憂軒翁뵈고시라

때로 은혜롭게 보살피게 한 / 時致惠養신

맛있는 음식 보이고 싶어라 / 口之於味뵈고시라

보이고 보이고 싶어라 / 뵈고뵈고시라

삼품 벼슬의 의장을 보이고 싶어라 / 三品儀章뵈고시라

영광스럽게 성은을 입은 / 光被聖恩신

마수 요간을 보이고 싶어라 / 馬首腰間뵈고시라

숭삼호 화삼호를 / 嵩三呼華三呼

어느 날엔들 잊으리이까 / 何日忘之리잇고

 

[주-D001] 숭삼호(崇三呼) 화삼호(華三呼) :

신하가 임금의 수복(壽福)을 축원하는 말이다. 한 무제(漢武帝)가 숭산(嵩山)에 올라갔을 때 백성들이 아래에서 만세를 부른 일이 있었고, 화(華) 땅의 봉인(封人)이 수(壽), 부(富), 다남자(多男子) 세 가지로써 요(堯) 임금을 송축한 일이 있는 데서 유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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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헌집 제2권 / 가곡(歌曲)

불우헌곡(不憂軒曲) ‘하질다(何叱多)’는 우리말로 옮기면 ‘어떠하리잇고[何如]’라는 말이다. ‘위(偉)’와 ‘하여(何如)’를 말한 것은 고려 〈한림별곡(翰林別曲〉의 음절을 사용한 것이다.

 

산이 사면에 두르고 / 山四回

물이 거듭 감싼 곳 / 水重抱

넓지 않은 선비의 집이 / 一畝儒宮

양지를 향하여 / 向陽明

남창을 열었으니 / 開南

불우헌이라 이름하네 / 名不憂軒

왼쪽엔 거문고와 책 / 左琴書

오른쪽엔 바둑과 장기로 / 右博奕

뜻에 따라 소요하네 / 隨意逍遙

아, 즐거워하여 근심을 잊은 광경이 어떠한가 / 偉樂以忘憂景何叱多

평소에 뜻을 세움이 / 平生立志

성현을 사우로 하니 / 師友聖賢

아, 도를 따라 행하는 광경이 어떠한가 -재창- / 偉遵道而行景何叱多 -再唱-

 

늦게 생원이 되고 / 晩生員

늘그막에 급제하니 / 老及第

천도를 즐기고 천명을 앎이요 / 樂天知命

두 번 훈도가 되고 / 再訓導

세 번 교수가 되니 / 三敎授

사람을 가르치기에 게으르지 않네 / 誨人不倦

집의 글방 세 칸에 / 家塾三間

어린 사람들 모아서 / 鳩聚童蒙

구두를 상세히 말하네 / 詳說句讀

아, 정성들여 잘 가르치는 광경이 어떠한가 / 偉諄諄善誘景何叱多

또한 즐겁지 않은가 / 不亦樂乎

책궤를 짊어진 서생들 있네 / 負笈書生

아, 먼 곳으로부터 이르니 광경이 어떠한가 -재창- / 偉自遠方來景何叱多 -再唱-

 

거듭 상소하여 / 再上疏

이단을 물리치니 / 闢異端

중용에 의지함일세 / 依乎中庸

예로써 나아가고 / 進以禮

의로써 물러나니 / 退以義

몸을 지킴이 큰 일일세 / 守身爲大

상대의 자리에 들어가고 / 備員霜臺

미원의 직책을 맡았다가 / 具臣薇垣

나이가 많아 벼슬에서 물러났네 / 引年致仕

아, 무거운 짐을 벗은 듯한 광경이 어떠한가 / 偉如釋重負景何叱多

하나의 외로운 신하가 / 一介孤臣

분에 넘치게 임금의 은총을 받았네 / 濫承天寵

아, 거듭 원종공신에 참여한 광경이 어떠한가 -재창- / 偉再參原從景何叱多 -再唱-

 

