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常識/자료

長篇 漢詩-사3部

작성자淸潭|작성시간26.06.19|조회수20 목록 댓글 3

長篇 漢詩-사3部

 

사가시집 제10권 / 시류(詩類)

경상도(慶尙道)의 좌막(佐幕)으로 부임하는 윤 동년(尹同年) 자영(子濚) 을 보내다. 3수

 

의려도 위로하기 넉넉하려니와 / 倚閭亦足慰

좌막은 세상이 영화로 여기는데 / 佐幕時所榮

자식 도리에 신하 도리 겸하였고 / 子節兼臣節

문성은 사성과 서로 비추겠구려 / 文星照使星

재주 명성은 여론에 우뚝 드러났고 / 才名浮物議

효도는 고향의 평판에 존중되어라 / 孝道重鄕評

양현을 능히 이와 같이 하였으니 / 揚顯能如此

임금의 은혜를 뼈에 새겨야겠네 / 君恩骨可銘

 

칠십 고을을 두루 순행하노라면 / 巡遊七十郡

말굽의 먼지도 놀래키지 않으리 / 飛馹不驚塵

막부의 문서가 응당 간편할 테니 / 幕府文書簡

어버이껜 자주 문안을 드리겠네 / 庭闈省問頻

그대는 능히 짧은 날을 아끼는데 / 君能愛短日

어버이는 이미 장수를 누렸구려 / 親已享長春

남해의 시를 화답하고자 하여라 / 欲和南

예부터 그런 사람 없지 않고말고 / 由來不乏人

 

남국에는 번화한 곳이 많아서 / 繁華足南國

곳곳마다 좋은 누대가 있으니 / 處處好樓臺

누대에 오르면 시가 천 수이고 / 登眺詩千首

호탕한 풍류는 술이 백 잔일레 / 風流酒百杯

지금 그대는 부절을 갖고 가는데 / 今君持節去

옛날에 나는 행장을 꾸려 왔었지 / 昔我打袍來

그 당시 시문을 내려쓰던 곳엔 / 憶得揮毫處

좋은 종이가 구만 매나 있었다오 / 花牋九萬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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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0권 / 시류(詩類)

길창(吉昌) 권 상공(權相公)의 시운을 받들어 화답하여 서원(西原)에 부쳐 제(題)하다.

 

서원의 성대한 일은 예전에 못 듣던 거로다 / 西原勝事古無聞

제현이 줄을 이어 구름같이 모여들었네 / 袞袞諸賢聚似雲

같은 날의 명성은 과거방에 나란히 했고 / 同日聲名聯桂榜

한때의 문채는 이원을 진동시켰으니 / 一時文彩動梨園

어여쁜 미인들을 세 줄로 빽빽이 세우고 / 明眸皓齒三行密

통음하고 광가 불러 온 좌석이 떠들썩했지 / 痛飮狂歌滿座喧

번화했던 지난 일이 일찍이 한순간이라 / 往事繁華曾一瞥

슬픔과 즐거움 있고 없음을 다 못 논하겠네 / 悲懽存沒不堪論

이상은 총괄하여 서술한 것이다.

 

소년 시절 호기는 궁한 선비 벗어났으니 / 少年豪氣洗儒酸

상당군 길창군이 서로 백중지간이었지 / 上黨吉昌伯仲間

이미 북해와 같이 술 마시기를 허여하고 / 旣許開樽同北海

스스로 기녀 데리고 동산에 비겨 놀았네 / 自將携妓擬東山

영웅의 호탕함은 참으로 이와 같거니와 / 英雄跌宕眞如此

현달한 이의 풍류도 따라갈 만하고말고 / 賢達風流尙可攀

두 재상은 그 명성을 끝내 저버리지 않고 / 兩相聲名終不負

수월케 공훈 세우고 재상이 되었네그려 / 笑談麟閣到台班

이상은 길창(吉昌), 상당(上黨) 두 재상에게 올린 것이다.

 

쓸쓸함과 환락이 이도 저도 한때이로다 / 落魄懽娛彼一時

거듭 와서 물색을 보니 꿈인지 생시인지 / 重來物色夢耶非

달로 달아난 옛 님을 탄식한들 무엇하랴 / 故人奔月嗟何及

나그네 봄 찾은 게 너무 늦어 한스럽구려 / 有客尋春恨較遲

저녁 비 아침 구름은 다 적막하기만 한데 / 雨朝雲俱寂寂

떨어진 꽃 나는 개지는 아직 분분하구려 / 落花飛絮故依依

풍광이 이러하니 시름이 다하지 않아라 / 風光如許愁無盡

감개한 심정 누굴 위해 시를 쓴단 말인가 / 憾慨題詩知爲誰

이상은 이 은대(李銀臺)의 시의(詩意)를 서술하여 길창에게 올린 것이다.

 

당년의 백면서생을 그 누가 알아주랴만 / 誰數當年白面生

홍등가엔 은연중에 이름이 퍽 알려졌는데 / 自多花籍暗知名

검은 머리 재상은 거듭 와서 노는 날이요 / 黑頭宰相重遊日

아이는 반가워서 한번 웃고 맞이하누나 / 靑眼佳兒一笑迎

풍류는 홍수로 닦아주기에 알맞을 뿐이니 / 只合風流紅袖拂

푸른 그늘 이룬 걸 서글퍼할 것 없고말고 / 不須惆悵綠陰成

어느 누가 비파곡을 들을 줄을 아는지 / 人何解聽琵琶曲

문득 이 무정함이 유정함이기도 한걸 / 任是無情亦有情

이상은 은대(銀臺)의 이 학사(李學士) 문형(文炯) 에게 올린 것이다.

 

소년 시절엔 청루의 시주에 미쳤었는데 / 靑樓詩酒少年狂

손꼽아 헤어보니 이십 년이 흘렀네그려 / 屈指悠悠二十霜

비록 주지가 지금 재상이 되긴 했지만 / 縱是周墀今拜相

누굴 위해 두목은 꽃을 찾는단 말인가 / 爲誰杜牧去尋芳

운우향의 꿈은 다시 꾼 적이 없거니와 / 雲雨鄕中無復夢

봉황음 속엔 절로 남은 슬픔이 있다오 / 鳳凰音裏有餘傷

농담 잘한 게 비록 남아의 일이긴 하나 / 雖然善謔男兒事

내 간장은 철석 같음을 스스로 믿는다네 / 自信爲吾鐵石腸

이상은 스스로 서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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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0권 / 시류(詩類)

꽃을 대하여 흥겨워서 짓다. 4수

 

짤막한 띠 처마에 조그마한 서재가 있어 / 短短茅簷小小齋

남산이 담장 너머 정면으로 임해 있는데 / 南山當面過牆來

긴긴 해에 일이 없고 찾아오는 손도 없어 / 日長無事亦無客

정원의 꽃이 피었는지를 모조리 검색하네 / 檢盡園花開未開

 

두어 송이 향규는 열 장대쯤 높다란 키에 / 數朶香葵高十竿

붉고 흰 꽃 가운데 검붉은 꽃도 섞였는데 / 紅紅白白間朱殷

앞 꽃이 떨어지기 전에 다음 꽃이 피어라 / 前花未落後花發

칠월은 곧 다가오고 유월은 다해가누나 / 七月將來六月殘

 

얕은 연못엔 모인 물이 적어 텅 비었는데 / 淺淺方塘貯小虛

좋은 바람이 비를 불어 붉은 연꽃을 꺾네 / 好風吹雨折紅蕖

서늘한 석양에 지팡이 짚고 한참 섰노라니 / 晩涼携杖移時立

기분 좋은 맑은 향이 두 옷깃을 엄습하누나 / 滿意淸香襲兩裾

 

매화 철에서 곧장 국화 철에 이르기까지 / 梅花直到菊花時

차례차례 구경하니 차례가 꼭 알맞구려 / 次第相看次第宜

어제 빗속에 국화를 옮겨다 심었으니 / 昨日菊花和雨種

동쪽 울에서 술 마실 일이 머지않으리 / 東籬把酒未應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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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0권 / 시류(詩類)

우연히 읊다. 3수

 

사람 없어 두 다리 뻗고 앉았다가 / 無人坐盤

흥겨워서 일어서서 배회하노라니 / 有興立徘徊

모이 쪼는 참새는 사람을 피해 가고 / 啄雀避人去

주린 괭이는 주인을 부르며 오누나 / 飢猫呼主來

풍번은 열화같이 활활 타오르고 / 風疑烈火

설극은 천둥소리처럼 들리는데 / 雪屐響乾雷

시구를 찾으며 때로 웃음짓노니 / 覓句時還笑

시 재료가 술 재료보단 풍부하구려 / 詩材富酒材

 

봉황은 지금 적막하기만 하거니 / 鳳凰今寂寞

우두 사이에 배회나 하고 싶어라 / 牛斗欲徘徊

백년 세월은 당당하게 지나가고 / 百歲堂堂去

긴 강물은 끊임없이 흘러가는데 / 長江袞袞來

태평성대라 요순 임금은 만났지만 / 明時遇堯舜

친구의 교정은 진뢰에 부끄럽네 / 交道愧陳雷

두 가지 책에 나는 모두 부족하니 / 二策皆吾短

문재가 이재와 다를 것이 없구려 / 文材似吏材

 

들 구름은 아득한 데서 나오는데 / 野雲生浩渺

처마의 햇볕에 괴로이 배회할 제 / 簷日苦低徊

황학은 하늘 멀리 날아 올라가고 / 黃鶴上天去

청산은 문을 밀치고 들어오누나 / 靑山排闥來

나이는 곧 머리가 다 세어가는데 / 年將頭似雪

때로는 혹 코를 골며 자기도 하네 / 時或鼻如雷

성대에 한창 인재를 초빙하는데 / 聖代方招俊

그 누가 이 무능한 나를 기억하랴 / 何人記散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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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0권 / 시류(詩類)

중구일(重九日)에 서현정(序賢亭)의 연회에 시좌(侍坐)하여 태조어제시운(太祖御製詩韻)에 차하다.

 

안중에 천만 봉우리를 편평하게 보아라 / 眼中平看千萬峯

천지가 온통 우리 임금님 도량 속일세 / 天地吾王度量中

성스러운 자손들이 오늘날에 이르도록 / 聖子神孫至今日

사방 팔방 끝까지 빠짐 없이 포용하였네 / 八荒四海總包容

 

마상의 큰 공훈은 바로 운봉의 대첩이라 / 神功馬上捷雲峯

삼한이 만고토록 그 덕택을 힘입었는데 / 萬古三韓德澤中

성주께서 지금 태조의 일을 계승하시니 / 聖主卽今繩祖武

태평의 훌륭한 일들을 누가 다 형용하랴 / 太平盛事孰形容

 

삼각산 아래에 오운의 궁궐이 있으니 / 五雲宮闕華山峯

열무와 수문이 다 여기서 행해졌는데 / 閱武脩文在此中

성군과 하 많은 현신들이 모두 잘 만나서 / 多小明良皆際會

취포하여 읊조림 또한 절로 평화로웠네 / 行歌醉飽自從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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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0권 / 시류(詩類)

임실(任實)의 동헌에서 차운하다. 3수

 

가을바람이 벼슬할 마음을 불어 끊어라 / 秋風吹斷宦遊情

만리 머나먼 호남에 호수는 맑기만 한데 / 萬里湖南湖水淸

아스라한 역참 나무엔 단풍잎이 산란하고 / 驛樹依紅葉亂

머나먼 고향 하늘엔 흰 구름이 비껴 있네 / 鄕關迢遞白雲橫

세월은 나를 등지고 당당하게 흘러가는데 / 流光背我堂堂去

백발은 사람을 깔보아 줄줄이 나오는구나 / 華髮欺人續續生

객헌에 홀로 앉아서 잠깐 한숨 졸다가 / 獨坐客軒成小睡

모점의 낮닭 우는 소리에 문득 깨었네 / 忽回茅店午鷄聲

 

문 밀치고 들온 청산은 세정과 멀거니와 / 排闥靑山不世情

때로 불어오는 청풍은 맑기도 그지없어라 / 時聞爽籟有餘淸

장안에 머리 돌리니 삼각산은 멀찍하고 / 長安回首三峯遠

고향에 돌아가려니 겹겹 산은 가로놓였네 - 이때 달성(達城)으로 가려던 참이다. - / 故國歸心疊山橫

객사에 유유히 나그네 신세 오래기도 해라 / 逆旅悠悠長作客

허명 아래 분주한 게 어찌 생계를 위함이랴 / 虛名役役豈謀生

태평성대 마을마다의 경치 그림직해라 / 太平堪畫村村景

개 짖고 닭 우는 소리에 벼 타작 소리로다 / 鷄犬聲中打稻聲

 

호남 일대의 물정을 두루 다 관찰해보니 / 行盡湖南見物情

강산이 무사하여 태평성대를 즐기는구려 / 江山無事樂時淸

주광이 어찌 시광에게 굽히려고 하리오 / 酒狂肯爲詩狂屈

호기는 항상 검기를 따라서 종횡하누나 / 豪氣常隨劍氣橫

장년의 뜻이 어찌 백발이라 어긋날쏜가 / 壯志何曾違白首

아량은 끝내 창생을 저버리지 않고말고 / 雅懷終不負蒼生

사군의 백성 다스림은 물보다도 맑아라 / 使君爲政淸於水

현가 소리 육 년을 들은 게 또한 기쁘구려 / 更喜絃歌六載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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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0권 / 시류(詩類)

남원(南原)의 축천정시(丑川亭詩) 병서(幷序)

 

창룡(蒼龍) 임오년 10월 일에 장차 영남(嶺南)으로 가려면서 도중에 명승지를 지나게 되었는데, 부사(府使) 송군(宋君) 의(衣) 이 이곳에 연회(宴會)를 베풀어놓고 와서 나를 맞이하였다. 군적 종사관(軍籍從事官)인 고군(高君) 신교(愼驕) ㆍ윤군(尹君) 효손(孝孫) ㆍ성군(成君) 윤문(允文), 전제 종사관(田制從事官) 오군(吳君) 응(凝), 장흥(長興) 변 부사(卞府使) 포(袍), 금산(錦山) 이 사군(李使君) 시원(始元), 낙안(樂安) 정 사군(鄭使君) 옥경(沃卿), 보성(寶城) 진 사군(秦使君) 유경(有經), 능성(綾城) 김 사군(金使君) 율(慄), 순창(淳昌) 최 사군(崔使君) 연(淵), 무장(茂長) 이 사군(李使君) 유의(由義), 김제(金堤) 김 사군(金使君) 적(磧), 진원(珍原) 이 사군(李使君) 진수(眞粹), 고산(高山) 이 사군(李使君) 문비(文埤), 강진(康津) 권 사군(權使君) 노(), 오수(獒樹) 김 찰방(金察訪) 중서(中舒) 이 와서 함께 모였고, 종사관(從事官) 홍군(洪君) 긍(矜 ) 또한 자리를 함께했으니, 그는 바로 현주인(賢主人)과 아주 다정하게 지내는 사이였다. 그리고 고(高), 윤(尹), 성(成) 세 종사관과 변 장흥(卞長興), 김 능성(金綾城), 이 진원(李珍原), 김 오수(金獒樹), 진 보성(秦寶城), 이 무장(李茂長)은 모두 동년(同年)이다. 그리고 오 종사(吳從事)는 미원(薇垣)과 춘관(春官)에서 나와 재차 동료로 있었던 사람이고, 이 금산(李錦山), 정 낙안(鄭樂安), 최 순창(崔淳昌)은 모두 사문(斯文)의 골육 같은 사람들이며, 김 김제(金金堤), 이 고산(李高山), 권 강진(權康津)은 모두 친척 고구(親戚故舊)로서 서로 다정하게 지내는 친구이다. 우리들 가운데 사환(仕宦)으로 인하여 남북으로 각각 헤어져서 서로 만나지 못한 지 혹은 2, 3년, 혹은 5, 6년이나 되었는데, 지금 한때에 호남(湖南)의 천만리 먼 땅에서 우연히 서로 만나게 되어, 즐겁게 담소를 나누면서 술잔을 서로 주고받고 하노라니, 그 즐거움을 알 만하다. 그러자 오, 윤 두 사람이 나에게 말하기를, “대방(帶方)은 우리 고향인데, 지금 이렇게 훌륭한 연회를 갖게 되었으니, 이 사실을 기록해서 후세에 전하지 않을 수 없다.” 하고, 마침내 제영(題詠)을 요구하므로, 나는 비록 문사(文詞)는 졸렬하지만 그 훌륭한 뜻을 저버릴 수가 없어, 겨우 근체시(近體詩) 칠언(七言) 세 수를 지어서 산천의 뛰어난 경치와 회우(會遇)의 즐거움을 기록하노니, 이는 시를 짓는다는 생각에서가 아니라, 애오라지 여러분을 위하여 내가 먼저 한마디를 읊어서 후일의 제영의 장본으로 삼게 하는 바이다.

 

벼랑 의지한 절벽은 그림 병풍 펼친 듯한데 / 緣崖絶壁畫屛開

다시 높은 누각이 있어 돌로 대를 만들었네 / 更有高樓石作臺

만고에 시냇물은 졸졸 그칠 줄을 모르고 / 萬古溪聲流不盡

백년에 산 빛은 우뚝 무더기를 이뤘구나 / 百年山色矗成堆

철우는 어느 날에나 불러 일으킬 수 있을꼬 - 정자(亭子) 가에 철우(鐵牛)가 있으니, 축천(丑川)이라 이름한 것이 대체로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 / 鐵牛何日能呼起

황학은 오늘 아침에 타고 온 것만 같네그려 / 黃鶴今朝可跨來

여기가 바로 대방의 아름다운 곳이건만 / 此是帶方佳麗地

풍류의 읊조림에 재주 없음이 부끄럽네 / 風流題詠愧非才

 

제군이 나를 맞이해 한바탕 담소 나누고는 / 邀我諸君一笑開

서로 손에 손 이끌고 함께 대에 올라가서 / 相逢携手共登臺

노래하고 춤을 추어 연회를 즐기고 나니 / 已將歌舞當筵樂

술과 음식 그릇이 또한 낭자히 쌓였구려 / 更有杯盤滿眼堆

정이 깊으니 나도 몰래 더디 마시게 되고 / 情深不覺遲遲飮

크게 취해선 천천히 돌아가게 내버려두네 / 大醉從敎緩緩來

모두가 다 남쪽 고을의 어진 태수거니와 / 一一南州賢太守

사문의 두어 분은 다 걸출한 재사들일세 / 斯文數子總雄才

 

백년의 회포를 그 누굴 향하여 토로할꼬 / 百年懷抱向誰開

흥겨우니 내일 아침 다시 대에 오르련다 / 有興明朝復上臺

물 줄어든 계곡엔 하얀 돌이 쑥쑥 나오고 / 水落山間白石出

가을 깊은 언덕 위엔 단풍잎이 쌓였어라 / 秋深岸上紅葉堆

이렇게 당당히 가는 세월은 어쩔 수 없지만 / 流光奈此堂堂去

명승지에 자주 오는 거야 어찌 해로울쏜가 / 勝地何妨袞袞來

내 이름 남기고는 싶으나 좋은 말이 없어라 / 我欲留名無好語

낙하 고목 부른 재주가 참다운 재주고말고 / 落霞孤鶩是眞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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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0권 / 시류(詩類)

광한루(廣寒樓)에서 차운하다. 3수

 

듣자니 여기가 남주의 제일루라 하거니와 / 見說南州第一樓

오르고 보니 몸이 육오의 머리에 있구려 / 登臨身在六鼇頭

한쪽에서는 맑은 물이 수없이 흘러들오고 / 一邊白水來無數

사면의 푸른 산은 흩어져 거둘 수 없어라 / 四面靑山散不收

향기론 풀 갠 냇물은 지난 일을 상상케 하고 / 芳草晴川追往事

무성한 숲 긴 대는 예전 놀이가 맘에 드누나 / 茂林脩竹愜前遊

우객을 찾아서 단구로 나아가고 싶거든 / 欲仍羽客丹丘去

방장 삼신산 그밖에 구할 것이 없고말고 / 方丈三山不外求

 

누각 난간에 오래 기대어 내려가지 않아라 / 久倚瓊闌不下樓

더구나 연회를 자라의 머리에 열었음에랴 / 開筵況復有鼇頭

금 술잔은 돌려가면서 가끔 서로 권하고 / 金杯遞送時相勸

밝은 촛불은 높이 걸어 밤에도 걷지 않네 / 銀燭高燒夜未收

타향에서 우연히 만난 이는 다 좋은 손이요 / 邂逅他鄕皆好客

명승지의 풍류 놀음 또한 뛰어난 놀이로다 / 風流勝地亦奇遊

내일은 구름 비처럼 서로 헤어질 터이니 / 雲離雨散明朝事

통음하고 광가 부르는 그밖에 무얼 구하랴 / 痛飮狂歌外豈求

 

호기는 원룡의 백척루와 다름이 없건만 / 豪氣元龍百尺樓

벼슬할 뜻 나그네 시름이 백발을 만들었네 / 宦情羈思白吾頭

객지에서는 오랜 세월을 다 보내버리고 / 客中歲月消磨盡

붓 밑에는 강산을 차례로 거두어들이네 / 筆下江山次第收

오운의 대궐 그리워 늘 북쪽을 바라보고 / 戀闕五雲長北望

만리 밖 고향 생각에 또 남쪽을 유람하리 / 思鄕萬里復南遊

언젠가 임금의 은혜를 다 보답하고 나면 / 何時報得君恩了

집 사서 전원에 가는 걸 이룰 수 있으련만 / 問舍歸田此可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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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2권 / 시류(詩類)

이차공(李次公)이 부쳐온 시에 차운하다. 4수

 

병중에 백발이 오사모에 가득하여라 / 病中白髮滿烏紗

조물 소아를 내가 어찌할 수 있으랴 / 造物小兒奈我何

홀로 앉아 바둑 두려니 오는 사람 없어라 / 獨坐敲碁人不到

반가운 사람아 어이해 들러주지 않는가 / 可人胡不許經過

 

세상 맛은 전부터 엷기가 깁 같았는데 / 世味從來薄似紗

풍치는 늙어갈수록 그 어떠하겠는가 / 風情老去可如何

양웅은 적막으로 소일할 만하였으니 / 揚雄寂寞堪消日

그 누가 글자 물으러 술 갖고 들러줄꼬 / 問字何人載酒過

 

쌀쌀한 가변 추위가 창 깁을 흔들어대니 / 輕寒料峭撼窓紗

긴긴밤에 병든 삭신 괴로움을 어찌할꼬 / 病骨酸辛長夜何

막걸리 마시며 화로에 등걸불을 지펴라 / 濁酒火爐燒榾

백년 신세를 이런 가운데서 지낼 뿐일세 / 百年身世此中過

 

간 곳마다 지은 시가 푸른 깁에 덮였으니 / 詩成到處碧籠紗

당대의 시인으로 옛 성이 그 무엇이던고 / 當代騷人舊姓何

호남의 풍월을 모조리 한데 모았을 테니 / 湖南風月牢籠盡

소매 속에 초고 넣어 언제나 내게 들러줄꼬 / 袖草何時許我過

차공(次公)이 호남(湖南)에서 막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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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2권 / 시류(詩類)

재차 화답하다. 5수

 

고정에 향 연기 피고 촛불은 창 깁에 비칠 제 / 古鼎燒香燭映紗

짧은 병풍 외론 베개에 찬 이불을 어찌할꼬 / 短屛孤枕冷衾何

연래엔 늙고 병들어 오직 부처만 신봉해 / 年來老病唯耽佛

앉아서 아미타불 백팔 번을 생각한다오 / 坐念彌陀百八過

 

부귀란 매미 날개 같은 깁보다 가볍거니 / 富貴輕於蟬翼紗

우연히 오는 헌면이 나에게 어찌할쏜가 / 儻來軒冕奈予何

분명히 어제 밤에 강남의 꿈을 꾸었는데 / 分明昨夜江南夢

쌍쌍의 백조가 물을 치며 지나가데그려 / 白鳥雙雙掠水過

 

