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常識/자료

長篇 漢詩-사5部

작성자淸潭|작성시간26.06.23|조회수22 목록 댓글 4

長篇 漢詩-사5部

 

사가시집 제44권 / 시류(詩類)

입춘 오전 춘첩자(五殿春帖字) 응제(應製). 상(上)이 운(韻)을 명하다.

 

대왕대비전(大王大妃殿)

장락궁 초위에 상서로운 해 길기도 해라 / 長樂椒圍瑞日長

좋은 시절 지금 다시 삼양을 만났네그려 / 令辰今復値三陽

황금빛은 대궐 버드나무에 처음 입혀지고 / 金回御柳初添色

옥 같은 궁전 매화는 은은한 향기를 풍기네 / 玉拆宮梅細送香

화창한 기운은 뜨락 위아래에 왕성하고 / 和氣絪縕庭上下

상서로운 놀은 궁전의 중앙을 감쌌도다 / 祥煙繚繞殿中央

성손께서 삼조에 효도를 극진히 하시니 / 聖孫能盡三朝孝

모덕이 존림하사 만수 무강을 누리시리 / 母德尊臨享壽康

 

인수왕대비전(仁粹王大妃殿)

대롱의 갈대 재 날려 날 처음 다스워지고 / 葭管灰飛暖始回

구중의 후비궁에 상서론 구름이 열리더니 / 九重椒掖慶雲開

인간에 또 삼양의 통태한 운을 만났으니 / 人間又見三陽泰

천상에선 응당 오만 복이 내려오리로다 / 天上知應萬福來

옥잔은 봄의 상서로운 빛을 흠뻑 담았고 / 玉斝浮春涵瑞色

금번은 해에 비쳐라 새 모양이 공교롭네 / 金幡映日巧新裁

지금 세상에 다행히 여중 요순 만났으니 / 女中今幸逢堯舜

선도 중 가장 첫째 덩이로 축수드리옵니다 / 壽獻仙桃第一枚

 

왕대비전(王大妃殿)

삼양이 처음 동하여 해는 점점 길어가고 / 三陽初動日舒遲

오색 찬란한 구름은 옥 섬돌을 둘러싸네 / 五色雲光繞玉墀

천지는 봄이 있어 만물을 한창 발육하거니 / 天地有春方發育

궁중엔 무슨 복인들 적시에 오지 않을쏜가 / 宮闈何福不來宜

조고의 훌륭한 덕은 국인이 다 알거니와 / 曹高盛德邦人識

임사의 훌륭한 명성은 국사에 실리리로다 / 任姒徽音國史知

천세토록 장락궁의 경복을 받으시고말고 / 千歲光膺長樂慶

하늘이 수를 응당 수미산과 같게 내리리 / 天敎壽算等須彌

 

대전(大殿)

대전은 하늘 같아 지극히 밝음 우러르는데 / 大殿如天仰至明

봄이 돌아오니 만물이 다시 생성하리로다 / 春回萬物更生成

영광의 은승 반사하니 명절임을 알겠고 / 榮頒銀勝知佳節

술은 옥 잔에 넘쳐라 태평을 하례하누나 / 酒瀲瑤觴賀大平

해는 오운을 안아서 높은 상서를 바치고 / 日抱五雲呈上瑞

바람은 육설을 녹여 화창한 날을 알리네 / 風消六雪報新晴

원기를 본받은 성주의 인후하신 덕화로 / 體元聖主敦仁化

아름다운 기운이 도성 가득 성대하구려 / 佳氣蔥蘢藹鳳城

 

중궁(中宮)

곤원이 덕을 같이하여 중궁에 임어하시어 / 坤元協德御中闈

어머니 의범으로 진작 삼궁의 명성 이었네 / 母範三宮早嗣徽

인지의 상서 입어 한창 복을 누리거니와 / 麟趾禎祥方有慶

닭이 운다는 경계 또한 어김이 없고말고 / 雞鳴警戒更無違

마등과 광채 같이함은 이제 처음 보거니와 / 同光馬鄧今初見

임신과 훌륭함 짝하긴 예전에도 드물었네 / 儷美任莘古亦稀

더구나 삼양을 만나 태평한 운세가 열려 / 況値三陽開泰運

하늘에서 모든 복이 다 절로 내려오누나 / 自天諸福畢呈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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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4권 / 시류(詩類)

영상시(迎祥詩) 5수

 

대왕대비전

천도는 삼원의 계절에 이르렀고 / 天屆三元節

양은 삼라 만상의 봄을 돌이키네 / 陽回萬象春

궁궐의 도부는 옛것을 바꿔 걸고 / 宮符桃換舊

어전엔 새로 빚은 백주를 바치네 / 御醞柏呈新

한의 궁전은 장신궁을 높이거니와 / 漢殿尊長信

주남은 지극한 인을 흠뻑 입었도다 / 周南被至仁

초반으로 공손히 상서를 바치고 / 椒盤恭獻瑞

봉인 본받아 축수를 드리는구려 / 祝壽效封人

 

인수왕대비전

임금의 보위는 천지가 바뀌었고 / 璇極乾坤轉

왕후궁의 전각은 깊기만 하여라 / 金闈殿閣深

초원으로 한 해의 처음을 만나니 / 初元逢歲首

모든 복이 천심으로 내려지누나 / 諸福享天心

명협으론 아름다운 상서 바치고 / 蓂莢呈佳瑞

초화로는 모두 덕음을 칭송하네 / 椒花頌德音

길이 장락궁의 경복을 누리시어 / 永膺長樂慶

성대한 일이 당세에 빛나는도다 / 盛事耀當今

 

왕대비전

삼원으로 태평한 운세가 열리니 / 三元開泰運

온 세상 만물이 이미 형통하였네 / 萬彙已亨通

만물의 철 따른 변화는 동풍 속이요 / 物候東風裏

후비의 궁전은 대궐의 중심이로다 / 宮闈北極中

눈은 기왓장에 하얗게 녹아내리고 / 雪消鴛瓦白

햇살은 수놓은 주렴에 비춰 빨갛네 / 日透繡簾紅

남산 같은 수를 올리고자 하노니 / 擬獻南山壽

장추궁에 즐거움이 무궁했으면 / 長秋樂未窮

 

대전

인사로는 봄 정월 달이요 / 麟史春正月

즉위하신 지는 십오 년이라 / 龍飛十五年

중화로는 순의 태양을 바라보고 / 重華瞻舜日

대덕으론 요의 하늘을 우러르네 / 大德仰堯天

성대한 덕은 천지간에 가득 차고 / 盛澤乾坤內

깊은 은택은 우로처럼 적시도다 / 深恩雨露邊

참으로 태평성대의 기상 있어라 / 大平眞有象

매류 피고 집집마다 연기가 솟네 / 梅柳萬家煙

 

중궁

원일에 대궐문 활짝 열어젖혀라 / 元日開閶闔

하늘 나직코 북두성은 기울었네 / 天低北斗斜

상의 술잔 위엔 죽엽이 둥둥 뜨고 / 上樽浮竹葉

새 송축으론 초화를 바치는구려 / 新頌獻椒花

한 기운으로 홍균을 회전시키매 / 一氣洪鈞轉

삼춘의 풍경은 아름답기도 해라 / 三春景物嘉

천세토록 곤극에 임어하시거든 / 千秋御坤極

복록이 절로 와서 더해지리로다 / 福祿自來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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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4권 / 시류(詩類)

이 남포(李藍浦)의 여묘시권(廬墓詩卷)에 제하다. 김괴애(金乖崖)의 운을 사용하다.

 

육 년을 슬피 사모하여 시묘살이를 했는데 / 六年哀慕侍親廬

머리 위엔 하늘이 밝게 내려다보고 있었네 / 頭上明明有帝居

예부터 충신은 반드시 효자에서 구했거니 / 自古求忠必求孝

인생은 충신 효자 외에 더 바랄 것 없고말고 / 人生忠孝外無餘

 

백씨 중씨가 당년에 옥려 가까이 살면서 / 伯仲當年接玉廬

시 읊고 술 마시는 일로 세월을 보냈는데 / 自將詩酒送諸居

자손들이 눈앞에 가득 하 많기도 하여라 / 兒孫滿眼多於織

이게 바로 대대로 적선한 나머지의 복일세 / 知是傳家積慶餘

 

구봉산 깊숙한 곳에 한 정사를 지어서는 / 九峯深處構精廬

산수의 거처를 고승에게 남겨 주었으니 / 留與高禪水石居

붉은 여지 노란 바나나에 판향이 있어라 / 丹黃蕉香瓣在

평생을 선인 추모 이외엔 일삼지 않았네 / 平生追遠不求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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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4권 / 시류(詩類)

서장관(書狀官)으로 충원되어 경사(京師)에 가는 이 집의(李執義) 명숭(命崇) 를 보내다

 

청련거사 적선 노인은 / 靑蓮居士謫仙老

시주의 풍류가 천지간에 드문 사람인데 / 風流詩酒天地少

지금 보니 그의 후손은 옥당의 호걸로서 / 今見耳孫玉堂豪

가문의 문장 전하여라 오색모가 있구려 / 傳家文章五色毛

일찍 한림원에 올라선 뛰어난 문장으로 / 早登瀛洲妙高躅

한림원 돌아갈 땐 금련촉도 하사받았네 / 歸院寵錫金蓮燭

지금의 어진 재상 한 위공이 / 當時賢相韓魏公

손수 지궤를 받들고 황제께 조회갈 제 / 手捧芝達帝聰

그대가 어사로서 사절을 따라가게 되니 / 君爲御史隨使節

창자는 철석 같고 얼굴은 서릿발 같구려 / 腸如鐵石面霜雪

칼 뽑아 들고 한 번 웃고 먼 길을 떠나거니 / 拔劍一笑謌遠遊

어찌 시시콜콜 아녀 같은 걱정을 할쏜가 / 何曾刺刺兒女愁

천자국에 머리 돌리니 연산은 높직하고 / 回首北極燕山高

대명의 해와 달은 하늘 위에 걸리었으니 / 大明日月麗雲霄

수많은 별은 백옥경을 빙 둘러 옹위하고 / 星辰環拱白玉京

오봉성의 쌍룡 전각 위엔 / 雙龍殿閣五鳳城

황제는 곤룡포 입고 명당에 단정히 앉았고 / 赭袍端拱坐明堂

백관은 패옥 소리를 쟁글쟁글 울릴 터이고 / 衣冠環佩鳴丁當

예악은 백 년 동안에 지금 가장 성대하니 / 禮樂百年盛當時

조정 가득 경상들은 모두가 고기일 걸세 / 滿朝卿相皆皐夔

조선의 사자는 흡사 백벽처럼 귀중하여 / 朝鮮使者如白璧

연성보다 값이 높아 상국을 압도할 게고 / 價重連城傾上國

관광은 또한 손이 되는 게 이로운 거지만 / 觀光亦復利用賓

안목은 천하에 높아 아무도 안 보이겠지 / 眼高四海空無人

누가 알리오 구주 밖에 또 구주가 있어 / 誰知九州外九州

또한 이렇게 비범한 인물이 있을 줄을 / 亦有人物非凡流

고상한 품으로 그대 지금 하늘에 오르거든 / 擧擧君今上寥廓

단숨에 천리 밖의 황곡을 응당 따라잡겠지 / 一擧千里追黃鵠

그대를 보내면서 나는 쌍금단을 주노니 / 送君贈之雙錦段

돌아와선 나에게 청옥안을 보내 주게나 / 歸來遺我靑玉案

매화는 눈빛 같고 버들은 금빛 같은데 / 梅花如雪柳如金

춘풍에 이별이라 그리운 마음 그지없네 / 春風別離相思心

연경 시장 머리엔 술이 막 익을 터이고 / 燕市邊頭酒初潑

황금대 앞엔 살구꽃 피고 달도 밝을 걸세 / 黃金臺前杏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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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4권 / 시류(詩類)

이 참의(李參議) 계기(季基) 의 적성 별서(積城別墅)에 제하다 3수

 

가사 전하고 이로는 또 반곡으로 가니 / 傳家李老又歸盤

만년의 풍류가 자유자재로 한가롭네 / 晩節風流自在閑

솥 안의 환단은 신선의 비결이 오묘하고 / 鼎裏還丹仙訣妙

동이 앞의 큰 술잔에 취향은 넓기만 해라 / 樽前浮白醉鄕寬

파란 물결은 징파도 나루와 닿아 있고 / 波光綠接澄波渡

푸른 산 빛은 곧장 감악산에 연하였네 / 嶽色靑連紺嶽山

꿈의 넋마저 이미 속세와는 멀어졌으니 / 魂夢已迷塵世界

십 년간 물새와의 맹세를 안 저버렸구려 / 十年沙鳥未盟寒

진퇴격(進退格)이다.

 

양주의 서쪽이며 적성의 동쪽으로 / 楊州西畔積城東

연기 구름 아득한 가운데 집이 있으니 / 家在烟雲杳靄中

금리로 이미 돌아간 이는 두 공부요 / 錦里已歸杜工部

녹문산에 일찍 숨은 이는 방덕공일세 / 鹿門早隱龐德公

한밤중엔 한가히 남루의 달을 즐겨 놀고 / 中宵閑倚南樓月

여름날엔 북창 바람에 편히 잠을 이루네 / 永日高眠北牖風

좋이 산림 속 참다운 재상이 되었네그려 / 作好山林眞宰相

부귀 공명 따위야 금방 흔적 없어지는 걸 / 功名富貴轉頭空

 

나는 지금 백발이 이미 머리에 가득한 채 / 白髮吾今已滿頭

십 년 동안 은퇴 못한 게 마냥 부끄럽구려 / 十年長愧未歸休

조정의 좋은 계책은 생각해도 얻기 어렵고 / 廟堂籌畫思難得

산수 속의 풍류는 함께 놀던 일이 생각나네 / 丘壑風流憶共遊

어제는 남곽의 소식을 반갑게 들었으니 / 昨日喜聞南郭信

내일 아침엔 섬계에 배를 띄우려고 하네 / 明朝欲掉剡溪舟

청산이 땅에 가득하건만 살 돈이 없으니 / 靑山滿地無錢買

동쪽 이웃에 집터 하나를 허락해 줄라는가 / 肯許東鄰卜築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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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4권 / 시류(詩類)

사명(使命)을 받들고 경사(京師)에 조회 가는 상당(上黨) 한공(韓公)을 보내다 30수

 

서원의 문벌이 우리 해동을 독점하여라 / 門閥西原擅海東

한 시대에 명성 날려 뭇 재상의 으뜸일세 / 蜚英一代冠群公

은나라의 솥엔 염매를 조리하는 솜씨요 / 商家鼎鼐鹽梅手

한나라의 산하엔 대려의 공을 세웠도다 / 漢室山河帶礪功

다섯 번 황비의 장 되어 조서는 늘 내렸고 / 五長黃扉紆紫誥

재차 홍일을 붙들어 푸른 하늘에 올랐네 / 再扶紅日上靑空

당당히 장수 재상의 공훈을 한 몸에 겸하여 / 堂堂將相勳庸在

시종 다복한 분양과 백중지간을 이루었네 / 終始汾陽伯仲中

이상은 동(東) 자 운(韻)을 사용한 것이다.

