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常識/자료

長篇 漢詩-사2部.

작성자淸潭|작성시간26.06.15|조회수34 목록 댓글 4

長篇 漢詩-사2部.

 

사가시집 제5권 / 시류(詩類)

신 지원(申知院)이 화답하므로 다시 차운하다. 4수

 

임금님 밝아 조낭서 올릴 일은 드물고 / 明明稀上皁囊書

유유한 세월만 부질없이 흘러가는데 / 歲月悠悠浪自如

언론은 시무를 몰라 서로 티격태격만 하고 / 語不識時徒齟齬

재주는 쓸모가 없어 매양 서툴기만 하니 / 才非適用輒生疎

나는 물의가 양범에 돌아감이 부끄러운데 / 我慙物議歸陽范

그대의 훌륭한 명성은 채여를 이었네그려 / 君有聲名繼蔡余

그만이로다 방현한 게 부끄럽지 않으랴 / 已矣妨賢能不愧

하늘이 응당 살피리니 내 말이 사실일세 / 天應有鑑語非虛

 

향리서 상종할 땐 편지 왕래도 있었지만 / 里閈相從有簡書

원래부터 동방급제는 형제와 같고말고 / 由來同榜弟兄如

은근하게 활달한 흉금은 스스로 믿거니와 / 慇懃自信襟懷豁

성질이 방탕해 예절이야 서툴거나 말거나 / 放蕩從敎禮數疎

선대의 가업 잘 계승한 이는 자네가 있네만 / 事業箕裘還有子

문필의 이름이나 얻는 나는 유독 부끄럽네 / 功名鉛槧獨慙余

구구한 문자를 끝내 어디에 쓴단 말인가 / 區區文字終何用

상여의 자허부 지은 걸 배우지 않으려네 / 不學相如賦子虛

 

일생의 신세를 온통 시서에 부친 관계로 / 一生身世付詩書

관청 일엔 유치하여 하나도 제대로 못하니 / 官事兒癡百不如

높이 청운을 밟은 이들은 다 준걸이건만 / 高步靑雲皆雋傑

공담이나 하는 백발은 오활하기 그지없네 / 空談白首大迂疎

녹록한 녹봉이야 어찌 내게 힘이 되랴만 / 俸錢碌碌何能我

분분한 세속 일은 나를 귀찮게 못 하는걸 / 俗事紛紛莫聒余

어젯밤의 강남 꿈을 조용히 기억하노니 / 記得江南昨夜夢

가벼운 배 짧은 노에 물은 하도 맑데그려 / 輕舟短棹水澄虛

 

궁한 늙은이는 우경의 저서에 비기려니와 / 窮老虞卿擬著書

여생은 병이 많은 사마상여 신세이거니 / 殘年多病馬相如

공명은 다시 삼걸을 기대할 수 없지만 / 功名無復希三傑

거취는 끝내 이소를 사모할 뿐이라네 / 行止終然慕二疏

아련한 송죽은 능히 나를 고무시키는데 / 松竹依依能起我

아득한 강산은 다시 나를 시름겹게 하네 / 江山渺渺更愁余

세간의 그 무슨 일이 안심약이 될런고 / 世間何事安心藥

끝내는 영고성쇠가 다 허망한 것인걸 / 畢竟榮枯也是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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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5권 / 시류(詩類)

유윤겸(柳允謙)이 진사(進士), 생원(生員) 양과(兩科)에 발탁된 것을 하례하다.

 

두 과방으로 명성이 일조에 높아졌어라 / 聲名兩榜一朝高

문득 문장에 봉모가 있었음을 깨닫겠네 / 便覺文章有鳳毛

또 묻노니 안목 갖춘 이가 누구였던고 / 且問何人能具眼

당시의 학사는 구방고 같은 분이로세 / 當時學士九方皐

 

내 옛날 태로의 문하에서 수업할 적에 / 憶昔摳衣泰老門

그 가문 일으킬 백미가 있음을 잘 알고 / 興家最識白眉存

당시에 우리들이 정을 몹시 쏟았더니 / 當時我輩情鍾極

오늘날 비등하는 그대 보기 기쁘구려 / 今日蜚騰喜見君

 

당시에 안탑 위에 다 함께 이름을 적고 / 當時塔上共題名

빈빈한 인물들이 경 반열에 올랐는데 / 人物彬彬到列卿

이십일 년이 온통 한바탕 꿈만 같아라 / 二十一年渾似夢

나는 그 문생으로부터 학사가 되었네 / 我爲學士自門生

 

구중궁궐의 문을 활짝 열고 방을 부르자 / 臚傳金殿九門開

새로 급제한 이백 인이 말 달려 돌아왔네 / 二百新來走馬回

나는 그대 집에 가서 경하의 자리를 열고 / 擬向君家開慶席

춘풍 학사가 옥산처럼 쓰러지고만 싶네 / 春風學士玉山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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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5권 / 시류(詩類)

신유년의 삼방 장원(三榜壯元) 이 중추(李中樞) 석형(石亨) 가 삼방 급제자를 모두 거느리고 은문(恩門)인 지재(止齋)의 대부인(大夫人) 이씨(李氏)에게 헌수(獻壽)를 하는데, 대부인 이씨는 나이 칠순이 넘었는데도 아무 병 없이 건강하고, 아들인 찬성(贊成) 남(擥), 승지(承旨) 지(摯), 중추 반(攀), 호군(護軍) 마(摩), 사복(司僕) 경(擎) 은 모두 한때의 훈신(勳臣)들로서 공명(功名)이 혁혁하여 훌륭한 문생(門生)과 자손들이 뜨락에 벌여 서서 광채를 발하니, 참으로 한 시대의 성사(盛事)라 하겠다. 거정(居正)은 외람되이 말석(末席)에 참예하여 기뻐하며 하례하는 마음을 감당할 수 없어 졸렬한 시(詩) 세 수를 받들어 바치는 바이다.

 

당시 지로가 문형을 담당하고 있던 날 / 當時止老提衡日

도리가 다퉈 피어 온 나라가 봄이었지 / 桃李爭榮滿國春

예전대로 정을 쏟아온 삼방 장원이 있어 / 依舊情鍾三榜在

다같이 대부인에게 축수 잔을 드리누나 / 一時獻壽大夫人

 

눈앞에 가득한 문생들은 모두 옥순이요 / 滿眼門生皆玉筍

한때의 여러 아들은 다 금초를 착용했네 / 一時諸子盡金貂

성대한 일을 천재에 전하려고 할진댄 / 欲將盛事傳千載

칠순의 고당에 온갖 행복이 높음일세 / 七高堂百福高

 

도성 거리 작은 비가 기름처럼 윤택하여 / 天街小雨潤如膏

빨간 살구꽃 피고 버들가지 늘어졌는데 / 紅杏花開碧柳繰

먼 친척이 좋은 연회 참여함이 다행하여라 / 自幸葭莩參勝會

한때의 성대한 일 그림으로 형용 못 하겠네 / 一時盛事畫難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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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5권 / 시류(詩類)

일휴(日休)가 부쳐 온 시에 차운하다. 3수

 

금압 향로에 향 피우고 문을 반쯤 닫고 / 金鴨燒香半掩門

황혼 무렵 좌병 앞에 외로이 누웠노라니 / 短屛孤枕欲黃昏

가는 구름 끊긴 곳에 저녁 하늘은 푸르고 / 行雲斷處暮天碧

소나기 때로 내리어 못 물은 혼탁한데 / 急雨時來池水渾

달 밝은 남루에서 내 흥취 맞아주어라 / 明月南樓邀我興

맑은 바람 북쪽 창 또한 임금 은혜일세 / 淸風北牖亦君恩

근래엔 병이 많아서 교유마저 끊어지니 / 邇來多病交遊冷

인정의 변태 분분함이 문득 괴이하구려 / 却怪人情變態紛

 

항아리 들창 앞엔 대로 사립짝 만들고 / 瓮牖前頭蓽作門

소금 부추로 조석 끼니는 지낼 만한데 / 鹽聊可度晨昏

눈은 오랜 병 때문에 어른어른거리고 / 眼因病久花曾翳

머리는 시를 읊다가 온통 희어져가네 / 頭爲吟安雪欲渾

다만 거친 광기로 물의를 일으키지만 / 直以疎狂招物議

쇠퇴함으로 임금 은혜 보답고자 한다오 / 擬將衰朽答君恩

평생에 얻은 거라곤 오직 서책뿐이건만 / 平生所得唯編簡

지금까지도 백발로 분란함이 한탄스럽네 / 猶嘆如今白首紛

 

무궁화 붉게 피고 버들가지 문에 비치고 / 紅槿花開柳映門

매실 익을 무렵이라 비는 어둑히 내리니 / 黃梅時節雨昏昏

서늘하긴 엷은 오사모가 가장 좋거니와 / 納涼最愛烏紗薄

취하는 덴 막걸리 텁텁함을 논할 것 없지 / 取醉休論白酒渾

경술을 익힌 소신은 좋은 계책도 없이 / 經術小臣無好策

문명 성대에 깊은 은혜만 입고 있다가 / 文明聖代荷深恩

십 년 동안 청산에 갈 약속을 저버렸더니 / 十年辜負靑山約

낚싯배 낚싯대가 꿈속에 자주 들어오네 / 釣艇漁竿入夢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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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5권 / 시류(詩類)

재차 화답하다. 4수

 

삼복의 무더위라 문 닫고 들앉았노라니 / 三伏炎蒸爲杜門

쓸쓸한 손의 자리는 이미 먼지가 뿌옇네 / 凄涼客榻已塵昏

매실나무 바람에 쓰러짐은 혐의로운데 / 黃梅小樹嫌風亞

연꽃 붉게 핀 연못은 빗물로 혼탁하여라 / 紅藕方塘得雨渾

동린에서 술 마심은 감지덕지 하거니와 / 覓酒東鄰偏感德

북곽에 시 부친 건 은혜 보답기 위함일세 / 寄詩北郭欲酬恩

작은 창 앞에 일 없이 턱 괴고 앉았자니 / 小窓無事支

눈에 가득 연작들이 떼를 지어 나는구려 / 滿眼群飛燕雀紛

 

내 말 타고 남의 집 기웃거린 적 없노니 / 不曾騎馬傍人門

만길의 뿌연 먼지를 보기가 두려웠었지 / 怕見紅塵萬丈昏

술은 시름을 눌러 꺾을 수가 있거니와 / 酒壓愁城能頓挫

시는 필진을 따라 힘차게 내달리도다 / 詩隨筆陣正奔渾

어머니껜 삼생의 봉양을 심히 저버렸지만 / 慈親酷負三牲養

남자는 일반의 은혜도 꼭 갚아야 하고말고 / 男子須酬一飯恩

깨끗한 안석 밝은 창 아래 홀로 앉았자니 / 淨几明窓成獨坐

향로의 향 연기만 수다하게 피어오르네 / 小爐香縷裊紛紛

 

공업 이루어 문에 창 세울 마음은 없이 / 功業無心樹棘門

십 년 동안 서책 속에 눈만 어두워졌네 / 十年編簡眼昏昏

요순 시대의 세도는 희호를 생각했고 / 唐虞世道思熙

전고의 문장들은 악혼을 다하였어라 / 典誥文章盡噩渾

일월의 광화는 광대한 빛을 고루 나누고 / 日月光華分大曜

천지의 조화는 깊은 은혜를 널리 펴는데 / 乾坤造化布深恩

장부의 뜻 세움은 의식에 있지 않나니 / 丈夫立志非溫飽

천고에 그 누가 분란을 잘 풀어줄런고 / 千古何人善解紛

 

쓸쓸한 내 신세는 흡사 산승과도 같아 / 蕭條身世似桑門

포단에 가부좌한 채 낮잠만 쿨쿨 자네 / 趺坐蒲團晝睡昏

한창땐 높은 노래로 공연히 강개했는데 / 壯歲高歌空慷慨

때론 거나히 취해 혼전함을 얻기도 하지 / 有時微醉得全渾

동산의 흥은 십 년을 헛되이 저버렸지만 / 十年虛負東山興

북궐의 은혜야 어찌 하룬들 잊는단 말가 / 一日何忘北闕恩

깊은 집에 해는 길고 오는 손은 없는데 / 深院日長無客到

뜰 가득 비바람만 어지러이 몰아치누나 / 滿庭風雨亂紛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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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5권 / 시류(詩類)

세 번째 화답하다. 8수

 

소년 시절 교분은 외람히 용문에 끼었더니 / 妙齡交分忝龍門

백발 나이 오늘날엔 두 눈이 어두워졌네 / 白首如今兩眼昏

나는 시주로 일생 백년을 방종하는데 / 詩酒百年吾跌蕩

그대는 문장이 한 시대에 웅혼하구려 / 文章一代子雄渾

의기투합해 다행히 생전 교분 맺었거니 / 投膠幸托生前契

풀을 걸어매어 사후의 은혜 보답할 걸세 / 結草相酬死後恩

장안의 경박한 사람들을 세지도 말게나 / 莫數長安輕薄子

뒤집으면 구름 엎으면 비가 몹시 분분하나니 / 飜雲覆雨苦紛紛

 

게으르고 무능하여 문 밖을 안 나가니 / 懶慢無堪不出門

가랑비 고요함 속에 한 등불이 어둑한데 / 愔愔小雨一燈昏

수염은 듬성해라 백 수 시가 끊어냈고 / 髥疎百首詩能斷

창자는 얕아라 석 잔 술에 벌써 취하네 / 腸淺三杯酒已渾

발탁됨은 성상의 알아줌을 잘못 입었고 / 擢拔謬蒙明主識

끌어줌은 친구의 은혜를 다시 의탁하여 / 吹噓更仗故人恩

반평생을 또 관직의 그르침을 입었으니 / 半生又被簪袍誤

신세가 어떻게 분분한 세속을 벗어나랴 / 身世何由脫俗紛

 

녹음 속에 새는 우는데 한낮에 문을 닫고 / 綠陰啼鳥晝關門

오사모 쓰고 차 달이며 졸음을 깨우노니 / 紗帽煎茶洗睡昏

세상일은 혹 돌돌을 쓸 때가 있거니와 / 世事有時書咄咄

문장은 어느 날에나 다시 혼혼해질런고 / 文章何日復渾渾

형산의 옥박이 화를 불렀단 말만 들었지 / 徒聞荊璞能招禍

수후의 진주가 은혜 갚았단 건 못 믿겠네 / 未信隋珠可報恩

스스로 믿노니 내 생애는 출처에 어두워 / 自信此生迷出處

농어회 순채국만 꿈속에 자주 들온다오 / 鱸魚蓴菜夢紛紛

 

명리를 서로 다툼이 흡사 저잣거리 같아라 / 名利爭趨似市門

장안의 수레들이 뿌연 먼지에 다 묻혔네 / 長安車騎沒塵昏

인정은 본디 절로 깊고 얕음이 있거니와 / 人情本自有深淺

세도는 예부터 흔히 흩어지고 뭉치는걸 / 世道從來多散渾

의사는 몸에 옻칠해 능히 은덕을 갚았고 / 義士漆身能報德

남아는 자결하여 은혜를 안 저버렸었지 / 男兒刎頸不辜恩

세간에서 어떻게 하면 많은 술을 얻어서 / 世間安得如

잔뜩 취하여 분분한 만사를 다 잊어볼꼬 / 盡醉都忘萬事紛

 

적적하고 그윽한 집에 문을 닫고 앉았자니 / 寂寂幽居閉閤門

처마 사이의 초승달 빛이 황혼에 반짝이네 / 半簷新月耿黃昏

시 생각은 병든 뒤에 막힘을 갑절 알겠고 / 病餘倍認詩情澁

도안은 늙어갈수록 온전함을 더욱 알겠네 / 老去深知道眼渾

열 식구가 잘 삶은 후한 녹봉 때문이지만 / 十口全生因厚祿

한 몸의 분수 넘침은 천은에 사례하노라 / 一身踰分謝天恩

집에는 아무 것도 없어 사방이 벽뿐이요 / 家空四壁無餘物

있는 거라곤 좌우에 널린 서책뿐이로세 / 只有靑編左右紛

 

해는 길고 사립문에 찾아오는 손이 없어 / 日長無客到柴門

유유히 사물 관찰하며 조석을 보내노니 / 觀物悠悠送旭昏

예로부터 안붕은 크고 작음이 다르고 / 自古鵬殊大小

본래에 경위는 맑고 흐림이 같지 않네 / 由來涇渭異淸渾

그 누가 눈 흘긴 원한도 반드시 갚았던가 / 何人必報睚眦怨

야박한 풍속은 골육의 은혜도 잊고말고 / 薄俗能忘骨肉恩

회상컨대 영소는 지금 적막하기만 하고 / 回首英韶今寂寞

개구리 떠드는 소리 괴로워 못 견디겠네 / 不堪蛙黽聒紛紛

 

때론 찾아오는 손 있어 잠을 놀라 깨어 / 有時驚夢客敲門

바둑 두고 담론하며 흐린 눈을 씻노니 / 相對談碁洗眼昏

정성 어린 쟁반엔 푸른 채소가 보드랍고 / 滿意盤靑園菜嫩

마음 다한 술동이엔 막걸리가 텁텁하네 / 盡情樽白市醪渾

한바탕 훈훈한 바람에 옷깃 헤쳐 즐겨라 / 薰風一陣披襟樂

작은 비의 서늘함은 뼛속까지 시원하지 / 小雨新涼到骨恩

깊은 밤 기다려 취한 몸 부축해 가노라면 / 直待夜深扶醉去

모자 차양에 꽃 그림자 달빛이 뒤섞이네 / 帽簷花影月紛紛

 

썩은 선비는 군문에 세울 책략이 없어라 / 腐儒無策立軍門

궁마의 재주 서툴고 기력 또한 어두운걸 / 弓馬才疎氣力昏

북벌의 위명은 곽거병을 추앙하거니와 / 北伐威名推去病

남정의 책략은 의당 왕혼을 쳐주고말고 / 南征籌畫數王渾

한때의 특별한 만남은 풍운의 제회이고 / 一時奇遇風雲會

절대적인 큰 은총은 우로 같은 은혜로다 / 絶代洪私雨露恩

홀로 앉아서 괜히 고금의 일을 생각하니 / 獨坐空懷今古事

눈에 스친 영웅이 그 얼마나 분분했던고 / 英雄過眼幾紛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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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5권 / 시류(詩類)

일휴(日休)가 부쳐온 시에 차운하다. 3수

 

평생에 성질이 내 집 사랑함에 버릇되어 / 平生性癖愛吾廬

문 닫고 향 피우고 소제를 말끔히 하여라 / 閉閤焚香淨掃除

도령은 동이에 술 있는 것만 알 뿐이었는데 / 陶令但知樽有酒

풍랑은 괜히 나가려도 수레 없다 탄식했네 / 馮郞空嘆出無車

병든 뒤의 신세는 온통 꿈만 같은데 / 病餘身世渾成夢

늙어갈수록 문장은 글만 저술하고 싶구려 / 老去文章欲著書

명예 이끗은 끝내 스스로 괴로울 뿐이니 / 名利到頭徒自苦

내 장차 반드시 녹문을 찾아가서 살련다 / 會須歸問鹿門居

 

그윽한 회포 몹시 슬퍼 오두막 문 닫고 / 惻惻幽懷掩小廬

주렴 걷으니 풀빛이 뜰 가에 가득하네 / 開簾草色滿庭除

백일이 두 귀밑 침범함은 어찌 견디랴만 / 那堪白日侵雙鬢

다만 서책이 오거에 넘치는 건 기쁘구려 / 只喜靑編剩五車

반악은 일찍이 한거부를 지었거니와 / 潘岳閑居曾有賦

소군은 사직서가 어찌 없을 수 있으랴 / 疏君乞退可無書

뿌연 먼지 얼굴 가득고 도포는 후줄근하니 / 紅塵滿面靑衫澁

답답해라 어찌 여기에 오래 머물 수 있으랴 / 鬱鬱安能此久居

 

인간의 세월은 흡사 객사와도 같은 거라 / 人間歲月似蘧廬

호기가 이제는 점차 줄어듦을 깨닫겠네 / 豪氣如今覺漸除

소진은 때로 수불 앞에 재계를 올렸고 / 蘇晉有時齋繡佛

도잠은 외출하려면 건거를 명했었지 / 陶潛欲去命巾車

병이 듦에 석 잔 술은 도움됨을 알겠으나 / 病知有助三盃酒

늙어가매 점차 만 권 서책은 필요가 없구려 / 老漸無功萬卷書

사십 나이 살아온 게 한번 웃을 만해라 / 四十行年堪一笑

어제 그르고 오늘 옳음에 절로 편안하네 / 昨非今是自居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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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5권 / 시류(詩類)

재차 화답하다. 6수

 

시종으로 오랫동안 금려에 입직하다가 / 侍從多時直禁廬

오늘날에 남궁 벼슬을 새로 제수받아서 / 南宮今日忝新除

쌍룡궐 아래서는 단의를 우러러보고 / 雙龍闕下瞻丹

오색구름 속으론 속거를 바라보노라 / 五色雲中望屬車

절로 헛된 이름 있어 남의 비방을 듣지만 / 自有虛名人所謗

역사에 기재할 만한 작은 공적도 없었네 / 曾無寸效史堪書

아 그대는 청운의 길에 오래 침체했으니 / 嗟君久屈靑雲路

장차 깊숙한 상부에 있는 걸 보게 되리 / 會見潭潭相府居

 

십 년 동안 고생 끝에 집은 장만했는데 / 十載辛勤有屋廬

주머닛돈은 아침에 있다 저녁엔 없어지니 / 囊錢朝滿夕能除

돌아간다고 굳이 장협을 칠 필요 없고 / 歸來不用彈長鋏

출입할 땐 작은 수레만 빌리면 그만일세 / 出入唯須借小車

날마다 찾아오는 중이 있어 글자를 묻고 / 日有敲門僧問字

때론 편지로 손의 글 부탁을 받기도 하네 / 時聞折簡客憑書

나의 전신은 바로 두릉 노인이었기에 / 前身我是杜陵老

게을러서 수죽 곁에 살기만 늘 생각하네 / 懶性常思水竹居

 

한세상을 한가로이 오두막에 부쳐 살지만 / 優遊一世寄蝸廬

높다란 호기는 늙어서도 없어지지 않누나 / 豪氣崢嶸老不除

오늘은 출세하여 조정에 선 게 부끄러우나 / 今日立身慙正笏

후일엔 사직하여 수레를 매달아두려 하네 / 他年乞骨擬懸車

시국 상심한 가부는 공연히 부를 전했고 / 傷時賈傅空傳賦

나라 걱정한 광형은 일찍 글을 올렸었지 / 憂國匡衡早上書

태평성대에 무능한 사람을 용납해 주어 / 聖代用人容短拙

붓 들고 성상 가까이 뫼신 게 몇 해던고 / 抽毫幾載近宸居

 

취향의 천지에 내 보금자리 마련하고 / 醉鄕天地卜吾廬

이 밖의 분분한 만사를 다 상관 않노니 / 此外紛紛萬事除

저술한 것은 때로 장독을 덮을 뿐이지만 / 著述有時徒醬甕

공명은 예로부터 소금 수레와 같고말고 / 功名從古似鹽車

시구는 우연히 당률에 미칠 수도 있으나 / 詩聯偶或追唐律

글씨야 어찌 진서에 핍근할 수 있으리요 / 楷法何曾逼晉書

노쇠한 백발로 부질없이 나이만 먹은 채 / 白首龍鍾空老大

한가로이 먹고 자며 세월만 허비하노라 / 悠悠眠食費諸居

 

비 온 뒤에 띠 지붕 헐어진 곳을 땜질하고 / 雨後編茅補毁廬

온 뜨락을 쓴 듯이 잡초도 새로 제거했네 / 一庭如掃草新除

빈한하니 뜻에 맞은 건 이불과 죽뿐이지만 / 貧寒適意唯衾粥

부귀하면 고심 거리가 바로 사마 고거라오 / 富貴勞心是駟車

백옥배의 한 잔 술은 연시의 술이요 / 白玉一盃燕市酒

찌 붙인 만축은 업후의 서책이로다 / 牙籤萬軸鄴侯書

통음과 미친 노래 이외는 관여치 않는데 / 狂歌痛飮餘無管

광대한 천지는 내 집을 비호해 주는구려 / 蕩蕩乾坤庇我居

 

푸른 나무 엷은 그늘이 초려를 덮어주니 / 綠樹輕陰冪草廬

담근 오얏 띄운 외로 더위를 말끔히 씻네 / 浮瓜沈李暑全除

종아이는 약초 가꾸러 쇠 삽을 휴대하고 / 童奴課藥携金鍤

늙은 여종은 실 켜려고 물레를 돌리누나 / 老婢繅絲轉雪車

때론 다시 서막처럼 성인에 맞기도 하지만 / 時復一中徐邈聖

퇴지처럼 글을 세 번씩 올릴 건 없고말고 / 不須三上退之書

사문의 골육 같은 사람은 우리들뿐이라 / 斯文骨肉唯吾輩

날마다 시통 왕래하며 기거를 묻네그려 / 日遞詩筒問起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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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7권 / 시류(詩類)

군자(君子) 3수

 

군자는 명성 수립을 귀히 여기나니 / 君子貴立名

명성 수립하면 의당 썩지 않고말고 / 立名當不朽

나는 들으니 급암은 우직하여 / 吾聞汲黯戇

인의를 한갓 스스로 지켰다는데 / 仁義徒自守

저 부들부들한 공손홍은 / 彼哉公孫柔

손가락 감아라 낯짝도 뻔뻔했네 / 繞指顔亦厚

이 마음만 부질없이 걱정되어라 / 此心空耿耿

거슬러 올라가 고인이나 벗삼으리 / 古人尙可友

 

군자는 멀리 놂을 귀히 여기나니 / 君子貴遠遊

멀리 놀아야 도를 행할 수 있지 / 遠遊道可行

공성은 옛날 천하를 주유하여 / 孔聖昔轍環

이에 과화의 공을 이루었거니와 / 過化功乃成

아 저 자장은 / 吁嗟乎子長

두루 유람해 평소의 뜻 이뤘는데 / 歷覽酬平生

나는 지금 자신을 알지 못하고 / 我今不自知

의기만 부질없이 높을 뿐이로세 / 意氣空崢嶸

 

군자는 만족할 줄 앎을 귀히 여기나니 / 君子貴知足

만족할 줄 알면 몸이 욕되지 않네 / 知足身不辱

천도는 이지러지고 가득 참이 있는데 / 天道有虧盈

사람은 어이해 만족할 줄 모르는고 / 人胡不自得

온 세상이 이끗을 탐하는 가운데 / 滔滔乾沒間

두 귀밑이 어느덧 다 희어 버렸네 / 兩鬢已白

천재에 오직 한 유후여 / 千載一留侯

그대 따라서 벽곡이나 배우련다 / 從君學辟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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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7권 / 시류(詩類)

영평부(永平府)의 팔경(八景). 역승(驛丞) 조정(曹整) 질자(姪子)를 위하여 짓다. 본디 십경(十景)인데, 조정이 그 이경(二景)을 빠뜨리고 팔경만 말한 것이다.

