長篇 漢詩-사4部
사가시집 제14권 / 시류(詩類)
영천(永川)이 꽃 두어 본(本)을 캐서 부쳐왔으므로, 앞의 운을 사용하여 받들어 사례하다. 4수
평생에 성질이 치우치게 꽃 심길 좋아해 / 平生性癖好栽花
무르녹은 봄바람에 정원 가득 놀빛일세 / 爛熳春風滿院霞
그중에도 산석류 꽃이 더욱더 뛰어난데 / 山石榴花更奇絶
이것도 분명 귀인 댁에서 옮겨온 거라네 / 分明移自貴人家
금년의 한식은 비 오고 바람까지 불어서 / 今年寒食雨兼風
아직도 산화는 피지 못한 것들이 있으니 / 尙有山花未放紅
어떻게 하면 도인 은칠칠을 만나서 / 安得道人殷七七
잠깐 담소하는 사이에 꽃을 피워볼꼬 / 花開頃刻笑談中
일년 중에 봄철 행사로 꽃이 두루 피어서 / 一年春事遍開花
붉고 다스운 기운 왕성해 저녁놀을 능가하네 / 紅暖紛紜奪晩霞
왕손은 고상한 흥취 많음을 내가 알거니 / 知有王孫多雅興
술병 갖고 내 집 찾는 것도 해롭지 않으리 / 不妨携酒訪吾家
만물 경치의 생기가 동풍에 가득 실려와 / 物華生意滿東風
수없이 푸르고 노랗고 희고 붉고 하누나 / 無數靑黃與白紅
가을 흥취가 호방한 봄 흥취만 못하고말고 / 秋興不如春興逸
인생의 행락이 모두 취하고 깨는 속이로다 / 人生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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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4권 / 시류(詩類)
오 동린(吳同隣)이 부쳐온 시에 차운하다.
살구꽃 복사꽃 요염하고 버들 빛은 파란데 / 杏艶桃嬌柳色新
봄은 나를 속이고 병은 몸을 피곤케 하네 / 靑春欺我病慵身
청명에다 한식에다 답청일까지 연해서 / 淸明寒食踏靑日
금년에도 이 좋은 명절을 또 만났구려 / 佳節今年會此辰
공명은 요행히도 이미 분수에 넘쳤고 / 功名僥倖已過分
나이는 사십 세에 구 년을 더하였으니 / 四十之年加九年
만일 옷자락 떨치고 한번 돌아간다면 / 若使拂衣一歸去
수레를 타고 내가 다시 무엇을 구하랴 / 駕言吾欲復求焉
버들 눈 이미 트인 게 어찌 뜻이 없으리오 / 柳眼已回豈無意
복사꽃 빵긋 웃으려 함도 정이 있는 듯해라 / 桃顋欲放如有情
금년의 명절은 반드시 저버리지 않아서 / 今年佳節不須負
스스로 취하고 또한 스스로 깨고 하려네 / 醉亦自醉醒自醒
당면한 세상일은 술이나 마시고 싶고 / 當頭世事欲浮白
만족함 아는 공명은 역사만 생각하는데 / 知足功名思汗靑
한마을 사는 친구가 똑같이 백발이라 / 里閈同遊俱素髮
한 잔 술 서로 권함 또한 정성이고말고 / 一杯相屬又丹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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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4권 / 시류(詩類)
심 호군(沈護軍)의 원중삼영(園中三詠)에 차운하다.
노송(老松)
왜소한 키는 비록 한 자밖에 안 되지만 / 矮質雖然尺許長
그 마음은 높이 뛰어나 평범치 않다마다 / 渠心落落不尋常
꼬불꼬불한 용근은 천둥 벽력을 끼었고 / 龍根盤屈挾雷電
우뚝 솟은 규간은 눈 서리를 능가하누나 / 虯幹昂藏凌雪霜
늙었기에 기특한 재주는 답답하기만 하고 / 老矣奇才空鬱結
천연의 바람소리는 홀로 처량하기만 한데 / 天然風韻獨凄涼
세한의 높은 절조는 더욱 감탄할 만하니 / 歲寒高節尤堪嘆
공자의 두어 길 높은 담장을 상상하겠네 / 尙想宣尼數仞墻
죽우(竹友)
죽우는 참으로 세 가지 익우거니와 / 竹友三眞益
바람소리는 멀리 독무대를 이루네 / 風聲遠擅場
그 마음 강직함은 예쁘기도 하지만 / 憐渠心勁直
열매는 덕의 향기와도 비유되었지 / 比子德馨香
봉실은 오랜 세월의 일이거니와 / 鳳實多年月
용음은 눈 서리와 맞서서 떨치네 / 龍吟對雪霜
본래부터 굽은 성질이 없었기에 / 由來無曲性
크나큰 절조가 이미 당당하였네 / 大節已堂堂
국(菊)
가을 풍광은 깨끗하고 햇빛은 하 밝은데 / 秋光澄淨日暉暉
이 국화 한두 가지가 아름답기도 하여라 / 粲此黃華一兩枝
누가 백의사자 보내서 술을 보내왔던고 / 誰遣白衣來送酒
동쪽 울타리의 흥취가 아직도 그립구려 / 東籬情興故依依
막걸리의 새 향기는 질동이에 가득하고 / 白酒新香滿瓦盆
국화는 다 피어서 늦가을에 탐스러운데 / 菊花開盡晩紛紛
십 년 동안 내 삼경 묵힌 게 부끄러워라 / 十年愧我荒三徑
날마다 성 남쪽으로 그대만 찾고 싶구나 / 日日城南欲訪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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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20권 / 시류(詩類)
남원(南原) 양군(梁君) 성지(誠之) 을 보내는 시(詩) 백운(百韻)
우리 동국은 천 년 운세를 만났고 / 東國千年運
남원 양군은 일대의 현인이로다 / 南原一代賢
아원으로 과거에 급제하고는 / 亞元登桂籍
높은 걸음으로 화전을 오르니 / 高步上花磚
고상한 풍채는 사람이 옥과 같고 / 風裁人如玉
문장은 붓이 흡사 서까래 같은데 / 文章筆似椽
영령은 성악에서 내려왔거니와 / 英靈星岳降
흉금은 눈서리처럼 깨끗하여라 / 襟韻雪霜蠲
기북에 텅 빈 발굽은 막 경쾌하고 / 空北蹄初快
남쪽 도모하는 날개는 재빠르네 / 圖南翮自翾
기구는 참으로 소리를 실천하고 / 箕裘眞素履
시례는 바로 그 집의 청전이로세 / 詩禮是靑氈
십 년 동안을 경연에서 모시었고 / 十載陪經幄
많은 시간을 어전 가까이 있었네 / 多時近御筵
글을 읽어라 서책들은 옛것이요 / 披書靑簡古
조서를 초함엔 자마에 능숙했지 / 演誥紫麻硏
화개는 하늘과 항상 가깝거니와 / 華蓋天常近
영주는 지위가 절로 연접했기에 / 瀛洲地自連
계설향 머금어 일각을 바라보고 / 含香瞻日角
신 소리 들려라 별자리를 오르네 / 聽履上星躔
사륜각엔 아침 해가 환히 밝고 / 綸閣明紅旭
석거각엔 푸른 물이 출렁이는데 / 石渠動碧漣
명성은 옥순반에 드높거니와 / 名高班玉筍
광영은 금련촉을 움직이었네 / 榮動燭金蓮
풍채는 우뚝한 난새를 상상케 하고 / 姿想孤鸞峙
흉중엔 별들이 가득함을 보겠어라 / 胸看列宿塡
문장은 용과 봉황이 날아오른 듯 / 詞華起蛟鳳
필력은 고래 잉어를 끌어당길 듯 / 筆力掣鯨鱣
뛰어난 솜씨는 삼매에 통하였고 / 妙手通三昧
신통한 기예는 백천에 도달했네 / 神工到百穿
이단은 호표를 몰아내듯 하였고 / 異端驅虎豹
도학은 어연의 도에 달통했는데 / 道學達魚鳶
호기를 부림은 추매에 다다르고 / 騁氣鄒枚躅
시국의 계책은 가동과 겨루었네 / 籌時賈董肩
성상 포양한 말은 십만 자나 되고 / 鋪張言十萬
아주 적절한 상서는 삼천독이어라 / 剴切牘三千
광대한 문장은 물을 뒤집듯 하고 / 浩汗文翻水
깊고 깊은 생각은 샘솟듯 하누나 / 淵深思湧泉
언로는 광대하게 열어놓았고 / 言途開蕩蕩
왕도는 평평하게 보좌하였네 / 王道佐平平
대궐에서는 논사를 간절히 하고 / 北闕論思切
동궁에서는 보도를 온전히 하매 / 東闈輔導全
운룡의 조우가 하도 성대하여 / 雲龍遭遇盛
우로 같은 은총이 남달리 내렸네 / 雨露眷注偏
군신의 만남이 참으로 이러하거니 / 際會眞如此
높이 나는 걸 누가 감히 앞서리오 / 蜚騰孰敢先
중추부에 갑자기 발탁되었다가 / 鴻樞俄擢拔
사헌부로 이내 자리를 옮겨서는 / 烏府旋迢遷
철석 같은 굳은 마음을 피력하여 / 鐵石披肝固
풍상을 손에 쥐고 부정을 척결했네 / 風霜入手湔
해치는 뿔이 유독 하나이거니와 / 獬神曾獨角
송골매는 빈손 친 적이 없고말고 / 鶻健不空拳
백간은 능히 산악을 흔들어 대고 / 白簡能搖嶽
청낭은 일찍이 하늘에 올렸으니 / 靑囊早上天
용 비늘 저촉해 스스로 거역하고 / 批龍鱗自逆
봉황은 울어 날개 높이 펼치었네 / 鳴鳳翼高翩
간초는 응당 불태워 혐의 피하고 / 諫草焚應避
대란은 스스로 가려 허리에 찼도다 / 臺蘭佩自拴
천관은 상의 은총으로 제수되고 / 天官紆睿想
지망은 조관 가운데 으뜸인지라 / 地望冠朝聯
중요한 지위로 중책을 담당하고 / 鈞軸當機要
훌륭한 품평으로 인재를 선발했네 / 權衡妙選銓
글 올려 인재는 얼마나 천거했던고 / 上書人幾薦
합문 열어 선비는 길이 맞이했지만 / 開閤士長延
지조가 어찌 물수리와 같을쏜가 / 鷙鳥那如鶚
초관에다 매미 날개까지 붙였네 / 貂冠又綴蟬
온 조정이 현능함을 호소했거니 / 滿朝賢已籲
초야에서 어찌 은거할 수 있으랴 / 在野跡誰跧
도리는 가득히 심어야 하려니와 / 桃李栽須滿
삼령은 스스로 원만히 갖추었네 / 蔘苓備自圓
자주 과거장의 시관이 되었으되 / 棘垣頻作主
밝은 안목은 비춰 보는 듯했으니 / 藻鑑正如懸
탄이 긍계를 칼질하여 소를 잡듯 / 肯綮屠牛坦
구방인이 말의 여황을 상 보듯 했네 / 驪黃相馬歅
인재는 백벽으로 구하듯 하거니와 / 求才如白璧
선비를 뽑는 덴 청전이 얼마였던고 / 選士幾靑錢
수부는 응당 청귀한 자리이거니 / 水部知淸貴
상서의 제수는 은총을 받음일세 / 尙書荷寵憐
약공은 여럿의 천거를 입었는데 / 若工僉有擧
토공을 맡아서는 홀로 처리하였고 / 掌土獨提權
지리는 민물들을 살리는 곳이라 / 地理居民物
여도의 폭원을 모두 작성하였네 / 輿圖罄幅隕
홍문관엔 만 권 서적을 저장하고 / 弘文儲萬卷
전교로써 천 편 서책을 구입하고 / 典校購千篇
서책 교정은 유각과 같았거니와 / 讐帙同劉閣
문장 연구는 정전을 비웃었으니 / 尋章笑鄭箋
운향은 소매 속에 가득하였고 / 芸香袖裏滿
청려화는 지팡이 끝에 환히 탔네 / 藜火杖頭燃
부절 받들고 요갈을 경유하여 / 仗節經遼碣
상국 관광차 계연에 당도해서는 / 觀光到薊燕
위의 엄숙한 의관들을 바라보고 / 衣冠瞻肅穆
옥백의 예물을 공경히 바쳤는데 / 玉帛更周旋
국사만 위해 마음 항상 독실하여 / 國耳心常篤
사신으로서 예에 어긋나지 않았네 / 使乎禮不愆
멀리 유람해 질탕함을 더했거니 / 遠遊增跌宕
홀로 있어 어찌 곤하게 막힐쏜가 / 獨處豈迍邅
제주의 의지는 응당 장했거니와 / 題柱志應壯
기수의 비분도 버리지 못했는데 / 棄繻憤未捐
주나라는 능히 계찰을 칭찬했고 / 周能稱季札
한나라는 장건을 세지도 않았네 / 漢不數張騫
우국 충정은 밤낮으로 근밀하고 / 憂國夙夜謹
조정에서는 조석으로 경건하여 / 在公朝夕虔
삼가는 마음으로 길이 공경하고 / 小心長翼翼
일을 꾀함엔 매양 정성을 다했네 / 慮事每惓惓
물처럼 맑음은 스스로 믿거니와 / 自信淸如水
남들은 시위처럼 곧다고 칭하네 / 人稱直似絃
곧은 마음은 송백에 견줄 만하고 / 貞心擬松柏
훌륭한 덕은 난전에 비길 만하여 / 馨德譬蘭荃
성자는 멀리 중국에 전해지고 / 姓字傳華國
명성은 우리 동방을 진동하는데 / 聲名動海堧
충성은 능히 임금을 잘 보좌하고 / 忠誠能捧日
훈업은 절로 능연각에 올랐도다 / 勳業自凌煙
군왕의 계책은 장대히 보좌하고 / 黼黻謀猷壯
나라 다스림엔 덕의를 선양하여 / 經綸德義宣
평소에 군왕의 광채 의지했다가 / 尋常依日月
위엄 정돈해 천지를 바로잡았네 / 頓整定坤乾
온갖 기예가 모두 뛰어났지만 / 百藝皆能絶
삼장은 또 홀로 독차지했으니 / 三長又獨專
웅대한 문장은 사마상여의 위요 / 雄文司馬上
곧은 사필은 동호의 앞이로다 / 直筆董狐前
열성들의 규모는 굉대하거니와 / 列聖規模大
양조의 실록을 함께 편찬했으니 / 兩朝實錄編
낭함에선 오묘한 글을 펼쳐 보고 / 琅函繙奧妙
금궤에선 심오한 문장 열람하여 / 金匱閱深淵
선왕들을 예전 황왕에 짝지우고 / 有道皇王媲
글을 이루어 전고처럼 전했도다 / 成書典誥傳
인경을 다 마치는 날이요 / 麟經垂畢日
석실에 비장하는 해로다 / 石室秘藏年
대궐에서의 왕명은 친밀하였고 / 魏闕絲綸密
견도를 향한 역말은 천천히 걷네 / 甄都馹騎蹁
문성은 고개 밖으로 옮겨 가고 / 文星移峴外
경월은 호숫가에 가득 비쳐라 / 卿月照湖邊
작령엔 사자의 부절이 빛나는데 / 鵲嶺輝龍節
웅강엔 사자의 배를 띄웠네그려 / 熊江泛鷁船
화려한 주연을 좋은 곳에 베풀어 / 華筵開勝麗
아름다운 기녀들이 빙 둘러싸니 / 佳妓擁嬋姸
예쁜 춤새엔 비단 소매 펄럭이고 / 舞艶翻羅袖
고운 노래엔 놀이채가 나오누나 / 歌長出錦纏
풍류는 안석에 비길 만하거니와 / 風流擬安石
방탕함이야 번천을 비웃고말고 / 落魄笑樊川
부를 지을 땐 신기한 붓 휘두르고 / 作賦揮神筆
시를 쓸 땐 채색 종이가 펄럭이네 / 題詩動綵牋
가다가 금마국을 지나가거든 / 行經金馬國
모두 옥당선이라 지칭할 걸세 / 共指玉堂仙
상재만 바라보고도 공경하거니 / 桑梓猶恭止
추오를 보면 눈물이 절로 흐르리 / 楸梧益潸然
황지를 태워라 영총은 극에 달하고 / 焚黃榮寵極
무덤에 오르면 효성이 북받치겠네 / 上塚孝情牽
축 드리운 것은 황금 띠가 빛나고 / 若若腰金煥
화려한 것은 곱디고운 비단옷이라 / 暉暉衣錦嬋
미담은 부로들에게서 나올 게고 / 美談歸父老
아름다운 기운은 들판에 가득하리 / 佳氣藹村田
좋이 은총입고 지금 떠나가거니 / 好是承恩去
곧 만족한 마음으로 돌아오겠지 / 行看得意還
전별의 자리엔 친구들도 하 많아 / 親朋多祖送
도로가 이미 가득 차버렸네 / 道路已闐騈
작별을 하려도 술은 마셔야지만 / 敍別猶須酒
말을 주는 게 채찍보단 낫다마다 / 贈言却勝鞭
공은 참으로 위대한 인물이기에 / 公乎眞磊落
주는 오랫동안 의지해 왔었다오 / 走也久攀緣
태학에는 삼천의 제자가 있었고 / 黌舍三千弟
교문엔 억만이 둘러서 있었는데 / 橋門億萬圜
용문의 천거를 외람되이 힘입어 / 龍門叨汲引
대궐의 문을 함께 출입하였고 / 鸞殿共蹁躚
중서성에서 때로 함께 숙직할 땐 / 紫閣時同直
푸른 휘장 아래 같이 잠도 잤었지 / 靑綾夜共眠
몸이 궁전 섬돌 가까이 올라가면 / 將身近螭陛
소매 가득 용연향이 풍기었는데 / 滿袖動龍涎
촛불 똥은 담화할 때에 끊어 내고 / 燭向談時剪
차는 술취한 뒤에 달여 마셨었지 / 茶從醉後煎
교정을 논함엔 백발을 기약했으니 / 論交期皓白
그 맹세는 푸른 하늘이 알고말고 / 信誓有蒼玄
관포는 정의가 교칠 같았거니와 / 管鮑曾投漆
기아는 또 거문고 줄을 이어야지 / 期牙又續絃
일생을 천리마 꼬리에 붙으려 하는데 / 一生思附驥
만사는 또 노래기를 부러워한다오 / 萬事又憐蚿
예원에선 외람되이 빈자리 메꾸고 / 藝苑叨承乏
성균관에선 또 숫자만 채워졌는데 / 成均復備員
세월은 아, 노쇠한 지경에 이르러 / 光陰嗟潦倒
노병을 유독 오래 안고 살다 보니 / 老病獨沈綿
장대한 뜻은 비록 쇠하였지만 / 壯志雖衰矣
남은 생애는 힘써야 하고말고 / 餘生可勉旃
모지라진 백발은 내가 부끄러운데 / 自慙頭種種
남들은 똥똥한 배를 비웃는다오 / 人笑腹便便
의기투합은 자철 같길 원하지만 / 眞契思磁鐵
허명 때문에 문필만 일삼았는데 / 虛名事槧鉛
성상으로부터 큰 은택을 입었으나 / 自天承霈澤
조그만 보답도 드릴 길이 없었네 / 無地效埃涓
대성인 시대는 만나기 어려우니 / 上聖時難遇
중흥송을 돌에 새길 만하고말고 / 中興頌可鐫
천지간엔 옥촉이 조화를 이루고 / 乾坤調玉燭
일월은 선기를 돌아 운행한지라 / 日月繞璣璇
만물은 조화의 범위로 돌아가고 / 萬物歸陶範
뭇 형상은 조화의 틀 속에 들어 / 羣形囿化甄
팔방 끝까지 수역이 열리고 / 八荒開壽域
온 사해에 전쟁이 그치었도다 / 四海戢戈鋋
솥에는 소금과 매실이 있거니와 / 鼎鼐鹽梅在
산하 대려의 맹세는 변함없거니 / 山河帶礪堅
우리 서로 훌륭한 덕을 숭상하여 / 與君崇令德
끝까지 함께 조선을 보좌하세나 / 終始佐朝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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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20권 / 시류(詩類)
홍 익성(洪益城)이 부쳐 온 시에 받들어 차운하다 8수
한 번도 명성이 어사대에 우뚝해 본 적 없는데 / 曾無一譽聳臺端
십 년 만에 거듭 머리에 법관을 쓰게 되었네 / 十載重來戴法冠
총마 탄 사람을 남들은 다 피한다 하데만 / 見說乘驄人共避
제발 그대는 나를 등한하게 보지 말게나 / 煩君莫作等閑看
어찌 성조에 작은 보답이나마 바쳤으랴 / 豈有涓埃答聖朝
기두의 헛된 이름만 동료들에게 부끄럽네 / 虛名箕斗愧諸僚
내 간장이 철석 같음은 스스로 믿지만 / 雖然自信腸如鐵
두 가닥 흰 수염 흩날림을 어쩐단 말인가 / 爭奈雙髥雪亂飄
잔뜩 몰려든 공사로 코 끝에 땀이 흘러라 / 公事如雲汗鼻端
일생 동안 유자의 오활함만 지키다 보니 / 一生迂腐坐儒冠
이젠 당국자가 헷갈린단 걸 다시 믿겠네 / 如今更信迷當局
옆 사람이 수수방관할까가 정말 두렵구려 / 可怕傍人袖手看
남양의 명성은 태평한 조정에 가득한데 / 南陽聲譽滿淸朝
이십여 년을 추천받아 부하로 있었으니 / 二紀躋攀忝下僚
분수 밖에 의금부에선 직접 뫼시었었고 / 不分金吾陪杖屨
어사대 높은 곳에 또한 위풍이 드날렸지 / 柏臺高處雪霜飄
만사를 어찌 중도에 맞게 하였으랴 / 萬事何能執兩端
오랫동안 놀란 머리털이 허다히 곤두서려 한다네 / 多時驚髮欲衝冠
오직 남은 건 어사대 앞의 측백나무만 / 唯餘舊日臺前柏
늦게까지 푸르러 웃음 짓고 바라본다오 / 晩節蒼蒼帶笑看
다섯 조정 임금 은혜를 외람되이 훔쳤어라 / 濫竊君恩已五朝
관료들의 기강 엄숙히 세운 적이 있었던가 / 何曾綱紀肅官僚
한산한 지위에 있음이 내 분수에 마땅킬래 / 偸閑置散宜吾分
강해로 돌아갈 마음만 밤낮으로 들뜬다네 / 江海歸心日夜飄
가시 끝에 조각할 만한 묘기도 없고 보니 / 妙手無能刻棘端
해치관이 이젠 다시 목후관이 되어 버렸네 / 豸冠今復沐猴冠
엉터리 같은 계책으로 무슨 일을 이루랴 / 狂謀謬算成何事
시인들의 냉대만 실컷 받을 뿐이고말고 / 嬴被時人白眼看
경연에서 강의 마치고 일찍 퇴청하여 보니 / 講罷經帷早退朝
시 지어 내게 부친 이는 바로 옛 동료였네 / 題詩寄我舊同僚
훌륭도 하여라 그대 오봉루 만든 솜씨여 / 多君五鳳樓前手
뛰어난 기상이 백 길 하늘 높이 솟는구려 / 百丈凌雲逸氣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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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20권 / 시류(詩類)
계고(稽古) 3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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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일을 상고할 재주는 아직 얕고 / 稽古才猶淺
나라 다스릴 계책 또한 서투른데 / 經邦術亦疎
나이는 지금 늘그막에 이르렀고 / 年今已云老
일은 다시 처음만 못함을 어쩌나 / 事更不如初
사무 능력 없어 공문서는 쌓이지만 / 吏拙多公牒
임금님이 명철해 간서는 드물구려 / 君明少諫書
그 언제나 신하의 도리를 다하고 / 幾時能盡節
사직하고 전원으로 물러갈거나 / 乞骨退田廬
시국 계책은 일찍이 부족한 데다 / 籌時曾短拙
처세술 또한 애당초 오활했지만 / 處世已迂疎
성대에선 오직 옛사람을 구하고 / 聖代人惟舊
제는 나의 태어난 때에 헤아리셨네 / 吾生帝揆初
해조의 부를 어찌 지을 것 있으랴 / 解嘲寧有賦
지지의 글 또한 있을 필요 없다오 / 知止可無書
어젯밤 꿈엔 고향 집엘 돌아갔는데 / 昨夜還家夢
낡은 집이 푸른 산에 둘러싸였더군 / 靑山擁弊廬
재주 없이 등용됨은 부끄럽지만 / 無才慙世用
병 아닌 걸로 친구조차 멀어졌네 / 非病故人疎
공명 이끗 좇는 게 이미 싫증 났건만 / 已厭趨浮末
이 벼슬을 사퇴할 방도가 없네그려 / 無由返古初
한 번 맞아라 본디 술은 좋아하지만 / 一中曾愛酒
서신일랑 세 번 올릴 필요 없고말고 / 三上不須書
백 세에 꼭 나의 모범이 되는 것은 / 百世宜吾範