 

산천의 간기가 모여 인물을 탄생시키니 / 人物山川間氣鍾

풍운이 천재의 기이한 제회를 만났도다 / 風雲千載際奇逢

금초는 삼조의 총영으로 극에 이르렀고 / 金貂已極三朝寵

철권은 만호의 봉작으로 자주 내리었네 / 鐵卷頻頒萬戶封

공업은 어찌 위곽 따위로 논할 것 있으랴 / 功業何須論衛霍

도유는 절로 기룡도 벗삼을 만하고말고 / 都兪自可友夔龍

사람들이 다 태산 북두처럼 앙모하거니 / 泰山北斗人皆仰

덕 높고 나이 많은 한 시대의 종장이로다 / 德邵年高一代宗

이상은 동(冬) 자 운을 사용한 것이다.

 

웅장 호쾌한 기개는 솥을 능히 들 만하고 / 雄豪氣槩鼎能扛

큰 도량은 깊고 넓은 만 이랑 강물 같아라 / 大度汪汪萬頃江

재상 공업은 위공이 제일로 전하거니와 / 相業魏公傳第一

집안 풍도는 둘도 없는 국사를 이었도다 / 家風國士繼無雙

은대에선 총애 입어 성상을 가까이 뫼셨고 / 銀臺曾寵親黃袞

옥새는 자주 순찰하여 벽당을 우뚝 세웠지 / 玉塞頻巡建碧幢

예로부터 명성이 간책에 전해 오거니와 / 從古聲名傳簡策

지금 또한 가정으로 은나라를 보좌하네 / 卽今嘉靖佐殷邦

이상은 강(江) 자 운을 사용한 것이다.

 

일찍 광릉 알현하여 기이한 제회 이루어 / 早謁光陵會遇奇

매양 유악에 앉아서 논사에 대비하였네 / 每從帷幄備論思

깊고 비밀한 계책은 어느 누가 그만 할까만 / 深謀祕計知誰並

굳은 절개 순수한 충성은 혼자만 알았었지 / 勁節精忠只自知

벼슬하고 안 함은 성현의 출처에 밝았고 / 仕止聖賢明出處

나가고 물러감엔 나라의 안위가 달리었네 / 行藏邦國繫安危

깊은 지략으로 한 번 창생 위해 일어나서 / 深源一爲蒼生起

위대한 업적 공훈을 정이에 길이 남겼도다 / 偉烈殊勳照鼎彝

이상은 지(支) 자 운을 사용한 것이다.

 

매양 성상의 부름 받고 대궐에 들어가면 / 每被宣招上禁闈

향 연기 살살 피어올라 조복 위에 감돌아라 / 爐烟細細惹朝衣

몸은 일월을 따라서 황도를 의지하고 / 身隨日月依黃道

마음은 성신과 함께 자미를 옹위하네 / 心與星辰拱紫微

계설향 물고는 늘 어전을 총총걸음 치고 / 鷄舌尋常趨御殿

용안은 지척에서 천위를 가까이 뫼시네 / 龍顔咫尺近天威

세간의 부귀는 참으로 얻기 어려운 일이라 / 世間富貴眞難事

그대 같은 부귀 겸전은 예전에도 드물었지 / 如子雙全古亦稀

이상은 미(微) 자 운을 사용한 것이다.

 

이미 성명이 온 세상을 진동케 하였도다 / 已敎姓字動堪輿

훌륭한 덕에 훌륭한 명성까지 겸하였네 / 令德仍兼有令譽

주공처럼 토악에 성근했다 말들 하거니와 / 總說周公勤吐握

소상처럼 도서를 아낀 것도 일찍이 들었지 / 曾聞蕭相愛圖書

높이 날아 하늘 위의 학 같음은 보기 좋고요 / 高飛喜見凌霄鶴

뜻을 얻음은 바다 헤엄치는 고기와 똑같네 / 得意眞同縱壑魚

만리의 청운 길이 바로 발 밑에서 펼쳐져라 / 萬里靑雲生脚底

공명이 담소의 나머지란 게 믿을 만하구려 / 功名可信笑談餘

이상은 어(魚) 자 운을 사용한 것이다.

 

성군의 흥성한 운으로 제왕의 위권을 쥐매 / 聖君興運握瑤圖

보좌가 충량하여 성덕에 서로 부합했으니 / 輔佐忠良德合符

좋은 계책 출납하여 군왕 생각 기울게 하고 / 出入嘉謀紆睿想

나라 원기 조화시켜 큰 기틀을 잡아 돌렸네 / 調和元氣斡洪樞

염조의 용이 일어난 건 양평의 책략이요 / 龍興炎祚良平策

봉황이 우소에 모인 건 직설의 계책이라 / 鳳集虞韶稷契謨

태평성대의 참다운 기상을 눈으로 보겠네 / 眼見太平眞有象

춘대의 곳곳마다 강구의 노래가 나오누나 / 春臺處處頌康衢

이상은 우(虞) 자 운을 사용한 것이다.

 

광풍 제월의 흉금에 기는 무지개를 뱉더니 / 光霽胸襟氣吐霓

편한 걸음으로 청운 오르는 걸 이내 보겠네 / 旋看平步上雲梯

조정 안의 물망은 재상부를 존중하는데 / 朝中物望尊黃閣

성상의 은총은 조서에 담아 내리는구려 / 天上恩光降紫泥

원로의 노련함으론 당대에 드물거니와 / 耆舊老成當代少

풍류와 문아함은 옛사람과 똑같고말고 / 風流文雅古人齊

존귀한 외척으로 오히려 소심 근신하여 / 尊高戚里心猶小

나날이 성상의 은총을 남달리 입는구려 / 日日偏承雨露低

이상은 제(齊) 자 운을 사용한 것이다.

 

문물 제도 성대한 때에 이미 동료가 되어 / 盛時文物已同儕

수많은 선비가 모명하고 필해하는 가운데 / 濟濟謨明又弼諧

간우로 춤추는 마당 순전에 조회를 하고 / 干羽舞前朝舜殿

모자의 그림자 드리운 요계에 절을 하네 / 茅茨影裏拜堯階

고기가 옥조에 노닒은 다 임금의 은총이요 / 魚游玉藻皆天寵

봉이 금파에 목욕함은 다 성왕의 은택일세 / 鳳浴金波盡聖涯

새벽부터 밤중까지 공소에서 근로하면서 / 夙夜在公心匪懈

일생의 충절을 서로 함께하도록 인도하네 / 一生忠節道相偕

이상은 가(佳) 자 운을 사용한 것이다.

 

네 차례나 초상을 운대에 걸리게 하였고 / 四敎形像畫雲臺

재상 관서는 깊고 깊어 상태와 접하였네 / 相府潭潭接上台

당대의 명성은 만석군과 서로 비등하고 / 當代聲名齊萬石

가문의 경복은 응당 삼괴에 비길 만하리 / 傳家福慶擬三槐

성명한 때 나라 다스릴 계책은 자임하지만 / 明時自任經邦策

공론은 모두 세상 구제할 인재로 추앙하네 / 公論皆推濟世才

대궐의 진귀한 음식이 연해서 내리어라 / 絲絡御廚頻寵錫

큰 은혜가 구중에서 내려온 걸 알고말고 / 霈恩知自九天來

이상은 회(灰) 자 운을 사용한 것이다.

 

천지의 영수한 기운 모여 산악의 신 내려라 / 天地鍾靈嶽降神

공신에 책록된 노신을 다시 생각케 하네 / 丹靑更憶老成臣

흉금은 너그러워 끝없는 바다 같고요 / 襟懷寬似無邊海

기상은 다리 달린 봄보다도 다스워라 / 氣象溫於有脚春

풍류는 동진의 사부에 능히 미치거니와 / 東晉風流追謝傅

현사 초빙은 서경의 평진을 내리보누나 / 西京延訪笑平津

공명이 극에 이를수록 청렴하고 근신하되 / 功名亦極尤淸謹

나라 걱정 백성 걱정에 백발이 돼버렸네 / 憂國憂民髮似銀

이상은 진(眞) 자 운을 사용한 것이다.

 

당년에 종정에다 큰 공훈을 책록하고 / 鐘鼎當年策大勳

다시 우리 임금을 요순처럼 만들었네 / 更將堯舜致吾君

금경 천추의 기록을 편수했는가 하면 / 編脩金鏡千秋錄

옥황의 옷에 오색구름을 수놓기도 했었지 / 黼黻玉皇五色雲

팔방 끝까진 태평하여 수역으로 돌아가고 / 八表雍熙歸壽域

세 변방은 진정되어라 요기를 소탕시켰네 / 三邊鎭定掃妖氛

원로 대신의 일생 전형이 남아 있을 테니 / 百年耆老典刑在

후일 역사에서 훌륭한 덕을 기리게 되리 / 靑史他時挹盛芬

이상은 문(文) 자 운을 사용한 것이다.

 

적불과 주륜이 한 가문을 환히 빛내는데 / 翟茀朱輪耀一門

구중궁궐 은총의 선물은 자주도 내리네 / 九重恩錫日便蕃

고상한 정은 잠시 동산의 나막신에 붙이고 / 高情暫寄東山屐

좋은 모임은 항상 북해의 술자리를 여누나 / 佳會常開北海樽

퇴청하여 밥 먹어 마음은 자유 자적하고 / 退食委蛇心自適

공명을 사양하매 도는 오히려 높아지네 / 功名挹損道猶存

압구정 위에서 한가로움 찾는 오늘이 / 狎鷗亭上求閑日

온공의 독락원보다 도리어 낫다마다 / 却勝溫公獨樂園

이상은 원(元) 자 운을 사용한 것이다.

 

일찍이 이조와 병조의 장관을 지낼 적엔 / 曾長天官與夏官

당시에 훌륭한 명예가 조정을 진동하였네 / 當時淸譽動朝端

진작 못가의 용의 후설 소리를 들었더니 / 早聞池上龍喉舌

이젠 반열 머리의 봉황 날개를 보겠구려 / 今見班頭鳳羽翰

몸은 나라에 맡겨 두 귀밑을 다 희게 했고 / 許國盡敎雙鬢白

임금 사랑하는 덴 오직 일편단심뿐일세 / 愛君唯有寸心丹

아침마다 대루원에 동방이 밝아지거든 / 朝朝待漏東方曙

휘황한 촛불 아래 패옥 소리 쟁쟁 울리네 / 銀燭焜煌玉佩珊

이상은 한(寒) 자 운을 사용한 것이다.

 

진작 외람되이 용문을 부여잡아 올랐는데 / 龍門早歲忝躋攀

오늘 서로 보니 각각 백발이 성성하구려 / 今日相看各鬢斑

패옥 차고 함께 대궐문을 총총걸음도 치고 / 環佩共趨靑瑣闥

온 관원이 조정 반열에서 나란히 절도 하네 / 衣冠齊拜紫宸班

문장은 왕로의 아래인 내가 부끄럽지만 / 文章愧我王盧下

상업은 위병의 중간인 그대가 장하구려 / 相業多君魏丙間

이 몸과 출처를 같이하는 걸 잘 알거니 / 頗識此身同出處

만년엔 함께 한가히 지내길 기약하세나 / 相期晩節共投閑

이상은 산(刪) 자 운을 사용한 것이다.

 

전대의 높은 재주에 충현을 바탕으로 삼아 / 才高專對仗忠賢

금년에도 거년처럼 상국에 관광을 가네 / 今歲觀光似去年

천자께선 특별한 은총으로 조회를 윤허하고 / 聖詔許朝恩不次

궁중 창고의 물품을 전례 없이 후히 내리리 / 內藏分賜寵無前

눈으론 구름 위의 일월을 직접 우러러보고 / 眼瞻日月雲霄上

몸은 하늘 땅 사이의 비 이슬에 흠뻑 젖으리 / 身在乾坤雨露邊

우리 임금님의 주달하신 뜻 잘 전달하거든 / 好達吾王封奏意

대궐에서 은총의 조서가 내림을 곧 볼 걸세 / 會看恩誥降中天

이상은 선(先) 자 운을 사용한 것이다.

 

오색구름 어린 궁궐이 하늘에 달려 있기에 / 五雲宮闕麗層霄

둘러 있는 뭇별들이 함께 북으로 조회하네 / 環拱星辰共北朝

백벽은 모두 주나라 전례대로 추창할 게고 / 百辟盡趨周典禮

순의 소소는 바야흐로 아홉 번을 연주하리 / 九成方奏舜簫韶

어로에선 용연향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 御爐烟吐龍涎細

궁선에선 꿩의 꼬리가 바람에 흔들리는데 / 宮扇風搖雉尾翹

중국인들은 조선 사신을 눈 비비고 보겠지 / 華人刮目朝鮮使

가문 대대로 초미관 쓴 하나의 한 형주라고 / 韓一荊州累葉貂

이상은 소(蕭) 자 운을 사용한 것이다.

 

우울하게 어찌 박처럼 달려 있기만 하랴 / 鬱鬱何須此繫匏

그대 보내러 지금 서쪽 교외를 나와 보니 / 送君今復出西郊

바람은 불어 매화 동산에 눈을 다 녹이고 / 風吹白雪消梅塢

다스운 햇살은 노란 버들가지 빌려 꼬누나 / 日借黃金撚柳梢

요동 들에 말 멈추면 학의 말을 들을 게고 / 遼野停驂聞語鶴

난하에 배 띄우면 숨은 교룡이 놀라 깨리 / 河泛艇起潛蛟

아마도 천자의 조정에 알현하는 날에는 / 想知朝覲明庭日

남산으로 축수한 이가 대 떨기 같을 걸세 / 祝壽南山似竹苞

이상은 효(肴) 자 운을 사용한 것이다.

 

성왕 조정의 현상이요 호걸 중의 으뜸이라 / 聖朝賢相擅時豪

둘도 없는 기린의 뿔이요 봉황의 구모로다 / 麟角無雙鳳九毛

왕사 같은 인재는 관악을 경시하거니와 / 王謝人才輕管樂

두방의 사업은 소조에 비유할 만하구려 / 杜房事業比蕭曹

월경은 동방으로부터 와서 드러날 게고 / 月卿出自東方顯

성사는 우뚝한 북극을 기꺼이 바라보리 / 星使欣瞻北極高

만국이 모여서 함께 절하고 춤추노라면 / 萬國梯航同拜舞

태양빛이 울금포에 비춰 환히 빛날 걸세 / 日華暉映鬱金袍

이상은 호(豪) 자 운을 사용한 것이다.

 

북으로 연산 바라보니 우뚝하기도 해라 / 燕山北望鬱嵯峨

내 옛날 관광한 일이 꿈처럼 지나버렸네 / 憶昔觀光似夢過

햇살 비춘 기린전은 옥 섬돌이 빛나고 / 日照麒麟輝玉砌

달 밝은 지작루는 은하수에 닿았는데 / 月明鵲揷銀河

진홍 빛은 소양전의 꽃나무에 물들고 / 猩紅染出昭陽樹

파란 물결은 태액지에서 일어날 걸세 / 鴨綠鱗生太液波

백발에 가만히 앉아 넓적다리 살찌우며 / 白首閉門空髀肉

그대 보내느라 또 원유가만 지어 부르네 / 送君又作遠遊歌

이상은 가(歌) 자 운을 사용한 것이다.