달빛 아래 매화 그림자 창 깁에 비치어라 / 梅花和月印窓紗

처마 돌며 웃음 찾는 흥겨움을 어찌하랴 / 索笑巡簷奈興何

하룻밤의 차가운 향기가 사무치게 맑아라 / 一夜冷香淸到骨

옥인이 그 어디서 퉁소를 불며 지나는고 / 玉人何處弄簫過

 

엷디엷은 깁에 가벼운 한기 솔솔 스며라 / 剪剪輕寒薄薄紗

한 창문에 오경의 눈보라를 어찌할거나 / 五更風雪一窓何

병든 뒤로 부끄러워라 조참이 게을러져서 / 病餘自愧朝參懶

길 가득 지나가는 명가 소릴 누워서 듣네 / 臥聽鳴珂滿路過

 

봄 적삼을 가벼운 깁으로 언제나 입어보나 / 春衫何日試輕紗

솜옷 입고 소리 높여 읊는 세모를 어찌할꼬 / 擁褐高吟歲暮何

질동이의 막걸리가 내 생활에 만족거니 / 濁酒瓦盆生理足

이 신세야 병중에 지내게 되거나 말거나 / 從敎身世病中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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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2권 / 시류(詩類)

세 번째 화답하다. 4수

 

노쇠해진 백발이 오사모에 가득하여라 / 白髮龍鍾滿

공명 좇던 세월이 일찍이 그 얼마였던고 / 功名歲月曾幾何

냉관의 문호는 맑기가 흡사 물 같은데 / 冷官門戶淸於水

때론 스님이 글자를 물으러 들르는구려 / 時有山僧問字過

 

농후하긴 진국도 같고 엷기는 깁도 같아라 / 醲或如醇薄似紗

사귀는 정이 새그물 칠 만함을 어찌하랴 / 交情其奈雀羅何

병이 많으면 친구가 적어짐을 또 알겠네 / 更知多病故人少

문밖에 언제 장자가 들러준 적 있었던가 / 門外何曾長者過

 

창 앞에 마주 앉아 오사모 반쯤 젖혀 써라 / 相對南窓半頂紗

동년의 진중한 후의를 그 어떻다 할까 / 同年珍重意如何

부끄러워라 문장 명성은 내게 과분한데 / 自慙非分文章手

헛되이 날마다 고헌과를 짓게 되누나 / 枉賦高軒日日過

 

오사모 벗고 신통한 필력을 휘두르나니 / 神翰揮來岸幘紗

못가에 봄풀 난다는 시구가 어떠한가 / 池塘春草句如何

내 전신이 두보임을 그대는 웃지 마소 / 前身杜甫君休笑

글 읽다가 난자를 지나친 것만 깨닫겠네 / 只覺讀書難字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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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2권 / 시류(詩類)

네 번째 화답하다. 4수

 

북풍이 거세게 불어 두건을 흔들어대라 / 北風捲地顫巾紗

뿌연 먼지 속의 백발을 어찌한단 말인가 / 爭奈黃塵白首何

가소로워라 풍류는 아직 줄어들지 않아 / 自笑風情猶未減

청루에서 때로 취하여 부축받아 나오네 / 靑樓時復醉扶過

 

머리 위의 푸른 하늘은 오사모에 가렸거니 / 靑天頭上隔烏紗

술주정 미친 노래 그밖에 또 무얼 하랴 / 顚酒狂歌外又何

생각난다 지난해 꽃 아래서 술 마실 때 / 憶得去年花下飮

도성 가득 복사꽃 오얏꽃에 비 막 지난 게 / 滿城桃李雨初過

 

손으로 꽃가지 꺾어 오사모에 꽂은 채 / 手折花枝揷帽紗

고운 노래 예쁜 춤에 무하로 술 마시고 / 高歌妙舞飮無何

취중에는 의금부의 명령도 두려워 않고 / 醉中不怕金吾令

채찍으로 등자 두드리며 말을 달렸었네 / 敲鐙鳴鞭走馬過

 

취한 눈은 흐릿하여 깁에 가린 듯한데 / 醉眼矇似隔紗

돌아와서는 잠결에 무하향에 이르렀네 / 歸來和睡到無何

만사를 불고하는 것보다 나을 것 없어라 / 破除萬事無過此

백년 세월이 한 새가 지나친 것 같거늘 / 百世光陰一鳥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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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2권 / 시류(詩類)

갑신년 중동(仲冬) 경신일에

 

약 사발과 차 솥 올린 화로는 따뜻한데 / 藥甌茶鼎火爐溫

병든 삭신이 괴로워 야기도 혼매하구나 / 病骨酸辛夜氣昏

부러워라 아동들은 아무 관섭할 일 없어 / 羨殺兒童無管事

밤새도록 안 자고 시끄러이 담소하는 게 / 通宵不寐笑談喧

 

지난해 동짓달 경신일에는 / 去年建子月庚申

이웃의 바둑 친구 시 친구가 모였었는데 / 棋友詩朋集四鄰

서글퍼라 금년에는 병치레만 하다 보니 / 惆悵今年空抱病

팥죽 먹고 홑이불 덮고 앉아 앓기만 하네 / 裯衾豆粥坐吟呻

 

대 자로 누워 아득히 새벽까지 잠만 자고 / 大臥沈沈睡失明

새벽에 일어나선 다시 한 잔을 기울일 제 / 晨興聊復一杯傾

계집애와 늙은 여종은 서로 자랑을 하네 / 小娃老婢爭相詫

이웃 닭 오경에 우는 걸 앉아서 들었다고 / 坐聽鄰鷄唱五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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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2권 / 시류(詩類)

김 찰방 동년(金察訪同年) 맹(孟) 에게 부치다. 4수

 

십 년 동안 우리 동년을 만나지 못하다가 / 十年不見我同年

우연히 오늘 만나니 완연히 꿈만 같구려 / 邂逅今朝夢宛然

자네 왕발 뒤에 있기 부끄러워함을 알거니 / 知子恥居王勃後

내 조생 채찍 먼저 잡은 게 송구할 뿐이네 / 慙予已着祖生先

붕새가 구만 리 날아오르는 걸 보고 싶어라 / 擬見溟鵬搏九萬

준마의 뜻이 삼천 리에 있단 건 진작 들었지 / 曾聞櫪驥志三千

조정의 인재 등용은 다 공도를 따르기에 / 朝廷選用皆公道

자세히 찾으니 청운 속에 이 현자가 있었네 / 刮目靑雲有此賢

 

사문의 전성기였던 예전 놀이 생각건대 / 斯文全盛憶曾遊

손 꼽으니 유유한 세월 이십 년이 흘렀네 / 屈指悠悠二十秋

교서관 선생은 지금 나이 들어 늙었는데 / 芸閣先生今老大

한림원 학사는 예전의 풍류 그대로일세 / 鑾坡學士舊風流

저문 구름 봄 나무에 해마다 이별을 하고 / 暮雲春樹頻年別

원수 백지 풍수 난초에 얼마나 시름했던고 / 沅芷蘭幾日愁

백발에 서로 만나니 너무나도 반가워서 / 白髮相逢靑眼在

밤새도록 쉴 새 없이 유쾌한 담론 나누었네 / 劇談終夕不曾休

 

사람들은 대기만성이라 말들 하지만 / 人言大器晩難成

이끌어줌은 친구 힘입는 걸 자못 믿겠네 / 頗信吹噓仗友生

천하에 백년의 지기지우는 드물지만 / 四海百年知己少

일생의 만사는 때를 얻어 형통한데도 / 一生萬事得時亨

글로 물수리 천거 못 한 나는 무슨 면목이며 / 書無薦鶚何吾面

칼 치며 고기 외치는 자네 심정은 어쩐다나 / 鋏有呼魚奈子情

어제 밤에 삼도가 꿈속에 들어왔으니 / 昨夜三刀來入夢

긴 밧줄을 청할 길이 없다고 말을 마소 / 莫言無路請長纓

 

뿌연 먼지 속에 백발로 벼슬살이하느라 / 白髮紅塵事宦遊

전원에 머리 돌려 십 년 동안 시름만 했네 / 田園回首十年愁

일생의 신세는 만족할 줄을 알아야겠지만 / 一生身世須知足

만고에 공명은 좋은 끝을 거두기 어렵나니 / 萬古功名少到頭

보람 얻을 재주 없으니 세 번 쫓겨날 일이요 / 無才效力三宜去

마음 편할 법칙 있으니 네 가지로 쉬어야지 / 有法安心四可休

스스로 안 돌아갈 뿐 돌아갈 곳 있으니 / 自是不歸歸便得

달성산 밑에 나의 은거지가 있고말고 / 達城山下有菟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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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2권 / 시류(詩類)

재차 화답하다. 4수

 

양방에 나란히 이름 적은 지 이십칠 년인데 / 兩榜聯名卄七年

중간에 모이고 헤어짐이 모두 아득하여라 / 中間聚散兩茫然

인생은 예로부터 이별이 많았거니와 / 人生自古多離別

높은 벼슬은 본래 앞뒤가 있고말고 / 名宦由來有後先

늙은 나는 가슴속에 십만 군대가 있는데 / 老我胸中兵十萬

어떤 이가 문하에 삼천의 객이 있었던고 / 何人門下客三千

남아가 뜻을 얻을 날이 어찌 없으리오 / 男兒得意寧無日

자네를 위해 장차 득현송을 짓게 되리 / 爲子行當頌得賢

 

십 년 동안 경사에서 나그네살이 하다가 / 旅食京華十載遊

누런 먼지 오사모에 귀밑털만 먼저 세었네 / 黃塵烏帽鬢先秋

곁에서 보는 세상일에 당국자는 어둡고 / 旁觀世事迷當局

용퇴하는 인정은 급류에서 볼 수 있다오 / 勇退人情見急流

부 짓던 사마상여는 호장한 기개 의탁했고 / 作賦相如憑壯氣

글 저술한 우로는 곤궁한 시름 때문이었네 / 著書虞老爲窮愁

게으르고 졸렬한 내가 무슨 일을 이루랴 / 悠悠懶拙成何事

널 속에 들기 전에 쉴 새 없이 취해나 보리 / 未蓋棺前醉不休

 

자네 재주 이미 노련해진 게 훌륭하여라 / 多子才華已老成

기두의 헛된 명성 내 인생이 가소롭구려 / 虛聲箕斗笑吾生

착한 명성이 다시 문명과 함께 가지런하니 / 善名更與文名竝

우리 도는 모두 세도를 인하여 형통하리 / 吾道皆因世道亨

강가의 청산엔 돌아갈 약속 있었는데 / 江上靑山曾有約

거울 속의 백발은 몹시 다정도 하구려 / 鏡中白髮苦多情

달성 고을이 분성 고을과 연접해 있으니 / 達城爲接盆城近

후일 돌아가 쉴 땐 함께 갓끈을 씻자꾸나 / 他日歸休共濯纓

 

영남 그 어느 곳이 즐겨 노닐 만하던고 / 嶺南何處可遨遊

십 년 동안 서로 떨어져 갈기갈기 시름일세 / 十載睽離段段愁

고향 소식은 나의 개 황이에 의탁하건만 / 鄕信聊憑犬黃耳

인정은 흰머리 까마귀가 장 부끄럽구려 / 人情長愧烏白頭

어느 날 우연히 만나 시를 서로 창화하고 / 一朝邂逅詩相和

만사의 성쇠를 놓고 서로 웃어 마지않네 / 萬事浮沈笑不休

스스로 우스워라 무슨 공명을 이뤘던고 / 自哂功名成底事

얼굴만 쭈그러지고 갖옷만 해졌을 뿐이네 / 容顔皺盡弊貂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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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2권 / 시류(詩類)

세 번째 화답하다. 4수

 

병중에 문 닫고 있자니 하루가 일 년 같아라 / 臥病關門日抵年

천지를 우러르고 굽어보매 생각이 유연하네 / 乾坤俯仰思悠然

나의 인생은 본디 전현의 후배이거니와 / 吾生自是前脩後

도는 태극의 앞에 있었음을 진작 알았지 / 道在曾知太極先

바둑판에선 때로 오백 외치는 소리가 들리고 / 博局時聞呼五白

책 쪽지는 삼천의 수가 가득 차 넘치려 하네 / 書籤欲觸滿三千

평소에 친구로 삼는 게 그 무엇이던고 / 燕閑所友餘何物

약엔 군신이 있고 술엔 성현이 있다오 / 藥有君臣酒聖賢

 

두 겨드랑이로 어찌 천지 밖에 놀 수 있으랴 / 兩腋何由汗漫遊

가죽 속의 진 나라 《춘추》가 있을 뿐이라네 / 空餘皮裏晉春秋

머리 위의 백발은 눈발처럼 어수선하고 / 頭邊白髮紛如雪

꿈속의 청산은 곧 미끄러질 것만 같아라 / 夢裏靑山滑欲流

벼슬길엔 전철을 경계한 이가 없었지만 / 宦路無人曾鑑轍

취향엔 걱정을 묻을 만한 땅이 있고말고 / 醉鄕有地可埋愁

곤직 기울 재능 없으니 어찌 안 부끄러우랴 / 才微補袞寧無愧

물러가 쉬어야 할 때에 물러가 쉬질 못하네 / 合退休時未退休

 

밝은 창 깨끗한 책상이 시 짓기 알맞아라 / 明窓淨几恰詩成

만고에 지기지우론 종이가 곁에 있구려 / 萬古知音有楮生

몸에 걸친 갖옷은 소가 벌벌 떨었던 건데 / 身上毛裘牛觳

화로 위의 돌솥은 돼지 배처럼 불룩하네 / 爐頭石鼎豕彭亨

오활하고 거칠어 본래 문벽은 많았지만 / 迂疎自昔多文癖

방종한 탓에 전부터 벼슬할 뜻은 적었지 / 跌宕從來少宦情

백구의 물결 광대한 곳을 회상하노라니 / 回首白鷗波浩蕩

십 년을 세속 일에 얽매인 게 부끄럽구려 / 十年長愧縛塵纓

 

친구끼리 밤놀이하는 게 좋은 놀이고말고 / 故人秉燭是良遊

술이 있어 만고의 시름을 녹일 수 있거니 / 有酒能消萬古愁

세상일은 불우하여 말 머리의 뿔 같은데 / 世事蹉跎生馬角

공명은 비굴도 해라 양 머리를 삶아대네 / 功名卑屈爛羊頭

통음하고 미친 노래 함은 생전의 낙이지만 / 狂歌痛飮生前樂

유창하고 고상한 담론은 사후엔 그만이리 / 雄辯高談死後休

동년에게 말하노니 이런 뜻을 잘 알게나 / 說與同年知此意

서로 만나면 숙상구를 전당잡히려 하네 / 相逢欲典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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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2권 / 시류(詩類)

강경우(姜景愚)의 그림에 제(題)하다. 8수

 

시골 아낙네가 물을 긷다.

헝클어진 머리 가시나무 비녀 빨간 치마로 / 蓬鬢荊釵茜色裙

그대는 일생을 정구의 일로 수고하누나 / 一生井臼爾辛勤

장문은 적적하고 고운 얼굴도 늙고 말거니 / 長門寂寂蛾眉老

어찌 그대 집의 묵은 질동이만 하겠는가 / 爭似渠家老瓦盆

 

나그네가 나귀를 타고 가다.

높은 모자 뾰족한 신에 뫼산 자 어깨 으쓱이며 / 高帽尖靴肩聳山

나그네가 버들 그늘 사이를 멋대로 가누나 / 客行隨意柳陰間

나귀의 등은 배와 같고 일산은 지붕 같아라 / 騎驢如艇傘如屋

인간의 행로가 어렵다는 걸 믿지 못하겠네 / 未信人間行路難

 

신선이 바둑을 두다.

높은 나무가 구름 위에 우뚝 솟은 선경에 / 喬木穿雲洞有天

서로 마주해 바둑 두며 초연하게 앉았네 / 手談相對坐翛然

이제부터는 나도 그 옆에 구경하러 가서 / 從今我欲傍觀去

산중의 도끼 자루 썩는 해를 친히 보련다 / 看到山中爛柯年

 

어부가 그물을 들다.

꼼꼼히 그물코 맺는 그대가 가련하여라 / 結網殷勤爾可憐

당시의 뜻은 통발 잊는 데 있지 않았네 / 當時意不在忘筌

눈에 가득한 물고기야 어찌 셀 것 있으랴 / 纖鱗滿眼何須數

큰 자라로 회 치는 시기를 꼭 기다려야지 / 待得巨鼇斫鱠年

 

농부가 나란히 밭을 갈다.

신세가 그럭저럭 또 한 해의 봄을 만나서 / 身世依違又一春

돌더렁밭 띳집이 꿈속에 자주 보이는데 / 石田屋夢頻頻

오늘 이 그림이 바로 내 전원과 똑같아라 / 畫圖今日依然是

긴 보습 쟁기 잡은 사람에게 부끄럽구나 / 愧爾長鑱白柄人

 

죽(竹)

드러난 뿌리가 달리는 용 같음을 처음 보니 / 初看根露走龍日

장차 봉황이 깃드는 때를 미리 보고 싶구나 / 擬見予成栖鳳時

끝내는 분명히 큰 절조가 여기에 있으니 / 終始分明大節在

이 마음을 내가 차군과 서로 잘 알고말고 / 此心我與此君知

 

난(蘭)

보통 눈으론 국향을 채취할 사람 없어라 / 肉眼無人採國香

사람이 채취 않는들 네게 뭐가 해로우랴 / 人雖不採汝何傷

모란꽃은 이미 지고 장미꽃은 시들었으니 / 牧丹已死薔薇老

너 말고 누가 좌석 곁에 근접할 수 있겠나 / 捨汝誰能近坐傍

 

매(梅)

빙설 같은 정신에 철석 같은 심장으로 / 氷雪精神鐵石心

매형은 천고에 알아줄 이가 드물었는데 / 梅兄千古少知音

서호는 이미 멀어졌고 방옹은 떠났기에 / 西湖已遠放翁逝

남쪽 창을 마주해 나 홀로 읊조리노라 / 相對南窓我獨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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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2권 / 시류(詩類)

병조 판서(兵曹判書) 윤 동년(尹同年) 자운(子雲) 이 삼도입거도순찰사(三道入居都巡察使)가 되었는데, 김 동년(金同年) 영유(永濡) 이 종사관(從事官)이 되어 장차 떠나려고 하므로, 시로 그를 희롱하다. 3수

 

사마의 뛰어난 위엄은 사방을 진동하거니 / 司馬威靈動四方

선생이 막부에 들면 성명도 향기롭겠네 / 先生入幕姓名香

남주에는 예로부터 인물이 많았거니와 / 南州自昔多人物

북도는 지금부터 모두가 부강해질 걸세 / 北道從今總富强

나라 도울 재주 없는 나는 이미 늙었지만 / 補國無才吾已老

변방을 안정시킬 계책은 자네가 뛰어나리 / 安邊有策子應長

평생에 지기는 참으로 만나기 어려운데 / 平生知己眞難遇

어질대서 노고하느라 홀로 겨를이 없구려 / 從事賢勞獨匪遑

 

백발에 막료가 된 것을 꺼리지 말게나 / 白髮休嫌佐碧油

인생의 행락이 이게 바로 풍류고말고 / 人生行樂是風流

이삼백 개의 군이 모인 번화한 땅에서 / 二三百郡繁華地

사오륙 년 동안을 질탕하게 노닐 걸세 / 四五六年爛

앵무배 깊은 술잔엔 질탕함을 더할 게고 / 鸚鵡杯深增跌宕

원앙장 다스운 데선 온유를 실컷 누리리 / 鴛鴦帳暖飽溫柔

가련도 해라 병 지닌 동년의 늙은이는 / 可憐抱病同年老

약 달이고 의서 보며 갖옷 입고 앉았네 / 藥鼎方書坐擁裘

 

영남은 번화한 땅으로 호남과 인접하여 / 嶺南佳麗接湖南

수많은 누대가 푸른 산 속에 들어섰는데 / 多少樓臺間翠嵐

종사관의 영화는 은어대를 허리에 꽂았고 / 從事榮華銀鈒帶

아양 떠는 미인은 모시 적삼이 치렁거리리 / 佳人媚紵長衫

본래 안 것은 새로 안 기쁨만 못하려니와 / 舊知不似新知樂

깬 흥취야 어찌 거나히 취한 흥취만 하랴 / 醒興那如醉興酣

스스로 우스워라 전신이 강일용이었는지 / 自笑前身姜日用

사신이 막 출발할 제 병을 감당 못 하겠네 / 使星纔動病難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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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2권 / 시류(詩類)

동경(同庚)인 채자휴(蔡子休)가 연경(燕京)에서 돌아온 뒤로 여러 달 동안이나 서로 만나지 못했으므로 회포를 서술하여 기록해 보이다. 자휴가 연경에 갈 적에는 내가 압록강(鴨綠江) 가에서 작별했었는데, 그 후 얼마 안 되어 내가 병 때문에 돌아왔으므로, 그 사실을 아울러 기록하는 바이다. 3수

 

북으로 가는 그대는 유람하는 날이요 / 北去君遊日

남으로 돌아오는 나는 병든 때였지 / 南歸我病時

이별은 어찌 그리도 황급했던고 / 分離何草草

기약 없는 만남은 또 더디기만 하네 / 邂逅又遲遲

함께 한가로운 담화를 나누고픈데 / 擬共閑中話

서로 이별한 뒤의 시만 논하는구려 / 相論別後詩

근래에는 소식조차 끊겼는지라 / 邇來消息斷

홀로 앉아서 생각한 바가 많다오 / 獨坐多所思

 

중년에는 질병이 하도 많아서 / 中年多疾病

신세가 더욱 무료하기만 하네 / 身世益無聊

얼굴이 쇠해감을 점차로 알겠는데 / 漸識容顔減

넓적다리 훌쭉함은 누가 애달파하리 / 誰憐髀肉消

늙어선 적막을 달게 여겨야지만 / 老宜甘寂寞

꿈에도 시끄러운 걸 싫어하는데 / 夢亦厭紛囂

찾아오는 사람 없어 안석에 기댄 채 / 隱几無人到

화로의 향을 손수 피우노라 / 爐香手自燒

 

좋은 시절은 별안간에 지나는데 / 良辰瞥眼過

동갑끼리는 본래부터 친한 터라 / 同甲宿心親

풍류로이 마시며 즐기려 했건만 / 欲作風流飮

모두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구려 / 俱爲聚散人

어찌하면 계속해서 만날 수 있을꼬 / 何能逢袞袞

아직도 진진했던 담론이 생각나네 / 尙憶語津津

이러한 뜻을 그 누가 이해할는지 / 此意知誰會

그대의 성품 진솔함이 아름답구려 / 多君性自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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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2권 / 시류(詩類)

재차 앞의 운을 사용하여 자휴에게 부치고, 겸하여 담수(淡叟)에게 써서 보내다.