연명이 내 집을 사랑했던 거라오 / 淵明愛此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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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20권 / 시류(詩類)
초상(肖像)을 그린 배 호군(裵護軍)에게 주다
다섯 조정 섬긴 경연의 한 늙은 신하가 / 五代經帷一老臣
만년에 분수 밖의 기린각 공신에 끼어서 / 晩年非分忝麒麟
그대의 오묘한 전신의 솜씨를 괴롭히어 / 煩君三昧傳神手
맑은 날 창 앞에서 진영을 그리게 하였네 / 白日晴窓爲寫眞
오묘한 곳은 항상 눈동자 속에 있는 거라 / 妙處常存阿堵間
예부터 눈동자를 그리기 어렵다고 했는데 / 從來復道點睛難
호두의 이 법칙을 오직 그대만 알았으니 / 虎頭此法唯君識
만일 삼모를 그린다면 더욱 장관일 걸세 / 若畫三毛更壯觀
부끄러워라 어찌 내 골상이 기이하던가 / 愧我何曾骨相奇
그려 놓고 보니 우습고도 비웃을 만하네 / 畫來堪笑復堪嗤
용모는 정히 배 승상의 하류에 속하지만 / 容顔定下裴丞相
늙은이 광기는 두 습유보다 훨씬 위로세 / 狂老全勝杜拾遺
승상 배도(裴度)에게는 화진자찬(畫眞自讚)이 있고, 왕개보(王介甫)에게는 두자미화상찬(杜子美畫像贊)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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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20권 / 시류(詩類)
고 동린이 화답하므로 다시 차운하다 4수
몸이 한가로우매 마음 또한 한가로워서 / 身閑聊復得心閑
봄 흥취 봄 시름이 둘 다 절로 막히었네 / 春興春愁兩自關
어떻게 하면 난교 삼만 냥을 구해다가 / 安得鸞膠三萬兩
손수 태양에 붙여 남은 봄을 이어볼꼬 / 手粘白日續春殘
해당화는 말없이 물끄러미 바라만 보아라 / 海棠脈脈自無言
가랑비 속에 고운 연지가 십분 반드르르하네 / 細雨臙脂膩十分
본래부터 성조에선 주령이 엄격했거니 / 自是聖朝嚴酒令
이때엔 그대에게 큰 잔 벌주를 먹여야겠네 / 此時擧白可浮君
봄 강에 비가 와서 물은 점점 불어나는데 / 雨入春江水漸肥
산 새는 무슨 일로 돌아가길 재촉하는고 / 山禽何事復催歸
나는 노병 때문에 대관은 파면될 테지만 / 我緣老病臺應罷
내가 돌아갈 때는 꽃이 정히 드물겠구려 / 我政歸時花政稀
하얀 물고기가 봄이 되면 살이 통통 쪄서 / 江魚白白趁春肥
잘게 썬 회가 어지러이 날리는 눈발 같은데 / 鱠縷紛紛作雪飛
내가 안 돌아갈 뿐 돌아갈 수야 있고말고 / 自是不歸歸便得
뿌연 먼지에 조복 더럽힘을 견딜 수 없구려 / 不堪塵土汚朝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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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20권 / 시류(詩類)
봄을 보내다. 대사성 신 동년(申同年)에게 부치다. 3수
대관이 일이 없어 간서를 안 올렸더니 / 臺官無事諫書稀
어지러이 꽃 떨어지고 버들개지도 날리네 / 花落紛紛絮又飛
내 어제야 옥황상제께 건의를 올렸노니 / 昨奏玉皇猶建白
난교로 남은 봄을 잇게 해 달라고 말일세 / 鸞膠直欲續春暉
나는 봄을 보내 주고 봄은 돌아가려 하니 / 我送春歸春欲歸
내일 아침에 작별하면 생각이 그리워지리 / 明朝相別思依依
어찌하여 인간에 머무는 걸 배우지 않고 / 胡然不學人間住
고작 인간의 잘못된 것만 배운단 말인가 / 纔學人間便是非
그대 집의 별장은 한강 가에 있었는지라 / 君家別墅漢江庄
봄 가을 꽃과 달 아래 함께 퍽 즐겼는데 / 花月春秋共作荒
서글퍼라 꽃필 때는 돌아갈 수가 없으니 / 惆悵花時歸不得
가을에 돌아가 창랑에 낚시질이나 하려네 / 趁秋歸去釣滄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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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20권 / 시류(詩類)
홍 겸사성(洪兼司成)의 옹(翁) 자 시운(詩韻)을 받들어 차하다 5수
내 일찍이 나이 젊고 그대도 늙은이 아니었지 / 我曾年少君未翁
삼십 년 세월이 이젠 한바탕 꿈만 같구려 / 三紀如今一夢中
성자는 그대가 빨라 계방에 먼저 올랐는데 / 姓字輸君先桂榜
공명은 나에게 뒤져 태학에만 장 머무누나 / 功名讓我長芹宮
쇠한 수염은 배배 꼬인 채 이미 희어졌지만 / 衰髥互捋看來白
구면은 서로 만나 앉아서 홍안을 마주하네 / 舊面相逢坐對紅
그 옛날 남대의 일을 그대는 기억하는가 / 往事南臺能記未
산 가득 쌓인 눈 개고 하늘엔 달도 밝았지 / 滿山晴雪月當空
태학에 성상 납시어 학설의 이동을 강할 제 / 玉色臨雍講異同
당시 논란 잘하기로 옹의 명성 자자했었네 / 當時論難盛稱翁
덕망이 사유의 모범 될 만함을 잘 알거니와 / 情知德望師儒表
국가가 공도로 인재 선발함 또한 기쁘구려 / 喜見邦家遴選公
한유는 제생을 관 아래로 불러서 타일렀고 / 韓愈諸生招館下
양성은 태학의 명성이 조중에 자자했었지 / 陽城太學播朝中
우리 사문에 그대 같은 지주가 있었길래 / 斯文砥柱如君在
이미 거센 물결을 동으로 막아 돌렸네 / 已見狂瀾障必東
나는 작은 재주로 큰 일 맡은 게 부끄러운데 / 以纖當日愧臨洪
그대 영재 기르기 좋아한 공은 훌륭도 해라 / 多子英才樂育功
도덕은 앞에 있다가 다시 뒤에도 있고요 / 道德瞻前還在後
문장은 겉을 광대히 하고 속도 넓히었네 / 文章肆外且閎中
예절 바른 제자 삼천 인이 절로 있거니 / 從容自有三千弟
풍영을 하려면 어찌 칠팔 동자가 없으리오 / 風詠寧無八七童
앞으로는 관장의 꾸지람 걱정하지 않고 / 從此不憂官長罵
강의 마치면 산옹처럼 곤드레 취하겠네 / 講餘扶醉學山翁
관디가 교문 둘러서는 게 이것이 회동인데 / 冠帶橋門是會同
경의를 말하는 나는 섭유옹이 될 뿐이었지 / 談經我坐囁嚅翁
짧게 머리털 먼저 변함은 스스로 알거니와 / 自知種種頭先變
남들은 똥똥한 배 이미 텅 빔을 비웃는다네 / 人笑便便腹已空
마소에 옷 입혀라 참으로 불학무식하여 / 牛馬襟裾眞不學
명령의 가르침은 끝내 공효가 없었다오 / 螟蛉敎誨竟無功
예전에 성문엔 광간한 사람이 많았는데 / 聖門終古多狂簡
모를레라 어떤 사람이 그 호동이었던고 / 不識何人是互童
깊고 엄중한 문묘에 공자의 상을 우러러라 / 聖貌深嚴仰閟宮
줄지은 학궁은 동재 서재가 서로 연했는데 / 鱗鱗膠序接西東
둥근 갓에 모난 신 신은 이는 청금자이고 / 圓冠矩屨靑衿子
넓은 옷에 큰 띠 두른 이는 백발옹이로다 / 博帶褒衣白首翁
점필 신음 따위로 어찌 세월을 보내리오 / 佔畢呻吟寧費日
넓히고 땜질을 해야 끝내 공효가 많으리 / 張皇補苴竟多功
나 같은 무능한 자는 빈자리만 채웠으니 / 如予短拙叨承乏
추운 겨울에도 두뇌가 절로 탈 지경일세 / 頭腦雖冬亦自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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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20권 / 시류(詩類)
세 옹(翁) 자 운을 사용하여 기록해서 홍 겸사성(洪兼司成)에게 올리다 9수
소년 시절부터 남양옹과 의기가 투합하여 / 小小托契南陽翁
남양옹은 나를 소년 적선옹이라 부르면서 / 呼我少年謫仙翁
술자리에 서로 마주해 손뼉치며 웃었더니 / 相對樽前笑拍手
흑발옹이 이제는 다 백발옹이 되었네그려 / 黑髮翁皆白髮翁
나는 본디 농투성이로 벼슬길을 나왔기에 / 我本起家田舍翁
경서 담론에 섭유옹 꼴이 늘 부끄러운데 / 談經長愧囁嚅翁
사문의 노련한 동료 얻은 것이 하 기뻐라 / 同僚喜得斯文老
사람들이 자양과 무극옹에 견주는구려 / 人比紫陽無極翁
어사대 자리 채운 나는 어떤 늙은이던고 / 烏臺承乏何物翁
입 다물고 말이 없어 흡사 애옹 같으니 / 緘口無言如艾翁
기기하던 주 어사에게 자못 부끄러운데 / 頗愧期期周御史
무슨 맘으로 다시 밀옹옹을 배운단 말가 / 何心更學蜜翁翁
바닷가의 압구옹을 물어보고 싶어라 / 欲問海上狎鷗翁
또한 세상 도피한 자지옹도 있었다오 / 亦有避世紫芝翁
내일 아침에 나도 옷자락 떨치고 떠나면 / 明朝拂袖我亦去
계옹이 아니 되면 산옹은 반드시 되겠지 / 不是溪翁卽山翁
병 속과 귤 속에 모두 늙은이가 있었으니 / 壺中橘中皆有翁
무슨 낙을 다시 얻은들 두 늙은이만 할꼬 / 何樂復得如兩翁
주머니 속에도 역시 옥 먹는 법이 있거늘 / 囊中亦有飡玉法
왜 신선 안 배우고 병든 늙은이가 될쏜가 / 何不學仙爲病翁
문장 대가로는 부옹을 꼽을 수 있는데 / 文章大家是涪翁
오늘날에 부옹 이은 이는 옹이 아닐는지 / 今日繼躅無乃翁
이 늙은이야 어찌 안목을 갖춘 사람이랴 / 老物何曾具眼者
평점을 반드시 유신옹에게서 배우려네 / 評點會學劉辰翁
육일거사는 스스로 취옹이라 호칭했고 / 六一居士號醉翁
그의 문장은 창려옹에게서 나왔거니와 / 文章出自昌黎翁
공명 사업은 전배 중에도 드물었는데 / 功名事業少前輩
그 후신으로 또한 연막옹이 있네그려 - 시인(時人)들이 홍공(洪公)을 연막옹(燕幕翁)이라 칭한다. - / 後身亦有燕幕翁
처세의 바름은 팽택옹 같은 이 없고말고 / 處世無如彭澤翁
가서 송국의 주인옹이 되었으니 말일세 / 去作松菊主人翁
필경엔 득과 실을 제물로 논해야 하리니 / 畢竟得失齊物論
장차 남화옹을 찾아가서 물어봐야겠네 / 會當往問南華翁
유비옹과 무시옹이 서로 마주해 있으니 / 有非翁對無是翁
시시비비는 두 늙은이가 똑같네그려 / 是是非非翁若翁
세간의 만사는 한바탕 희극일 뿐이니 / 世間萬事一戱劇
조물아의 소행인지 조화옹의 소행인지 / 造物兒耶造化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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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20권 / 시류(詩類)
판서 강경순(姜景醇)에게 받들어 부치다 3수
예부터 명장 가문에서 대유가 나긴 하지만 / 名將由來出大儒
한 몸에 둘을 겸하기론 그대만 한 이 없으리 / 一身雙美到君無
용병 전략은 뛰어나라 이름은 사마이고 / 龍韜虎略名司馬
금궤 옥당에서의 붓은 동호와 똑같았네 / 金匱玉堂筆董狐
경연에선 조용히 계옥의 자뢰가 되었고 / 經幄從容資啓沃
조정에선 갱재가로 도유가 성대하였지 / 明廷賡載靄都兪
나는 십 년을 그대로 어사대 측백나무에 / 十年依舊臺中柏
소리 못 낸 늙은 까마귀 된 것이 부끄럽네 / 噤口無聲愧老烏
한림원에 있던 시절이 오래이기도 하여라 / 往事鸞坡歲月深
서로 만나매 비녀 가득 백발이 문득 두렵네 / 相逢却怕雪盈簪
사두에 대해선 호리병 모양을 기억하거니와 / 詞頭猶記葫蘆樣
시권에는 작약 읊조린 걸 길이 남겨 놓았네 / 卷裏長留芍藥吟
훈업은 지금 준마의 꼬리를 붙잡았는데 / 勳業至今攀驥尾
명성은 당시 우심의 구이를 사절했었지 / 聲名當日謝牛心
천하에 자기 알아줄 이 없다고 말을 마소 / 莫言天下無知己
흐르는 물 높은 산의 거문고가 있지 않나 / 流水高山自有琴
후생을 위해 수염 물들이는 건 배우지 않고 / 不爲後生學染髭
술자리에 친구와 서로 따르기만 좋아하노니 / 故人樽酒喜追隨
평생에 나를 아는 이는 포숙이 있거니와 / 平生知我有鮑叔
가는 곳마다 사람 만나면 항사를 말하네 / 到處逢人說項斯
연꽃 찬란한 연못엔 바람이 솔솔 불어 오고 / 菡萏池塘風軟軟
포도 넝쿨 어우러진 곳엔 비가 실실 내리네 / 葡萄院落雨絲絲
해가 늘 짧아지는 것이 자못 불만스럽구려 / 頗嫌白日流光短
등 심지 다 타도록 조용히 시를 담론하세나 / 挑盡閑燈細話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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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20권 / 시류(詩類)
재차 앞의 운을 사용하여 홍 사성(洪司成)에게 답하다 5수
지난 일로 한가한 늙은이 마음 쓰이게 마소 / 休將往事惱閑翁
아직도 설월 속의 풍류를 기억하고 있다네 / 猶記風流雪月中
금지의 산하는 온통 은빛의 세계였고 / 金地山河銀色界
주림의 누각은 수정 같은 궁전이었지 / 珠林樓閣水精宮
친구들은 쇠퇴하여 백발 노인이 돼 가는데 / 親朋零落將衰白
내 신세는 아직도 뿌연 먼지 속을 분주하네 / 身世犇忙尙軟紅
자못 기쁜 건 담담한 교정이 물처럼 맑음이요 / 頗喜淡交淸似水
오직 남은 건 시사가 봄 하늘처럼 성대함일세 / 唯餘詩思藹春空
나도 외람히 성균관에 강석을 함께했지만 / 不分成均講席同
사문의 중망은 모두 그대를 추대하고말고 / 斯文重望盛推翁
환영은 강의가 있어 만남이 늦지 않았고 / 桓榮有講逢非晩
한유는 스승에 관한 말이 지극히 공정했네 / 韓愈於師說至公
공맹의 도통은 천 년 뒤까지 전하려니와 / 道統流傳千載後
영재는 일생 백 년 동안에 양성하는구려 / 英材涵養百年中
무능한 나도 다행히 문명 시대를 만나서 / 不才幸値文明際
규벽이 동정에 모였단 말 일찍이 들었었네 / 奎璧曾聞聚井東
천지간의 만물은 절로 크고 작고 하지만 / 乾坤萬物自纖洪
생육함은 조화의 공이 아닌 게 없다마다 / 生育無非造化功
인물은 공안이 도야시킨 뒤에 나오고 / 人物孔顔陶鑄後
시서는 염락의 범위 속에 들어갔도다 / 詩書濂洛範圍中
추현은 양자의 배격을 스스로 담당했는데 / 鄒賢自任排楊子
선성은 도리어 호동을 들어오게 용납했네 / 宣聖還容進互童
만고에 사문이 꼭 실추되지 않게 하려면 / 萬古斯文期不墮
도통 전함을 어떤 노인에게 맡겨야 할꼬 / 不知傳道屬誰翁
평생의 심사가 뇌동함을 부끄러워하는데 / 平生心事愧雷同
만고에 내 속 아는 이는 이 늙은이뿐일세 / 萬古知音只此翁
장대한 뜻은 남붕 같아 곤어가 변화하였고 / 壯志南鵬鯤已化
높은 재주는 북기 같아 말이 텅 비어버렸네 / 高才北驥馬皆空
천지간에 해와 달은 황도를 따르거니와 / 乾坤日月依黃道
자미 자개의 별은 자궁을 옹위하고말고 / 微蓋星辰拱紫宮
돌아보건대 내 명성은 속수가 못 되거니 / 自顧聲名非涑水
어찌 일찍이 아이들이 성자를 알았으리오 / 何曾姓字到兒童
소년 시절의 재주는 건장궁에 알려졌는데 / 少年才調建章宮
만년 세월은 물이 절로 동으로 흐르듯 하네 / 晩節光陰水自東
세상살이는 장주주만 한 방법이 없겠지만 / 處世無如張酒酒
시를 논함엔 밀옹옹을 배우지 말아야 하리 / 論詩莫學蜜翁翁
성조에서 누가 이 방탕한 사람을 인정하랴 / 聖朝誰數狂疎客
태평 시대에 조그만 공도 세워본 적 없는걸 / 昭代曾微細碎功
배부르고 등 다스운 것 외에 감히 무얼 바라랴 / 萬事敢求溫飽外
질동이 탁주나 따뜻하게 데워 마실 뿐이네 / 瓦盆濁酒煖如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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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20권 / 시류(詩類)
재차 앞의 운을 사용하여 판서 강경순(姜景醇)에게 답하다
청천 강씨 문벌은 대대로 유자가 나왔으니 / 門閥菁川世有儒
훈업을 대대로 계승함은 예전에도 없었으리 / 箕裘勳業古應無
가문에 전해진 옥수는 안석이 생각나고 / 傳家玉樹思安石
한림원 가는 금련촉은 영호가 기억나네 / 歸院金蓮憶令狐
검리를 착용해 얼마나 한의 은총 입었던고 / 劍履幾時紆漢寵
생용으로 오랫동안 순 임금 허여도 받았지 / 笙鏞多日荷虞兪
졸렬한 나는 그대 덕만 입은 게 부끄러우나 / 如予鄙拙慙攀附
지붕 까마귀 사랑하는 인정을 비로소 믿겠네 / 始信人情屋上烏
두 과거 나란히 급제해 정분이 이미 깊어져 / 兩榜肩磨分已深
당시의 좋은 모임에 동지들이 함께했는데 / 當時佳會盍朋簪
이젠 노쇠하여 다시 청춘의 일이 없거니와 / 衰遲無復靑春事
그대 진중한 백설음엔 화답키도 어렵구려 / 珍重難酬白雪吟
대각의 일들은 매년 꿈속에 흐려만 가는데 / 臺閣瞢騰連歲夢
강호를 향한 마음은 십 년 세월을 저버렸네 / 江湖辜負十年心
어찌하면 다시 서호에서 만나길 기약하여 / 何當更約西湖上
그대는 매화부 짓고 나는 거문고를 타볼꼬 / 君作梅花我抱琴
과거의 장원 급제를 수염 뽑듯 취했으니 / 甲枝天上摘如髭
만 리의 청운 길이 다리 밑에 확 트이었네 / 萬里靑雲脚底隨
그대 진취하는 길은 참으로 이와 같은데 / 步武看君眞若此
나의 두로는 정히 이러할 줄을 알았다오 / 頭顱知我政如斯
군사를 동독함엔 지금 육화진을 보겠고 / 董戎今見六花陣
조서를 지을 땐 일찍이 오색사를 보았지 / 演誥曾看五色絲
성대한 조정의 제작에 대아를 추급하여 / 制作盛朝追大雅
그대를 빙자해서 목여시를 짓고 싶구려 / 憑君欲賦穆如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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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21권 / 시류(詩類)
세 번째 앞의 운을 사용하여 판서 강경순(姜景醇)에게 답하다
광대한 천지 사이에 이 한 썩은 선비는 / 納納乾坤一腐儒
게처럼 창자가 없음을 스스로 안다오 / 自知如蟹已腸無
날개가 있어도 황곡을 따르긴 어렵거니와 / 飛難有翼追黃鵠
갖옷이 있어도 백호와는 값이 다르고말고 / 價不同裘集白狐
사해에 허명 얻은 건 공문거나 다름 없고 / 四海虛名孔文擧
일생에 졸렬한 생계는 매성유와 흡사하네 / 一生拙手梅聖兪
노병으로 외롭고 쓸쓸함이 진정 우스워라 / 老病孤寒眞自笑
가련한 것은 다만 여섯 살 된 동오뿐일세 / 可憐六歲只童烏
파리한 낯은 앙상하고 병은 깊어만 가니 / 瘦面崢嶸病骨深
백 년 신세를 관직 생활로 그르쳐 버렸네 / 百年身世誤朝簪
광랑의 상소는 역시 노련하다 이를 만한데 / 匡郞上疏亦云老
양자의 해조는 괴로운 읊조림일 뿐이었지 / 揚子解嘲空苦唫
백발은 이미 잠필의 은총에 부끄럽지만 / 白髮已羞簪筆寵
청산은 일찍이 괘관할 마음을 알았으리 / 靑山曾識掛冠心
가을바람이 벌써 순로의 꿈을 발동시키니 / 秋風已動蓴鱸夢
내일 돌아가는 배에 술과 거문고를 싣세나 / 明日歸舟載酒琴
새벽에 거울 보고 흰 수염 둘을 뽑고 나니 / 曉攬靑銅鑷二髭
슬픔과 기쁨 두 가지가 서로 따르는구나 / 居然悲喜兩相隨
일생에 만족할 줄 앎은 영계기를 생각하고 / 一生知足思榮啓
만사가 당면했을 땐 이사를 거울로 삼노니 / 萬事當頭鑑李斯
돌아갈 흥취는 버들개지에 미칠 듯하고 / 歸興狂於綠楊絮
공연한 시름은 고치실같이 조밀해지네 / 閑愁密似黃繭絲
그 누가 알랴 두로의 임금 생각하는 뜻이 / 誰知杜老思君意
술 한 번 마실 때에도 시를 폐하지 못한걸 / 一飮區區不廢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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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21권 / 시류(詩類)
이차공(李次公)이 화답한 시에 차운하다 4수
울타리의 무궁화는 맑은 도랑에 비치고 / 槿花籬落映淸溝
문밖의 두 시내엔 푸른 물이 흐르는데 / 門外雙溪碧玉流
꿈속에 내 집을 가다가 다 가지 못한 채 / 夢裏還家歸不得
한 강의 이슬비만 고깃배에 가득하였네 / 一江煙雨滿漁舟
어젯밤 남쪽 못엔 못 물이 둑을 쳐대는데 / 昨夜南塘水拍堤
날아오는 파랑새 보니 맘이 벌써 흔들렸지 / 飛來翠鳥已心迷
비 온 뒤에 얻은 것 또한 적지 않고말고 / 雨餘所得能多少
살펴보니 정원의 대가 지붕과 가지런하네 / 點檢園筠與屋齊