 

삼월이라 동풍에 계절 경치 하도 좋으니 / 三月東風好物華

황성의 봄 경치는 십분 더 빛이 나겠구려 / 帝城春色十分加

천 거리 버들은 가랑비 내린 듯 어둑하고 / 千街柳廉纖雨

만 가호는 찬란한 놀에 붉게 타는 듯하리 / 萬井紅燃爛霞

구름 걷힌 대궐문엔 호위가 엄격할 게고 / 閶闔雲開嚴虎豹

햇볕 다스운 깃발엔 용사가 굼틀댈 걸세 / 旌旗日暖動龍蛇

천자의 명으로 은총의 하사품 내리거든 / 自天有命頒恩賜

궁정에 엎드려서 큰 은총에 배사하겠네 / 俯伏彤庭拜寵嘉

이상은 마(麻) 자 운을 사용한 것이다.

 

머나먼 일하의 제향을 향해 달리어라 / 日下迢遙指帝鄕

천자께선 명당에 단정히 앉아 계시리 / 聖神端拱坐明堂

압록강은 아득해라 현도군과 이웃했고 / 鴨江渺渺隣玄菟

요동 들은 광활하여 백랑과 연접하였지 / 鶴野漫漫接白狼

갈석은 지금도 우공을 생각케 하거니와 / 碣石至今思禹貢

장성은 여전히 진황을 위문케 할 걸세 / 長城依舊吊秦皇

다행히 천하가 한집 된 날을 만났으니 / 幸逢四海爲家日

상국에 유람 관광하기가 가장 좋고말고 / 最好遊觀上國光

이상은 양(陽) 자 운을 사용한 것이다.

 

높고 아득한 천상의 백옥경을 오르거든 / 天上迢迢白玉京

높다란 만수산이 우뚝하게 솟아 있는데 / 山高萬壽聳崢嶸

삼천의 전각들은 황제의 궁궐이고요 / 三千殿閣雙龍闕

오봉성 안에는 십이루도 화려하다오 / 十二樓臺五鳳城

예악 관찰은 계자에게 진작 부끄러웠지만 / 觀樂已曾慙季子

수를 버린 종생은 원래부터 세지 않았네 / 棄元不數終生

또한 응당 그대 불러 자리 다가앉으리니 / 也應宣召虛前席

해외의 신하로 세상에 드문 광영일 걸세 / 外海藩臣罕世榮

이상은 경(庚) 자 운을 사용한 것이다.

 

온 천하 사람이 다 함께 태자를 우러르매 / 謳歌共協仰前星

그대 표문 받들고 황제께 주달하러 가누나 / 奉表君今達帝廷

진주의 내용은 이미 참으로 간절하거니 / 陳奏已能誠懇切

유음이 끝내 정녕스레 내리는 걸 보겠네 / 兪音終見降丁寧

열 줄의 한 장 칙서를 조선에 반사하거든 / 一行十札頒綸誥

삼한 땅 천 년 만에 천자의 은총입는 걸세 / 千載三韓荷寵靈

일 마치고 돌아와 서둘러 주연 내리거든 / 完事歸來勤賜宴

구중궁궐의 선악이 우뢰처럼 들레리로다 / 九重仙樂殷雷霆

이상은 청(靑) 자 운을 사용한 것이다.

 

현요직에 일찍 오른 걸 이미 기뻐했지만 / 已喜通津早立登

명성 지위 높을수록 교만한 빛 전혀 없네 / 名高位極絶驕矜

사람들은 모두 삼달로 추앙할 줄 알거니와 / 人情共識推三達

성상의 은총은 백붕을 내림에 더욱 깊었네 / 睿眷尤深錫百朋

백발에 불그스레한 낯은 중후함을 더하고 / 鶴髮顔增蘊籍

사신의 옥 부절은 나는 듯이 떠나가누나 / 星軺玉節去飛騰

황실의 성대한 일 말로 형용키 어려우니 / 皇家盛事難容說

한밤중 일천 가호의 등불을 다 돋울 걸세 / 挑盡千家半夜燈

이상은 증(蒸) 자 운을 사용한 것이다.

 

성명이 진작 은총입어 금사발에 덮였어라 / 姓名曾寵覆金甌

걸출한 인물이 동한의 제일류이고말고 / 人物東韓第一流

재주는 사호에 합당해 뜻이 장대했거니와 / 才合使乎曾壯志

마음은 국사만 전념해 기이한 계책도 있네 / 心專國耳亦奇謀

날아올라선 일찍 황곡을 따라잡았는데 / 飛翔早已追黃鵠

끝내 넓은 물결 백구와 친하길 기약하네 / 浩蕩終期狎白鷗

고금이래로 출처에 온전한 이 드물거니 / 進退古今全者少

그대 같은 이는 역사에서나 찾아야 하리 / 如君宜向簡編求

이상은 우(尤) 자 운을 사용한 것이다.

 

그대를 빙자해 원유음에 화답코자 하노니 / 憑君欲和遠遊吟

두루 찾자면 그 강개한 마음을 어찌할꼬 / 歷訪其於慷慨心

만고의 흥망 성쇠는 유계를 생각케 하고 / 萬古興亡憶幽薊

백 년 동안의 전쟁은 원금을 상상케 하리 / 百年爭戰想元金

의무려산의 푸른빛은 아득히 연산에 닿고 / 閭山翠接燕山渺

요해의 흰 물결은 한해를 겸하여 깊거니 / 遼海白兼瀚海深

동해에 머리 돌려 해 돋는 모습을 보거든 / 回首東溟看日出

고향 그리는 정을 또한 금하기 어려울 걸세 / 故鄕情思亦難禁

이상은 침(侵) 자 운을 사용한 것이다.

 

황제의 덕이 하늘 같아 사해에 널리 미쳐서 / 帝德如天四海覃

해마다 성은의 적셔 줌을 넉넉히 입었는데 / 頻年優被聖恩涵

주빈에게는 또 동궁 하나를 내릴 터이고 / 周賓又貺弓一

진석으로 응당 하루 세 번 접견도 받겠네 / 晉錫應霑晝接三

백 년 동안 문물은 일찍이 찬란했거니와 / 文物百年曾煥爀

꽃 피고 꾀꼬리 우는 사월은 화창도 하리 / 鶯花四月轉淸酣

나 같은 늙고 병든 자는 몸뚱이만 남아서 / 如予老病空皮肉

궁벽한 곳에 우울히 앉아 부끄러울 뿐일세 / 鬱鬱窮陬只可慙

이상은 담(覃) 자 운을 사용한 것이다.

 

조정 위에 높이 올라 이미 다 우러러보는데 / 高步巖廊已具瞻

더구나 한 몸에 문무를 능히 겸하였음에랴 / 一身文武況能兼

높은 명성은 한 충헌 같음을 자신하고요 / 高名自信韓忠獻

걱정과 즐거움은 범중엄을 항상 생각하네 / 憂樂常懷范仲淹

사절은 지금 곧 북극을 옹위하러 가는데 / 使節卽今星北拱

황은은 예부터 바다 동쪽까지 다다랐었지 / 皇恩自古海東漸

어느 때나 연꽃 핀 달밤에 연각연을 열꼬 / 何時軟脚藕花月

섬섬옥수 손끝에서 비파 소리 높으련만 / 錦瑟聲高玉指纖

이상은 염(鹽) 자 운을 사용한 것이다.

 

성조는 이미 함오 등삼의 태평성대를 만나 / 聖朝三五已登咸

천지 신명이 지극한 정성에 감동하였도다 / 天地神明格至諴

예악은 치장하여 한송 시대를 뒤따르고 / 禮樂鋪張追漢宋

산하의 공고함은 효함과 맞먹을 만하네 / 山河鞏固敵殽函

도성 거리 화려한 꽃들은 비단보다 붉고 / 花明紫陌紅於錦

교외의 버들 빛은 푸른 적삼과 흡사한데 / 柳拂靑郊碧似衫

내가 옛날 연시의 술을 자주 사 마셨더니 / 我昔頻沽燕市酒

지금은 누워서 침만 줄줄 흘릴 뿐이로세 / 臥遊今復墮涎饞

이상은 함(咸) 자 운을 사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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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4권 / 시류(詩類)

그림에 제하다 10수

 

청산은 구름 위로 반이나 들어가고 / 靑山半入雲

푸른 잣나무는 하늘에 치솟았는데 / 翠柏欲參天

돌길을 따라 구불구불 돌아가니 / 縈紆石徑回

한 줄기 폭포가 요란스레 떨어지네 / 一道鳴飛泉

 

둥둥 뜬 신령한 뗏목 하나가 / 泛泛一靈槎

황하에서 은하로 곧장 올라가서 / 黃河接銀河

지기석 하나를 얻어다가 / 欲得支機石

성도에 가서 자랑하려 하는구나 / 爲向成都誇

 

높다랗고 다시 광대하게 / 峨峨復洋洋

사모하는 마음 남김없이 타건만 / 彈盡相思心

천지간에 소리 아는 이 드물어라 / 知音天地少

구지산의 선금이 있기 때문일세 / 爲有仙禽

 

손 들어 바둑돌 느릿느릿 놓아서 / 擧手下子遲

이 산중의 한가로움을 내기하네 / 賭此山中閑

도끼 자루 썩힌 이가 그 누구였나 / 爛柯者誰子

이곳 세월은 인간과 다르고말고 / 歲月非人間

 

어질기도 하여라 두 군자가 / 賢哉二君子

서로 마주해 황금을 사양하네 / 相對讓黃金

황금은 다시 얻을 수 있지만 / 黃金可再得

이 마음은 변해선 안 되고말고 / 不可改此心

 

높은 산은 그 위에 있고 / 山高在其上

물은 그 밑으로 흐르는데 / 水流走其下

강남 땅은 아득히 그 어드메던고 / 江南渺何許

거센 바람이 거룻배를 보내누나 / 長風送輕舸

 

이 도화수 물결을 헤치고 / 破此桃花浪

저 연엽선 위에 올라서 / 駕彼蓮葉船

중류에 둥둥 떠가는구나 / 泛泛流中流

혹 태을선이 아닐런가 / 無乃太乙仙

 

너의 큰 냇물 건너는 솜씨로 / 以汝濟川手

노를 저어 어드메로 가는가 / 盪向何處

언덕 저편에서 나루를 찾는 이는 / 隔岸問津者

멀리 바라보고 말을 하려 하누나 / 相看欲相語

 

하늘을 장막 삼고 땅을 자리 삼아라 / 天幕地爲席

취향은 어찌 그리도 넓기만 한고 / 醉鄕一何寬

밤중까지 깰 줄 모르고 마시는데 / 夜深不知醒

밝은 달은 흡사 은쟁반 같구려 / 白月如銀盤

 

모두 말하기를 강남은 하 좋아서 / 摠說江南好

경물이 천하에 없는 곳이라는데 / 景物天下無

강남 땅을 직접 가 보지는 못하고 / 不得去江南

부질없이 강남 그림만 보는구나 / 空見江南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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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4권 / 시류(詩類)

장난삼아 써서 윤 영원(尹鈴原)에게 받들어 올리다 3수

 

이월은 다 되어가고 삼월이 곧 오는지라 / 二月將闌三月來

붉고 하얀 꽃들이 여기저기 만발했는데 / 紅紅白白花滿開

무슨 일로 텅 빈 방에 나만 홀로 앉았는지 / 何事空房工獨坐

깊은 술잔 권하는 소첩이 없어 한이로다 / 恨無小妾勸深杯

 

깊숙한 집에 해는 길고 제비가 날아오자 / 日長深院燕飛來

앓고 나서 때때로 입 벌리고 웃어대면서 / 病後時時笑口開

아내와 마주 앉아 간단히 한잔 마시다가 / 相對細君供小酌

다시 아이 시켜 술잔 교대로 따르게 하네 / 更敎兒子遞行杯

 

원정이 파란 채소를 뜯어서 보내왔길래 / 園丁挑菜送靑來

항아리에 새로 빚은 술 시험삼아 열어서 / 小甕新醪試撥開

그대에게 보내는 데는 깊은 뜻이 있으니 / 持贈高軒深有意

스스로 술잔 따르고 스스로 첨배해야 하네 / 也宜自酌自添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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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4권 / 시류(詩類)

영천경(永川卿 이정(李定) )의 춘승사집(春勝事集)에 제(題)하다 20수

 

매화

깨끗한 빛 설월 아래 백옥 같은 매화가 / 雪月前頭白玉梅

또 난학을 타고 요대에서 내려왔구나 / 又乘鸞鶴下瑤臺

서로 보고 웃음 지으니 둘 다 워낙 청결해 / 相看索笑兩淸絶

천지의 중간에 한 점 티끌도 볼 수가 없네 / 天地中間無點埃

 

대나무

땅속에 서린 뿌리는 숨은 용만이 알겠지만 / 蟠根入地蟄龍知

구름 위에 솟을 장한 뜻이 또 한 기이함일세 / 壯志凌雲又一奇

가장 큰 절개는 분명 굽은 성질이 없음이니 / 大節分明無曲性

이 마음이 일찍이 차군과 서로 기약했었지 / 此心曾與此君期

 

버들

누가 황금빛으로 수많은 가지를 물들였나 / 誰染黃金萬萬條

동풍에 흔들린 가지가 깁실보다 가늘구려 / 東風吹攪細於繰

주인은 본디 천연의 빛깔만을 사랑하거니 / 主人自愛天然色

여자 허리 간들거림은 배울 필요 없고말고 / 不必輕盈學女腰

 

철쭉

봄 산에 철쭉꽃이 수없이 발갛게 피어서 / 無數春山躑躅花

제일가는 풍류로 번화함을 독차지하였네 / 風流第一擅繁華

전단향의 심성에 연지의 면목 지녔기에 / 栴檀心性臙脂面

일찍이 화단에서 대가로 일컬어졌는걸 / 曾向花壇作大家

 

야도(野桃)

어젯밤에 연유 같은 산비가 내리더니 / 昨夜如酥山雨來

산새가 복사꽃 망울을 다 쪼아 피웠네 / 幽禽啄盡小桃開

경박하게 물 따라 흘러가선 안 되기에 / 不須輕薄隨流水

일찍이 현도관 안에다 심기도 했었지 / 曾向玄都觀裏栽

 

산행(山杏)

자잘한 붉은 꽃이 가지 가득 엉겨 있어라 / 滿枝黏綴小紅開

이미 미인의 갈고로 재촉함을 입었구려 / 已被佳兒羯鼓催

주인에게 이르노니 잘 아껴 보호하게나 / 說與主人宜護惜

내 구름 의지하여 태양 곁에다 심으려네 / 倚雲吾欲日邊栽

 

두견(杜鵑)

어드메 봄 산에서 촉의 자규가 우는고 / 何處春山蜀子規

한 소리 울고 나면 한번 다시 슬퍼지네 / 一聲啼了一番悲

하얀 배꽃과 달빛이 대낮보다 밝을 제 / 梨花月色明於晝

한 조각 한가로운 정을 그 누가 알리오 / 一片閑情誰得知

 

뻐꾸기

지붕 머리 살구꽃 숲에서 비둘기가 울어 / 屋頭紅杏錦鳩啼

앞마을에 밭갈기 알맞은 비를 불러와서 / 喚得前村雨一犁

문득 내 전원에 갈 흥취를 흔들어 대누나 / 忽然攪我歸田興

나의 집은 광릉의 서산 그 서쪽에 있는데 / 家在廣陵西崦西

 