 

뛰어난 인재들이 등용되던 날은 / 俊乂登庸日

공명 날리던 소장 시절이었는데 / 功名少壯時

내 요행히 일찍 쓰임은 부끄럽고 / 慙予僥倖早

그대 벼슬길 더딤은 한스러워라 / 恨子歷揚遲

타고난 성품은 술을 즐기지 않고 / 素性非耽酒

풍류스러운 회포는 시만 좋아하네 / 雅懷只愛詩

지기지우는 오직 우리들뿐이니 / 知音惟我輩

생사를 함께하길 서로 생각하리 / 生死兩相思

 

연래에 머리털은 늘 짧아져가고 / 年來頭種種

귀는 울어대는 걸 점차 깨닫겠네 / 漸覺耳聊聊

청산에 앉아 이를 더듬기도 하고 / 捫蝨靑山坐

바둑 두어 세월을 보내기도 하니 / 圍棋白日消

생애가 참으로 담박하여라 / 生涯眞淡薄

시끄러운 거마 소리도 안 들리네 / 車馬隔喧囂

병드니 겨울밤이 긴 걸 알겠어라 / 病識冬宵永

홀로 읊으며 촛불을 다 태우네그려 / 孤吟燭短燒

 

시서는 지금 이미 싫증이 났고 / 詩書今已倦

약물만 서로 가까이할 뿐인데 / 藥物只相親

세상 물정은 신진들에게 부끄럽고 / 世態慙新進

공명은 또한 고인에게 부끄럽구려 / 功名愧古人

아름답긴 진작 곡역후 같았지만 / 美曾如曲逆

거짓됨은 평진을 배우지 않았네 / 詐不學平津

세상 풍진에 관한 일은 말을 마소 / 莫說風塵事

진짜 가짜가 어지러이 섞였으니 / 紛紛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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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2권 / 시류(詩類)

동경(同庚)인 윤담수(尹淡叟)가 문병(問病)을 하고 돌아가므로, 회포를 서술해서 기록하여 바치다. 5수

 

병이 많아 친구와 멀어짐을 스스로 아는데 / 自知多病故人疎

때로는 동년이 누추한 집을 왕림해 주누나 / 時有同年枉弊廬

기약 없는 만남은 이별한 뒤로 아득했는데 / 邂逅悠悠離別後

정겨운 회포는 담소의 나머지에 이어지네 / 情懷袞袞笑談餘

공명을 얻는 것은 모두 구차한 일이지만 / 功名到手皆聊爾

세상일은 닥치는 대로 또 태연할 뿐이라 / 世事當頭且自如

다시 술동이를 향하여 한 번 껄껄 웃으면서 / 更向樽前成一

인생의 득실을 하찮은 대 거적에 부쳤다오 / 人生得失付籧

 

거울 속의 백발이 오사모에 가득하여라 / 鏡中白髮滿烏紗

신세가 이리 쇠잔함을 어찌한단 말인가 / 身世其於潦倒何

파리한 낯으로 시 읊어라 두보를 자부하고 / 瘦面吟詩負杜甫

맑은 맘으로 염불하여라 유마는 병들었네 / 淸心念佛病維摩

쇠한 창자는 밥을 꺼려 길이 죽만 먹고 / 衰腸諱食長供粥

타는 입술은 축이려고 늘 차만 마시는데 / 噪吻思湯只啜茶

스스로 우스워라 풍취는 아직 줄지 않아 / 自哂風情猶未減

처마를 돌며 활짝 핀 매화를 찾는다오 / 巡簷索笑訪梅花

 

한쪽 벽 푸른 등잔 아래 밤은 깊어가는데 / 靑燈半壁夜沈沈

홀로 앉아서 그대의 만고심을 생각하네 / 獨坐思君萬古心

젊은 시절엔 이름 있어 재능은 팔았지만 / 早歲有名沽白璧

노년엔 꿈에도 재물 가질 생각은 없다오 / 殘年無夢到黃金

높은 산 흐르는 물에 지기지우는 드문데 / 高山流水少知己

백설 양춘곡은 부질없이 음악만 좋구려 / 白雪陽春空好音

평생에 마음 터놓은 친구에게 말하노니 / 說與平生肝膽友

영원불변의 교의를 함께 깊이 다지세나 / 歲寒交道共深深

 

젊을 때부터 동갑으로 친히 지내왔는데 / 同甲情親自少時

사십사 년의 일이 글렀음을 이제 알겠네 / 今知四十四年非

그대는 가끔 좌막으로 자주 밀려나는데 / 君時佐幕疎還擯

나는 수레바퀴 묻고 병 때문에 못 간다오 / 我政埋輪病未歸

청운은 안전에 있으니 어찌 못 취할까만 / 靑雲在眼何難取

머리 가득 백설은 잠시도 날아가질 않네 / 白雪渾頭不

사람에게 다가오는 게 부귀라 말들 하지만 / 共說逼人唯富貴

친구들 줄줄이 그 몇이나 재상이 되었던가 / 故人袞袞幾黃扉

 

병든 나머지 때때로 내 자신이 우스워라 / 病餘時復笑吾身

게으르고 졸렬해도 성정은 절로 순진하네 / 懶拙悠悠性自眞

술은 혹 두세 잔만 마시면 취하거니와 / 酒或二三杯則醉

시는 오언 칠언을 신처럼 읊어낸다오 / 詩於五七韻如神

조충전각 잔재주야 무슨 도움이 되랴만 / 雕蟲篆刻才何補

한산한 자리에 지내는 흥취는 새로워졌네 / 置散投閑興已新

요즘 그대 오지 않는 게 도리어 괴이해라 / 還怪邇來君不到

다정하게 자주 왕래하는 걸 사양치 마소 / 殷勤往復莫辭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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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2권 / 시류(詩類)

담수(淡叟)가 화답하므로, 다시 앞의 운을 사용하여 화답하고, 겸하여 채자휴(蔡子休)에게 적어 보내다. 5수

 

평생 게으르고 졸렬해 세상과는 소원해서 / 懶拙平生世與疎

한가함 속에 애오라지 내 집을 사랑하노니 / 閑中聊復愛吾廬

본래 고관 대작은 우연히 오는 일이지만 / 從來軒冕儻來事

예로부터 공명은 근심 걱정의 나머지라오 / 自古功名憂患餘

한산한 벼슬 정 학사를 모두가 비웃거니 / 共笑冷官鄭學士

소갈병 든 사마상여를 누가 가련해하랴 / 誰憐渴病馬相如

찾아오는 사람 없어 향 사르고 문 닫고 / 焚香閉閤無人到

머리털 풀어 헤치고 대자리에 누웠노라 / 散髮飄蕭臥竹

 

벼슬할 마음 세상 살 맛이 깁보다 엷어라 / 宦情世味薄於紗

사십의 두로에 병까지 들어 어쩐단 말인가 / 四十頭顱且病何

술잔 들면 때로 질탕한 흥취는 더하지만 / 擧白有時增跌宕

역사에 올릴 만한 사업은 전혀 없다마다 / 汗靑無復事編摩

젊은 날엔 항상 우심구이를 생각했는데 / 常懷少日牛心炙

노년에는 해안다의 내력이나 적고 싶구려 / 欲譜殘年蟹眼茶

늙어갈수록 밤잠을 전혀 못 이루는지라 / 老去情懷渾少睡

눈보라 치는 오경에 불똥이 툭툭 떨어지네 / 五更風雪落燈花

 

공명의 환해에 얼마나 떴다 잠겼다 하는고 / 功名宦海幾浮沈

평생에 내 마음은 철석같이 굳을 뿐이라오 / 鐵石平生只此心

직설로 이 몸 기대함은 해롭지 않거니와 / 未害許身希稷卨

사귀는 도리는 장김을 의탁한 적 없었네 / 不曾交道托張金

사문은 그만이어라 무색하게 되었건만 / 斯文已矣無顔色

반가운 손은 발자욱 소리가 들려오누나 / 可客跫然有足音

만년의 향산에 그런대로 견줄 만하여라 / 晩節香山差可擬

속세 인연은 옅고 도의 뿌리는 깊으니말일세 / 世緣終淺道根深

 

평생에 나는 거취를 단호히 결단 못 하여 / 平生行止我依違

공명으로 시비를 야기시킨 게 부끄럽네 / 愧使功名惹是非

장한의 순채 농어회는 오래도록 좋았겠지 / 張翰蓴鱸長日好

도잠의 송죽 전원엘랑 어느 때나 돌아갈꼬 / 陶潛松竹幾時歸

전원엔 약속 있는 청산이 가깝거니와 / 田園有約靑山近

강호엔 무심한 갈매기가 훨훨 나는데 / 湖海無心白鳥飛

기억난다 어젯밤 꿈에 강남을 갔더니 / 記得江南昨夜夢

무궁화 울타리에 사립짝이 닫혔데그려 / 槿花籬落掩柴扉

 

일생에 길이 백년 신세를 조소하노니 / 一生長笑百年身

청광함이 하계진 같음을 어찌하리오 / 無奈淸狂賀季眞

술과는 서로 친해 성인을 자주 즐기지만 / 有酒相親頻樂聖

돈이 없으니 귀신은 부릴 필요 없고말고 / 無錢可使不須神

공명은 자네에게 곤핍해 청삼이 엷은데 / 功名困子靑衫薄

노병은 나를 침범하여 백발이 성성하네 / 老病侵吾白髮新

동갑끼리 친한 정은 인연이 옅지 않거니 / 同甲交親緣不淺

부디부디 아낌 없이 시나 자주 부쳐 주소 / 丁寧不惜寄詩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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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2권 / 시류(詩類)

세 번째 앞의 운에 화답하여 담수에게 부치고, 겸하여 홍 이부(洪吏部) 응(應) 에게 적어 보내다. 4수

 

평생에 생계 영위가 매양 서투른 탓으로 / 平生計闊輒生疎

사십까지 고생 끝에 이 집을 지녔을 뿐이네 / 四十辛勤有此廬

부귀할 골상은 예부터 타고난다거니와 / 富貴由來骨相在

시서는 본디 찌꺼기의 나머지이고말고 / 詩書自是糟粕餘

인정이 엷다고 그대는 괴이케 여기지 마소 / 人情淡薄君休怪

세태의 순후함을 나는 따라가지 못하는 걸 / 世態醇濃我不如

고독한 이 한 몸 천지간에 부쳐 살면서 / 兀兀形骸天地內

쇠잔한 꼴이 참으로 한 대 거적에 불과하네 / 頹然眞箇一籧

 

노쇠한 백발이 검은 모자에 가득하여라 / 白髮龍鍾滿

별안 같은 세월을 내가 어찌한단 말인가 / 光陰瞥眼迺吾何

태평성대에 구분 않고 저산을 용납했거니 / 明時不分容樗散

예전의 일로 다시 췌마할 마음은 없다마다 / 往事無心復揣摩

병든 몸으로 어찌 밥을 잘 먹을 수 있으랴 / 安得病餘長健飯

자고 나면 차만 몹시 마시고 싶을 뿐이네 / 只知睡後苦思茶

유연히 또 새해의 흥취가 발동하여라 / 悠然又發新年興

매화에 이어 또 행화를 구경하기에 이르렀네 / 看到梅花又杏花

 

향로엔 한 심지 침향이 이미 다 탔는데 / 睡鴨香銷一炷沈

한가함 속에 애오라지 또 천심을 보노라 / 閑中聊復見天心

나는 옥 먹는 법을 배울 방도가 없는데 / 無方我學能飡玉

남들은 금 단련하는 법이 있다고 말하네 / 有法人言可鍊金

이두는 생전에 어깨를 나란히 했었건만 / 李杜生前當竝駕

기아가 죽은 뒤엔 소리 알 사람 드물어라 / 期牙死後少知音

노년에 스스로 평생의 일을 조소하노니 / 殘年自哂平生事

잗단 문필 종사로 세월을 다 보냈네그려 / 鉛槧區區歲月深

 

천지 중간에 여섯 자의 몸으로 태어나서 / 天地中間六尺身

말은 비록 졸렬하나 성정은 순진하기에 / 言談雖拙性情眞

수시로 술 마시면 성인에게 맞기도 하고 / 時時有酒能中聖

가끔 시를 읊으면 신묘한 데 들기도 하지 / 往往吟詩或入神

반겨주는 친구는 예전 그 사람이 분명해라 / 靑眼故人渾似舊

백발의 교정은 처음 본 것 같음을 면했네 / 白頭交道免如新

그대를 번거롭히려 평진각에 아뢰노니 / 煩君爲報平津閣

문정에 손 자주 오는 걸 꺼리매 어찌할꼬 / 無奈門庭畏客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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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2권 / 시류(詩類)

네 번째 앞의 운에 화답하여 홍 이부, 윤담수에게 부치다. 5수

 

새벽에 거울 보니 머리털 점점 듬성해져라 / 曉攬靑銅髮漸疎

사직하고 시골에 은퇴함이 합당하다마다 / 乞骸端合退村廬

삼 년 동안 닥잎 새긴 재주를 어디에 쓰랴 / 三年刻楮才何用

십 년 동안 피리 분 게 부끄럽기 그지없네 / 十載吹竽愧有餘

아직도 기억난다 공자의 나는 그만이로다 / 尙憶宣尼吾已矣

모르겠다 증점아 너는 어떠냐고 하던 게 / 不知曾點爾何如

나 같은 병든 물건을 장차 어디에 비할꼬 / 似予病物將誰比

인간의 대 거적자리에나 비유함 직할 걸세 / 堪比人間竹席

 

북풍이 갑자기 창문 깁을 뚫고 들어오니 / 北風剗地透

썰렁한 이부자리에 병든 몸을 어찌할꼬 / 孤枕寒衾病骨何

젊어서는 현인을 희망해 만 리를 갔었지만 / 早歲希賢窮萬里

만년에는 부처를 배우러 삼마에 들었으니 / 殘年學佛入三摩

협객의 고아주를 감히 생각하리오 / 敢思俠客羔兒酒

산승의 작설다나 함께 마시려 하네 / 擬共山僧雀舌茶

하룻밤 서재의 정경이 물처럼 깨끗하여라 / 一夜書窓淸似水

뜰 가득 나는 눈발이 매화를 혼란시키네 / 滿庭飛雪亂梅花

 

세상 인정의 후박은 그지없이 반복하건만 / 人情厚薄一升沈

자네의 꿋꿋한 절조 굳게 지킴이 반가워라 / 喜子能堅歲暮心

친히 담소를 나눌 땐 옥같이 다사롭고 / 笑語時親溫似玉

날로 가져온 시편은 가치가 황금 같구려 / 篇章日枉直如金

인재는 중흥의 운세로 인해 다시 보겠고 / 人才復見重興運

시도는 정시의 음조를 기꺼이 들어보네 / 詩道忻聞正始音

태평을 보좌할 책임은 우리들에게 있으니 / 潤色太平吾輩在

서로 만나면 깊은 술잔을 아끼지 마세나 / 相逢莫惜酒杯深

 

소년 시절 지난 일이 생각하면 아득하여라 / 少年往事思依依

늙고 병든 지금은 계책이 이미 글러버렸네 / 老病而今計已非

동방끼리 주연 열면 미친 흥취 실컷 즐기고 / 一榜開筵狂復興

동갑끼리 연회 열면 곤드레 취해 돌아갔지 / 同庚判會醉扶歸

난파의 시와 술엔 내가 미쳐 거꾸러졌고 / 鑾坡詩酒吾顚倒

한원의 풍류는 자네가 우뚝 날렸었는데 / 翰苑風流子奮飛

근래엔 명환의 자리 변동이 잦은 탓으로 / 名宦邇來多聚散

그 몇 해나 사립짝이 남북으로 막혔던고 / 幾年南北阻柴扉

 

요행히 등과하여 일찍 나라에 몸 바쳤으되 / 僥倖登科早致身

꾸밈 없이 진실함이 타고난 그대로였으니 / 無華悃是天眞

복이 넘치면 재앙 부름을 누가 알았으랴 / 誰知福過能招禍

한가로이 심신 수양하는 것만 좋아했었네 / 自愛閑居可養神

십 년의 영고 성쇠에 교정은 그대로인데 / 十載榮枯交道在

한때의 냉열에 세정은 새롭기만 하구려 / 一時冷熱世情新

그대 이미 추천의 힘 입었음을 알겠어라 / 知君已仗吹噓力

이부가 때때로 자주 왕림해 주니말일세 / 吏部時時枉駕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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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2권 / 시류(詩類)

신 상대(辛霜臺) 중린(仲磷) 의 시권(詩卷)에 제하다. 신공(辛公)이 경주 판관(慶州判官)으로 있다가 새로 감찰(監察)에 임명되자, 분사 어사(分司御史) 유 동년(柳同年) 효담(孝潭) 이 시로써 그를 전송하였는데, 이에 따라서 화답한 이가 수십 인이었다. 그 운을 사용하다. 3수

 

조정에 바야흐로 도가 있거니 / 朝廷方有道

어찌 준걸한 인재가 없으리오 / 俊傑豈無人

송아지 남겨라 맑은 풍도가 있고 / 留犢淸風在

총이말 타거든 호기는 새로우리 / 乘驄豪氣新

공명은 끝내 원대히 이루려니와 / 功名終遠大

진취의 발길은 잠시도 멎질 않네 / 步武不逡巡

고관 대작이 발 밑에 다가왔음을 / 脚底靑雲近

그대 두 귀밑 청춘에 보겠네그려 / 看君兩鬢春

 

대궐에선 조서로 부르던 날이요 / 北闕詔還日

동도에선 길 가로막은 사람일세 / 東都遮道人

분사의 사어는 절묘하거니와 / 分司詞語妙

감찰의 기강은 응당 새로우리 / 監察紀綱新

축하연에선 시가 권축에 가득찼는데 / 賀席詩盈卷

송별연에선 술을 몇 순배나 마셨던고 / 離筵酒幾巡

어사의 위엄을 무섭다 말을 마소 / 莫言霜凜冽

이때는 얼굴 가득 봄바람이거니 / 滿面此時春

 

십 년 동안 같은 마을에 살다가 / 十載同閭閈

삼 년 동안 친구를 이별했었는데 / 三年別故人

서로 만나니 예전같이 반가워라 / 相逢靑眼舊

백발에 처음 만남 같음을 면했네 / 已免白頭新

편지 보내면 때로 왕림도 해주고 / 折簡時能枉

바둑도 가끔 두어 판씩 두었었지 / 談棋又數巡

온화한 품이 참으로 싫지 않아라 / 溫溫眞不厭

자네가 바로 다리 달린 봄이로세 / 有脚是陽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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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2권 / 시류(詩類)

홍응지(洪應之)의 시운에 차하여 겸해서 경순(景醇), 담수(淡叟)에게 바치다. 5수

 

새그물 칠 만한 문은 나날이 닫아두노니 / 門堪羅雀日長扃

궁벽한 땅에 어찌 훌륭한 손이 들르리오 / 僻地何曾好客經

동이 가득 막걸리는 사람 얼굴처럼 하얗고 / 濁酒盈樽人面白

문 앞에 임한 종남산은 불두같이 푸르른데 / 終山當戶佛頭靑

소매 속엔 일찍이 한거부를 초해놓았고 / 袖中已草閑居賦

좌석 한편으론 항상 누실명과 친하여라 / 座右常親陋室銘

나는 이미 온갖 생각이 식은 재가 되었으니 / 百念吾今灰已冷

안심하는 약이 있어 노쇠함을 억제할 걸세 / 安心有藥制頹齡

 

그윽한 살이 적적하여 절 집과 똑같아서 / 幽居寂寂類僧扃

손 씻고 향 피우고 불경을 읽고 있노라니 / 洗手焚香讀佛經

병든 늙은이라 머리털은 온통 희어가고 / 髮爲病翁渾欲白

속객 때문에 눈은 진작부터 냉정해졌네 / 眼因俗客不曾靑

거문고 바둑 함께함엔 지기지우가 있는데 / 死生自有琴棋友

출입할 때엔 어찌 궤장의 명이 없을쏜가 / 出入那無几杖銘

일생 백년이 부쳐 삶 같음을 진작 알거니 / 早識百年如寄爾

한가로이 그럭저럭 여생이나 즐길 뿐일세 / 優遊聊復樂餘齡

 

사립 반쯤 쌓인 눈 속에 이불 덮고 읊노라니 / 擁被高吟雪半扃

마음에 맞는 건 오직 양생경이 있을 뿐이네 / 會心唯有養生經

한가로움 속의 흥취는 하얗게 핀 매화요 / 閑中情興梅生白

고요함 속의 공부는 푸른 대를 죽임일세 / 靜裏功夫竹殺靑

손님이 오면 바둑 두려고 옛 기보를 찾고 / 客至圍棋尋舊譜

병든 뒤엔 술 경계하는 명을 새로 걸었네 / 病餘戒酒揭新銘

태평성대에 흥미 있는 건 무능함뿐일세 / 明時有味無能耳

저력이 끝내 타고난 명을 다 누리고말고 / 樗櫟終然閱百齡

 

손이 찾아와서 꿈결에 허둥지둥 일어나 / 顚倒周公客叩扃

간략한 술자리 열어 들러준 걸 위로하네 / 開尊聊復慰來經

풍년의 상서로운 눈은 천연스레 하얗고 / 豊年瑞雪天然白

추운 겨울 곧은 솔은 저 홀로 푸르구려 / 寒歲貞松獨也靑

병은 많아서 피골만 남은 걸 알겠지만 / 多病只知皮骨在

깊은 교정은 창자에 새길 만하고말고 / 論交只可肺肝銘

게으르고 졸렬한 나를 누가 기억하랴만 / 如予懶拙人誰記

어려서부터 친해온 자네만이 반갑구려 / 喜子情親自幼齡

 

백발로 이끗 명예의 마당을 분주하노니 / 華顚奔走利名扃

고생하던 당년에 이미 오경을 읽었건만 / 辛苦當年讀五經

벼슬아치로 시비 분간 못 함이 가소로워라 / 自笑當官無

훌륭한 명성을 역사에 남길 수 있겠는가 / 可能馳譽有丹靑

충성되고 근실함은 공명의 전후 출사표요 / 忠勤前後孔明表

일깨워 반성함은 장자의 동명 서명이로다 / 警省東西張子銘

회상하건대 고인은 아, 이미 아득하여라 / 回首故人嗟渺渺

무능한 내가 태평성대 만남이 부끄럽네 / 不才慙愧際千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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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2권 / 시류(詩類)

앞의 운을 재차 사용하여 5수를 짓다. 뒤의 두 편은 담수, 경순을 희롱한 것이다.