 

고죽청풍(孤竹淸風)

고죽의 맑은 바람은 만고에 가을이로다 / 孤竹淸風萬古秋

분분한 천하가 주 나라를 얼마나 겪었던고 / 紛紛天下幾經周

수양산 아래는 아무도 찾아오는 이 없이 / 首陽山下無人到

해마다 연기 비 속에 고사리만 시름하네 / 煙雨年年蕨子愁

 

갈석청조(碣石晴照)

해문은 예로부터 풍랑이 거세게 치는데 / 海門從古浪奔雷

한 줄기 황하수가 끝없이 콸콸 흐르누나 / 一帶黃河袞袞來

나는 당장 갈석산을 부여잡고 올라가서 / 我欲攀緣登碣石

술잔보다 작아 뵈는 바다를 굽어보고 싶네 / 俯看溟渤小於杯

 

구곡장춘(龜谷藏春)

구곡이 봄을 갈무리했다고 말들을 마소 / 莫言龜谷解藏春

꽃 시절에만 화려한 새 꽃을 볼 뿐인걸 / 只見花時錦繡新

사해가 지금은 거울같이 밝은 세상인데 / 四海卽今明似鏡

세간에 어찌 진 나라 피한 사람이 있으랴 / 世間那有避秦人

 

연당피서(蓮塘避暑)

무슨 일로 기인이 유독 연을 사랑하는지 / 何事畸人獨愛蓮

꽃 필 때 일찍이 배만 한 뿌리도 보았지만 / 花開曾見藕如船

어찌 알리요 바다 가운데 반도 나무는 / 那知海上蟠桃樹

천년 만년 만에 열매가 한 번 여는 줄을 / 結子千年又萬年

 

난강대도(江大渡)

산은 높고 작은 달은 가을 강에 가득해라 / 山高月小滿江秋

계도와 난장으로 배를 한번 띄워 올라볼까 / 桂棹蘭檣一泝舟

만일에 시가 있고 겸하여 술까지 있다면 / 若使有詩兼有酒

소선만 유독 풍류를 독차지하진 못하리 / 蘇仙不獨擅風流

 

강정문회(江亭文會)

땅이 좋고 인물 걸출해 모두가 유선이라 / 地靈人傑盡儒仙

웅변과 고담으로 온 좌중을 진동하였네 / 雄辨高談動四筵

산하를 두루 보니 참으로 경치도 좋아라 / 擧目山河眞勝景

청허함이 바로 죽림칠현이 아니리요 / 淸虛非是竹林賢

 

남산석호(南山石虎)

남산의 안개 속에 숨어 오래 쭈그려 앉았어라 / 霧隱南山久矣蹲

휘파람 한번만 불면 풍운을 일으킬 텐데 / 若使一嘯便風雲

이 사이에서 화를 도피할 수 있단 말인가 / 此間可是能逃禍

천하에 어찌 이 장군 같은 이가 또 없으랴 / 天下那無李將軍

 

도산적설(都山積雪)

산 가득 눈이 날려 백옥이 높이 쌓이어라 / 滿山飛雪玉

사람은 옥봉우리의 몇째 층계에 있는고 / 人在瑤瓊第幾層

나도 또한 푸른 행전과 베버선이 있거니 / 我亦靑纏布襪在

지금부터 곧장 한번 올라가보고 싶구나 / 從今直欲一來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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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7권 / 시류(詩類)

소 진사(蕭進士)의 산해등루(山海登樓) 시운을 사용하다.

 

광녕의 도중에 요동(遼東)의 구생(丘生)을 만나서 그와 함께 이틀 밤을 묵으면서 동행을 하는데, 그가 진사 소현(蕭顯)의 추일등루(秋日登樓) 시를 보여주고 또 나에게 화답해 주기를 요구하였다.

 

성루에서 한번 바라보면 아마 아득했으리 / 城樓一望思茫茫

시야가 끝이 없어 팔방이 좁음을 알았겠지 / 極目唯知隘八荒

계북은 푸른빛이 웅장한 산세에 연하고 / 薊北靑連山勢壯

요서는 흰 물결이 기다란 해문에 닿았네 / 遼西白接海門長

시인은 예로부터 흔히 가을을 슬퍼하지만 / 騷人自昔多秋思

지사야 어찌 일찍이 고향을 그리워했던가 / 志士何曾戀故鄕

태평성대라 거서가 막 하나로 합쳐져서 / 聖代車書方混一

관광하여 명왕 뵌 걸 다행으로 여기노라 / 觀光自幸覲明王

 

성첩은 아스라이 창공을 가로질러 있고 / 雉堞橫空入杳茫

백이 산하는 먼 오랑캐 땅을 진압했는데 / 山河百二控要荒

성황께선 원방을 회유해 은위가 흡족하고 / 聖皇綏遠恩威洽

훌륭한 장수는 변방의 방어책이 장하여라 / 良將籌邊劃策長

유가는 사신으로 와서 대궐을 바라봤는데 / 有家乘軺來望闕

어떤 이는 비단옷 입고 고향엘 돌아갔는고 - 소 진사의 시에 책환의금(策還衣錦)이란 구절이 있었다. - / 何人衣錦此還鄕

부신 버리는 게 절로 남아의 일이고말고 / 棄自是男兒事

사해가 이젠 한 임금을 우러르고 있으니 / 四海如今仰一王

 

요동 들은 연산과 아득히 서로 닿았는데 / 遼野燕山接渺茫

땅이 극동에 치우쳐 오랑캐와 인접했네 / 地偏東極際窮荒

당당한 세월 속에 용모는 날로 변해 가고 / 堂堂歲月容顔改

광대한 천지 사이에 도로는 멀기만 해라 / 納納乾坤道路長

두로는 시를 써서 항상 임금을 사모했고 / 杜老題詩常戀主

중선은 부를 지어 고향을 몹시 생각했지 / 仲宣作賦苦思鄕

지금까지도 균천의 꿈속 일이 기억난다 / 只今猶記鈞天夢

오색구름 어린 가운데 성왕을 뵈었었네 / 五色雲中拜聖王

 

요양의 예전 일을 아득히 상상해 보건대 / 遼陽往事想微茫

무력 남용한 수당의 뜻은 이미 거칠었네 / 黷武隋唐志已荒

지금은 태평성대라 문교가 흡족거니와 / 聖代卽今文敎洽

우리나라는 천고에 울타리가 되었기에 / 吾邦千古翰蕃長

의관과 예악은 중하의 것을 존중하는데 / 衣冠禮樂尊中夏

일월과 산하는 제향을 둘러싸고 있도다 / 日月山河繞帝鄕

기직 같은 인물은 조정 가득 극성한데 / 人物滿朝夔稷盛

더구나 또 문장은 모두가 구왕이로세 / 文章況復盡歐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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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8권 / 시류(詩類)

일휴(日休)가 날마다 아름다운 시편을 욕되이 보내왔으나, 나는 재주가 군색하여 붓을 놓아버린 지 여러 날이 되었는데, 오늘 다시 별운(別韻)을 사용하여 부쳐왔으므로, 서너 차례 반복하여 받들어 완상해 본 결과, 그 기교 있고 신속함을 기뻐하여 애오라지 다시 이어서 화답하는 바이다. 다만 사어(詞語)가 졸렬하고 거칠어서 포고(布鼓)를 가지고 뇌문(雷門)을 지나간다는 기롱이 없지 않겠지만, 잘 바로잡아서 가르쳐 주기를 삼가 바라는 바이다. 6수

 

공명이 분에 넘쳐라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 功名踰分夢耶非

발탁해준 데서 성주의 지우를 깊이 입었네 / 擢拔深蒙聖主知

북해를 가져다가는 천일주를 빚어내고 / 北海釀成千日酒

남산으로는 만년수를 일제히 드렸어라 / 南山齊獻萬年巵

문인들은 이미 강구의 민요를 지었으니 / 詞人已撰康衢頌

국사에는 의당 대아의 시를 편찬해야지 / 國史須編大雅詩

기룡들은 서로 이어서 보좌를 잘하는데 / 接武虁龍能黼黻

소신은 조금의 보탬도 없는 게 부끄럽네 / 小臣愧乏補毫絲

 

한 가지 선이 어찌 백 가지 그름을 구하랴 / 一善何曾救百非

거연히 남이 모르게 가려 덮고 싶지 않네 / 居然不欲掩人知

바퀴 자국에서 노는 붕어는 가련하거니와 / 堪憐涸鮒游車轍

본래 겁난 건 술잔에 비친 뱀 그림자로세 / 早怯懸蛇落酒巵

실추된 서업은 한자의 학문에서 찾고 싶고 / 墮緖欲尋韓子學

남은 향기는 두릉의 시에서 일찍이 얻었지 / 餘芳曾杜陵詩

분명히 방촌 사이엔 티끌 하나도 없건만 / 分明方寸無塵滓

거울 보고 새로 놀란 건 하얀 귀밑이라네 / 鏡裏新驚鬢似絲

 

늦었지만 내 이제 어제의 그름을 깨달아 / 晩矣吾今悟昨非

고상한 회포 우뚝함을 누구에게 말해줄꼬 / 高懷落落許誰知

대약을 구하려면 금정을 필요로 하지만 / 欲求大藥須金鼎

때로는 옥잔 가득한 좋은 술을 사랑한다오 / 時愛醇醪滿玉巵

하갈 동구로 그럭저럭 세월을 보내노라니 / 夏葛冬裘聊卒歲

춘화 추월은 모두 시의 재료로 쓰이누나 / 春花秋月盡供詩

전신이 두보라서 처자가 몹시 곤궁하건만 / 前身杜甫窮妻子

다시 누구에게 한 오리나마 빌 데가 있으랴 / 更有何人乞一絲

 

한 동이 막걸리로 옳고 그름 모두 잊고 / 一罇濁酒忘是非

그 밖의 분분한 일들을 아랑곳 않노라니 / 餘外紛紛都不知

취한 꼴은 술동이 훔친 필랑과 흡사하고 / 醉似畢郞猶盜甕

장사답긴 감히 잔 사양하랴던 번장 같네 / 壯如樊將敢辭巵

백년의 호기는 능운부에 나타났거니와 / 百年豪氣凌雲賦

만고의 문장은 토봉시가 그것이고말고 / 萬古文章吐鳳詩

노쇠하여 세상일에 더욱 싫증이 나서 / 世事老衰尤可厭

근년에야 묵적이 실을 슬퍼한 걸 믿겠네 / 年來始信墨悲絲

 

분분한 세상일에 시비를 함부로 논하지만 / 世事紛紛妄是非

고기가 아니거니 누가 고기 속을 알리오 / 非魚誰復得魚知

생애의 쓸쓸함은 삼간 집 하나일 뿐인데 / 生涯落托三間屋

세월을 보내는 덴 술잔을 얼마나 셌던고 / 歲月消磨幾酒巵

유의는 가난해도 장난의 도박을 잘했고 / 劉毅家貧工戱擲

낙천은 늙어갈수록 시를 몹시 좋아했지 / 樂天老去酷耽詩

유유한 강남 갈 꿈만 공연히 허비하여라 / 悠悠空費江南夢

한 거룻배 청풍에 낚싯줄이 간들거리리 / 一艇淸風裊釣絲

 

세상 인정은 시시비비를 잘도 가리건만 / 人情是是與非非

나만 홀로 어두워 백에 하나도 모르거니 / 我自昏慵百不知

열관에게 냉어를 용납하길 감히 바라랴 / 敢望熱官容冷語

작은 양에 큰 술잔이나 멋대로 기울인다네 / 從敎淺量倒深巵

용모가 확삭함은 늙어서 그런 게 아니요 / 容顔矍鑠非緣老

심사가 불우함은 정히 시에 걸린 때문일세 / 心事蹉跎正坐詩

홀로 남창 기대 있자니 사람은 안 오는데 / 獨倚南窓人不到

반 주렴 석양 아래 비만 실실 내리는구나 / 半簾斜日雨絲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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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8권 / 시류(詩類)

앞의 운을 사용하여 일휴(日休)에게 부쳐서 화답하기를 요구하다. 5수

 

병은 날로 침공하고 일은 날로 글러져서 / 病日相攻事日非

까마득히 세상일 들어 아는 것 없는지라 / 瞢然世故耳無知

한가한 때면 산중의 약을 괴로이 생각하고 / 閑餘苦憶山中藥

취한 뒤엔 달 아래 술잔을 늘 기울인다네 / 醉後頻傾月下巵

홍패 벽당이야 어찌 꿈인들 판단하랴만 / 紅旆碧幢那解夢

녹침 금쇄는 공연히 시만 썼을 뿐이로다 / 綠沈金謾題詩

북창 아래 편히 누우니 물같이 서늘해라 / 北窓高枕涼如水

때때로 맑은 바람이 솔솔 불어오네그려 / 時有淸風送一絲

 

친구들이 연래에 태반이나 떠나버려서 / 故舊年來大半非

어쩌다 만난 사문은 아는 이도 적으니 / 斯文邂逅少相知

백발의 내가 문필에 골몰함은 가소롭지만 / 白頭笑我勞鉛槧

반가이 그대 만남은 술잔을 들기 위함일세 / 靑眼逢君擧酒巵

우리 함께 퇴지의 성남구가 생각나거니 / 退之共憶城南句

우리 서로 이백의 위북시도 생각했었지 / 白也相思渭北詩

흐르는 물 높은 산의 소리가 적막하여라 / 流水高山音寂寞

난교를 가지고 금사를 곧장 잇고만 싶네 / 鸞膠直擬續琴絲

 

헛된 이름 요란함이 이게 되레 그르고말고 / 浮名擾擾是還非

내 신세 불우함은 나 혼자만 알 뿐이라네 / 身世蹉跎只自知

죽은 뒤의 유령에겐 응당 삽이 있었지만 / 死後劉伶應有鍤

생전의 태백에겐 술잔이 없을 수 있으랴 / 生前太白可無巵

눈이 어른어른한 건 도시 병 때문이지만 / 玄花翳眼都緣病

머리가 온통 하얀 건 시 때문이 아니라네 / 白雪渾頭不爲詩

옛날 우리 강호에서 행락하던 게 생각난다 / 憶昔江湖行樂處

소반의 은빛 생선회가 실보다 가늘었었지 / 盤中銀鱠細於絲

 

냉어와 용자는 온 세상이 그르게 여기거늘 / 冷語庸姿世所非

평소의 회포 소탕함을 그대만이 아는구려 / 雅懷疎蕩只君知

향이 해안에서 풍겨라 차는 솥에서 끓고 / 香生蟹眼茶煎鼎

빛은 아황에 동해라 술이 잔에 가득하네 / 光動鵝黃酒滿巵

정로는 삼절의 필력을 헛되이 전했거니 / 鄭老虛傳三絶筆

장형은 사수의 시를 응당 짓지 말아야지 / 張衡莫作四愁詩

일생 백년을 스스로 헤아려 지낼 뿐이로다 / 百年自可商量過

분분한 세상일은 실타래 다스리기 같나니 / 世事紛如似理絲

 

삼십구 년 동안을 내 이미 잘못 살았으니 / 三十九年吾已非

인정과 세태를 내가 어찌 알 수 있으리오 / 人情世態寧得知

온갖 근심은 한데 모여 속이 오글오글 타고 / 百憂幷集似焦釜

만사는 잘도 잊혀져서 새는 술잔 같네그려 / 萬事健忘如漏巵

속체에 어찌 우군의 서체를 필요로 하랴 / 俗體何須右軍字

괴로이 읊던 동야의 시는 배우지 않는다네 / 苦吟不學東野詩

아 오늘날 참으로 애석히 여길 만한 일은 / 嗟哉此日足可惜

고운 얼굴 쭈그러지고 머리도 희어감일세 / 皺盡紅顔頭欲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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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8권 / 시류(詩類)

일휴(日休)가 고양 좌상(高陽左相)을 모시고 노닐면서 지은 유서호운(遊西湖韻)에 차하다.

 

거울 같은 열 이랑 서호는 차갑기만 한데 / 十頃西湖鏡面寒

상공이 먼 데를 조망코자 난간에 기대었네 / 上公登眺倚闌干

좌석 가득 가빈들은 신선이 모인 듯하고 / 嘉賓滿座神仙會

좋은 날에 주연 벌이니 경물도 한가로웠네 / 勝日開筵景物閑

아담한 흥취는 진공의 녹야를 생각게 하고 / 雅興晉公思綠野

고상한 회포는 사부가 동산에 노닌 듯해라 / 高懷謝傅向東山

풍류와 문채가 당시에 가장 뛰어났으니 / 風流文彩當時勝

이 모두가 태평의 기상 속에 있는 거로세 / 都在昇平氣象間

 

나는 광문 학사의 한빈함이 가소로워라 / 我笑廣文學士寒

일생을 시와 술 말고는 간여하지 않노니 / 一生詩酒外非干

늙어도 오직 호탕함은 줄어들지 않는데 / 老曾不減唯豪宕

취하면 혹 일이 없어 등한한 듯도 하다네 / 醉或無何似等閑

미쳐 노래할 땐 오모가 기욺을 잘 알거니와 / 狂歌自信欹烏帽

일어나 춤출 땐 옥산이 무너지거나 말거나 / 起舞從敎倒玉山

석양에 부축해 갈 땐 눈이 펄펄 내렸으니 / 日暮扶歸天正雪

아마도 몸이 그림 속 같은 데에 있었겠네 / 不知身在畫圖間

 

주렴 장막 침침하고 특별히 차가워서 / 簾幕沈沈特地寒

작은 먼지 한 점도 날아들지 않았으리 / 纖塵一點不相干

상심과 미경은 본디 겸하기 어려운 건데 / 賞心美景思難並

훌륭한 벗과 손들은 각자 여한을 즐기었네 / 勝友嘉賓得自閑

행락으론 응당 적벽을 따를 만하거니와 / 行樂也應追赤壁

풍류도 역시 향산보다 덜하지 않다마다 / 風流亦不減香山

인생의 만족함이 어찌 이보다 더할쏜가 / 人生得意寧過此

온 좌중의 기상이 모두가 춘풍이로구려 / 氣象春風四座間

 

높이 오르니 덜덜 떨려 추위를 느끼어라 / 登臨膚栗已生寒

하늘과의 지척 거리까지 곧장 올라가니 / 咫尺雲霄直上干

들 버들 강 매화는 다 봄빛이 생동하고 / 野柳江梅俱動色

창파의 백조들은 모두 한가롭기만 한데 / 滄波白鳥儘長閑

화려한 자리의 춘풍은 북해에 열리었고 / 綺席春風開北海

주렴은 저물녘에 서산의 비를 거두었네 / 珠簾暮雨捲西山

상군의 빈객 좋아함을 그 뉘게 비하랴 / 相君愛客何曾比

높은 의리를 의당 사책에서 찾아야 하리 / 高義當求簡策間

 

다스운 봄바람이 추위를 물리치려 하거니 / 濃暖春風欲放寒

난간에 올라 멀리 조망키에 뭐가 해로우랴 / 何妨登眺此闌干

끝내는 오만 일이 취한 것만 못하려니와 / 到頭萬事不如醉

손꼽아 봐도 일생에 한가함이 제일이었네 / 屈指一生無過閑

질장군 칠 땐 귀가 뜨거움을 스스로 알고 / 擊缶自知生耳熱

나귀 타곤 나도 몰래 어깨를 으쓱이나니 / 騎驢不覺聳肩山

어떻게 하면 그림 잘 그리는 솜씨를 시켜 / 若爲倩得丹靑手

이런 풍류를 한 장 화폭에 그려내게 할꼬 / 畫出風流一幅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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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8권 / 시류(詩類)

일휴가 좌상을 모시고 노닐면서 지은 유서호운에 또 차하다.

 

경호를 일찍이 칙명으로 내렸고 / 鏡湖曾勅賜

큰 누각은 구름 깊이 우뚝 섰는데 / 傑閣倚雲深

재상 노인은 금준에 흥겨워하고 / 相老金樽興

문인들은 백설곡을 노래하였네 / 詞人白雪吟

강산은 천고를 전해오던 땅이요 / 江山千古地

모인 이들은 백년을 한마음일세 / 會合百年心

기억하건대 자리가 끝난 마당엔 / 記憶闌珊處

눈 내리는 속에 날이 저물었었지 / 霏微薄暮陰

 

한수는 벌창하여 막 새파랗고 / 漢水漲初綠

강가의 누각은 봄이 아직 얕은데 / 江樓春未深

태평성대라 한가한 날도 많거니 / 明時多暇日

길이 취함이 깨서 읊기보다 낫구려 / 長醉勝醒吟

세상일은 마냥 어긋나기만 한데 / 人世蹉跎事

친지들은 기약 없이 서로 만났네 / 交親邂逅心

즐거운 놀이는 계속하기 어렵나니 / 淸懽難袞袞

날 저무는 걸 상관할 것 없고말고 / 遮莫日西陰

 

높은 누각은 천 척이나 올라가고 / 危樓千尺上

봄물은 상앗대 절반쯤 불었는데 / 春水半篙深

난간 기댄 흥취를 막 파하자마자 / 纔罷憑闌興

문득 노에 기대어 시를 읊조릴 제 / 俄成倚棹吟

강물 소리는 나그네 취기를 깨우고 / 江聲醒客醉

산 빛은 사람 마음을 기쁘게 하네 / 山色可人心

거듭 노닐 날을 서로 약속하여라 / 有約重遊日

녹음 가득한 때로 재삼 당부했었지 / 丁寧綠滿陰

 

용산은 참으로 경치 좋은 곳이요 / 龍山眞勝地

마포는 가장 청정하고 그윽하거니 / 麻浦最淸深

강 머리서 취하기에 좋을 뿐이지 / 好是江頭醉

원래 택반의 읊는 곳 아니다마다 / 元非澤畔吟

좋은 술은 술잔 위에 넘실거리고 / 香醪浮盞面

은빛 생선회는 소반에 수북한데 / 銀縷落盤心

백설은 마치 흥취를 재촉하는 양 / 白雪如催興

펄펄 날려 석양이 더욱 흐려졌네 / 飛飛晩更陰

 

우리의 도가 언제 망한 적 있던가 / 吾道何曾喪

사문을 골육처럼 깊이 친애하는데 / 斯文骨肉深

도리원의 모임을 뒤이어서 펴니 / 序追桃李會

시가 미파에서 읊기보다 낫구려 / 詩勝渼陂吟

눈에 가득한 게 모두 봄의 일이라 / 滿目皆春事

보이는 것마다 즐기기에 만족하니 / 回頭足賞心

촛불 잡고 놀기를 기약해야겠네 / 期遊宜秉燭

굳이 날 개고 흐림을 상관치 말고 / 不必管晴陰

 

문장은 지금 세상의 철장이고요 / 文章今哲匠

주량은 바다처럼 하 깊기도 하여 / 酒量海深深

반쯤 취했다 다시 잔뜩도 취하고 / 半醉復盡醉

길이 읊고 때론 짧게 읊기도 하네 / 長吟時短吟

그대의 두 귀밑 희어진 걸 보건대 / 看君雙白鬢

나의 일편단심을 응당 알리로다 / 知我一丹心

꾀부리는 일이 모두 사라지거든 / 機事都消盡

종당에는 한음과 같이 될 것일세 / 終然似漢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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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8권 / 시류(詩類)

앞의 운에 재차 화답하다.