환기(喚起)

작은 창 앞에 붉은 햇살이 대낮이 되도록 / 三竿紅日小窓前

잠자는 내 곁에 아이들 못 떠들게 하였네 / 禁得兒曹聒我眠

산새를 보내서 불러 깨우도록 재촉 말라 / 莫遣山禽催喚起

취향의 별천지를 놀라 깰까 의아스럽구려 / 也疑驚破醉鄕天

 

계칙(鸂鶒)

맑고 얕은 못물에 잔 물결 파랗게 이는데 / 小塘淸淺碧鱗鱗

수많은 물새들이 사람 손에 길들여졌네 / 多少閑禽養得馴

그중에 계칙 한 쌍이 더욱 사랑스러워라 / 鸂鶒一雙尤可愛

왕래하면서 서로 가까이하고 친하구나 / 往來相近亦相親

 

옛 절에서 꽃구경을 하다

꽃구경 한답시고 곧장 절 집에 이르렀지만 / 尋花直到梵王家

뜻은 고승 찾는 데 있어 꽃뿐이 아니었네 / 意在尋僧不獨花

끝내는 고승의 애써 만류하는 뜻을 입어 / 苦被高僧勤挽袖

온갖 꽃 만발한 곳에 차 달이며 담화하누나 / 百花深處話煎茶

 

시내 다리에서 손을 전송하다

물 위에 누운 긴 다리는 용의 형상 같은데 / 長橋臥水作龍形

다리 머리서 두 옥병의 술로 손을 보내네 / 送客橋頭雙玉甁

양관곡 한 곡조를 마치고 각각 헤어져라 / 一曲陽關各分散

강남엔 단정 장정이 한도 끝도 없을 걸세 / 江南無盡長短亭

 

첩첩 산봉우리의 갠 구름

높이 솟은 첩첩 산봉은 흡사 벽옥잠 같은데 / 疊嶂高尖碧玉簪

봄 구름 아득히 끼어 개었다 흐렸다 하더니 / 春雲漠漠乍晴陰

끝내 장맛비 이루어 뭇 초목을 살려 내누나 / 會成霖雨蘇群槁

이게 무심한 듯하나 또한 유심한 듯도 하네 / 似是無心亦有心

 

내 낀 마을의 술집 깃발

동풍에 화류의 거리 술집 깃발 날리어라 / 東風花柳颺靑

사람은 화려한 누각의 발을 걷어 올리네 / 人在瓊樓揭繡簾

바라건대 금귀로 자주 술과 바꾸어다가 / 要把金龜頻換酒

술잔 들어 때때로 그대에게 더 권했으면 / 擧杯時復爲君添

맑은 냇물에 비친 밝은 달

갠 밤에 달 대하여 긴 냇물을 내려다보니 / 淸宵對月俯長川

명경 같은 상하의 하늘을 누가 구분하랴 / 明鏡誰分上下天

이 몸이 대중의 은빛 세계에 있거니 / 身在臺中銀世界

내 또한 신선이 아닌 줄을 어찌 알랴 / 寧知我亦是神仙

 

산봉우리 중턱의 석양볕

두어 산봉우리가 옥부용을 떠받친 듯해라 / 數峯擎出玉芙蓉

석양이 붉게 물드니 흡사 빨간 연꽃 같네 / 落日蒸酣菡

강호를 한 번 바라보매 하늘은 끝도 없어라 / 一望江湖天不盡

하 많은 누대들이 있고 없는 가운데로다 / 樓臺多少有無中

 

초원 머리의 목동

봄이 깊어 잔풀들이 파랗게 우거지자 / 細草春深綠更菲

목동은 송아지 놔먹여 송아지가 살졌네 / 牧兒牧放犢兒肥

해 저물자 소 등은 거룻배처럼 펀펀해 / 日斜牛背平於艇

젓대를 가로 불며 편히 타고 돌아오누나 / 短笛橫吹穩跨歸

 

언덕 위의 행인

사해가 온통 이미 나루를 잃고 헤매는데 / 滔滔四海已迷津

갈림길은 아득해라 만 길 먼지만 뿌옇네 / 歧路蒼茫萬丈塵

묻노니 행인들은 어느 날에나 그칠러뇨 / 且問行人何日了

동서남북 길마다 사람 다한 때가 없구려 / 東西南北無盡人

 

숲 너머의 젓대 소리를 듣다

풍류를 즐기고자 홀로 위남루에 오르니 / 風流獨上渭南樓

봄이 절반 가을 같아 생각이 되레 유유하네 / 春半如秋思轉悠

어느 곳에서 미인은 철적을 불어 대는고 / 何處玉人捻鐵笛

한 소리가 저문 구름 시름을 자아내는구나 / 一聲拈起暮雲愁

 

달빛 아래 비파 소리

곤현과 철발이 달빛 아래 서로 비치어라 / 鵾絃鐵撥照銀蟾

이팔 청춘 미인의 섬섬옥수로 퉁겨대네 / 皓齒靑娥玉指纖

화려한 집의 가무는 정말 즐거운 일이련만 / 歌舞畫堂眞樂事

사마의 눈물 청삼 적심은 가련하기만 해라 / 可憐司馬泣靑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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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4권 / 시류(詩類)

답청일(踏靑日)에 응제(應製)하여 짓다

 

절기는 삼월 삼짇날에 이르고 / 天屆三三節

때는 바로 답청하는 시절이라 / 時維是踏靑

봄 경치는 바야흐로 광대하고 / 春光方浩蕩

물색은 모두 향기를 풍기도다 / 物色摠芳馨

끊임없이 동풍은 솔솔 불어오고 / 脈脈東風細

실실 가랑비는 어둑히 내리는데 / 霏霏小雨冥

빨간 꽃들은 만발하여 찬란하고 / 猩紅開爛

푸른 강물은 벌창하여 차가워라 / 鴨綠漲淸冷

실버들은 우물 난간에 드리우고 / 嫩線垂金井

고운 꽃들은 대궐 창에 비치는데 / 繁英照玉欞

나비 나는 모습은 매우 총망하고 / 蝶飛深造次

제비 소리는 가장 정녕스럽구려 / 燕語大丁寧

이와 같이 좋은 명절을 만나거든 / 如此良辰好

예로부터 즐거운 일을 겸하나니 / 由來樂事幷

풍류는 진나라 풍속이 생각나고 / 風流思晉俗

계음은 난정의 일을 상상케 하네 / 稧飮想蘭亭

승경은 응당 하늘이 아끼거니와 / 勝境應天祕

군현은 모두 지령을 타고났도다 / 群賢盡地靈

흐르는 술잔은 화살처럼 급한데 / 流觴如箭急

곡수는 용의 형상 같기도 하여라 / 曲水訝龍形

고래처럼 마시니 생각이 왜 마르랴 / 鯨飮思何渴

난새처럼 나는 필세는 멎지를 않네 / 鸞翔筆不停

은구의 광망은 해를 쏘아 비추고 / 銀鉤光射日

좋은 시문은 유성처럼 반짝이네 / 瓊韻騰星

지난 일은 묵은 자취가 되었지만 / 往事成陳跡

전현들의 전형은 남아 있고말고 / 前修有典刑

신은 비록 백 세 뒤에 태어났지만 / 臣生後百歲

운수는 천 년의 태평운에 다다라 / 運撫屬千齡

마침 일기 화창한 봄날을 만나서 / 時遇陽和泰

우로 같은 은혜를 흠뻑 입었도다 / 恩承雨露零

부름받고 일찍 대궐에 조회하여 / 宣招朝漢闕

외람히 우정의 갱재에 참여하니 / 賡載忝虞廷

실버들은 유리빛 섬돌에 비치고 / 柳映琉璃陛

꽃은 금수의 병풍에 환히 빛나라 / 花明錦繡屛

우군의 글씨는 본디 절묘했는데 / 右軍書妙絶

속체의 글자는 보잘것이 없지만 / 俗體字竛竮

기필코 전배만 따를 것이 아니라 / 不必追前輩

오직 성청에 보답키만 생각하네 / 唯思答聖聽

애오라지 태평곡을 노래하노니 / 聊歌大平曲

성대한 은택 사해에 널리 펴지길 / 盛澤闊滄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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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4권 / 시류(詩類)

무령(武靈 유자광(柳子光) )이 부친 시에 차운하다 4수

 

촉도의 험난한 길을 탄식하지 말게나 / 莫歎崎嶇蜀道行

풍류와 호기는 아직도 우뚝하군그래 / 風流豪氣尙崢嶸

웅장한 문장은 하늘에 솟은 광염을 보았고 / 雄文已見騰天

절묘한 시는 때로 땅에 던진 소리를 들었네 / 妙句時聞擲地聲

재명이 독보적 존재임은 남들이 말하지만 / 人說才名能獨步

마음과 자취 본래 깨끗함은 스스로 알겠지 / 自知心跡本雙淸

곡역 같은 미남자로 오래 묻혀 있었으니 / 美如曲逆能長屈

머지않아서 부름받아 성은을 입을 걸세 / 不日宣招荷聖情

 

하얀 두 귀밑 수염이 북풍에 흩날리어라 / 雙髥如雪北風吹

예전 소장 시절과는 대단히 다르고말고 / 大不如前少壯時

다시 앵무부를 지을 생각은 아예 없고 / 無意更成鸚鵡賦

자고시나 화답할 마음만 있을 뿐이네 / 有心追和鷓鴣詩

거년엔 나를 찾아 궁벽한 시골을 왔었고 / 去年訪我來窮巷

당시엔 그대 만나러 변방까지도 갔었지 / 當日逢君到遠陲

늙어갈수록 전제는 덧없는 세상일이라 / 老去筌蹄浮世事

통음하고 광가하는 게 바로 내 스승일세 / 狂歌痛飮是吾師

 

사문을 진중히 여긴 훌륭한 풍도 가상해라 / 珍重斯文揖盛風

장원 급제의 명성이 동방에 가득하였네 / 龍頭聲譽滿天東

몸은 천재일우의 큰 기회를 만났는지라 / 將身遭遇千年運

마음은 한낱 순수한 충성만을 피력했었지 / 披腹精純一箇忠

잠시 오성의 옛 은거지를 찾아가 있지만 / 暫向鼇城尋舊隱

기린각엔 이미 원공으로 책록되었고말고 / 已從麟閣紀元功

영웅의 득실이란 늘상 있는 일이거니와 / 英雄得失尋常事

지금 보니 공명이 안중에 다가온 듯하네 / 今見蜚騰阿堵中

 

하늘을 찌르는 호기 또한 날아갈 듯했으니 / 凌雲豪氣更飄然

일등 공신 된 사람으론 가장 소년이었네 / 圖畫凌烟最少年

무쇠처럼 견고한 마음은 자신하거니와 / 自信心堅堅似鐵

서까래 같은 큰 붓은 그 누가 알겠는가 / 誰知筆大大於椽

성명한 때라 용봉을 능히 붙잡았거니와 / 明時鱗翼能攀附

태평성대에 천지는 이미 회전시키었지 / 盛代乾坤已轉旋

생각건대 일찍이 대궐에서 독대할 적엔 / 想得丹墀曾獨對

예악 글자가 종횡으로 삼천 자나 되었으리 / 縱橫禮樂字三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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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4권 / 시류(詩類)

무령(武靈 유자광(柳子光) )이 부친 시에 차운하다 4수

 

촉도의 험난한 길을 탄식하지 말게나 / 莫歎崎嶇蜀道行

풍류와 호기는 아직도 우뚝하군그래 / 風流豪氣尙崢嶸

웅장한 문장은 하늘에 솟은 광염을 보았고 / 雄文已見騰天

절묘한 시는 때로 땅에 던진 소리를 들었네 / 妙句時聞擲地聲

재명이 독보적 존재임은 남들이 말하지만 / 人說才名能獨步

마음과 자취 본래 깨끗함은 스스로 알겠지 / 自知心跡本雙淸

곡역 같은 미남자로 오래 묻혀 있었으니 / 美如曲逆能長屈

머지않아서 부름받아 성은을 입을 걸세 / 不日宣招荷聖情

 

하얀 두 귀밑 수염이 북풍에 흩날리어라 / 雙髥如雪北風吹

예전 소장 시절과는 대단히 다르고말고 / 大不如前少壯時

다시 앵무부를 지을 생각은 아예 없고 / 無意更成鸚鵡賦

자고시나 화답할 마음만 있을 뿐이네 / 有心追和鷓鴣詩

거년엔 나를 찾아 궁벽한 시골을 왔었고 / 去年訪我來窮巷

당시엔 그대 만나러 변방까지도 갔었지 / 當日逢君到遠陲

늙어갈수록 전제는 덧없는 세상일이라 / 老去筌蹄浮世事

통음하고 광가하는 게 바로 내 스승일세 / 狂歌痛飮是吾師

 

사문을 진중히 여긴 훌륭한 풍도 가상해라 / 珍重斯文揖盛風

장원 급제의 명성이 동방에 가득하였네 / 龍頭聲譽滿天東

몸은 천재일우의 큰 기회를 만났는지라 / 將身遭遇千年運

마음은 한낱 순수한 충성만을 피력했었지 / 披腹精純一箇忠

잠시 오성의 옛 은거지를 찾아가 있지만 / 暫向鼇城尋舊隱

기린각엔 이미 원공으로 책록되었고말고 / 已從麟閣紀元功

영웅의 득실이란 늘상 있는 일이거니와 / 英雄得失尋常事

지금 보니 공명이 안중에 다가온 듯하네 / 今見蜚騰阿堵中

 

하늘을 찌르는 호기 또한 날아갈 듯했으니 / 凌雲豪氣更飄然

일등 공신 된 사람으론 가장 소년이었네 / 圖畫凌烟最少年

무쇠처럼 견고한 마음은 자신하거니와 / 自信心堅堅似鐵

서까래 같은 큰 붓은 그 누가 알겠는가 / 誰知筆大大於椽

성명한 때라 용봉을 능히 붙잡았거니와 / 明時鱗翼能攀附

태평성대에 천지는 이미 회전시키었지 / 盛代乾坤已轉旋

생각건대 일찍이 대궐에서 독대할 적엔 / 想得丹墀曾獨對

예악 글자가 종횡으로 삼천 자나 되었으리 / 縱橫禮樂字三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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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4권 / 시류(詩類)

수주행(水州行). 영천 귀공자(永川貴公子 이정(李定) )에게 주다.