오랜 비에 발 친 창 밖의 제비는 썰렁하고 / 久雨簾櫳燕子寒
지는 꽃은 수없이 아로새긴 난간을 쳐대는데 / 殘紅無數撲雕闌
알뜰살뜰 좋이 뜰 앞에 국화를 심은 뜻은 / 慇懃好種庭前菊
머물러 만절향을 기다려 구경하려는 걸세 / 留待秋香晩節看
보내온 시를 구경하니 눈이 번쩍 뜨이어라 / 到得看詩眼孔明
술잔 잡으니 절로 수성을 깨뜨릴 만하구려 / 持杯自可破愁城
근래엔 술도 안 마시고 시도 안 지으면서 / 邇來廢酒詩兼廢
등잔불 다 돋우어 사경 달을 기다린다네 / 挑盡閑燈月四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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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21권 / 시류(詩類)
이차공이 내가 일암(一菴) 전 상인(專上人)에게 준 시운을 사용하여 써서 부쳤으므로 다시 차운하다 5수
병든 나머지 얼굴이 예전과 달라져서 / 病餘顔面異前時
때때로 거울 보고 흰 수염을 뽑노라니 / 時攬靑銅鑷白髭
소첩이 내 모습 보고 손뼉을 치고 웃으면서 / 小妾相看拍手笑
영감 쇠함은 시 좋아한 탓이 아니랴고 하네 / 翁衰無奈坐耽詩
꼬불꼬불 향 연기는 가는 구름을 흉내 내고 / 古篆香煙學細雲
주렴 밖의 맑은 비는 모진 더위를 물리치네 / 一簾淸雨退炎焚
세상일을 아무리 헤아려도 상책이 없어 / 世事筭來無上策
머리 숙이고 찬찬히 북산이문을 읽노라 / 低頭細讀北山文
아침에 상쾌한 기운이 서산에 가득하여 / 朝來爽氣滿西山
오사모 젖혀 쓰고 난간에 기대 있노라니 / 半頂烏紗倚小闌
유유한 산 빛 또한 내 뜻과 흡사한지라 / 山色悠悠似我意
홀로 턱 괴고 마음껏 바라보기 꼭 알맞네 / 也宜拄笏盡情看
회화나무에 바람 자서 그늘이 침침한지라 / 綠槐風靜影沈沈
깨끗한 대자리 성긴 발에 더위가 침범 못해 / 淸簟疎簾暑不侵
강남 꿈을 꾸고자 잠깐 잠을 이루렸더니 / 欲夢江南成蹔睡
꾀꼬리가 울어 고향 그리는 맘을 깨뜨리누나 / 小鶯啼破故園心
중은 와서 연구 짓고 손은 와서 바둑 두니 / 僧來聯句客來棋
한가함 속의 세월 더딘 게 한스럽질 않네 / 閑裏光陰不恨遲
늙고 병드니 여의치 못한 일이 하 많아라 / 老病事多不如意
인생에 고관대작이 과연 무엇 하는 거란가 / 人生名宦果何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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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21권 / 시류(詩類)
본부(本府)가 일제히 출좌(出坐)했는데 병 때문에 참석하지 못하다 3수
어사대에 거듭 와서 귀참만 실컷 받고 / 烏府重來飽鬼參
입장마처럼 있는 꼴이 하 부끄럽구려 / 含糊立仗已多慙
탄핵 소장은 간혹 공론에 부합기도 하니 / 彈章時或孚公論
전현을 본받아서 지남침으로 삼으련다 / 準擬前賢作指南
제공의 곧은 기개 정히 엄격하기도 해라 / 諸公直氣正稜稜
징청할 뜻 간절하여 규승을 강행하는데 / 志切澄淸更糾繩
내 머리에 백필 꽂은 건 마냥 부끄러워라 / 頭上多慙簪白筆
응양 골격을 과연 어떻게 해낸단 말인가 / 鷹揚鶻擊果何能
어사대 푸른 측백은 서릿발처럼 엄숙한데 / 臺柏蒼蒼凜似霜
미친 소리를 하고프나 홍당이 부끄럽구려 / 狂言欲發愧烘堂
생강 점차 매워지고 배는 맛이 들어가니 / 生薑漸辣生梨脆
연이어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시어랑일세 / 袞袞相逢侍御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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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21권 / 시류(詩類)
무송부원군(茂松府院君) 윤공(尹公)이 소장한, 대명 봉사(大明奉使) 태복(太僕) 김식(金湜)이 그린 십 첩(疊) 병풍에 제(題)하다. 10수
매화(梅花)
오만 꽃 다 시든 겨울 뒤 홀로 피었거니 / 遜盡羣花獨後開
처마 돌며 웃음 찾느라 얼마나 배회했던고 / 巡簷索笑幾俳佪
점차로 그윽한 향기에 이미 도취되었으니 / 看看已被幽香惱
차례로 국 끓이는 일을 착수하게 되리라 / 次第調羹入手來
설죽(雪竹)
타고난 곧은 기가 이미 구름을 능가했거니 / 生來直氣已凌雲
천성이 어찌 굽은 곳에 있을 수 있으리오 / 所性何曾曲處存
알괘라 세한의 굳은 지조 같은 이가 있어 / 知有歲寒同調在
무송의 높은 곳서 또 그대를 만났네그려 / 茂松高處又逢君
잡초(雜草)
이름 없는 잔 풀들이 오솔길에 가득하여 / 無名小草滿幽蹊
방약무인 제멋대로 푸르고도 가지런하니 / 隨意無人綠更齊
나는야 지당의 봄꿈을 허비할 것도 없이 / 不用池塘費春夢
문득 병풍 위의 새 그림에서 보겠네그려 / 却來屛上看新題
포도(葡萄)
누가 넝쿨 끌어다 용 수염을 달리게 했고 / 誰敎引蔓走龍鬚
다시 잠든 여룡 턱밑의 구슬을 꿰 놓았나 / 復綴眠驪頷下珠
마유가 또렷하여 손으로 잡아 딸 만하니 / 馬乳分明堪手摘
마른 창자를 능히 해갈해 줄 수 있을는지 / 不知能解渴腸無
절죽(折竹)
거센 바람이 불어 가지 꺾은 걸 원망 마소 / 莫怨狂風吹折枝
하룻밤 새에 응당 탁룡아가 더해질 걸세 / 夜來添箇籜龍兒
당당히 하늘을 찌를 뜻 이미 간직했길래 / 堂堂已抱干霄志
큰 절조가 분명하여 천하가 다 알고말고 / 大節分明天下知
죽(竹)
단란한 이 두세 그루의 대를 사랑하는데 / 檀欒愛此兩三梢
다시 알록달록 비단 떨기의 손자를 보겠네 / 復見生孫已錦苞
어젯밤 봄바람이 잠을 깨워 일으켰을 테니 / 昨夜春風能起蟄
그대는 와서 용으로 변화한 걸 볼지어다 / 請君來看化龍蛟
석창포(石菖蒲)
단구 그 어느 곳에 신령한 창포를 심었나 / 丹丘何處種靈蒲
용 같은 구절이 돌을 감싼 채 파리하구나 / 九節如龍絡石癯
백세의 노쇠한 나이를 억제할 수만 있다면 / 百歲頹齡如可制
도규로 내 불로장수를 빌어 볼 수는 없을까 / 圭刀能復乞吾無
난(蘭)
활짝 갠 바람 불어 불어 높은 광채 띄울 때 / 光風轉轉泛崇時
맑은 이슬이 구원의 난초를 더욱 적시어라 / 淸露增霑九畹滋
훌륭한 향이 이미 사람의 채취를 입었거니 / 馨德已爲人所採
유방 유취 그 어느 쪽임을 미리서 알겠구려 / 遺芳遺臭可前知
청산백운(靑山白雲)
왜소한 모자 가죽신에 쇠한 몰골 부끄러워라 / 尖靴矮帽愧龍鍾
벼슬할 맘은 전혀 없고 돌아갈 흥만 농후한데 / 宦興都銷歸興濃
서글피 바라보니 강남이 그 어드메인고 / 悵望江南是何處
백운이 청산 두세 봉우리 받들고 있누나 / 白雲擎出兩三峯
송(松)
서린 뿌리 깡마른 줄기는 나이도 많겠어라 / 蟠根瘦幹歲年深
골짝 뛰넘어 하늘에 치솟을 마음뿐이건만 / 聳壑昻霄只此心
문득 거센 바람에 열매 다 떨어질까 두려워 / 却怕狂風渾落子
병풍 위로 돌아와서 용 울음을 일으키누나 / 旋來屛上起龍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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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21권 / 시류(詩類)
풍악산(楓岳山)을 유람하고 이어서 오대산(五臺山)으로 가려고 떠나는 중식 상인(仲息上人)을 보내다
스님이 가는 어느 곳인들 청산이 아닐쏜가 / 師行何處非靑山
가는 곳마다 백운과 서로 더불어 한가하리 / 行處白雲相與閑
돌길 위의 미끄러운 이끼를 다 밟아 오거든 / 踏盡莓苔石徑滑
응당 만나서 한 번 웃고 노쇠한 낯을 펴겠지 / 也逢一笑開蒼顔
오대산은 금강산과 서로 연접해 있는 데다 / 五臺山接金剛山
백운은 땅 가득고 원숭이 학은 한가하리니 / 白雲滿地猿鶴閑
두루 유람하고 돌아와 한 번 서로 만나거든 / 參遍歸來一相見
손뼉치며 껄껄 웃어 낯을 활짝 펼 수 있겠지 / 呵呵拍手能破顔
벼슬살이로 파리한 말 등뼈는 산보다 높고 / 宦遊馬骨高於山
백 년 동안 하루도 한가한 때가 전혀 없으니 / 百歲一日都無閑
그대 동서 남북 유람하는 건 그립거니와 / 愛爾東西與南北
내 먼지 낀 얼굴 씻지 못함은 부끄럽구려 / 愧余未洗紅塵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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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21권 / 시류(詩類)
인산부원군(仁山府院君) 홍 상공(洪相公) 윤성(允成) 이 사명을 받들고 천조에 조회갔을 때 내한(內翰) 진감(陳鑒)이 병서(幷序)를 겸한 송별시를 홍 상공에게 주었는데, 홍 상공이 사명을 마치고 돌아오자 정 하동(鄭河東), 정 봉원(鄭蓬原), 신 고령(申高靈), 최 영성(崔寧城) 등 여러 상공이 모두 화시(和詩)를 지었으므로, 내 또한 받들어 화답하는 바이다. 6수
영웅의 때 만남은 본디 기적이 많고말고 / 英雄遭遇本多奇
광릉을 한 번 뵙고 성상의 지우를 입었네 / 一謁光陵受聖知
청운이 평지에서 막 일어남을 보자마자 / 纔見靑雲起平地
이내 태양을 붙들고 함지에서 나왔도다 / 旋扶紅日出咸池
유악의 뛰어난 계책으론 양평을 얻었고 / 奇謀帷幄良平得
국가 대업의 경륜은 위병을 기약하였네 / 大業經綸魏丙期
공신에 책록된 것이 누가 제일이던고 / 麟閣策勳誰第一
당당한 문채가 당시에 으뜸이다마다 / 堂堂文彩蓋當時
장상의 공명을 담소하는 중에 얻었어라 / 功名將相笑談中
흑두의 재상은 공 같은 이가 드물고말고 / 黑髮鈞衡少似公
상국에선 공이 어진 재상임을 다 알았고 / 上國摠知賢宰相
먼 나라 사람도 옛 예관임을 다퉈 말했네 / 遠人爭說舊南宮
재상의 사업은 규모가 의당 장대하거니와 / 黃扉事業規模壯
북방 변새의 전장에선 기세도 웅장했었지 / 紫塞風雲氣勢雄
오랜 출장 입상으로 성상 은총 깊었으니 / 出入多時紆睿想
성명이 하마 아동들에게도 알려졌으리 / 姓名知已到兒童
천지 간기로 세상에 빼어난 영걸 나와서 / 間氣乾坤挺世英
문성이 일찍이 장성과 더불어 밝았으니 / 文星曾與將星明
적선의 재주는 시가 삼천 편이나 되었고 / 謫仙才調三千首
소범의 전략은 군대가 십만이나 되었지 / 小范胸韜十萬兵
금구의 은총 내려라 상부로 존중되었고 / 雨露金甌尊上府
산하의 맹세 철권은 장성처럼 우뚝하네 / 山河鐵券屹長城
세 조정을 보좌하여 국가의 원기 붙들어서 / 三朝翊亮扶元氣
백성들을 기르니 태평성대를 보겠네그려 / 陶鑄生靈見太平
거듭 와서 평온한 행보로 삼공에 올랐는데 / 重來穩步坐三台
성명한 조정의 사명 또한 대재에 맡겨지자 / 奉使明廷屬大才
하늘 가까운 연산에 표문 받들고 들어가서 / 天襯燕山擎表入
오색 구름 펼친 대궐에 조회하고 돌아왔네 / 雲開鳳闕侍朝回
해동의 인물은 중국을 깜짝 놀래키었고 / 海東人物驚中國
천하에 떨친 명성은 후세에 빛나리로다 / 天下聲名照後來
내한의 문장으로 훌륭한 덕을 포양하여 / 內翰文章褒盛美
성명이 이미 우리 조선에 진동케 하였네 / 已敎名姓動瀛萊
높다란 경해당에 화려한 주렴 걷어올리고 / 傾海堂高揭繡簾
술자리 날로 벌여 술을 자주 첨배하면서 / 金樽日敞酒頻添
고래가 바닷물 들이키듯 술잔을 기울여라 / 長鯨吸盡滄溟倒
좋은 술은 성상의 은혜를 흠뻑 입은 걸세 / 浮蟻渾承雨露涵
고상한 흥취는 동산처럼 능히 자중하고 / 雅興東山能自鎭
풍류는 북해까지 자못 서로 겸하였도다 / 風流北海頗相兼
지령 인걸이 참으로 공 같은 이가 있기에 / 地靈人傑如公在
태평성대 문물이 고상한 담론에 오르누나 / 文物升平入勝談
내가 삼 년 동안 예조의 동료로 있을 적엔 / 春官三載忝僚儕
예의범절 정연한 속에 담소를 즐겼으니 / 禮數從容笑語開
여름날의 두려움에 겨울날의 사랑 겸했고 / 夏日畏兼冬日愛
소무가 도리어 대무를 가서 뵙기도 했었지 / 小巫還謁大巫來
깊은 당에서 얼마나 오래오래 마셨던고 / 深堂幾得厭厭飮
잔뜩 취하면 천천히 돌아가도록 하였네 / 劇醉仍敎緩緩回
용문에 의탁함은 참으로 분에 넘치건만 / 攀附龍門眞不分
지금도 동각에서 뫼시기를 허여하누나 / 至今東閣許追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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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21권 / 시류(詩類)
동년(同年) 김 경력(金經歷) 맹(孟) 이 오이 이백 덩이를 보내 준 데 대하여 사례하다 4수
공명 위해 분주하다 두 귀밑이 희어졌는데 / 奔走功名兩鬢華
가죽신은 다 해지고 모자 차양은 삐딱하네 / 靴尖綻盡帽簷斜
그대 일찍 전원의 흥취 얻은 게 부러워라 / 多君早得田園興
어느 곳 청문엔들 오이를 심지 못할쏜가 / 何處靑門不可瓜
어젯밤에 가을바람이 사립짝에 불어와 / 秋風昨夜入柴扉
황대의 오이를 따서 더욱 드물어졌는데 / 已向黃臺摘更稀
친구가 나누어 보내 준 뜻 진중도 하여라 / 珍重故人分惠意
고원에 돌아갈 생각이 거듭 그리워지네 / 故園歸思重依依
앞에 가득한 오이가 향기로운 벽옥 같은데 / 滿眼新瓜碧玉香
꿀보다도 더 달고 서리보다도 더 차갑네 / 甛於崖蜜冷於霜
십 년 동안 길이 문원의 소갈증 앓던 터에 / 十年長抱文園渴
한 번 씹으니 더운 창자 축이기에 넉넉구려 / 嚼破渾能沃熱腸
그대를 위하여 길이 북산이문을 읊노니 / 爲君長詠北山移
명추가 골짝에 들어온 날이 어느 때던고 / 入谷鳴騶定幾時
세상의 공명은 납리처럼 혐의로운 건데 / 世事功名嫌納履
유유한 세월은 또 오이철이 되었네그려 / 悠悠歲月又瓜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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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21권 / 시류(詩類)
경주 부윤(慶州府尹)으로 부임하는 양 중추(梁中樞) 순석(順石) 를 보내다 4수
동도 부윤 임명은 조정 의논이 일치했으니 / 出尹東都廟議僉
황금 도장 붉은 인끈이 수레 휘장에 비치네 / 金章紫綬映行幨
서관의 폐불은 사람들이 다퉈 사모하는데 / 西關蔽芾人爭慕
남군의 순량은 스스로 이미 차지해 버렸네 / 南郡循良我已占
정사는 관맹으로 서로 도와야 하겠지만 / 政以猛寬惟可濟
재주는 문무를 스스로 능히 겸했고말고 / 才於文武自能兼
하중에서 구순 빌리긴 끝내 어려울 테고 / 河中借寇終難得
은정에서 부열의 소금을 응당 기다리리 / 殷鼎應須傅說鹽
사람들은 자사가 옛 제후라고 말하거니와 / 人言刺史古諸侯
더구나 계림은 바로 크나큰 고을임에랴 / 何況鷄林是大州
인물의 번화함은 아직도 옛 나라 모습이요 / 人物繁華猶故國
강산의 아름다움은 절로 좋은 놀이터일세 / 江山佳麗自淸遊
이팔 청춘 미인은 창가의 자리를 에울 게고 / 靑娥皓齒圍謌席
빨간 촛불 붉은 깁은 화려한 누각을 감싸리 / 紅燭絳紗擁畫樓
창 누이고 향기 어려라 낮에는 일 없으니 / 戟寢凝香晝無事
습지를 왕래함도 또한 풍류스러울 걸세 / 習池來往亦風流
나는 지금 백발로 예전 놀이를 연연하거니 / 白髮吾今戀舊遊
소년 시절의 행락이 꿈속에 유유할 뿐이네 / 少年行樂夢悠悠
첨성대는 오래여라 산이 아직 남아 있고 / 瞻星臺老山猶在
반월성은 텅 빈 가운데 물만 절로 흐르리 / 半月城空水自流
황랑의 춤 추고 나면 옛일이 생각날 게고 / 舞罷黃郞思往事
옥적을 불어 마치면 새 시름 일으킬 걸세 / 吹殘玉笛惹新愁
의풍루 위에 모여서 시를 읊조릴 때면 / 倚風樓上會題詠
기문과 시를 읽으면서 내 생각 해 줄는지 / 讀記讀詩憶我不
자인현 안에는 나의 선대 분묘가 계시고 / 慈仁縣裏有先墳
푸른 가래나무엔 묵은 구름이 끼었을 텐데 / 梓樹靑靑鎖老雲
어느 날에나 분묘에 올라가 분황을 하고 / 何日焚黃能上塚
이때 막걸리 갖고 다시 그대를 만나 볼꼬 / 此時浮白更逢君
선정의 명성은 예전의 공소와 같을 게고 / 政聲龔召尋前史
인물들은 주진의 옛 마을 상상할 만하겠네 / 人物朱陳想古村
내 돌아간 형의 처자식이 그곳에 있기에 / 我有亡兄妻子在
길이 지주를 인하여 은근한 정 감사하노라 / 長因地主謝殷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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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21권 / 시류(詩類)
정원의 국화가 성하게 피었으므로 달빛을 마주하여 홀로 술을 마시면서 차공(次公)을 생각하다 3수
구월의 서릿바람이 해진 적삼에 불어 오니 / 九月霜風吹弊衫
모자 밖으로 짧은 백발 늘어져 흩날리어라 / 破紗短髮白毿毿
백 년 가운데 정히 오십사 세가 되었건만 / 百年政値五十四
만사를 백에 한둘도 이룬 것이 없네그려 / 萬事無成百二三
스스로 국화를 꺾어 머리 위에 꽂았는데 / 自折黃花頭上揷
다시 밝은 달이 떠서 술동이에 잠기누나 / 更有明月樽中涵
때로는 첩에게 고운 소리의 창가를 시키고 / 時敎小妾低聲唱
홀로 술을 마셔도 크게 취할 수가 있고말고 / 獨酌亦能成大酣
스스로 한 잔 따라 마시고 또 한 잔 마셔라 / 自酌一杯復一杯
술잔 들고 달에게 묻노니 달은 아름답구나 / 擧杯問月月佳哉
국화는 절묘한 빛이 있음을 잘 알거니와 / 極知黃花有妙色
막걸리는 뛰어난 재능 없다고 말을 마소 / 莫曰白醪無奇才
천지간에 부앙할 제 귀에는 열이 나지만 / 俯仰乾坤耳生熱
세상 따르는 이 신세 맘은 이미 식었다오 / 浮沈身世心已灰
서풍이 소매 가득 불어 올 제 홀로 섰는데 / 西風滿袖立於獨
반가운 이가 있긴 하나 생각해도 아니 오네 / 猶有可人思不來
늙은이가 시에 안 미치면 곧 술에 미치는데 / 老不詩狂卽酒顚
타고난 풍취가 많은 거라 되레 자연스럽네 / 只多天趣還自然
가슴속엔 어찌 한 가지 일인들 걸림 있으랴 / 胷中何曾掛一事
천하엔 백 년 사는 이 없음을 또한 알고말고 / 天下亦知無百年
이러한 국화 철엔 밝은 달이 더욱 좋아서 / 如此黃花可明月
스스로 흰 눈 뜨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네 / 自將白眼望靑天
생각 있거든 내일 아침에 거문고 안고 와서 / 明朝有意抱琴到
나의 때 묻은 회포를 통렬히 씻게 해 주게나 / 使我塵懷能痛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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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22권 / 시류(詩類)
홍 남양(洪南陽) 경손(敬孫) 의 궐리한거영회(闕里閑居詠懷) 시에 차운하다 5수
명륜당이 높다랗게 자리한 곳엔 / 明倫高絶處
옛 측백이 뜰 가득 그늘 이뤘는데 / 古柏滿庭陰
선성의 유풍은 장원하기만 하고 / 先聖遺風遠
태평성대엔 태양이 밝게 임하였네 / 明時化日臨
옷자락 걷던 옛일을 생각하건대 / 摳衣思往事
교육 잘못 시킨 지금이 부끄럽구려 / 敷敎愧當今
영재를 즐겨 육성하는 곳에 / 樂育英材地
그 누가 자금을 읊조렸던고 / 何人賦子衿
성균관은 풍속 교화의 근원처라 / 成均是風化
근원은 의당 깊고 맑아야 하기에 / 源本要深淸
내가 그 빈자리 채우고 있을 때도 / 以我叨承乏
오랫동안 삼가고 또 조심했었네 / 多時似奉盈
문왕께선 한록을 생각게 하는데 / 文王思旱麓
국자 사업은 양성에 부끄럽구려 / 國子愧陽城
깊은 덕이 그대 같은 이가 있으니 / 宿德如君在
행료의 맑고 깊음을 어찌 헤아리랴 / 行潦詎測泓
도리는 하늘 땅과 같이 거대하고 / 道理乾坤大
문명은 해와 달처럼 형통하여라 / 文明日月亨
많은 선비들의 학업을 성취시키니 / 其於多士造
두 사람이 서로 마땅함을 알겠네 / 知復二人貞