 

고요한 낮에 게을러 사립짝도 안 닫은 채 / 晝靜柴扉懶不扃

유유히 사물 관찰하며 세월만 보내노라니 / 悠悠觀物歲時經

생전의 흥취 붙일 곳은 부백이 생각나고 / 生前寄興思浮白

사후의 좋은 명성은 역사에 맡길 뿐이네 / 身後流芳有汗靑

욕되지 않게 만족할 줄 아는 꾀는 지녔으니 / 不辱已持知足計

생각 없애서 또한 식심명을 배우고 싶구려 / 無思欲學息心銘

태평성대 사업을 내 어찌 감히 기대하랴 / 明時事業吾何敢

가장 연소자로 명성 날리는 자네가 부럽네 / 多子蜚英最妙齡

 

성왕의 정치는 지금 집집마다 문도 안 잠가라 / 聖治如今戶不扃

태평 시대의 성사를 다행히 몸소 겪게 되었네 / 太平盛事幸身經

문장의 인물은 원백보다 우월하거니와 / 文章人物優元白

장상의 영웅은 곽청 같은 이가 있다마다 / 將相英雄有霍靑

자네는 주집으로 쓰이는 공명이 있건만 / 子有功名舟楫用

나에겐 종정에 새길 만한 훈업이 없으니 / 我無勳業鼎鐘銘

일심으로 보국한 게 무슨 보람 있었던가 / 一心報國知何效

성상의 수나 남산처럼 만세를 빌 뿐이네 / 聖壽南山祝萬齡

 

세 오솔길은 희미하고 사립은 반쯤 닫아라 / 三徑依稀半掩扃

이 몸은 여기서 지낼 것을 스스로 결단했네 / 此身自斷此中經

난간 앞의 수많은 대는 푸른 빛이 영롱하고 / 當軒萬竹玲瓏碧

문 밀치고 들온 산들은 우뚝이도 푸르러라 / 排闥四山偃蹇靑

두소의 하찮은 재주는 또한 부끄럽지만 / 斗微才顔亦厚

천지의 큰 은택은 뼈에 새길 만하고말고 / 乾坤厚澤骨堪銘

인생은 전원 생활의 즐거움만 한 게 없나니 / 人生無似歸田樂

노란 국화 푸른 솔 곁에서 만년을 보내련다 / 黃菊蒼松送晩齡

 

마을의 인후함이 좋아서 서로 이웃해 / 里仁爲美接門扃

백중과 상종하며 나날을 보내노라니 / 伯仲相從日日經

마유의 낯은 비바람을 당하여 까맣고 / 馬乳面當風雨黑

매화의 마음은 눈 서리 속에 봄이로다 / 梅花心爲雪霜靑

전신하는 자미는 그 누가 헤아리랴만 / 傳神滋味人誰料

도가의 풍류는 그 일을 새길 만하구려 / 倒架風流事可銘

행락은 의당 소장 시절에 해야 하거늘 / 行樂及時宜少壯

나는 병든 몸에 나이까지 늙어버렸네 / 如予病骨又殘齡

 

포도의 시렁 무너져 사립짝을 무너뜨려라 / 葡萄倒架已頹扃

주인 몰래 문전을 지난 손이 있었네그려 / 不覺門前有客經

주인옹은 몹시 아껴 맨발로 나와 일으키고 / 主老鍾情雙脚赤

부인은 발끈 성내어 두 눈썹이 새파래지네 / 細君齎怒兩眉靑

떨어진 용 수염은 그림 그리기 알맞겠고 / 龍鬚顚落宜圖畫

소 등 위의 황급함은 거울에 새길 만해라 / 牛背蒼皇可鑑銘

어떻게 하면 동쪽 이웃의 강 학사같이 / 何似東鄰姜學士

매화나무 밑에서 장수를 누린단 말인가 / 梅花樹下享椿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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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2권 / 시류(詩類)

오 동린(吳同鄰)이 부쳐온 시에 차운하다. 3수

 

봄놀이 할 기약은 그대에게 알렸거니와 / 賞春期約報君知

시 못 지으면 의당 금곡의 벌주를 따르리 / 金谷當依罰不詩

도성 가득 꽃과 버들에 비가 막 지났으니 / 花柳滿城初過雨

일 년 중에 가장 좋은 춘삼월 호시절일세 / 一年最是春好時

 

살구꽃 소식을 비 오는 가운데 처음 알고 / 杏花消息雨中知

한가한 시름 구사하여 시편에 넣었다오 / 驅使閑愁入小詩

일백오 일이 정히 한식절에 당했으니 / 百五政當寒食節

삼삼오오 벗을 삼아 답청할 때이로세 / 三三五五踏靑時

 

병중에 봄이 오고 가는 것도 전혀 몰랐네 / 病裏春歸摠不知

봄이 절반을 넘도록 시 읊기를 폐했구려 / 一春强半廢吟詩

남쪽 창의 햇살이 옥같이 다사로워라 / 南窓晝日溫如玉

정히 숨은 사람 봄 잠이 넉넉한 때로세 / 政是幽人睡足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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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2권 / 시류(詩類)

병중(病中)에 회포를 써서 이차공(李次公)에게 부치다. 4수

 

봄철 내내 병치레만 하다 보니 / 一春渾是病

하고한 날 즐거운 때가 없어라 / 多日苦無悰

신세는 외로운 중의 모양이라면 / 身世孤僧樣

형체는 파리한 학의 몰골이라오 / 形骸瘦鶴容

교유들은 대부분이 냉담해지고 / 交遊多冷落

인사는 점점 서툴고 게을러가네 / 人事漸疎慵

항아리에 용수 박아 새 술 거르면 / 瓦甕新酒

때때로 자네와 마시길 생각한다오 / 時時憶子共

 

조물이 깊숙이 병의 빌미가 되어 / 造物深爲祟

오랜 고질병을 감당할 수 없어라 / 沈綿不可當

항상 약물은 옆에 끼고 살거니와 / 長因親藥餌

때로는 술잔을 마시기도 한다네 / 時復愎壺觴

매화 버들은 봄철을 막 넘어섰고 / 梅柳春初度

발 친 창엔 해가 정히 길어졌는데 / 簾日政長

그윽한 회포를 스스로 풀 길 없어 / 幽懷難自遣

읊어 나오는 대로 시를 짓는다오 / 信口作詩章

 

애써 밥은 먹어도 몸은 늘 피곤하나 / 强飯身仍困

약간 거나하면 잠은 역시 잘 잔다오 / 微睡亦酣

무거운 핫옷은 아직 몸에 걸쳤는데 / 重裘猶掩體

짧은 머리털은 비녀에도 차질 않네 / 短髮不盈簪

사람은 고요함 지킴이 귀하거니 / 守靜人爲貴

이름 날림을 내가 어찌 감당하랴 / 馳名我豈堪

한갓 녹봉만 축냄이 부끄러워라 / 徒慙煩祿俸

조참 게을리 한다 비방들을 한다네 / 有謗懶朝參

 

열객이야 어찌 기억이나 하랴만 / 熱客何曾記

담박한 친구도 오지를 않는구려 / 淡交尙不來

연못 둑은 예전 그대로 쌓아놓고 / 蓮塘依舊築

대숲의 오솔길은 또 새로 냈으니 / 竹徑又新開

혹 때로 누지를 찾아만 주신다면 / 儻許時相訪

오히려 잠시 뫼실 수도 있으련만 / 猶堪獲小陪

꽃다운 봄을 보답하기 어려워라 / 靑春難報答

노병이 서로 시샘하여 침범해 오네 / 老病苦相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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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2권 / 시류(詩類)

재차 화답하다. 4수

 

내 부질없는 백발은 부끄러우나 / 慙予空白髮

그대의 충심은 진정 사랑스럽네 / 愛爾自丹悰

벗 사귐은 의기투합으로 하거늘 / 取友緣相合

시세 쫓아 감히 아유구용하리오 / 趨時敢苟容

문원은 오랫동안 병을 앓았고 / 文園長日病

중산은 일생 내내 게을렀다지 / 中散一生慵

이 더듬으며 청산에 앉았노라니 / 捫蝨靑山坐

함께 담소 나눌 사람이 없네그려 / 無人笑語共

 

봄철 내내 서로 왕래를 못 했는데 / 一春相阻隔

작은 비가 다시 더 견디게 하누나 / 小雨更禁當

홀로 앉아선 시만 자주 읊조리고 / 獨坐詩頻藁

친구 생각나면 술잔 가득 마시네 / 相思酒滿觴

병의 근원은 스스로 끊기 어렵지만 / 病根難自斷

시름의 실마리는 누굴 위해 길던고 / 愁緖爲誰長

알건대 자네 한가함 속의 흥취는 / 知子閑中興

《황정경》 한두 장을 읽는 데 있겠지 / 黃庭一兩章

 

봄바람에 제비는 이미 이르렀고 / 春風燕已到

산 비 오려고 개미는 한창 바쁜데 / 山雨蟻初酣

뜨락의 풀은 허리에 닿으려 하고 / 庭草將抽帶

층계의 대는 절로 떨기를 지었네 / 階篁自盍簪

수척한 몸은 옷도 못 이길 듯한데 / 瘦軀如不勝

미친 흥취는 또 감당키 어려워라 / 狂興復難堪

누가 난정의 모임을 마련했는고 / 誰判蘭亭會

쇠한 몸 붙들고 바로 참석할라네 / 扶衰直欲參

 

그윽한 생활이 쓴 듯이 고요해라 / 幽居靜如掃

훌륭한 손님은 찾아온 적 없지만 / 佳客不曾來

대나무의 마디는 낱낱이 나오고 / 竹節頭頭出

복숭아꽃은 면면이 활짝 피었네 / 桃花面面開

원림에서 적막함 달게 지키지만 / 園林甘守寂

문주에 참예한 일도 생각나누나 / 文酒憶追陪

모를레라 백발은 대체 무슨 일로 / 白髮知何事

청춘을 이다지도 시기한단 말인가 / 靑春苦見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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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2권 / 시류(詩類)

세 번째 화답하다. 4수

 

시절에 느껴라 계절 경치에 놀라고 / 感時驚節物

병이 많으니 정서 또한 줄어드누나 / 多病少情悰

세상살이는 몸이 부쳐 삶 같거니와 / 處世身如寄

방은 겨우 무릎을 들여 놓을 만한데 / 開窓膝可容

의관 차림 게으름을 깨닫겠어라 / 頗覺衣冠懶

세수도 않고 머리도 빗지 않은 채 / 從敎盥櫛慵

질항아리에 막걸리를 사다 놓고 / 瓦盆沽白酒

애오라지 아내와 함께 마시노라 / 聊復細君共

 

띳집에 하루 종일 비가 내리어 / 茅齋終日雨

낙숫물은 주룩주룩 떨어지는데 / 簷溜響郞當

잠깐 앉아서 세 차례 훈목을 하고 / 小坐三薰沐

그윽한 회포로 시 읊고 술 마시네 / 幽懷一詠觴

시름 베는 창포 칼은 짧기만 한데 / 割愁蒲劍短

한 잡매는 버들 실은 길기도 해라 / 繫恨柳絲長

고요한 낮에 오는 사람 드물기에 / 晝靜人來少

외로이 읊조려 단편시를 짓노라 / 孤吟賦短章

 

답청이라 좋은 명절이 다가오니 / 踏靑佳節近

일기가 좋이 맑고도 화창하구려 / 風日好淸酣

부드러운 풀은 깔고 앉기에 좋고 / 草軟氈宜坐

찬란한 꽃은 모자에 꽂고 싶어라 / 花繁帽欲簪

세월 보내긴 한가함이 또한 낫지만 / 優游閑亦勝

행락이야 병든 몸이 어찌 감당하랴 / 行樂病何堪

원컨대 인간의 일을 죄다 버리고 / 願棄人間事

마음 먹고 참선이나 실컷 하려네 / 將心飽佛參

 

세월은 하는 일 없이 보내는데 / 白日悠悠度

봄은 빨리빨리 늘 찾아오누나 / 靑春鼎鼎來

공명 좇다 낯은 이미 늙었거니와 / 功名顔已皺

인간 세상은 입 열기도 어려워라 / 人世口難開

계방의 자리엔 당시에 모였지만 / 桂榜當時會

미원에선 그 몇 번이나 뫼셨던고 / 薇垣幾度陪

이젠 모두가 한바탕 꿈만 같아라 / 至今渾似夢

서로 좋아할 뿐 시기하진 않았지 / 相喜不相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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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2권 / 시류(詩類)

네 번째 화답하다. 4수

 

고마워라 그대 좋은 시구 보내주고 / 感君遺好句

나의 생각 다 쏟음을 알아준 것이 / 知我瀝卑悰

담박한 교정은 죽기로 약속하고 / 淡交頸相刎

권문 세가엔 발을 들여놓지 않네 / 炎門足不容

생계 영위는 가난하고도 졸렬하고 / 謀生貧轉拙

일 처리엔 병에다 게으름 겸했는데 / 處事病還慵

또한 기쁜 건 높은 행차 들러주어 / 且喜高軒過

나날이 함께 청담을 나눈 거라오 / 淸談日日共

 

일 년 중에 가장 아름다운 계절을 / 一年最佳處

삼월이라 지금 정히 딱 만났구려 / 三月今政當

증점은 일찍이 봄옷을 만들었고 / 點也成春服

왕희지는 곡수에 술잔을 띄웠지 / 羲之泛羽觴

촛불 밝히고 짧은 밤을 꺼려하고 / 秉燭猶嫌短

술잔 보며 긴 해를 보내기도 해라 / 看杯故遣長

청광의 옛 작태는 그대로 남아서 / 淸狂餘故態

스스로 하지장의 일에 비긴다오 / 自擬賀知章

 

비 오고 나면 갠 경치 또한 좋아라 / 雨來晴亦好

만물에 훈훈한 봄기운이 왕성하네 / 物物逞春酣

못은 넓직해라 청동의 거울 같고 / 池闊靑銅鏡

산은 빼어나서 벽옥의 비녀 같고 / 山抽碧玉簪

복사꽃은 예쁘게 말을 할 듯하고 / 小桃嬌欲語

실버들은 약해서 제 감당을 못 하네 / 細柳弱無堪

천지간의 위대한 조화를 관찰하니 / 俯仰觀元化

삼재에 스스로 참여할 만하구려 / 三才自可參

 

늦은 봄에 꾀꼬리는 아직 안 오고 / 暮春鶯不到

사일에 제비만 처음 찾아왔구나 / 社日燕初來

뜨락의 대는 서로 헤아려 푸르고 / 階竹商量碧

정원의 꽃들은 차례로 피어나네 / 園花次第開

다시 기약하노라 명절을 만나거든 / 更期佳節過

길이 고인을 모실 수 있게 되기를 / 長獲故人陪

조물주는 또한 일이 많기도 해라 / 造物還多事

해마다 병으로 나를 괴롭히네그려 / 年年病作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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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2권 / 시류(詩類)

길창부원군(吉昌府院君)에 대한 만사(挽詞) 4수

 

천지간에 태평한 운수가 열리니 / 乾坤開泰運

성악이 원로 대신을 탄강시켰네 / 星岳降元臣

책략은 어렵던 즈음에 정하였고 / 策定艱難際

공훈은 좌익의 시절에 높았도다 / 勳高佐翼辰

공명은 크고 작은 솥에 위치했고 / 功名居鼎鼐

초상은 기린각에 우뚝 걸렸구려 / 圖像上麒麟

갑자기 기성 미성을 타고 오르니 / 忽此乘箕尾

어느 누군들 상심하지 않을쏜가 / 何人不愴神

 

두 손으로는 친히 태양을 붙들고 / 兩手親扶日

한 마음은 하늘 때우길 맹세했네 / 一心誓補天

공은 반란이 많은 때에 먼저 세웠고 / 功先多亂日

눈으로는 태평 시대를 직접 보았네 / 眼見太平年

성주는 한창 덕 있는 이 숭상하는데 / 聖主方崇德

하늘은 문득 어진 이를 뺏어가누나 / 皇天遽奪賢

당당한 그 모습을 어찌 다시 보랴 / 堂堂寧復有

국가를 위해 한 번 눈물을 흘리노라 / 爲國一潸然

 

부귀는 진작 유감없이 누렸지만 / 富貴曾無憾

애석한 건 수가 길지 못했음일세 / 堪嗟壽不長

오십 년 동안의 일을 회상해보니 / 回頭五旬事

뜻을 얻은 건 겨우 십 년 남짓일세 / 得意十年强

그만이로다 천종록의 즐거움이여 / 已矣千鍾樂

어느덧 한 거울이 없어졌네그려 / 居然一鑑亡

공의 구천의 한을 내가 알고말고 / 知公九泉恨

백발의 노친이 아직 계신 거로세 / 白髮有高堂

 

깊은 정리는 형제의 우애와 같아 / 情鍾雨兄弟

예전부터 서로 의기투합했으니 / 夙昔有襟期

훈업은 남들이 모두 우러르지만 / 勳業人皆仰

풍류는 나 혼자만이 알고 있다오 / 風流我獨知

청담을 할 적엔 옥주를 휘두르고 / 淸談揮玉

고상한 흥취는 술잔에 비쳤는데 / 雅興映金巵

남은 의론을 다시는 못 듣겠으니 / 無復聞餘論

흐르는 눈물을 어찌 감당하리오 / 那堪涕泗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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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2권 / 시류(詩類)

봄날에 앓고 일어나서 회포를 써서 자휴(子休)에게 부치다. 5수

 

만년에 병이 빌미가 된 걸 자못 깨달았거니 / 頗覺殘年病作媒

냉관의 문호를 그 누구를 위해 연단 말인가 / 冷官門戶爲誰開

책 베고 자고 환약 짓느라 세월은 흘러가고 / 枕書丸藥光陰過

한식 답청절을 지나 계절 경치는 재촉하네 / 寒食踏靑節物催

풀빛이 반쯤 퍼져 연기는 점차 다스워지고 / 草色半勻煙漸暖

복사꽃이 피려 할 제 비는 자주 내리는구나 / 桃花欲放雨頻來

백발이 봄놀이에 안 맞는 걸 알지 못하여 / 不知白髮非春事

흥겨우면 때때로 항아리에 술을 빚는다오 / 有興時時撥甕

 

이월이라 봄바람이 도성 가득 불어와서 / 二月東風吹滿城

잠깐 추웠다 다스웠다 흐렸다 갰다 하는데 / 乍寒乍暖乍陰晴

땅에 스친 버들가지는 의지할 데 없건만 / 柳絲拂地自無賴

담장 넘어온 푸른 대는 정이 있는 듯하네 / 竹色過牆如有情

두보는 옷 잡혀라 가난해도 즐거웠거니와 / 杜甫典衣貧亦樂

희지는 계사를 치르어 병이 생기지 못했지 / 羲之修禊病難成

긴긴 날 그윽한 집에 찾아오는 사람은 없고 / 日長深院無人到

자고 깨니 남창 밑에 약 끓는 소리만 나네 / 睡起南窓沸藥聲

 

수척한 뼈는 앙상하고 귀밑털은 희어라 / 瘦骨稜稜鬢有絲

불우한 신세 만년엔 서치가 되어버렸네 / 蹉跎歲晩坐書癡

한가함은 늙은이의 안심처임을 알거니와 / 閑知老物安心處

병듦은 바로 은자의 심성 기르는 때로다 / 病是幽人養性時

나는 양웅처럼 적막함을 달게 여기거니 / 自分揚雄甘寂寞

시험 삼아 장수 따라 지리를 배워 보려네 / 試從莊叟學支離

그대는 같은 동갑으로 한창 강건하건만 / 如君同甲方强健

되레 한스러워라 공명이 더딤을 어찌할꼬 / 翻恨功名奈爾遲

 

우리 무리 늙었도다 감개가 무량하여라 / 老矣吾曹憾慨深

친구들 연회에도 서로 찾기 게을러지네 / 同盟宴會懶相尋

풍류로 방탕했던 건 당시의 일이었고 / 風流落魄當時事

적막하고 쓸쓸함은 오늘의 심정이라오 / 寂寞蕭條此日心

그대는 낮은 벼슬로 장 불우함이 가련하고 / 薄宦憐君長蹭蹬

나는 묵은 병으로 마냥 신음한 게 부끄럽네 / 沈愧我費呻吟

좋은 명절 잘 보내기를 부디 언약하노니 / 丁寧有約酬佳節

저창 속에 다시 천짐을 하도록 해야겠네 / 低唱宜敎更淺斟

 

이 몸은 병이 많으니 휴휴해야 하려니와 / 此身多病可休休

더구나 공명은 이미 유후로 만족했는 걸 / 況復功名已足留

성곽 밖의 박한 땅은 온통 돌이 절반이요 / 郭外薄田渾半石

산중의 낡은 집은 거룻배보다 협소하네 / 山中老屋小於舟

선객이 황학 탔단 말은 진작 들었거니와 / 曾聞有客騎黃鶴

알괘라 그 어떤 이는 갈매기와 친했던고 / 知有何人狎白鷗

이 몸 스스로 결단함을 스스로 결단해야지 / 自斷此生當自斷

누가 이 흥취를 공연히 유유하다 말하는고 / 誰言是興謾悠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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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2권 / 시류(詩類)

동년(同年) 신 중승(申中丞) 자승(自繩) 에게 부치다. 이때 중승이 분순(分巡)을 마치고 한가하게 지내고 있었다. 3수

 

당년에 동방급제한 우리 삼십삼 인 중에 / 當年同牓卅三人

세어 보니 지금 절반은 티끌이 되어버렸네 / 屈指如今半作塵

한마을서 종유한 이는 오직 자네였으니 / 閭閈陪從唯有子

술병 갖고 왕래하며 더욱 서로 친했었지 / 壺樽往復更相親

불우한 나는 병 앓는 지 지금 석 달째인데 / 蹉跎抱病連三月

적막 속에 마음 놀래라 또 한 봄이 되었네 / 寂寞驚心又一春

아침에 꽃비 내리는 걸 서글피 바라보며 / 惆悵朝來落花雨

오사모 젖혀 쓰고 말 없이 난간 기대노라 / 倚闌無語岸烏巾

 

문정은 쓴 듯이 사람 없어 적적한 데다 / 門庭如掃寂無人

문 닫고 분향하니 티끌 하나 안 보이네 / 閉閤焚香絶點塵

스스로 저생이 있어 시는 읊을 수 있건만 / 自有楮生聊可語

다시 환백은 없으니 누구와 서로 친할꼬 / 更無歡伯與誰親

땅에 가득한 이끼는 빗속에 그대로이고 / 苔錢滿地因循雨

발에 날아오른 개지는 자연스러운 봄이로다 / 花雪飛簾自在春

병중에 돌아갈 흥취를 감당할 수 없어라 / 病裏不堪歸去興

아이 불러 곧장 내 건거를 명하고 싶네 / 呼兒直欲我車巾

 

공명이란 두 글자가 사람을 늙게 하여라 / 兩字功名老却人

가죽신 신은 두 다리로 뿌연 먼지를 밟네 / 烏靴雙脚踏紅塵

망녕되고 그릇된 계책이야 어디에 쓰랴만 / 狂謀謬算將焉用

남달리 고상한 담론은 친할 이가 적고말고 / 異論高談少見親

병중의 쓸쓸함은 결하에 든 승려 같고 / 病裏蕭條僧結夏

취한 뒤의 설레임은 바람난 여인 같다오 / 醉餘搖蕩女懷春

일생 백 년 만사 중에 술만 한 것 없거니 / 百年萬事無如酒

도잠의 두건을 서로 저버리지 마세나 / 莫負陶潛頭上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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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2권 / 시류(詩類)

세 번째 화답하다. 3수

 

지척의 이웃에 반가운 사람이 따로 있는데 / 咫尺芳鄰隔玉人

배꽃의 밝은 달은 티끌 없이 맑기만 하네 / 梨花明月澹無塵

두릉은 술자리를 늘 이웃과 함께했었고 / 杜陵樽酒煩同里

원량은 금서로 친척과 담화하려 했었지 / 元亮琴書欲話親

하루하루 세월 보냄은 뜬세상 일이지만 / 暮鼓朝鐘浮世事

좋은 경치 완상하는 건 봄이 제때고말고 / 賞心美景及時春

죽은 뒤에 운대에 남긴 공명의 글자가 / 雲臺死後功名字

생전에 술 걸러 마신 두건을 당할쏜가 / 可博生前漉酒巾

 

늙은 나이로 소년들에게 길이 부끄러워라 / 老年長愧少年人

백 길의 백발로 만 길 먼지 속을 헤매다니 / 百丈霜毛萬丈塵

꿈은 아직도 황갑 모임에 아련할 뿐이요 / 魂夢尙迷黃甲會

왕래한 이 중에 백정과는 친한 적 없네 / 往來無復白丁親

시렁 가득한 장미꽃은 햇볕을 먼저 쬐고 / 蘼滿架先烘日

뜨락에 선 작약꽃은 봄이 끝날 무렵이라 / 芍藥當階欲殿春

급히 계집애 불러 술 한 잔 내다 마시고 / 急喚小娃供一酌

오사모 쓰고 조용히 안석에 기대 있노라 / 靜憑烏几頂紗巾

 

산림 속에서야 어찌 한 사람인들 만나랴만 / 林下何曾見一人

내 인생은 명리의 티끌 속에 골몰하는 걸 / 此生汨沒利名塵

청산과의 약속은 그 몇 해나 저버렸던고 / 幾年酷負靑山約

갈매기 찾아 서로 친할 꿈만 자주 꾼다오 / 有夢相尋白鳥親

통음과 미친 노래로 공연히 세월만 보내고 / 痛飮狂歌空度日

녹봉 받아 몸 보전하며 툭하면 해를 넘기네 / 容身持祿動經春

전원에 돌아가 혹 도잠의 풍취 얻는다면 / 歸來儻得陶潛趣

금리 선생의 오각건은 없지 않으련마는 / 不乏先生錦里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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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2권 / 시류(詩類)

네 번째 화답하다. 3수

 

태평성대에 준걸한 인재를 높이 등용하니 / 聖代登崇用俊人

명성 날리는 고관 행차가 도성에 그득하네 / 蜚英冠蓋九街塵

공명 우뚝한 장상들은 기룡의 후예이고 / 功名將相夔龍後

인물 뛰어난 문장들은 이두에 가까워라 / 人物文章李杜親

예악을 중흥한 지는 백 년이 되는 날이요 / 禮樂中興百年日

태평가를 함께 불러라 만백성의 봄일세 / 謳歌同樂萬家春

영웅들이 줄을 이어 기린각에 올랐건만 / 英雄袞袞麒麟上

산림의 한 은사는 등용하지를 않는구려 / 不用山林一角巾

 