 

일생을 오활 졸렬하고 빈한하기도 하지만 / 一生迂拙且貧寒

오만하여 간록을 배우는 덴 뜻 두지 않았네 / 偃蹇然非志學干

높은 모자 절뚝발이 말은 그지없이 쇠잔하나 / 高帽蹇驢從濩落

아름다운 산수는 넓고 조용함이 사랑스럽네 / 佳山勝水愛寬閑

한산한 시는 맹동야의 풍격과 흡사하고 / 詩寒酷似孟東野

괴로이 읊는 건 진후산에게 부끄럽지만 / 吟苦多慙陳後山

듣건대 서호는 참으로 경치가 좋다 하니 / 聞說西湖眞勝地

하등 빈객이 좌중에 끼는 것도 무방하리 / 不妨下客坐中間

 

병들어 수척해진 몸은 봄추위도 두려운데 / 病餘瘦骨怯春寒

벼슬 꿈과 나그네 시름이 괴로이 침범하네 / 宦夢羈愁苦逼干

인간 세상은 얼마나 인사에 분주하는가만 / 人世幾回人事迫

이 몸은 응당 이 마음과 함께 한가하다오 / 此身應與此心閑

검은 모자는 앞으로 백발을 눌러 쓰겠지만 / 烏帽從今欺白髮

뿌연 먼지는 예부터 청산을 격해 있고말고 / 紅塵自古隔靑山

누가 능히 나의 강남 흥취를 끌어내었나 / 誰能挽我江南興

이미 새로운 시가 소매 속에 가득하구려 / 已有新詩滿袖間

 

시서는 한빈한 선비를 저버리지 않나니 / 詩書不負腐儒寒

도를 어기면서 어찌 칭찬을 구하리오 / 違道何曾望譽干

유종원의 걸교문은 의당 배울 것 없고 / 莫學宗元文乞巧

곧장 반악을 따라 한거부나 지어야겠네 / 直從潘岳賦居閑

거룻배에 짧은 노는 상앗대 반쯤 물 위요 / 輕舟短棹半篙水

베버선에 짚신일랑 겹겹의 청산 속이로다 / 布襪芒鞋千疊山

그 언제나 임금님 은혜를 다 갚고 나서 / 何日君恩皆報了

늘그막의 신세를 전원 사이에 부쳐볼꼬 / 暮年身世寄田間

 

한랭한 봄바람은 끊임없이 차갑게 부는데 / 惻惻春風陣陣寒

밤이 깊자 북두성은 한쪽으로 기울었네 / 夜深星斗正闌干

차 사발 약탕관으로 병은 막 진정되었고 / 茶甌藥鼎病初定

지장 안의 등불 아래 몸은 정히 한가해라 / 紙帳油燈身正閑

소인들은 재주 거친 공 북해라 말하지만 / 細說疎才孔北海

남들 평판은 직도의 진 서산이라 한다네 / 人言直道眞西山

시름겨운 이 마음을 누구에게 하소연할꼬 / 此心耿耿憑誰語

하늘땅 사이에 응당 부끄럽진 않고말고 / 不愧乾坤俯仰間

 

어수선한 세상일은 두렵기 그지없는데 / 紛紜世事膽生寒

백발은 사람에게 용이하게도 침범하누나 / 白髮於人勢易干

백년 동안에 누가 천일을 취해보았던가 / 百歲誰成千日醉

만금으로도 한 봄의 한가함은 사기 어렵네 / 萬金難償一春閑

내 웅장한 회포는 옛날 운몽택을 삼켰는데 / 壯懷我昔能呑夢

그대의 호기는 지금 산을 뽑을 듯하구려 / 豪氣君今欲拔山

노래 마치고 술자리서 서로 마주해 웃으니 / 歌罷樽前相對笑

때로 황색이 눈썹 새에 일어남을 보겠네 / 時看黃色起眉間

 

사일을 막 지내고 나니 또 한식이로다 / 社日初經又食寒

천시와 인사가 걸핏하면 서로 닥치는구나 / 天時人事動相干

유상곡수로 예전 일을 따르기도 하고요 / 流觴曲水追前事

매화 버들 찾노라면 또 한번 한가로워라 / 問柳探梅又一閑

공부는 소리 높이 읊어 상사를 과시했고 / 工部高吟誇上巳

우군의 뛰어난 행적은 계산을 말하는데 / 右軍勝跡說稽山

해마다 봄의 흥취 찾는 일을 저버리고 / 年年愧負尋春興

하루하루 세월만 보내는 게 부끄럽구려 / 鼓朝鐘了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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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8권 / 시류(詩類)

일휴(日休)가 부쳐온 시에 차운하다. 5수

 

십 년 동안 붓 빼들고 금위에서 시종하면서 / 十載抽毫侍禁闈

영광스럽게 일찍이 조복을 하사받았었네 / 恩榮曾得賜朝衣

남궁은 지근지처나 재주 어이 보탬됐으랴 / 南宮地切才何補

북극은 하늘에 높지만 바라보기 가까웠지 / 北極天高望不違

새벽엔 반열에 나아가 섬돌에 추주하고 / 曉趁班鵷趨玉陛

석양엔 파리한 말 타고 대궐문을 나오네 / 騎羸馬下金扉

근심 걱정으로 늘 고인만 생각할 뿐인데 / 有心耿耿徒懷古

절로 헛된 명성 있어 시비를 일으키누나 / 自有虛名惹是非

 

종이 바른 창에 아침 햇살 환하게 비출 제 / 紙窓朝日淨暉暉

짧은 머리 빗질하고 해진 옷 가져다 걸쳐라 / 短髮新梳攬弊衣

도는 배워도 못 이룬 채 몸은 점점 게으르고 / 學道無成身漸倦

생계 모책은 몹시 졸렬해 일마다 어긋나네 / 謀生甚拙事皆違

마음은 유유자적 한가해 수시로 책을 펴고 / 心閑自適時開卷

손이야 싫다건 말건 날마다 사립을 닫노라 / 客至從嗔日掩扉

유방 유취는 후일에 역사가 있을 테지만 / 芳臭他年靑史在

모르겠어라 과연 누가 옳고 누가 그를는지 / 不知某是某爲非

 

머리 위의 세월은 나는 듯이 빠르기만 한데 / 頭邊歲月疾如飛

동화문의 뿌연 먼지가 흰옷을 더럽히네 / 塵土東華染素衣

재기는 소년 시절에 일찍이 떨쳤었지만 / 才氣少年曾濩落

공명은 십 년 동안을 제자리 걸음이라오 / 功名十載政依違

산중의 어느 곳에선 청정반을 지어 먹는고 / 山中何處靑精飯

강가의 우리 집은 흰 널빤지 사립이라네 / 江上吾家白板扉

가고 머묾이 유유하기가 참으로 이러하니 / 行止悠悠眞若此

지금에야 스스로 예전 잘못을 뉘우치노라 / 而今始自悔前非

 

젊은 날엔 청루에서 기녀들을 둘러 세웠고 / 少日靑樓妓作圍

서로 만나면 간 곳마다 봄옷을 전당 잡혔지 / 相逢隨處典春衣

연래에는 명성의 굴레에 괴로이 얽혀서 / 年來苦被名韁絆

명절이 되레 슬플 뿐 즐거운 일이 없다네 / 佳節還悲樂事違

덧없는 세상은 유유하여 백발만 나는데 / 浮世悠悠生白髮

친구들은 서로 이어 황비에 오르는구려 / 故人袞袞到黃扉

공명 또한 스스로 내 분수를 따를 뿐이요 / 功名亦自從吾分

시비는 후일에 공론이 응당 가려주겠지 / 公論他時有是非

 

새벽에 거울 보니 머리털 점점 드물어져라 / 曉攬靑銅髮漸稀

청수하여 옷도 못 이김을 스스로 알겠네 / 自知淸瘦不勝衣

높은 산 흐르는 물엔 소리 아는 이 적은데 / 高山流水知音少

집이나 전답 구하려던 숙원도 어긋났다오 / 問舍求田宿願違

북쪽 절로는 중을 찾아 지팡이 끌고 가고 / 北寺尋僧携木杖

서쪽 이웃으론 손 찾아 사립문을 두드리네 / 西鄰訪客扣荊扉

지난 십 년간의 일들이 온통 꿈만 같아라 / 十年往事渾如夢

백구의 맹세 저버리고 일 또한 글러버렸네 / 辜負鷗盟事又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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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8권 / 시류(詩類)

윤 의령이 화답해왔으므로, 다시 앞의 사운(四韻)을 차하여 바치면서 또 화답해 주기를 바라다.

 

옥당에 있던 당일엔 어진 한림이었으니 / 玉堂當日翰林賢

산처럼 서고 따뜻이 품어준 소장년이었네 / 山立揚休少壯年

재주는 감히 제자의 반열로 자처하랴만 / 才調敢居諸子後

풍류는 의당 고인의 선두에 있었고말고 / 風流當置古人前

그대의 명성은 이미 청운 길에 올랐는데 / 聲名君已騰雲路

내 신세는 일찍이 목천에 올랐을 뿐이네 / 身世吾曾上木天

친구 사귄 평생에 지기지우는 드물어 / 交道百年知己少

술자리서 서로 대하니 생각이 유연하네 / 一尊相對思悠然

 

공명은 예로부터 시비의 나머지인 거라 / 功名從古是非餘

게으르고 졸렬한 내가 지금 자유롭다네 / 懶拙吾今復自如

말이 시무를 모르면 글자만 알 뿐이거니와 / 語不識時空識字

배워서 도를 못 전할 바엔 감히 글을 전하랴 / 學非傳道敢傳書

도잠은 돌아가길 생각한 지 오래였는데 / 陶潛久矣思歸去

교악은 어찌하여 애써 흡허를 하였던고 / 喬岳胡然强吸噓

오늘날 그대 날아오른 것이 부러워라 / 羨子蜚騰今有日

금의환향의 광영이 고향을 진동시키리 / 錦衣光亦動鄕閭

 

벼슬길에 부침하는 꿈 절로 놀라 깨어라 / 宦海浮沈夢自驚

그 어느 강산이 두 눈을 확 트이게 할꼬 / 江山何處豁雙明

십 년 동안 정분 맺은 건 오직 붓 한 자루요 / 十年托契唯毛穎

만고에 마음 알아주는 건 바로 술뿐일세 / 萬古知心是麴生

이 몸이 좋은 처소 없음을 스스로 알거니 / 自識此身無長物

정히 어디로 쫓아 고상한 정을 만나 보랴 / 定從何處見高情

남아의 방취가 모두 부질없는 일이라서 / 男兒芳臭渾閑事

구구하게 애써 이름 얻으려고 하지 않네 / 不欲區區强好名

 

공명을 모름지기 아끼던 소년 시절에는 / 功名須惜少年時

당당한 지절을 스스로 기특하게 여겼으니 / 志節堂堂頗自奇

도리는 서로 다퉈 아녀의 얼굴 뽐냈지만 / 桃李爭誇兒女面

송삼은 홀로 동량의 재목을 자부했었네 / 松杉獨負棟樑姿

유전한 남인부에 대해선 공연히 부끄럽고 / 流傳空愧南人賦

가영하는 덴 대아의 시만 추념할 뿐일세 / 歌詠追思大雅詩

요순 같은 임금 만들 계책은 응당 있기에 / 堯舜致君應有術

거울에 비친 흰 귀밑을 차마 볼 수가 없네 / 不堪靑鏡鬢如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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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8권 / 시류(詩類)

차운(次韻)하여 일본(日本)의 석(釋) 수미 수좌(秀彌首座)를 보내다.

 

푸른 눈동자가 늠름하여 도풍이 있는데 / 碧眼稜稜有道風

수운의 종적 따라 동서남북을 다니어라 / 水雲蹤跡任西東

사방에 노닐며 삼생의 소원 이루었으니 / 遊方已遂三生願

간 곳마다의 강산이 눈 안에 가득하겠네 / 在在江山滿目中

 

조계의 스님이 홀로 고상한 풍도를 이어 / 曹溪師獨繼高風

일본국 모든 이가 불교를 꼭 알게 했는데 / 西敎須知滿日東

천리 밖의 진면목을 다행히 만나고 보니 / 千里幸逢眞面目

말이 없는 가운데 한번 껄껄 웃기만 하네 / 呵呵一笑不言中

 

우물가엔 오동 잎이 바람에 떨어지고 / 金井梧桐葉落風

빈 뜨락엔 작은 빗방울이 뚝뚝 듣는데 / 空階小雨響丁東

푸른 등잔 밑의 적적한 삼경 깊은 밤에 / 靑燈寂寂三更夜

베개맡에 고향 생각하는 한 꿈속이로다 / 欹枕思鄕一夢中

 

백 길 높은 돛으로 긴 바람 몰아가노라면 / 高帆百丈駕長風

멀리 바라뵈는 부상이 바로 바다 동쪽인데 / 遙望扶桑是海東

돌아가서 어느 때나 다시 선정에 들런고 / 歸去何時還入定

늙은 소나무는 응당 옛 방중에 누웠으리 / 老松應偃舊房中

 

강 귀신이 응당 한 돛대 바람을 빌려주어 / 江神應借一帆風

나그네 멀리 서쪽에서 동으로 돌아가거든 / 遠客歸來西復東

공중에 신기루 나타난 만 두둑 물결 위에 / 蜃市浮空波萬頃

천지가 도무지 있고 없는 가운데 있겠지 / 乾坤都在有無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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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8권 / 시류(詩類)

오 인형(吳隣兄)ㆍ황 동년(黃同年) 두 어른에게 주다.

 

나는 본디 당초엔 자유자재한 몸이었건만 / 我本當初自在身

다만 명환 때문에 억지로 관복을 입었으니 / 只因名宦强袍巾

일생을 부질없이 오 거사에게 부끄러워라 / 一生空愧吳居士

안한하게 자고 먹으며 진성을 기르는고녀 / 眠食安閑養性眞

 

가난하여 술을 얻긴 어려우나 술은 즐기고 / 貧難得酒然耽酒

병들어 시를 짓진 못해도 시는 사랑한다네 / 病不能詩尙愛詩

냉정한 얼굴 미친 말을 누가 다시 기억하랴 / 冷面狂言誰復記

인정과 세태는 내가 전혀 아랑곳 않는다오 / 人情世態我無知

 

남궁은 병든 뒤로 얼굴이 처음 수척해졌고 / 禮曹病後面新瘦

직강은 취할 때엔 노기가 문득 등등했었지 / 直講醉時髥輒張

만일 좋은 주인 만나 반갑게 서로 모인다면 / 若遇主人靑眼會

술자리 갖추어 즐길 생각이 없을 수 있으랴 / 可能無意具壺觴

 

덧없는 인생 사십에 이미 잘못은 알았지만 / 浮生四十已知非

좋은 경치 좋은 시절 즐거운 일은 그만인데 / 美景良辰樂事違

은근한 중추의 밝은 달이 있음으로 인해 / 殷勤爲有中秋月

좋이 서쪽 이웃에서 실컷 취해 돌아왔네 / 好向西隣盡醉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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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8권 / 시류(詩類)

재차 화답하다.

 

세월은 당당하게 흘러가고 / 歲月堂堂去

천지는 하 끝없이 광대한데 / 乾坤蕩蕩寬

워낙 무능함은 스스로 부끄러운데 / 自慚多濩落

누가 또 소완한 사람을 기억해주랴 / 誰復記疎頑

뜻이 있어 봉록은 구하지 않지만 / 有志非干祿

재능 없어 직무도 수행 못 한다네 / 無才已曠官

그대는 참으로 특달한 사람이라 / 如君眞特達

끝내 유관을 그르치지 않을 걸세 / 終不誤儒冠

 

백 년은 삼분의 일이 지났는데 / 百歲三分過

일생엔 만사가 새롭기만 하네 / 一生萬事新

미치광이라 남의 비방은 못 막지만 / 狂難排衆謗

가난하니 아내의 짜증도 들을밖에 / 貧亦任妻嗔

청고하고 호방하긴 도원량이요 / 高放陶元亮

풍류가 고상하긴 하계진이로다 / 風流賀季眞

아 나는 워낙 뒤늦게 태어났기에 / 嗟予生苦晩

아득해라 세상엔 그런 사람이 없네 / 邈矣世無人

 

한 방 안에서 기거 좌립하면서 / 俯仰一室內

흥겨웁게 마음속으로 즐기노니 / 陶然心自怡

시서는 결코 저버리지 않거니와 / 詩書端不負

명실은 본디 서로 따르는 거라오 / 名實本相隨

백벽은 세 번 바치지 말아야지만 / 白璧休三獻

황금은 넷이 아는 게 부끄럽다오 / 黃金愧四知

서로 친한 이는 오직 그대뿐이니 / 交親唯子在

수창하는 일을 사양하지 말게나 / 酬唱不須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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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8권 / 시류(詩類)

세 번째 화답하다.

 

속세가 좁다는 건 진작 알거니와 / 久知塵世隘

취향이 넓다는 걸 다시 깨달았네 / 轉覺醉鄕寬

벼슬살이는 소금처럼 무미한데 / 宦興如鹽淡

인정은 돌처럼 모질기만 하여라 / 人情似石頑

오활하니 살림살이를 못 하지만 / 迂難營産業

게을러서 직무도 감당을 못 하네 / 懶不勝衙官

흰 머리털은 도리어 일이 많아서 / 白髮還多事

뜻밖에도 벌써 관에 가득하구려 / 居然已滿冠

 

찾아드는 것은 오직 질병뿐인데 / 侵尋唯病骨

눈에 가득한 시사는 설기만 하네 / 滿眼時事新

안석 기대어 내 방금 즐기노라니 / 隱几吾方樂

찾아온 손은 벌써 짜증을 내누나 / 敲門客已嗔

글은 읽어 물리를 관찰할 뿐이요 / 讀書觀物理

술은 즐겨 내 참 모습을 넓힌다오 / 嗜酒豁天眞

손꼽아 보면 교유할 이는 적으나 / 屈指交遊少

사문엔 모두 훌륭한 사람들일세 / 斯文皆可人

 

야하고 옹졸함이 근본 심성이라 / 野拙本心性

유유자적 길이 스스로 즐긴다오 / 悠悠長自怡

시 때문이란 말은 진작 들었지만 / 已聞詩可坐

기녀를 데렸단 말도 잘못 전하네 / 誤道妓相隨

어리석음은 숙맥도 분간 못 하고 / 菽麥愚難辨

취하면 천둥소리도 알지 못하니 / 雷霆醉不知

오직 남은 일생의 사업은 / 唯餘一生事

만고에 문사만 의탁할 뿐이로세 / 萬古托文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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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8권 / 시류(詩類)

심 판사(沈判事) 선(璿) 의 풍양별서(壤別墅)의 시운에 차하다. 6수

 

농어회는 눈빛 같고 게딱지는 노래졌는데 / 江鱸如雪蟹初黃

향기론 술항아리 막 열어 잔 가득 술 부어라 / 香甕新開酒滿觴

은거할 곳 일찍 잡은 그대는 계책 이뤘건만 / 早卜菟裘君得計

전토가 없어 못 가는 나는 상심만 할 뿐이네 / 無田可去我堪傷

 

노란 닭고기 잘 익히고 막걸리도 향기로워 / 黃鷄爛熟白醪香

촌 노인과 서로 만나 술잔 안 세고 마시어라 / 野老相逢不計觴

끝내 어떤 사람이 그대의 처소와 겨룰쏜가 / 畢竟何人爭子所

산림과 조시는 한가함과 바쁜 게 다르거늘 / 山林朝市異閑忙

 

청명한 시대에 한가히 노닐 겨를도 없이 / 淸時無暇事閑遊

공명 두 글자 쫓다가 이미 백발이 되었네 / 兩字功名已白頭

임금 은혜 갚기 전엔 돌아가지 못할 텐데 / 未報君恩歸不得

고산의 솔과 계수는 가을이 몇 번이던고 / 故山松桂幾番秋

 

그대는 강호에 가서 마음대로 노니는데 / 君向江湖取次遊

지금 내 신세는 대단히 유유하기만 하네 / 我今身世大悠悠

전원생활의 흥취는 내가 말할 수 있으니 / 歸田有興吾能說

물에 가나 산을 오르나 일마다 한가하리 / 臨水登山事事幽

 

두견새 울어 그치고 달밤 사경에 이르면 / 蜀魄啼殘月四更

산중의 일마다 모두 정회를 일으키겠지 / 山中事事總關情

유연히 기억난다 그 옛날 시를 읊던 곳에 / 悠然記得詩成處

꽃 향기 풍기고 대나무 소리 들리던 일이 / 花有淸香竹有聲

 

산은 능히 의젓하고 물은 능히 맑아서 / 山能偃蹇水能淸

서로 대하면 여전히 마음에 꼭 맞으리 / 相對依然愜素情

나도 언제나 경호 한 굽이의 하사를 입어 / 何日鏡湖蒙敕賜

좋이 해골 안고 가서 남은 생을 보낼거나 / 好將骸骨送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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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8권 / 시류(詩類)

장난삼아 성 내상(成內相) 동년(同年)에게 주다.

 

내가 재차 공조(工曹)ㆍ예조(禮曹)의 참의(參議)가 되고, 한 번 이조 참의(吏曹參議)가 되었는데, 일찍이 선위사(宣慰使)로 의주(義州)에 갈 때와 또 사명을 받들고 경사(京師)에 조회 갈 때는 모두 임시로 금대(金帶)를 띠고 갔었다. 그리고 이조에서 추밀(樞密)로 승진하는 것은 국가의 구례(舊例)인데 나는 부재(不才)하고 박명(薄命)한 관계로 또한 옛 규례마저 따르지 못했으니, 이는 부끄러운 일이다. 장난삼아 두어 절구를 지어서 사문(斯文)의 한 번 웃음거리로 제공하는 바이다.

 

나이 사십의 두로가 가련할 뿐이어라 / 四十頭顱祗可憐

마려의 종적은 또 예전의 그대로일세 / 磨驢蹤跡又依然

공명이 이 정도면 나는 만족할 줄 아는데 / 功名到此吾知足

남들은 회양목이 윤년 만났다고 말하네 / 人說黃楊厄閏年

 

몇 번이나 금대 찼다가 다시 은대를 찼던고 / 幾番金帶還銀帶

두 번 공조에 갔다가 다시 예조에 돌아왔네 / 兩度工曹又禮曹

남들에게 잘못 연소자란 말만 들었을 뿐 / 枉被人言年少者

오늘날 예조에선 내 나이가 가장 많은걸 / 南宮當日我年高

판서(判書), 참판(參判)이 모두 나이가 나보다 젊다.

 

동방에 급제한 지 이제 이십 년이 되었구나 / 同榜題名二十春

한때에 사십삼 인을 훌륭하게 교화했었지 / 一時嘉靖四三人

내 허리는 분수가 있어 은대가 여전하여라 / 我腰有分銀如舊

하얀 두 귀밑에 어찌 또 은대를 띤단 말인가 / 雙鬢胡爲又學銀

 

귤이 회수 건너면 탱자 된단 말을 들었더니 / 曾聞橘渡淮爲枳

지금은 금이 물 건너 은 되는 게 괴이하구려 / 今怪金過水作銀

친구들이 나를 길이 비웃는 건 달게 받지만 / 嬴得故人長笑我

백발로 아내 짜증 받아주는 건 못 견디겠네 / 不堪白首被妻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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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8권 / 시류(詩類)

이 첨추(李僉樞)에게 부치다.