여론은 신진을 가볍게 여기거니와 / 物議輕新進
인심은 노성한 이를 중시하고말고 / 人心重老成
나야 어찌 작은 보람인들 바쳤으랴 / 予何曾小效
자네가 먼저 울린 게 하 기쁘구려 / 喜子已先鳴
당우 시대 정일의 학문을 닦아서 / 唐虞精一學
도학을 계승한 성현을 우러르노니 / 道統仰前修
공자는 어찌 그리 늦게 태어났던고 / 聖孔何生晩
쇠미한 주나라의 또 말기였으니 / 衰周又末流
봉황은 부질없이 세월만 보냈지만 / 鳳兮空日月
기린은 또한 절로 《춘추》를 이루었네 / 麟也自春秋
뚫고 우러른들 내가 어찌 미치랴 / 鑽仰吾何及
마음만 육경을 좇아서 노닐 뿐이네 / 心從六籍遊
자모의 삼천지교는 훌륭도 하여라 / 慈母三遷敎
덕의 교화는 배워서 알 게 아니지 / 薰陶不學知
교문은 지척의 이웃에 있거니와 / 橋門隣咫尺
궐리는 바라보매 아득하기만 하네 / 闕里見依稀
때로 익히는 건 다 예의범절이요 / 時習皆籩豆
평소의 말씀은 바로 예와 시였으니 / 雅言是禮詩
알괘라 그대 스스로 터득한 곳엔 / 知君自得處
도리가 솔개 나는 데서 비롯했으리 / 道理自鳶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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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22권 / 시류(詩類)
남양(南陽)이 화답하므로 다시 차운하다 5수
그대의 집은 이현 북쪽에 위치하여 / 君家梨峴北
길이 푸른 솔 그늘 밑으로 났으니 / 路出碧松陰
땅이 후미져서 인적 또한 드물고 / 地僻人兼少
산을 오르고 물도 굽어볼 수 있었지 / 山登水復臨
교유는 참으로 오래 전부터 했는데 / 交遊眞自昔
왕래한 것은 엊그제처럼 느껴지네 / 來往記如今
갑자기 훌륭한 시 얻어 읽으면서 / 忽得佳詩讀
분향하고 다시 삼가 옷깃 여미노라 / 焚香更整衿
흥덕사 누각 위에서 노니노라면 / 興德寺樓上
풍류의 정취가 참으로 청신하나니 / 風流意味淸
푸른 버들은 허리가 간들거리고 / 綠楊腰裊裊
붉은 연꽃은 두 뺨이 곱기도 하지 / 紅藕臉盈盈
나막신 끌고는 동쪽 교외로 나가고 / 響屧行東郭
지팡이 짚고는 북쪽 성도 오르는데 / 携笻上北城
마음 알아주는 것은 오직 술이요 / 知心有歡伯
신세는 필연이나 벗삼을 뿐이라네 / 身世友陶泓
그윽한 서재에 나 홀로 우뚝 앉아서 / 幽齋吾獨坐
배 불룩한 차 솥을 마주해 있노라니 / 茶鼎對彭亨
대나무 마디는 빙상을 애써 견디고 / 竹節氷霜苦
매화 마음은 철석같이 곧기만 해라 / 梅心鐵石貞
회포를 푸는 덴 술이 있을 뿐이지만 / 遣懷唯酒在
고요함 좋아해 시 짓기는 꼭 알맞네 / 愛靜恰詩成
편히 누워 때로 바람 소리 듣노라면 / 高枕時聞籟
솔과 삼나무가 한밤중에 울어 댄다오 / 松杉半夜鳴
한 정원이 자못 외지고 후미져서 / 一園頗幽僻
조그만 방은 학문을 닦을 만한데 / 小室可藏修
주렴 걷어 푸른 산을 맞이도 하고 / 捲箔迎蒼巘
창문 열어 시냇물을 굽어도 보네 / 開窓俯碧流
귀밑 가엔 헛되이 세월만 보냈는데 / 鬢邊空日月
가죽 속엔 《춘추》가 그 얼마이던고 / 皮裏幾春秋
어느 날에나 고향 전원으로 돌아가 / 何日歸田去
강호를 차례로 두루 유람할거나 / 江湖取次遊
백 년이 이미 절반을 지나 버렸으니 / 百年已過半
두로를 내 스스로 알 만하고말고 / 頭顱祗可知
글월 올려 병가는 늘 자주 내는데 / 投書移病數
말 타고 남의 집 방문은 드물다오 / 騎馬訪人稀
방탕함은 술을 빙자할 뿐이려니와 / 跌宕唯憑酒
불우함은 시를 좋아한 때문이라네 / 蹉跎政坐詩
덧없는 세상 만사 아득한 가운데 / 悠悠浮世事
해와 달 두 바퀴만 급히 나는구려 / 烏兎兩飛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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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22권 / 시류(詩類)
세 번째 앞의 운을 사용하여 다시 부치다 5수
원림엔 인기척이 적적하고 / 園林人寂寂
정원의 숲은 어둠침침한데 / 庭院樹陰陰
이백은 달을 기다려서 묻고 / 白也月須問
희지는 못가 임하기도 하네 / 羲之池或臨
세월은 아침이요 다시 저녁이요 / 光陰朝復暮
세상일은 어제요 또 오늘이로다 / 世事昨還今
오만 가지 생각을 다 녹여 없애니 / 萬慮俱消遣
그윽한 회포가 가슴에 충만해지네 / 幽懷自滿襟
온 방 안을 서책으로 채워 놓으니 / 圖書開一室
맘과 행적은 본디 둘 다 맑거니와 / 心跡本雙淸
몸은 수척해 옷이 오히려 무겁고 / 身瘦衣猶重
머리털은 듬성해 한 줌도 안 되네 / 髮稀握未盈
시는 능히 필진을 기울일 수 있고 / 詩能傾筆陣
술은 수성을 깨뜨리기가 용이하지 / 酒易破愁城
어젯밤 강호의 풍경을 꿈꾸었는데 / 昨夜江湖夢
외로운 배가 푸른 물에 떠 있었네 / 孤舟漾碧泓
한 시대에 호걸은 많기도 하여라 / 一代多豪傑
천 년 만에 태평성대를 만났건만 / 千齡際泰亨
한갓 비분강개한 회포만 지닐 뿐 / 徒然懷慷慨
충성을 바치지 못한 게 부끄럽네 / 愧不效忠貞
출처는 응당 행지에 관계되지만 / 出處關行止
공명은 반드시 이루길 힘써야지 / 功名要遂成
시를 얻고 다시 홀로 웃음 짓노니 / 得詩還獨笑
그 누가 불평하여 울었단 말인가 / 何物不平鳴
다생 동안 문필에 종사하다 보니 / 多生事鉛槧
신세가 편수의 일로 늙어만 가네 / 身世老編修
천지는 끝없이 광대하기만 하고 / 納納乾坤大
세월은 당당히 흐르기만 하는데 / 堂堂歲月流
벼슬살이 정황은 물처럼 청결하고 / 官情淸似水
시의 흥미는 가을같이 담담하네 / 詩味淡於秋
늘그막엔 아무 일도 관섭지 않고 / 老境都無管
도잠같이 교유를 끊고만 싶다오 / 陶潛欲絶遊
늙고 병든 게 이 어떤 물건인지를 / 老病是何物
연래에 자못 내 스스로 알았노니 / 年來頗自知
덧없는 세상일은 놀랍기만 하고 / 堪驚浮世事
친구는 점차 드물어 가는 걸 보겠네 / 漸見故人稀
때로는 골계전을 보충하기도 하고 / 時補滑稽傳
길이 헐후시를 읊조리기도 하는데 / 長吟歇後詩
먼 하늘을 누가 사모할 수 있으랴 / 冥冥誰得慕
신세가 나는 기러기에게 부끄럽네 / 身世愧鴻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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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22권 / 시류(詩類)
이차공(李次公)이 내가 전일에 지은 국화성개대월독작시(菊花盛開對月獨酌詩)의 운에 차하여 부쳤으므로 받들어 수답하다 3수
어젯밤 북풍이 늙은이 적삼에 불어 오기에 / 北風昨夜吹老衫
일어나 보니 눈이 뜰에 하얗게 내리었네 / 起看庭雪白毿毿
천하에 육출화가 있음은 진작 들었지만 / 天下曾聞花出六
납전에 세 번 상서 바침은 이제야 보았네 / 臘前今見瑞呈三
위아래로 하늘 땅을 이미 다 포괄하였고 / 上下乾坤已包括
크고 작은 동식물들을 모두 적시었도다 / 洪纖動植皆濡涵
알건대 춘추에서도 다시 대유라 썼거니 / 麟經知復書大有
술잔 들어 그대 더욱 크게 취하길 비노라 / 擧酒祝君仍大酣
내가 하늘을 위하여 술 한 잔을 올리려네 / 我爲天公酹一杯
삼백을 직접 보았으니 참으로 즐겁다마다 / 眼見三白眞樂哉
인간에 이미 풍년 들 상서가 드러났으니 / 人間已有豐穰瑞
천하가 모두 잘 다스릴 인재를 알아보리 / 天下皆知澤潤才
사계절은 서로 돌아 나무로 불씨 바꾸고 / 四時相禪木改火
이양은 또 생하여 갈대 재가 움직이는데 / 二陽又生葭動灰
돌솥에 차 달이며 말없이 앉았노라니 / 石鼎煎茶坐無語
날던 새는 안 보이고 사람도 오질 않네 / 鳥飛更絶人不來
눈꽃이 나도 몰래 먼저 머리에 들어왔는데 / 雪花欺我先入顚
희기가 또 얼굴 같아서 도리어 천연스럽네 / 白又如面還天然
막힘없는 티끌은 그 몇 천 겹이나 되던고 / 纖塵不隔幾千重
남은 섣달은 올 한 해도 다하여 가는구려 / 殘臈欲盡今一年
남은 누리의 종적은 땅 깊이 숨어들겠네 / 遺蝗踪跡入深地
싸우는 용의 인갑이 하늘 가득 날리어라 / 戰龍鱗甲飛滿天
내일 성 동쪽에서 여우 토끼를 사냥하거든 / 明日城東伐狐免
허리에 찬 은살촉이 씻은 듯이 반짝이겠네 / 腰間銀鏃明似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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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22권 / 시류(詩類)
송경회고(松京懷古) 시에 이어 다시 남양(南陽)의 농서시운(壟西詩韻)에 차하다 4수
산하의 철권으로 자손 내내 맹세했건만 / 山河鐵券擔初終
승패는 바둑 같아 한 수에 허사가 돼 버렸네 / 勝敗如棋轉手空
왕손의 봄 풀 푸른 곳에 한은 길이 서리고 / 遺恨王孫春草綠
복사꽃 같은 미인 얼굴에 마음은 상하누나 / 傷情人面野桃紅
강산은 아무 말 없이 사방에 둘러 있고 / 江山不語周遭在
궁전은 사람 없어 적막하게 잠겼네그려 / 宮殿無人寂寞封
내 소년 시절 유람한 곳들이 생각나네 / 憶我少年登眺處
천마산 서쪽 가에서 오관산 동쪽까지 / 天磨西畔五冠東
고국 산하가 본래 시작과 끝이 있으니 / 故國山河有始終
팔두 삼미가 모두 허사가 되어 버렸네 / 八頭三尾摠成空
깊숙한 궁전의 유령 불빛은 길이 푸르고 / 深宮鬼火長年碧
옛 절의 부처 앞 등불은 한밤중에 밝아라 / 殘寺禪燈半夜紅
오늘날의 무덤엔 영혼의 넋이 썰렁하건만 / 丘壠今朝魂夢冷
당일의 공후는 담소의 사이에 봉해졌으리 / 公侯當日笑談封
전조에 상심하여 한 움큼 눈물을 흘릴 제 / 傷心一掬前朝淚
해는 서산에 기울고 물은 동으로 흐르누나 / 日自西斜水自東
고도의 남은 한이 그 어느 때나 다할런고 / 故都遺恨幾時終
왕기가 쇠퇴하여 쓴 듯이 사라져 버렸네 / 王氣銷沈掃地空
달빛은 금경에 차가워라 이슬은 하얗고 / 月冷金莖露華白
바람은 옥수를 꺾어라 단풍잎은 붉구려 / 風摧玉樹霜葉紅
장상들의 유방 유취는 가련하거니와 / 可憐將相遺芳臭
군왕의 봉선할 일은 다시 없게 되었네 / 無復君王事禪封
나그네는 옛일에 슬퍼 감개가 무량한데 / 弔古客來增憾慨
산 중턱의 찬 샘물만 졸졸 흐르는구나 / 半岑寒溜響丁東
용수산 앞 들판엔 해도 수이 넘어가는데 / 龍岫山前日易終
나는 새는 아득히 먼 하늘로 사라지누나 / 望中飛鳥沒長空
구름은 진수를 덮어라 도미꽃은 하얗고 / 雲埋秦樹荼蘼白
놀은 오궁을 감싸라 철쭉은 붉게 피었네 / 霞護吳宮躑躅紅
당일엔 사신의 계책을 따르지 않았거니와 / 當日不從徙薪策
오늘은 동엽으로 봉한단 장난을 말아야지 / 今朝無戲剪桐封
한밤중 영통사에서 고승과 얘기하노라니 / 靈通半夜高僧語
지난 일은 아득한데 달은 동녘에 오르네 / 往事微茫月上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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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22권 / 시류(詩類)
평중(平仲)이 화답하므로 다시 차운하다 4수
작은 한산이 흡사 큰 한산과 똑같아서 / 小韓山似大韓山
기운의 재주와 백중지간을 이루었네 / 才調機雲叔仲間
오봉루 앞에는 대적할 솜씨가 없거니 / 五鳳樓前無敵手
시명이 정말 고인과 대등할 만하구려 / 詩名端可古人班
당조의 인물 중에는 사 동산과 같아서 / 當朝人物謝東山
문채며 풍류며 기상이 모두 그러한데 / 文彩風流氣象間
문원처럼 늙고 병든 게 우습기만 해라 / 自哂文園空老病
석 달이나 조정의 반열엘 못 나가다니 / 懶朝三月阻淸班
그대의 집 백야는 자손 대대로 전하여 / 君家白也有傳孫
금제의 시명 또한 옥곤과 흡사하구려 / 金弟詩名似玉昆
유전해 온 강좌체를 이미 벗어났으니 / 已洗流傳江左體
가벼이 포 참군에 비유할 것 없고말고 / 不須輕比鮑參軍
창 앞에 조용히 앉아 거문고를 타면서 / 小窓閑坐撫桐孫
시에 능한 그대 두 형제를 생각하는데 / 念爾能詩兩弟昆
황량을 사들였다 걸핏하면 술을 사노니 / 旋糴黃梁動買酒
전신이 아마 백발의 병든 참군이었나봐 / 前身白髮病參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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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22권 / 시류(詩類)
김 괴애(金乖崖)의 운에 차하여 고양(高陽 신숙주(申叔舟) ) 영상(領相)의 아들 형(泂) 이 등제(登第)한 것과 손자 종호(從濩) 가 진사과 장원에 발탁된 것을 하례하다. 앞의 두 수는 아들 형 을 하례한 것이고, 뒤의 두 수는 손자 종호 를 하례한 것이다.
나이 젊은 백미에게 일찍 경을 전하여 / 白眉年少早傳經
황금방 위의 이름을 우뚝하게 차지하였네 / 高占黃金榜上名
미산의 아들이 아비 닮음은 잘 알거니와 / 頗識眉山兒似父
순씨의 아우가 형과 같음을 다시 보았네 / 更看荀氏弟如兄
수염 뽑듯 한 과거는 가문에 전한 일이요 / 摘髭科第傳家事
티끌 줍듯 한 공명은 대대로 영광이로다 / 拾芥功名奕葉榮
원조인 고양씨가 여덟 아들을 두었더니 / 遠祖高陽生八子
지금까지 남은 경사가 가정에 이어졌구려 / 至今餘慶襲家庭
옛날 고양씨(高陽氏)에게 재자(才子) 8인(人)이 있었는데, 지금 고양 상국 또한 여덟 아들을 두었다.
한 집에 향기론 계수나무 가지가 몇 개인고 / 一家丹桂幾枝芬
진중한 것을 항아가 누차 나누어 주었네 / 珍重姮娥屢見分
예로부터 재상 가문에서 재상을 낳거니와 / 自古相門生相國
지금 여기엔 문자에 문손을 두었네그려 / 乃今文子有文孫
천둥 비 한 소리에 잉어가 막 뛰오르더니 / 一聲雷雨初登鯉
만 리 높은 하늘에 벌써 곤이 변화하였네 / 萬里雲霄已化鯤
골상이 참으로 봉모를 꼭 닮았으니 / 骨法端如鳳毛在
대대로 전한 훈업이 아버지를 꼭 이으리 / 箕裘勳業續家尊
손자에게 전함도 위경이 있음에 근본하여 / 傳孫本自有韋經
또 봄 과거장에서 큰 이름을 올리었네 / 又向春闈策大名
방중에 장원한 것은 그 조부를 이은 건데 / 一榜作魁追乃祖
동시에 급제한 것은 똑같이 난형난제로다 / 同時中選共難兄
만석이 다 순후하고 근신함은 다 알거니와 / 總知萬石皆醇謹
반드시 삼괴만 유독 영달한 것도 아니로다 / 不必三槐獨顯榮
눈을 깨끗이 씻고 명년의 용호방에서 / 洗眼明年龍虎榜
극선의 계화가 뜰에 비침을 다시 보련다 / 更看詵桂照中庭
춘풍이 다습게 불어 백화가 향기로우니 / 春風吹暖百花芬
축하연에 임금 은총이 십분 광채가 나네 / 慶席恩光爛十分
온 좌석의 고관대작은 손님과 주인이요 / 一座金貂賓與主
두 줄로 선 주수는 아들과 손자들이로다 / 兩行珠樹子仍孫
단혈에서 봉 새끼 나왔단 말에 놀랐더니 / 驚聞丹穴生雛鳳
바다에 큰 곤이 굼틀거림을 벌써 보았네 / 已見蒼溟運大鯤
훌륭한 명성이 응당 끊임없이 전하고말고 / 袞袞流芳應未艾
평생의 복록이 우러를수록 높기만 하구려 / 平生福履仰彌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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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22권 / 시류(詩類)
김자고(金子固)가 부친 시에 차운하다 3수
청춘은 한 번 가면 끌어 돌리기 어렵고말고 / 靑春一去挽難廻
수없이 날린 꽃잎 눈처럼 어지러이 쌓이네 / 無數飛花雪亂堆
작은 비에 못 둑의 풀은 빽빽이 자라고 / 小雨池塘草如織
기나긴 날 때론 제비도 있어 날아오누나 / 日長時有燕飛來
청화 시절에 비는 연일 내리는데 / 淸和時節雨連天
봄이 다하도록 또 한 해를 거른 게 서글퍼 / 惆悵春歸又隔年
급히 계집아이 시켜서 술 한 잔을 마시고 / 急喚小娥供一酌
해당화 밑에서 취하여 곤한 잠에 빠졌네 / 海棠花下醉沈眠
버들개지는 난간 밖에 이리저리 날리고 / 飛飛柳絮闌干外
꽃 향기는 책상 앞에 끝없이 풍겨 오는데 / 續續花香几案間
잠에서 깨어 오창의 주렴을 반쯤 걷고 / 睡覺午窓簾半捲
앉아서 보니 남북이 모두 청산이로다 / 坐看南北是靑山
나막신 끌고 날로 몇 번씩 전원을 돌다 보니 / 響屧巡園日幾廻
붉은 꽃 향기론 풀이 쌓여 감을 점차 보겠네 / 漸看紅綠矗成堆
눈 빛처럼 하얀 배꽃이 가장 어여쁘기에 / 最憐雪色梨花樹
깨끗한 달 떠오르기만 좋이 기다리노라 / 好待溶溶月上來
아지랑이 버들개지가 요란스레 날려대니 / 遊絲飛絮撩亂天
늙고 병든 풍류도 소년과 맞먹을 만하네 / 老病風流敵少年
백발 위에 꽃을 꽂으니 참으로 우스워라 / 白髮簪花眞可笑
앉아서 용면을 기다려 꼭 그리게 할 걸세 / 坐來須倩老龍眠
경호의 사람은 떠난 지 천 년 뒤이거니와 / 鏡湖人去千年後
적벽의 이름은 백 년 동안 우뚝 높았어라 / 赤壁名高百載間
만일 다시 아름다운 기녀까지 데린다면 / 若也更携佳妓去
풍류가 또한 사 동산만 못하지 않고말고 / 風流亦不讓東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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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22권 / 시류(詩類)
괴애가 화답하므로 차운하다 8수
떨어진 꽃잎 버들개지가 난간을 쳐대어라 / 落花飛絮撲雕闌
당당히 가는 봄을 머물리기 또한 어렵구려 / 春去堂堂駐亦難
가장 이 청명하고 화창한 좋은 시절에 / 最是淸和好時節
풍류 넘치는 제자를 따라갈 수 있을는지 / 風流諸子可追攀
장원시는 신비를 깨뜨린 듯 오묘하여라 / 壯元詩妙破天慳
백설곡은 본디 화답하기도 어렵고말고 / 白雪從來和亦難
분수 밖에 네 번을 동방급제했었으니 / 不分當年陪四榜
지금 동각에 올라가기를 허여해 주려나 / 至今東閣許登攀
봄 경치를 몽땅 붓끝에 몰아넣으려 하는데 / 欲驅春色入豪端
다만 한 글자 안배도 어려운 게 부끄럽네 / 只愧吟安一字難
오봉루 앞엔 아무도 대적할 솜씨 없다마다 / 五鳳樓前無敵手
그대의 호기로 어찌 따라오르길 용납하랴 / 如君豪氣詎容攀
일찍이 조정을 떨친 명예도 없었거니와 / 曾無聲譽振朝端
만년의 공명 사업은 출처가 또한 어렵네 / 晩節功名出處難
홍추의 극위에 올라 상상의 존엄함에다 / 位極鴻樞尊上相
태산북두라 우러러 부여잡기 어렵구려 / 泰山北斗仰難攀
서글퍼라 봄은 가고 귀밑은 희끗희끗한데 / 惆悵春歸鬢已斑
예로부터 사병이 어렵다고 말들 했거니 / 由來人說四幷難
못 둑에 개지 날리고 배꽃 위에 달 밝거든 / 池塘風絮梨花月
즐거운 술자리에 다시 배석할 수 있을는지 / 樽酒懽娛可再攀
- 원문 빠짐 - / 可休休日未休官
/ 自信急流紅顔抵死難
/ 好在靑百尺
/ 登臨星斗手堪攀
/ 光陰攬鏡曉頻看
/ 駐得勇退難
/ 只有元龍樓□□花塢
/ 風流伯仲共躋攀
어젯밤 술자리엔 소녀들이 죽 벌려 섰는데 / 昨夜樽前列小鬟
서로 바라만 보고 정을 말하긴 어려웠지만 / 相看脈脈語情難
취중엔 몹시 노쇠한 이 몰골로 나도 모르게 / 醉中不覺龍鍾極
붉은 소매 번득일 때 손을 잠시 끌었었네 / 紅袖飜時手暫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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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28권 / 시류(詩類)
화병 팔첩(畫屛八疊)에 제(題)하다
검은 구름이 날아서 산 중턱을 지나가매 / 黑雲飛過半山層
석양은 캄캄해지고 비는 막 쏟아지는데 / 落日昏昏雨氣仍
길손은 허둥지둥 무슨 일이 그리 바쁜고 / 客子蒼黃忙底事
문 닫고 편히 누운 고승에게 부끄러워라 / 閉門高臥愧高僧
이상은 풍우도(風雨圖)에 쓴 것이다.