갑자년 문과는 인재를 얻었다 호칭했거니 / 甲子文科號得人

행원에 말 달리며 훌륭한 명성 날렸었지 / 杏園飛蹴芳塵

한림에 선발된 것은 내 분수가 아니거니와 / 鑾坡忝選非吾分

어사대에 이름 날릴 땐 누가 자네와 친했나 / 柏府騰名孰子親

두 조정의 전성시대를 만남에 미쳐서는 / 及見兩朝全盛日

한 시대의 태평한 봄 만난 걸 기뻐했는데 / 忻逢一代太平春

생각하면 썩은 선비가 무슨 일을 했던고 / 腐儒自顧成何事

임금 은혜 못 갚은 채 머리만 희어버렸네 / 未報君恩雪滿巾

 

서책 속에서 오랫동안 성인을 마주하여 / 黃卷多時對聖人

티끌 하나 없이 마음을 깨끗이 맑혔건만 / 洒然心地炯無塵

공자의 담장 두어 길은 미쳐가기 어렵고 / 孔牆數仞思難及

안자의 한 표주박만 겨우 친할 뿐이라오 / 顔巷一瓢只可親

팥죽 사발과 홑이불에 하고한 날 즐겁고 / 豆粥裯衾長日樂

들꽃과 산새들은 똑같이 봄을 누리네 / 野花山鳥一般春

사문은 안 망했는데 나만 심히 쇠했어라 / 斯文未喪吾衰甚

상제께서 밝게 내 머리를 비추어보는 걸 / 上帝明明照我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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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2권 / 시류(詩類)

다섯 번째 화답하다. 3수

 

그 옛날 옥당의 한때 사람들을 기억하노니 / 玉堂曾記一時人

무능한 사람 가리지 않아 말석에 참여했지 / 不分疎才忝後塵

좋은 때 성군 만남이 스스로 자랑스러워라 / 際會自多逢聖主

공명은 오로지 어머님 받들기 위함이라오 / 功名端爲奉慈親

허나 유유히 삼천독을 상주하지 못한 채 / 悠悠未奏三千牘

녹록한 꼴로 지금 이십 년을 지내버렸네 / 碌碌今過二十春

성대에 요행히 녹봉 훔친 게 부끄러우니 / 僥倖明時慙竊祿

유관으로 신세를 그르쳤다 말하지 마소 / 莫言身世誤儒巾

 

봄 경치가 사람 마음을 쉬 산란케 하여라 / 春來景物易撩人

부슬부슬 가랑비는 먼지도 일으키질 않네 / 小雨廉纖不動塵

마시고 쪼는 병아리들은 죄다 제각각인데 / 飮啄鷄兒渾漫與

날아오는 제비들은 짐짓 서로 친애하누나 / 飛來燕子故相親

한적한 집 울타리엔 배꽃이 눈처럼 내리고 / 溶溶院落梨花雪

술 그릇엔 넘실넘실 죽엽주가 그득하거니 / 瀲瀲壺樽竹葉春

취하여 부축받고 동쪽 이웃집으로 가서 / 欲向東鄰扶醉去

깊은 밤 모자 가득 밝은 달을 이고 싶구려 / 夜深明月滿烏巾

 

창 앞에 단정히 앉아 앓으며 읊는 사람은 / 小窓端坐病吟人

시서의 책장 가득한 먼지도 털지 않은 채 / 懶拂詩書滿架塵

닭 잡고 밥 지어 반가운 손 안 옴을 한하고 / 鷄黍恨無佳客至

염이가 부르며 때론 아내와 친하기도 하지 / 扊時復細君親

한가로이 정원에 꽃비 내리는 것을 보고 / 閑看庭院落花雨

못 둑에 봄풀 나는 꿈을 꾸기도 하여라 / 夢覺池塘生草春

인생은 백년 동안 행락이나 할 뿐이거니 / 百歲人生行樂耳

벼슬을 무엇하랴 눈물이 건을 적시려 하네 / 宦遊何用欲霑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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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2권 / 시류(詩類)

향인(鄕人) 최 상사(崔上舍) 맹연(孟淵) 가 부쳐온 시에 차운하다. 5수

 

산림 속을 한사코 깊이 들어가려 했기에 / 入林猶恐不深深

자네의 고상한 자취를 찾을 길이 없었네 / 子有高蹤未可尋

부끄러워라 나는 홍진 속에 늙어가면서 / 愧我紅塵空白首

초췌한 몰골로 십 년을 남음만 배웠다오 / 十年憔悴學南音

 

달성산 아래엔 내 고향 산천이 깊숙한데 / 達城山下故山深

삼경은 묵었지만 꿈이면 늘 찾아간다네 / 三逕荒涼有夢尋

이미 서책 싸들고 가서 늙을 계획 했거니와 / 已作束書終老計

산림 속에 친구 있음도 진작 알았고말고 / 早知林下有知音

 

띳집의 대 울타리는 깊고 또 깊숙한데 / 屋竹籬深復深

산승과 야로가 날마다 서로 찾아오겠지 / 山僧野老日相尋

인간엔 전원 생활의 흥취만 한 것 없거니 / 人間無似田園興

뜬 세상 공명이야 새 소리로 간주해야지 / 浮世功名過好音

 

우리 집은 반곡이라 그윽하고 깊숙하여 / 吾家盤谷窈而深

때로 언덕 지나고 골짝도 찾을 만하다오 / 時復經丘壑可尋

내 아이 문 앞에서 슬피 기다리지 말라고 / 稚子候門休悵望

그대 돌아가거든 내 소식부터 전해주게나 / 憑君歸去報先音

 

금호의 흐르는 물은 반 상앗대쯤 깊거니 / 琴湖流水半蒿深

입택의 백구와의 맹세를 찾고자 하노라 / 笠澤鷗盟擬欲尋

그 밖에 팔공산엔 수많은 사찰들이 있으니 / 更有公山多少寺

우리 함께 돌아가 솔바람 소리를 듣자꾸나 / 共君歸去聽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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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2권 / 시류(詩類)

내가 잠 상인(岑上人)을 일찍부터 알았지만, 서로 만나지 못한 것이 지금 20여 년이 되었는데, 하루는 와서 나를 알현하고 이어 말하기를 “잠(岑)이 계림(鷄林)의 남산(南山)에 터를 잡아서 두어 칸의 정사(精舍)를 짓고 좌우로 서책을 쟁여 두고 그 사이에서 배회하며 읊조리니, 산중의 사시(四時)의 오락거리가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것이 있어, 잠은 장차 여기에서 늙고 여기에서 입적하려고 합니다. 일전에 천 리 밖으로 유람을 나와서 경도(京都)까지 다다랐는데, 내일은 의당 석장(錫杖)을 짚고 돌아가야 하니, 바라건대 선생께서 한 말씀을 주시어 나의 정사를 꾸며주셨으면 합니다.” 하였다. 나는 오랜 병치레 끝에 붓을 놓고 읊조림을 멈춘 지 여러 날이 되었지만, 스님의 부탁을 어기기가 어려워 붓을 달려 근체시(近體詩) 여섯 수를 써서 떠나는 행차에 주는 바이다.

 

어느 해에 황금 기울여 정사를 열었는고 / 何年精舍側金開

만리 밖 강산들이 좌석 앞에 들어오겠네 / 萬里江山入座來

오극엔 하늘 나직해라 한해와 연하였고 / 鼇極天低連瀚海

계림엔 아침 해 돋아라 봉래와 근접했지 / 鷄林日出近蓬萊

반월성 머리엔 노란 단풍잎이 떨어지고 / 半月城頭黃葉落

첨성대 아래엔 흰 구름이 겹겹 쌓였으리 / 瞻星臺下白雲堆

상인은 천지간의 독특한 안목을 갖췄기에 / 上人一隻乾坤眼

동해를 작은 술잔처럼 앉아서 내려볼 테지 / 坐瞰東溟小似杯

이상은 정사(精舍)의 경취(景趣)를 총괄하여 말한 것이다.

 

적적한 봄 산중에 한 절 집은 고요한데 / 春山寂寂一招提

마음 내키면 죽장 망혜로 한가히 거니네 / 隨意閑行輒杖鞋

영롱한 대나무 빛은 작은 섬돌에 비치고 / 竹色玲瓏侵小砌

은은한 꽃향기는 앞 시내를 건너가리 / 花香荏苒渡前溪

한가한 구름 지친 새는 생각에 거리낌 없고 / 閑雲倦鳥思無累

흐르는 물 높은 산은 이치는 본래 같고말고 / 流水高山理本齊

때로 출정했다가 다시 입정하곤 하여라 / 出定有時還入定

선심은 이미 진흙에 붙은 개지가 되었네 / 禪心已作絮霑泥

이상은 봄 경치를 말한 것이다.

 

푸른 산은 그윽하여 깊고 또 깊숙하고 / 靑山窈窕深復深

용 같은 고목들은 넓은 그늘을 펼쳤는데 / 老樹如龍布

절벽의 폭포는 공중에 뿌려 눈발을 이루고 / 巖溜洒空渾作雪

골짝 가득 솔바람은 거문고 소리 방불하리 / 松濤滿壑響於琴

흰 구름은 아득해라 황학이 날아오르고 / 白雲渺渺飛黃鶴

푸른 대는 흔들려라 취금이 스쳐가겠지 / 綠竹搖搖拂翠禽

인간에 땀이 비 오듯 흐름을 못 믿고말고 / 未信人間汗如雨

창 앞은 한여름도 가슴이 시원할 테니까 / 軒窓六月爽煩襟

이상은 여름 경치를 말한 것이다.

 

초당의 가을비가 오동잎을 떨어뜨리면 / 草堂秋雨滴梧桐

한바탕 서늘한 기운이 집 안에 가득하리 / 一陣新涼滿院中

물 북쪽 남쪽엔 갈대꽃이 하얗게 피고 / 水北水南葦花白

산 앞쪽 뒷쪽엔 버들잎이 붉어지거든 / 山前山後檉葉紅

하늘 땅 만리 멀리엔 기러기가 높이 날고 / 乾坤萬里高飛鴈

바람 이슬 찬 삼경엔 귀뚜라미 홀로 울겠지 / 風露三更獨語蛩

한밤중의 회포가 흡사 물처럼 깨끗할 제 / 入夜情懷淸似水

창공의 밝은 달은 누각 동쪽에 떠오르리 / 碧空明月小樓東

이상은 가을 경치를 말한 것이다.

 

쌓인 눈 날려날려 하얀 옥이 일만 층이라 / 積雪飛飛玉萬層

산중엔 길이 없고 얼음판만 미끄러울 제 / 山中無路滑凝氷

질화로엔 온종일 향 연기가 타오르고 / 瓦爐終日香煙裊

온돌은 밤새도록 불기운이 왕성하리 / 土突通宵火氣騰

눈 쌓인 솔바람은 문풍지를 마구 울려대고 / 松雪撼風鳴紙帳

매화는 달빛에 섞여 깁 바른 등을 비추는데 / 梅花和月映紗燈

포단에 가부좌하고 조용히 앉아서는 / 蒲團黙黙跏趺坐

손이 짜증을 내건 말건 불러도 대답 없으리 / 客至從嗔喚不應

이상은 겨울 경치를 말한 것이다.

 

상인을 못 만난 지 삼십 년이 되어가는데 / 不見上人今卅年

거듭 와서 보니 면목이 예전 그대로일세 / 重來面目摠依然

사방을 유람해 삼생의 소원을 이루었기에 / 遊方始償三生願

벽을 향하여 장차 일미선에 들어가려 하네 / 面壁會參一味禪

교유함에 있어 나는 지둔과 같고 싶은데 / 交遊我欲同支遁

시구에 있어 스님은 응당 선권을 잇겠지 / 詩句師應繼善權

가고 또 가서 옛 산을 어느 날에 당도할꼬 / 去去故山何日到

거실 앞엔 응당 소나무 가지가 드리웠으리 / 也知松偃上方前

이상은 기약 없이 서로 이별하는 뜻을 서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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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2권 / 시류(詩類)

신 동년(申同年) 자승(自繩) 이 최 동년 언보(崔同年彦甫)에게 준 시운(詩韻)을 사용하여 부쳐왔으므로 차운하다. 5수

 

병중에 등한하고 게으름을 그 누가 알랴 / 病裏疎慵誰得知

해가 한낮이 돼서야 잠자리서 일어났네 / 日高三丈起眠遲

갑자기 문 두드린 소리 듣고 막 놀라 깨니 / 忽聞剝啄初驚覺

정히 숨은 선비가 편지를 보낸 때로구려 / 政是幽人折簡時

 

한가한 때라서 봄놀이도 혹 알 만하거니 / 閑中春事或相知

성긴 주렴 다 걷고 잠깐 앉기도 더디겠네 / 捲盡疎簾小坐遲

바라건대 종아이 보내서 땅을 쓸지 말게나 / 要遣童奴休掃地

뜰 가득 비바람에 꽃 떨어지는 때이로세 / 滿庭風雨落花時

 

저녁 숙직 아침 조참은 게을러 나 몰라라요 / 夕直朝衙懶不知

전원을 돌다간 때로 혹 더디 돌아온다네 / 巡園時復得歸遲

나무마다 두루 핀 꽃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 細看樹樹花開遍

지난해에 옮겨 심은 그때가 기억나누나 / 記得前年移樹時

 

한가함 속에 일을 약간 아는 게 우스워라 / 自哂閑居强事知

봄은 너무 빨리 가고 손은 더디 오는구려 / 春歸大速客來遲

답청절 한식절이 이미 다 지나버렸으니 / 踏靑寒食皆消盡

응당 숨은 사람들 문 닫고 있을 때이로다 / 都是幽人閉閤時

 

사십의 두로를 진작 알 수 있었거니와 / 四十頭顱已可知

연래엔 병이 많아 점점 쇠해가니 말일세 / 年來多病漸衰遲

봄 절반 이상을 시름 속에 지내고 보니 / 一春强半愁邊過

향화 방초 무성한 춘삼월을 저버렸구려 / 辜負芳菲三月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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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2권 / 시류(詩類)

재차 화답하다. 5수

 

자네의 재주 명성은 온 세상이 다 아는데 / 子有才名一世知

어이해 재상 되는 게 십 년이나 더디는고 / 如何作相十年遲

장마로 현상 그리는 날을 정히 만났으니 / 正當霖雨思賢日

명당에 동량이 되는 때를 보고만 싶구려 / 擬見明堂作棟時

 

인간의 오만 일을 사전에 알 수가 있나니 / 人間萬事可前知

사물 이치는 분명 조만이 있을 뿐이라네 / 物理分明有早遲

흰 오얏꽃 빨간 복사꽃은 한때일 뿐이지만 / 李白桃紅一時事

솔과 대의 푸름은 겨울에도 볼 수 있고말고 / 松篁可見歲寒時

 

짙고 옅은 인정은 전혀 알 수 없거니와 / 濃淡人情百不知

공명은 참으로 마려처럼 더디기만 하네 / 功名眞似磨驢遲

십 년을 인재 등용 막고 어찌 안 부끄러우랴 / 妨賢十載寧無愧

털끝만큼도 성상을 보좌한 때가 없었는 걸 / 未有絲毫補聖時

 

내가 등 다습고 배부른 것 밖에 무얼 알랴 / 區區溫飽外何知

녹봉 받아 몸 보전으로 세월만 보냈는 걸 / 持祿容身歲月遲

절로 옛사람이 내 마음을 먼저 얻었으니 / 自有古人先得我

요부가 태평한 때에 나고 죽고 했음일세 / 堯夫生死太平時

 

구름 비 뒤집고 엎는 걸 내 능히 알거니 / 翻雲覆雨我能知

동년이 사리 판단 더디다 말하지 말게나 / 莫說同年見事遲

노병은 침범하고 벼슬은 유독 한산한지라 / 老病侵尋官獨冷

교유 관계가 진정 소년 시절만 못하구려 / 交遊不似少年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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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2권 / 시류(詩類)

세 번째 화답하다. 5수

 

한마을에 상종하면서 의기가 서로 투합해 / 相從里閈有心知

새 시에 화답하려니 시구 찾기도 더디어라 / 欲和新詩覓句遲

갑자기 생각나네 미원에서 모였던 그때가 / 忽憶薇垣當日會

바로 배꽃 활짝 핀 정원에 비 막 갠 때였지 / 梨花庭院雨晴時

 

수많은 꽃 피고 지는 걸 차례로 다 알거니 / 花落花開次第知

연꽃이 물 밖에 나오긴 아, 더디기도 하여라 / 芙蓉出水嗟較遲

묻노니 그대는 연전의 일을 기억하는가 / 問君能記年前事

푸른 일산 붉은 단장에 가랑비 내리던 때를 / 翠蓋紅粧細雨時

 

병든 몸이 흐리고 갬을 신통하게도 잘 알아 / 病骨陰晴聖得知

봄밤은 짧다고들 하나 나는 긴 게 짜증나네 / 春宵苦短苦嫌遲

어젯밤엔 빈 뜰에 부슬부슬 비 오는 소리가 / 蕭蕭昨夜空階雨

흡사 술통에 술 거르는 때랑 똑같았었지 / 恰似糟牀壓酒時

 

그대 집에 술 익을 때마다 나에게 알려와 / 酒熟君家報我知

반드시 병든 몸 일으켜 더디더디 마셨으니 / 也須扶病飮遲遲

달 밝은 밤 살구꽃 성긴 그림자 아래서는 / 杏花疎影月明夜

쇠한 늙은이 취해 거꾸러진 때도 보았었지 / 看到衰翁醉倒時

 

만사를 잠들어 몰라버리는 게 제일이길래 / 萬事無如睡不知

유유한 이 신세는 장차 은거하려 하노니 / 悠悠身世且栖遲

다만 우리 한마을 동년의 모임을 가지고 / 直將閭閈同年會

기영을 골라 모임 만든 때와 같이 할 걸세 / 看取耆英作會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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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3권 / 시류(詩類)

함길도 감사(咸吉道監司) 강효문(康孝文)이 부친 시에 차운하다. 4수

 

당발의 짙은 그늘은 세류영에 연했는데 / 棠陰連細柳營

대장기를 우뚝 세워라 장부의 행차로다 / 高牙大纛丈夫行

은하수 끌어다 뿌연 먼지 맑게 씻고 나면 / 挽河早洗黃雲淨

흑룡강 물이 거울 표면같이 편평해지리 / 黑水龍江鏡面平

 

병 앓는 신세로 세월만 허비하다 보니 / 病□身世費居諸

백발이 지금은 만 길 남짓이나 된다오 / 白髮如今萬丈餘

쓸쓸히 문 닫고 있자니 사람은 아니 오고 / 寂寞閉門人不到

일 많은 산새들만 띳집을 들레는구려 / 幽禽多事聒茅廬

 

질병은 점점 깊어지고 친한 이도 드물어 / 侵尋病骨少情親

의서와 술서를 보면서 한 봄을 보냈는데 / 藥卷方書度送春

만리 멀리 다정하게 안부 자주 물어주니 / 萬里殷勤頻問訊

그대의 사귀는 정의가 가장 진실하구려 / 故人交道最情眞

 

밥에 고기 없다고 장협가 길이 노래할 제 / 長歌彈鋏食無魚

선생이 척소서 보내준 게 일찍이 기뻤었지 / 曾喜先生尺素書

나는 고인의 그릇된 말을 한 번 비웃노라 / 我爲古人成一笑

친구 간에 자주 간하면 서로 멀어진다는 걸 / 誤言朋友數斯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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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3권 / 시류(詩類)

앞의 운을 사용하여 또 언보(彦甫)를 희롱하다. 4수

 

맑고 얕은 연못은 동이보다 더 작은데 / 小池淸淺小於盆

정우가 우뚝 서서 차군을 마주하였네 / 淨友亭亭對此君

후미진 땅 깊은 숲이 이은하기 알맞으니 / 地僻林深堪吏隱

손이 와서 함부로 문 두드리지 말게 하오 / 莫敎容易客敲門

 

뜨락의 구기자는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데 / 當階枸杞暗生馨

구절 창포를 복용하여 성령을 기르노니 / 九節昌蒲養性靈

병이 많아 술 피함은 잠시일 뿐이다마다 / 多病諱杯聊爾耳

손이 오면 때때로 취하여 깨지 못하는 걸 / 客來時復醉無醒

 

전내기 막걸리를 질동이에 가득 채워 두고 / 濁酒醇醲滿瓦盆

때때로 홀로 마시며 그대 생각 몹시 한다네 / 時時獨酌苦思君

이 늙은이 고개 움츠리는 걸 혐의치 말게나 / 休嫌老物頭長縮

예로부터 냉관은 권세가를 두려워한다오 / 自古冷官怕熱門

 

집은 누추하지만 덕이 오직 향기롭나니 / 室雖卑陋德惟馨

인걸 지령의 의미를 그 누가 알겠는가 / 人傑誰知是地靈

늙은 나는 문 닫고 길이 앓아 누웠지만 / 老我關門長臥病

알괘라 그대는 잠시도 술 깰 때가 없겠지 / 知君無復片時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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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3권 / 시류(詩類)

이차공(李次公)이 부친 시에 차운하다. 5수

 

새그물 쳐진 채 문 닫고 깊이 들앉아서 / 雀羅無恙閉門深

단지 시회만 날마다 찾아다닐 뿐인데 / 只有詩盟日可尋

고금의 일은 두 눈으로 다 열람했거니와 / 閱事古今雙眼在

상심 속에 두 귀밑은 어느덧 희어버렸네 / 傷心歲月兩毛侵

공명을 나로서는 의당 만족할 줄 알건만 / 功名似我宜知足

부귀 때문에 그 누구는 심장병을 앓는고 / 富貴何人謾捧心

백설 양춘을 그 누가 화답할 수 있으랴 / 白雪陽春誰得和

성긴 수염 다 꼬아도 읊지를 못하겠구려 / 疎髥撚盡不成吟

 

겹겹의 푸른 숲 속에 작은 정원은 깊숙한데 / 綠樹重重小院深

일 없이 한가하여 승경 찾기만 일삼노라니 / 閑中無事事幽尋

의관엔 이슬 떨어져라 대 그늘은 침침하고 / 衣巾翠滴竹陰合

장구엔 향내 풍겨라 꽃향기가 침범해오네 / 杖屨香生花氣侵

사랑스러운 청산은 약속이 있는 듯하거니와 / 媚靑山如有約

미쳐 나는 버들개지는 또한 무슨 마음인고 / 顚狂白絮亦何心

괴이하여라 나의 회포가 물보다 맑아서 / 怪來情思淸於水

조용히 거닐면서 하루 종일 읊기만 하네 / 步履行行盡日吟

 

정원 숲이 행여 깊지 못할까 염려하거니 / 園林猶恐不深深

속객이 어찌 애써 찾아올 필요가 있으랴 / 俗客何須費討尋

소나무는 용염을 떨치며 뜨락에 서 있고 / 松奮龍髥當砌立

죽순은 독각이 솟아 담장을 넘어가누나 / 抽犢角過墻侵

벽려는 남의 형세만 의지한 게 가련하여라 / 可憐薜荔徒依勢

때로는 파초를 사랑해 마음을 펴주려 하네 / 時愛芭蕉欲展心

응당 이 흥취 알 사람이 없음을 잘 알기에 / 也識無人知此興

한 잔 술로 그대와 함께 읊기만 생각한다오 / 一杯思復與君吟

 

작은 못에 물은 얕아서 술잔 깊이만 한데 / 小塘水淺似杯深

심어 놓은 버들은 이제 서너 길이나 자랐네 / 種柳今成三四尋

양쪽 언덕 부들은 바람에 그림자 움직이고 / 兩岸菰蒲風影動

한쪽 구기자나무엔 석양 그늘이 덮이누나 / 一邊枸杞晩陰侵

그윽한 꽃과 풀은 모두 진성을 지녔거니와 / 幽花幽草皆眞性

한가로운 새와 구름 또한 본심 그대로일세 / 閑鳥閑雲亦本心

생사 간에 태평함 그게 바로 참다운 낙인데 / 生死太平眞樂在

요부가 나보다 먼저 그런 시를 읊조렸었네 / 堯夫先我有詩吟

 