 

교유는 적막하게 점점 서로 소원해지는데 / 交遊冷落漸相疎

친구가 편지로 불러준 게 진중도 하여라 / 珍重故人折簡呼

당장 술병 들고 한번 찾아가고는 싶지만 / 徑欲携壺一相訪

풍설 속에 병든 몸 나서기 어려움을 어쩌나 / 其於風雪病難扶

 

그 옛날 광산에서 이백을 만났을 적에는 / 憶昔匡山逢李白

한 창문 비바람 속에 밤내 시를 논했었지 / 一窓風雨夜論詩

지금도 탑 위에는 이름 적은 게 있거니와 / 至今塔上題名在

유부비 어루만지던 일도 다시 기억나네 / 復記摩幼婦碑

 

젊은 날 종유했던 이는 두어 친구뿐인데 / 少日陪遊只數君

운대와 기린각에 높은 공훈 책록되었네 / 雲臺麟閣策高勳

일생 동안 몹시도 유관 그르침 받았어라 / 一生苦被儒冠誤

나의 전신이 바로 정 광문이었나 싶구려 / 我是前身鄭廣文

 

적막하고 곤궁한 집에 세밑이 가까워져서 / 寂寞窮廬近歲除

질동이 탁주 마시며 화롯불 끼고 앉았노라 / 瓦盆濁酒擁紅爐

일 년에 절반 이상을 온통 병치레만 하다가 / 一年强半身渾病

매화를 마주하니 그도 나처럼 파리하구려 / 坐對梅花似我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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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8권 / 시류(詩類)

성천(成川) 신 사군(辛使君)의 시권(詩卷)에서 신 좌상(申左相)ㆍ박 판서(朴判書)ㆍ이 제학(李提學)의 시운에 차하다. 6수

 

관서 지방 경치는 거듭 그대로일 테니 / 關西雲物重依然

금년에 서로 만나면 거년과 똑같으리 / 今歲相逢似去年

머나먼 역로엔 그 얼마나 말을 달릴런고 / 驛路悠悠幾驅馬

적적한 객사에선 또 다같이 잠을 자겠지 / 郵亭寂寂且同眠

세상일 불우함은 아 끝도 가도 없지만 / 蹉跎世事嗟無地

친교의 진중함은 하늘을 두고 맹세하네 / 珍重交親誓有天

문득 기쁜 건 사군의 호기가 남아 있고 / 却喜使君豪氣在

풍류 또한 연전보다 줄어들지 않음일세 / 風流亦不減年前

 

술자리 파하고 끝없이 담소를 나누노라니 / 酒罷樽前笑不休

고금 자취의 감회에 생각이 유유하구나 / 感時懷古思悠悠

나는 일찍이 서책 들고 경연에 참예했고 / 我曾開卷參經幄

그대는 마침 붓 빼들고 성상을 뫼셨는데 / 君正抽毫侍御旒

이날에 우연히 평수상봉을 이루고 나서 / 此日偶成萍水會

해마다 괜히 풍란의 시름만 허비했었네 / 頻年空費蘭愁

명년 봄 오는 해엔 정히 어디에 있을런고 / 明春來歲定何處

아무리 좋아도 타향은 머물 수 없고말고 / 信美他鄕不可留

 

지방 행정 염간하게는 자네 의당 잘하리니 / 爲州廉簡子當然

화극에 향기 어려 하루가 일 년과 맞먹으리 / 畫戟香凝日抵年

듣자 하니 향촌에 외적의 침입은 없다는데 / 似說鄕村無鶻擊

여염에 이따금 좀도둑은 든다고 하데그려 / 曾聞閭落有

가시나무는 난새가 끝내 깃들 곳이 아니요 / 鸞棲枳棘終非地

구름 위에는 붕새가 날 하늘이 절로 있다네 / 鵬聳雲霄自有天

조서 내려 불러올 날이 응당 머지않으리니 / 丹詔徵還應不遠

그대 명성은 의당 구황의 선두에 놓일 걸세 / 聲名當置寇黃前

 

냉정한 말 미친 태도는 죽어야 말 터이니 / 冷言狂態蓋棺休

녹록해라 끝없는 물의에 참으로 부끄럽네 / 碌碌眞慙物議悠

한 글자인들 어찌 곤직을 기운 적 있으랴 / 一字何曾補皇袞

십 년 동안 길이 성상을 뫼시기만 하였네 / 十年長得侍宸旒

대기만성이라 그대는 스스로 굽히거니와 / 大器晩成君自屈

허명을 일찍 훔친 나는 시름겨울 뿐이로세 / 虛名早竊我堪愁

조정에서 등용함은 모두 공평한 도리라 / 朝庭選用皆公道

공명은 유후로 만족하단 걸 자못 믿겠네 / 頗信功名已足留

 

동풍이 불어오고 꽃은 타는 듯 찬란해라 / 東風驀地花欲然

벼슬 흥취 나그네 시름이 또 한 해이로세 / 宦興羈愁又一年

늙어가매 어찌 수소처럼 건장할 수 있으랴 / 老去何曾如特健

피곤하여 방금 잠자는 누에만 배우고 싶네 / 困來方欲學蠶眠

청명과 한식은 연해서 삼월달에 들었고 / 淸明寒食連三月

압록강과 삼각산은 한 하늘이 연했는데 / 鴨水華山接一天

객사에서 옷을 입은 채로 잠깐 조노라니 / 假寐郵亭成小睡

구중궁궐의 오색 구름 펼쳐진 앞이로세 / 九重宮闕五雲前

 

사방에 분주하는 일 어느 때나 그만둘꼬 / 馳驅南北幾時休

머나먼 여정에 도로는 아득하기만 해라 / 迢遞關河道路悠

물은 봄 강에 벌창해 비단 주름이 생기고 / 水漲春江生錦縠

눈은 찬 골짝에 녹아 고드름이 연했는데 / 雪消陰壑綴珠旒

방초의 다순 연기는 이별의 한을 자아내고 / 芳草暖煙抽別恨

부슬부슬 도화우는 새론 시름을 빚는구나 / 桃花細雨釀新愁

번화한 곳 간 데마다 창자가 끊일 터이니 / 繁華到處腸堪斷

창려의 월녀 웃음에 머문 건 배우지 마소 / 莫學昌黎越笑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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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8권 / 시류(詩類)

내한(內翰) 진 선생(陳先生) 감(鑑) 의 알성시운에 차하다.

 

천자의 사신 뫼시고 문묘를 배알하노라니 / 陪侍皇華謁廟靈

조용한 예법 속에 참다운 정을 보겠도다 / 從容禮法見眞情

시서로는 이미 우리의 도를 존숭했거니와 / 詩書旣已尊吾道

사업은 끝내 육경에 이르기를 기약하였네 / 事業終期到列卿

묘구는 놀라워라 쇠를 땅에 던진 듯한데 / 妙句堪驚金地擲

소재는 부끄러워라 질솥이 우는 것 같네 / 疎才自愧瓦雷鳴

예로부터 사문의 근본이 되어온 이 땅에 / 由來根本斯文地

다시 훌륭한 명성이 만고에 전하리로다 / 更有流傳萬古聲

 

내한이 조서 받들고 옥섬돌을 내려왔어라 / 內翰承綸下玉墀

높은 재주를 어찌 좁은 소견으로 엿보리오 / 高才可管中窺

구중의 은혜로운 조서는 타국을 품어주고 / 九重恩詔懷殊俗

만리 멀리 거서는 사이가 하나로 합해졌네 / 萬里車書混四夷

가법은 자앙에게서 전해온 게 있거니와 / 家法子昻傳有自

사신은 은유 같은 이를 이을 이가 누구랴 / 使華殷侑繼伊誰

동방에 나온 오늘에 명성이 하도 거대해 / 東來此日聲名大

맑은 덕 한번 우러르니 바로 내 스승일세 / 一揖淸芬是我師

 

하늘 위의 선인이 백옥당에 노닐면서 / 天上仙人白玉堂

쟁글쟁글 패옥 울리며 반열에 있었는데 / 珊珊鳴佩簉鵷行

삼백 편을 읊조려라 시는 대적할 자 없고 / 篇三百詠詩無敵

두 십천을 기울여라 술은 몇 자리였던고 / 斗十千傾酒幾場

사절이 멀리 빛나는 금검을 전해왔는데 / 使節遠傳金檢煥

금포에선 아직도 어로의 향내가 나누나 / 錦袍猶惹御爐香

우연히 나에게 훌륭한 시를 던져주니 / 偶然投我瓊瑤什

어둔 밤에 밝은 달이 휘영청 빛난 듯하네 / 明月輝輝照夜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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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8권 / 시류(詩類)

고 태상(高太常)의 한강시운에 차하다.

 

맑은 강 만 이랑은 새파란 유릿빛 같은데 / 澄江萬丈琉璃碧

아름다운 술 천 잔은 호박배로 마시어라 / 美酒千鍾琥珀杯

하늘이 좋은 비 내려 좋은 손 머물게 하자 / 好雨天敎留好客

다시 밝은 달 아래 취해 부축받아 돌아가네 / 更看明月醉扶回

난도로 잘게 끊어 은빛 생선회를 치고 / 鸞刀細切銀絲膾

아름다운 술은 자주 백옥배에 첨가하네 / 美酒頻添白玉杯

가랑비 좋은 바람이 거룻배에 불어올 제 / 微雨好風吹小艇

권한 잔 다 안 들면 돌아갈 수 없었다지 / 勸如不極不須回

또 두 수를 짓다.

십 리라 서호에 화려한 유람선을 띄워라 / 十里西湖畫舸浮

사신들의 행락 속에 풍류를 한껏 보겠네 / 使華行樂見風流

날 갠 냇물 향기론 풀은 황루의 구절이요 / 晴川芳草黃樓句

계수나무 목란의 노는 적벽강의 배로다 / 桂棹蘭橈赤壁舟

시와 술은 빈객들의 흥취를 제공할 만하고 / 詩酒可供賓客興

생가 소리는 고금의 시름을 능히 깨뜨리네 / 笙歌解破古今愁

강산이 이러하고 사람이 또 옥 같았으니 / 江山如此人如玉

이 모임에 나는 응당 백두라 말해야 하리 / 此會吾應說白頭

 

산 빛과 강물 빛이 서로 어울려 둥둥 떠라 / 山光水色共浮浮

만 이랑 맑은 물결은 푸른 옥이 흐른 듯하네 / 萬頃澄波碧玉流

두자는 진회에서 화려한 시구를 읊었고 / 杜子秦淮題繡句

소선은 적벽강에서 목란 배를 띄웠었지 / 蘇仙赤壁泛蘭舟

갈매기는 돛대에 서로 가까이 날아오지만 / 檣帆鷗鳥來相近

교룡은 풍악 소리 듣는 것도 시름겨웠으리 / 笙管蛟龍聽亦愁

이로부터 서호엔 훌륭한 자취가 남으련만 / 從此西湖留勝跡

머리 돌려 북쪽 연산을 얼마나 바라봤던고 / 燕山北望幾回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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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8권 / 시류(詩類)

양주(楊州)의 누원(樓院)에서 강경순(姜景醇)의 운에 차하다.

 

작은 비 내려 들판은 점점 푸르러가는데 / 小雨平郊綠漸勻

매실은 진작 맺었고 살구는 맺기 시작하네 / 江梅已子杏初仁

십 리라 강산이 참으로 그림처럼 화려하니 / 江山十里眞如畫

새로운 시 써내매 글자마다 보배롭구나 / 寫出新詩字字珍

 

뉘 집의 울타리엔 사립짝을 닫았는고 / 誰家籬落掩柴門

버들 그늘 화려한 꽃이 또 한 마을일세 / 柳暗花明又一村

석양에 절뚝말 타고 갈 곳 몰라 주저하는데 / 日暮蹇驢不知處

다리 밑의 흐르는 물에 밝은 달이 비치누나 / 小橋流水月明痕

 

도봉산 아래 깨끗한 정사 하나가 있으니 / 道峯山下一精廬

골짝 가득 솔바람이 오만 데서 불어오네 / 滿壑松風萬籟噓

내 일찍이 이십 년 전에 글을 읽던 곳인데 / 二十年前讀書處

다만 지금은 꿈인 듯도 아닌 듯도 하여라 / 祗今如夢又非歟

 

누각에서 술잔 들며 한번 활짝 웃노라니 / 擧酒高樓一笑開

무수한 청산은 우뚝한 무더기를 이루었네 / 靑山無數矗成堆

십 년 동안 귀래의 흥취만 읊었을 뿐인데 / 十年空賦歸來興

백발은 다정하여 자꾸만 재촉을 하는구나 / 白髮多情故故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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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8권 / 시류(詩類)

함열(咸悅)에 부임하는 기백(耆伯)을 보내다. 4수

 

기백은 본디 나의 지기지우인데 / 耆伯我知己

문재에 우수한 이치를 겸했건만 / 文兼吏治優

몇 년을 미관말직에 시달렸던고 / 幾年從薄宦

오늘은 고을 수령으로 나가는구나 / 今日去爲州

준마의 발은 참 펴기가 어렵지만 / 驥足斯難展

소 잡는 칼은 능난히 시험하겠네 / 牛刀試可游

그대는 참으로 지성스러운 사람이라 / 如君眞悃

이 세상에 보기 드문 인물이고말고 / 人物寡時儔

 

율북의 맹동야나 / 溧北孟東野

하동의 설 사군은 / 河東薛使君

당시엔 비록 작은 고을이었지만 / 當時雖小邑

만고에 청결한 덕을 남기었으니 / 萬古有淸芬

난새가 가시나무에 깃듦을 탄식 마소 / 莫嘆鸞栖棘

봉황이 구름 위에 낢을 곧 볼 걸세 / 行看鳳

후일 덕정을 비석에 새기게 되면 / 他年碑德政

나는 이 글을 발문으로 삼고 싶네 / 我欲跋斯文

 

관리가 되면 흔히 속되다 일컫고 / 作吏多稱俗

유자에겐 으레 오활하다 하거니 / 爲儒例說迂

재주는 세상에 맞게 쓰기 어렵지만 / 才難適世用

일은 반드시 시대 요구에 맞아야지 / 事必合時須

나는 지금 장대한 뜻을 어겼지만 / 我今違壯志

자네는 좋은 계책을 아껴야 하네 / 子可惜良圖

그곳에 가거든 잘 생각해 보게나 / 去去能相憶

내 시가 정히 아첨한 말이 아닐세 / 吾詩政不諛

 

금강 물은 호수와 서로 연하였고 / 錦水連湖水

고향 산천은 고을 산과 접했으니 / 家山接郡山

풍류는 팽택의 후진이요 / 風流彭澤後

행락은 습지의 사이로다 / 行樂習池間

면류관 드러내긴 푸른 봄이 좋고 / 露冕靑春好

거문고 타자면 백일이 한가하리 / 鳴琴白日閑

참으로 이은이 될 수 있으리니 / 眞堪成吏隱

나도 한번 그대를 뒤따르고 싶네 / 我欲一追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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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8권 / 시류(詩類)

이 동년 차공(李同年次公)이 부쳐온 시에 차운하다. 5수. 이때 차공이 어떤 일 때문에 죄인의 몸이 되었다.

 

뜻대로 안 되는 일은 예로부터 하 많거니 / 不如意事古來多

남관 쓰고 세월 보내는 걸 한탄하지 마소 / 休嘆南冠閱歲華

참소하는 어떤 자가 먼저 눈을 짖어댔던고 / 謠何人先吠雪

분분한 말세 풍속은 명리만 다투어 쫓는 걸 / 紛紜末俗競犇波

누가 능히 단련하여 철석 간장을 녹였던고 / 誰能鍛鍊銷腸鐵

처비로 눈을 현란시킴은 전에 없던 일일세 / 未有斐萋眩眼花

다 말하길 공야장은 자기 죄가 아니었고 / 共說冶長信非罪

시운이 조금 좋지 못한 때문이라 한다네 / 只緣時運少蹉跎

 

조물주는 예로부터 희학질을 많이 하나니 / 造物由來戱劇多

그대 지금 불우함은 재주가 있기 때문일세 / 君今蹭蹬爲才華

인정의 호오는 종기나 터럭을 나게 하고 / 人情好惡生瘡髮

세상일의 영고성쇠는 물결과도 같은걸 / 世事浮沈似水波

이백의 문장이 봉황 뱉은 건 잘 알거니와 / 李白早知詞吐鳳

강엄은 이미 채색 어린 붓을 꿈 꾸었었지 / 江淹已夢筆生花

조롱하거든 양웅 보내 해명하면 될 거고 / 有嘲宜遣揚雄解

잠시 헛디딘 준마 발은 넘어진 게 아닐세 / 暫蹶霜蹄不是蹉

 

내 지금 두 눈으로 많은 사람 겪어봤지만 / 我今兩眼閱人多

분분한 훼예는 사실과 거짓이 반반이더군 / 毁譽紛紛半實華

저자 호랑이도 셋이 말하면 의혹이 생기고 / 市虎三傳生衆惑

물 마른 고기를 구하려면 물결을 바란다지 / 涸鱗一救望恩波

굽은 것은 본디 대의 성정이 아니거니와 / 屈曲由來非竹性

맑은 향기는 참으로 이 매화뿐이고말고 / 淸芬眞箇是梅花

참으로 이제 하늘이 옥 만드는 걸 알겠으니 / 信知今日天將玉

공명의 세월이 어긋남을 탄식하지 말게나 / 莫嘆功名歲月蹉

 

유관은 으레 사람 그르치는 일이 많은데 / 儒冠例必誤人多

쇠퇴해진 나는 지금 귀밑털도 희어졌네 / 落托吾今鬢亦華

예로부터 세상길엔 함정이 널렸거니와 / 自古世途多檻穽

벼슬길엔 풍파가 많음도 진작 알고말고 / 從知宦海足風波

병든 맘은 진흙에 붙은 버들개지가 되었고 / 病心已作霑泥絮

취한 눈은 우물에 떨어져 헷갈리는 꼴일세 / 醉眼渾迷落井花

약성 시절의 풍류가 일장춘몽만 같아라 / 藥省風流如一夢

중간의 뫼고 흩어짐에 각각 어긋나버렸네 / 中間聚散各蹉跎

 

태평성대의 현재들은 많기도 하건마는 / 昭代群賢濟濟多

고지식한 나는 재주 없음을 스스로 아노라 / 自知悃我無華

골계하는 꼴은 정히 동방삭과 비슷하고 / 滑稽政似東方朔

확삭함은 참으로 마 복파와 다름없다네 / 矍鑠眞成馬伏波

가난과 병으로 몸을 따르는 건 약물뿐인데 / 貧病隨身唯藥物

눈에 거친 세월은 화사한 봄이 그 얼마였나 / 光陰閱眼幾鶯花

필경엔 만사를 의당 분수에 편안해야 하니 / 到頭萬事宜安分

사람에게 어긋난 말로를 탐하게 말지어다 / 莫遣人欺末路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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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8권 / 시류(詩類)

재차 화답하다. 5수

 

남자가 어찌 깊이 비분강개할 것 있으랴 / 男子何須慷慨多

인간의 득실은 피고 지는 화초와 같은걸 / 人間得失似榮華

높은 언덕이 깊은 골 되는 걸 누가 알리오 / 誰知高岸爲深谷

상전이 벽해가 되는 것도 혹 볼 수 있다오 / 或見桑田作海波

꾀꼬리가 제비보다 꼭 나을 것도 없거니와 / 未必春鶯欺夏燕

살구가 매화를 비웃는 것도 꺼려할 것 없네 / 不嫌杏子笑梅花

걸핏하면 비방 듣고 이름 또한 따르나니 / 動而得謗名隨在

세상에 어찌 조금의 실패가 없을 수 있으랴 / 世上寧無少跌蹉

 

이백 같은 높은 재주는 세상에 흔치 않아서 / 李白高才世不多

그대 가문의 성화는 이미 문단에 으뜸일세 / 家聲君已擅詞華

곱기는 노을진 못에 둥지 튼 비취새 같고 / 姸如翡翠巢紅沼

웅대하긴 푸른 물결에 노는 고래와도 같네 / 壯或鯨鯢戱碧波

다리 밑의 청운 길이 만리가 창창하여라 / 脚底靑雲萬里路

머리에는 어사화를 두 번이나 꽂았구려 / 頭邊丹桂兩番花

문장이 운명 미워함을 어찌 괴이타 하랴 / 文章憎命何須怪

예로부터 시인은 으레 반드시 불우했는걸 / 自古詩人例必蹉

 

소년 시절 호기도 응당 많이 줄었거니와 / 少年豪氣減應多

거울을 보니 어느덧 두 귀밑이 희어졌네 / 攬鏡居然兩鬢華

유유한 세월은 백구가 틈을 지난 것 같고 / 歲月悠悠如過隙

공명은 녹록해라 물결만 따를 뿐이로세 / 功名碌碌只隨波

십 년 동안 한림원에선 조서를 초했었고 / 十載鸞坡曾演草

삼 년 동안 약성에선 또 꽃구경을 하였네 / 三年藥省又看花

예조에 있는 지금은 조금의 보탬도 없으니 / 南宮此日無毫補

유관이 세상과 안 맞는 게 늘 부끄럽구려 / 長愧儒冠與世蹉

 

신세가 쇠잔하여 병이 이미 많아졌는지라 / 身世龍鍾病已多

여생엔 호화로움 일삼을 꿈이 전혀 없으니 / 殘年無夢事豪華

전원의 오솔길로 돌아갈 약속은 있거니와 / 田園有約歸來逕

갈매기는 광대한 물결에 무심히 노는구려 / 鷗鳥無心浩蕩波

천지간에 한 몸은 물에 뜬 허수아비 같고 / 天地一身同泛梗

풍진 속에 두 눈은 이미 어른어른해졌네 / 風塵兩眼已昏花

내 머리 사십에 도리어 이렇게 되었으니 / 頭顱四十還如此

백년의 인생살이에 만사가 다 글렀고말고 / 百歲人生萬事蹉

 

봄 경치 아득하고 저문 구름 널리 퍼질 제 / 春陰漠漠晩雲多

앉아서 갖옷 만지니 계절 경치 느꺼워져라 / 坐攬狐裘感物華

벽 중간의 등잔불은 붉은 꽃을 토해내고 / 半壁殘燈紅吐艶

한 잔의 새 술은 푸른 물결을 일으키누나 / 一杯新酒碧生波

도잠은 만년에 형우를 생각하였고 / 陶潛晩節思衡宇

두보는 만년에 완화를 사랑했었지 / 杜甫殘年愛浣花

내 또한 일찍이 귀전부를 지었었으니 / 我亦歸田曾有賦

그때가 오히려 실패한 지금보단 나았었네 / 先時猶勝後時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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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8권 / 시류(詩類)

세 번째 화답하다. 6수

 

능히 글 읽은 사람은 옛날에도 많잖았는데 / 能讀書人古不多

그대 높은 재주에 풍부한 문장이 부럽구려 / 多君才調富文華

장대한 맘은 준마가 천리를 생각하는 듯 / 壯心逸驥思千里

큰 주량은 고래가 바닷물을 마시듯 하네 / 偉量長鯨吸百波

그 옛날 우리 함께 중서성에 출사할 적에 / 憶昔同趨靑瑣闥

퇴청한 뒤엔 서로 자미화를 읊조렸었지 / 退朝相詠紫薇花

유유히 눈에 스쳐간 오 년의 일들을 보면 / 悠悠過眼五年事

비 구름 엎고 뒤집음만 날로 심해져갔네 / 雨覆雲翻漸日蹉

 

누구를 위해 그리도 헐뜯고 으르렁대는고 / 狺狺搖喙爲誰多

여럿이 내 순화 같은 아름다움 질시하네 / 衆嫉娥眉似舜華

흰 구슬엔 파리가 작은 티를 이루거니와 / 白璧蒼蠅生小玷

흐린 경수 맑은 위수는 한 물이 아니라네 / 濁涇淸渭不同波

인간에 어찌 지녕이란 풀이 없었으랴만 / 人間指佞那無草

세상에는 망우라는 꽃도 또한 있데그려 / 世上忘憂亦有花

천금처럼 진중하여 스스로 아껴야 하네 / 珍重千金當自惜

잠시의 훼예에 어찌 좌절할 수 있겠는가 / 時毁譽豈迍蹉

 