 

수주의 아름다움은 천하에 드문 곳이라 / 水州佳麗天下少

수주의 삼월은 봄 풍광이 좋기도 하지 / 水州三月春光好

온갖 꽃은 만발하여 동풍 앞에 찬란하고 / 百花爛東風前

만 그루 실버들은 황금 가지 간들거리네 / 萬株楊柳黃金嫋

번화하기 제일로는 운금루를 꼽는데 / 繁華第一雲錦樓

단청 마룻대 구슬발이 하늘에 치솟았으니 / 畫棟珠簾入斗牛

누각 아래 푸른 못엔 잔물결이 살살 일고 / 樓下碧沼生玉鱗

누각 밖의 푸른 산은 미인의 눈썹먹 같네 / 樓外靑山娥黛浮

왕손의 풍류는 세상을 덮는 호걸이라 / 王孫風流蓋世豪

좋은 날이면 가서 봄놀이를 즐기나니 / 探春勝日來遊遨

도화 준마를 유성처럼 나는 듯이 달려라 / 桃花駿馬飛流星

백옥 안장에다 황금 재갈을 물리도다 / 白玉爲鞍黃金鑣

누각 위의 화려한 자리에 술상 차려내면은 / 樓上錦宴開瓊樽

십천의 좋은 술에 울금향이 물씬 풍기고 / 十千美酒鬱金薰

이팔 청춘 미인들은 자리에 가득하여 / 靑蛾皓齒滿座春

옥비녀 화려한 모자에 비취 빛 치마를 입고 / 珠鈿花冠翡翠裙

곤현 철발의 소리 서로 재촉하는 가운데 / 鵾絃鐵撥聲相催

요란한 갈고는 청천백일 천둥처럼 들렐 제 / 羯鼓百枝喧晴雷

미인은 치맛자락 날리며 사뿐사뿐 춤추어 / 美人起舞飄輕裙

빙빙 돌아 비연의 춤을 시험삼아 배우네 / 翩試學飛燕回

유리 술잔에 호박 빛 진한 술로 / 琉璃鍾琥珀濃

옥쟁반의 봉과 용의 고기를 먹으면서 / 玉盤煮鳳仍炰龍

온 좌중이 화살보다 급히 술잔 돌리거든 / 一座傳觴疾於箭

주화가 얼굴에 들어 연지처럼 빨개지네 / 酒花入面臙脂紅

좋은 시절 행락을 의당 제때에 해야거니 / 良辰行樂當及時

통쾌히 마시고 무지개 뱉는 걸 왜 사양하랴 / 鯨呑虹吐安足辭

왕손은 백 잔 술에 비로소 약간 거나해 / 王孫百杯始半酣

흥겨워서 또 주옥 같은 문장 뱉어냈으니 / 乘興又吐瓊

용향묵과 봉관필에 / 龍香墨鳳管筆

구안 자석은 흡사 무쇠처럼 견고한데 / 眼紫石堅似鐵

기름같이 매끌매끌한 열 폭의 견지에다 / 十幅繭紙滑於油

일필휘지하니 글자마다 용이 날뛴 듯하네 / 一揮字字龍蛟躍

미인들은 겹겹으로 빨갛게 에워싸고는 / 佳妓重重紅作圍

유쾌히 보고 왕손 옷자락 다투어 당기면서 / 快覩爭挽王孫衣

왕손의 머무름에 한 번 웃길 바랄 뿐이요 / 但願一笑王孫留

가는 왕손과의 한 번 이별은 원치 않는다네 / 不願一別王孫歸

인생은 예로부터 만나기가 어려운 거라 / 人生自古會合難

무산의 운우도 오히려 실컷 즐겼거니와 / 巫山雲雨猶盡歡

원앙 휘장 안에 봄밤은 하 짧기만 한데 / 鴛鴦帳中春宵短

끝없이 서로 사모하여 눈물을 줄줄 흘리네 / 相思無盡淚闌干

줄줄 흐르는 눈물을 어찌할꼬 / 淚闌干可奈何

평생에 철석 간장 못 된 것이 한이로구려 / 恨不生平鐵作肝

그대는 못 보았나 분사어사 두로 미치광이는 / 君不見分司御史杜老狂

석 줄로 에워싼 걸 한 마디로 자랑하였고 / 一語自詫回三行

청루 박행의 이름은 피하기 어렵거니와 / 靑樓薄倖難逃名

바람에 꽃 떨어진 뒤에도 꽃 찾아갔던 걸 / 風撥花落猶尋芳

또 보지 못했나 도곡 학사는 당대의 현인으로 / 又不見陶穀學士爲時賢

강남의 역마을 객사에서 하룻밤을 자고 / 江南一夜郵亭眠

서로 사모한 나머지 잘못 풍광호를 지어 / 相思枉作風光好

인연을 함부로 신선 이별에 견주었던 걸 / 因緣妄擬別神仙

가소로워라 두 유자는 그지없이 곤궁하여 / 可笑兩儒酸復酸

일생 동안 궁한 티를 없앨 길이 없었으니 / 一生冷氣無由刪

어찌 지금 세상의 우리 귀공자만 할쏜가 / 那如今時貴公子

인간 세상을 압도하는 문채와 기상으로 / 文彩氣象傾人寰

온유향 속에 우유자득하면서 / 優游自得溫柔鄕

육병에 육대반까지 누리는 걸 / 肉爲屛兮仍爲盤

수주의 인물이 뛰어나다고 말들을 마소 / 莫說水州人物尤

월녀의 웃음에 삼 년 머무른 적 없었다네 / 不曾越笑三年留

그대는 못 보았나 자하동 안의 별유천지를 / 君不見紫霞洞裏別藏天

세간 그 어느 곳엔들 단구가 없을쏜가 / 世間何處無丹丘

구지산 공자와는 서로 백중지간이요 / 山公子可伯仲

자하선인과는 서로 같은 무리가 되어 / 紫洞仙人爲伴儔

난새를 타고 학을 몰고 이리저리 노닐어 / 乘鸞駕鶴逍遙遊

위로는 삼도 아래로는 구주를 다 유람하니 / 上窮三島下九州

벌레 같은 인간 세상 삼천 년이 금방이로다 / 蠛蠓人世三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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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5권 / 시류(詩類)

보원 상인(普願上人)의 시권(詩卷)에서 손 수부(孫水部)의 운에 차하다 5수

 

오월이라 산성에 계절의 경치 새로워 / 五月山城景物新

온종일 상방의 흥미가 더욱 참답구려 / 上房終日味還眞

앉았노라니 정회가 물보다 더 맑아라 / 坐來情思淸於水

더구나 학덕 있는 고승까지 있음에랴 / 況有高僧更可人

 

서로 마주하여 한바탕 껄껄 웃고 나니 / 相對呵呵一笑新

스님의 면목이 본래 참다웠음을 알겠네 / 知師面目本來眞

지금 또 사방 유람할 흥취를 일으켜라 / 如今又起遊方興

이게 바로 동서남북을 떠도는 사람일세 / 便是東西南北人

 

비 구름을 번복하는 게 새로운 세태라 / 劇雨翻雲世態新

교교 요요하여 진정을 손상시키고말고 / 膠膠擾擾損情眞

나는 십 년 동안 때 낀 얼굴을 지녔기에 / 却將十載紅塵面

산중의 한가한 도인 그대에게 부끄럽네 / 愧爾山中閑道人

 

한 폭의 깨끗한 종이는 눈빛처럼 산뜻한데 / 一幅花藤雪色新

손 수조의 글씨는 초서에 진서를 겸하였네 / 水曹揮翰草兼眞

나의 시구는 거칠고 글씨는 삐딱하거니 / 荒蕪詩句欹斜字

무슨 문장으로 남을 경동시킬 수 있으랴 / 那有文章可動人

 

푸른 눈에 껑충한 몸매는 하 수척하건만 / 碧眼雙瘦骨新

여여의 심성은 본래 모두가 진실한 거라 / 如如心性本皆眞

가부좌하고 면벽하여 공을 관하는 곳에 / 跏趺面壁觀空處

길 잃고 헤매는 인간들을 마냥 깔보누나 / 傲視人間迷路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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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5권 / 시류(詩類)

영안도(永安道)의 이 절도(李節度) 계동(季仝) 를 보내다 3수

 

문무 겸비한 높은 재주 세상에 둘도 없어라 / 才高文武逈難雙

큰 번진 통솔하여 조정을 보좌하게 되었네 / 節制雄藩佐大邦

산하를 진정시킴엔 백선으로 지휘할 게고 / 鎭定山河揮白扇

조용한 담판의 술자리엔 청당을 세우겠지 / 從容樽俎建靑幢

범 같은 여러 장수는 다 날래고 건장하니 / 虎彪諸將皆驍健

매 눈의 되놈들이 일찍 항복하여 오거든 / 鷹眼胡早款降

장차 은하수 끌어다 병갑을 깨끗이 씻고 / 會挽銀河洗兵甲

채찍 던져서 곧장 흑룡강을 건널 거로세 / 投鞭直渡黑龍江

 

성명은 일찍이 엎은 금사발에 들었는데 / 姓名曾已覆金甌

군문에 깃대 세우니 아직도 검은 머리로세 / 建節轅門尙黑頭

마음속의 육도엔 호표가 도사려 있고 / 心上六韜蟠虎豹

허리에 찬 쌍검은 규룡처럼 울부짖누나 / 腰間雙劒吼龍虯

변방 계책은 이미 손오의 병략에 익숙하거니 / 籌邊已熟孫吳策

변새에 나가선 끝내 위곽의 계획을 달성하리 / 出塞終成衛霍謀

앞으로는 성상의 북방 염려를 놓게 하리니 / 從此九重寬北顧

만리장성 그 밖에 다시 무엇을 구할쏜가 / 長城萬里復何求

 

어젯밤에 장성이 북쪽 변방을 비추더니 / 昨夜將星照北隅

그대 지금 장수 되어 큰 계책 펴게 되었네 / 君今分閫壯雄圖

파도 잔잔한 창해엔 화살 전하는 일 없고 / 波恬蒼海無傳箭

눈 덮인 장백산엔 일찍 활을 걸어 두겠지 / 雪壓白山早掛弧

군영의 푸른 버드나무엔 봄에 말을 맬 게고 / 營柳碧稠春繫馬

번지르르한 연꽃 막부에선 날로 투호를 하리 / 幕蓮紅膩日投壺

모추가 어찌 장창의 쓰임에 부합할쏜가 / 毛錐豈合長槍用

두 귀밑 다 세 버린 썩은 선비가 부끄럽네 / 白盡雙髥愧腐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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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5권 / 시류(詩類)

진주(晉州) 윤 판관(尹判官)을 보내다 3수

 

진양 고을엔 보좌관이 중요한데 / 晉陽重僚貳

조정 의논에 자네가 으뜸이었네 / 廷論子居先

좋은 명성은 잠생의 이상이요 / 令譽岑生上

높은 이름은 범방의 앞이로다 / 高名范滂前

보좌관 됨은 뜻을 잃은 게 아니요 / 爲丞非落魄

종사는 어진 재주로 일컫고말고 / 從事稱才賢

그대 가서 어진 목사를 만나거든 / 去去遇良牧

장차 앉아 읊는 때를 보겠네그려 / 行看坐嘯年

 

큰 재주는 큰 그릇과 같은 것이라 / 大才如大器

어디에도 알맞게 쓰일 수 있거니 / 所適無不宜

복잡한 사무에 좋은 솜씨를 써야지 / 盤錯要須展

어질어 수고로움을 어찌 사양하랴 / 賢勞那得辭

난새는 혹 안 깃들 곳에도 깃들지만 / 鸞棲或非地

붕새는 끝내 높이 오를 때가 있다네 / 鵬聳終有時

두루 시험하다 잠시 굴하더라도 / 歷試聊暫屈

굴함에 따라 이름 또한 따르느니 / 屈而名亦隨

 

지리산에는 청학동이 있고요 / 智嶽有靑鶴

남강에는 갈매기도 하 많은데 / 菁江多白鷗

산하의 경치는 지극히 말끔하고 / 山河已淸絶

사람들은 또한 풍류가 있다마다 / 人物亦風流

내 옛날 흥취 찾아 유람했던 곳인데 / 憶我昔探興

이젠 그곳에 부임하는 그대를 보내네 / 送君今作州

어느 때나 한 동이 술을 마련하여 / 何時一樽酒

우리 함께 촉석루를 올라가 볼꼬 / 矗石共登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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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5권 / 시류(詩類)

탄반(攤飯) 3수

 

밥 먹고 나면 앉아서 하는 일 없어 / 攤飯坐無事

두건 벗고 때론 홀로 잠을 자는데 / 岸巾時獨眠

이 몸이 붙어사는 줄은 잘 알거니와 / 自知身是寄

하루가 일 년 같음도 자못 깨닫겠네 / 頗覺日如年

서로 가까운 건 처마 앞의 제비요 / 相近簷前燕

깊이 숨은 건 나뭇잎 밑의 매미로다 / 深藏葉底蟬

서로 왕래하는 친구가 드무니 / 親朋來往少

적적하기가 흡사 선승 같구나 / 寂寂似僧禪

 

밥 먹고 나면 앉아서 하는 일 없어 / 攤飯坐無事

낮잠을 자고 또 저녁잠까지 자노니 / 午眠仍夕眠

스스로 가련해라 파리한 자질이 / 自憐羸瘦質

또 늙고 병든 나이를 만났네그려 / 又値病衰年

덧없는 세상은 이슬 같고 번개 같고 / 浮世露如電

흐르는 세월은 꾀꼬리며 매미로다 / 流光鶯又蟬

나의 전신은 늙은 소진이었기에 / 前身老蘇晉

때론 다시 도선하길 좋아한다오 / 時復愛逃禪

 

밥 먹고 나면 앉아서 하는 일 없어 / 攤飯坐無事

글 읽다 게으름 나면 자고만 싶네 / 讀書懶欲眠

벼슬은 할 생각이 전혀 없거니와 / 宦情無一可

인간 세상은 백 년이 안 되고말고 / 人世非百年

길고 짧은 건 오리와 학의 다리요 / 長短鳧而鶴

약고 미련한 건 당랑과 매미로다 / 黠癡螳更蟬

나는 노쇠하여 오만 생각 다 잊고 / 吾衰忘萬慮

스스로 소승선에 비기고자 하네 / 自擬小乘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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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5권 / 시류(詩類)

패향(沛鄕)에 대한 십영(十詠). 부상(府相) 이 한산(李韓山)의 운에 차하다.