백 길의 뿌연 먼지에 말이 묻힐 지경이라 / 百丈紅塵沒馬深

전원에 돌아가는 꿈이 날마다 찾아오네 / 田園歸夢日相尋

울타리의 오동나무는 가을을 재촉하고 / 梧桐院落秋光早

연못의 연꽃 송이는 물기가 촉촉한데 / 菡池塘水氣侵

술은 흡사 황아가 술잔 위에 뜬 듯하고 / 酒似黃鵝浮斝面

생선회는 백설이 쟁반에 떨어진 것 같아 / 鱠如白雪落盤心

깊은 밤에 거룻배 타고 강 머리로 나가서 / 夜深搖艇江頭去

두 다리로 뱃전 구르며 크게 취해 읊었네 / 兩脚扣舷大醉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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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3권 / 시류(詩類)

다시 앞의 운을 사용하다. 5수

 

산같이 수척한 몰골에 병이 점점 깊어져 / 瘦骨如山病轉深

앞에 그득한 옛 서책을 거듭 찾기 싫어라 / 塵編滿眼懶重尋

청춘은 눈앞을 스쳐서 당당히 흘러가고 / 靑春過眼堂堂去

백설은 머리를 속여 자꾸만 침범해 오네 / 白雪欺頭故故侵

덧없는 세상의 공명은 일시적인 일이지만 / 浮世功名一時事

친구 간의 사귀는 정은 백년의 마음이거늘 / 故人交道百年心

괴이하게도 근래엔 높은 행차가 뜸해져서 / 邇來怪底高軒阻

온종일 띠 처마 밑에 홀로 앉아 읊조리네 / 終日簷獨坐吟

 

그대에게 사문의 기대 깊은 지 오래거니와 / 久矣斯文望子深

옥당의 지난 일들은 꿈속에서도 찾는다네 / 玉堂往事夢猶尋

벼슬길에 공명이 아득함은 알아야 하지만 / 須知宦路功名遠

유관에 세월이 침범함은 탄식하지 말게나 / 莫嘆儒冠歲月侵

당일의 재주 명성은 방안에 우뚝했고 / 當日才名高榜眼

지금의 훌륭한 명예는 반심에 떨어졌네 / 只今聲譽落班心

소리 안 이는 동년의 노인만 있을 뿐이니 / 知音唯有同年老

흐르는 물 높은 산을 마음껏 읊어보세나 / 流水高山滿意吟

 

말 타고 나가자니 진흙탕 길이 두려워 / 出門騎馬怕泥深

권문세가를 날로 심방하지 못하노니 / 不向權門日訪尋

칼 보며 술 마시면 한적하기 그지없고 / 看劍引杯閑寂寂

책 베고 환약 지어라 늙음만 엄습해 오네 / 枕書丸藥老侵侵

고독한 신세는 형체가 그림자 의지하고 / 伶身世形依影

전원에 돌아갈 일은 마음에게 말하면서 / 歸去田園口語心

요순 같은 임금 만들 꾀 없음이 부끄러워 / 堯舜慙無致君術

백발의 사업을 조용히 읊조림에 부쳤다오 / 白頭事業付沈吟

 

남은 술잔 식은 불고기 몹시도 부끄러워라 / 殘杯冷炙愧深深

뻔뻔스레 냄새 쫓아 찾아다닐 것 없고말고 / 不用强顔逐氣尋

환해와 수성은 서로 더불어 핍박해오고 / 宦海愁城相與逼

시맹과 필진 또한 혹 서로 침범해오지만 / 詩盟筆陣或交侵

세상의 실망스러운 일들일랑 논하지 말고 / 莫論世上蹉跎事

술자리에서 강개한 마음이나 토로해보세 / 且放樽前慷慨心

칼 뽑아 들고 노래할 테니 그대는 들어보소 / 拔劍我歌君試聽

수염 뽐내며 때로는 노룡음도 짓는다네 / 奮髥時作老龍吟

 

누가 짧은 두레박줄로 깊은 물을 길으랴 / 誰將短綆能汲深

지난 일들은 유유하여 찾을 수가 없구려 / 往事悠悠不可尋

순전과 대우모에선 읍양을 알 수 있지만 / 舜典禹謨知揖讓

노서와 진서는 서로 침략한 것뿐이로세 / 魯書秦誓只交侵

봉황은 덕이 쇠하여 자주 호목이 되었고 / 鳳兮衰德頻蒿目

기린은 상서 보이고 또 맘을 상하게 했네 / 麟也呈祥且棘心

만고의 사문이 아직 없어지지 않았기에 / 萬古斯文猶未喪

백발로 공연히 등잔 마주해 읊조리노라 / 白頭空對短檠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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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3권 / 시류(詩類)

세 번째 화답하다. 5수

 

동방의 동년으로 정분이 이미 깊어졌으니 / 同榜同年契已深

시단이며 술자리서 얼마나 서로 어울렸던고 / 詩壇酒席幾相尋

공명일랑 그대는 길이 좌절하지 않으련만 / 功名似子不長屈

조물은 나에게 끝없이 침범을 해오네그려 / 造物於予長見侵

고기 먹고 봉후 될 상은 본디 타고난다지만 / 食肉封侯元有相

무덤에서 빌어 부자 구함은 과연 무슨 맘인고 / 乞求富果何心

평생에 만사를 모두 분수에 편안할 뿐이니 / 平生萬事皆安分

서글프게 어찌 초음을 배울 필요가 있으랴 / 惆悵何須學楚吟

 

예로부터 의리가 가장 정밀하고 깊은 건데 / 由來義理最精深

한 자를 굽혀 어찌 여덟 자를 펼 수 있으랴 / 枉尺何能可直尋

누항에 참다운 낙이 있음을 알아야 하리 / 陋巷須知眞樂在

마음이 물욕의 침범을 받지 않은 때문일세 / 靈臺不受外情侵

탕의 정벌 순의 선위는 도 아님이 없거니와 / 湯征舜禪無非道

성인 공자 대현 맹자 또한 이 마음뿐이었네 / 孔聖鄒賢只此心

평생에 뜻 세울 곳이 있음을 내 아는지라 / 立志平生知有處

항상 서책 속의 고인을 대하여 읊는다오 / 簡編常對古人吟

 

쓸쓸한 세상살이 세월은 깊어만 가는데 / 落托生涯歲月深

면마와 시마가 늙은이만 유독 찾아드네 / 眠魔詩祟老偏尋

그 어떤 이는 가난을 구할 방도가 있는고 / 何人有術貧能救

나는 병 물리칠 약방 없는 게 한스럽다오 / 恨我無方病不侵

세상일이 말 머리에 뿔 나는 걸 알았노니 / 世事試知生馬角

인정이 소 먹을 기세임을 괴이타 말게나 / 人情莫怪食牛心

홑이불과 팥죽 이외엔 내 관여할 것 없어 / 裯衾豆粥餘無管

등잔불 다 돋우고 한밤중에 읊조리노라 / 挑盡靑燈半夜吟

 

반곡 안의 즐거움은 아늑하고도 깊건마는 / 盤中之樂窈而深

말 먹이고 수레 기름 쳐 어느 때나 찾을꼬 / 秣馬膏車幾日尋

역력한 강산은 온통 시야에 들어오는데 / 歷歷江山渾在望

유유한 노쇠한 병은 이미 먼저 침범했네 / 悠悠衰病已先侵

이름 날림은 본디 소년 시절의 일이지만 / 飛騰自是少年事

적막 속에 놀라운 건 만년의 마음이로다 / 寂寞堪驚殘歲心

성상의 은혜를 어느 날에나 다 보답할꼬 / 報答聖恩何日了

십 년을 고향 산천 읊는 걸로만 허비하였네 / 十年空費故山吟

 

평생에 술잔은 깊은 걸 싫어하지 않았고 / 樽酒平生不厭深

친구와의 모임 약속은 꼭 서로 지켰으니 / 故人猶可約相尋

취향 속의 풍월은 마냥 절로 화락하였고 / 醉鄕風月自熙

남가군의 천지는 서로 침략함도 없었지 / 柯郡乾坤無戰侵

세상 인정 반복무상함을 익히 보았거니 / 飽見世情猶反掌

다시 어찌 인간의 일을 마음에 두겠는가 / 復何人事可關心

강호에 방종하는 것이 의당 나의 일이라 / 江湖落魄宜吾事

뜻에 따라 길게도 읊고 짧게도 읊는다네 / 隨意長吟又短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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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3권 / 시류(詩類)

또 앞의 운을 사용하다. 3수

 

담장 넘어온 새 죽순은 처마와 가지런하고 / 過牆新筍與簷齊

물 밖에 나온 연꽃은 진흙에 물들지 않았네 / 出水芙蓉不染泥

시객은 붕어회를 읊는 게 어찌 안 되랴마는 / 詩客何妨吟膾

서생은 명아주국에 쌀가루도 못 넣는다오 / 書生不分糝羹黎

백발이 눈처럼 온통 흰 데에 이미 놀랐거니 / 已驚白首渾如雪

어찌 백성들이 가뭄에 비를 바라듯 하랴 / 豈有蒼生望若霓

세상 맛은 끝이 없고 한가함도 즐거운데 / 世味無窮閑亦樂

친구들은 술동이 거듭 휴대하여 와줄는지 / 故人樽酒可重携

 

만사를 어찌 배꼽 물 듯 후회할 것 있으랴 / 萬事何須悔噬齊

닥치는 대로 곤드레가 되도록 취할 뿐일세 / 逢場自可醉如泥

공명의 방취는 오직 사책에 남을 테지만 / 功名芳臭唯編簡

노병을 부지하는 건 단지 명아주 지팡일세 / 老病扶持只杖黎

주아에서는 그 누가 한발을 노래했던고 / 周雅何人歌旱魃

상림은 오늘 운예의 기대에 보답하였네 / 商霖今日答雲霓

그대에게 풍년의 흥취를 미리 말하노니 / 憑君預說豊年興

이사의 계돈이나 다시 가져올 수 있을지 / 里社鷄豚復可携

 

장생은 어찌하여 만물을 평등하게 보았나 / 莊生何用物論齊

초객은 진흙탕 파고자 함이 참으로 슬펐지 / 楚客堪悲欲掘泥

방탕하던 소년 시절은 협객과 같았는데 / 落魄少年同俠子

노쇠한 만년 행색은 고승과 영락없다오 / 衰遲晩節似闍黎

남녘 들엔 비가 오려고 황새가 울어대고 / 欲雨南郊鳴鸛鶴

서쪽 산마루는 막 개어 무지개가 걸렸네 / 初晴西嶺掛虹霓

온종일 찾아오는 사람 없이 외로이 읊느라 / 孤吟盡日無人到

때때로 붓대만 손에 자주 거머쥐곤 한다오 / 管子時時手屢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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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3권 / 시류(詩類)

자고(子固)의 시에 차운하다. 4수

 

나의 면목이 참으로 이와 같으니 / 面目眞如此

두로를 이미 알 수 있었고말고 / 頭顱已可知

일은 의당 후회가 없어야겠지만 / 事當無後悔

맘은 이미 이전 잘못을 깨달았네 / 心已悟前非

인간 세상은 교교하고도 요요하고 / 人世膠還擾

공명은 교활함이 어리석음 같아라 / 功名黠似癡

어느덧 실의에 빠진 사람이 되어 / 居然成濩落

앉아서 괴로이 시만 읊을 뿐이네 / 正坐苦吟詩

 

게으름과 한가함이 서로 짝했는데 / 慵與閑相伴

병은 응당 늙은이가 스스로 안다오 / 病應老自知

인정은 염량세태가 있거니와 / 人情有炎冷

세상일은 옳고 그름이 없구려 / 世事無是非

시구 찾아 때론 삼매경에 빠지고 / 覓句時三昧

책 돌려줌은 또 한 어리석음일세 / 還書又一癡

굶주려도 글자는 먹을 수 없나니 / 飢來難煮字

유난히 시를 좋아할 것 없다마다 / 不用酷耽詩

 

무쇠는 백번 단련해야 하거니와 / 鐵須百經鍊

황금은 또한 넷이 알 수가 있다오 / 金亦四能知

이젠 연명의 옳음을 깨달았으니 / 今覺淵明是

장차 백옥의 그름도 알아야겠네 / 行知伯玉非

아이에게는 인각의 상서가 없고 / 兒無麟角瑞

아비는 호두의 어리석음만 있으니 / 翁有虎頭癡

스스로 조소하건대 생전의 낙은 / 自哂生前樂

오직 헐후시만 남아 있을 뿐일세 / 唯存歇後詩

 

홀연히 극로인이 되려는 건지 / 忽忽耄將至

깜깜하여 아무것도 모르겠네 / 悠悠昏不知

천 년 만에 돌아온 새도 있었지만 / 千年有鳥有

만사는 말이 아닌 것이 아니라오 / 萬事非馬非

믿는 것은 오직 나의 충심이거니 / 信我惟丹悃

남이야 백치라고 웃거나 말거나 / 從人笑白癡

곤궁하여 아무것도 가진 건 없고 / 窮居無一物

단지 백 편의 시만 있을 뿐이라네 / 只有百篇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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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3권 / 시류(詩類)

잠 상인(岑上人)이 산중(山中)의 네 가지 맛을 말하면서 나에게 시를 요구하므로, 붓을 달려 써서 주다.

 

십 년 동안 길이 탁룡손을 보호해 오다가 / 十年長護籜龍孫

하룻밤 봄 천둥이 숨은 뿌리를 일으키자 / 一夜春雷起蟄根

급급히 주인 기다리다 돌아가기도 전에 / 忙待主人歸不得

옥 같은 모습 줄줄이 벌써 문 앞에 늘어섰네 / 森森如玉已當門

이상은 죽순(竹筍)을 읊은 것이다.

 

새파란 구기자나무가 산중에 가득하여 / 靑葱枸杞滿山中

긴 넝쿨은 용 같고 맺은 열매는 빨갛네 / 脩蔓如龍結子紅

차 끓이고 나물 무침은 다 작은 일이지만 / 煮茗沈渾細事

불로장생이 절로 큰 공을 기록할 만하네 / 長生自可策奇功

이상은 구기자(枸杞子)를 읊은 것이다.

 

산중엔 크나큰 소나무가 수없이 서 있으니 / 山中無數立長松

기름 같은 토맥에서 다순 기운이 솟아나와 / 土脈如膏暖氣鬆

팔월이면 버섯 꽃이 눈처럼 환하게 피어라 / 八月花明似雪

씹노라면 좋은 맛이 담박하고도 농후하네 / 嚼來滋味淡還濃

이상은 송이버섯〔松〕을 읊은 것이다.

 

산간에서 캐 온 고사리가 살이 통통 쪘는데 / 採採山間蕨子腴

삭정이를 주워다가 봄 부엌에서 삶아내네 / 枯枝拾得煮春廚

채소 중에 입에 맞는 나물이 어찌 없으랴 / 草中悅口那無物

지극한 맛 깊고 깊어 있어도 없는 것 같네 / 至味深深有若無

이상은 고사리를 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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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3권 / 시류(詩類)

잠 상인의 시운(詩韻)에 붓을 달려 차하다.

 

장안에는 훌륭한 저택도 많아서 / 長安多甲第

고관대작들이 문에 그득하건만 / 冠蓋塡巷門

나에겐 이 오두막집 하나가 있어 / 我有此屋廬

누추하기가 황폐한 마을 같은데 / 僻陋如荒村

삼 년 동안 길이 병치레를 하다 보니 / 三年長抱病

답답함을 그 누구와 말할 수 있으랴 / 鬱鬱誰與言

좋은 사람이여 참 좋은 사람이여 / 可人復可人

이제야 이 스님을 얻었네그려 / 乃能得此髡

조계엔 정통한 불법의 전수가 있어 / 曹溪有正傳

한 파가 그 근원에서 갈려 나왔는데 / 一派分其源

게다가 사문에도 유희하여 / 復遊戱斯文

위로는 희원 시대까지 궁구하고 / 上遡窮羲轅

전이며 반이며 고에 대해서는 / 曰典曰盤誥

아침 저녁도 잊고 토론을 하면서 / 討論忘晨昏

공자의 말씀을 공경히 준행하고 / 佩服尼丘聖

석가여래존자를 칭찬도 하였네 / 稱贊如來尊

그 밖에도 제자백가를 드나들면서 / 出入千百家

좌우로 학문의 근원을 만났기에 / 左右如逢原

문장은 천기에서 출출 나와 / 文章出天機

광대한 파도가 뒤쳐대듯 하고 / 浩汗波濤翻

필력은 힘차고도 굳센 데다가 / 筆勢遒以勁

의기는 어찌 그리도 뛰어난고 / 意氣何昻軒

늙은 나는 이미 무릎을 꿇고 / 老我膝已跪

천둥 벽력같이 두려워한다오 / 畏之如雷奔

나는 성질이 담박함에 치우쳐서 / 我性癖淡泊

이 시끄러운 세속 일을 싫어하여 / 厭此塵囂紛

두세 칸이나 되는 오두막집에 / 齋三兩椽

꽃과 대를 심어서 담장으로 삼고 / 花竹爲墻垣

날마다 그 가운데 소요하면서 / 日逍遙於中

내 집을 독락원에 비유도 하네 / 比之獨樂園

스님이 오면 미칠 듯이 기뻐하여 / 師來喜顚倒

한 번 웃고 술자리를 벌여 놓으면 / 一笑開壺樽

스님의 말은 매양 사람을 놀래고 / 出語輒驚人

의론은 흔천동지의 기세인 데다 / 議論猶騰掀

시와 술은 만나는 대로 즐기거니와 / 詩酒懽逢場

기능 따위는 다 논하기 어렵고말고 / 技能難俱論

나는 지금 절하고 머리 조아리며 / 我今拜稽首

금비로 내 눈 틔워주길 바랐더니 / 金篦刮我昏

세월은 스쳐가는 바람처럼 빠르고 / 歲月倏以颯

만나고 헤어짐은 뜬구름과도 같아 / 聚散如浮雲

갑자기 이제 다시 작별을 고하고 / 忽此還告別

훨훨 털고 높이높이 날아가누나 / 擧擧高飛騫

가을바람은 송별연에 불어오고 / 秋風吹祖筵

지는 해는 흡사 금쟁반 같은데 / 落日如金盆

서로 손 잡고 다시 머뭇거리며 / 携手復踟

말을 하려 하나 말을 잇지 못하네 / 欲語聲復呑

좋이 떠나 산중으로 들어가거든 / 去去山中去

참으로 나를 기억해 주려는가 / 相思憶我否

그대는 못 보았나 장안의 경박자들의 시도의 사귐이 / 君不見長安輕薄市道交

일생을 손 엎고 뒤집고 구름 비 만드는 걸 / 一生雲雨翻覆手

소 학사와 참료자 같은 / 蘇學士參寥子

고인의 사귀는 도리를 아는 자가 드무니 / 古人交道知者少

그대에게 이름 붙여 오래오래 전하고 싶네 / 與爾托名傳不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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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3권 / 시류(詩類)

잠 상인(岑上人)이 내가 부친 시운(詩韻)을 사용하여 좌(坐), 주(住), 행(行) 세 편의 시를 지어 나에게 보여주면서 화답을 요구하므로 다시 차운하다. 3수

 

산중에서 오랫동안 면벽했으니 / 山中久面壁

심화는 응당 타오른 적 없었으리 / 心火不曾然

창문엔 매화에 비친 달이 찍히고 / 窓印梅花月

주렴엔 백자향 연기가 어리었네 / 簾縈柏子煙

용은 바리때 안에 서리어 있고 / 龍蟠禪鉢內

호랑이는 불등 가에 누워 있구려 / 虎臥佛燈邊

반드시 수행한 곳을 물을진댄 / 要問修行處

설산에서 또 육 년을 앉았었지 / 雪山又六年

이상은 좌(坐)를 읊은 것이다.

 

듣건대 거리는 일우명지였건만 / 見說牛鳴地

속세와는 아득히 서로 막혔으니 / 塵寰隔渺然

송라에 비친 일월은 한가로운데 / 松蘿閑日月

수석의 운연 속에 늙어만 가겠지 / 水石老雲煙

절은 허무한 속에 자리했는데 / 寺在虛無裏

중은 그 어드메서 읊조리는고 / 僧吟那箇邊

사방을 유람할 뜻 진작 있었지만 / 遊方曾有志

참증을 위해 또 삼 년을 머물렀네 / 參證又三年

이상은 주(住)를 읊은 것이다.

 

봇짐을 싸서 메고 산 밖을 나가니 / 挑包出山去

행장이 참으로 날아갈 듯하구려 / 行李儘飄然

한 석장은 가을 달빛 아래 날리고 / 一錫秋飛月

짚신 두 짝으론 새벽 연기를 밟네 / 雙鞋曉踏煙

천지 사이는 돌아다니는 마당이요 / 乾坤行脚外

세월은 머리 한 번 돌리는 순간일세 / 歲月轉頭邊

솔가지가 상방에 드리우는 날이 / 松偃上方日

알괘라 스님이 돌아가는 해이리 / 知師歸去年

이상은 행(行)을 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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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3권 / 시류(詩類)

청한(淸寒)의 문도(門徒) 계담(戒澹)이 공지(空紙)를 가지고 와서 시를 요구하므로, 장난삼아 써서 주다.

 

청한과 잠 상인은 / 淸寒岑上人

바로 나의 세속 밖의 친우이기에 / 是我方外親

계담이 그들을 따라왔을 적에 / 澹也從之來

한 번 그의 진면목을 보았는데 / 一見面目眞

내가 잠 상인을 좋아한 때문에 / 以我愛岑師

계담 또한 그와 같이 좋아했었지 / 愛澹亦如之

잠 상인이 오면 계담 또한 뫼시었고 / 岑來澹亦侍

잠 상인이 가면 계담도 따라가서 / 岑去澹亦隨

이렇게 몇 달을 지내다 보니 / 如是月幾彎

정의가 심장까지 서로 통하였네 / 情意通心肝

계담이 일전에 시축을 갖고 와서 / 日昨袖軸來

그 끝에 나의 시를 써 달라 했는데 / 求我詩其端

나의 시 삼백 편은 / 我詩三百篇

모두 한 푼 가치도 못 되거늘 / 價不直一錢

스님이여 그 어드메에 쓰려는가 / 師乎政安用

의당 내버려야 하고말고 / 舍旃宜舍旃

딱하도다 스님은 젊은 나이에 / 無奈師年少

담박하여 옛것만 좋아하는구려 / 淡泊惟古好

옛것 좋아함이 어찌 아니 좋으랴만 / 好古豈不好

시속의 웃음거리가 되기 때문일세 / 但爲時俗笑

애공의 자리와 대왕의 지팡이도 / 哀公席大王杖

천재에 유쾌한 웃음거리가 됐는데 / 千載笑抵掌

더구나 나의 헐후시 같은 것이야 / 況我歇後詩

어찌 족히 완상거리가 되겠는가 / 豈足供翫賞

나는 듣건대 부도씨는 / 我聞浮屠氏

환술을 잘하고 기능도 많다 하니 / 善幻多能技

스스로 금강안이 있고 / 自有金剛眼

스스로 삼매수가 있으려니와 / 自有三昧手

그대의 잠 수좌 같은 이는 / 如汝岑首座

가함도 없고 불가함도 없으리니 / 無可無不可

돌아가면 배울 곳이 하 많을 텐데 / 歸之有餘師

다시 그 밖에 무엇을 빌리리오 / 夫復外何假

계담이 절하고 머리를 숙이면서 / 澹也拜低頭

내가 장차 멀리 유람을 하려는데 / 曰我將遠遊

인자는 사람을 말로 보내는 거라 / 仁者送人言

그래서 선생께 요구한다고 하네 / 是以子之求

가을이라 못물은 넘실거리고 / 池水秋瀲灩

석양은 연꽃에 비쳐 환히 밝은데 / 落日明菡

유유히 장차 이별을 하려고 하니 / 悠悠將別離

마음속으로 무척 염려가 되어 / 慽慽心有感

이 한 장의 종이를 펴고 / 展此一張紙

애오라지 서너 글자를 적었더니 / 聊書三四字

계담이 일소에 부치고 떠나기에 / 澹也一笑去

마침내 시로 만들어 기록하노라 / 遂爲詩以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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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3권 / 시류(詩類)

청한(淸寒)이 부친 시에 차운하다.