다만 거칠고 게으름 때문에 물의가 많아서 / 直以疎慵物議多

한 관직에 머물러 사 년 세월을 보냈는데 / 一官持祿四年華

한 글자도 곤면 못 기운 게 몹시 부끄럽고 / 深慙補袞曾無字

여럿에 섞여 오래 피리 분 건 늘 창피하네 / 長愧吹竽久混波

만년에 돌아갈 마음은 삼경국에 있는데 / 晩節歸心三徑菊

조년의 헛된 명예는 팔전화가 되었었지 / 早年虛譽八磚花

공명은 또한 봉류로 만족할 줄을 알거니 / 功名亦識封留足

당시의 운명이 불우하다고 말하지 말게나 / 休說當時命運蹉

 

덧없는 세상 분분하여 오만 일이 많으니 / 浮世紛紛萬事多

얻고 잃음을 의당 《남화경》에 부쳐야겠네 / 宜敎得喪付南華

회오리바람은 이미 붕새 날개에 비기지만 / 扶搖已擬沖霄翮

바퀴 자국서 거품 뿜는 건 누가 동정할꼬 / 煦沫誰憐涸轍波

팔뚝에 혹이 생겨 못 견딤은 오래거니와 / 久矣難堪肘上柳

쇠퇴하여 눈도 어른어른한 걸 어찌하리오 / 頹然無奈眼前花

태산이 작을 수도 추호가 클 수도 있나니 / 泰山爲小秋毫大

제물이 끝내 이치에 안 어긋남을 알겠네 / 齊物終知理不蹉

 

봄 구름이 짙게 끼어 눈이 펑펑 내리더니 / 春雲淰淰雪飛多

하룻밤 새 동쪽 창에 달빛까지 비치는데 / 一夜東窓混月華

냉기는 베이불에 스며 무쇠처럼 꽁꽁 얼고 / 冷入布衾堅似鐵

온기는 차솥을 감돌아 이내 파도를 이루네 / 暖飄茶鼎旋成波

하늘 가득 미쳐 나는 버들개지 같은 눈이 / 漫天已作顚狂絮

땅에 떨어져서는 능히 경각화를 피우누나 / 觸地能開頃刻花

흥겨워서 곧장 그대를 찾아가고는 싶으나 / 直欲訪君乘興去

세상일이 어긋나기 좋아함에 어찌하리오 / 其於世事喜蹉跎

 

구구한 오두미에 온갖 계책을 쓰다 보니 / 五斗區區百計多

만 길의 뿌연 먼지로 동화문이 캄캄하네 / 紅塵萬丈暗東華

고원엔 돌아갈 꿈 있어 산은 그림 같은데 / 故園有夢山如畫

깊은 집엔 사람 없고 달빛만 물결 같아라 / 深院無人月似波

어느 곳 박전에도 차조 심긴 마땅하리니 / 何處薄田宜種秫

황량한 오솔길엔 좋이 꽃이나 심으련다 / 好從荒逕爲栽花

급류에서 용퇴하기 어려운 일 아니건만 / 急流勇退非難事

나의 뜻은 아 혹 점차 어긋날까도 싶구려 / 我意嗚呼或漸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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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8권 / 시류(詩類)

네 번째 화답하다. 5수

 

읊조리매 글자마다 정수에 들었네그려 / 吟來字字入精華

당당한 필력은 만 길의 높은 산악과 같고 / 堂堂筆勢萬仞嶽

끝없는 문장 근원은 삼협의 파도와 같네 / 袞袞詞源三峽波

자고로 백설곡을 창화한 이는 없었지만 / 今古無人酬白雪

전해온 시체로는 매화시가 유명도 하지 / 流傳有體賦梅花

후일 그대는 조서 초하는 일을 맡을 텐데 / 他時輸子絲綸手

나는 연래에 이미 노쇠해진 게 부끄럽네 / 愧我年來已老蹉

 

연래엔 백발을 뽑을수록 더 많아지는데 / 白髮年來鑷更多

어찌 아녀들같이 미용을 일삼으려 하랴 / 肯從兒女事鉛華

세속 따라 권세 붙좇을 마음은 없거니와 / 無心喜俗爭趨勢

세상의 흐린 물결에 합류할 생각도 없네 / 絶意同流更逐波

적적한 소산은 계수나무를 부여잡았고 / 寂寂小山攀桂樹

하 많은 구주엔 난초꽃을 가꾸었는데 / 紛紛九疇藝蘭花

고인은 이미 떠나고 덕행만 남아 있으니 / 古人已去餘芬在

인간의 행로가 어려움을 믿을 만하구려 / 可信人間行路蹉

 

고상한 회포가 세상과 어긋남이 많거니 / 偃蹇高懷齟齬多

감히 이 심사로 향기로운 꽃을 완상하랴 / 敢將心事閱芳華

쟁반의 목숙나물엔 붉은 햇살이 비치고 / 盤中苜照紅日

항아리 막걸리는 포돗빛 물결이 이누나 / 瓮裏葡萄生綠波

금년에 위수 북쪽의 봄 나무는 읊었는데 / 渭北今年詠春樹

서호라 그 어느 곳에서 매화를 찾아볼꼬 / 湖西何處訪梅花

통음하고 광가 불러서 남이 웃거나 말거나 / 狂歌痛飮從人笑

내 여생은 이미 불우한 데에 막혀 있는걸 / 已分殘生滯屈蹉

 

신년의 즐거운 일들이 점차로 많아져라 / 新年樂事漸來多

눈에 가득 물색들이 절로 생기가 넘치네 / 滿眼欣欣物自華

노란 버들은 흔들흔들 애교 어린 뜻 짓고 / 野柳搖黃嬌作意

푸른 봄 강은 출렁출렁 물결 무늬 일어라 / 春江漲綠纈生波

일 두에 백천 나가는 신풍의 좋은 술이요 / 百千一斗新

스물네 번의 바람은 상원의 꽃 소식일세 / 二十四番上苑花

가절의 풍류는 하늘이 아끼지 않으리니 / 佳節風流天不靳

인생의 이 모임을 어찌 이루지 못할쏜가 / 人生此會豈蹉跎

 

성대한 그대의 시는 풍류 정태가 많기에 / 靄靄君詩態度多

노호로써 경화에 보답키 되레 부끄럽네 / 還慙魯縞報瓊華

한호와 이방은 참으로 음조가 같거니와 / 韓豪李放眞同調

육해와 반강은 몇 물결이나 격해 있던고 / 陸海潘江隔幾波

붓 밑에 용사가 굼틀댄 건 장욱의 초서요 / 筆下龍蛇張旭草

창자가 철석 같은 건 광평공의 매화로다 / 腸中鐵石廣平花

일생에 경인구 하나 못 지어 안달했는데 / 一生苦乏驚人語

늙어서 이제는 시단의 꿈도 어긋나버렸네 / 老矣詩壇夢亦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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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8권 / 시류(詩類)

네 번째 화답하다. 5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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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해라 새로운 시가 날로 또 많아져서 / 嘆息新詩日又多

읊조리매 글자마다 정수에 들었네그려 / 吟來字字入精華

당당한 필력은 만 길의 높은 산악과 같고 / 堂堂筆勢萬仞嶽

끝없는 문장 근원은 삼협의 파도와 같네 / 袞袞詞源三峽波

자고로 백설곡을 창화한 이는 없었지만 / 今古無人酬白雪

전해온 시체로는 매화시가 유명도 하지 / 流傳有體賦梅花

후일 그대는 조서 초하는 일을 맡을 텐데 / 他時輸子絲綸手

나는 연래에 이미 노쇠해진 게 부끄럽네 / 愧我年來已老蹉

 

연래엔 백발을 뽑을수록 더 많아지는데 / 白髮年來鑷更多

어찌 아녀들같이 미용을 일삼으려 하랴 / 肯從兒女事鉛華

세속 따라 권세 붙좇을 마음은 없거니와 / 無心喜俗爭趨勢

세상의 흐린 물결에 합류할 생각도 없네 / 絶意同流更逐波

적적한 소산은 계수나무를 부여잡았고 / 寂寂小山攀桂樹

하 많은 구주엔 난초꽃을 가꾸었는데 / 紛紛九疇藝蘭花

고인은 이미 떠나고 덕행만 남아 있으니 / 古人已去餘芬在

인간의 행로가 어려움을 믿을 만하구려 / 可信人間行路蹉

 

고상한 회포가 세상과 어긋남이 많거니 / 偃蹇高懷齟齬多

감히 이 심사로 향기로운 꽃을 완상하랴 / 敢將心事閱芳華

쟁반의 목숙나물엔 붉은 햇살이 비치고 / 盤中苜照紅日

항아리 막걸리는 포돗빛 물결이 이누나 / 瓮裏葡萄生綠波

금년에 위수 북쪽의 봄 나무는 읊었는데 / 渭北今年詠春樹

서호라 그 어느 곳에서 매화를 찾아볼꼬 / 湖西何處訪梅花

통음하고 광가 불러서 남이 웃거나 말거나 / 狂歌痛飮從人笑

내 여생은 이미 불우한 데에 막혀 있는걸 / 已分殘生滯屈蹉

 

신년의 즐거운 일들이 점차로 많아져라 / 新年樂事漸來多

눈에 가득 물색들이 절로 생기가 넘치네 / 滿眼欣欣物自華

노란 버들은 흔들흔들 애교 어린 뜻 짓고 / 野柳搖黃嬌作意

푸른 봄 강은 출렁출렁 물결 무늬 일어라 / 春江漲綠纈生波

일 두에 백천 나가는 신풍의 좋은 술이요 / 百千一斗新

스물네 번의 바람은 상원의 꽃 소식일세 / 二十四番上苑花

가절의 풍류는 하늘이 아끼지 않으리니 / 佳節風流天不靳

인생의 이 모임을 어찌 이루지 못할쏜가 / 人生此會豈蹉跎

 

성대한 그대의 시는 풍류 정태가 많기에 / 靄靄君詩態度多

노호로써 경화에 보답키 되레 부끄럽네 / 還慙魯縞報瓊華

한호와 이방은 참으로 음조가 같거니와 / 韓豪李放眞同調

육해와 반강은 몇 물결이나 격해 있던고 / 陸海潘江隔幾波

붓 밑에 용사가 굼틀댄 건 장욱의 초서요 / 筆下龍蛇張旭草

창자가 철석 같은 건 광평공의 매화로다 / 腸中鐵石廣平花

일생에 경인구 하나 못 지어 안달했는데 / 一生苦乏驚人語

늙어서 이제는 시단의 꿈도 어긋나버렸네 / 老矣詩壇夢亦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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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9권 / 시류(詩類)

신사년(1461, 세조 7) 정월 20일 밤 꿈에 “평생에 뜻을 둔 데가 있으니, 온갖 계책을 뜻 가는 대로 따르리.〔平生意有在 百計隨所之〕”라는 일련(一聯)의 시를 얻고, 인하여 글자를 불려서 열 수를 짓다.

 

대저 오만 사물의 이치가 / 大抵物之理

모두 불평함 때문에 우는 건데 / 鳴皆因不平

나의 꿈이 정히 이와 같은지라 / 我夢政如是

나의 시가 정에서 나온 거로다 / 我詩出於情

 

인생은 일생이 백 년도 안 되거늘 / 人生百歲內

어찌 그 삶을 수고롭힐 것 있으랴 / 何用勞其生

아무쪼록 내 원기를 잘 보전하여 / 庶幾保大和

즐거이 나의 형체를 잊어야 하리 / 樂以忘吾形

 

내가 어려서부터 큰 뜻이 있어 / 小小有大志

시속에 거리낌을 받지 않았더니 / 不爲時俗累

끝내는 이 허물에 걸려들어서 / 終然坐此辜

십중팔구가 뜻대로 안 되는구나 / 八九不如意

 

이미 없는데 왜 가질 필요 있으며 / 旣無何必有

이미 옳은데 왜 부정할 것 있으랴 / 旣可何必否

인생에 시비가 있게 된 까닭은 / 人生有是非

손 뒤집고 엎는 데 있을 뿐이네 / 在人翻覆手

 

나는 겉치레하는 것 전혀 없고 / 我無皮與毛

오직 하나 충심만 있을 뿐인데 / 唯一肝膽在

어찌하여 용납을 받지 못하고 / 胡爲不見容

크게 시속의 배신만 받는 건지 / 大爲時所背

 

인생은 백 년이 채 안 되는데 / 人生不盈百

어이해 부질없이 골몰하는고 / 胡爲空役役

이 때문에 옛날의 군자는 / 所以古君子

정신을 잘 길러 벽곡을 했었네 / 谷神而辟穀

 

평생 동안 천만 가지 계책 중에 / 平生千萬策

전원에 가는 게 바로 상책이로세 / 歸田是上計

그대는 보게나 높이 나는 매가 / 君看高飛鷹

한번 가면 누가 능히 제어하던고 / 一去誰能

 

예로부터 큰 걱정거리가 있으니 / 古來有大患

명과 실이 서로 따르지 않음인데 / 名實不相隨

나는 지금 한갓 스스로 지키거니 / 我今徒自守

나의 도는 닳거나 물들지 않으리 / 我道無磷緇

 

내 스스로 돌아가지 않을 뿐이지 / 我自不歸耳

내가 돌아가려면 갈 곳이 없으랴 / 我歸能無所

유유한 나의 가고 머무름을 두고 / 悠悠我行止

나 홀로 마음속으로 말할 뿐이네 / 我獨心口語

 

내가 장차 만리 먼 길을 가려면서 / 吾將適萬里

수레를 멈추고 어딜 간단 말인가 / 稅駕安所之

성현의 경지도 기대할 수 있나니 / 聖賢亦可希

노력하면 역시 그와 같이 되겠지 / 有爲亦若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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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9권 / 시류(詩類)

자문(子文)이 부쳐온 시에 차운하다. 4수

 

사십에 고된 노력으로 이 집은 가졌지만 / 四十辛勤有此廬

명성은 기두처럼 이미 헛됨을 이루었네 / 聲名箕斗已成虛

유술은 끝내 이루기 어려움을 진작 알았고 / 早知儒術終難致

궁한 시름이 책 보기 알맞단 말만 믿노라 / 只信窮愁可看書

 

한림원 십 년 동안 금마문에 입직하면서 / 鸞坡十載直金廬

양웅에 비겨 자허부를 지으려고 했지만 / 欲擬揚雄賦子虛

한 글자도 곤직 못 기운 게 부끄러워라 / 補袞今慙無一字

가슴속에 오거서만 담고 있을 뿐이네 / 胸中只有五車書

 

광대한 천지가 이게 바로 여관 같거니 / 乾坤蕩蕩是蘧廬

물리는 분명 가득 찼다 비었다 하고말고 / 物理分明盈復虛

우스워라 연래엔 세상일과 괴리되어 / 自笑年來乖世事

친구들이 모두 절교서를 지었네그려 / 故人皆著絶交書

 

우뚝한 청산은 초려를 둘러싸고 있는데 / 偃蹇靑山擁草廬

십 년 동안 돌아가려던 꿈이 헛되어 버렸네 / 十年歸計夢成虛

언제나 우리 함께 같은 이웃 잡아 살면서 / 何時共卜同鄰去

조석으로 편지 보내 서로 불러 놀아 볼꼬 / 朝夕相呼折簡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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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9권 / 시류(詩類)

김공(金公)의 집에서 이차공(李次公)의 운에 차하다.

 

높은 모자 뾰족한 가죽신에 말은 더딘데 / 高帽尖靴匹馬遲

광대한 봄 경치가 교외에 두루 펼치었네 / 靑春浩蕩遍郊圻

노란 버들개지는 눈에 처음 들어오더니 / 黃歸柳線初回眼

흰 매화를 보니 시 창자를 토하고 싶네 / 白入梅花欲吐脾

술은 혹 자리를 만나면 흥취를 풀 수 있지만 / 酒或逢場能遣興

바둑은 좋은 일 아니요 기심 잊기 위함일세 / 碁非好事爲忘機

백야와 서로 만나서 시를 이루는 곳엔 / 相逢白也詩成處

붓 밑에 종이 가득 교룡이 굼틀대누나 / 落筆蛟龍滿紙時

 

김후의 정원에 봄이 한창 무르녹았는데 / 金侯池榭春政濃

이자가 홀연히 와서 함께 노니노라니 / 李子忽焉來適從

곧장 금준 잡아라 북해의 자리를 열고 / 直把金樽開北海

주렴은 높이 걷어서 동풍을 끌어 오네 / 高拘珠箔引東風

그대는 응당 성인에 맞은 서막 같거니와 / 君應中聖同徐邈

나는 광성을 못 하니 차공만 못하고말고 / 我不狂醒減次公

다시 주인이 좋은 비파를 타는 가운데 / 更有主人調錦瑟

소년 시절의 환락을 일시에 함께하누나 / 少年懽樂一時同

 

정원은 깊숙해 세속의 시끄러움 전혀 없고 / 庭院深深絶俗紛

한 못은 새로 불어 용 무늬가 일렁이는데 / 一池新漲蹙龍紋

화려한 당의 기점은 대나무가 고요하고 / 畫堂蘄簟琅玕靜

옥 바둑은 바둑판에서 천둥을 쳐대어라 / 玉子楸枰霹靂喧

하늘에 솟은 북악산엔 쌓인 눈이 환하고 / 北岳攢空明積雪

문앞에 당한 남산엔 층층 구름이 이누나 / 南山當戶起層雲

술자리 바둑판 끝내고 늦게야 돌아오니 / 酒闌碁罷歸來晩

모자 위에 희미한 달빛이 내리는구나 / 帽頂依稀月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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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9권 / 시류(詩類)

이 감정(李監正) 인전(仁全). 자는 지안(之安) 의 시운에 차하다.

 

용문을 일찍 반연한 게 얼마나 다행인고 / 龍門何幸早攀緣

다정하게 사귀어온 지 지금 삼십 년이로세 / 交道殷勤三十年

임금 못 잊는 한 마음은 백일처럼 밝은데 / 耿耿一心明白日

유유한 세상만사는 푸른 하늘에 부쳤네 / 悠悠萬事付蒼天

질탕했던 옛 놀이는 꿈결처럼 아득하고 / 舊遊跌宕迷如夢

친구들은 영락하여 연기같이 흩어졌네 / 故友彫零散似煙

바라건대 그대 만나 한가한 날 보내면서 / 準擬逢君酬暇日

술자리에서 서로 좋은 산천 마주했으면 / 一樽相對好山川

 

새 시름 옛 병이 교묘하게 서로 연했는데 / 新愁舊病巧夤緣

총망 중에 세월은 또 한 해가 접어들었네 / 草草光陰又一年

미경과 상심에다 낙사까지 겸하였고 / 美景賞心兼樂事

답청과 한식은 또 날이 서로 연했구려 / 踏靑寒食又連天

고운 홍색의 꽃들은 비를 맞아 씻은 듯하고 / 嬌紅似拭花經雨

푸른 버들은 연기 속에 빗질한 듯 늘어졌네 / 嫩綠如梳柳

구십 일 동안의 봄이 별안간 지나갈 테니 / 九十日春能瞥眼

고래가 냇물 마시듯 통음을 사양치 마소 / 不辭鯨飮吸長川

 

백발에 홍진 무릅써라 세속 인연에 떨어져 / 白首紅塵墮世緣

유관의 오활한 꼴은 당년이나 흡사하다네 / 儒冠迂闊似當年

윤색할 재주 아니라 부끄럽긴 그지없으나 / 才非潤色慙無地

시속 따르지 않는 뜻은 하늘에 맹세코말고 / 志不隨時誓有天

술은 혹 자리를 만나면 세월을 잊어버리고 / 酒或逢場忘日月

시는 뜻에 맞기만 하면 운연처럼 빠르다오 / 詩如適意走雲煙

유유한 세상만사가 끝도 가도 없는지라 / 悠悠世事無窮盡

공자의 흐르는 물 탄식함을 이제 믿겠네 / 始信宣尼嘆逝川

 

나무 위에서 고기를 구함은 못 믿거니와 / 未信求魚木可緣

내 심사로 흐르는 세월을 느낄 뿐이로세 / 只將心事感流年

전원이라곤 송곳 하나 세울 땅도 없는데 / 田園欲立錐無地

신세는 진작 대롱 속의 하늘만 보았었지 / 身世曾窺管有天

성자는 반드시 사책에 전해져야겠지만 / 姓字要須傳蠹簡

공명은 공신각에 오르길 연연하지 않네 / 功名不慕上凌煙

삼경으로 돌아갈 맘이 술보다 농후하니 / 歸心三逕濃於酒

만년엔 의당 갈치천을 따라 노닐 걸세 / 晩節當從葛稚川

 

영남이라 어느 곳에 좋은 인연이 있던고 / 嶺南何處好因緣

깨끗한 치아에 이팔청춘의 미인이로다 / 皓齒靑娥二八年

늦눈은 펄펄 날리는데 매화는 옥빛 같고 / 晩雪飛飛梅似玉

호루는 보일락말락 물은 하늘과 일색일레 / 湖樓隱隱水如天

한 봄의 꽃과 버들은 꿈속에 아련하건만 / 一春花柳迷魂夢

두 곳의 강산은 구름 연기로 서로 막혔네 / 兩地江山隔雨煙

풍성에서 이별하던 일을 말하지 말게나 / 莫說城離別事

끝없는 상심에 눈물이 냇물처럼 흐르네 / 傷心無盡淚犇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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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9권 / 시류(詩類)

한 거자(擧子)가 자신이 지은 송경금저부(宋璟金)와 구준청행전연표(寇準請幸澶淵表)를 가지고 와서 품평(品評)을 써 주기를 요구하므로, 내가 이미 붓으로 뭉개버리고 나서 인하여 종이 뒤쪽에 쓰다. 3수

 

광평은 철석과 같은 심장이었고 / 廣平腸鐵石

구준은 기개가 천둥 벼락 같았네 / 寇準氣雷霆

글을 지은 이는 막 급제한 진사요 / 賦詠新進士

품제를 쓴 사람은 노선생이로다 / 題品老先生

 

공명에게는 출사표가 있고 / 孔明出師表

굴원에게는 이소부가 있어 / 屈子離騷賦

천재에 규범이 되고 있으니 / 千載有規範

삼가서 함부로 날뛰지 말라 / 愼勿浪馳騖

 

서곤은 남긴 시체가 있거니와 / 西崑有遺體

구양은 유기를 배척했고말고 / 歐陽黜劉幾

내 지금 이 글을 뭉개버리고 보니 / 我今批抹之

천재에 나의 스승이 있었네그려 / 千載有吾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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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9권 / 시류(詩類)

함길도 부원융(咸吉道副元戎) 강 동년(康同年) 효문(孝文) 에게 부치다.

 

소범의 가슴속엔 십만 군대가 들어 있어 / 小范胸中十萬兵

당당히 한 시대에 장성으로 의지하거니 / 堂堂一代倚長城

당부하건대 일찍 연연산에 공훈 새기고 / 煩君早勒燕然石

개가 부르며 돌아와 태평성대 보좌하게나 / 奏凱歸來佐太平

 

구구한 문필이 어찌 몸을 윤택케 할쏜가 / 文墨區區豈潤身

말마다 진부하여 쓸모 없는 재주고말고 / 才非適用語皆陳

성명한 때에 녹봉 훔쳐 먹기 부끄러워라 / 明時竊祿顔何厚

녹록한 꼴로 예조에서 또 오 년이 흘렀네 / 碌碌南曹又五春

 

젊은 날의 병법 담론은 백한을 압도했는데 / 少日談兵壓白韓

중년에 불우해 유관으로 그르치고 말았네 / 中年蹭蹬誤儒冠

오활함이 남의 비방을 부를지는 모르지만 / 不知迂闊招人謗

장대한 뜻은 오만 오랑캐를 소탕하려 한다오 / 壯志猶思掃百蠻

 

해마다 넓적다리에 살찌는 게 서글퍼라 / 惆悵頻年髀肉生

문 닫고 온종일 글 읽는 소리만 낭랑하네 / 閉門長日讀書聲

예부터 말 가죽에 싸이는 게 남아의 뜻인데 / 由來馬革男兒志

답답해라 어이해 이런 정회를 품는단 말가 / 鬱鬱胡爲抱此情

 

장백산은 높다랗게 푸른 하늘에 우뚝 솟아 / 長白山高揷大靑

산꼭대기는 유월에도 눈이 겹겹 쌓였으니 / 山頭六月雪崢嶸

어느 때나 한번 휘파람 불며 정상에 올라서 / 何時一嘯登高看

거울처럼 티없이 말끔한 사해를 내려다볼꼬 / 四海無塵鏡面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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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9권 / 시류(詩類)

홍일휴의 시에 차운하다. 3수

 

병중의 내 신세는 이게 바로 만랑인데 / 病中身世是漫郞

한가히 《남화경》 한두 장을 읽고 있다가 / 閑讀南華一兩章

시렁 가득 장미꽃이 막 비를 맞은 뒤라 / 滿架薔薇初過雨

한낮의 창 앞 정취를 술잔에 부치었네 / 午窓情興付壺觴

 

내가 지금 백발로 이미 낭관은 면했는데 / 皓首吾今已免郞

푸른 산이 나를 불러 또 인장을 불태우네 / 碧山招我又焚章

일생의 출처를 의당 스스로 결단했거니 / 一生行止宜能斷

삼경에 돌아가 술잔 기울일 만하고말고 / 三逕歸來可引觴

 

청수하여 옷 못 감당함은 심랑과 같은데 / 瘦不勝衣似沈郞

일생을 크게 그르친 게 바로 이 문장이라 / 一生大誤是文章

나는 지금 인간의 일에는 뜻이 없으니 / 我今無意人間事

만나는 대로 술이나 마심이 합당코말고 / 只合逢場喫酒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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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9권 / 시류(詩類)

홍일휴의 시에 차운하다. 3수

 

강개하기론 천고에 으뜸이요 / 慷慨傾千古

풍류는 한 시대를 뒤덮어라 / 風流蓋一時

재주의 명성이 그대는 이러한데 / 才名君若此

내 신세는 마냥 망설이기만 하네 / 身世我依違

 

공업은 나의 처음 뜻이 아닌데 / 功業非初志

명성은 예전보다 줄어만 가네 / 聲名減舊時

하늘의 맘을 헤아리기 어려워라 / 天心難自料

세상일이 교묘히 서로 어긋나네 / 世事巧相違

 

괜히 고인을 따르려는 뜻만 있고 / 有志空追古

시대에 적용될 만한 재주는 없어 / 無才可適時

백년을 길이 세상과 맞지 않아 / 百年長齟齬

만사가 이미 다 어긋나버렸네 / 萬事已乖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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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9권 / 시류(詩類)

강 참판(康參判) 효문(孝文) 이 북쪽 변방에 있으면서 졸렬한 내 시에 차운하여 부쳐왔으므로, 즉시 붓을 달려 다시 차운해서 답하다.