저문 강가의 한 낚싯줄 바람에 간들거려라 / 一絲風裊晩江潯
낚시터에서 늙은 세월이 하 오래였도다 / 老却漁磯歲月深
먼 길에 작은 말 탄 사람은 그 누구던고 / 矮馬長途是何者
자라 낚으려는 내 마음을 일찍이 몰랐으리 / 不曾知我釣鼇心
이상은 조어도(釣魚圖)에 쓴 것이다.
높은 숲은 무성하고 때는 또 황혼인데 / 長林隱隱又黃昏
사람은 보이지 않고 마을만 보이누나 / 不見居人只見村
벼슬길은 양장판 같아 엎어진 수레 많거니 / 宦路羊腸多覆轍
의당 온종일 사립 닫고 있는 게 제일일레 / 也宜終日閉柴門
이상은 만촌도(晩村圖)에 쓴 것이다.
절벽 사이 오솔길엔 나무 그늘 가지런한데 / 緣崖一徑樹陰齊
앞 계곡을 지나서 또 뒷 계곡으로 통하네 / 過了前溪又後溪
굽어보니 거센 물결은 그 얼마나 깊은고 / 俯視驚瀾深幾許
석양에 가는 중은 지팡이 짚고 길을 헤매네 / 夕陽僧去短筇迷
이상은 만산도(晩山圖)에 쓴 것이다.
우뚝한 산봉우리는 푸른 무더기 같은데 / 矗矗峯巒翠似堆
노는 사람은 수없이 산을 구경하고 오누나 / 遊人無數看山來
강호는 만 리나 넓고 하늘은 끝이 없는데 / 江湖萬里天無盡
바람이 돌아가는 배를 낱낱이 불어 보내네 / 風送歸帆箇箇回
이상은 유산도(遊山圖)에 쓴 것이다.
강은 텅 비고 물은 맑고 햇빛은 밝은데 / 江空水淨日暉暉
옛 나루에 배 매놓고 사람들 돌아가누나 / 古渡維舟人始歸
어느 곳에 모여 오정의 풍류를 즐기나 / 鼇頂風流何處會
술잔은 신속히 돌리고 말은 나는 듯하네 / 觴傳如羽馬如飛
이상은 유인도(遊人圖)에 쓴 것이다.
시객의 두 어깨는 산 자로 으쓱거리고 / 詩客雙肩聳似山
나귀의 외론 그림자는 눈길에 비틀거리네 / 蹇驢孤影雪蹣跚
두 글자 퇴고만 일삼는 게 가련하여라 / 可憐兩箇推敲空
언 입으로 읊조리다 뼛속까지 떨리겠네 / 凍口唫殘徹骨寒
이상은 설행도(雪行圖)에 쓴 것이다.
창공에 매달린 폭포는 은빛 주렴을 쏟는데 / 懸空飛瀑散銀簾
지붕 한쪽엔 사람 없고 술집 깃발만 걸렸네 / 屋角無人掛酒帘
삼층의 하얀 탑은 어느 절에 있는 건고 / 白塔三層何處寺
누대는 보일락 말락 두 바위만 드러났네 / 樓臺隱映露雙岩
이상은 야점도(野店圖)에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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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28권 / 시류(詩類)
화병(畫屛)에 제(題)하다. 9수 이(李) 옥여(玉如) 를 위하여 짓다.
깊은 봄 해나무 잎이 천 겹 그늘 이뤘으니 / 春深檞葉樾千重
좋이 산중에 들어가서 뿔을 기르는구나 / 好向山中養得茸
세상엔 앙화의 조짐이 간 곳마다 널렸거니 / 世上禍機隨處足
변화하여 진룡이 되면 무엇이 해로우랴 / 何妨變化作眞龍
이상은 녹(鹿)을 읊은 것이다.
봄 산 깊은 곳에 저들끼리 떼를 지으니 / 春山深處自爲羣
초목 사이에 사향 내음이 물씬 풍기누나 / 麝氣氤氳草樹薰
다시 일천 년 뒤에 빛깔이 희어지거든 / 更待一千年後白
또한 타고 가서 진군을 방문해야겠네 / 也須騎去訪眞君
이상은 예(麑)를 읊은 것이다.
청산은 그윽하고 나무 그늘은 가지런한데 / 靑山窈窕樹陰齊
달은 강에 비치고 원숭이는 밤에 우누나 / 白月倒江猿夜啼
소년 시절 절에서 글 읽던 일이 기억난다 / 記憶少年讀書寺
지금도 맑은 꿈이 사람을 어리둥절케 하네 / 至今淸夢使人迷
이상은 원(猿)을 읊은 것이다.
호손은 가볍고 날쌔기가 매보다도 더하여 / 胡孫飛捷疾於鷹
나무 위의 과일 훔치는 게 타고난 재능인데 / 偸果攀枝性所能
취하고 버리는 물정을 헤아리기 어려워라 / 取捨物情難自料
두릉은 일찍이 찾았고 유주는 미워했었네 / 杜陵曾覓柳州憎
이상은 미후(獼猴)를 읊은 것이다.
수박 넝쿨 울타리 밑에 두 고양이가 있어 / 寒瓜蘺落兩貍奴
한낮에 두 눈동자가 구슬처럼 반짝거리네 / 日午雙睛纈似珠
네 본래 고기 먹는 골상임을 사랑하거니 / 愛汝元來食肉相
저 쥐새끼 놈들을 다 몰아낼 수 있을는지 / 可能驅盡鼠兒無
이상은 묘(猫)를 읊은 것이다.
예로부터 구규로 성정이 어둡지 않아서 / 九竅從來性不迷
중산의 무성한 풀숲에서 편안히 조누나 / 中山穩睡草萋萋
묻노라 너는 어찌하여 세 굴을 영위하느냐 / 問渠底用營三窟
섬궁에 가면 보금자리 얻어 살 만도 하거늘 / 可向蟾宮得地栖
이상은 토(兔)를 읊은 것이다.
내 젊은 시절 산중으로 사냥을 나갔다가 / 少日山中射獵行
이름도 알 수 없는 한 야수를 만났더니 / 相逢野獸不知名
그림 속에서 오늘 또 보니 놀랍기도 해라 / 畫中今又驚相見
모골이 비상하여 역시 기이한 형상일세 / 毛骨非常亦異形
이상은 이름 없는 짐승을 읊은 것이다.
누가 서쪽 과실을 전해와 강남에 심었던고 / 誰傳西果種江南
맛 참 좋아라 꿀처럼 달고 눈처럼 시원하네 / 至味深深蜜雪甛
나는 십 년 동안 사마의 소갈증을 앓던 터라 / 我抱十年司馬渴
그림을 펴니 나도 몰래 침이 질질 흐르누나 / 披圖不覺墮涎饞
이상은 서과(西瓜)를 읊은 것이다.
가지는 배가 불룩하고 오이는 길쭉한데 / 茄子彭亨瓜子長
한때의 풍미는 역시 여뀌 꽃의 향기로구려 / 一時風味蓼花香
내 전원에 돌아갈 흥취를 여전히 일으켜라 / 依然攬我歸田興
막걸리 상 차려놓고 실컷 따 먹어봤으면 / 白酒杯盤滿意嘗
이상은 가(茄)와 과(瓜)를 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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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28권 / 시류(詩類)
그림에 제하다 10수. 육언(六言)
편평한 숲은 아득히 멀고도 가깝고 / 隱隱平林遠近
길이 흐르는 물은 동쪽과 서쪽일세 / 悠悠流水東西
희미한 누대는 있는 듯 없는 듯하고 / 樓臺隱映有無
수많은 봉우리는 높고 낮고 하구나 / 峯巒多小高低
두 언덕 운산은 만 겹이나 우뚝하고 / 兩崖雲山萬矗
한 지경 띳집은 두어 서까래로다 / 一區茅屋數椽
절벽 위로는 멀리 폭포가 보이는데 / 懸崖遙看瀑布
석양의 숲 어드메에 배를 맬 거나 / 晩林何處繫船
절벽에 걸터앉은 건 고층 누각이요 / 架岩層樓傑閣
산을 의지한 건 띳지붕에 사립일세 / 依山茅棟柴扉
날 저물어 낚싯배는 돌아오는데 / 日暮釣船來歸
강 가득 푸른 안개는 자욱하구나 / 滿江烟翠霏微
봄 산의 경치는 깊고도 그윽하여 / 春山景物幽深
노는 기마가 한가히 줄을 이었네 / 遊騎聯翩等閑
누대는 우뚝이 구름 위에 솟았고 / 樓臺揷在雲半
오솔길은 숲 끝으로 비껴 났구나 / 石徑斜出林端
많은 절이 있는 곳은 어느 산인고 / 何山多少僧寺
이 땅엔 촌가 두세 집뿐이로다 / 此地兩三村家
꽃다운 들 경쾌한 말에 봄은 깊었고 / 芳郊快馬春深
먼 포구 돌아가는 돛에 해는 비꼈네 / 極浦歸帆日斜
산 가득 검은 구름은 어두컴컴하고 / 滿山黑雲黯黯
하늘에 아득 흰 눈은 펄펄 내리는데 / 漫空白雪毶毶
그 뉘 집은 사립짝을 길이 닫았는고 / 誰家柴衡長掩
낚싯배의 사립은 흥취가 한창일세 / 釣船蓑笠興酣
높낮은 붉은 절벽에 푸른 봉우리요 / 高低丹崖翠嶂
위아래로 난간 새긴 화려한 배로다 / 上下雕闌畫船
푸른 깃발은 술 파는 주막집이요 / 靑帘沽酒村店
밝은 낮에 바둑 두는 신선이로다 / 白日談棋神仙
폭포는 흰 눈처럼 공중에 매달렸고 / 飛泉懸空似雪
긴 다리는 용처럼 물 위에 누웠네 / 長橋臥水如龍
옛 절은 굽은 절벽의 고목 밑이요 / 古寺巖回木老
오솔길은 산과 물 겹겹의 속이로다 / 一徑水複山重
멀고 가까운 산세는 높고 험준하고 / 遠近山勢巃嵸
위아래의 눈빛은 사방이 하얗도다 / 上下雪色離披
한 동복에 필마 탄 이는 그 누군데 / 單僮匹馬者何
추위 참고 누굴 위해 외로이 읊는고 / 忍凍孤吟爲誰
선궁은 나는 주렴에 화려한 마룻대요 / 仙臺飛簾畫棟
산 중턱엔 가랑비에 비낀 바람이로다 / 半山細雨斜風
다리 밑에 흐르는 물은 맑고도 찬데 / 小橋流水泠泠
가는 길손은 무슨 일로 저리 바쁜고 / 歸客有底悤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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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28권 / 시류(詩類)
민 사문(閔斯文) 규(奎) 이 잉어를 보내면서 시를 부쳤으므로 그 운에 의거하여 받들어 수답하다 4수
잉어 두 마리로 서신 전한 날이요 / 雙鯉傳書日
한 달포 동안 병치레하는 때로다 / 三旬抱病時
쟁반 가득 생선회 실낱처럼 연해라 / 滿盤飛鱠縷
술 사 마시는 걸 또한 왜 의심하랴 / 沽酒亦何疑
인정은 지난날과 같지 않고요 / 人情非昔日
여론은 예전 시대와 다르구려 / 物議異前時
흰 옥벽은 화씨를 슬프게 했거니와 / 白璧悲和氏
황금은 불의에게 매우 부끄러웠지 / 黃金愧不疑
못난 재주 전배에게 부끄러워라 / 碌碌慙前輩
유유히 태평성대를 저버렸는데 / 悠悠負盛時
인심은 얼굴 생김새 같이 달라서 / 人心如面異
저자의 범 또한 의심을 사는구려 / 市虎亦成疑
시냇물은 막 벌창해진 날이요 / 溪水初肥日
농어는 한창 올라오려는 때로다 / 鱸魚欲上時
불암산 기슭에 띳집이 있거니 / 佛岩茅舍在
돌아가는 걸 또 어찌 의심하리오 / 歸去復奚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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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28권 / 시류(詩類)
민 사문(閔斯文) 규(奎) 이 잉어를 보내면서 시를 부쳤으므로 그 운에 의거하여 받들어 수답하다 4수
잉어 두 마리로 서신 전한 날이요 / 雙鯉傳書日
한 달포 동안 병치레하는 때로다 / 三旬抱病時
쟁반 가득 생선회 실낱처럼 연해라 / 滿盤飛鱠縷
술 사 마시는 걸 또한 왜 의심하랴 / 沽酒亦何疑
인정은 지난날과 같지 않고요 / 人情非昔日
여론은 예전 시대와 다르구려 / 物議異前時
흰 옥벽은 화씨를 슬프게 했거니와 / 白璧悲和氏
황금은 불의에게 매우 부끄러웠지 / 黃金愧不疑
못난 재주 전배에게 부끄러워라 / 碌碌慙前輩
유유히 태평성대를 저버렸는데 / 悠悠負盛時
인심은 얼굴 생김새 같이 달라서 / 人心如面異
저자의 범 또한 의심을 사는구려 / 市虎亦成疑
시냇물은 막 벌창해진 날이요 / 溪水初肥日
농어는 한창 올라오려는 때로다 / 鱸魚欲上時
불암산 기슭에 띳집이 있거니 / 佛岩茅舍在
돌아가는 걸 또 어찌 의심하리오 / 歸去復奚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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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29권 / 시류(詩類)
윤숙보(尹叔保)가 부쳐온 시에 차운하다 4수
훌쭉한 허리는 진작 띠가 줄었고 / 瘦腰曾減帶
짧은 머리털은 빗질할 것도 없네 / 短髮不盈梳
잠시 서산 우러러 홀로 턱 괴어라 / 蹔拄西山笏
의당 북궐의 상서는 그만두어야지 / 宜休北闕書
어찌 종고로 새를 기를 수 있으랴 / 何能鍾養鳥
장협의 고기 타령은 한탄스러워라 / 可嘆鋏呼魚
전원에 일찍 못 간 게 후회되거니 / 悔不歸田早
장차 나의 옛집으로 돌아가려네 / 行當返故廬
한가하니 몸은 흡사 붙여 삶 같은데 / 居閑身似寄
자고 일어나 머리는 새로 빗질하네 / 睡起髮新梳
두로는 일찍이 시구를 탐하였고 / 杜老曾耽句
우경은 만년에야 저서를 했었지 / 虞卿晩著書
백 년은 새가 언뜻 스쳐간 듯한데 / 百年如過鳥
만사는 이미 고기를 잊어버렸으니 / 萬事已忘魚
위아래로 한 점 부끄러움 없어라 / 俯仰心無愧
천지간에 오직 초려 하나뿐일세 / 乾坤一草廬
구름 걷힌 하늘은 물같이 맑은데 / 雲盡天如水
처마 엿본 달빛은 한 번 빗질을 하네 / 窺簷月一梳
청노는 서늘한 잠자리에 알맞건만 / 靑奴宜枕簟
황내는 시서를 그르치기만 하는구려 / 黃嬭誤詩書
활에 다친 새에게만 뜻이 있을 뿐 / 有意傷弓鳥
바다에서 노는 고기엔 관심 없다오 / 無心縱壑魚
인생은 제 뜻대로 살면 그만이야 / 人生聊自適
천지는 바로 여관과 똑같은 걸세 / 天地是蘧廬
세상일은 머리털같이 참 많지만 / 世事多如髮
맘이 한가하니 절로 가지런해지네 / 心閑自可梳
관청 문서에 마음 쓸 일 전혀 없어 / 都無迷簿領
시험 삼아 거문고 책을 벗 삼았노니 / 試此伴琴書
꽃은 떨어져라 파랑새가 훌쩍 날고 / 花落飛靑鳥
부들은 번득여라 고기가 희롱하네 / 蒲翻戱白魚
남산의 집은 늦은 게 후회스러워라 / 南山家悔晩
어느 날에나 띳집 하나를 얽을꼬 / 何日結茅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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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29권 / 시류(詩類)
윤숙보(尹叔保)의 시운에 세 번째 차운하다 4수
오랜 세월 벼슬을 떠나 있다 보니 / 多時謝簪笏
여러 달을 의관 정제도 잊고 사는데 / 連月忘盥梳
부들 자란 못엔 개구리 음악 들레고 / 蒲沼喧蛙樂
이끼 낀 뜰엔 새 발자국이 전서 같네 / 苔庭篆鳥書
바둑 둘 땐 바둑알을 톡톡 때리고 / 圍棋敲玉子
술을 살 땐 금어를 전당 잡히는데 / 沽酒典金魚
땅이 후미져 시골 마을 같은지라 / 地僻同村塢
내 집을 찾아오는 사람이 없구려 / 無人訪弊廬
부평초 신세를 어드메에 안착할꼬 / 萍蹤何處定
쑥대강이 귀밑은 빗질할 것도 없네 / 蓬鬢不須梳
병중에는 전다보를 이어서 쓰고 / 病續煎茶譜
한가할 땐 종수서를 편찬하노니 / 閑編種樹書
사람들은 다 금마를 사랑하지만 / 人皆愛金馬
나는 은어를 불태우고만 싶다오 / 吾欲火銀魚
지난 일들이 다 한바탕 꿈 같아라 / 往事渾如夢
별들이 직려를 빙 둘러 비추었지 / 星辰繞直廬
신선을 지금 꼭 배울 수만 있다면 / 神仙今可學
머리를 하루에 천 번도 빗고말고 / 一日髮千梳
옥을 먹는 비결이 어찌 없으리오 / 飧玉寧無訣
금단 제련하는 책도 본래 있는 걸 / 鍊金自有書
요동엔 일찍이 학이 돌아왔었고 / 遼東曾返鶴
호숫가에선 고기도 관찰했었지 / 濠上欲觀魚
단구란 곳이 그 어드메에 있는지 / 何處丹丘在
장차 그곳에 가서 집을 지으련다 / 行當往結廬
나의 삶은 참으로 쓸모가 없는데 / 吾生眞濩落
세상일은 시원하게 다스려졌네 / 世事已爬梳
흥겨울 땐 한 번 성인에게 맞을 뿐 / 有興一中聖
세 번씩 상서할 마음은 없다마다 / 無心三上書
그루터기서 토끼 잡기도 어렵거니 / 守株難待兔
나무에 올라서 누가 고기를 구할꼬 / 緣木孰求魚
하늘땅은 이와 같이 광대하건만 / 蕩蕩乾坤大
내 작은 초려가 가련하기만 해라 / 堪憐此小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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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30권 / 시류(詩類)
그림 위에 10수(首)를 제(題)하다. 신 동린(申同隣) 윤종(允宗) 을 위하여 짓다.