 

경기전(慶基殿)

손수 금척을 쥐고 동한을 평정하셨기에 / 手提金尺靖東韓

깊고 그윽한 신전에 진용을 봉안하였네 / 閟殿眞容爲奉安

훌륭하다 예가 바로 용흥의 근거지이니 / 好是龍興根本地

노란 파초 붉은 여지를 천추에 올리리다 / 千秋蕉謹黃丹

 

견훤도(甄萱都)

교활한 적은 당시에 음험을 일삼았는데 / 猾賊當時事險微

뜻밖의 집안 재앙은 가소롭기 그지없네 / 蕭墻奇禍不堪譏

가련도 하여라 사십 년 동안 벌인 사업이 / 可憐四十年間業

성곽마저 희미해 학의 말대로는 아니로세 / 城郭依稀鶴語非

 

만경대(萬景臺)

천 길이나 높은 대가 창공에 솟아 있어 / 臺高千仞倚靑空

위아래 천지 사이에 만 리가 탁 트였네 / 俛仰乾坤萬里通

견훤의 흥망에 관한 일을 말하지 마소 / 莫說甄郞興廢事

청산은 말이 없고 새만 높이 나는구나 / 靑山黙黙鳥飛中

 

기린봉(麒麟峯)

산하의 충만한 기세에 상서가 우뚝해라 / 山河磅瑞輪囷

선리가 뿌리를 내려 대대로 봄이로다 / 仙李盤根弈葉春

풍호는 예로부터 형세가 유독 달랐거니 / 鎬由來形勢異

그대는 이곳에 와서 기린봉을 보게나 / 請君來此看麒麟

 

봉황암(鳳凰巖)

견훤의 집 두어 자식은 못나기 그지없어 / 甄家兩顆不才兒

효경 같은 심술에 돈견 같은 자질이었네 / 梟爲心豚犬姿

그 당시엔 봉황이 어느 곳으로 갔던고 / 當日鳳凰去何處

지금은 덕을 보고 스스로 내려왔는걸 / 如今覽德自來儀

 

건지산(乾止山)

용과 범의 싸움이 한순간에 끝나버리고 / 虎擲龍疲一霎空

강산은 예전대로 비만 자욱이 내리누나 / 江山依舊雨昏濛

상심되거니 백제 신라의 일은 묻지 마소 / 傷心莫問濟羅事

하 많은 산봉우리만 우뚝우뚝 푸르구려 / 多少峯巒露碧

 

덕진연(德津淵)

덕으로 이름 지은 그 말이 헛되지 않았도다 / 以德名津語不空

백성에게 은택입혀 세상 구제한 공이 있네 / 澤民曾有濟時功

그 누가 알리오 깊은 못에 용이 누워서 / 誰知泓臥龍行□

때로 능히 십우와 오풍을 행사하는지 / 十雨時能又五風

 

공북정(拱北亭)

북으로 대궐 향해 경건히 머리 조아릴 제 / 北望神州稽首欽

우뚝 솟은 화산은 흡사 벽옥잠 같아라 / 華山高聳碧抽簪

남쪽 고을 관리들은 유독 많기도 한데 / 南州冠蓋多於織

대궐과 임금 사모하는 그 마음뿐이었네 / 戀闕思君只此心

 

제남정(濟南亭)

제남정 화려한 경치는 퍽 사람 들뜨게 하여 / 濟南佳麗惱人多

내 옛날 잔뜩 취해서 곤드레가 된 적 있네 / 憶昔瞢騰盡醉過

묻노라 지금은 - 원문 빠짐 - / 爲問今時老□□

/ □□□□□□□

 

쾌심정(快心亭)

단청 화려한 정자가 푸른 산 마주했는데 / 畫棟朱甍對碧岑

푸른 대나무 숲 돌아서 깊숙히 들어가네 / 竹林蒼翠轉深深

어느 때나 어진 부윤과 술자리를 열어서 / 何時賢尹一樽酒

평소 울적한 마음을 유쾌히 다 풀어볼꼬 / 快盡平生未快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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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5권 / 시류(詩類)

비 갠 날의 즉사(卽事) 3수

 

조그마한 집에 비가 막 개자 / 小院雨初霽

성긴 발을 반쯤 걷어 올리니 / 疎簾半上鉤

꽃향기는 멀리서 물을 건너오고 / 花香渡水遠

나무 그림자는 뜰을 그윽케 하네 / 樹影得庭幽

시가 수척케 한단 말이 미더워라 / 頗信詩成瘦

어찌 술이 시름 씻은 적이 있던고 / 何曾酒帚愁

만년에 덧없는 이름 부끄러워라 / 浮名慙晩節

신세는 돌아가 쉼이 합당코말고 / 身世合歸休

 

못물이 파랗게 막 벌창해지자 / 池水綠初漲

아이 불러 낚시를 갖추게 했네 / 呼兒理釣鉤

무궁화는 한 울타리에 고요하고 / 槿花一籬靜

대나무 숲엔 삼경이 워낙 그윽해 / 竹樹三徑幽

거문고와 술잔의 흥취 의탁하여 / 憑仗琴樽興

늙고 병든 시름을 떨쳐버리노라 / 消磨老病愁

벼슬길에 두 귀밑이 다 세었으니 / 宦途雙白髮

어느 날이 참다운 은퇴가 되려나 / 何日是眞休

 

집을 두른 산들은 흡사 창끝 같고 / 繞屋山如戟

발 걷으니 초승달은 갈고리 같네 / 開簾月似鉤

땅이 후미져 손은 절로 드물지만 / 地偏客自少

몸이 편안하니 마음도 한가로워라 / 身靜心更幽

세월은 그럭저럭 보내고 있건만 / 歲月因循過

전원 생각은 끝없는 시름이로다 / 田園宛轉愁

이 마음을 내 이미 결단하고 나니 / 此心吾已斷

아득하고 다시 한가롭기도 해라 / 莫莫更休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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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5권 / 시류(詩類)

오대산(五臺山)으로 돌아가는 경민 상인(敬敏上人)을 보내다 4수

 

뜨락에 오동잎 떨어지고 더위는 주춤한데 / 葉落庭梧暑欲殘

오대산으로 다시 가는 스님을 보내노니 / 送師還向五臺山

골짜기 안에는 알괘라 황금 사자가 있어 / 洞中知有金獅在

한 번 포효하고 맞이해 불단에 예배할 걸세 / 一吼相迎禮佛壇

 

산은 풍악과 인접해 서로 높고 낮은데 / 山隣楓岳互高低

가는 길은 활줄 같아 헷갈리지 않으리 / 歸路如絃去不迷

다시 오봉의 높은 곳에 올라가 보면은 / 更上五峯高處看

해문에 새벽 앞서 금계가 울어댈 걸세 / 海門先曉唱金雞

 

봉선사를 오래전부터 올라다녔는데 / 奉先寺裏久攀躋

옥주 휘두른 청담은 점입가경이었네 / 玉淸談蔗境佳

몇 번이나 향적의 맛에 실컷 배불렀던고 / 幾度飽霑香積味

추풍에 헤어지려니 이 심정을 어이할꼬 / 秋風相別若爲懷

 

인간의 열뇌가 부질없이 들끓는 가운데 / 熱惱人間謾沸騰

만 길의 먼지 속에 머리털만 산란해졌네 / 黃塵萬丈髮鬅鬙

여생엔 결단코 스님을 찾아가고 싶은데 / 殘年斷欲尋歸去

그 절은 안개 놀 몇 겹 속에 들었는지 원 / 寺在烟霞第幾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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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5권 / 시류(詩類)

송광사(松廣寺)에 머무르고자 떠나는 수이 상인(守伊上人)을 보내다. 즉석에서 붓을 달려 써서 주다. 7수

 

호남의 화려한 곳으론 승평을 말하거니와 / 湖南佳麗說昇平

송광사는 그중에 더욱 뛰어난 곳이고말고 / 松廣伽藍更絶淸

계율 지닌 고승이 지금 머물고자 가거니 / 持律高僧今住寺

수많은 승려들이 서로 다퉈 맞이할 걸세 / 緇徒雲會競來迎

 

가을바람에 우수수 오동잎 떨어지는 때 / 秋風摵摵響高梧

쓸쓸한 병석 차림에 양호를 들르는구나 / 甁錫蕭然過兩湖

바닷가의 산자락 거의 다한 곳에 이르거든 / 行到海山將盡處

평생의 유람 흥취에 비로소 죄를 면하겠네 / 平生遊興始無辜

 

남쪽은 일기가 다스워 사계절이 다 봄이라 / 南天氣暖四時春

섣달에도 파란 채소가 아주 싱그러울 게고 / 臘月靑靑菜色新

절 안의 산다 꽃도 두루 다 피었을 테니 / 寺裏山茶開遍盡

날아온 파랑새와 날로 서로 친하겠네그려 / 飛來翠鳥日相親

 

상인의 안색은 둘도 없이 아름답거니 / 上人顔色美無儔

이번 길에 연자루엘랑 올라가지 마소 / 此去休登燕子樓

이팔청춘 미인이 항상 자리 가득하거니 / 皓齒靑娥常滿座

서로 사모하다 스님의 머리 깜깜해질라 / 相思無奈暗□頭

 

머나먼 옛 고을이 하늘 한쪽에 있는데 / 古州迢遞天一涯

팔마비 고사가 고금에 전해오고 있으니 / 今古流傳八馬碑

상인께선 원대한 안목으로 살펴보게나 / 爲報上人高着眼

옛 현인의 청절을 본받을 만하고말고 / 古賢淸節可爲師

 

흰 구름 뜬 어느 곳이 스님의 고향이던가 / 白雲何處是家鄕

가서 어버이 알현하고 축수를 올리겠지 / 去謁高堂獻壽觴

석가는 사랑한 걸 다 버린다 누가 말했나 / 誰道釋家能割愛

스님 같은 효성은 일찍이 본 적 없다마다 / 如師誠孝見何嘗

 

지금 그곳 방백은 바로 내 동년이거니와 / 今時方伯我同年

태수는 어질고 아사 또한 어질고말고 / 太守賢如亞使賢

한번 상인 만나서 나의 소식을 묻거든 / 一遇上人如問我

늘그막에 고승을 좋아한다 말해 주게나 / 爲言垂老愛高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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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5권 / 시류(詩類)

쌍림(雙林) 심 상인(心上人)이 소장한 열 폭의 그림에 제하다

 

여산비폭(廬山飛瀑)

여산 폭포는 천하에 기절한 곳이라서 / 廬山瀑布天下奇

이백의 시 한 수가 고금에 회자되었지 / 膾炙古今李白詩

내게도 또한 나쁘지 않은 시가 있건만 / 又有我家詩不惡

수다한 육안으로 어찌 알 수 있으리오 / 紛紛肉眼那得知

 

호계삼소(虎溪三笑)

여산의 고승은 누워서 나오지를 않았고 / 廬阜高僧臥不出

풍류 고상한 두 노인만 때로 왕래했는데 / 風流二老時往携

묻노라 그들 셋이 웃은 게 무슨 일이었나 / 問渠三笑笑何事

오늘 아침 나도 몰래 호계를 지났음일세 / 不覺今朝過虎溪

 

반랑도려(潘閬倒驢)

반랑의 치우친 버릇 마냥 가소로워라 / 長笑潘郞多性癖

평생에 죽고 살고 청산만 좋아하였네 / 生平抵死愛靑山

산 좋아하면서 왜 산중에 숨지는 않고 / 愛山何不山中隱

나귀 거꾸로 타고 가리켜 보기만 했나 / 倒跨驢歸指點看

 

두보취태(杜甫醉馱)

초당은 완화계 그윽한 곳에 위치했는데 / 草堂幽處浣花溪

잔뜩 취해 실려 오매 해는 서산에 기우네 / 馱醉歸來山日西

옆 사람들이야 손뼉 치며 웃거나 말거나 / 遮莫傍人笑拍手

웅아는 고삐 잡고 기아는 앞에서 끄누나 / 熊兒捉轡驥兒携

 

이백문월(李白問月)

청련거사 적선 노인은 / 靑蓮居士謫仙老

천지 중간에 풍류가 홀로 우뚝했으니 / 獨立風流天地中

술잔 들어 달에게 물어라 달은 늘 있어 / 擧杯問月月長在

달은 지지 않고 술동이는 비지를 않네 / 月不落兮樽不空

 

도령귀전(陶令歸田)

두미에 허리 굽힘은 내가 할 일 아니지만 / 斗米折腰非我事

어찌 술 거를 머리 위의 건이야 없을쏜가 / 豈無漉酒頭上巾

돌아간 뒤의 신세는 희황상인이었거니와 / 歸來身世羲皇上

삼경의 가을바람에 오류의 봄이었도다 / 三徑秋風五柳春

 

한유남관(韓愈藍關)

진의 구름 남관의 눈에 산천은 그 얼마며 / 秦雲藍雪幾山川

팔천 리 머나먼 길 조주는 그 어드메던고 / 何處潮州路八千

듣자 하니 아이의 시에 예언이 담겼어라 / 說與阿兒詩有讖

이번 길이 십 년 전에 이미 정해졌었구려 / 此行已定十年前

 

육조총령(六祖)

보리는 나무 아니요 거울은 대 아니라 하니 / 菩提非樹鏡非臺

의발을 서로 전하면서 한바탕 크게 웃었네 / 衣鉢相傳一笑開

유령을 넘어 돌아온 게 잠깐 사이였어라 / 庾嶺歸來彈指頃

본래 머무름도 없고 오는 곳도 없음일세 / 本來無住亦無來

 

취벽청천(翠壁晴川)

만 길 낭떠러지에서 맑은 냇물이 쏟아져라 / 懸崖萬丈瀉晴川

문득 반공중에 떨어진 은하수인 줄 알았네 / 却認銀河落半天

무더운 유월 인간에 눈발 되어 날리니 / 六月人間飛作雪

모발까지 썰렁해지는 게 또한 놀랍구나 / 更驚毛髮冷蕭然

 

청산백운(靑山白雲)

푸르디 푸르고 희디 희어 또 희고 또 푸르러라 / 靑靑白白白還靑

산은 절로 만 층이요 구름 또한 만 층이로다 / 山自萬層雲萬層

문득 생각난다 소년 시절 절에서 글 읽던 때 / 却憶少年讀書寺

이때 이 풍경의 한적함을 중과 함께했었지 / 此時此景閑共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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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5권 / 시류(詩類)

심 상인(心上人)을 보내다 4수

 

스님이 장차 쌍림(雙林)의 옛 은거지로 돌아가려 하면서 내 집에 들러 이별을 고하고 또 시를 주기에 즉석에서 그 시운에 차하여 아름다운 뜻을 받들어 답하고, 인하여 영천시(永川詩)의 후미에 써서 제군자(諸君子)가 뒤따라 화답할 장본(張本)으로 삼는 바이다.

 

한 지팡이의 행색은 가을보다 맑고말고 / 一行色淡於秋

동서남북을 자유자재로 유람하는구려 / 南北東西自在遊

시가 좋기론 의당 영철의 뒤에 있거니와 / 詩好合居靈澈後

도가 높기론 도리어 혜능과 짝이 되었네 / 道高還與惠能儔

닦아낼 먼지도 없고 경대도 아니려니와 / 無塵拂拭非臺鏡

누구는 공허하여 매지 않은 배 같았던고 / 何物虛空不繫舟

척안으로 강호를 발이 부르트게 다니거든 / 隻眼江湖雙足繭

가슴속에 저 구주의 사물을 다 간직하리 / 胷中如許藏九州

 

유자 불자가 상종한 지 지금 그 몇 해던고 / 儒釋相從今幾秋

십 년 동안의 종적을 교유로 결탁했었네 / 十年踪跡托交遊

동파는 이미 갔거니 내가 어찌 가당하랴만 / 東坡已逝我何望

불인은 아니지만 스님은 짝할 만하고말고 / 佛印雖非師可儔

유랑한 내 자취 범경 같음은 부끄럽지만 / 浪迹却慙同泛梗

선심은 텅 빈 배 같음을 일찍이 믿었었지 / 禪心曾信似虛舟

백련사의 결성은 끝내 약속대로 할 터이니 / 白蓮結社終如約

애오라지 내 다시 조주 스님을 찾을 걸세 / 聊復相尋訪趙州

 

쌍림에 우수수 낙엽 지고 또 맑은 가을이라 / 雙林搖落又淸秋

아마 응당 방송에선 옛 친구를 기다릴 걸세 / 知有房松待舊遊

여여의 진리는 능히 자득할 수 있으리니 / 眞界如如能自得

높은 자취 아득함은 뉘와 짝하길 허여하랴 / 高蹤莫莫許誰儔

아침 계룡산 길엔 구름이 발밑에서 나오고 / 朝征雞嶽雲生屐

저녁 웅진에 배 대면 달빛이 배에 가득하리 / 夜泊熊津月滿舟

다시 상방에 들어 가부좌하고 있노라면 / 還向上房盤脚坐

도성의 몇 길 뿌연 먼지와는 멀어지겠지 / 紅塵幾丈隔神州

 

옛 산의 솔과 계수에 가을은 깊어가는데 / 故山松桂欲深秋

흰 버선 푸른 짚신으로 또 유람을 가누나 / 白襪靑鞋又勝遊

산에서 무심히 나온 구름과는 벗을 삼고 / 出峀無心雲作伴

강에 찍힌 달은 마주하여 짝으로 삼으리 / 印江當面月爲儔

공중에 석장을 날려 가니 학을 왜 기다리랴 / 錫飛空去何須鶴

잔으로 강 건너면 굳이 배 탈 것도 없고말고 / 杯渡江來不必舟

지허가 서로 종유함은 예전의 일이거니 / 支許相從終古事

옷 남겨 줬다고 조주도 비웃지 말아야지 / 留衣且莫笑潮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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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5권 / 시류(詩類)

심 상인(心上人)을 보내다 4수

 

스님이 장차 쌍림(雙林)의 옛 은거지로 돌아가려 하면서 내 집에 들러 이별을 고하고 또 시를 주기에 즉석에서 그 시운에 차하여 아름다운 뜻을 받들어 답하고, 인하여 영천시(永川詩)의 후미에 써서 제군자(諸君子)가 뒤따라 화답할 장본(張本)으로 삼는 바이다.