밭을 갈아서 먹고 / 耕田食

우물을 파서 마시니 / 鑿井飮

제왕의 힘을 알지 못하네 / 不知帝力

좋은 날을 완상하고 / 賞良辰

빈객을 맞는 자리를 여니 / 設賓筵

형제와 붕우로세 / 兄弟朋友

담소하는 사이에 / 談笑之間

다른 것에 미칠 겨를 없고 / 不遑他及

효제 충신뿐일세 / 孝悌忠信

아, 화락하고 또 위의가 있는 광경이 어떠한가 / 偉樂且有儀景何叱多

춤추고 뛰면서 / 舞之蹈之

성군의 덕을 가영하네 / 歌詠聖德

아, 하늘에 명이 길기를 기원하는 광경이 어떠한가 -재창- / 偉祈天永命景何叱多 -再唱-

 

이윤(伊尹)의 자임함과 / 尹之任

유하혜(柳下惠)의 화순함에 / 惠之和

내가 능함이 없으나 / 我無能焉

공자의 시의(時宜)와 / 聖之時

안연(顔淵)의 낙도(樂道)가 / 顔之樂

곧 원하는 바일세 / 乃所願也

위로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으며 / 上不怨天

아래로는 사람을 허물하지 않으니 / 下不尤人

마음이 넓고 몸이 편안하네 / 心廣體胖

아, 두려워하지 않고 근심하지 않는 광경이 어떠한가 / 偉不懼不憂景何叱多

해치지도 구하지도 않으니 / 不忮不求

어찌 착하지 않으리 / 何用不臧

아, 옛 가르침을 본받는 광경이 어떠한가 -재창- / 偉古訓是式景何叱多 -再唱-

 

임진년 / 壬辰歲

사월 초에 / 四月初

기이한 일 있었네 / 抑有奇事

유서가 내려와 / 降諭書

형문에 이르니 / 到衡門

마을에 광채를 보겠네 / 閭里觀光

염결(廉潔)로써 스스로 지켜 / 廉介自守

알려지거나 영달하길 구하지 않고 / 不求聞達

어린 사람을 가르친다 하셨네 / 敎誨童蒙

아, 과분하게 포장을 받는 광경이 어떠한가 / 偉過蒙褒景何叱多

특별히 삼품을 더하시고 / 特加三品

때로 은혜로이 보살피라 하시니 / 時致惠養

아, 성은이 깊고 무거운 광경이 어떠한가 -재창- / 偉聖恩深重景何叱多 -再唱-

 

즐거울진저 / 樂乎伊隱底

불우헌이여 / 不憂軒伊亦

즐거울진저 / 樂乎伊隱底

근심하지 않는 사람이여 / 不憂人伊亦

아, 이 좋은 노래를 지어 세상 시름 잊은 광경이 어떠한가 / 偉作此好歌消遣世慮景何叱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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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헌집 제2권 / 가곡(歌曲)

상춘곡(賞春曲)

 