 

나에게는 항아리의 술이 있고 / 我有樽中酒

나에게는 연못가의 달도 있어 / 我有池上月

나 홀로 한적함을 즐기면서 / 而我樂幽獨

손 내저어 빈객을 사절하였네 / 揮手謝鞅轍

젊어서는 문단에 노닐면서 / 少遊翰墨場

호기가 만인을 대적했는데 / 豪氣萬人敵

중년에는 오랜 병고를 겪는 동안 / 中歲苦沈綿

온갖 근심으로 마음 졸이었지 / 百憂心煎沸

이 때문에 생계가 졸렬하여 / 以此生計拙

조석 끼니 꾀할 겨를도 없었는데 / 不暇謀朝夕

두 귀밑은 흰 터럭이 흩날리고 / 雙鬢雪飄蕭

두 눈은 어느덧 어른어른해졌네 / 兩眼花翳冪

인간 세상에 붙어 유유자적하니 / 逍遙寄人世

명교의 땅 또한 즐겁다마다 / 名敎地亦樂

공명은 우연히 오는 일이거니와 / 功名儻來事

한 치 나아가면 한 자나 후퇴하니 / 進寸而退尺

한가함이나 즐김이 의당 내 분수요 / 投閑分甘宜

그칠 줄을 알아야 욕되지 않고말고 / 知止乃不辱

일마다 길이 어긋나기만 하고 / 事事長齟齬

시세와 서로 부합되지 않아서 / 不與時世合

원림 속에 고상한 정 의탁하여 / 寄傲園林中

애오라지 오늘의 낙을 길게 늘이네 / 聊以永今日

상인은 어디로부터 왔는지 / 上人從何來

내 집을 방문하고 또 방문하여 / 剝剝復剝剝

예전에는 서로의 정분이 깊어서 / 昔年托深契

겸과 궐에 비유할 만했더니 / 比之

중간에 갑자기 서로 삼상이 되어 / 中間忽參商

진과 월의 모양뿐만이 아니어서 / 不啻秦與越

서로 생각만 할 뿐 만나지 못하여 / 相思不相見

답답함이 마음에 맺힌 듯하더니 / 鬱鬱心似結

오늘 저녁이 이 어떤 저녁이던고 / 今夕是何夕

이 유마힐을 만나다니 / 得此維摩詰

풍채는 어찌 그리도 우아한고 / 容姿何翩翩

담론은 하도 고상한지라 / 談論高揭揭

나 같은 형편없는 미치광이로 / 以我狂且顚

이 일미선을 흠뻑 힘입었으니 / 飽此一味禪

금비로 내 눈을 닦아내어 / 金篦刮我眼

내 진노의 소굴을 부수어주었네 / 破此嗔恚眠

본래 오묘한 경지의 솜씨인 데다 / 本來三昧手

큰 붓은 흡사 긴 서까래 같았기에 / 巨筆如長椽

내가 기뻐서 시를 짓게 했더니 / 我喜使之詩

하나하나가 주옥을 꿰놓은 것 같아 / 一一珠玉聯

맑기는 흡사 옥병에 봄 얼음을 넣어놓은 듯 / 淸如春氷置玉壺

힘차기는 교룡이 깊은 못에서 춤을 추는 듯 / 壯如蛟龍戱重泉

다습기는 가을볕으로 강수 한수를 쬐는 듯 / 溫或秋陽曝江漢

달기는 꿀을 먹음에 겉과 속이 없는 듯하네 / 甛如食蜜無中邊

깊은 것은 대지를 관통할 만하고 / 閟者徹厚地

높은 것은 하늘에 닿을 만도 해라 / 高者戞重玄

드나들며 추로를 담론하여라 / 出入論鄒魯

천연의 도체를 다 궁구하였고 / 道體極天淵

또 종횡으로 노장을 탐구하여 / 縱橫探老莊

그 정신과 천진을 온전히 했네 / 其神其天全

그래서 내 또한 한창려와 같이 / 我似韓昌黎

스님 머리에 유관을 씌우렸더니 / 欲師冠其巓

스님은 머리를 흔들어 거절하면서 / 師乎一掉頭

말하길 이는 내 전생의 인연올시다 / 曰我前生緣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거든 / 人生於世間

운명은 저 하늘에 달려 있나니 / 有命懸在天

내 유순한 덕만 지켜야 하고말고 / 但當守吾雌

이게 다 시운을 잘못 만난 탓인 걸 / 莫非時運邅

내 말은 진정에서 나온 것이니 / 我言出於眞

내 시를 널리 선포할 만하다기에 / 我詩足可宣

나는 상인께 절하고 머리 조아렸네 / 我拜稽上人

도를 들음이 의당 나에 앞서다마다 / 聞道宜吾先

나는 오래 빈 골짜기에 있었거니 / 我久在空谷

발자국 소리가 안 기쁠 수 있으랴 / 能不喜跫然

세월은 언뜻언뜻 하 빠르고 / 歲月倏以

세상일은 번잡하기만 한데 / 世事浩且繁

고상한 자취는 만류하기 어렵고 / 高蹤邈難留

달리는 수레는 붙잡을 수 없어라 / 飛節不可延

나 같은 세속 사람 버리고 가거든 / 去我塵中人

굼틀대는 벌레처럼 내려다보겠지 / 下視蠋蜎蜎

어떻게 하면 스님을 종유하여 / 安得從之遊

나도 가서 나는 신선과 어울려보나 / 去去挾飛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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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3권 / 시류(詩類)

잠 상인(岑上人)의 방임정(訪林亭) 시에 차운하여 붓을 달려 쓰다. 3수

 

한가히 걸어서 뜨락의 사초 위에 섰노라니 / 閑餘步立庭莎

두 귀밑은 쓸쓸하고 모자는 기우뚱하네 / 兩鬢蕭疎帽欲斜

이 주인의 생계가 졸렬하다 말하지 마소 / 莫道主人生計拙

긴 대나무 십여 개에 두어 화분뿐이라고 / 十竿脩竹數盆花

 

바닥까지 환한 맑은 못물은 모래가 보이고 / 徹底池明水見沙

무수한 갈대 부들은 연잎과 서로 잇닿았네 / 菰蒲無數接圓荷

술자리 파한 깊은 집에 사람은 막 흩어졌는데 / 酒闌深院人初散

하룻밤 시를 짓고 나니 달빛은 꽃에 있구나 / 一夜詩成月在花

 

세상일은 탄환 포개기 같음을 잘 알거니 / 世事曾知似累丸

덧없는 인생의 흥미는 한가함이 제일일세 / 浮生有味不如閑

병든 뒤로 조참 게을러짐이 참 부끄러워라 / 病餘頗愧朝參懶

조관 반열의 패옥 소리만 누워서 상상하네 / 臥想鵷班玉佩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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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3권 / 시류(詩類)

또 앞의 운을 사용하다. 3수

 

대삿갓에 도롱이 입는 것도 무방하겠네 / 不妨笠蒻又衣莎

실바람 비껴 불고 가랑비 실실 내리거니 / 恰有輕風細雨斜

눈에 가득한 강호를 남들은 모르겠지만 / 滿眼江湖人不識

내사 한가을의 풍미를 연꽃에 맡겼다오 / 一秋風味屬荷花

 

어젯밤에 가을바람이 모래를 불어오더니 / 昨夜秋風吹捲沙

약간 서늘함이 은밀히 연꽃에 스며들었네 / 嫩涼潛透小池荷

끼륵끼륵 한 쌍 갈매기의 꿈을 놀라 깼노니 / 一聲驚罷雙鷗夢

푸른 숲 곁에서 날아 꽃을 스쳐 들어가더군 / 飛傍靑林拂入花

 

둥근 연잎에 이슬방울은 구슬처럼 구르고 / 荷盤露滴走珠丸

물결 잔잔해 외로운 배는 절로 한가롭구려 / 浪靜孤舟自在閑

초승달은 눈썹 같고 하늘빛은 물 같아라 / 新月似眉天似水

작은 부채 가벼운 바람은 썰렁하기만 하네 / 輕風小扇冷珊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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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3권 / 시류(詩類)

조 진사(趙進士) 지한(之翰) 에게 주어 작별하다. 3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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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수 동운에 얼마나 애간장이 끊어졌던고 / 北樹東雲幾斷魂

십 년 만에야 도성에서 처음 그대를 만났네 / 十年京洛始逢君

사귄 정은 오래기에 속을 서로 통하거니와 / 交情久矣皮毛少

담소하는 모습은 면목이 그대로 남았구려 / 談笑依然面目存

손꼽아보니 친구는 몇 사람 안 남았는데 / 屈指故人星落落

회상하건대 세상일은 분분하기만 하네 / 回頭世事雨紛紛

우연히 서로 만났으니 반드시 취해야지 / 偶然邂逅惟須醉

득실 성쇠 따위는 논할 필요도 없고말고 / 得失榮枯不必論

 

훌륭하여라 자네 재주는 오봉루를 짓건만 / 多子才華五鳳樓

어이해 운명은 원수와 서로 꾀한단 말인가 / 如何有命與仇謀

영웅은 뜻을 얻어 길이 침체하지 않거니와 / 英雄得志不長屈

사람 따라온 부귀야 어찌 그만둘 수 있으랴 / 富貴逼人那可休

평진같이 늦게도 재상이 될 수가 있었고 / 晩似平津能拜相

곡역 같은 가난뱅이도 끝내 봉후가 되었지 / 貧如曲逆竟封侯

고관대작 가는 길이 그리 멀지 않으리니 / 靑雲萬里行非遠

창주에 가서 갈매기와 친하지나 말게나 / 莫向滄洲弄白鷗

 

필마로 가고 머묾에 심사가 서로 어긋나라 / 匹馬行藏心事違

도성에 온 지 수일 만에 또 남으로 가는군 / 北來數日又南歸

도성문의 눈빛은 버들개지에 헷갈리고 / 都門雪色迷楊柳

고국의 봄바람은 고사리를 싹트게 하네 / 故國春風動蕨薇

나만 한 친구도 관외엔 응당 적을 테지만 / 似我知音關外少

그대의 기박한 운명은 세간에 드물고말고 / 如君奇數世間稀

서로 만났다 서글피 다시 서로 헤어져라 / 相逢惆悵還相別

바둑 술로 회포 푼 게 꿈이던가 생시던가 / 棋酒開懷似夢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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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3권 / 시류(詩類)

또 지한(之翰)에게 주다. 3수

 

지한이 남으로 폄적되어 간 뒤에 / 之翰謫南去

- 원문 빠짐 - / 頗知會□□

십 년 동안에 귀밑털은 다 희었으나 / 十年鬢俱白

한 번 보니 맘은 아직 일편단심일세 / 一見心尙丹

바둑의 수는 본래부터 낮았는데 / 棋品本來下

주량은 지금 비로소 관대해졌네 / 酒腸今始寬

창 앞에 서로 마주하여 앉았으니 / 小窓坐相對

흥미진진한 담소가 예전 같구려 / 袞袞如舊懽

 

하늘이 그대를 옥으로 만들려고 / 知汝天將玉

기구한 삶으로 시험을 한 것일세 / 崎嶇試此生

선비는 곤궁해야 절의를 알거니와 / 士窮知節義

사람은 늘그막에 교정을 알고말고 / 人老見交情

세월은 자꾸자꾸 흘러만 가는데 / 歲月頻流轉

풍진 속에 맞고 보냄은 익숙해졌네 / 風塵慣送迎

서원이 바로 그 어느 곳이던고 / 西原是何處

다시 이 길을 그대가 떠나는구려 / 復此有君行

 

밭둑길의 나무엔 아직 눈이 남았고 / 陌樹猶殘雪

도성의 봄 해는 반이나 기울었는데 / 春城日半陰

뜻에 어긋남은 덧없는 세상일이요 / 蹉跎浮世事

가고 머묾은 지금 우리들 마음일세 / 去駐此時心

강호에 나그네 오래도록 머무르면 / 江湖留客久

어조가 사람을 마음 쓰이게 하리니 / 魚鳥惱人深

가거든 꼭 다시 돌아와야 하고말고 / 去去還宜早

어찌 월음을 배울 필요가 있겠는가 / 何須學越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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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3권 / 시류(詩類)

주소 팔영(廚蔬八詠)

 

토란〔芋〕

병든 입에 일찍이 맞는 게 없었지만 / 病口曾無可

토란만은 일찍 내 공신이 되었으니 / 蹲鴟早策勳

흡사 용연의 향내가 풍겨 오는 듯 / 龍涎香欲動

우유처럼 윤활함도 논할 만하여라 / 牛乳滑堪論

먹을 땐 산승을 본받아 함께 먹고 / 啖擬山僧共

찾아온 손에게 나누어주기도 하네 / 來從野客分

알뜰살뜰히 누가 너를 심을거나 / 殷勤誰種汝

내 또한 전원에 가기만 바라노라 / 我亦望田園

 

고사리〔蕨〕

그 누가 서산의 씨앗을 캐 왔던고 / 誰採西山種

능히 와서 내 눈앞에 가득하구나 / 能來滿眼前

노인의 배를 채우긴 마땅커니와 / 宜充老人腹

소아의 주먹에 비유함도 알겠네 / 解比小兒拳

좋은 맛은 원래에 담박하지만 / 滋味元來淡

맑은 향은 누린내도 안 나누나 / 淸香不染羶

하증은 그 어떤 사람이었기에 / 何曾何似者

한 끼니에 천 전을 허비했던고 / 一食費千錢

 

미나리〔芹〕

미나리는 예로부터 좋은 나물이라 / 芹子由來美

아침 밥상에 국거리도 좋고말고 / 晨盤亦可羹

청니는 오늘날에 심은 곳이요 / 靑泥今日種

벽간은 예전에 있던 이름일세 / 碧澗舊時名

이미 시인의 읊조림엔 들었거니와 / 已入詩人詠

야로의 인정엔 자랑할 만도 했네 / 堪誇野老情

나도 구구한 정성 바치고 싶어라 / 區區吾欲獻

남쪽 처마 밑에 앉아 등을 쬐어서 / 曝背坐南榮

 

배추〔菘〕

청색 백색이 섞인 싱싱한 배추를 / 生菘靑間白

일일이 봄 쟁반에 담아 올리는데 / 一一春盤

살살 씹으면 어금니에서 아삭아삭 / 細嚼鳴牙頰

소화를 잘 시켜 폐간에도 좋은 걸 / 能消養肺肝

고기와 맞먹는 거야 누가 알랴만 / 誰知能當肉

밥 많이 먹으라 권할 만도 하구려 / 亦足勸可餐

주랑이 내 마음을 먼저 얻었도다 / 周郞先得我

돌아가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건만 / 歸去亦非難

 

순채〔蓴〕

매끄러운 순채 줄기를 퍽 좋아해 / 絶愛蓴莖滑

가을바람에 흥이 벌써 더하누나 / 秋風興已添

은빛 같은 생선회도 실컷 봤지만 / 飽看銀縷鱠

수정 같은 소금을 쓸 것도 없다오 / 未下水精鹽

젓가락으로 들자도 어찌 떨어지랴 / 擧何曾落

군침 흘려라 벌써 식탐을 깨닫겠네 / 流涎已覺饞

굳이 다섯 가지를 한할 필요 없이 / 不須生五恨

가서 계응과 함께하고만 싶구나 / 去欲季鷹參

 

냉이〔薺〕

고기 먹을 상이 원래 없었는지라 / 食肉元無相

봄 식탁에 냉이나물이 향기롭네 / 春廚薺菜香

국에 넣어 끓이면 아주 맛나고 / 和羹能悅口

밥이 더 먹혀 속도 든든하구려 / 佐食足撑腸

보드랍기론 어찌 꼭 우유뿐이랴 / 軟滑何須酪

달기는 사탕수수보다 훨씬 낫네 / 甛甘絶勝糖

손이 오거든 내 자랑하고 싶어라 / 客來吾欲詫

이게 바로 제일가는 고량진미라고 / 第一是膏粱

 

파〔葱〕

오훈을 남들은 경계하는 바이나 / 五葷人所戒

나는 병 때문에 안 먹을 수가 없네 / 我病不能無

하나하나가 황금 같은 뿌리에다 / 箇箇黃金本

더부룩한 백설 같은 수염이로다 / 鬆鬆白雪鬚

약으로 나를 붙든 공은 많거니와 / 多功扶藥餌

맛도 있어 식탁의 입맛을 돋우네 / 有味助庖廚

서 말을 누가 능히 먹을 수 있으랴 / 三斗誰能食

염매보다는 쓰이는 바가 적고말고 / 鹽梅小所須

 

생강〔薑〕

나에게 군신의 약도 있거니 / 我有君臣藥

어찌 자모의 생강이 없을쏜가 / 寧無子母薑

신명을 통하고 악취를 제거하며 / 通神能去穢

매운맛은 향기가 은은히 풍기네 / 帶辣暗生香

공자가 어찌 그만둔 적 있었던가 / 孔聖何曾撤

배생은 어찌하여 먹지 않았던고 / 裴生奈不嘗

누가 알랴 참다운 성질이 있어 / 誰知眞性在

늙을수록 더욱 견강해지는 것을 / 到老愈堅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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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4권 / 시류(詩類)

경상(慶尙) 함 감사(咸監司)가 다(茶), 묵(墨), 초(椒), 포(脯)를 부쳐준 데 대하여 사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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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문필의 미치광이인 나를 생각하여 / 念我平生翰墨狂

사향노루 배꼽 향의 묵을 봉하여 부쳐오니 / 題封寄與麝臍香

유연히 또 임지의 흥취가 발동하는지라 / 悠然又起臨池興

용처럼 굼틀대는 글씨가 종이 가득 빛나네 / 滿紙蛟龍字字光

 

연래엔 병든 삭신이 올근볼근 빠짝 말라서 / 年來病骨瘦槎牙

자고 깨자 동창 아래 차가 몹시 생각났는데 / 睡起東窓苦憶茶

갑자기 영남의 봄 물색이 눈앞에 이르러 / 忽爾嶺南春色到

돌솥에 보글보글 물 끓는 걸 앉아서 보네 / 坐看石鼎細生花

 

듣자 하니 호초는 동방에서 나온다는데 / 胡椒聞說出扶桑

알알이 밝은 구슬이요 낱낱이 향기롭네 / 顆顆明珠一一香

원씨 집의 삼백 곡까지는 쓸 것도 없고 / 不用元家三百斛

약으로만 먹어도 쇠한 창자 보하고말고 / 圭刀亦復補衰腸

 

한산한 벼슬아치라 생계 절로 쓸쓸하거니 / 冷官生計自蕭條

어찌 육식 먹을 우뚝한 골상을 지녔던가 / 肉食何曾骨相高

분수 밖에 고량진미가 눈앞에 그득하니 / 不分膏粱來滿眼

병든 나머지 구업 또한 버리기 어렵구려 / 病餘口業亦難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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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4권 / 시류(詩類)

화병(畫屛)에 팔 수(首)를 제하다.

 

먼 산에는 하고 많은 절이요 / 遙山多少寺

거룻배에는 두세 사람이로다 / 小艇兩三人

시골 집이 있는 곳은 그 어디멘지 / 何處村家在

사립짝이 물가를 가로질러 섰네 / 柴門枕水濱

 

산이 높으니 달은 따라서 작고 / 山高月仍小

물이 넓으니 배 또한 더디어라 / 水闊舟更遲

돌아보니 강 정자는 저물었는데 / 回首江亭晩

가을 풍광이 시처럼 말끔하구나 / 秋光淡似詩

 

강산은 눈이 온통 다 뒤덮었고 / 江山雪包盡

송죽은 모진 바람에 흔들리는데 / 松竹風擺殘

도롱이 삿갓에 외론 배의 나그네 / 蓑笠孤舟客

돌아가는 길은 날이 퍽 차갑구나 / 歸來天政寒

 

바람이 잠잠해 돛은 막 멈추었고 / 風靜帆初定

강물이 맑아 기럭은 갈앉을 듯하네 / 江淸鴈欲涵

예전 그대로인 그림 속의 풍경에 / 依然畫圖裏

갑자기 강남 땅 고향이 생각나누나 / 忽爾憶江南

 

시골 주막엔 술이 처음 익었고 / 野店酒初熟

강 마을엔 고기가 한창 살졌는데 / 江村魚政肥

어부는 또한 제멋대로 즐겨라 / 漁郞也隨意

가을 흥취가 무궁무진하겠구나 / 秋興重悠悠

 

외론 배는 포구를 가로질러 있고 / 孤舟橫浦口

큰 누각은 산허리를 걸터 섰는데 / 傑閣跨山腰

띠 처마 밑에 서로 마주 앉았으니 / 相對茅檐坐

유유한 시골 흥취가 넉넉하구나 / 悠悠野興饒

 

소낙비는 산을 씻어 지나가고 / 急雨梢山去

거센 바람은 땅을 말아오더니 / 顚風捲地來

앞 강 물결이 이미 사나워진 걸 / 前江浪已惡

보고 문득 낚싯배가 돌아가누나 / 見却釣船廻

 

산 빛은 강을 건너서 멀리 비치고 / 山光渡江去

기럭 그림자는 가을을 띠어 오는데 / 鴈影帶秋來

사람이 떠나서 배는 막 조용하고 / 人去船初靜

모래는 밝고 물은 이끼 빛 같구나 / 沙明水似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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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4권 / 시류(詩類)

국은(麴隱) 집에서 취해 돌아온 다음 날에 두어 절구(絶句)를 읊어서 기록하여 보이노니, 무송(茂松)에게 전해 보여서 한번 껄껄 웃을 거리로 삼기를 바라는 바이다.