 

소년 시절의 교정은 동년을 의탁했는데 / 少年交道托同年

지금은 영리 권세에 전혀 이끌리지 않네 / 利勢如今百不牽

나는 모수의 삐져나올 송곳 끝이 없거늘 / 脫穎我無毛遂末

그대는 조생의 남 앞선 말채찍이 있구려 / 著鞭君有祖生先

공훈은 어찌 삼걸을 생각하지 않으랴만 / 勳名豈不思三傑

방달하기는 끝내 죽림칠현과 흡사하네 / 放曠終然似七賢

세상만사가 끝내 어찌 따질 것이 있으랴 / 萬事到頭何足算

인생은 분수를 따르는 게 바로 천연인걸 / 人生隨分卽天然

 

관하에 머리 돌려라 도로는 아스라한데 / 回首關河道路迢

원수의 수레 밀어라 사신 행차 달려갔지 / 元戎推轂駕星軺

조용히 담소하며 술자리에서 담판 짓고 / 從容談笑開樽俎

위엄을 내고 들일 땐 깃대를 손에 잡으리 / 出入威靈杖節旄

땅은 동해와 닿아서 장기가 그득할 게고 / 地接東溟煙瘴合

산은 북극과 연해서 눈 서리가 우뚝하리 / 山鄰北極雪霜高

가슴속에 오랑캐 평정할 계책이 많거니 / 胸中多少平戎策

어찌 태평성대에 홀로 노고함을 웃으랴 / 肯向明時笑獨勞

 

깃발은 아득하고 북풍은 거세게 부는데 / 旌旗漠漠朔風高

검은 머리의 장군은 기개도 호탕하거니 / 綠髮將軍氣槪豪

소리는 산하를 흔들어라 고각을 울리고 / 聲撼山河鳴鼓角

빛은 번개가 번쩍이듯 궁도를 떨치겠지 / 光搖雷電振弓刀

소백의 봉강엔 개척이 날로 더해지고 / 召伯封疆增日闢

한가의 위덕은 천교를 꼭 복종시키리 / 漢家威德服天驕

썩은 선비는 좋은 계책 없다 말을 마소 / 莫言儒腐無長策

일찍이 성상 뫼시고 《육도》를 강했었다오 / 曾侍龍顔講六韜

 

알건대 그대는 여기가 아직 한창 강성하니 / 知君膂力尙方强

서릿발 같은 늠름한 위풍을 사막에 떨치리 / 沙漠威風凜雪霜

문장은 일찍 봉황 토한 걸 기뻐하거니와 / 絶喜文章曾吐鳳

기예는 또 버들잎 뚫은 걸 자랑할 만하지 / 堪誇才藝又穿楊

일생의 득실은 시를 좋아함에 인연했는데 / 一生得失緣詩癖

천재에 낙천적인 꼴은 술주정만 부림일세 / 千載浮沈逞酒狂

태평성대에 저산 같은 자질도 수용했거늘 / 聖代亦收樗散質

조금의 보답도 못 드려 마음이 부끄럽네 / 涓埃無效愧中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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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9권 / 시류(詩類)

김이수(金)가 북정일과(北征日課)를 빌려가서 오래도록 돌려주지 않고, 또 내게 왕림하기로 기약을 해 놓고 오지 않으므로, 나의 심정을 서술하여 네 수의 시로 기록하다.

 

말 타고 사천 리 길 연도를 달렸었는데 / 走馬燕都路四千

지금 앉아 생각하니 생각이 유연하여라 / 如今端坐思悠然

강산은 역력히 편장 속에 나열되었고 / 江山歷歷篇章裏

역관들은 아련히 꿈속에 보이는구려 / 驛館依依夢想邊

예악은 중원에 한창 왕성한 날이고요 / 禮樂中原全盛日

인재는 동국에 태평성대의 해이로다 / 人才東國太平年

그 행록을 내 가승으로 삼으려 하노니 / 欲將行錄爲家乘

시 명성 만고에 전함은 바라지 않는다오 / 不要詩名萬古傳

 

상국의 관광에 빈이 됨은 이로웠지만 / 上國觀光利用賓

태평성대에 보답할 소득 없어 부끄럽네 / 慙無所得報明辰

썩은 선비에게 훈업은 연목과 같거니와 / 腐儒勳業如緣木

말로의 공명은 땔나무 쌓기와 똑같구려 / 末路功名似積薪

사해에 명성 높아라 다 준걸한 선비인데 / 四海聲名皆俊士

한 지방의 고루한 자는 바로 누구였던고 / 一方孤陋是何人

당시의 만리 기행시를 역사로 삼아서 / 當時萬里詩爲史

때때로 열람하여 정신을 유쾌히 하려네 / 寓閱時時可暢神

 

들르기로 약속하고 좋은 시기 저버려라 / 有約經過負好期

종유가 전보다 줄어듦을 점점 깨닫겠네 / 從遊漸覺減前時

그대는 응당 절교론을 이미 지었을 텐데 / 君應已著絶交論

나만 유독 벗 찾는 시를 길이 읊는다오 / 我獨長吟求友詩

늙어갈수록 정회만 공연히 질탕해지고 / 老去情懷空跌宕

병든 나머지 신세는 더욱 지리하구려 / 病餘身世更支離

새그물 친 문항에 찾아오는 사람 없어 / 雀羅門巷無人到

홀로 앉아 생각난 것을 허공에 쓰노라 / 獨坐書空有所思

 

우울한 회포가 절로 무료하기 그지없어 / 鬱鬱心懷不自聊

때로 다시 옛 서적을 모두 열람했노니 / 塵編時復閱皆鏖

칠 편의 《맹자》는 다 우활한 말들이지만 / 七篇孟子皆迂闊

《춘추》의 한 글자는 포폄을 갖추었구려 / 一字春秋備貶褒

두로가 직설을 기대함이 어찌 해로우랴 / 杜老何妨希稷卨

유후는 끝내 또한 소조보다 나았고말고 / 留侯終亦勝蕭曹

오만 일을 내가 비록 관여하지 않지만 / 雖然萬事吾休管

술통에 거른 새 막걸리만은 좋아한다네 / 只喜新醪滴小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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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9권 / 시류(詩類)

재차 자고(子固)에게 부치다.

 

새로 지은 화려한 정자는 특별히 서늘해 / 新構華亭特地涼

훈훈한 남풍이 자주 심장을 불어대겠네 / 南薰陣陣沃心腸

열 이랑의 연꽃들은 씻은 듯이 화려하여 / 荷花十頃明如拭

온종일 읊조리자면 향기가 코를 찌르리 / 盡日閑吟擁鼻香

 

맑게 서서 우뚝한 게 더없이 어여뻐라 / 淨植亭亭抵死憐

큰 놈은 항아리 같고 작은 놈은 돈닢 같네 / 大如甕盎小如錢

긴긴 날에 난간 기댄 흥취 한량이 없어 / 日長無盡憑闌興

다시 풍류 놀이로 화려한 배 띄우려 하네 / 更欲風流泛畫船

 

벽통을 누가 동이보다 크게 만들었나 / 碧筒誰使大於盆

맑은 술이 흡사 출렁대는 봄 물 같구려 / 有酒澄澄灩似春

이미 달 밝거든 나 불러 취하기로 했거니 / 已判月明邀我醉

몸 부축할 섬섬옥수가 또 없을 수 있으랴 / 可無纖手爲扶身

 

운금이 활짝 피어 푸른 못에 잠기었어라 / 雲錦離披碧池

향기론 바람 가랑비가 시 짓기 꼭 좋구려 / 香風細雨恰成詩

엷고 짙은 화장을 아무도 알 사람 없으리 / 淡粧濃抹無人解

이게 바로 양 귀비가 말하려는 때이라네 / 政是楊妃欲語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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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9권 / 시류(詩類)

자고(子固)가 또 채자휴(蔡子休), 일암 상인(一菴上人)과 함께 용산강(龍山江)에서 놀자고 기약하므로, 기뻐서 짓다. 앞의 운을 사용하다.

 

인정이 하도 번복하여 권세만 붙좇아라 / 人情翻覆逐炎涼

세상일이 맘에 걸려 창자가 녹으려는데 / 世事關心欲爛腸

몇 번이나 서린에서 나를 취하게 했던고 / 幾向西鄰謀我醉

무수한 연꽃들이 못에 가득 향기로웠지 / 藕花無數滿池香

 

서호의 뛰어난 경치는 가장 사랑스럽고 / 西湖勝槩最堪憐

명월청풍은 돈을 들여 살 것도 없거니 / 明月淸風不費錢

약속 있어 친구와 함께 흥겨웁게 가거든 / 有約故人乘興去

갈매기 푸른 산 벗 삼아 목란선을 띄우리 / 白鷗靑嶂泛蘭船

 

긴 하늘은 물 같고 달은 동이처럼 둥글어 / 長天如水月如盆

한수의 풍류 즐겼던 지난봄이 생각나네 / 漢水風流憶去春

천지는 끝이 없고 강물은 다하지 않거늘 / 天地無窮江不盡

일생 백년의 몸이 길이 부끄러울 뿐일세 / 一生長愧百年身

 

반드시 풍류가 습지보다 못할 것 없으리 / 不必風流讓習池

고승과 술 친구가 다 시에 능하니 말일세 / 高僧酒伴摠能詩

남궁의 나그네 늙은 것을 어찌 꺼릴쏜가 / 南宮有客何嫌老

춤추고 노래하면 한때의 도움이 될 걸세 / 妙舞狂歌助一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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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9권 / 시류(詩類)

일휴(日休)의 시운에 차하여 파리를 읊다. 4수

 

앵앵거리며 무슨 일로 붓끝에 앉았었나 / 營營何事集毫頭

무단히 칼 뽑아 들고 노하여 마지않았네 / 拔劍無端怒不休

가시나무에 앉은 건 시에서 풍자했다지만 / 止棘已聞詩所刺

간악함 벌줌은 《춘추》에 안 든 게 한이로다 / 誅奸恨不入春秋

 

편벽된 성질이 구구하게 구복만 꾀하면서 / 偏性區區謀口腹

황혼이면 의기양양 어지러이 종횡하누나 / 黃昏得意亂縱橫

가련도 해라 탐하여 기미 일찍 알지 못해 / 可憐貪不知幾早

끝내는 진실로 네 생명을 그르치는 꼴이 / 畢竟端能誤爾生

 

더욱 꺼리는 건 예부터 머리 붉은 놈인데 / 尤忌由來是赤頭

향기를 찾고 쫓는 걸 어느 때나 그만둘꼬 / 尋香逐氣幾時休

성질이 능히 흰 것을 검게 변화시키는데 / 性能變白能爲黑

어찌하여 봄에 나와서 가을까지 이르는고 / 胡乃春生直到秋

 

그 옛날 반중에서 밤은 마침 오경이었고 / 憶昔盤中夜五更

객창의 초승달은 한 눈썹이 비낀 듯했는데 / 旅窓新月一眉橫

밤새도록 내 살갗 물어뜯어 괴롭혔어라 / 通宵苦被肌膚噬

잠 잘 자는 지금엔 격세지감이 드는구려 / 有夢如今似隔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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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9권 / 시류(詩類)

윤담수(尹淡叟)의 운에 네 번째 화답하다. 3수

 

향로엔 연기 사라지고 낮에 사립 닫아라 / 金鴨銷香晝掩扃

나는 백발로 앉아서 학문이나 연구해야지 / 分宜皓首坐窮經

생전의 흥취는 큰 술잔 마시기 마땅하나 / 生前雅興宜浮白

사후의 헛된 이름은 사책에 부끄러우리 / 死後虛名愧汗靑

문 밀치고 들온 산 빛은 길이 우뚝하고 / 排闥山光長偃蹇

창 곁의 꾀꼬리 소리는 너무도 다정해라 / 近窓語太丁寧

진부한 선비는 오활하여 쓸모가 없지만 / 腐儒迂闊雖無用

오성이 모여 문명해짐을 기꺼이 보겠네 / 喜見文明聚五星

 

거칠고 게으른 꼴로 감히 이름 낚길 배우랴 / 敢以疎慵學釣名

백에 한 가지 일도 남의 마음에 못 드는걸 / 百無一事稱人情

성명한 때 녹봉 훔쳐라 재능 없음은 부끄러우나 / 明時竊祿慙樗櫟

태평성대에 인재 가림은 공평함이 있네그려 / 昭代掄才有鑑衡

늙어가매 문장은 가치가 많이 떨어지는데 / 老去文章多落價

소년 시절엔 시종으로 외람되이 영광 차지했지 / 少年侍從濫叨榮

평생의 출처를 그 누가 결단할 수 있으랴 / 平生出處誰能斷

부귀는 뜬구름이요 이끗 권세는 가볍건만 / 富貴浮雲利勢輕

 

헛된 명성 하찮은 벼슬 둘 다 유유하여라 / 虛名薄宦兩悠悠

덧없는 생애 불우하기 이제 사십 년일세 / 蹭蹬浮生四十秋

나라 돕는 재주는 서툴러 수수방관할 뿐이요 / 輔國才疎長袖手

사람 만나면 기가 질려라 감히 거역을 할쏜가 / 逢人氣拙敢搖頭

동분서주하는 건 남이 비웃거나 말거나 / 東馳西走從人笑

조반석죽 마련하는 건 아내와 꾀한다오 / 莫粥朝與婦謀

좋찮은 시는 있으나 흥을 풀기 어려워라 / 縱有惡詩難遣興

취향 그 어드메에 시름을 묻을 수 있을꼬 / 醉鄕何地可埋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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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9권 / 시류(詩類)

담수의 운에 다섯 번째 화답하다. 3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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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밭 띳집 속에 두 사립짝 닫혀 있어라 / 石田茅屋掩雙扃

삼경은 여전히 꿈속에 자주 들른다네 / 三徑依然夢屢經

술은 본디 천연이라 사람 얼굴처럼 희고 / 酒自天然人面白

산은 흔히 속되지 않아 불두가 푸르구려 / 山多不俗佛頭靑

영웅들은 한 시대에 모두 때를 만났고 / 英雄一代皆遭遇

나라는 천년 만에 평안함을 이루었네 / 邦國千年致輯寧

나는 조금의 보탬도 못 되어 부끄러우나 / 自愧小儒無寸效

일편단심만은 항상 별처럼 에워싼다오 / 丹心耿耿拱如星

 

소년 시절엔 명성 이룰 것을 자부했으니 / 少年自許策時名

중도에 뜻 못 이룬 게 어찌 본심이리오 / 中道蹉跎豈素情

삼책은 진작 동자를 기대함을 들었거니와 / 三策曾聞勤董子

육경은 끝내 장형을 저버리지 않았고말고 / 六經終不負張衡

영원히 산림으로 가는 건 얻기 어렵지만 / 山林長往思難得

오랜 벼슬살이로 감히 광영을 무릅쓰랴 / 軒冕多時敢冒榮

일생토록 온 천하에 지기지우는 드무나니 / 四海百年知己少

인생에 승낙하는 걸 의당 신중히 해야지 / 人生然諾不宜輕

 

신세는 우물쭈물 세월은 유유하기만 해라 / 身世依違歲月悠

예로부터 시인은 가을을 몹시 슬퍼한다지 / 由來騷客苦悲秋

세상일에 고기 꼬리 붉어짐은 논치 않지만 / 休論世事魚

인정은 까마귀 머리 희어짐이 절로 있구려 / 自有人情烏白頭

토끼 굴로 일찍이 늙을 계책을 못 했으니 / 兎窟不曾營老計

비둘기 둥지의 졸렬한 생계가 우스워라 / 鳩巢堪笑拙生謀

어젯밤엔 등잔 앞에 동갑들이 모여서 / 靑燈昨夜同庚會

서로 마주해 술 마시며 흥과 시름 나누었지 / 相對樽前說興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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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0권 / 시류(詩類)

강경순(姜景醇)의 촌거잡흥시(村居雜興詩)에 받들어 수답하다. 19수

 

맑디맑은 한강물은 한 자락 비단 같은데 / 漢水澄澄一帶羅

금양 산수의 연기 물결 속에 늙어가누나 / 衿陽山水老煙波

알건대 그대는 은거의 계책을 잘 이루어 / 知君好作菟裘計

흥취가 텁텁한 죽면보다 더 농후하겠네 / 有興濃於粥面多

 

연기 빛 같은 잔풀은 푸른 비단 비슷하고 / 細草如煙襯碧羅

복사꽃 가랑비에 새 물결은 벌창도 한데 / 桃花細雨漲新波

거룻배에 노를 저어 저물녘에 돌아오니 / 小船搖棹歸來晩

깨끗한 달빛이 소매 가득 하 비치는구나 / 滿袖紛紛月色多

 

원근의 구름 연기가 비단 자락을 덮어라 / 雲煙遠近冪輕羅

송아지의 언덕 앞에 백조의 물결이로세 / 黃犢坡前白鳥波

집이 강 남쪽 그림 같은 경치 속에 있어 / 家在江南圖畫裏

무수한 청산에다 석양 풍경도 하 좋구려 / 靑山無數夕陽多

 

떡의 향기론 바람은 비단폭에 그득하고 / 香風餌漲紈羅

술항아리 막 열자 푸른 물결은 넘실대네 / 村甕新開灩綠波

사고 소리 재촉하매 사람은 다 흩어지고 / 社鼓聲催人散盡

사립문 곳곳에서 웃음소리 떠들썩해라 / 柴門處處笑喧多

 

태평성대에 인물을 빠짐없이 등용하니 / 聖朝人物盡爬羅

국사엔 바다에 물결 안 읾을 기록하는데 / 國史方書海不波

아득한 강호에선 대궐을 길이 사모하여 / 渺渺江湖思魏闕

오운의 깊은 곳에 꿈이 자주 왕래하누나 / 五雲深處夢魂多

 

홀로 턱 괴고 산 구경하며 난간을 기대라 / 柱笏看山獨倚闌

삼 년하고 반년 남짓을 시골 마을에 있었네 / 三年强半在村間

위랑의 시구에 또한 왕유의 그림이라 / 韋郞詩句王維畫

천지간에 풍류가 스스로 한가롭구려 / 天地風流自在閑

 

장춘오 안에는 온갖 꽃들이 만발하여 / 藏春塢裏百花闌

궤안 사이에 향기가 물씬 풍겨오는데 / 香霧霏霏几案間

《황정경》 다 쓰고 앉아서 《주역》을 읽으니 / 寫罷黃庭讀周易

이 마음 또한 이 몸과 함께 한가롭구려 / 此心還與此身閑

 

그윽한 살이 적적함 속에 세월은 흘러라 / 幽居寂寂歲時闌

이름 피하여 세간에 초연하잔 게 아닐세 / 不是逃名外世間

헌면은 예로부터 우연히 오는 것이지만 / 軒冕由來儻來事

인심은 가는 곳마다 응당 한가롭고말고 / 人心著處也閑閑

 

실바람은 비 불어와 가벼운 난간 적시고 / 小風吹雨濕輕闌

산 기운은 푸르른 가운데 자욱하여라 / 山氣濛積翠間

하룻밤 사이 벼논에 새 물이 넉넉해지니 / 一夜稻田新水足

두레박은 말 없이 석양에 버려져 있네 / 桔槹無語夕陽閑

 

세월이 하 빨라 사계절이 번쩍번쩍 지나니 / 光陰鼎鼎四時闌

모름지기 인간 세상을 몽중에 비해야겠네 / 須把人間比夢間

덧없는 인생살이에 별종의 자미가 있으니 / 別種浮生滋味在

《능엄경》 일 부로 한가히 스님과 짝함일세 / 楞嚴一部伴僧閑

 

문은 떨어진 꽃에 가려져 하얀 별장 같고 / 門掩落花同白墅

산엔 아름다운 대가 많아 황강보다 낫네 / 山多美竹勝黃岡

이미 책보따리 싸고 은거할 계획했거니 / 已作束書歸隱計

어찌 삼경을 오래도록 황량하게 두리오 / 肯敎三逕久荒涼

 

한 걸음 한 걸음 걷다가 미친 기가 발작하여 / 步行行作意狂

우연히 흐르는 물 따라 높은 뫼에 올랐는데 / 偶隨流水上崇岡

석양엔 다시 높은 나무 곁에 머물러 있자니 / 斜日更留高樹外

가을 매미가 울어대서 서늘함을 도와주누나 / 寒蟬咽咽助新涼

남산의 옛 절은 겹겹 산마루에 의지했고 / 南山古寺依重嶺

서산의 인가는 작은 언덕을 격해 있는데 / 西崦人家隔小岡

손 보내고 스님 찾는 건 평상적인 일이라 / 送客尋僧等閑事

서늘한 석양 바람에 소매 이끌고 서 있네 / 晩風携袖立微涼

 

문전의 삼나무 회나무는 하도 무성하여 / 門前杉檜老蒼蒼

바람이 불자 중턱에서 용 울음을 내는데 / 風動龍吟在半岡

불똥이 다 떨어지도록 사람은 오지 않고 / 落盡燈花人不到

베이불은 찬물 같아 서늘함을 깨닫겠네 / 布衾如水覺生涼

 

북궐과 남산이 둘 다 아득하기만 하여라 / 北闕南山兩渺茫

적적한 한 초려에서 가을 산을 마주했네 / 一廬岑寂對秋岡

꿈을 깨어라 당시 경연에 참여했을 적에 / 夢回當日參經幄

한바탕 훈풍이 불어 전각이 서늘하던걸 / 一陣薰風殿閣涼

 

잔풀의 그윽한 향기가 원중에 가득한지라 / 細草幽香滿院中

흥겨워서 간소한 술상을 아내와 함께하네 / 興來小酌細君同

성긴 주렴 활짝 걷으니 산 빛은 그림 같고 / 疎簾捲盡山如畫

구름 그림자는 유유히 반공중에 깔리었네 / 雲影悠悠簟半空

 

요부는 태평성대에 태어나고 죽고 했기에 / 堯夫生死太平中

벼슬아치와 은사의 출처가 서로 똑같았지 / 朝市山林出處同

끝내 창생의 기대가 있을 걸 자신하거니 / 自信蒼生終有望

어찌 앉아서 허공에 돌돌을 쓸 것 있으랴 / 何曾咄咄坐書空

 

빙 둘러 푸르른 양쪽 산이 반중과 흡사하고 / 兩山環翠似盤中

비옥한 땅 맛 좋은 샘물이랑 일마다 같아라 / 肥土甘泉事事同

다시 그 어떤 사람이 자네 처소를 다투랴만 / 更有何人爭子所

십 년 동안 돌아갈 흥취가 그냥 헛돼버렸네 / 十年歸興便成空

 

동화문의 진토 속 만 번 화급한 가운데 / 塵土東華萬火中

벌벌 떠는 말의 뼈는 메 산 자와 똑같아라 / 凌兢馬骨與山同

내 어젯밤 강남에 간 꿈을 기억하노니 / 記得江南昨夜夢

푸른 하늘은 물 같고 물은 하늘 같았네 / 碧空如水水如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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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0권 / 시류(詩類)

또 앞의 운을 사용하여 일암(一菴) 전 상인(專上人)에게 부치다. 16수

 

문항은 쓸쓸하여 새그물을 칠 만도 한데 / 蕭條門巷雀堪羅

마음도 없이 세상일에 억지로 분주하네 / 世事無心强逐波

때로는 고승이 와서 글자를 묻기도 하니 / 時有高僧來問字

청담은 또한 절로 사람을 억압하는구려 / 淸談也自勒人多

 

푸른 비단 베 놓은 듯 버들잎은 흔들거리고 / 楊柳依依剪碧羅

작은 못의 봄 물엔 물결무늬가 일렁이는데 / 小池春水纈生波

청명한 때라 한가하여 스님 찾아 담화하며 / 淸時有暇尋僧話

포단에 앉아 마주하니 일종 자미가 진진하네 / 坐對蒲團一味多

 

금강산의 물은 신라 천지에 으뜸이거니와 / 金剛山水甲新羅

태양이 목욕하는 동해 물결을 굽어보는데 / 俯視東溟日浴波

절은 허무한 데 있어 소재를 모르겠지만 / 寺在虛無不知處

산중엔 역력히도 흰 구름은 많기만 하네 / 山中歷歷白雲多

상인(上人)이 일찍이 금강산(金剛山)을 유람하고 나에게 시를 요구하였다.