관폭도(觀瀑圖)
용 같은 나무 그림자는 돌 축대에 내렸는데 / 樹影如龍布石壇
고상한 사람이 한가로이 난간에 기대서서 / 高人閑倚玉闌干
천 길의 높은 폭포를 우러러 바라보노라니 / 仰看瀑雨高千丈
물방울이 튀어 인간의 유월을 차갑게 하네 / 飛作人間六月寒
수각도(水閣圖)
푸른 솔과 대 그늘은 촘촘히 어우러졌고 / 竹陰松翠細紛紛
수각은 쓸쓸하여라 먼지 한 점도 없구려 / 水閣凄凉絶點氛
서로 마주한 난간에 인적은 정히 고요한데 / 相對畫闌人政靜
박산로의 향 연기만 모락모락 피어오르네 / 博山香縷裊氤氳
대월도(對月圖)
달은 본디 가련하고 술은 사랑스러운데 / 月本可憐酒可愛
항아리 비고 달 지니 이 시름을 어이할꼬 / 樽空月落無奈愁
술잔 들고 달 대하니 달은 마냥 좋아라 / 擧杯對月月長好
한번 웃어보자 텅 빈 산 천지가 가을일세 / 一笑空山天地秋
모재도(茅齋圖)
가지런한 처마 밑 대는 이끼처럼 푸르고 / 剪剪茅檐竹似苔
떨어진 꽃 흐르는 물에 물굽이는 파란데 / 落花流水碧灣回
산중턱에 석양 걸칠 제 찾아온 이는 없고 / 半山紅日無人到
오직 산동이 있어 책을 끼고 올 뿐이로다 / 唯有山童袖卷來
송정도(松亭圖)
아주 조그마한 모정은 우뚝이 솟아 있고 / 茅亭絶小聳崢嶸
소나무엔 실바람 소리 조용히 들리는데 / 風送松濤細有聲
홀로 화로 앞에 앉아 온종일 조는 곁에 / 獨對薰爐睡終日
모셔 앉은 말쑥한 아이는 예쁘기도 해라 / 可憐侍坐小童淸
무금도(撫琴圖)
산을 한사코 더 깊이 못 들어갈까 염려하여 / 入山猶恐不深深
바람 숲에 이슬 맞고 앉아 거문고를 타누나 / 衣露風林坐撫琴
한 곡조 아양곡에 무궁한 생각이 있건마는 / 一曲峩洋無盡思
세상에 종자 없으니 누가 소리를 알아줄꼬 / 世無鍾子孰知音
산정도(山亭圖)
솔 안개는 자욱하고 대나무 빛은 짙푸른데 / 松霧霏霏竹色深
청산에 이 더듬고 앉아 소리 높이 읊조리네 / 靑山捫虱坐高唫
외로운 배는 날 저물어 어드메로 가는고 / 孤舟日暮歸何處
기러기는 서풍에 줄줄이 내려앉는구나 / 鴈落西風字字沈
범주도(泛舟圖)
둥둥 뜬 목란 배 가는 대로 따라서 가노라니 / 泛泛蘭舟信所之
상앗대 반쯤 찬 물에 푸른 물결이 이는구나 / 半篙新水碧漣漪
그 누가 알리오 저 무궁한 강남의 흥취가 / 誰知無盡江南興
석양의 선실 다락에 누웠을 때 있는 줄을 / 都在柁樓晩臥時
도교도(渡橋圖)
물 위의 화려한 다리는 그림자가 용 같은데 / 畫橋流水影如龍
짧은 지팡이에 길손의 행색은 쓸쓸도 해라 / 行色蕭條一短筇
날 저물자 쉴 새 없이 평온하게도 가는구나 / 日暮行行安穩過
몇 천 겹 검각을 지날 땐 일찍이 놀랐었지 / 曾驚劍閣幾千重
설행도(雪行圖)
마부는 반쯤 얼고 말도 추워 벌벌 떨어라 / 奚奴半凍馬凌兢
눈보라를 안고 가니 뼈가 얼어붙으려 하네 / 風雪前頭骨欲氷
어찌하면 상방의 스님처럼 털옷을 입고 / 何似上方僧擁褐
온종일 훈훈한 지로 곁에 앉아 있어 볼꼬 / 地爐終日暖騰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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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30권 / 시류(詩類)
근친(覲親)하러 평산(平山)에 가는 계호 상인(戒浩上人)을 보내다 3수
흥천사에서 강연의 종소리를 듣고 나서 / 興天聽罷講筵鍾
멀리 어버이 뵈러 갈 뜻 자못 간절하구려 / 遠訪庭闈意頗濃
십 년 동안 걸치고 다닌 납의가 가석하여라 / 可惜十年行處衲
젊어서 이별할 때 기운 솔기는 아직 남았네 / 猶存少日別時縫
일암의 설법에선 삼지론을 전수받았고 / 一庵法授三支論
양조의 선은 오가의 종법을 전하였도다 / 兩祖禪傳五法宗
도를 즐겨 청빈한 데다 효우까지 겸했으니 / 樂道淸貧兼孝友
스님 같은 이는 참으로 중 가운데 용이로다 / 如師眞箇釋中龍
일암 스님 송원에서 일찍이 서로 만났는데 / 一師松院曾相見
사가 노인 연정에서는 몇 번이나 뫼셨던고 / 四老蓮亭幾獲陪
도안은 밝은 달빛처럼 사람을 쏘아비추고 / 道眼射人光似月
선담은 천둥을 치듯 해 온 좌중을 놀래키네 / 禪談驚座轉如雷
백련사 결성할 약속은 끝내 지킬 테지만 / 白蓮有約終當社
구운 토란 함께 먹을 생각은 한 적 없었지 / 紫芋無心昔共煨
이미 주술의 공으로 다리는 튼튼하겠지만 / 已仗呪功行脚健
관서 지방의 돌길엔 이끼가 퍽 미끄럽다오 / 關西石路滑蒼苔
평산의 백운향을 아스라이 바라보면서 / 平山在望白雲鄕
석장 짚고 훌쩍 떠나 아득한 데 들어가네 / 杖錫飄然入渺茫
곡령의 단풍잎 속에서는 옛 비갈을 찾고 / 鵠嶺葉黃尋古碣
저탄의 푸른 물은 높은 다리로 건너겠지 / 猪灘水碧渡飛梁
광명한 게송은 몇 군데나 써서 남길는고 / 留題幾處光明偈
맞고 보내는 이는 다 해탈향을 맡을 걸세 / 迎送皆聞解脫香
사중의 은혜 있어 모두 갚아야 하기에 / 四重有恩皆可報
불편한 잠자리 괴로운 여정을 다 잊었네 / 夜牀鞋脚竟相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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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31권 / 시류(詩類)
이조 정랑(吏曹正郞)에 제수된 안 교수(安敎授) 호(瑚) 를 하례하다
오대의 철석간장 어사를 일찍이 아는데 / 烏臺曾識鐵心肝
좌천된 삼 년간의 일은 탄식할 만하지만 / 謫宦三年事可嘆
머리 위에서 분명 하늘이 내려다보아서 / 頭上分明天鑑在
천관 보좌로 불러들임이 기쁘기도 해라 / 喜看宣召佐天官
그대가 당시 좌천한 건 유관 때문이었는데 / 君時遷左坐儒冠
어려움 피치 않고 조용한 태도가 좋았었지 / 只愛從容不避艱
조정에 공론이 있다는 건 잘 알겠거니와 / 最識朝廷公論在
교관이 그 몇 사람이나 청관을 얻었는고 / 敎官有幾得淸官
중승은 오래전에 중추부에 발탁되었고 / 中丞久已擢鴻樞
시어는 또한 지금 간의대부가 되었는데 / 侍御今爲諫大夫
어진 시어사 발탁 안 됨이 늘 안타깝더니 / 抱屈長憐賢侍史
이제는 큰 발걸음으로 형구에 섰네그려 / 如今高步立亨衢
대사헌은 연래에 머리가 다 희어진 데다 / 憲長年來白盡頭
중간의 비방으로 죽을 만큼 부끄럽지만 / 中間謗議死堪羞
단지 성은을 전혀 보답하지 못한 때문에 / 只是聖恩渾未報
휴휴해야 할 때에 휴휴하지 못하네그려 / 可休休日未休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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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31권 / 시류(詩類)
삼척(三陟) 최 사군(崔使君) 경례(景禮) 을 보내다 3수
소년 시절엔 벽송정 아래서 노닐었더니 / 碧松亭下少年遊
노쇠한 지금은 각기 다 백발이 되었는데 / 潦倒如今各白頭
내 분수에 공명 넘침이 스스로 부끄러워라 / 自媿功名踰我分
아 그대는 만년에야 지방관을 나가다니 원 / 嗟君晩節去爲州
사람들 말에 관동이 관서보다 낫다 하거니 / 關東人說勝關西
백설 같은 백사장에 벽옥 같은 말굽 울리리 / 白雪沙鳴碧玉蹄
길 양쪽엔 해당화가 붉은 바다를 이루고 / 夾路海棠紅似海
자고새는 수없이 날고 울어대고 할 걸세 / 飛飛無數鷓鴣啼
송사하는 마당엔 푸른 봄풀이 무성할 게고 / 訟庭春草綠芊綿
화려한 창엔 향기 어려 하루가 일 년 같으리 / 畫戟凝香日抵年
산간의 풍류는 지금도 예전 같으려니와 / 山簡風流今似舊
죽서루 밑엔 물과 하늘이 한 빛이고말고 / 竹西樓下水如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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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31권 / 시류(詩類)
전라도 관찰사(全羅道觀察使) 김공(金公) 영유(永濡) 을 보내다 5수
청전 학사는 오랫동안 예조의 원로로서 / 靑錢學士老南宮
부절 쥐고 나가 지방 민풍을 살피게 되었네 / 杖節行觀四道風
과거장에 나간 선비들은 가속을 생각하고 / 士向棘圍思賈餗
당사를 향한 사람들은 강공을 얘기하겠지 / 人從棠舍說康公
강산은 옛날 백제의 강토 안에 펼쳐졌고 / 江山百濟封疆裏
인물은 이남의 교화 가운데 들었네그려 / 人物二南敎化中
사명 마치고 명년에 돌아와 복명하거든 / 使罷明年歸報政
용안에 희색이 만면함을 알 수 있을 걸세 / 龍顔有喜識重瞳
견훤 나라의 민속이 예전과 다르고말고 / 民俗甄邦異昔時
관찰사의 높은 풍화를 내 일찍이 알았네 / 使華風化我曾知
분주하는 오늘은 쌍룡절을 가졌거니와 / 馳驅當日雙龍節
강개하던 전인에겐 팔마비도 세워졌지 / 慷慨前人八馬碑
오수는 구름 연기가 응당 보호할 테지만 / 獒樹雲煙應護惜
연자루의 풍월은 이미 처량하기만 하리 / 燕樓風月已凄悲
호남은 본디 다스리기 참 쉬운 고장이거니 / 湖南自是囊中物
이리저리 물어서 소아의 시를 채집하게나 / 採採諏咨小雅詩
절월이 조정으로부터 번방에 내려가면 / 藩邦節鉞下靑冥
알괘라 남두가 응당 사성을 피할 걸세 / 南斗知應避使星
금마에 가서는 장차 기준국을 찾을 게고 / 金馬行尋箕準國
철우를 보러 때로는 축천정도 찾을 테지 / 鐵牛時訪丑川亭
제방은 벽골과 통하여 농어가 하얄 테고 / 堤通碧骨江鱸白
산은 두류와 가까워서 동학이 푸를 걸세 / 山近頭流洞鶴靑
아름다운 산수를 응당 두루 유람하리니 / 信美溪山應遍盡
그대 나를 위하여 도경을 저술해주게나 / 煩君爲我著圖經
서림 속에 넓적다리 살찌운 사십 년 동안을 / 髀肉書林四十年
와유만 하자니 원유편에 마냥 부끄럽구려 / 臥遊長愧遠遊篇
새장에 갇힌 새 같은 신세가 가련하여라 / 自憐野鳥籠中日
항아리 속 초파리의 하늘만 알 뿐이라네 / 只識醯雞甕裏天
검은 일산 붉은 휘장에 절월은 기다란데 / 皁蓋朱轓長節鉞
붉은 누각 푸른 장막은 그 몇 산천이던고 / 紅樓翠幕幾山川
중외의 많은 경력은 그대의 능사이거니 / 歷揚中外君能事
남 먼저 재상에 오르는 걸 눈 씻고 보련다 / 洗眼黃扉見着鞭
아동 시절부터 교유한 게 아직도 기쁜데 / 交遊尙喜自童兒
오늘은 서로 만나니 귀밑이 각각 세었네 / 今日相看各鬢絲
끝내 응당 출처는 분명하게 해야 하려니와 / 終始也宜明出處
이별 때문에 슬픔 즐검은 말할 것 없고말고 / 悲懽不必說分離
징청할 뜻 있는 것을 그대 어찌 저버리랴 / 澄淸有志君何負
진실하여 꾸밈없음은 내가 또한 알다마다 / 悃愊無華我亦知
분섬은 예로부터 평판이 많은 곳이거니 / 分陝由來多物議
좋이 훈업을 가져다 태평성대에 세우게나 / 好將勳業策明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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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31권 / 시류(詩類)
순안 현령(順安縣令)으로 부임하는 최 좌랑(崔佐郞) 신한(信漢) 을 보내다 3수
일찍이 예조 좌랑에 정선되었고 / 南宮曾妙選
북도에서는 또 한 고을을 맡았네 / 北道又專城
오두미를 남은 좌천이라 칭하나 / 五斗人稱屈
쌍부를 나는 영광으로 여기노라 / 雙符我謂榮
현가는 좋은 풍속을 기하려니와 / 絃歌期俗美
금학은 뼛속까지 맑고도 남으리 / 琴鶴任骨淸
이 도를 오직 그대만이 알 터이니 / 此道惟君識
후일에 훌륭한 명성이 전해질 걸세 / 他年有盛名
고을의 크기는 말만큼이나 작고 / 縣小斗許大
지나는 손들은 구름처럼 분잡한데 / 客過雲樣紛
명예 얻기를 일삼을 마음은 없고 / 無心事邀譽
번잡한 사무 처리할 솜씨만 있네 / 有手能剸煩
땅은 평양과 가까이 인접하였고 / 地連平壤近
산은 묘향산에서 갈려 나왔도다 / 山自妙香分
십고엔 응당 상등을 차지하겠지만 / 十考知應最
공렴은 바로 간근함에 있고말고 / 公廉在簡勤
아스라한 변방의 간험한 길을 / 迢遞關河路
한 깃대로 그대 홀로 떠나가네 / 一麾君獨歸
북녘에는 편호가 응당 적겠지만 / 北來編戶少
서쪽엘 나가면 친구도 드물 걸세 / 西出故人稀
보리밭엔 보리가 한창 가을이요 / 壟麥秋方熟
물고기는 비가 와서 더욱 살졌네 / 江魚雨更肥
부임하는 때가 정히 좋은 시절이라 / 上官時政好
보내려니 생각이 더욱 그리워지네 / 相送思依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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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31권 / 시류(詩類)
황해 감사(黃海監司) 이공(李公) 봉(封) 을 보내고, 겸하여 그 백씨(伯氏)인 평안 감사(平安監司) 이공(李公) 파(坡) 에게 부치다. 내가 병 때문에 교외에 나가 전송하지 못하고 애오라지 졸렬한 시를 부치노니, 정이 말 속에 드러나 있다. 5수
매실 익을 무렵의 비가 아직 다 안 갰는데 / 黃梅時雨未全晴
옥 부절 갖고 도성을 나와 멀리 떠나가네 / 玉節遙遙出禁城
나는 양관의 한 잔 술도 권하지 못한 채 / 未進陽關一杯酒
병들어 앉았자니 그 심정을 어찌하겠나 / 病窓扶坐若爲情
거년에는 평중과 서로 이별을 했더니 / 去年平仲手相分
오늘은 유유히 또 그대를 보내는구려 / 今日悠悠又送君
쓸쓸한 한 문에 내왕하는 이도 적어라 / 零落一門還往少
북수와 동운 서로 막힘을 못 견디겠네 / 可堪北樹隔東雲
구령은 어이해 두 고장을 막아 놓았는고 / 駒嶺胡然隔兩鄕
대동강을 갈대 하나로 건널 수 있겠는가 / 浿江一葦可容航
어느 때나 비바람 몰아치는 관서의 밤에 / 何時風雨關西夜
함께 누워 침상 마주해 조용히 얘기할꼬 / 共被從容話對牀
풍월루 앞에는 연꽃이 한창 화려할 텐데 / 風月樓前菡萏秋
사신은 문아한 데다 풍류까지 겸했어라 / 使華文雅更風流
그대 만나서 만일 친구들의 소식을 묻거든 / 逢君若問交遊事
나는 서재에서 머리가 다 셌더라 전해주소 / 報我書帷白盡頭
광원루는 높다랗게 하늘 위에 치솟았고 / 曠遠樓高揷碧空
미인들 하얀 치아는 옥처럼 영롱할 텐데 / 靑娥皓齒玉玲瓏
두 사신이 서로 만나 풍류 즐기는 날에 / 相逢兩使風流日
시에 미친 확삭한 노인을 생각해줄는지 / 肯念狂詩矍鑠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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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0권
김 직강(金直講) 순신(舜臣) 이 부친 시에 차운하다 10수
나는 고관대작 하려고 분주하는 사람이요 / 我爲名宦奔忙者
그대는 산림에서 유유자적하는 사람인데 / 君是山林閑適人
돌아보면 -3자 원문 결락- 지척의 거리건만 / 回首□□□咫尺
생각만 하고 못 만난 채 가을이요 또 봄일세 / 相思不見秋復春
젊은 나이에 신병 요양하러 조관을 걸고 / 早年休病掛朝□
소나무 국화 정원에 주인이 되었네그려 / 松菊前頭作主人
옛말에 안심이 바로 영약이라 했기에 / 古說安心是靈藥
이렇게 한가로이 세월을 보내는구려 / 怡閑如此閱靑春
두어 이랑 좋은 전지 있어 가난치 않거니 / 數頃良田不是貧
어찌 명예와 이끗을 함부로 남에게 구하랴 / 肯將聲利妄求人
사람 만나면 스스로 말하되 평생의 낙은 / 逢人自說平生樂
항아리 속에 길이 푸른빛 감도는 술이라네 / 甕裏長浮竹葉春
취중의 미친 흥취는 절로 천진스럽고말고 / 醉中狂興自天眞
날마다 술의 성인과 서로 친하구려 / 日日相親酒聖人
또 묻노니 지금 술 빚을 재료는 있는가 / 且問釀材今在未
새봄이 오거든 아이 불러 차조를 심어야지 / 呼兒種秫及新春
고상한 회포 우뚝해라 세속을 초탈해서 / 高懷落落離風塵
벼슬길 좇는 자들을 백안으로 경멸하네 / 白眼看他紫陌人
천상의 친구들은 소식조차 끊어졌는데 / 天上故人音斷絶
지는 꽃 우는 새만 동산 가득 봄이로구려 / 落花啼鳥滿園春
남아는 출처를 스스로 결단하기 어렵기에 / 出處男兒難自斷
예로부터 산림 속엔 사람이 전혀 없었는데 / 古來林下絶無人
그대의 명철함 훌륭해라 일찍 기미를 알고 / 多君明哲知機早
산중에 편히 누운 지가 벌써 십 년이로구려 / 高臥山中已十春
한가로이 병 요양하는 맛 또한 진미거니 / 養病居閑味更眞
함부로 옆 사람에게 말할 것 없고말고 / 不須容易說傍人
자지는 이미 자랐고 황정도 익었으니 / 紫芝已長黃精熟
장생불사의 신선을 참으로 배울 만하네 / 可學長生不死春
내 또한 은거지에 일찍 자리 잡고 살면서 / 我亦菟裘早卜隣
그대와 함께 한가한 두 사람 되려 했는데 / 與君期作兩閑人
반평생 동안 이미 공명으로 그르친 몸 되어 / 半生已被功名誤
고향 생각에 서글피 바라본 게 또 일 년일세 / 悵望思歸又一春
한번 현달하거나 곤궁하거나 부귀하거나 / 一達一窮一富貧
일생 백 년은 도시 가련한 사람이거니 / 百年都是可憐人
제일 좋은 생애는 술잔에 마냥 취하여 / 不如長醉杯中物
두 귀엔 오오하고 얼굴엔 화기 가득함일세 / 雙耳嗚嗚滿面春
금수천 가에서는 낚시하는 노인을 찾고 / 金水川邊尋釣叟
석천사 안에서는 산중 은자를 방문했지 / 石泉寺裏訪山人
소년 시절 행락한 건 모두가 꿈만 같거니 / 少年行處渾如夢
고향 전원 산수에 봄이 오면 돌아가려네 / 擬趁故園山水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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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0권
다시 앞의 운을 사용하여 강 진산(姜晉山)에게 부치다 10수
세상 구제할 좋은 계책은 없지만 / 濟世無長策
생계 영위할 꾀 또한 졸렬하다오 / 榮生亦拙謀
공명은 계륵만큼이나 아낄 뿐인데 / 功名惜鷄肋
신세는 자라 머리처럼 움츠러졌네 / 身世藏鼇頭
술버릇은 생전에 무슨 보탬이 되랴 / 酒癖生何補
시에 미침은 죽은 뒤에야 말겠지 / 詩狂死便休
화창한 봄이 나를 흥기시키는 건 / 靑春能起我
만 줄기 간들거린 노란 버들이로세 / 金柳萬條柔
약은 본래 의원에게서 얻어오고 / 藥本從醫得
술은 항상 아내에게 의논하는데 / 酒常與婦謀
몸이 한가함은 그대로 뜻에 맞지만 / 身閑聊適意
성질은 게을러 머리도 빗지를 않네 / 性懶不梳頭
세월은 쉴 새 없이 흘러가는데 / 荏苒雙輪轉
불우하여 만사는 그만이로다 / 蹉跎萬事休
고향 산천이 자주 꿈에 보이는데 / 故山頻入夢
고사리는 늘 연한 봄 고사리일세 / 薇蕨長春柔
스스로 우스워라 심신의 괴로움은 / 自笑心神苦
모두가 먹고사는 계책 때문일세 / 都因口腹謀
풍진 속에 일찍이 뜻을 잃었는데 / 風塵曾失脚
머리는 이미 온통 눈서리 빛이로다 / 霜雪已渾頭
마음은 정히 돌아가려 하면서도 / 政爾思歸去
어이해 물러가 쉬지를 못하는고 / 胡然未退休
내가 비록 혀는 달려 있다 하여도 / 吾雖齒舌在
강유를 분변 못한 게 후회스럽네 / 悔不辨剛柔
세상에 나와 봉록만 훔쳐 먹을 뿐 / 將身空竊祿
나라 도울 좋은 계책은 드물어라 / 補國少奇謀
세상일은 방어 꼬리가 붉어지고 / 世故魚赬尾
인정은 까마귀의 흰머리 같구려 / 人情烏白頭
용모는 확삭함을 따르지만 / 容顔從矍鑠
죽고 삶은 부휴에 부쳤다네 / 生死寄浮休
노쇠한 병이 그 무슨 물건이기에 / 衰病知何物
다리를 이리도 무력하게 하는고 / 能敎脚力柔
청운 길의 흥미는 진작 없었거니 / 早厭靑雲興
장차 갈매기와 서로 벗삼으려네 / 行將白鳥謀
등산할 땐 나막신 굽은 편리하고 / 登山便屐齒
물에 띄우면 뱃머리는 미끄러우리 / 泛渚滑船頭
세월이야 그럭저럭 보내려니와 / 歲月聊消遣
거문고와 술은 그만두지 않고말고 / 琴樽未罷休
강호 풍경이 온통 눈앞에 선해라 / 江湖渾在眼
갈대 부들이 가벼이 간들거리네 / 蒲葦弄輕柔
나와 같이 소찬하는 사람으로 / 以我素飧者
어찌 일찍이 육식을 꾀했으랴 / 何曾肉食謀
사람 만나면 반겨준 이는 드물지만 / 逢人少靑眼