 

국옹의 집이 취향 가에 있기에 / 麴翁家在醉鄕邊

천지는 사심 없어 세월을 연장시키는데 / 天地無私日月延

내 또한 돌아와선 봄이 얼굴 가득하여라 / 我亦歸來春滿面

이제부터는 여양의 침을 흘리지 않으리 / 從今不墮汝陽涎

 

내가 지금 국선생에게 도를 물어보니 / 我今問道麴先生

도가 인간의 탁주 청주 사이에 있으니 / 道在人間濁與淸

귀가 있어도 천하 만사는 듣지를 말고 / 有耳莫聞天下事

사철 내내 술 거르는 소리만 들으라네 / 四時長聽壓槽聲

 

그대의 집엔 또한 무송 군이 함께 있어 / 君家亦有茂松君

국로와의 교정이 순주를 마신 듯 두터운데 / 麴老交情若飮醇

술 한 말에 시 백 편이 응당 나와 같으리니 / 一斗百篇應似我

문성이 다시 주성과 서로 친하는구려 / 文星更與酒星親

 

삼월이라 장안에 온갖 꽃이 만발하고 / 三月長安花滿開

관교의 버들 빛은 이끼보다 푸르른데 / 官橋柳色碧於苔

태평하여 일이 없고 좋은 시절이거니 / 升平無事好時節

응당 서로 국수재를 찾을 만하고말고 / 也可相尋麴秀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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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4권 / 시류(詩類)

권 승문(權承文) 절(節) 이 일을 사절하고 한가로이 지내면서 우유자적(優游自適)하여 스스로 즐기는데, 하루는 그가 허 경력(許經歷) 적(迪) 과 함께 나를 내방(來訪)하여 한창 즐겁게 담화를 나누던 차에 마침 이 한성(李漢城) 서(墅) 이 와서 그와 마주해 바둑을 두다 보니, 승문은 이미 가버리고 없었다. 바둑 두고 시 읊조리다가 손님 대접에 실례를 범하고 보니, 부끄러워 땀이 흐르는 것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다음 날에 두어 절구를 읊어 이루어서 기록하여 보이다. 4수

 

친구들은 쇠퇴해가고 병은 점점 깊어져서 / 交游零落病侵尋

쌀쌀한 봄추위에 이불 쓰고 앉았노라니 / 惻惻春寒坐擁衾

갑자기 문 두드리고 훌륭한 손이 찾아와 / 剝啄忽聞佳客至

창가에 서로 마주해 조용히 얘기 나눴네 / 小窓相對細論心

 

담론한 지 얼마 안 되어 술잔 처음 돌릴 제 / 論談未半酒初巡

손이 또 와서 잠시 서로 바둑을 두었는데 / 客至圍棋復暫親

내 조용히 읊는 동안 그대 훌쩍 가버렸으니 / 我自沈吟君徑去

바둑 둔 자의 정신 헷갈림을 이제 알겠네 / 始知當局定迷人

 

인생의 흥미로움은 바로 한가한 생활이라 / 人生有味是居閑

구구한 오두미 또한 부끄럽기 그지없네 / 五斗區區亦汗顔

환해의 풍파는 높기가 백 길이나 되나니 / 宦海風波高百丈

몸 숨기긴 취향만큼 편한 곳이 없고말고 / 藏身無似醉鄕寬

 

공명이고 세상사고 모든 게 무능하지만 / 功名世事百無能

자유로운 신세는 바로 머리털 있는 중일세 / 身世翛然有髮僧

이승에서 늙을 계책은 이미 결판났으니 / 已判此生終老計

《능엄경》 열 권에 부처님 앞의 등불이라오 / 楞嚴十卷佛前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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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4권 / 시류(詩類)

등준과(登俊科) 동년회(同年會)에서 김 장원(金壯元) 괴애(乖崖)의 시운(詩韻)에 차하다. 3수

 

기예 겨룬 명성이 문필의 장에 드높아라 / 戰藝名高翰墨場

당시의 뛰어난 솜씨는 천양으로 불리었지 / 當時妙手號穿楊

조정에서는 우불로 갱재가를 계승하고 / 明廷吁追賡載

큰 계책을 펴고서 왕명을 선양하기도 하네 / 大策鋪張或對揚

두 차례의 장원에 재주는 더욱 웅건하고 / 再擢龍頭才愈健

두 귀밑의 백발로 기운은 더욱 강강하군 / 雙飄鶴髮氣尤强

네 차례의 동방급제는 나 한 사람뿐이니 / 名聯四榜唯吾在

아마도 깊은 교정이 아득히 서로 닿는가봐 / 知有神交接渺茫

 

엎드려 있기 부끄러워 만리를 웅비하여라 / 雄飛萬里恥爲雌

다섯 차례 여룡의 턱 밑 수염을 따내었네 / 五摘驪龍頷下髭

성주께서는 한창 인재를 널리 그물질하고 / 聖主方恢羅俊網

시인들은 다투어 호현의 치의 시를 짓누나 / 詩人爭賦好賢緇

어전에서의 재주는 도포를 새로 빼앗고 / 殿前才調袍新奪

좌상에서의 풍류는 모자가 기우뚱하네 / 座上風流帽欲欹

한 곡조 백설 양춘곡을 그 누가 화답할꼬 / 一曲陽春誰得和

절묘한 시구가 만조백관을 압도하는 걸 / 妙詩直壓鳳凰池

 

수많은 인재를 육성해 온 백 년 동안에 / 人才涵養百年中

태고의 풍도로 사문을 다시 천양했으니 / 更闡斯文萬古風

별시의 영광된 자리엔 외람히 뽑혔는데 / 別試恩榮叨

곡강연의 모임은 매양 조용하기만 해라 / 曲江讌會每從容

계수나무 꽂으려니 백발은 혐의롭지만 / 欲簪仙桂頭嫌白

하사주 받아 마시니 얼굴은 붉어지누나 / 拜賜宮壺面借紅

방방할 당시에 오색 구름이 나타났으니 / 放榜當時雲五色

모르겠노라 그 누가 한 위공이었던고 / 不知誰是魏韓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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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4권 / 시류(詩類)

또 앞의 운을 사용하여 희롱하다.

 

백전백승의 명성이 전쟁터에 우뚝하여라 / 三捷名推百戰場

서경 시대 큰 문장 장양부를 압도하였네 / 西京才思壓長楊

백정들의 왕래는 당시에 적었거니와 / 白丁往復當時少

황갑의 명성은 만년에 더욱 떨치누나 / 黃甲蜚騰晩節揚

손과의 청담은 의당 온화하게 해야겠지만 / 對客淸談宜用軟

남을 압도한 시는 강운을 쓸 필요도 없었네 / 倒人奇韻不須强

어제의 동년의 모임을 다시 생각해보니 / 更思昨日同年會

술과 시의 미친 작태가 둘 다 아득하구려 / 酒態詩狂兩渺茫

 

남아는 유순함만 지킬 필요가 없고말고 / 男兒不用守吾雌

전배도 수염에 물들이는 걸 배웠었다오 / 前輩猶能學染髭

거울 보고 그대는 흰 터럭을 뽑아내는데 / 靑鏡鑑君能鑷白

뿌연 먼지 속에 나는 까맣게 물들어가네 / 黃塵涅我欲成緇

늘그막에 등제하여 마음은 아직 장하건만 / 殘年登第心猶壯

취한 뒤에 쓴 시는 글자가 반은 삐딱하네 / 醉後題詩字半欹

화려한 종이에 쓴 시는 다 뛰어난 음조라 / 點筆華牋皆絶唱

사씨 집 봄 꿈에 못에서 풀이 난 격일세 / 謝家春夢草生池

 

밝은 촛불 높이 걸어라 화려한 전당에 / 高燒銀燭畫堂中

한밤중까지 갈고 소리 높이 울려 퍼졌네 / 羯鼓聲高午夜風

동방들의 풍류는 질탕함을 더했거니와 / 同榜風流增跌宕

당시의 화려함은 어찌 형용할 수 있으랴 / 當時佳麗形容

십천의 아름다운 술은 포도같이 파랗고 / 十千美葡萄碧

이팔청춘 미인들은 석류꽃처럼 붉었었지 / 二八新粧石榴紅

질탕히 취해 돌아가매 사람들 손뼉 쳐라 / 落魄醉歸人拍手

백발에 오사모 쓴 장원공을 바라보고 / 白頭烏帽壯元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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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4권 / 시류(詩類)

세 번째 앞의 운을 사용하다.

 

문장 삼매에 빠져 간 곳마다 출출 나와서 / 文章三昧戲逢場

순한과 서로 겨루고 마양을 능가했으니 / 凌轢荀韓駕馬楊

네 과방의 재주 명성은 서로 백중지간이요 / 四榜才名能伯仲

한 시대의 높은 명예는 함께 선양하였네 / 一時聲譽共游揚

붓끝은 중의 대머리보다 더 모지라지고 / 筆鋒禿似僧頭禿

시운은 강항령의 목보다 더 강하였는데 / 詩韻强於令項强

곧장 갱가에 비겨 대아를 따르고는 싶으나 / 直擬賡歌追大雅

실추된 서업을 찾으려도 아득하기만 하네 / 欲尋墮緖正茫茫

 

허리에 찬 자웅의 쌍검이 막 울부짖을 제 / 腰間雙劍吼雄雌

당년의 호기는 범의 수염도 뽑을 만했는데 / 豪氣當年虎髭

두 눈은 점차 시력이 묵처럼 깜깜해져라 / 兩眼漸看昏似墨

흰 머리털은 무슨 수로 검게 물을 들일꼬 / 二毛何術染成緇

미인은 태양을 향해 금비녀를 흔들어대고 / 妖姬向日金釵動

풍류객은 옥수가 바람 앞에 임한 듯했는데 / 佳客臨風玉樹欹

동년들 다 모여서 훌륭한 연회 베풀 적엔 / 準備同年開勝會

소정의 밝은 달이 연못을 이어 비추었지 / 小亭明月屬荷池

 

젊은 날의 교유는 서로 기개를 숭상했는데 / 少日交遊氣槩中

서로 만나니 화기가 봄바람에 앉은 것 같네 / 相逢和氣坐春風

적선의 필진은 삼천 군사를 쓸어낼 듯하고 / 謫仙筆陣三千掃

대범의 심병은 십만 군대를 가슴에 담아서 / 大范心兵十萬容

인간에 널리 퍼진 명예는 사책에 엮어지고 / 播譽人間編簡碧

천상에 이름 적은 것은 홍패를 하사받았네 / 題名天上賜牌紅

방중에는 나이 젊은 재상들도 하 많았는데 / 榜中宰相多年少

백발은 공에게만 유독 공평하지 않데그려 / 白髮於公獨不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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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4권 / 시류(詩類)

네 번째 앞의 운을 사용하다.

 

그 옛날 소년 모임에 시 짓고 술도 마시며 / 憶曾文酒少年場

삼월이라 도성에 수양버들 한창 우거질 땐 / 三月皇州暗綠楊

진사과에 우리 함께 동방으로 급제하여 / 進士科中同榜出

장안의 길거리에서 말 나란히 달렸었지 / 長安陌上共鑣揚

공명은 연이어 제공의 뒤를 쫓아왔건만 / 功名袞袞諸公後

세월은 유유히 이십 년 넘게 흘러버렸네 / 歲月悠悠二紀强

오늘날에 서로 만나니 모두 다 늙었는지라 / 今日相看俱老大

교문의 예전 일이 꿈처럼 아득기만 하구려 / 橋門往事夢微茫

 

소년 시절엔 빈천하여 암탉 삶아 먹었더니 / 少年貧賤憶烹雌

공명으로 분주한 십 년에 수염이 다 세었네 / 十載功名白盡髭

술자리서 기녀에게 둘러싸임은 싫증났지만 / 已厭懽場圍小妓

고승과의 조용한 대화는 퍽이나 좋아한다오 / 酷耽軟話共高緇

세상일 아득한 가운데 문은 늘 닫아 걸고 / 悠悠世事門長掩

생애는 적적하여 홀로 편히 누웠을 뿐인데 / 寂寂生涯枕獨欹

다만 시서가 있어 그것으로 세월을 보내고 / 只有詩書消遣日

때로는 붓 휘둘러 임지의 흥취도 즐긴다오 / 或時揮洒興臨池

 

서막처럼 때때로 성인에게 한 번씩 맞아라 / 徐邈時時聖一中

풍류만은 고인의 풍도에 뒤지지 않고말고 / 風流不減故人風

평생에 내 미친 작태는 스스로 믿거니와 / 平生自信疎顚態

늙을수록 확삭한 모습은 감당 못 하겠네 / 漸老無堪矍鑠容

동이엔 압두처럼 파란 술이 항상 차 있고 / 莫使樽空鴨頭綠

성혈처럼 붉은 꽃은 길이 피게 하고파라 / 長敎花發猩血紅

당부하노니 그대는 동년 노인을 웃지 마소 / 憑君休笑同年老

내 또한 깨어도 미침이 차공과 유사하다네 / 我有醒狂類次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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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집 제14권 / 시류(詩類)

제주(濟州)의 분사(分司)로 나가는 이 집의(李執義) 계정(季町) 형(兄)을 보내면서 겸하여 이 안무 동년(李安撫同年)에게 적어 부치다. 3수

 

남쪽 지방의 큰 고을이 바닷가에 눌러 있어 / 南服雄州鎭海涯

어사대서 엄선하여 재능 있는 이에게 맡겼네 / 烏臺盛選仗才華

목지도 옛날 분사의 부절을 받았거니와 / 牧之舊受分司節

박망후는 지금 사신의 떼를 타고 가누나 / 博望今乘奉使槎

당일의 징청할 마음은 더욱 강개하지만 / 當日澄淸增慷慨

평생의 충신은 험난한 풍파에 맡겨두리 / 平生忠信任風波

태평성대의 공론을 의당 안 저버리겠지 / 明時公論宜無負

마읍과 화산 두 세가의 후손이 아니던가 / 馬邑花山兩世家

 

듣자니 탐라의 경물은 매우 풍요하다는데 / 似說耽羅景物饒

빛나는 용절이 돌아가는 배를 움직이누나 / 暉暉龍節動歸橈

별은 방사가 임하여 명마가 많으려니와 / 星臨房駟多名馬

섬은 봉영에 접하여 거오가 이고 있으리 / 島接蓬瀛戴巨鼇

된서리 속에 노란 귤은 초가집에 드리우고 / 黃橘繁霜垂竹屋

잔설 속에 파랑새는 매화 가지를 흔들 걸세 / 翠禽殘雪拂花梢

기나긴 날엔 공무의 여가도 응당 많으리니 / 簿書永日應多暇

한라산 마주 앉아 천천히 술잔 기울이겠네 / 坐對拏山細酌醪

 

나의 동년 이 안무사에게 안부를 묻노라 / 問訊同年李安撫

생각만 하고 못 만난 채 또 새해를 맞았네 / 相思不見又新年

역매는 걸핏하면 강남 소식이 막히지만 / 驛梅動隔江南信

봄 나무로 길이 위북시는 읊을 수 있다오 / 春樹長吟渭北篇

홍막이랑 벽당은 그대의 기상이거니와 / 紅幕碧幢君氣象

만 권 서책의 방은 내가 병을 앓는 곳일세 / 靑編黃卷我沈緜

아득히 머나먼 양쪽의 무궁한 생각들을 / 悠悠兩地無窮思

중승에게 말해주어 자세히 전하게 했네 / 說與中丞字細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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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4권 / 시류(詩類)

인일(人日)에 눈이 오므로, 회포를 써서 괴애(乖崖)에게 부치다.

 

금년의 인일엔 눈이 하 펑펑 쏟아지니 / 今年人日雪紛紛

봄 시름이 절로 상원까지 이어지겠네 / 自有春愁連上元

초당 노인에게 시 썼던 게 기억나건만 / 記憶題詩草堂老

신년엔 안부를 전혀 묻지 못했네그려 / 新年都未問寒暄

 

신년에도 예전의 어리석음 팔지 못하여 / 新年又不賣前癡

세태와 인정을 백에 하나도 알지 못하고 / 世態人情百不知

정월 초하루로부터 인일에 이르기까지 / 自從元日到人日

베개 베고 편히 누워 문 더디 나갔노라 / 枕書高臥出門遲

 

청명한 때 흥밋거리는 편하고 한가함이라 / 淸時有味是安閑

해가 대낮 되도록 편히 누워 실컷 자고 나니 / 熟睡高眠日十竿

늦게 먹음이 고기 맛임은 이제 알겠거니와 / 晩食始知能當肉

시 얻음은 고관 얻은 것보다 오히려 낫구려 / 得詩猶勝得高官

 

질동이 막걸리에서 향기가 살살 풍겨나와 / 瓦盆濁酒細氤氳

홀로 마시면 때때로 거나한 기분 느끼는데 / 獨酌時時妙策勳

손은 아예 오지 않고 봄 또한 고요한 때에 / 客自不來春又靜

남쪽 가지 매화 송이만 흐드러지게 피었네 / 南枝梅蕊不勝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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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4권 / 시류(詩類)

관동(關東)에 유람가는 성 상사(成上舍)를 보내면서 겸하여 김 아사(金亞使), 김 울진(金蔚珍) 두 동년(同年)에게 적어 부치다.

 

관동의 화려함은 많은 말을 할 것 없이 / 關東佳麗說無多

경포대 한송정을 차례로 구경하고 나서 / 鏡浦寒松次第過

말 가는 대로 백사장 길을 따라 가노라면 / 信馬行行白沙路

자고 소리 들려오고 해당화도 피었으리 / 鷓鴣聲送海棠花

 

화려한 누대들은 예전의 번화했던 곳이요 / 樓臺佳麗舊繁華

이팔청춘 미인은 세마 타고 달려오겠지 / 二八佳兒細馬馱

아사의 풍류로는 응당 늘 보는 일이련만 / 亞使風流應見慣

중추부의 백발 늙은이는 어찌한단 말인가 / 鴻樞白髮老如何

 

울진의 관사는 바다 동쪽에 자리했는데 / 蔚珍官舍海東濆

아로새긴 창과 향기 어리는 황혼 무렵에 / 畫戟香凝日欲曛

관리 물러가고 손 드물어 공사가 적거든 / 吏散客稀公事少

누가 큰 잔으로 그대에게 벌주를 먹일꼬 / 何人擧白便浮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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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4권 / 시류(詩類)

김생(金生)으로 이름이 호생(浩生)이란 자가 있어 붓 만드는 것을 업(業)으로 삼았고, 호를 호은(毫隱)이라 하는데, 여러 진신(搢紳) 선생들이 시를 지어 그를 찬미했는바, 시를 지은 이가 어은(漁隱) 이하 거의 5, 6십 인에 달하였다. 호은이 또 나에게 시를 요구하므로, 여러 선생들의 운을 받들어 차하여 그의 요구에 색책(塞責)하는 바이다.

 

지기지우로는 만고에 중서 하나가 있어 / 知音萬古有中書

생사 간에 한 초려에서 서로 종유하누나 / 生死相從一草廬

묻노니 연래에는 그 무슨 사업을 하는가 / 試問年來何事業

필묵과 어울린 이외엔 아무 일도 없다네 / 優游翰墨外無餘

 

내 옛날 소년 시절 초서를 배울 적에는 / 憶昔少年學草書

취중 천지에 객사를 비좁게 여겼었으니 / 醉中天地隘蘧廬

고마워라 그대가 내 임지의 흥취를 일으켜 / 多君起我臨池興

종이에 쓴 종횡의 자획이 태가 잘잘 흘렀지 / 落紙縱橫態有餘

 

요즘 내 파리 머리만 한 잔글씨 쓰노라면 / 頃我蠅頭作細書

밝은 창 깨끗한 책상이 띳집에 빛나거니 / 明窓淨几照

이 사이에 호은이 없어서는 안 되고말고 / 此間不可無毫隱

필총이 산 같아라 높이가 만 길도 넘으리 / 筆塚如山萬丈餘

 

늙고 병든 연래엔 글씨 배우기를 싫어해 / 衰病年來懶學書

문 닫고 온종일 내 집만 사랑하노라니 / 閉門終日愛吾廬

붓 꽃은 다시 강엄의 꿈에 안 나타나지만 / 筆花無復江淹夢

무심히 붓 놓아버린 곳에 흥취가 있구려 / 興在無心袖手餘

 

십 년 동안 사직서를 올릴까 말까 망설이며 / 十載依違乞退書

시골집 둘러싼 청산만 공연히 바라보았네 / 靑山空望擁田廬

홍진 속에 말 타고 무슨 일을 이루었던고 / 紅塵騎馬成何事

백발만 어느덧 백 척도 넘게 드리웠는 걸 / 白髮居然百尺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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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4권 / 시류(詩類)

선산(善山)의 권 태수 동년(權太守同年)에게 부치다.

 

금릉에서 서로 만나 환담 나눈 게 생각나네 / 相逢歡笑憶金陵

밤새도록 객사의 등불을 다 돋우어가면서 / 挑盡郵亭一夜燈

이별한 뒤로 어느덧 칠 년이 지난 오늘은 / 別後悠悠今七載

홍진 속의 백발이 실보다 더 산란하구려 / 紅塵白髮亂於繩

 

월파정 한쪽 가로 물의 서쪽 머리에 / 月波亭畔水西頭

거룻배만 한 내 띳집 하나가 있건만 / 我有廬小似舟

머리 돌려 돌아가려면서도 가질 못하니 / 回首欲歸歸不得

백년의 신세가 갈매기에게 부끄럽구려 / 百年身世愧閑鷗

 

명후가 지금 오두의 놀이 하는 걸 보니 / 明侯今見作遨頭

아로새긴 창에 향기 어리고 때는 가을일세 / 畫戟香凝日抵秋

세상일의 속박을 벗어나서 한번 내려가 / 欲稅塵鞅一歸去

긴긴 날 습지의 풍류를 함께하고 싶어라 / 習池長日侍風流

 

옛 관사의 늙은 매화 한 그루를 보았었는데 / 古館曾看一老梅

나무의 높이는 열 길이요 꽃이 만발했었지 / 樹高十丈花滿開

몇 년이나 찾는 꿈만 부질없이 허비했던고 / 幾年空費相尋夢

꿈에라도 대하면 여전히 주흥을 돕는다네 / 相對依然侑酒杯

 

산 밑의 내 묵은 밭은 두어 이랑 남짓 되지만 / 山下荒田數頃餘

노비들이 어리석어 생활 영위도 못 하는데 / 奴頑婢拙生理疎

듣자 하니 인정의 은택이 하해보다 깊어서 / 似聞仁政深於海

환자 갚고 조세 바치며 행복하게 산다더군 / 納糴輸租樂自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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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4권 / 시류(詩類)

안견(安堅)의 산수도(山水圖)에 제하다. 8수

 

높다란 누각은 푸른 하늘에 우뚝 솟아 있고 / 傑閣岧嶢揷碧天

솔바람 부는 만 구렁에 샘물은 졸졸 흐르네 / 松濤萬壑響於泉

그 누가 산 앞의 절 가까이에 배를 대었나 / 何人泊近山前寺

한밤중의 종소리가 나그네 배에 이르누나 / 半夜鍾聲到客船

 

먼 산 가까운 산 편평한 숲은 아스라하고 / 漠漠平林遠近山

다리 그림자는 거꾸로 냇물을 눌러 있는데 / 小橋倒影壓潺湲

해 저물자 나그네는 가는 길을 찾지 못해 / 日斜行客迷歸路

수많은 누대 사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네 / 多少樓臺指點間

 

무수한 청산들은 애써 나를 부르는 듯한데 / 靑山無數苦相招

산 아래 맑은 냇물은 몇 상앗대쯤이나 될꼬 / 山下淸川水幾篙

집은 동쪽 물가에 있고 사립은 닫혀 있는데 / 家在東皐門掩映

숲 너머로 다리 건너는 사람 소리가 들리네 / 隔林人語渡前橋

 

늙은 나무 기괴한 바위에 물은 절로 맑고 / 木老岩奇水自澄

상방의 누각 위엔 흰 구름이 겹겹인데 / 上方樓閣白雲層

베 버선에 푸른 행전 두른 어느 곳 나그네가 / 布襪靑縢何處客

선탑에서 빈사 날리며 고승과 담화하는고 / 鬢絲禪榻話高僧

 

작은 바람이 석양에 비를 불어 지나가자 / 小風吹雨晩來過

고목나무 용 같은 그림자는 반쯤 비꼈는데 / 老樹如龍影半斜

푸른 봉우리 흰 물결이 참으로 그림 같아라 / 靑嶂白波眞似畫

가시 울 안의 띳집은 이게 그 뉘 집이던고 / 棘茅屋是誰家

 

먼 산은 눈썹먹 같고 물은 쪽빛 같은데 / 遠山如黛水如藍

아마도 안개 너머에 인가가 있는 듯하네 / 知有人家隔翠嵐

또 묻노니 외로운 배는 어드메로 가느뇨 / 且問孤舟向何處

서풍에 돌아가는 흥이 강남에 가득구나 / 西風歸興滿江南

 

어느 산의 옛 승사는 누각이 층층인데 / 何山古寺層層閣

이곳의 띳집은 서까래가 자잘하구나 / 是處茅廬小小椽

산의 경색 호수 풍광은 원근이 헷갈리는데 / 岳色湖光迷遠近

다리 위의 사람 그림자는 석양의 가이로다 / 短橋人影夕陽邊

 

만리라 먼 하늘에 찬 구름이 가득 끼어 / 萬里長空帖冷雲

산 남쪽 산 북쪽에 눈이 펑펑 쏟아지는데 / 山南山北雪紛紛

찬 강에 홀로 낚시질하다 일찍 돌아오니 / 寒江獨釣歸來早

띳집은 황혼에 이미 사립짝이 닫혀 있네 / 店黃昏已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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長篇 漢詩-사3部.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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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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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巨邨 | 작성시간 26.06.19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작성자謙虛 | 작성시간 26.06.19 長篇 漢詩 좋은 자료들을 올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수고가 참 많으셨습니다.
    시원한 저녁시간이 되십시오.
  • 작성자沙岩 | 작성시간 26.06.20 오늘도 좋은 자료 잘 가져 가겠습니다.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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