홍진에 묻혀 사는 사람들아 / 紅塵에뭇친분네

이 나의 삶이 어떠한가 / 이내生涯엇더고

옛사람 풍류를 / 녯사風流

따를까 못 따를까 / 미가미가

천지간 남자 몸이 / 天地間男子몸이

나만 한 사람 많지마는 / 날만이하건마

산수에 묻혀 있어 / 山林에뭇쳐이셔

지락을 모른단 말인가 / 至樂을것가

몇 칸 초가를 / 數間茅屋을

푸른 시내 앞에 지어 놓고 / 碧溪水앏픠두고

송죽이 우거진 속에 / 松竹鬱鬱裏예

풍월 주인 되었도다 / 風月主人되여셔라

엊그제 겨울 지나 / 엇그제겨을지나

새 봄이 돌아오니 / 새봄이도라오니

복사꽃 살구꽃은 / 桃花杏花

석양 속에 피어 있고 / 夕陽裏예퓌여잇고

푸른 버들 꽃다운 풀은 / 綠楊芳草

가랑비에 푸르도다 / 細雨中에프르도다

칼로 재단해 내었는가 / 칼로아낸가

붓으로 그려 내었는가 / 붓으로그려낸가

조물주의 신이한 재주가 / 造化神功이

사물마다 야단스럽다 / 物物마다헌다

수풀에 우는 새는 / 수풀에우새

봄기운을 이기지 못해 / 春氣내계워

소리마다 아양을 떤다 / 소마다嬌態로다

물아일체이니 / 物我一體어니

흥이야 다르겠느냐 / 興이다소냐

사립문에 걸어 보고 / 柴扉예거러보고

정자에 앉아 보니 / 亭子애안자보니

소요하며 음영하여 / 逍遙吟詠야

산 속의 하루가 적적한데 / 山日이寂寂

한가한 속에 진미를 / 閒中眞味

아는 이 없이 혼자로다 / 알니업시호재로다

여보게 이웃 사람들아 / 이바니웃드라

산수 구경 가자꾸나 / 山水구경가쟈스라

답청은 오늘 하고 / 踏靑으란오고

욕기는 내일 하세 / 浴沂란來日새

아침에 산나물 캐고 / 아에採山고

저녁에 낚시질하세 / 나조釣水새

막 익은 술을 / 괴여닉은술을

갈건으로 걸러 놓고 / 葛巾으로밧타노코

꽃나무 가지 꺾어 / 곳나모가지것거

잔 수 세며 마시리라 / 수노코먹으리라

봄바람이 얼핏 불어 / 和風이건부러

푸른 물을 건너오니 / 綠水건너오니

맑은 향기는 잔에 지고 / 淸香은잔에지고

붉은 꽃잎은 옷에 진다 / 落紅은옷새진다

술동이 비었거든 / 樽中이뷔엿거

나에게 알리거라 / 날려알외여라

소동 아이에게 / 小童아려

술집에 술을 물어 / 酒家에술을믈어

어른은 막대 집고 / 얼운은막대집고

아이는 술을 메고 / 아술을메고

나직이 읊고 천천히 걸어 / 微吟緩步야

시냇가에 혼자 앉아 / 시냇의호자안자

명사 좋은 물에 / 明沙조믈에

잔을 씻어 부어 들고 / 잔시어부어들고

맑은 내를 굽어보니 / 淸流굽어보니

떠내려오는 것 복사꽃이로다 / 오니桃花ㅣ로다

무릉이 가깝도다 / 武陵이갓갑도다

저 들이 그곳인가 / 져이긘거인고

소나무 사이 작은 길에 / 松間細路에

두견화를 붙들고 / 杜鵑花부치들고

봉우리에 급히 올라 / 峰頭에급피올나

구름 속에 앉아 보니 / 구릅소긔안자보니

수많은 마을들이 / 千村萬落이

곳곳에 벌여 있네 / 곳곳이버러잇

안개에 비친 해는 / 煙霞日輝

비단 수를 펼친 듯이 / 錦繡재폇

엊그제 검은 들이 / 엇그제검은들이

봄빛도 완연하다 / 봄빗도有餘샤

공명도 날 꺼리고 / 功名도날우고

부귀도 날 꺼리니 / 富貴도날우니

청풍과 명월 외에 / 淸風明月外예

어떤 벗이 있을까 / 엇던벗이잇올고

단표누항에 / 簞瓢陋巷에

허튼 생각 아니 하네 / 흣튼혜음아니

아무튼 한평생 즐거움이 이만한들 어떠하리 / 아모타百年行樂어이만엇지리

…………………………………………………………………….

長篇 漢詩-바4部.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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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蒙泉 | 작성시간 26.06.11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작성자시메온 | 작성시간 26.06.11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즐겁게 지내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謙虛 | 작성시간 26.06.11 長篇 漢詩 많은 자료들을 올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수고가 참 많으셨습니다.
    좋은 저녁시간이 되십시오.
  • 작성자沙岩 | 작성시간 26.06.11 오늘도 좋은 자료 잘 가져 가겠습니다.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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