 

한 지팡이의 행색은 가을보다 맑고말고 / 一行色淡於秋

동서남북을 자유자재로 유람하는구려 / 南北東西自在遊

시가 좋기론 의당 영철의 뒤에 있거니와 / 詩好合居靈澈後

도가 높기론 도리어 혜능과 짝이 되었네 / 道高還與惠能儔

닦아낼 먼지도 없고 경대도 아니려니와 / 無塵拂拭非臺鏡

누구는 공허하여 매지 않은 배 같았던고 / 何物虛空不繫舟

척안으로 강호를 발이 부르트게 다니거든 / 隻眼江湖雙足繭

가슴속에 저 구주의 사물을 다 간직하리 / 胷中如許藏九州

 

유자 불자가 상종한 지 지금 그 몇 해던고 / 儒釋相從今幾秋

십 년 동안의 종적을 교유로 결탁했었네 / 十年踪跡托交遊

동파는 이미 갔거니 내가 어찌 가당하랴만 / 東坡已逝我何望

불인은 아니지만 스님은 짝할 만하고말고 / 佛印雖非師可儔

유랑한 내 자취 범경 같음은 부끄럽지만 / 浪迹却慙同泛梗

선심은 텅 빈 배 같음을 일찍이 믿었었지 / 禪心曾信似虛舟

백련사의 결성은 끝내 약속대로 할 터이니 / 白蓮結社終如約

애오라지 내 다시 조주 스님을 찾을 걸세 / 聊復相尋訪趙州

 

쌍림에 우수수 낙엽 지고 또 맑은 가을이라 / 雙林搖落又淸秋

아마 응당 방송에선 옛 친구를 기다릴 걸세 / 知有房松待舊遊

여여의 진리는 능히 자득할 수 있으리니 / 眞界如如能自得

높은 자취 아득함은 뉘와 짝하길 허여하랴 / 高蹤莫莫許誰儔

아침 계룡산 길엔 구름이 발밑에서 나오고 / 朝征雞嶽雲生屐

저녁 웅진에 배 대면 달빛이 배에 가득하리 / 夜泊熊津月滿舟

다시 상방에 들어 가부좌하고 있노라면 / 還向上房盤脚坐

도성의 몇 길 뿌연 먼지와는 멀어지겠지 / 紅塵幾丈隔神州

 

옛 산의 솔과 계수에 가을은 깊어가는데 / 故山松桂欲深秋

흰 버선 푸른 짚신으로 또 유람을 가누나 / 白襪靑鞋又勝遊

산에서 무심히 나온 구름과는 벗을 삼고 / 出峀無心雲作伴

강에 찍힌 달은 마주하여 짝으로 삼으리 / 印江當面月爲儔

공중에 석장을 날려 가니 학을 왜 기다리랴 / 錫飛空去何須鶴

잔으로 강 건너면 굳이 배 탈 것도 없고말고 / 杯渡江來不必舟

지허가 서로 종유함은 예전의 일이거니 / 支許相從終古事

옷 남겨 줬다고 조주도 비웃지 말아야지 / 留衣且莫笑潮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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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5권 / 시류(詩類)

가을비가 막 개었을 때 복경(福慶)의 운에 차하다 3수

 

아침에 작은 비가 잠깐 부슬부슬 내리더니 / 朝來小雨乍霏霏

푸른 물 넘실대는 가을 강이 눈부시누나 / 潑眼秋江綠更肥

어젯밤 꿈에 순채 농어는 아무 탈 없더라만 / 昨夢蓴鱸政無恙

외론 돛에 바람 빌려 어느 때나 돌아갈꼬 / 孤帆風借幾時歸

 

갠 석양 지관엔 남은 빗방울을 뿌리는데 / 晩晴池館灑餘霏

붉은 연꽃은 시들고 연밥이 한창 살쪘구나 / 紅藕花殘子政肥

한가히 난간 기대어 달 돋는 걸 보노라니 / 閑倚小闌看月出

밤기운이 물처럼 서늘해 돌아가길 잊었네 / 夜涼如水澹忘歸

 

강 남쪽 한 거루에 가랑비 부슬부슬 내려라 / 一艇江南細雨霏

나락꽃 향기 속에 붕어가 응당 살쪘으리 / 稻花香裏兒肥

두어 소리 어드멘가 남으로 나는 기럭인가 / 數聲何處南飛鴈

기러기 돌아갈 때 나그네는 못 돌아가네 / 鴈政歸時客未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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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5권 / 시류(詩類)

이차공(李次公)의 운을 사용하여 장난삼아 전라 이 봉사(李奉使)에게 올리다 4수

 

누각 우뚝한 곳에 한가히 오르지 말게나 / 有樓高處莫閑登

백 층이나 높은 수성을 일으키게 될 걸세 / 惹起愁城矗百層

깊은 밤 텅 빈 관사에 사람이 오지 않아서 / 空館夜深人不到

호상에 홀로 앉았자면 선승과 흡사하겠지 / 胡床獨坐似禪僧

 

연래엔 쇠한 몸에 병까지 서로 잇따라서 / 年來衰謝病相仍

두 귀밑에 새로 백설만 한층 더해졌기에 / 雙鬢新添雪一層

서남쪽으로 사절 나갈 꿈은 더 이상 없고 / 使節西南無復夢

수불 앞에 재계하여 고승이나 배운다네 / 閑齋繡佛學高僧

 

남국의 풍류는 서도보다 훨씬 나아서 / 南國風流勝西道

한 층 탑 위에 한 층 탑을 더한 격인데 / 一層塔上加一層

이번 행차는 즐겁고도 다시 우스워라 / 此行可樂還堪笑

게 좋아한 당년에 머리 깎은 중이라니 / 多蟹當年削髮僧

 

미인의 비파 타는 소리에 흥을 만끽하거든 / 興罷嬋姸金捍撥

꿈속에 무협의 높은 옥 누각을 찾을 테지 / 夢尋巫峽玉稜層

그대는 때로 골계전을 끼고 읽을 터이니 / 君時挾讀滑稽傳

참선하고 한 번 웃는 중이 돼봄 직도 하겠군 / 可作參禪一笑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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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5권 / 시류(詩類)

진(鎭)에 부임하는 정 원융(鄭元戎)을 보내 드리다

 

큰 번진의 절제를 뛰어난 인재에 맡기니 / 節制雄藩屬俊英

문성의 행차에 장성을 대동하고 가누나 / 文星行帶將星行

광문의 붓 아랜 진작 삼절이 나왔거니와 / 廣文筆下曾三絶

소범의 가슴속엔 또한 군사가 얼마던고 / 小范胷中復幾兵

조정의 여론은 다 원수에게로 돌아갔고 / 物議僉推歸上帥

성상의 마음은 홀로 장성처럼 의지하네 / 宸心獨注倚長城

소환되면 재상부를 평탄히 들어갈 걸세 / 徵還檼步黃扉上

그대의 성명 위에 금사발을 엎었다더군 / 似說金甌覆姓名

 

한 몸에 문무 두 가지를 온전히 갖추었고 / 一身文武已雙全

내외직에 두루 근로한 게 또 십 년이로세 / 出入勤勞又十年

흑삭 홍기는 조정의 임명을 받은 뒤요 / 黑槊紅旗黃紙後

녹침 청쇄는 벽유당 앞에 펼쳐 있으리 / 綠靑鎖碧幢前

군사를 지휘함엔 우선 윤건이 응당 있고요 / 指揮羽扇綸巾在

변방을 진정함엔 금성 철벽처럼 견고하리 / 鎭定金城鐵甕堅

다시 은하수 끌어다 사막을 씻으려거든 / 更挽銀河洗沙漠

띠만 한 압록강을 채찍 던져 건너갈 테지 / 鴨江如帶可投鞭

 

옛날 동번으로 보낼 땐 서를 지었었는데 / 昔送東藩曾作序

서진으로 가는 오늘은 또 시를 쓰는구려 / 今歸西鎭又題詩

그대는 말 타고 창 휘두르는 날이 될 텐데 / 想君躍馬揮戈日

나는 벌레나 조각하며 붓 놀리는 때로세 / 是我雕蟲弄翰時

썩은 선비의 신세는 처자가 비웃을 뿐인데 / 腐儒身事妻兒笑

상장의 명성은 산천초목도 다 알고말고 / 上將聲名草木知

다시 위성의 한 잔 술을 부디 권하노니 / 更進渭城一杯酒

양관 이르는 곳에 서로 잊지 말게나 / 陽關到處幸相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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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5권 / 시류(詩類)

백암사(白庵寺)로 돌아가는 도암 상인(道庵上人)을 보내다 5수. 병서(幷序)

 

백암사는 고려(高麗) 시중(侍中) 행촌(杏村) 이 문정공(李文貞公)의 원찰(願刹)인데, 그의 아들 평재(平齋) 문경공(文敬公)과 손자 용헌(容軒) 국로(國老)가 각기 선인(先人)의 뜻을 이어서, 출가한 자손 중에 조행(操行)이 있는 자를 가리거나 혹은 승려 중에 명망이 있는 자를 간택하여 이 절을 주관하게 함으로써 서로 전하여 수호해 온 지가 이미 100여 년이 되었다. 지난번에는 행촌의 외증손(外曾孫)인 판선종사(判禪宗事) 송은(松隱) 몽대사(蒙大師)가 이 절을 주관하였고, 그의 고제(高弟)가 바로 도암(道庵) 성 상인(成上人)인데 송은이 도암에게 이 절을 전하였으니, 도암 또한 산문(山門)에서 숙망(宿望)이 있는 사람이다. 그가 이 절에 머무른 지 지금 거의 30여 년에 이르는 동안, 도풍(道風)을 크게 선양함으로써 명성 높은 고승(高僧)들이 마치 비린내를 좋아하여 달려드는 개미들처럼 도암을 흠앙(歆仰)하여 서로 다투어 달려왔다. 인하여 생각하건대 거정(居正)이 예전에 흥천사(興天寺)로 송은을 찾아 뵈었더니, 송은이 거정을 족질(族姪)이라 하여 정성껏 대우해 주고 이어 송은에 대한 설(說)을 지어 달라고 부탁하였는데, 송은은 다시 백암사로 가게 되었다. 그 후 거정이 설을 지어서 도암을 통하여 부쳐 드렸더니, 뒤에 송은이 거정에게 이르기를 “그대의 설이 노승(老僧)의 기본 취지에 잘 부합한다.” 하고는 도암을 돌아보고 이르기를 “반드시 기록해 놓아야 한다.”고 하였다. 그 후 얼마 안 되어 송은이 시적(示寂)하였으므로 지금은 송은을 생각만 할 뿐 만날 수가 없으나, 도암을 만나니 애오라지 스스로 위로가 된다.

도암은 본디 양주(楊州) 불암리(佛巖里) 사람인데, 거정의 별업(別業) 또한 그 이웃에 있었다. 도암의 나이는 나보다 다섯 살이 아래인데, 왕래하며 서로 종유한 지가 거의 50년이 되었다. 상인은 항상 백암사에 머무르다가 혹 경사(京師)에 오거든 반드시 먼저 나를 방문하곤 했는데, 금년 봄에는 흥천사에 와서 결하(結夏)를 하고 가을 기후가 점차 서늘해지자 또다시 산으로 돌아가려 하면서 재차 찾아와서 나에게 이별을 고하였다. 그리고 말하기를 “백암사는 철성부원군(鐵城府院君)의 자손들이 대대로 수호하는 원찰인데 공(公) 또한 행촌의 외현손(外玄孫)이니, 공의 한마디 말씀을 얻어서 길이 산문의 광영으로 삼고 싶습니다.” 하므로 거정이 말하기를 “행촌의 내외 자손으로 지금 조정에서 벼슬한 이는 몇 천백 인이요, 심지어는 왕실의 외척이 된 이도 있으니, 비록 거정 같은 하찮은 외손(外孫)이 아니라도 또한 반드시 그 일을 크게 빛내 줄 이가 있을 터인데 다시 무슨 말을 하겠는가.” 하였다. 그리고는 우선 절구(絶句) 5수를 써서 보내 드리고 겸하여 지주(地主) 조 사문(曺斯文)에게 부치는 바이다.