요직에 있는 이들은 다 흑두로세 / 當路皆黑頭
명성은 쇠하면 응당 떨어지거니와 / 聲價衰應落
관직 또한 늙으면 그만두어야지 / 官銜老可休
술잔을 들고 때로 술에게 묻노니 / 擧杯時問酒
나랑 너랑 누가 더 부드러울거나 / 吾與汝誰柔
덧없는 세상에 비방도 많아라 / 浮世多讒謗
그 누가 또 간사한 꾀를 부리는고 / 何人亦譎謀
외발 달린 귀신은 진작 들었지만 / 曾聞鬼獨脚
두 머리 달린 뱀은 이제야 보았네 / 今見蛇兩頭
북을 던져라 의심은 버리기 어렵고 / 投杼疑難去
관 뚜껑을 덮어야 만사는 끝나겠지 / 蓋棺事乃休
강하면 반드시 부러지기 쉽나니 / 剛强必易折
스스로 우유함을 배워야겠네 / 自可學優柔
남 만나면 냉담한 말투가 부끄럽고 / 逢人慙冷語
임금께 고해드릴 좋은 계책은 없네 / 告后乏嘉謀
신세는 만족할 줄 알아야 하거니와 / 身世須知足
공명은 유종지미를 거두기 어렵지 / 功名少到頭
가난해도 즐김이 스스로 달가워라 / 自甘貧亦樂
진실로 쉴 새 없이 취할 만하고말고 / 端可醉無休
생각건대 재덕이 출중한 군자는 / 大雅思君子
강하지도 않고 부드럽지도 않았네 / 不剛亦不柔
명성은 내 몸에 누가 될 뿐이지만 / 名於身是累
운명은 혹 원수와 꾀하기도 하지 / 命或仇與謀
세상맛은 진작 쓸개를 맛보았는데 / 世味曾嘗膽
세월은 어느덧 백발이 성성해졌네 / 光陰忽□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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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0권
어은(漁隱) 김 동년(金同年) 생한(生漢) 의 상산 촌서(商山村墅) 팔영(八詠)에 제(題)하다
우소 상련(雨沼賞蓮)
연못 가득한 연꽃이 죽도록 사랑스러워라 / 滿沼荷花抵死憐
일찍이 배보다 큰 만 길의 꽃이 피었었지 / 開曾萬丈大於船
그대가 꽃 가운데 군자를 알고자 할진댄 / 煩君欲識花君子
모름지기 염옹의 애련설을 읽어봐야 하리 / 須讀濂翁說愛蓮
계잠 대월(鷄岑對月)
계잠에서 달 대하니 달은 길게 걸려 있어라 / 鷄岑對月月長懸
달이 하늘 중앙에 있은 지는 그 몇 해이던고 / 月在天心知幾年
술잔 들고 물어봐도 달은 대답이 없어 / 擧酒問之月不對
긴긴 밤을 근심 걱정에 잠 못 이루누나 / 長宵耿耿淸無眠
박연 조어(朴淵釣魚)
그대의 재주는 자릉과 쌍벽을 이룰 만해라 / 君才可與子陵雙
백발로 돌다리에 앉아 낚싯줄을 드리우네 / 白髮垂綸坐石矼
장차 객성이 천상에 동하는 걸 보게 되리니 / 會見客星天上動
박연이 끝내 동강보다 못하지 않을 거로세 / 朴淵終不讓桐江
봉령 간운(鳳嶺看雲)
봉령에 모인 산들은 그 몇 봉우리나 되는지 / 鳳嶺攢□□幾岑
오고 가는 구름을 아득하여 찾기 어려워라 / 雲來雲往渺難尋
장맛비로 말라진 생물들을 소생시키려 하니 / 欲成霖雨蘇羣槁
또한 이는 무심한 게 유심하기도 하구려 / 也是無心亦有心
석사 심승(釋寺尋僧)
중을 찾아 어드메로 험난한 길을 걷는지 / 尋僧何處歷崎嶇
옛 절에 구름 짙고 길은 있는 듯 없는 듯 / 寺古雲深路有無
생각건대 다리를 건너다 셋이 웃는 곳에 / 想得過橋三笑處
그 어떤 이가 호계삼소도를 그려낼런고 / 何人畫出虎溪圖
복암 송객(鵩巖送客)
삼첩가 부르면서 술 한 잔을 권하여라 / 三疊歌□酒一巵
복암의 방초 위에서 사람 보내는 때로다 / 鵩巖芳草送人時
멀리 아스라한 저 동서남북 갈림길에 / 迢迢南北東西路
서글퍼라 해마다 이별하기 익숙해졌네 / 惆悵年年慣別離
마산 만조(馬山晩照)
마산 가을이라 서풍은 거세게 불어오는데 / 捲地西風馬岫秋
붉은 석양은 점차 높은 누각을 내려가네 / 看看紅日下高樓
알지 못해라 어은의 집은 어드메 있느뇨 / 不知漁隱家何在
청산에 홀로 턱 괴고 백발이 되었을 테지 / 拄笏靑山已白頭
독촌 조연(禿村朝煙)
아침 해가 밝게 바다 위에 돋아오를 제 / 朝日暉暉出海來
갠 연기 한 줄기가 누대를 둘러싸더니 / 晴煙一帶護樓臺
거센 바람이 불어와서 몽땅 쓸어버리자 / 爲有長風吹掃盡
강산 십 리가 그림처럼 환하게 펼쳐지네 / 江山十里畫圖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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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0권
촌거팔영도(村居八詠圖)에 제(題)하다
어자(漁者)
외로운 배 둥둥 떠서 강물을 따라 흘러라 / 孤舟泛泛信江流
창랑가 한 곡조에 천지가 가을이로다 / 一曲滄浪天地秋
스스로 말하길 연래엔 기심이 다 사라져 / 自說年來機已盡
백구는 나를 잊고 나는 백구를 잊는다네 / 鷗能忘我我忘鷗
초자(樵者)
무수한 큰 나무숲이 겹겹으로 무성하더니 / 長林無數鬱層層
연래에 마구 베어 중머리처럼 민둥해졌네 / 斤斧年來禿似僧
신선의 바둑 두는 걸랑 눈여겨보지 말게나 / 若見仙棋休著眼
인간 세상에 돌아오면 절반은 무덤일 걸세 / 歸來人世半丘陵
목자(牧者)
멀고 가까운 언덕 남쪽에 어린 풀 향기로워 / 遠近坡南細草菲
조석으로 놓고 들이매 송아지는 통통 살찌네 / 朝昏收放犢兒肥
석양 너머로 젓대 소리 두어 가락 울리어라 / 數聲短笛斜陽外
소의 등을 배처럼 편히 걸터앉아 가는구나 / 牛背如船穩跨歸
엽자(獵者)
언덕 머리 무성한 잡초들을 다 태워버리고 / 原頭燒盡草萋萋
말을 달려라 벽옥 같은 발굽 번갈아 번득이네 / 獵騎雙翻碧玉蹄
여우 토끼는 많기도 해라 여기저기 즐비해 / 狐兎紛紛多似織
잡아 구우니 고깃점에선 기름이 이글거리네 / 伐來方胾玉脂啼
전자(田者)
일생 동안 농사짓느라 고되게 살다 보니 / 一生耕稼事辛勤
듬성해진 두 귀밑에 백발이 분분하구려 / 雙鬢刁騷白雪紛
환곡 갚고 조세 내고는 그런대로 즐거워 / 納糴充租聊復樂
탁주 동이 앞에 늙은 아내와 마주 앉았네 / 老妻相對濁醪盆
포자(圃者)
포전 농사만 배워도 생애를 보낼 만하여라 / 學圃猶能送此生
갖가지 좋은 채소가 캐서 삶아 먹음직하네 / 嘉蔬種種摘堪烹
육식 공명에 관한 일엔 전혀 관심이 없고 / 無心肉食功名事
전신이 바로 소평이었던 걸 자부하누나 / 自許前身是邵平
종자(種者)
평생에 나무 심기는 익숙해진 지 오래거니 / 種樹平生慣已多
신묘한 공은 천화를 손상치 않는 거라오 / 神功要不損天和
양생의 도리가 참으로 이와 같은 것이니 / 養生有道眞如此
내 마음을 먼저 얻은 이가 바로 곽탁타로다 / 先得吾心是郭駝
관자(灌者)
힘으로 농가 도와줄 수 없음을 스스로 알고 / 自知無力助田家
도랑에서 물 끌어다 혹 흠뻑 대주기도 하네 / 引水通溝灌或多
가을에 큰 풍년 든 광경은 보기도 좋고말고 / 喜見秋來禾大熟
버려진 두레박틀엔 석양만 비껴 있네그려 / 桔橰閑立夕陽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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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0권
밤에 앉았다가 복경(福慶)이 시를 지었으므로 그 운(韻)에 의거해서 화답하다 4수
당년에 서로 수창하던 가지와 잠삼이 / 酬唱當年賈與岑
어찌 우리 부자 이때의 마음만 하리오 / 那如父子此時心
깊은 밤에 서로 대하여 등불 돋우고 앉아 / 夜深相對挑燈坐
칠언시 읊어 이루니 그 가치가 만금일세 / 七字詩成直萬金
시 이루고 어깨 으쓱이는 게 참 우스워라 / 堪笑詩成聳玉樓
백발에도 호기는 완전히 쇠하진 않았네 / 白頭豪氣未全收
예쁘기도 해라 글자 배우는 동오가 있어 / 可憐學字童烏在
하늘땅이 무너진대도 아무 걱정 없구나 / 地拆天崩百不愁
벽 위의 희미한 등불은 깜빡깜빡하는데 / 壁上殘燈翳復明
가을 깊어 병든 몸 정신이 맑음을 깨닫겠네 / 秋深病骨覺神淸
시 이루고는 또 종문을시켜 쓰게 하노니 / 詩成又遣宗文寫
늙은 아비 송아지 핥는 정 감당키 어려워라 / 舐犢難堪老父情
늙은 나는 성명한 임금 보좌할 재능 없으니 / 老我無才效聖明
네가 노력해서 가문 명성 잇기를 바라노라 / 望渠努力繼家聲
한 경서가 되레 황금 바구니보다 귀하기에 / 一經却勝籯金貴
시예 추정 교훈을 네게 진정으로 면려한다 / 詩禮趨庭勉爾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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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0권
영안도(永安道) 정 관찰사(鄭觀察使) 문형(文炯) 를 보내다 3수
삼봉의 공훈과 업적을 스스로 계승하여 / 三峯勳烈自箕裘
문무의 재주 명성이 한때에 우뚝했으니 / 文武才名一代優
두 변방엔 절제사로 일찍이 진정시켰는데 / 節制兩陲曾鎭定
네 도엔 사신으로 가서 얼마나 자문했던고 / 皇華四道幾咨諏
철관에 부임한 날엔 성상의 교화를 펴고 / 鐵關到日能宣化
변새를 순찰할 때는 깊은 방책을 짜냈지 / 玉塞巡時更運籌
스스로 우스워라 모추를 장차 어디에 쓰랴 / 自笑毛錐將底用
넓적다리엔 살찌고 머리는 온통 백발일세 / 肉今生髀雪渾頭
예전 장성이 지금은 사성이 되어 떠나니 / 將星今作使星行
동북쪽 사람들이 보내고 맞기 익숙하겠네 / 東北人人慣送迎
창 뉘어놓고 시 읊는 건 참다운 기상이요 / 橫槊哦詩眞氣象
부절 갖고 나가선 또 세상을 징청시키리 / 分符按節又澄淸
요즘 들으니 흑수 물결은 잠잠해졌다는데 / 近聞黑水波曾定
아무리 봐도 장백산 눈은 개지를 않는구려 / 長見白山雪不晴
드나들며 노고 많음엔 공론이 있으려니와 / 出入殷勞公論在
성군께서는 끝내 장성처럼 의지하실 걸세 / 聖君終始倚長城
시월이라 북풍에 눈보라는 몰아치는데 / 朔風十月雪飛揚
아득히 산 넘고 물 건너 길은 멀기도 해라 / 迢遞關河道路長
박주나마 일찍이 금령은 어기지 않았으니 / 薄酒不曾違禁令
졸렬한 시로 애오라지 술잔을 대신하노라 / 拙詩聊復代壺觴
삼상처럼 삼 년을 어떻게 지낸단 말인가 / 參商奈此經三載
두어 줄 소식이나 부디 부쳐주기 바라네 / 信字須煩寄數行
늙고 병든 때 마을 친구도 점차 드물어가니 / 老病里閭交漸冷
한편으로 송별하면서 한편으론 마음 아파라 / 一番相送一番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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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0권
선성(宣城)이 소장한 십화(十畫)에 제(題)하다
장주(莊周)
남화선로 칠원리여 / 南華仙老漆園吏
선생의 도의 견해 정밀함을 진작 믿었건만 / 曾信先生見道精
물은 본디 불평등한데 무얼 평등케 할쏜가 / 物本不齊齊底物
가을 터럭이 무겁고 태산이 가벼워지겠나 / 秋毫爲重泰山輕
백아(伯牙)
종자기와 백아는 만고에 한 지음이로되 / 期牙萬古一知音
거문고에 있지 않고 단지 마음에 있었네 / 不在於琴只在心
서글퍼라 줄 끊고는 다시 잇지 않았으니 / 惆悵斷絃無復續
황금상을 주조할 뜻이 없을 수 있겠는가 / 可能無意鑄黃金
엄광(嚴光)
동강의 물고기 새와 절로 서로 친했지만 / 桐江魚鳥自相親
나는 용 백수진인이 바로 그의 친구였네 / 白水飛龍是故人
하룻밤 객성이 황제의 자리 같이했으니 / 一夜客星親帝坐
무릎은 못 굽혔지만 발은 펼 수 있었구려 / 膝雖不屈足能伸
도잠(陶潛)
중원이 유기노로 인해 몹시 불안하던 때 / 中原草草劉寄奴
전원이 날로 묵어가는 걸 그 어찌하리오 / 其奈田園日就蕪
오두미에 허리 굽힘은 내 일이 아니거니와 / 五斗折腰非我事
기다리는 어린애도 저버려선 안 되고말고 / 候門稚子不須辜
장한(張翰)
가을이라 순채 농어의 맛이 한창 좋아서 / 秋後蓴鱸味政酣
서풍에 돌아갈 흥취 돛단배에 가득했네 / 西風歸興滿孤帆
세상에 아무 거리낌 없었다 할 수 있나 / 可能於世都無累
선생의 식탐 부린 게 도리어 우습구려 / 翻笑先生口業饞
위징(魏徵)
위아래 연못에 연꽃이 가득 피었는지라 / 上下池塘荷滿開
흥겨우면 다시 벽통배를 마시곤 하였네 / 興來還把碧筩杯
아이 불러 손 가는 대로 술 더 부어가면서 / 呼兒信手頻添酒
코끼리 코처럼 구부려 입으로 빨아 먹네 / 象鼻彎彎入口來
자유(子猷)
왕랑의 일 좋아함을 아는 사람 드물었으리 / 王郞好事少人知
눈 속에 산음으로 친구 방문하던 때로다 / 雪裏山陰訪友時
흥이 있고 없음은 모두 내게 달린 거지만 / 興有興無都在我
문 앞에서 바로 되돌아온 건 무슨 맘이던고 / 造門直返是何心
맹호연(孟浩然)
가련하여라 추위 참은 맹생의 곤궁함이여 / 可憐忍凍孟生酸
눈 속에 나귀 타고 산 자 어깨를 으쓱이네 / 雪裏騎驢肩聳山
어찌 화려한 집에서 고상한 완상 펼치어 / 那似畫堂開勝賞
주렴 높이 걷고 난간에 기댄 것만 하겠나 / 高鉤珠箔靠闌干
염계(濂溪)
타고난 성품이 연꽃을 지나치게 사랑하여 / 性癖於蓮酷愛之
정정정 아래에 연꽃이 못 가득 피었도다 / 亭亭亭下開滿池
그 누가 꽃 중의 군자라 말할 줄 알았던가 / 何人解道花君子
염옹이 애련설 짓던 때를 조용히 생각하네 / 默想濂翁著說時
화정(和靖)
천지간의 맑은 기운에 옥 같은 정신 타고나 / 乾坤淸氣玉精神
사람은 흡사 매화 같고 매화는 사람 같구려 / 人似梅花梅似人
날마다 처마 돌며 자주 웃는 모습 찾으면서 / 日復巡簷頻索笑
찬찬히 서로 바라보며 기쁨이 절로 넘치네 / 相看脈脈喜津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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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0권
10월 29일에 복경(福慶)이 여아(女兒)를 낳다 3수
네 나이 지금 열네 살에 아이를 낳았으니 / 汝年十四乃生兒
육십 된 늙은 아비의 기쁨을 알 만하리라 / 六十衰翁喜可知
오늘은 의당 탕병회를 열고자 하노니 / 今日欲開湯餠會
부인께서는 술사는 일을 지체하지 마오 / 細君沽酒不須遲
딸 낳으면 문미가 된단 말 진작 들었거니 / 曾聞生女作門楣
지금 농와시 짓는 것이 도리어 기쁘구나 / 却喜今成弄瓦詩
절로 서경이 아들 낳는 날이 돌아오거든 / 自有徐卿生子日
응당 천상에서 기특한 아이를 보내주겠지 / 也應天上送兒奇
내 나이 일찍이 백세의 절반을 넘긴 터라 / 百歲吾曾已半分
아들을 낳거나 손자 보는 걸 생각도 못했기에 / 無心生子又生孫
오늘 아침의 큰 경사가 온통 꿈만 같아서 / 今朝喜慶渾如夢
후손에게 복 내린 하늘에 묵묵히 감사하노라 / 默謝皇天裕後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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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1권 / 시류(詩類)
공주(公州) 이 목사(李牧使)를 보내다 5수
어젯밤에 삼도의 꿈을 꾸었더니 / 昨夜三刀夢
오늘 아침에 오마가 달리네그려 / 今朝五馬飛
대궐 아래서 하직 인사를 올리고 / 拜辭金闕下
금강 고을을 향하여 떠나는구나 / 去向錦官歸
사무는 복잡한 대로 처리하려니와 / 簿領仍盤錯
민생은 그대 지휘 하에 모여들 걸세 / 民生屬指揮
공주성의 죽 뻗은 한 길 위에 / 公城一路上
덕성의 광휘가 보기도 좋구려 / 喜見德星輝
다스리는 재능은 제일이었거니와 / 治才曾第一
인물은 당시에 짝할 이 드물거니 / 人物寡時儔
다시 생선 삶는 솜씨를 쓰려는 거지 / 更試烹鮮手
게 있는 고을을 좋아한 게 아니로다 / 非耽有蟹州
위랑은 때로 연침에서 즐길 게고 / 韋郞時讌寢
산간은 날로 풍류를 만끽하겠지 / 山簡日風流
후일 장차 순량전에 들어가리니 / 會入循良傳
그대 명성을 사책에서 찾을 걸세 / 名從簡策求
남주는 아름다운 지방이라 / 南州佳勝地
백제의 옛 왕도이기도 한데 / 百濟故王都
계룡산은 그림보다 더 화려하고 / 鷄岳明於畫
웅강은 흰 베를 펴놓은 듯 맑다네 / 熊江淨似鋪
지금은 집집마다 곡식이 있지만 / 家今皆有粟
예전엔 백성들이 속옷도 없었지 / 民昔自無襦
사랑을 남김은 후일의 일이지만 / 遺愛他年事
양비에 어찌 눈물을 안 떨구리오 / 羊碑墮淚無
태평성대를 만난 날이요 / 遭遇聖明日
중외의 관직을 역임하는 때로다 / 歷揚中外時
쌍부는 신을 겸하여 있으려니와 / 雙鳧兼舃在
한 학과 거문고는 몸을 따르겠지 / 一鶴與琴隨
나무 심는 건 곽탁타전을 본받고 / 種樹郭駝傳
매화 찾아서 하손의 시도 짓거든 / 尋梅何遜詩
돌아올 때 응당 얻은 게 있으리니 / 君歸應自得
이 늙은이에게도 보여주었으면 / 乞與老夫知
그곳이 내 옛날 즐기던 곳이거니 / 憶昔懽娛地
한가로이 취원루에 올라가면은 / 閑登聚遠樓
삼행은 모두 애교가 넘쳐흐르고 / 三行皆媚嫵
팔경은 나를 못 가게 만류했는데 / 八景爲淹留
연꽃은 연못 달빛 아래 향기롭고 / 菡萏池塘月
오동잎은 정원 가을에 떨어졌지 / 梧桐院落秋
내 일찍이 시와 기문을 지었는데 / 作詩兼作記
지난 일들이 꿈처럼 아득하구려 / 往事夢悠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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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1권 / 시류(詩類)
김자고(金子固)의 고양 별서(高陽別墅)의 팔경(八景)
동사의 중을 찾다〔東寺尋僧〕
금속산 동쪽으로 담복 숲 우거진 속에 / 金粟岡東薝蔔林
십 홀쯤 되는 선방은 깊고도 그윽한데 / 禪房十笏深復深
몇 번이나 고승 찾아서 담화를 나누어 / 幾回打得高僧話
일생의 비속한 마음을 다 녹여버릴꼬 / 消盡機關百載心
서산의 아름다운 나물을 캐다〔西山採美〕
무수한 산나물은 이름도 알 수 없는데 / 山蔬無數不知名
캐서 봄 소반에 올리니 눈이 번쩍 뜨이네 / 挑入春盤眼忽明
살살 씹으니 갈수록 맛이 점점 더 좋아라 / 細嚼漸通佳境去
헌근의 정성에 뜻 두지 않을 수 있으랴 / 可能無意獻芹誠
남지의 고기를 낚다〔南池釣魚〕
한 바퀴 밝은 달 아래 한 낚싯대 드리워라 / 一輪明月一漁竿
고기 낚을 맘은 없고 한가롭고자 할 뿐일세 / 意不求魚且自閑
여섯 자라를 낚아서 돌아가 버린 뒤로는 / 釣得六鼇歸去後
그대 빙자해 자랑 삼아 만인과 구경한다네 / 憑君誇與萬人看
북령의 높은 데에 오르다〔北嶺登高〕
북산에 높은 곳 있어 내려다볼 만하여라 / 有山高處可登臨
한번 바라보니 하늘땅 만리의 마음일세 / 一望乾坤萬里心
공자도 일찍이 천하를 작게 여겼거니 / □□宣尼小天下
험준한 기상은 예나 지금이 똑같네그려 / 巖巖氣象古如今
앞마을에서 벼 타작을 하다〔前村打稻〕
논머리서 고사 지내고 나자 날도 쾌청해라 / 田頭賽罷快新晴
앞마을에서 벼 타작하는 소리가 들려오네 / 聞得前村打稻聲
환곡 갚고 조세 바치고 나면 아무 일 없거니 / 納糴充租外何事
술 항아리에 둥둥 뜬 거품은 보기도 좋겠지 / 喜看浮蟻甕頭淸
뒷동산에서 밤을 줍다〔後園拾栗〕
가을 숲에 서리 내려 밤이 막 누렇게 익자 / 秋林霜著栗初黃
밤톨 주워 돌아오니 소매 가득 향기롭네 / 拾得歸來滿袖香
화롯불 헤쳐 구우니 다시 말랑말랑해져라 / 旋撥火爐燒更軟
노년의 쇠한 창자를 또한 보할 만하구려 / 殘年亦可補衰腸
기암이 골짜기를 진압하다〔奇巖鎭洞〕
널따란 골짝 어귀에 기암괴석 하 많아라 / 奇巖無數洞門寬
망천과 맞먹을 만한 곳에 집이 있네그려 / 家在輞川伯仲間
후일에 집터 잡아서 내 또한 가려고 하니 / 他日卜鄰吾亦去
안개 거두고 여울 감추도록 하지 말게나 / 休敎斂霞更藏湍
은행나무가 문 앞에 당해 있다〔鴨脚當門〕
문에 당한 은행나무가 푸르름 길이 간직해 / 當門鴨脚鎭長靑
많은 그늘 보내와 후정의 볕을 가려주네 / 好遣繁陰蔭後庭
유월이라 인간에 땀이 비 오듯 흐르건만 / 六月人間汗如雨