 

쌀쌀한 봄추위는 얇은 비단을 뚫고 드는데 / 春寒惻惻透輕羅

남포의 새로운 시름에 푸른 물결 벌창하네 / 南浦新愁漲綠波

마음 아픈 이별의 일일랑 말하지 마세나 / 莫說傷心離別事

무정한 백발만 뽑을수록 더 많아지네그려 / 無情白髮鑷還多

금년 봄에 상인(上人)과 송도(松都)ㆍ연안(延安)에서의 이별이 있었다.

 

공명 속에 분주하다 오랜 세월 보냈지만 / 奔走功名歲月闌

돌아갈 마음은 늘 수운의 사이에 있다오 / 歸心長在水雲間

얼굴엔 먼지 가득코 푸른 도포는 해진 채 / 紅塵滿面靑衫弊

고승을 만나니 한가롭지 못함이 부끄럽네 / 逢著高僧愧不閑

 

찬 등불 다 돋워라 밤은 다하지 않았는데 / 挑盡寒燈夜未闌

창 밖의 달빛 아래 두견새가 울어대누나 / 杜鵑啼月隔窓間

기억이 나네요 당시에 글 읽던 승사에서 / 記得當時讀書寺

빈사와 선탑 둘 다 한가롭기만 하던 것이 / 鬢絲禪榻兩閑閑

 

얼굴 마주한 청산은 십이란이나 되고요 / 當面靑山十二闌

상방의 화목들은 중간에 죽 벌여 있나니 / 上房花木列中間

어느 때나 다시 스님 걸상을 빌려 앉아서 / 何時更借僧牀坐

덧없는 인생 한나절 한가함을 누려볼거나 / 嬴得浮生半日閑

지팡이 짚고 말없이 동쪽 난간에 섰노라니 / 策無語立東闌

봄 경치가 붉은 꽃 파란 풀 사이에 있는데 / 春在紅紅綠綠間

한 봄이 다 가도록 한가로움 얻지 못해라 / 過却一春閑不得

인생의 만족함은 역시 한가함이 제일일세 / 人生得意不如閑

 

일암이라 그 어느 곳이 선방이던고 / 一菴何處是禪房

천 길 푸른 소나무에 만 길 산등성이라 / 千丈蒼松萬丈岡

한밤중에 바람이 불어와 비를 이루매 / 半夜風聲吹作雨

작은 창 아래 십분 서늘함을 나눠 얻었네 / 小窓分得十分涼

 

장어사 안의 돌다리 곁으로 나가면 / 藏魚寺裏石橋傍

남쪽은 시내요 북쪽은 산등성이인데 / 南畔是溪北畔岡

술병 갖고 손님 전송한 곳이 기억난다 / 記得携壺送客處

십 년 전 지난 일이 꿈에도 처량하구려 / 十年往事夢凄涼

옛날에 상인(上人)과 함께 장어사(藏魚寺)에서 손님을 전송하고 내가 절구 한 수를 읊기를, “장어사 안으로 스님을 찾아왔다가, 차일암 가에서 떠나는 손님을 보내네. 날은 저물고 동풍이 소매 가득 불어올 제, 작은 다리에 말 세우니 생각이 유유하구나.〔藏魚寺裏尋僧到 遮日巖邊送客歸 日暮東風吹滿袖 小橋立馬思悠悠〕”라고 했었다.

 

스님은 석장 날려 사방을 실컷 유람하고 / 師僧飛錫飽遊方

머리 돌려 겹겹 봉우리 안으로 돌아와서 / 回首重岑與複岡

오늘 우연히 만나 조용한 얘기 들려주매 / 今日偶然供軟語

주렴 반쯤 비낀 석양에 서늘하게 앉았네 / 半簾斜日逗微涼

 

삼생의 맺은 소원이 이미 결과를 얻었으니 / 三生結願已凝香

산 중턱에 초막집 지어 머무르고 싶어라 / 擬結廬駐半岡

그러면 절로 명성이 지허를 이을 터이니 / 自有聲名繼支許

산문의 고사가 응당 쓸쓸하지 않고말고 / 山門故事不凄涼

 

세상 정태는 교교하고 요요한 가운데 / 世態膠膠擾擾中

홍진 속에 백발로 세속 따라감이 부끄럽네 / 紅塵白首愧雷同

스님 만나니 면목이 참으로 구면 같아서 / 逢師面目眞如舊

한번 껄껄 웃고 나니 만사가 그만이로다 / 一笑呵呵萬事空

 

매화를 맑은 병 속에 비스듬히 꽂아놓고 / 梅花斜揷淡甁中

말 없이 서로 마주하니 골격이 똑같네그려 / 相對無言骨格同

곧장 물처럼 맑고 고요한 깊은 밤에 이르자 / 直到夜深淸似水

한 바퀴 밝은 달이 하늘 위에 굴러가누나 / 一輪明月輾靑空

 

조그마한 거울 속에 얼굴을 점검해보니 / 點檢容顔小鏡中

금년의 몰골이 거년의 몰골만 못하구나 / 今年較不去年同

취중에는 이따금 도선을 하는 때도 있길래 / 醉中往往逃禪去

공을 잘못 배운다는 남의 경멸도 받는다오 / 錯被人欺誤學空

 

누대가 많거나 적거나 있고 없는 가운데 / 樓臺多少有無中

고목나무 굽은 절벽은 절마다 똑같구려 / 古木回巖寺寺同

나의 전신이 바로 미치광이 이백이길래 / 我是前身狂李白

시 쓰면서 취묵을 갠 공중에 뿌리노라 / 題詩醉墨灑晴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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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0권 / 시류(詩類)

이지안(李之安)이 화답하므로 즉시 차운하다.

 

일 년 중 좋은 명절이 바로 푸른 봄이라 / 一年佳節是靑春

상사절의 풍광이 눈에 가득 새롭기에 / 上巳風光滿眼新

삼삼오오 짝한 이들은 어느 곳 손들인지 / 五五三三何處客

문을 나가매 모두 꽃구경하는 사람일세 / 出門皆是看花人

 

좋은 바람과 갠 날이 다순 기운 안배하니 / 好風晴日安排暖

요염한 살구꽃 복사꽃이 차례로 새로워라 / 杏艶桃嬌次第新

푸른 봄에 보답할 건 오직 술밖에 없거니 / 報答靑春唯有酒

청루에 방탕하는 걸 그 누구에게 붙일꼬 / 靑樓落魄屬何人

 

곡강의 꽃과 버들이 봄을 감당치 못할 제 / 曲江花柳不勝春

날마다 조복 잡혀 새로운 흥취 발휘하여라 / 日典朝衫發興新

밝은 달 아래 살구꽃 성긴 그림자 가득할 제 / 明月杏花疎影滿

깊은 밤 옆사람 시켜 취한 몸 부축케 하네 / 夜深扶醉倩傍人

 

나는 정히 두릉의 후신임이 가소로워라 / 我笑杜陵定後身

절뚝발 나귀 검은 두건에 백발이 새롭네 / 蹇驢烏帽白頭新

곡강에서 삼짇날 공연히 애간장 태워라 / 曲江三日空腸斷

동풍을 등져 선 사람이 바로 미인이었지 / 背立東風是麗人

 

동방 급제로 서로 친밀한 지 이십 년이라 / 同榜交親二十春

백발로 이젠 이미 초면 같음을 면하였네 / 白頭今已免如新

술자리서 서로 마주해 세상일 논하여라 / 相對樽前論世事

청운에 오른 지기지우가 어찌 없을쏜가 / 靑雲知己豈無人

 

세상일은 분잡하여 진가가 혼란스럽고 / 世事紛紜混贋眞

비와 구름이 번복하여 물정은 새로운데 / 雲飜雨覆物情新

옛 친구들은 낙엽처럼 다 말라 떨어지고 / 舊遊零落如風葉

상종하는 우리가 바로 친구의 전부일세 / 我輩相從是故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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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0권 / 시류(詩類)

또 이지안의 시운에 차하다.

 

백중사가 한강 머리에 우뚝이 눌러 있어 / 伯仲招提壓水頭

글 읽던 여가에 한가한 갈매기 희롱했었지 / 讀書有暇弄閑鷗

이십 년 이전의 일을 뒤미처 생각해보고 / 追思二十年前事

또 묻노니 그곳 스님은 지금도 있는지 원 / 且問居僧今在不

 

홍진 속을 분주하다 이미 백발이 되었어라 / 奔走紅塵已白頭

일생의 종적이 모래톱 갈매기에 부끄럽네 / 一生蹤跡愧沙鷗

고원에 돌아갈 흥취가 술보다 농후하거니 / 故園歸興濃於酒

그대에게 묻노니 이런 흥취가 나와 같은가 / 此興煩君似我不

 

풍양의 물은 맑디맑아 청둥오리 빛인데 / 水澄澄似鴨頭

낚싯배 타고 가면 갈매기도 놀라지 않네 / 釣船歸去不驚鷗

내 또한 불암산에 초막집 하나가 있으니 / 佛巖我亦茅廬在

만년에 이웃 삼는 걸 즐겨 허락해줄라나 / 晩節同鄰肯許不

 

푸른 산 두어 봉우리는 불타의 머리 같고 / 靑山數朶佛陀頭

봄 물은 쪽빛 같아 갈매기를 물들일 만해라 / 春水如藍欲染鷗

강남의 무한한 경치를 회상하여 보건대 / 回首江南無限景

알지 못게라 일찍이 그림 같지 않았던가 / 不知曾似畫圖不

 

자고로 공신은 유종의 미 거두기 어렵길래 / 自古功臣少到頭

십 년 동안 돌아갈 꿈이 갈매기에 있었건만 / 十年歸夢到閑鷗

유유한 신세가 벼슬자리에 얽매여 있으니 / 悠悠身世紆簪紱

만에 하나나마 임금 은혜를 갚을 수 있을지 / 萬一君恩報得不

 

까마귀 머리 희듯한 세상일 논할 것 없이 / 休論世事白烏頭

만경창파에 노는 갈매기나 배우고 싶어라 / 欲學滄波萬頃鷗

스스로 이 생을 결단하려도 하기 어려우니 / 自斷此生難自斷

행장을 어떻게 고인과 같이할 수 있겠는가 / 行藏可似古人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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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0권 / 시류(詩類)

이차공(李次公)의 시에 차운하다. 4수

 

한가로운 신세가 낮잠을 실컷 자고 나니 / 閑中身世黑甛餘

게으른 성질이 의당 수죽에 살 만하구려 / 懶性宜堪水竹居

햇빛 들자 나무 그늘로 걸상을 옮기어라 / 日轉樹陰移榻去

바람 부니 구름 그림자 허공에 가득하네 / 風來雲影滿空虛

어느 날에나 산중에서 노귤을 거둘꼬 / 山中何日收奴橘

못 안에는 금년에 비어를 놓아 길렀지 / 池下今年種婢魚

병중에 문 닫고 있자니 찾는 이가 적은데 / 多病關門少相訪

친구 서신 받은 심정이 정히 어떻겠는가 / 故人書信定何如

 

팥죽에 홑이불 그 이상은 원하지 않고 / 豆粥裯衾不願餘

다만지 한산하게 세월을 보낼 뿐이니 / 只將疎散送諸居

군실 희망하는 사업 없는 게 부끄러워라 / 慙無事業希君實

어찌 자허에 견줄 만한 문장인들 있으랴 / 豈有文章擬子虛

자고로 등걸 지켜 토끼 잡긴 어렵거니와 / 自古守株難待兎

그 누가 나무에 올라 고기를 구한다던가 / 何人緣木可求魚

평생에 만사를 의당 분수를 지켜야 하기에 / 平生萬事宜安分

득실이나 성쇠 간에 나는 태연할 뿐이라오 / 得失榮枯我自如

 

적적한 오두막은 겨우 장홀 남짓한데 / 寂寂茅齋丈笏餘

분향하고 앉았으니 중살이나 똑같구려 / 焚香端坐是僧居

섬세한 풀 속으로 치마 허리는 짤막하고 / 廉纖細草裙腰短

넘실대는 못 물은 거울 낯이 맑은 듯한데 / 瀲灩新池鏡面虛

바람이 창 종이 걷으니 아지랑이는 날고 / 風捲紙窓飛野馬

긴긴 해에 책 속에선 좀벌레가 떨어지네 / 日長牙帙落書魚

시 짓자면 안배 법칙을 배워야 하거니와 / 作詩要學安排法

마음만 전현 같을 뿐 말은 같질 못하누나 / 心似前賢語不如

 

홍진 속에 분주하다 백발이 성성하여라 / 奔走紅塵白首餘

그 얼마나 돌아갈 꿈이 전원에 있었던고 / 幾番歸夢繞田居

덧없는 신세는 한갓 허무함뿐이려니와 / 幻泡身世徒爲妄

기두의 명성은 또한 본래 허망한 거라오 / 箕斗聲名亦本虛

만년엔 산중에서 호랑이 쏘는 걸 보지만 / 晩歲山中看射虎

초심은 못가에서 물고기 구경함이었지 / 初心池上坐觀魚

작은 창 앞에서 온종일 느낀 정이 많은 건 / 小窓終日多情思

게으른 새 한가론 구름의 태연한 모습일세 / 倦鳥閑雲得自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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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0권 / 시류(詩類)

차공(次公)의 시에 차운하다. 4수

 

그 옛날 중방에 성명 나란히 올리었고 / 昔年重榜聯名姓

간원의 풍류 또한 한때에 발휘했으니 / 諫院風流又一時

뜰엔 백일홍꽃 비쳐라 바람은 서서히 불고 / 階映紫薇風荏苒

섬돌엔 작약꽃 번득여라 가랑비 내렸었네 / 砌翻紅藥雨霏微

퇴청하면 소매 가득 향기가 물씬 풍기고 / 朝回滿袖香紛郁

석양이면 명가 그림자 얽히고설켰었지 / 晩退鳴珂影陸離

당일에 그 누가 두보 같은 시인이었던고 / 當日詞人誰杜甫

열 길 오동 대울타리로 괜히 시만 썼는걸 / 尋梧埤竹謾題詩

 

아 그대의 좋은 재주는 되레 빛을 못 보거니 / 嗟君妙藝今還屈

내 헛된 이름 한때에 잘못 날린 게 부끄럽네 / 愧我虛名誤一時

다만 문장이나 지어서 꾸밀 줄이나 알 뿐 / 只有詞章工篆刻

어찌 일찍이 성리학을 정미하게 통했으랴 / 何曾性學透精微

벼슬길은 본디 절로 영욕이 응당 많거니와 / 宦途本自多榮辱

인간 세상엔 이별이 많음도 꼭 알아야 하리 / 人世須知足別離

지난해엔 동운 북수의 생각 간절했는데 / 去歲東雲北樹思

이젠 술자리서 조용히 시 논함이 기쁘구려 / 一樽今喜細論詩

 

질탕한 고담은 응당 세속에 거슬릴 테지만 / 跌宕高談應忤俗

오활한 옛 태도는 이미 시대에 어긋났었지 / 迂疎古態已違時

한가로이 도박할 때 말 쓰는 건 익숙한데 / 閑中縱博籌行熟

병든 뒤에 글씨 쓰려니 필력은 미약해라 / 病後揮毫筆力微

이미 양웅처럼 적막을 달게 여기는 터에 / 已分揚雄甘寂寞

어찌 장수 따라서 지리를 배우려 할쏜가 / 肯從莊叟學支離

작은 창 앞에 자고 나서 아무 할 일 없어 / 小窓睡起無餘事

남산 마주해 앉았으니 시 얻기 꼭 알맞네 / 坐對終南恰得詩

 

조그만 못 물이 새로 벌창하여 출렁대니 / 小池新水漲漣漪

지팡이 짚고 홀로 섰는 때에 흥이 나누나 / 興在扶獨立時

바람 부니 연꽃 향기는 풍기다 말다 하고 / 風動荷香來斷續

구름 끼니 산 기운은 점차로 흐려만 가네 / 雲陰山氣轉熹微

중년엔 정절처럼 전원 가길 생각했다가 / 中歲歸田思靖節

만년엔 종리처럼 도를 배우려고 하는데 / 殘年學道擬鍾離

가난과 질병 속에 한가한 세월 보내자니 / 閑中歲月渾貧病

풍광을 수습하는 건 작은 시구뿐이로세 / 收拾風光只小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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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0권 / 시류(詩類)

지난해 6월 13일에 오 거사(吳居士), 채자휴(蔡子休)와 함께 자고(子固)의 집에서 연꽃을 완상했었는데, 오늘이 정히 6월 13일에 당했는지라, 지난 일을 추억하면서 두어 절구를 읊어 이루어서 기록하여 자고에게 보이다. 4수

 

지난해 그대 집에 연꽃이 활짝 피었을 땐 / 去歲君家荷政開

연꽃과 달빛이 둘 다 하도 아름다웠었지 / 荷花月色兩佳哉

금년에는 이 흥취마저 또한 저버렸으니 / 今年此興還辜負

이웃 늙은이 우산 쓰고 오라고 불러주려나 / 肯喚鄰翁傘雨來

 

빽빽한 잎 일산처럼 기울인 걸 또 보아라 / 葉密且看傾似蓋

꽃 피어 배보다 큰 것도 일찍이 보았었지 / 花開曾見大於船

알아줄 사람 없으리 내 꽃 찾는 흥취가 / 無人識我尋芳興

염계의 애련설을 이으려고 하는 줄을 / 欲續濂溪說愛蓮

 

고상한 담론이 좌석 압도하는 오 거사요 / 高談傾坐吳居士

절묘한 시구가 사람 놀래키는 채 사군인데 / 妙句驚人蔡使君

그 당시 주인이 화려한 비파 타고 있을 때 / 當日主人彈錦瑟

동쪽 이웃 나그네는 홀로 술이 거나했었지 / 東鄰有客獨醺醺

 

연꽃이 지난해보다 더 많이 피었으니 / 荷開較比前年勝

달빛 또한 응당 이날 밤이 더 쌕쌕하리 / 月亦應從此夜新

옛 연못에서 좋은 모임을 열기만 한다면 / 若使舊塘勝會

쇠잔하나마 시 쓸 사람이야 어찌 없으랴 / 題詩落魄豈無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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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0권 / 시류(詩類)

홍 남양(洪南陽)의 시운(詩韻)에 차하다. 4수

 

금년엔 흙비가 많이도 내렸건만 / 今年足

유생의 한산함은 씻을 수가 없네 / 未足洗儒酸

거문고 서책은 축축하거나 말거나 / 任使琴書潤

술잔 마른 것만 늘 걱정할 뿐일세 / 長愁酒盞乾

정원을 돌면서 때론 지팡이 짚고 / 巡園時杖屨

문 닫고는 의관도 차리지 않는데 / 閉閤不衣冠

시 갖다 전해주는 나그네가 있어 / 客有投詩者

조용히 읊조리며 자세히 보노라 / 沈吟仔細看

 

얼음 쟁반에 여름 과일을 띄워라 / 氷盤浮夏果

오얏 살구의 달고 신 맛 섞이었네 / 李杏雜甛酸

시 짓는 창자를 축일 수 있거니와 / 可使詩腸潤

어찌 강하는 혀는 마른 적 있던가 / 何曾講舌乾

남곽에 길이 안석 기대어 있을 뿐 / 南郭長憑几

동문엔 아직 관을 걸지 못하였네 / 東門未掛冠

작은 못에 연꽃이 한창 피었을 텐데 / 小塘荷政發

우산 받고 몇 번이나 구경을 했는고 / 傘雨幾回看

 

세상일은 마음을 늘 끓이게 하고 / 世事心長熱

인정은 코가 절로 시큰하게 하네 / 人情鼻自酸

다만 거문고의 운치나 알 뿐이요 / 但知琴上趣

솥이 말라붙음은 깨닫지 못하노니 / 不覺釜中乾

그 언제나 우리 부석을 함께할꼬 / 何日同鳧舃

많은 때를 할관 쓴 게 부끄러운데 / 多時愧鶡冠

때로 애오라지 흥을 풀 수 있어라 / 有時聊遣興

시를 지어 친구에게 보여주는구려 / 寄與故人看

 

오랫동안 불편한 발을 걱정했는데 / 長年憂足

오늘은 허리가 몹시 아프구려 / 今日痛腰酸

스스로 승낙이나 무겁게 해야지 / 自可重然諾

어찌 매조지가 없음을 걱정하랴 / 何曾患沒乾

기쁜 정은 나막신 굽을 꺾이게 하고 / 喜情能折屐

곤두선 머리털은 관을 치켜올리네 / 怒髮欲衝冠

갑자기 한 쌍의 나는 새가 있어 / 忽有雙飛鳥

무심히 얼굴 쳐들고 바라보노라 / 無心仰面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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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0권 / 시류(詩類)

한중 잡흥(閑中雜興) 3수

 

띠 처마 가지런한 작은 담장 모퉁이에 / 茅簷剪剪小牆

무수한 해바라기꽃이 늦물에 피었네 / 無數葵花晩節開

낮잠을 자고 깨니 인기척은 고요한데 / 睡覺午窓人正靜

긴긴 날에 오직 제비만 날아오는구나 / 日長唯有燕飛來

 

반 이랑 연못에 푸른 물결이 넘실대는데 / 半畝方塘漲綠波

연 줄기는 짤막하고 부들 싹은 길쭉하네 / 芙蓉短短長蒲芽

석양에 정원을 돌며 한참 동안 섰노라니 / 巡園落日移時立

향기론 바람이 솔솔 소매 가득 불어오네 / 細細香風滿袖多

 

쇠잔한 등불 침침한 달빛에 밤은 적적한데 / 燈殘月闇夜寥寥

대자리 등나무 침대론 더위를 못 씻겠더니 / 竹簟藤牀暑不消

뜻밖에 깊은 밤의 서늘함은 바로 비였어라 / 不覺更深涼是雨

주룩주룩 빗소리가 문득 파초에서 들리네 / 忽聞新響在芭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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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0권 / 시류(詩類)

원중 잡흥(園中雜興) 4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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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거친 정원에 가시로 울 만들었는데 / 小小荒園棘作籬

산강은 이미 열매 맺고 토란은 새끼를 쳤네 / 山薑已子芋生兒

아침에 늙은 여종이 반찬을 만들어 오니 / 朝來老婢供盤饌

부부가 서로 마주해 만족함 즐길 때로다 / 相對夫妻樂足時

 

외 넝쿨은 무성하나 외 맺은 건 드문데 / 瓜蔓扶疎結子稀

가지는 때로 비 이슬에 살찐 게 보이네 / 紫茄時見雨霑肥

가련도 해라 높고도 큰 저 파초 나무는 / 可憐高大芭蕉樹

한 해 동안 열 아름이나 클려나 보구려 / 却擬終年抱十圍

 

박 잎새 번득여라 시렁에 넝쿨 길게 뻗어 / 匏葉翻翻引架長

연달아 꽃이 피어 은은한 향기를 풍기네 / 花開續續細生香

가을에는 쪼개서 큰 술잔 만들어 놓고 / 秋來劈作深盃看

천 잔 술을 다 기울여 신장을 씻으련다 / 倒盡千鍾洗腎腸

 