나를 초연히 서늘한 곳에 앉았게 하누나 / 翛然使我坐淸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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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1권 / 시류(詩類)
김 동년(金同年) 명중(命中) 이 부친 시에 차운하다 4수
본디 자벌레의 굽힘은 장차 펴기 위함이니 / 由來蠖屈欲求伸
당년에 운수 막히는 걸 한탄하지 말게나 / 莫恨當年命數屯
대기만성이란 말도 일찍이 전해오거니와 / 大器晩成曾有說
이 이치는 분명히 저 하늘에 달려 있다네 / 明明此理在蒼旻
다만 평생 행락할 곳을 말할 뿐이거니 / 但道平生行樂耳
부귀를 향해 내가 어디로 간단 말인가 / 其如富貴欲何之
살구꽃은 이미 지고 배꽃이 만발했으니 / 杏花已謝梨花發
정히 술잔 들어 성인을 즐길 때이로다 / 正好銜杯樂聖時
두보의 얼굴 수척함은 스스로 알거니와 / 自知杜甫容顔瘦
우번의 골상 불운함은 남들이 비웃나니 / 人笑虞翻骨相屯
세상만사가 길이 취함만 한 게 없기에 / 萬事無如▨▨醉
취하면 길게 웃으며 하늘에 물을 뿐이네 / 醉餘長笑問穹旻
시주에 미치는 그대는 이백과 영락없고 / 詩酒顚狂君白也
풍류가 깨끗한 나는 종지와도 흡사한데 / 風流瀟洒我宗之
삼십삼 인 동방 중에 몇 사람이나 남았는가 / 卅三同榜幾人在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걸 보아왔네 / 看到天崩地拆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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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1권 / 시류(詩類)
진주(晉州) 강 목사(姜牧事) 자평(子平) 를 보내면서 팔영(八詠)으로 강경순(姜景醇)을 본받아 짓다
한강을 건너다〔渡漢江〕
나에게 한 병의 술이 있어 / 我有一壺酒
강가의 누각에서 그대를 보내자니 / 送君江上樓
누각에 올라도 뜻에 만족치 않아 / 登樓意不足
배를 띄워 중류에 떠서 흘러가도다 / 泛舟流中流
한 번 헤어지면 만나기 어렵기에 / 旣別會面難
잔 가득 술 따라 서로 권하노라니 / 滿酌相勸酬
동쪽 구름과 북쪽 나무가 / 東雲與北樹
낱낱이 모두 무궁한 시름이로다 / 段段無盡愁
초점을 넘다〔踰草岾〕
초점은 푸른 산이 천 겹이나 되고 / 草岾翠千重
남관은 돌아갈 길이 멀기만 한데 / 南關歸路長
그대는 오마의 수레를 타고 / 君乘五馬去
멀리 진양을 향하여 가다가 / 遙指晉之陽
높은 데 올라 멀리 북쪽을 향하여 / 登高更北望
아득히 바라보면 그 마음 슬프리 / 極目心悲傷
대궐은 날로 멀어져만 가고 / 彤闈日以遠
백발 어버이는 집에 계시니 말일세 / 白髮在高堂
주계에 들어가다〔入州界〕
남국에선 진양 고을이 가장 크고 / 南國晉爲大
그곳엔 강씨라는 대성이 있는데 / 有大姓曰姜
강씨가 지금 그곳 원이 되어 가니 / 姜今去作宰
주금이 광휘를 한층 더하는구려 / 晝錦增輝光
고향 사람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 鄕人無大小
관도의 옆에서 공경히 맞이하면서 / 敬迓官道旁
말하길 우리 고을이 복을 받았네 / 曰吾鄕受福
자사도 우리 고을 출신이다 하겠지 / 刺史亦吾鄕
선성을 배알하다〔謁先聖〕
진양엔 문필 같은 산봉우리가 있어 / 晉有文筆峯
충만한 형세로 영재가 많이 나오니 / 磅礡多英奇
과거에도 장원급제가 자주 나와서 / 頻頻出龍頭
명성을 한 시대에 떨치곤 했거니와 / 聲名誇一時
장원이 진양 고을 맡아 나가려 하매 / 龍頭去專城
장원이 또 시 짓고 그림도 그려주네 / 龍頭詩畫之
우리 성왕께선 문교를 숭상하시니 / 聖主重文敎
먼저 공자를 배알해야 할 걸세 / 宜先謁宣尼
봄 논밭갈이를 권장하다〔勸春耕〕
예전에 사군이 오기 전에는 / 使君昔未來
개간되지 못한 전야가 많더니 / 田野多未闢
사군이 수레에서 내리자마자 / 使君旣下車
집집마다 농사를 힘쓰는구려 / 家家勤稼穡
어젯밤엔 봄비가 흠뻑 내려 / 昨夜春雨足
남쪽 들에서 쟁기질을 하매 / 扶犂事南陌
사군이 또 논 가는 걸 살피며 / 使君又省耕
농부들을 노력하라 권장하네 / 相勸曰努力
여름 김매는 일을 살피다〔省夏耘〕
고치실은 켜서 하얗게 널어놓았고 / 繰絲已曝白
볏모는 또 파릇파릇 솟아나왔네 / 稻秧又抽綠
사군이 농사와 잠사를 중시하거니 / 使君重農蠶
어찌 각자 힘쓰지 않을 수 있으랴 / 何不各自勗
김매는 노고를 누가 감히 알리오 / 鋤禾敢知勞
한낮 볕에 땀이 뚝뚝 떨어지는걸 / 日午汗流滴
사군이 또 나가서 농사를 살피니 / 使君復出省
우리 백성도 쌀밥을 먹겠네그려 / 我民亦可粒
가을 결실을 즐기다〔樂秋成〕
사군이 어찌 그리도 늦게 왔느뇨 / 使君來何晩
사군이 온 뒤로는 해마다 풍년일세 / 旣來屢豐穰
거년에는 백 전의 벼를 수확했는데 / 去年禾百廛
금년에는 만 상자를 수확했다네 / 今年萬斯箱
마을에선 사고 소리 쿵쿵 울리고 / 田閭喧社鼓
닭 돼지고기에 새 술도 향기로워라 / 鷄豚新酒香
사군은 나가서 유람할 때도 / 使君亦出遊
백성들과 안락함을 함께하도다 / 與民同樂康
조정의 부름을 받다〔被宣召〕
사군이 조정에서 내려왔다가 / 使君天上來
지금 다시 조정으로 돌아가네 / 今復天上還
어젯밤에 조서가 이르더니 / 昨夜鶴書至
사군이 큰 벼슬을 제수 받았구려 / 使君拜大官
구순을 빌리려 해도 할 수가 없어 / 借寇不可得
길 막고 서로 눈물 줄줄 흘리어라 / 遮道涕汍瀾
바라건대 덕정비를 높이 세워서 / 願樹德政碑
그 명성 길이 전하도록 기했으면 / 聲名期不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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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1권 / 시류(詩類)
앓고 나서 연당(蓮塘)의 즉사(卽事)를 읊다 3수
병중의 회포가 답답하여 트이지 않아서 / 病裏襟懷鬱不開
때때로 지팡이 짚고 이끼 위를 거닐다가 / 時時扶杖步蒼苔
서늘한 저녁 연못가에 한참을 섰노라면 / 晩涼池上移時立
무수한 연꽃 향내가 코를 엄습해 오누나 / 無數荷香擁鼻來
정정정 아래 조그마한 한 못의 연꽃과는 / 亭亭亭下一池蓮
인연을 맺어온 지 지금 사십 년이 되었는데 / 托契如今四十年
한번 보면 몸이 아픈 것도 금방 잊고말고 / 一見不知身是病
문아한 풍류 또한 아직 그대로일세그려 / 風流文雅故依然
비 온 뒤의 연못에 잔물결 파랗게 이니 / 雨後方塘動碧鱗
연꽃의 운치가 한층 더 맑고 순진하구나 / 荷花風韻更淸眞
온종일 보고 또 봐도 마냥 싫지 않아라 / 終日相看不相厭
군자화는 역시 군자다운 사람과 같구려 / 君子花如君子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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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4권 / 시류(詩類)
영친(榮親)하러 고향에 가는 윤 장원(尹壯元)을 보내다
그대 보니 장원랑의 어사화를 머리에 꽂고 / 看君頭揷壯元枝
또 성상의 은총입어 의기양양히 돌아가네 / 又被天恩得意歸
어버이 곁에 잘 가서 축수의 자리를 열거든 / 好向庭闈開慶席
노래의 옷이 비단옷과 서로 빛나겠네그려 / 萊衣交映錦衣輝
장원 급제 아들이 축수 잔 받들어 올리매 / 龍頭有子捧金巵
백발의 어버이가 한 번 활짝 웃는 때로다 / 鶴髮高堂一笑時
임금 은총 모친 은혜를 이젠 갚을 만하니 / 君寵母恩今可報
그대 위해 가동의 시를 길이 읊조리노라 / 爲君長詠賈同詩
예악의 삼천 글자 종횡으로 널리었어라 / 三千禮樂字縱橫
어느 날 재주 명성이 도성을 진동하였네 / 一日才名動玉京
지금 가면 향인들이 다 눈을 씻고 보리니 / 此去鄕人皆洗眼
장원이란 소리가 귓가에 마냥 들릴 걸세 / 耳邊長聽壯元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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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4권 / 시류(詩類)
고양이의 그림. 104 운(韻). 응제(應製)하여 짓다.
천지 조화가 만물을 잘 양육하니 / 乾坤妙亭毒
만물의 변화가 정히 아득하여라 / 物化正茫洋
짐승의 겨레는 더욱 중다하거니 / 獸族滋蘩庶
짐승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으랴 / 毛蟲詎數量
기린은 기이한 모습을 바쳐왔고 / 麒麟來獻異
해치도 상서를 바칠 줄 알았도다 / 獬豸解呈祥
사택의 신기함은 어디에 비기랴 / 獅澤神誰比
추우의 덕은 이미 드러났고말고 / 騶虞德已彰
서진은 해교에 이름이 높거니와 / 犀珍名海嶠
상공은 산과 바다를 거쳐 들오네 / 象貢入梯航
안개를 피해 숨어 문채는 빛났고 / 隱霧斑猶蔚
산모퉁이서 으르렁댐은 막강했지 / 負嵎闞莫强
웅비의 위엄은 아주 두렵거니와 / 熊羆威震懾
추맥의 힘은 대단히 억세고말고 / 貙貊力劻勷
용마는 본래 기주로부터 나오되 / 龍馬生從冀
천상의 방성과 서로 호응하는데 / 天星上應房
정기가 비범한 요뇨를 사랑하고 / 權奇愛騕褭
무리에 뛰어난 숙상도 구경하네 / 倜儻看驌驦
도림 들엔 남은 종자가 많거니와 / 桃野多遺種
계전에선 얼마나 짐을 끌었던고 / 蹊田幾服箱
자고 움직이고 내려오고 마시되 / 寢訛時降飮
벌벌 떠는 건 참으로 슬프다마다 / 觳觫可悲傷
험갈의 재주는 응당 익숙커니와 / 獫猲才應熟
한로의 기량 또한 훌륭하고말고 / 韓盧技亦良
우인 없어도 사슴 쫓을 줄 알거니 / 無虞知卽鹿
네 목자는 네 양을 오게 하리로다 / 爾牧想來羊
풍각의 낙타는 천리를 달리거니와 / 風脚駝千里
동제나 오소리는 한 떼를 이루네 / 銅蹄貉一行
원숭이는 괜히 조급하고 간사하고 / 狙猴空躁詐
여우 토끼는 절로 미쳐 날뛰도다 / 狐兎自披猖
꿇고 젖 먹는 놈 치아를 지닌 놈이 / 跪乳與含齒
모두가 음을 업고 양을 안았지만 / 負陰還抱陽
횡생은 번다하여 굼틀거릴 뿐인데 / 橫生多蠢蠢
어두운 성질 또한 갈 바를 모르도다 / 昧性亦倀倀
고양이는 과연 어떤 물건이던고 / 貓子知何物
고양이는 범과 함께 있기도 했으니 / 貍奴虎亦當
이름은 일찍이 한토에 드러났고 / 名曾著韓土
성은 본디 저 묘향에서 나왔었네 / 姓本出苗鄕
성질은 잽싸게 뛰는 버릇이 있고 / 性質偏跳捷
마음은 강포한 짓을 좋아하는데 / 心情喜虣剛
무엇을 엿보는 덴 능수이거니와 / 已能工覬伺
또한 나는 듯 뜀질도 잘하고말고 / 亦復巧騰驤
눈동자는 구슬처럼 반짝거리고 / 活眼珠生暈
터럭 무늬는 알록달록 화려한데 / 斑毛繡錯章
이빨은 갈아서 예리한 창끝 같고 / 磨牙兵利戟
발톱은 흡사 칼끝처럼 뾰족하네 / 抽爪劍生鋩
별똥별처럼 언뜻 지나는가 하면 / 倏似飛星過
번개보다 더 급히 서둘기도 하여 / 急於迅電忙
고기 먹는 턱을 넉넉히 지니고 / 飽將食肉頷
생선 먹는 창자를 잘 채우나니 / 養得飼魚腸
별안간에 재빠른 발을 과시하여 / 瞥爾矜趫足
으르렁대며 목 조르길 일삼누나 / 狺然事扼吭
눈동자는 남북으로 나뉜 듯하고 / 睛猶分子午
코는 염량세태를 점칠 만도 한데 / 鼻可卜炎涼
스스로 편히 눕길 좋아하거니와 / 自愛便身臥
누굴 위해 낯은 씻고 단장하는지 / 爲誰洗面妝
경쾌한 행동은 매우 순간이거니와 / 輕儇深造次
노려보는 꼴은 보통이 아니고말고 / 睥睨異尋常
쥐는 보니 의심이 많아 망설이고 / 相鼠持疑豫
사람을 속여 재물도 잘 훔치는데 / 欺人善盜贓
벼이삭 잘라대라 식탐도 심하지만 / 害苗饞孔棘
뿔 먹은 죄는 용서될 수 없다마다 / 食角罪無償
지붕 뚫는 건 참 억제키 어렵지만 / 穴屋誠難制
봉창 뚫는 것도 쉬 막을 수가 없네 / 穿牖未易防
간물 용납한 사당에 먼저 의탁하고 / 容奸先托社
교활하게 거짓으로 달아나기도 하지만 / 逞黠詐循墻
슬금슬금 몰래 항아리를 엿보고 / 祕跡潛窺甕
숨어서 가만히 광주리도 씹어대네 / 竄形暗嚙筐
그 누가 저 더러운 뒷간에 살면서 / 誰敎居溷廁
묵은 창고의 곡식을 축내게 했던고 / 正爾耗陳倉
일찍이 장탕에게 찢겨짐을 피했고 / 早避張湯磔
도사의 물리치는 술법도 피했지 / 曾逃道客禳
던지자면 그릇 다칠까 꺼리는데 / 投因嫌器忌
발동할 땐 반드시 기회를 엿보네 / 發必伺機張
욕심이 많음은 제 본색이거니와 / 多欲固常態
꾀를 씀은 왜 그리 착하지 못한고 / 爲謀胡不臧
황혼만 되면 마냥 방자히 굴다가 / 黃昏長自恣
대낮엔 깊이깊이 숨어 들앉았으니 / 白晝遠深藏
이 무리가 어지러이 미쳐 날뛰면 / 此輩紛狂擾
그 누가 상쾌히 쳐 죽일 수 있을꼬 / 誰能快伐戕
괭이의 용맹 뽐내는 걸 빙자하여 / 憑渠常鼓勇
방자히 날뛰는 쥐를 누를 수 밖에 / 制彼肆跳梁
씹으려면 톱니 같은 치아를 펼치고 / 齩齕張金鋸
입 떡 벌리면 쇠 같은 창이 뾰족한데 / 唅呀聳鐵槍
날카로운 수염은 쥐가 놀라 피하고 / 尖鬚驚辟易
부릅뜬 눈은 쥐를 혼비 백산케 하네 / 悍目走顚僵
힘 모두어 한번 부닥뜨렸다 하면 / 奰屭纔搪突
발톱으로 움켜 이내 강탈하는데 / 攫挐旋奪搶
새 새끼는 탁 쳐서 깨물고자 하고 / 孤雛思摶噬
약한 고기는 집어 삼키고자 하네 / 弱肉志呑嘗
굴은 공격해 모조리 더듬어 찾고 / 擣穴探還盡
둥지는 엎어 종자를 없애려 하여 / 傾巢種欲亡
몸뚱이를 갈기갈기 찢어버리면 / 形軀屠異處
간과 뇌에선 피가 줄줄 흐르는데 / 肝腦血流滂
썩은 고기 있어 올빼미는 꿱 했지만 / 有腐鴟鳶嚇
개미들은 끌어갈 뼈도 없네그려 / 無骸螻蟻搒
일찍이 나라 좀먹는 해를 없앴고 / 曾消蠹國害
다시 백성 해치는 재앙을 끊었으니 / 更絶損民殃
생김새를 일러 왜소하다 말 마오 / 謂物莫些小
공을 논하자면 누구와 오르내릴꼬 / 論功孰頡頏
고인이 이 때문에 정중히 여기어 / 古人斯鄭重
사제 때마다 맞고 보내고 했거니와 / 祭蜡爲迎將
이사에서 다시 서로 말들 하거니 / 里社還相語
복 비는 일을 어찌 힘쓰지 않으랴 / 祈禳曷不蘉
제사하면 정성이 신을 감동시키고 / 享神誠必格
북을 치면 북소리 당당도 하여라 / 擊鼓響其鏜
해를 제거함이 참으로 능사거니 / 除害眞能事
농사 풍년 들 희망이 있게 되었네 / 興農庶有望
예경의 글에도 나타나 있거니와 / 禮經書著見
빈아에선 풍년을 아뢰기도 하였지 / 豳雅報豐穰
곳곳마다 사람들이 다 보호하거니 / 處處人皆護
집집마다 길러도 해롭지 않고말고 / 家家畜不妨
검은 눈동자는 참으로 예쁘건만 / 烏瞳誠媚嫵
황이는 부질없이 노닐기만 하네 / 黃耳謾徜徉
저 간사하게 물고기 모는 수달이나 / 獝彼驅魚獺
완악하게 제 꼬리 밟는 이리 따위의 / 頑然疐尾狼
수다한 것들을 어찌 셀 것 있으랴 / 紛紜何足數
잗단 것들은 끝 비길 수 없다마다 / 瑣屑竟難方
출입할 땐 사람 품 안에 얼싸안기고 / 出入親懷裏
조용히 사람 자리 곁에 앉아 놀다가 / 從容近座傍
잠에 취하면 채색 방석 깔고 자고 / 醉眠憑綵罽
실컷 자고는 요 자리 깔고 노니네 / 飽睡藉茵床
직책은 절로 광주리를 지키거니와 / 職自司筐篋
재주는 응당 도끼와 맞설 만하니 / 才應敵斧斨
탐한 자 제거할 땐 준엄한 법관인 듯 / 去貪法吏峻
사나운 자 죽일 땐 굳센 무부 같아라 / 誅暴武夫洸
이 때문에 명성이 세상에 중하여 / 從此聲名重
번창한 족보를 서로 전해 왔었지 / 相傳族譜昌
사람을 해칠 땐 의부인가 싶지만 / 害人咄義府
새끼를 젖먹일 땐 당왕의 상서로되 / 乳子瑞唐王
우보의 문사는 참 화려했거니와 / 祐甫文辭麗
창려의 저설은 의미가 심장했었네 / 昌黎著說汪
그 누가 저리도 붓놀림을 잘하여 / 阿誰工戲墨
특별히 이 비단에 고양이를 그렸나 / 特此畫縑緗
붓을 빨고 처음에 두 다리를 뻗더니 / 吮筆初盤礴
정신을 모아 깊은 경지로 들어가서 / 凝神入渺茫
곧장 염입본을 따라잡으려 하고 / 欲追閰立本
또한 고장강을 본받으려 했으니 / 願效顧長康
유곽은 지게미에 불과하려니와 / 劉郭爲糟粕
위한은 역시 쭉정이와 같고말고 / 韋韓等秕穅
단청은 화려한 광채를 더하고 / 丹靑增炳煥
채색은 더욱 휘황 찬란하여라 / 繪綵轉焜煌
미묘한 건 형용이 바로 그것이요 / 恍惚形容是
방불한 건 골격의 세밀함이로다 / 依俙骨骼詳
오묘한 경지에 이름을 알고말고 / 深知臻要妙
가는 털끝 하나도 놓치지 않았네 / 細不失毫芒
기세는 아직도 날래고도 사납고 / 氣勢猶精悍
봉릉은 아직도 준마처럼 교만해라 / 鋒稜尙駿彭
자웅은 양쪽에서 서로 돌아보고 / 雌雄相顧眄
모자는 서로 내리보고 쳐다보는데 / 母子互低昻
얼룩 무늬는 혹 비단보다 선명하고 / 彪或明於錦
흰 빛깔은 서릿빛처럼 깨끗해라 / 白曾皎似霜
부드런 터럭엔 묽은 먹물이 어렸고 / 柔毫凝淡墨
보송보송한 솜털은 담황빛이로다 / 軟毳著輕黃
장난하는 꼴은 천태만상이지만 / 狡獪知千狀
한바탕씩 즐겁게 놀기도 하는데 / 嬉娛又一場
몸을 솟구치면 뛰려는가 의아하고 / 竦身疑奮趯
꼬리 내리면 비슬비슬한 듯도 한데 / 妥尾訝踉蹡
두더지가 보면 넋이 캄캄해질 게고 / 鼴見魂應黯
다람쥐가 보면 쓸개가 벌벌 떨리리 / 鼯聞膽亦恇
새 그림은 참으로 더없이 절묘해 / 新圖儘奇絶
뛰어난 경치가 한도 끝도 없으니 / 異景未渠央
운골은 천년만년 묵은 돌이요 / 雲骨千年石
상자는 백 척의 높은 대나무라 / 霜姿百尺篁
빽빽한 그늘은 세세히 두루 감싸고 / 繁陰籠細細
고요한 그림자는 푸르게 덮였는데 / 靜影覆蒼蒼
붉게 터진 꽃송이는 막 요염하고요 / 紅綻花初艶
파랗게 나온 예쁜 잎 또한 향기롭네 / 靑嬌葉更芳
색깔은 기름진 성성이의 핏빛 훔쳤고 / 色偸猩血膩
향기는 사향 배꼽을 보내온 듯하니 / 芬送麝臍香
나비는 찾아와 훨훨 날아다니고 / 蝶使來蘧栩
벌은 날아와 고성 방가를 하면서 / 蜂媒對浩倡
쌍쌍이 날아서 빙빙 도는가 하면 / 飛飛雙繚繞
쌍쌍이 자주 이리저리 배회하는데 / 故故兩回徨
또 여기에 잠자리가 빙둘러 있어 / 又此蜻蜓匝
훌쩍훌쩍 위아래로 서로 나는구려 / 翩然上下翔
좋은 종이에 일찍이 그림 그리고 / 金牋曾賁飾
옥축으로 잘 꾸며 놓은 이 화첩을 / 玉軸巧裝䌙
손 씻고 한참 동안 문지르다가 / 拭手摩挲久
눈 닦고 하염없이 완상하노라 / 揩眸展翫長
그 몇 해나 비부에 갈무리했다가 / 幾年藏秘府
오늘에야 화려한 당에 걸었는고 / 今日揭華堂
돈어에도 신의가 입혀진 듯하고 / 似被豚魚信
조수도 와서 함께 춤을 추는 듯하네 / 來同鳥獸蹌
성군들께서 보위에 높이 오르시어 / 聖神尊御極
가만히 앉아 엄연히 의상 드리우고 / 端拱儼垂裳
공검하여 안일하지 않게 살면서 / 恭儉居無逸
근심 걱정에 밥 먹을 겨를도 없이 / 憂勤戒不遑
항상 엄인하고 또 억외하셨거니 / 嚴寅恒抑畏
지구만 할 뿐 어찌 황녕하셨으랴 / 祗懼豈寧荒
잠목은 순 임금의 마음을 전했고 / 箴木心傳舜
명반은 탕임금의 덕을 짝했도다 / 銘盤德媲湯
어병엔 간하는 상소문을 붙이었고 / 御屛粘諫䟽
휘장은 상서한 베를 모아 만들었네 / 經幄集書囊
진기한 노리개는 모두 멀리하고 / 奇玩皆䟽外
세쇄한 놀이는 다 물리쳐 버리고 / 細娛盡斥攘
형상으로 부암의 들만 생각하거니 / 像形思傅野
산수 찾는 현황은 비루할 뿐이로다 / 山水鄙玄皇
보배로 여긴 건 진기한 게 아니요 / 所寶非珍異
오직 성광을 얼마나 생각했던고 / 惟幾念聖狂
소신은 성상의 나라에 태어나서 / 小臣生下土
오랫동안 성상을 가까이 뫼셨으되 / 多日近天光
성상의 덕을 보필하지 못했거니 / 睿德難裨補
왕의 아름다움을 감히 대양하리오 / 王休敢對揚
아뢴 시가 참으로 거짓이 아니니 / 矢詩眞不佞
성상께서는 원컨대 잊지 마소서 / 當宁願毋忘
화답한 노래는 고직에 부끄러우나 / 賡載慙皐稷
공손히 머리 조아려 크게 아룁니다 / 恭陳稽首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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長篇 漢詩-사4部.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