가을엔 미나리는 쇠어서 향기가 없지만 / 秋來芹子老無香

무가 있어 그런대로 먹을 만하고말고 / 爲有蔓菁只可嘗

가난한 집에도 별종의 자미가 있으니 / 別種貧家滋味在

당부컨대 고량진미를 말하지 말게나 / 丁寧且莫說膏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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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0권 / 시류(詩類)

임오년 7월 16일에 채자휴(蔡子休), 김자고(金子固), 신경숙(辛敬叔)과 함께 광진(廣津)에 나가 노는데, 양 반자(楊半刺) 자순(子淳) 도 와서 참여하였다. 5수

 

임오년 가을 칠월 십육일 광나루 머리서 / 壬秋七望廣津頭

전현을 이어 적벽의 놀이를 하려 하노니 / 擬續前賢赤壁遊

달빛은 정이 많아서 오늘 밤이 하 좋은데 / 月色有情今夜好

강물은 끝없이 흘러 어느 때나 그칠는지 / 江流無盡幾時休

높은 노래 젓대 소리엔 교룡이 응당 춤추고 / 高歌長笛蛟應舞

묘한 시구 호쾌한 담화엔 귀신이 시름하네 / 妙句豪談鬼自愁

천고의 영웅들은 아 아득하기만 하여라 / 俯仰英雄嗟渺渺

소선만 유독 풍류를 독차지하지 못하리 / 蘇仙不獨擅風流

 

백사장은 누인 베 같고 물은 기름 같은데 / 白沙如練水如油

경쾌한 말을 타고 와서 다시 배에 오르니 / 快馬歸來更上舟

돛 그림자는 가는 제비와 함께 펄럭거리고 / 帆影飛飛同去燕

노 소리는 삐걱삐걱 잠든 백구를 깨우는데 / 櫓聲軋軋起眠鷗

거센 바람은 새 가을 흥취를 미리 일으키고 / 長風剩借新秋興

작은 비는 저녁 시름을 약간 더하게 하누나 / 小雨纔添薄

강 언덕에 취해 누워 옷은 반쯤 젖었는데 / 醉臥江皐衣半濕

또 밝은 달 맞이하여 중류에 배를 띄우네 / 又邀明月泛中流

 

방종한 시인은 자첨의 뒤에 처지는데 / 跌宕詩人子瞻後

풍류 고상한 자사는 산간의 앞에 있네 / 風流刺史山簡前

한때의 성대한 일은 즐기는 이 마당이요 / 一時盛事懽娛地

동갑으로 친하던 때는 소장 시절이었지 / 同甲交親少壯年

세월은 그 얼만고 서로 모이고 헤어진 게 / 歲月幾何曾聚散

강산은 이와 같이 또 연련하게 하는구려 / 江山如此更留連

고금의 인물에 대해선 다 공론이 있으니 / 古今人物存公論

우리들의 명성을 함부로 전하게 마세나 / 我輩聲名莫漫傳

 

강정의 고목나무가 용 같은 몸을 드러내어 / 江亭老樹露龍身

열 이랑쯤 짙은 그늘은 만인이 앉을 만하네 / 十畝濃陰坐萬人

소매 가득 청풍에 모시옷은 펄럭이는데 / 滿袖淸風翻白紵

머리 돌려 석양엔 두건을 뒤로 젖혀 쓰고 / 回頭落日岸烏巾

소주 잔 기울이니 향기는 계피와 똑같고 / 盃傾燒酒香如桂

젓가락 밑의 생선회는 은실과 흡사하네 / 箸下纖鱗縷似銀

강산을 두루 바라보매 어제와 다르거니 / 擧目江山非昨日

자주로 잠시 완상하는 걸 사양치 마세나 / 暫時相賞莫辭頻

 

밤새도록 실컷 즐기며 잠을 못 이루어라 / 通宵樂極耿無眠

내일 아침에 또 취해 미칠 뜻이 있음일세 / 有意明朝復醉顚

종남산 바라보며 천천히 노를 옮겨 젓다가 / 望指終南移緩棹

한강 북쪽으로 거슬러 다시 배를 돌리어라 / 流沿漢北更回船

쑥대 깔고 잠깐 앉아 편평한 물을 보다가 / 蓬小坐平看水

뱃전 치면서 노래하며 하늘을 쳐다도 보네 / 扣高歌仰見天

정녕스러운 약속 있으니 부디 기억하게나 / 有約丁寧須記取

명년 오늘 이 강가에서 또 놀기로말일세 / 明年此日此江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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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0권 / 시류(詩類)

강경우(姜景愚)의 화병(畫屛) 팔폭(八幅)에 쓰다.

 

황귤(黃橘)

단풍숲에 가을 들어 잎은 반이나 졌는데 / 秋入霜林葉半無

황금이 주렁주렁 가지를 눌러 나직하여라 / 黃金磊落壓枝低

후황이 뜻 두어 아름다운 나무를 냈거늘 / 后皇有意生嘉樹

잘못 옆사람에게 목노의 호칭을 입었네 / 誤被傍人喚木奴

 

율목(栗木)

밤알이 주먹만 하여라 가을에 잘 여물어 / 栗子如拳秋正熟

원숭이가 좋아서 나는 듯이 따 먹는구나 / 狙兒得意疾於飛

아침에 셋 저녁에 넷을 너는 상관치 말고 / 朝三暮四渠休管

배불리 먹고 묵묵히 있으면 절로 살찌리라 / 飽食無言自在肥

 

서과(西瓜)

좋은 음료가 혀 밑에서 물결을 일으켜라 / 瓊漿玉液舌瀾翻

서방에서 나온 종자 품질을 논할 만하네 / 種出西方品可論

장랑이 너무 일 좋아했다고 말하지 마소 / 莫說張郞多好事

세간에 문원의 소갈증이 끊이지 않는걸 / 世間不乏渴文園

 

가자(茄子)

가을바람에 자줏빛 가지의 배가 불룩할 제 / 秋風茄子紫彭亨

채소밭 순행하노라면 눈이 번쩍 뜨이는데 / 步巡蔬眼忽明

오늘 이 그림 속에 그 풍취를 느낄 만해라 / 今日畫圖風韻在

고향 전원 회상하니 그리운 정 못 견디겠네 / 故園回首不堪情

 

석류(石榴)

배에는 구슬이 가득하고 얼굴은 빨개라 / 滿腹珠璣面渥丹

수많은 복사꽃 오얏꽃이 다 무색하구려 / 紛紜桃李總無顔

세간에는 안목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라 / 世間肉眼滔滔是

잘못 유산을 너의 신맛에 견주는구나 / 錯把儒酸比汝酸

 

홍시(紅)

깊은 가을 단풍잎에 늦은 서리 어릴 제 / 秋深紅葉晩凝霜

규룡의 알 소 심장이 덩이마다 향기롭네 / 虯卵牛心顆顆香

한번 씹으니 단맛이 입을 기쁘게 하여라 / 嚼破甛甘能悅口

요사이 석 달 동안 고기를 전혀 잊었네 / 邇來三月肉全忘

 

첨과(甛瓜)

산 아래 우리 집의 한두 전원 구석으로 / 山下吾家一兩區

추풍에 오이 넝쿨이 용수를 달리듯 하네 / 秋風瓜蔓走龍鬚

아이 불러 대바구니에 따 오게 하려고 / 呼兒欲摘筠籃去

자세히 살펴 보니 이게 바로 그림이구려 / 仔細相看是畫圖

 

황과(黃瓜)

보기엔 푸른 옥 같고 씹으면 얼음 같거니 / 看來碧玉嚼來氷

그림 속에 그대로 내 일찍이 먹던 거로세 / 畫裏依然憶我曾

만사를 의당 납리를 방지하듯 해야 하리 / 萬事只宜防納履

따다간 좋은 명성에 먹칠을 하게 될 테니 / 摘來休問是靑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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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0권 / 시류(詩類)

길창 상공(吉昌相公)의 시운에 차하여 여러 재상(宰相)의 좌하(座下)에 받들어 올리다. 8수

 

도성 가득 꽃 버들에 한 해의 봄이 오니 / 滿城花柳一年春

가랑비 내리는 아침에 흥취도 새로운데 / 小雨朝來發興新

약속 있어 사람을 찾아 강가로 나가니 / 有約訪人江上去

뿌연 먼지 속에 말 타기보다 훨씬 나았네 / 絶勝騎馬傍紅塵

 

오늘 아침에 이미 강 머리서 취할 작정으로 / 今朝已辦醉江頭

좋은 날 재상의 놀이에 외람히 배석했는데 / 勝日叨陪上相遊

제천정 위에 올라 사방을 바라보고팠어라 / 欲上濟川亭上望

끝없이 넓은 봄 강물에 생각이 유유하였네 / 春江無際思悠悠

이상은 길창 우상에게 올린 것이다.

 

높은 누각 좋은 놀이에 온 좌중이 봄이라 / 勝賞高樓滿座春

풍류의 고상함은 한 시대에 새로웠거니와 / 風流文雅一時新

한강의 벌창한 물은 포도주 빛깔 같은데 / 漢江綠漲蒲萄酒

갈매기도 날아와 티끌에 물들지 않았네 / 白鳥飛來不染塵

 

세상 뒤덮은 공명으로 아직도 머리 검어라 / 蓋世功名尙黑頭

용문에 일찍 오름을 다행하게 여기고말고 / 龍門自幸早陪遊

그대가 능히 빈교의 시구를 기억하는가 / 煩君能記貧交句

치악산 여강의 한바탕 꿈이 유유하구려 / 雉嶽驪江一夢悠

이상은 상당(上黨) 한상(韓相)에게 올린 것이다.

 

한가한 틈에 도성의 봄 구경을 처음 나가니 / 乘閑始出鳳城春

만물이 싱싱하여 생기가 절로 넘치는구려 / 萬物欣欣生意新

묘당의 장맛비 솜씨임을 진작 믿어왔거니 / 已信廟堂霖雨手

천지가 온통 윤택하여 먼지 하나 없네그려 / 乾坤潤澤絶纖塵

 

긴 강물이 끊임없이 흘러흘러 다하지 않아라 / 袞袞長江不盡頭

걸출한 인물들이 일생 백년을 노는 곳일세 / 地靈人傑百年遊

우주 간의 풍류는 고금의 구별이 없건만 / 風流宇宙無今古

적벽 황루의 지난 일은 유유하기만 하네 / 赤壁黃樓往事悠

이상은 고양 좌상(高陽左相)에게 올린 것이다.

 

못 둑의 봄풀은 사씨 집안의 봄이요 / 池塘春草謝家春

만고의 명성은 다섯 아들이 새로워라 / 萬古聲名五子新

두 재상의 시는 항상 사람들에게 회자되거늘 / 兩相有詩人膾炙

못난 내가 높은 풍도 접하니 얼마나 다행한가 / 不才何幸揖淸塵

 

방종한 유관 차림에 머리는 온통 희었고 / 儒冠跌宕雪渾頭

양자는 공명을 위해 벼슬살이를 하는데 / 兩子功名事宦遊

제공이 쇠잔한 나를 용납해줌을 힙입어 / 賴有諸公容落魄

시와 술의 광끼를 내멋대로 부리네그려 / 詩顚酒癖任悠悠

이상은 자신을 서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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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0권 / 시류(詩類)

일본(日本)의 기외 상인(機外上人)을 보내다. 50운(韻)

 

일본은 해돋이 밖에 위치해 있고 / 日域扶桑外

조선은 한수 가에 자리하였기에 / 朝鮮漢水邊

바라보면 거센 파도가 끝이 없어 / 鯨濤望不極

뱃길로만 겨우 서로 통할 뿐인데 / 木道僅相連

성주께서 새로 즉위하신 이후로 / 聖主膺圖後

먼 나라가 먼저 인의를 사모하였네 / 遐邦慕義先

상인은 참으로 문아한 스님이라 / 上人眞韻釋

사명 받들고 전현의 업적을 이어 / 奉使續前賢

삼백 편의 시를 능히 줄줄 외고 / 三百詩能誦

사방에 가서 홀로 응대할 만하구려 / 四方對可專

처음엔 자자한 명성만 들었다가 / 初聞名籍甚

서로 만나니 발자국 소리 반가워라 / 相見喜跫然

선풍 도골에 의관을 정제하고 / 道骨衣冠整

성명한 조정에 옥백을 삼가 바치니 / 明庭玉帛虔

주선하는 거동은 어긋나지 않았고 / 周旋儀不忒

진퇴하는 예절도 어그러짐 없었네 / 進退禮無愆

청정하여 마음엔 거리낌이 없고 / 淸淨心非累

공허하여 불성은 절로 원만해라 / 空虛性自圓

속된 망념은 진작 잊어버렸고 / 旣能忘外想

또한 다시 진리를 깨달았도다 / 亦復悟眞詮

면벽으로 업은 일찍이 희어졌고 / 面壁業曾白

사방을 유람해 현리도 담론하네 / 遊方談又玄

일생을 어찌 한 곳에 집착하리오 / 一生那住著

천리 만리를 마음대로 유람하니 / 萬里任蹁躚

행적은 마치 부평초와 흡사하고 / 跡似浮萍草

몸은 허물벗은 매미와도 같아라 / 身如脫殼蟬

죽고 삶은 참으로 노전 같은데 / 死生眞露電

얻고 잃음은 제전을 깨달았도다 / 得失了蹄筌

스스로 말하길 동으로 바다에 떠서 / 自說東浮海

일찍이 북으로 연경을 유람했고 / 曾遊北抵燕

강호에선 두 발이 다 부르텄으며 / 江湖兩足繭

우주 이치는 두 눈이 뚫리게 보았고 / 宇宙雙眼穿

거듭 삼한의 나라에 와서는 / 重到三韓國

수십 년의 일을 거슬러 생각하면서 / 追思數十年

스스로 참다운 면목을 가지고 / 自將眞面目

옛 산천을 유람하게 되었다 하네 / 得閱舊山川

태평성대라 성교가 널리 미치고 / 昭代漸聲敎

강토는 주위가 더욱 넓어졌으며 / 輿圖廣幅員

문장 제도는 하 성대하고 아름답고 / 儀文多盛美

예악은 전파하여 밝게 베풀어라 / 禮樂播昭宣

수많은 어진 인재는 하 성대하고 / 濟濟賢才盛

희희낙락한 백성은 잘 보전되어 / 熙熙民物全

사방이 순일을 우러러보고 / 四方瞻舜日

만정이 요천을 즐기는 때라 / 萬井樂堯天

양계에서 간우로 춤추매 감화되어 / 干羽兩階化

산 넘고 물 건너 중역이 연달으네 / 梯航重譯聯

위력을 떨쳐서 사막을 평정하고 / 宣威沙漠淨

포로 바치고 개가하며 돌아오니 / 獻捷凱歌還

삼전도 수고로이 쓰지 않은 채 / 定不勞三箭

투항하여 모두 집 하나를 얻어라 / 投皆受一廛

마음으로 복종하지 않은 이 없고 / 無思心不服

유식한 이는 다 다투어 사모하네 / 有識頸皆延

멀리 사랑해준 은택 흡족히 입고 / 遠被懷綏洽

특별히 돌봐준 은혜 친히 입어라 / 親承眷顧偏

남궁에선 주연을 자주 베풀었는데 / 南宮頻設宴

동관에선 얼마나 자리를 열었던고 / 東館幾開筵

대궐에선 성상의 부름이 잦았고 / 鳳闕宣招數

용지엔 상 내린 물품이 푸짐했네 / 龍墀寵賚騈

하사주는 어찌 그리 넘실대던고 / 宮壺何瀲灩

대궐 음식은 맛 또한 신선했었지 / 內饌復芳鮮

연주한 음악은 귀에 가득하였고 / 樂奏能盈耳

꽃 꽂은 건 이미 이마를 가리었네 / 花簪已壓顚

큰 은혜는 이미 피부에 깊이 스몄고 / 深恩肌已浹

훌륭한 덕은 뼈에 새길 만도 하여라 / 盛德骨堪鐫

사절 임무는 참으로 능사였거니와 / 使節眞能事

왕래하는 건 곧 좋은 인연이고말고 / 往來是勝緣

세월이 또한 어느덧 늦어졌기에 / 流光亦云暮

머나먼 길 고국을 돌아가려 할새 / 行邁且言旋

얻은 시구 또한 소매에 그득한데 / 乞句還盈袖

경서는 이미 배에 가득 실었구려 / 駄經已滿船

북풍은 화살처럼 매섭게 불어오고 / 朔風吹似箭

섣달의 눈보라는 솜보다 산란한데 / 臘雪亂於綿

계림의 달빛 아래 석장을 날려라 / 飛錫鷄林月

대마도 연기 속엔 배를 띄우겠지 / 浮盃馬島煙

흔들흔들 외론 배 신속히 달릴 제 / 搖搖孤艇疾

멀리 떠나는 한 돛은 펄럭일 텐데 / 去去一帆懸

신기루는 바다를 가면서 볼 게고 / 蜃市行觀海

오봉에선 신선을 두루 만나리라 / 鼇峯歷訪仙

새벽 길엔 용이 바리때에 들올 게고 / 晨征龍入鉢

밤에 잘 땐 학이 어깨를 둥지 삼으리 / 夜宿鶴巢肩

비밀한 술법은 삼매경으로 통하고 / 祕術通三昧

기이한 유람은 대천세계를 다했네 / 奇遊遍大千

매화는 방장 아래서 시들을 게고 / 梅殘方丈下

솔가지는 옛 방 앞에 드리웠으리 / 松偃舊房前

오늘은 능히 노 저어 돌아가지만 / 此日能回棹

어느 때나 다시 좌선을 하게 될꼬 / 何時復坐禪

가거든 성왕의 큰 덕화를 선양하여 / 去宣聖化重

길이 인국의 화호를 견고하게 하소 / 永使鄰好堅

두 나라가 한집이 되는 그날에는 / 兩國爲家日

삼방의 변계가 안정을 찾게 되어 / 三垂奠枕眠

천산엔 활을 걸어놓을 수 있겠고 / 天山弓可掛

창해엔 화살을 전할 필요도 없어 / 滄海箭無傳

일월과 문명한 덕을 함께 누려서 / 日月同文德

천지 조화 속으로 들어가게 되리 / 乾坤入化甄

스님이여 돌아가서 혹 생각나거든 / 師歸倘相憶

내가 준 오늘의 시편을 기억하게나 / 記我贈行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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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0권 / 시류(詩類)

이 대간(李大諫) 우(堣) 을 하례하다.

 

만리의 청운 길을 마음대로 날아 올라라 / 靑雲萬里恣騫飛

하루아침에 명성이 중서성을 진동시키네 / 一日聲名動紫薇

대울타리 열 길 오동으로 시를 짓노라면 / 埤竹尋梧詩正就

태평한 때 간서 드문 걸 스스로 깨달으리 / 淸時自覺諫書稀

 

이 년 동안 간의대부 빈자리를 채워봤지만 / 二年承乏諫大夫

한 글자도 곤직 보좌 못 함이 부끄러웠는데 / 補袞曾慙一字無

양지쪽에 봉황새 우는 모습 기꺼이 보겠네 / 喜見朝陽鳴鳳在

그대처럼 여론에 부합할 줄 누가 알았으랴 / 誰知物議似君孚

 

산에 핀 꽃은 빽빽하고 버들은 가지런한데 / 山花織織柳梳梳

대사간이 화려한 주연을 정중히 여는구려 / 大諫新開錦宴齊

선생이 미치고 흥겨워할 게 정말 우스워라 / 堪笑先生狂復興

춘풍에 곤드레 취할 일이 이미 정해졌으니 / 春風已判醉如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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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0권 / 시류(詩類)

원중 사영(園中四詠)

 

송(松)

구름 위에 솟는 자태를 누가 굽혀서 / 誰屈凌雲姿

나의 이 한 조각 돌에다 심었는고 / 種我一片石

아마도 이것이 사람 손에서 자라 / 恐此握中太

잘못 넘어 다니는 모욕을 입을 테지 / 誤被胯下辱

 

죽(竹)

곧은 도를 일찍이 굽힌 적 없어 / 直道不曾屈

크나큰 절조가 밝게 빛났고말고 / 大節明昭昭

석 달 동안 고기 맛을 모를레라 / 三月不知肉

내가 다시 이 소소를 들었으니 / 復此聽簫韶

 

연(蓮)

종자는 태화산 꼭대기서 나왔고 / 種出太華巓

뿌리는 운몽택에 연하였는데 / 根連雲夢澤

하늘은 심어진 걸 북돋아주지만 / 天之培者栽

내가 심는 것은 또한 덕이라오 / 我所種也德

 

매(梅)

음양은 번갈아 사라지고 자라고 / 陰陽迭消長

고금은 또한 숭상한 바가 다른데 / 古今亦異宜

내가 군자의 매화시를 읽어보니 / 我讀君子詩

대갱이 방금 여기에 있네그려 / 大羹方在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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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0권 / 시류(詩類)

영천경(永川卿)의 원중 팔영(園中八詠)

 

송(松)

한 줌쯤 되는 소나무가 뜰 가운데 섰으니 / 蒼蒼一握立中庭

천둥 벼락 뽐내며 하늘에 치솟을 듯하네 / 意欲凌空挾震霆

참으로 귀인이 유독 아껴 보호할 만하여라 / 可是貴人偏護惜

복령을 캐면 마침내 노쇠함도 억제하겠지 / 苓終必制頹齡

 

매(梅)

섣달 눈 펄펄 날리고 한 해는 다해가는데 / 飛飛臘雪欲窮陰

넘쳐 흐르는 생기를 스스로 금치 못하네 / 生意津津自不禁

뒷짐 지고 처마 돌며 가끔 꽃을 찾노라니 / 負手巡簷時索笑

남지에서 때로 다시 하늘 뜻을 보겠구려 / 南枝時復見天心

 

척촉(躑躅)

봄 산 곳곳에서 두견이 원통하게 울더니 / 春山處處怨啼鵑

하룻밤에 꽃이 피어 불타는 듯 훈훈해라 / 一夜花開暖欲然

화려한 집의 갈고 재촉함을 흉내 안 내도 / 不似畫堂催羯鼓

수많은 붉은 꽃이 난간 가에 찬란하구나 / 爛紅無數靠闌邊

 

유(柳)

동풍에 노란 버들가지 자꾸 간들거려라 / 東風裊裊黃金條

나직이 난간 스치며 애교를 감당 못 하네 / 低拂瓊闌不勝嬌

고상한 회포는 본디 청수함을 사랑하나니 / 自是高懷愛淸瘦

함부로 미인의 허리는 배울 것 없느니라 / 不須容易學纖腰

 

죽(竹)

의당 나날이 용근을 잘 보호하여 / 宜敎日日護龍根

봄바람에 뜻대로 자손을 기르게 해야지 / 隨意東風長子孫

알건대 주인은 한적함을 추구하거니 / 更識主人勤解帶

장차 높은 줄기가 구름에 닿는 걸 보리라 / 會看高幹拂層雲

 

풍(楓)

뜻밖의 가을바람 흰 이슬에 시들어서 / 剗地西風玉露彫

불그레한 들빛이 높은 가지에 올랐네 / 紅扶野色上輕梢

난간 기대니 가을 흥취 술보다 농후하여라 / 憑欄秋興濃於酒

한 조각 원상 경치를 그림으론 형용 못 하리 / 一片沅湘畫不消

 

국화(菊花)

차례로 꽃을 구경하여 국화에 이르고 보니 / 看花次第到黃花

가을 흥취가 석양의 동쪽 울에 더욱 많아라 / 秋興東籬晩更多

다만 노란 꽃잎 따다가 술에나 띄워야지 / 直把金英宜泛酒

모자에 꽂자면 오사모 망칠 게 두렵구려 / 揷來可怕損烏紗

 

노(蘆)

고관 대작으로 세간의 누는 안 지었거니와 / 軒冕何曾累世間

고상한 흥취는 끝내 산수를 저버리지 않았네 / 雅興終不負湖山

노란 갈대 눈에 가득코 꽃은 백설 같아라 / 黃蘆滿眼花如雪

몸이 강남에 있어 자유자재로 한가롭구려 / 身在江南自在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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長篇 漢詩-사2部.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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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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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沙岩 | 작성시간 26.06.15 오늘도 좋은 자료 잘 가져 가겠습니다.
    감사 합니다.
  • 작성자시메온 | 작성시간 26.06.15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잘 관수(管守)하였다나
    참고서로 사용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謙虛 | 작성시간 26.06.15 오늘도 長篇 漢詩 많은 자료를 올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한 주 건강하게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 작성자蒙泉 | 작성시간 26.06.15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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