 

남국에 가장 이름난 절이 바로 백암사라 / 南國名藍是白庵

수많은 누대 사이엔 남기가 어우러졌는데 / 樓臺多少間晴嵐

언제나 짚신 버선 차림으로 스님을 찾아 / 何時鞋襪尋師去

밝은 달밤 쌍계에서 종용히 담론해볼꼬 - 이 절에 쌍계루(雙溪樓)가 있는데, 이목은(李牧隱) 선생이 그 기문(記文)을 썼다. - / 明月雙溪共軟談

 

가을바람은 점점 일고 호수는 하 맑은데 / 秋風欲落湖水澄

나그네 행장은 등나무 지팡이 하나로다 / 去去行藏一瘦藤

온 산에 원숭이 학은 서글피 기다릴 테고 / 猿鶴滿山應悵望

청산은 예전대로 흰 구름이 겹겹일 걸세 / 靑山依舊白雲層

 

천하에 명성 하 높았던 이행촌이거니 / 天下聲名李杏村

그 원찰을 의당 길이 보존시켜야 하는데 / 宜敎願刹鎭長存

나라 가득 자손들은 수도 없이 많지만 / 子孫滿國多於織

묻노라 그 어떤 이가 부지런히 수호할꼬 / 且問何人衛守勤

 

송풍나월이 산문을 보호하거니와 / 松風蘿月護山門

더구나 지주의 깊은 은택까지 입음에랴 / 何況深蒙地主恩

위하여 사문 조 태수에게 알려드리노니 / 爲報斯文曹太守

나도 행촌의 외현손이 되는 사람이라오 / 杏村吾亦外玄孫

 

목은의 큰 문장으로 사루를 잘 꾸몄는데 / 牧老雄文賁寺樓

삼봉의 뛰어난 필치 또한 풍류가 있거니 / 三峯妙筆亦風流

내 졸렬한 시구를 큰 소리로 읽지 말게나 / 莫將拙句高聲讀

아마도 산신령이 허여해 주지 않을 걸세 / 知有山靈不點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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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5권 / 시류(詩類)

고목화병(古木畫屛) 팔첩(八帖)에 제(題)하다

 

두 용이 서로 다투어 뛰어오를 듯 / 二龍爭夭矯

하늘 높이 솟는 데에 뜻이 있구려 / 志在凌天衢

뒤에 반드시 구름 비를 얻을 테니 / 會必得雲雨

성대히 온 누리에 은택을 입히겠네 / 霈然澤寰區

 

들쭉날쭉 계곡 위로 솟아난 자질이 / 槎牙聳壑姿

나이 늙어 가지 잎새 다 떨어졌네 / 歲老枝葉脫

그 밑에 아름다운 나무가 있으니 / 其下有佳樹

그 언제나 맑은 그늘을 펼칠런고 / 何時布淸

 

네 몸은 어찌 그리 울퉁불퉁한가 / 爾身何

네 배는 텅 비어 아무것도 없구나 / 爾腹亦空洞

적재적소 없음을 한탄치 말거라 / 莫恨無適才

재주가 크면 쓰이기 어려우니라 / 才大難爲用

 

서린 뿌리는 수석 사이에 얽히고 / 蟠根絡水石

높은 끝은 하늘 위에 치솟았는데 / 危梢拂上蒼

누가 알랴 홀로 고고한 그 마음이 / 誰料孤高心

세모에 마룻대와 들보가 될 줄을 / 歲晩作棟樑

 

혹은 곧게 서서 바르게 펴 있고 / 或直立以伸

혹은 거꾸러져 굽어 있기도 하나 / 或曲倒而屈

굽고 곧음은 굳이 논할 것도 없이 / 曲直不須論

뒤에 시드는 절개는 똑같고말고 / 後彫同一節

 

흰 껍질은 오랜 빗물에 윤택해지고 / 霜皮太古溜

송진은 흘러 복령 호박이 되었으니 / 流肪苓與珀

캐고 캐어 내 노쇠함을 억제하여 / 采采制頹齡

나의 흰 두 귀밑을 푸르게 하련다 / 靑我雙鬢白

 

소나무가 늙어 나이를 모르겠고 / 松老不記歲

나무는 높아 반공중에 치솟았네 / 樹高能半空

예로부터 아주 크나큰 재목은 / 由來磊落材

뭇 초목과 함께하지 않고말고 / 不與卉同

 

나면서부터 재목이 아니었기에 / 生來坐不才

세상 걱정하는 마음도 없었으니 / 已無憂世心

절로 타고난 명을 다할 수 있으리 / 自可終天年

길이 자귀 도끼의 침범을 면하여 / 永免斤斧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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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5권 / 시류(詩類)

온 가족을 거느리고 고향에 돌아갔다가 성묘를 하려는 정 첨추(鄭僉樞) 요형(僚兄)을 보내면서 붓을 달려 써서 장난삼아 주다 5수

 

전원에 돌아갈 마음은 없는 날이 없지만 / 歸心無日不田園

가을 이후엔 돌아갈 마음이 곱절 더하네 / 秋後歸心倍十分

한가을 팔월에 환향하는 자네가 부러워라 / 羨子還鄕方八月

피라미와 게장에 술은 항아리에 가득켔지 / 白魚黃蟹綠盈樽

 

그대 선산엔 소나무 가래나무가 푸르리니 / 君家先鬱松楸

풍수의 슬픈 회포가 어느 날에나 그칠꼬 / 風樹悲懷幾日休

술 거르고 소 잡아 묘제를 지내고 나서는 / 釃酒椎牛上塚後

처자와 함께 대작하는 것도 풍류 있으리 / 妻兒對酌亦風流

 

대방군 그 어드메가 그대의 고향이던가 / 帶方何處是君鄕

집은 만 길이나 높이 요천을 내려다보리 / 樓壓蓼川萬丈長

방탕했던 소년 시절이 온통 꿈만 같아라 / 落魄少年渾似夢

거듭 놀자니 이 백발을 어찌한단 말인가 / 重遊其奈鬢如霜

 

축천정 아래로 물은 끊임없이 흐르는데 / 丑川亭下水悠悠

쇠로 만든 소가 고금에 전해오고 있지 / 今古流傳有鐵牛

그 소가 금똥을 눌 날이 응당 있을 테니 / 也識便金當有日

그대와 함께 누각에 올라 술잔을 드세나 / 與君擧酒更登樓

 

예부의 높은 명성은 신야의 후예고요 / 禮部高名莘野後

무령의 절묘한 시구는 유주의 앞이로세 / 武靈妙句柳州前

서로 만나서 내가 무슨 일 하더냐고 묻거든 / 相逢若問吾何事

술과 시에 미쳐서 백발이 됐더라고 하게나 / 癖酒狂詩已白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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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5권 / 시류(詩類)

손칠휴(孫七休)가 대사헌(大司憲)에서 파면되었기에 장난삼아 바치다 5수

 

쉼 직할 때 쉬어야만 그게 바로 제격이요 / 可休休日休方好

안 쉬어야 할 때 쉬는 건 또한 수치고말고 / 休不休時休亦羞

세 번 네 번 쉬어서 아울러 일곱 번 쉰 손이 / 三四休並七休客

쉬고 쉬다가 지금 다시 또 쉬게 되었구려 / 休休今復更休休

 

나는 사헌부 장관을 두 차례나 지냈으되 / 當年再度長烏臺

입을 천초처럼 다물어서 열지를 않았네 / 口似川椒合不開

부서진 옥 온전한 질그릇 어느 것이 나을꼬 / 玉碎瓦全誰得失

그대 명성 천둥처럼 떨치는 게 훌륭하구려 / 多君聲譽振如雷

 

전후 삼 년 가까이 사헌부 장관 지내면서 / 前後爲臺近三載

심상은 다 사라지고 빈상만 많아졌는데 / 心霜消盡鬢霜多

해기를 쉬 알기론 그대 같은 이 드물기에 / 駭機易解如君少

우습고 시기도 나고 감탄스럽기도 하다네 / 一笑一猜又一嗟

 

그대는 일이 없어 쉴 새 없이 마실 터인데 / 知君無事飮無休

새로 담근 술 막 열고 용수를 질러놨으니 / 新釅秋開綠政

곧장 그대 찾아가 크게 한 번 마시려거든 / 直欲訪君成大酌

또한 의당 내 아내와 먼저 의논을 해야지 / 也宜先與細君謀

 

종남산 빛은 우뚝 솟아 울창하기만 한데 / 終南山色鬱

그 안엔 편히 쉬는 손방의 집이 있데그려 / 中有能休孫昉家

도 좋아한 내가 집 늦게 지음은 후회되나 / 好道吾今家悔晩

그대 또한 나와 이웃 정함이 어떻겠는가 / 卜隣君亦我於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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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5권 / 시류(詩類)

선산(善山)으로 가는 김 중추(金中樞)를 보내다 3수

 

기럭 소리 끼룩끼룩 애가 끊어진 한가을에 / 霜鴻叫斷碧雲秋

고향 가는 자네를 보내니 시름이 절로 이네 / 送子還鄕惹起愁

물가 가득 노란 갈대에 꽃은 백설 같은데 / 黃葦滿汀花白雪

돌아가는 배는 응당 월파정 머리에 대겠지 / 歸舟應泊月波頭

 

월파정 아래 물은 이끼 빛처럼 푸른데 / 月波亭下水如苔

응당 선영에 올라가 술잔을 드리겠지 / 先松楸酹一杯

향인들에게 알리노니 눈을 씻고 보게나 / 爲報鄕人須洗眼

부자가 같은 때에 은혜입어 내려가니 / 同時父子荷恩來

 

금호의 물이 월강 물결과 서로 접했으니 / 琴湖水接月江波

내 금호가 생각나지만 이별을 어찌할꼬 / 我憶琴湖奈別何

집이 금호에 있건마는 돌아가지 못하니 / 家在琴湖歸不得

나도 그 언제나 금호의 집으로 돌아갈꼬 / 琴湖何日亦還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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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5권 / 시류(詩類)

9일 뒤 6일째 되는 날에 두어 절구를 읊어서 칠휴에게 부치다 3수

 

그대 집의 좋은 술 포도주는 넘실대려니와 / 君家佳漲葡萄

내 또한 새 술을 작은 통에 걸러놓았으니 / 我亦新醪滴小槽

굳이 구일에만 높은 산을 오를 것 있으랴 / 不必登高當九日

국화가 핀 날엔 언제라도 오를 수 있고말고 / 菊花開日可登高

 

갑자기 불어온 서풍에 단풍잎이 붉어지니 / 剗地西風霜葉殷

가을 산이 그림 같아 봄 산보다 낫구려 / 秋山如畫勝春山

산을 사랑해 등산하는 흥취가 절로 있으니 / 愛山自有登山興

묻노라 주인은 한가한가 그렇지 못한가 / 且問主人閑不閑

 

강산은 말을 하지 않아 한가로운 속이요 / 江山不語休休裏

세상일엔 마음 없어 적적한 가운데로다 / 世事無心寂寂中

이 가운데서 스스로 깨고 취하고 하거니 / 醒亦自醒醉自醉

반드시 이 흥취를 그대와 함께해야겠네 / 也須此興與君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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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5권 / 시류(詩類)

재차 황해도 안찰사(按察使)로 나가는 동년(同年) 김 중추(金中樞)를 보내다 3수

 

서관은 본디 크나큰 도인데 / 西關是大道

안찰사로 재차 순선을 하는구려 / 按節再巡宣

성상의 은총이 편중됨을 알거니 / 眷注知偏重

감히 홀로 어질어 수고한다 하랴 / 劬勞敢獨賢

산하는 차츰 진정이 되어갈 게고 / 山河歸鎭定

백성들은 응당 감화를 받을 걸세 / 民物入陶甄

잘 있겠지 감당나무는 / 好在甘棠樹

금년에도 거년과 같이 / 今年似去年

 

거듭 부임함은 전에 드문 일이니 / 重臨前事少

몇 사람이나 쇠뇌 지고 맞을런고 / 負弩幾人迎

세상을 맑히는 솜씨를 잘 펴서 / 好展澄淸手

강개한 정을 충분히 실천할 테지 / 能酬慷慨情

아동들은 다 얼굴을 알아볼 게고 / 兒童皆識面

초목들도 대단한 명성을 알 걸세 / 草木亦知名

성상의 서쪽 걱정을 덜어만 주면 / 聖主寬西顧

부름받아 영광의 은총입을 걸세 / 徵還荷寵榮

 

사모 타고 일찍이 노닐던 곳이요 / 四牡曾遊地

삼추가 저물어 가는 하늘이로다 / 三秋欲暮天

누대엔 새로운 창을 벌여 세우고 / 樓臺新棨戟

술자리는 예전 산천 그대로이리 / 樽酒舊山川

비단 관복이 다시 돌아가는 날엔 / 錦耀重還日

깁에 싼 시편은 몇 곳이나 있을고 / 紗籠幾處篇

사무 처리하고 응당 틈이 나거든 / 簿書應有暇

늙은 동년을 능히 기억해 줄는지 / 能憶老同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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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5권 / 시류(詩類)

그림에 제(題)하다 10수

 

비천도(飛泉圖)

만 길이나 되는 폭포는 반공중에 걸렸는데 / 萬丈飛泉掛半天

다리 건너는 길손 행색은 쓸쓸하기만 하네 / 過橋行色冷蕭然

초정에선 나그네가 한가히 서로 마주해 / 草亭有客閑相對

바둑 두는 소리가 석양 배에 들리는구나 / 玉子聲高落晩船

 

대월도(對月圖)

푸른 산 두 봉우리가 구름 위에 솟아 있어 / 雙峯聳碧出雲頭

꼭대기에 올라 굽어보니 한껏 가을이로다 / 絶頂登臨滿意秋

밝은 달이 사람 근접해 손으로 잡음 직하니 / 白月近人堪手摘

두우 곁에 배회하면 더욱 고상한 놀이련만 / 徘佪斗牛更淸遊

 

풍수도(風樹圖)

흐린 날에 거센 바람 갑자기 불어오니 / 黑風剗地勢顚狂

벼 이삭과 높은 숲이 절반이나 꺾이려 하네 / 罷亞長林半欲僵

가소로워라 이때에 양산을 날려 보낸 이는 / 可笑當時飛傘者

어찌 그리 실수하여 부질없이 허둥대는고 / 如何失手謾蒼黃

 

풍범도(風帆圖)

높은 정자는 층암 절벽 위에 걸쳐 있는데 / 飛亭越絶架層巖

산 아래 뉘 집에선 주막 깃발이 펄럭이나 / 山下誰家颺酒

강 남쪽 천 리 만 리나 아스라한 강물 위엔 / 極目江南千萬里

거센 바람이 불어와 가는 돛이 불룩하구나 / 長風吹盡飽歸帆

 

강촌도(江村圖)

높고 낮은 먼 산들이 푸른빛을 보내어라 / 遠山高下送靑來

나무 그늘 짙게 깔리고 푸르름 가득 쌓였네 / 樹影鱗鱗翠似堆

사립 반쯤 열린 띳집은 퍽이나 적적한데 / 茅店半扉閑寂寂

돌아오는 석양 낚싯배서 사람 소리 들리네 / 夕陽人語釣船回

 

풍우도(風雨圖)

거센 바람 소낙비가 하늘 가득 몰아쳐서 / 顚風驟雨滿空來

남계에 벌창한 물은 이끼처럼 새파랗네 / 水漲南溪碧似苔

도롱이에 삿갓 쓴 노인은 서서 노를 젓는데 / 蓑笠閑翁撑艇立

절뚝 나귀 탄 길손은 어디를 서둘러 가는고 / 蹇驢行客向誰催

 

설산도(雪山圖)

검은 구름이 눈 빚어 어지러이 흩날리는데 / 黑雲釀雪亂飄

나그네는 높고 낮은 다리를 건너가느라 / 客子行穿上下橋

나귀 등에 부는 찬 바람을 막을 길 없어 / 驢背風寒禁不得

두 옥루가 솟구쳐서 산처럼 우뚝하구나 / 玉樓雙聳與山高

 

운산도(雲山圖)

산은 절로 층층이요 구름 또한 층층인데 / 山自層層雲亦層

푸르렀다 다시 희어지고 희었다 또 푸려지네 / 靑還爲白白還靑

십 년 동안 운산의 흥취를 누려보지 못해 / 十年未嘗雲山興

눈 씻고 운산의 그림 병풍이나 구경하노라 / 揩眼雲山看畫屛

 

청람도(靑嵐圖)

우뚝한 성가퀴는 높은 하늘을 가로질렀고 / 峨粉堞截高空

아지랑이 자욱한 가운데 누각은 희미한데 / 樓閣烟嵐杳靄中

집집마다 울타리를 푸른 나무로 막았어라 / 落家家依綠樹

남쪽 마을이나 북쪽 마을이나 다 똑같구려 / 南村更與北村同

 

촌망도(村望圖)

보일 듯 말 듯한 띳집이 또 한 마을 있는데 / 隱映茅茨又一村

대숲은 새파랗고 술동이는 넘실거리네 / 竹林蒼翠漾壺樽

산머리로 멀리 보이는 건 어느 절인지 / 山頭遙見知何寺

층층의 전각이 구름 위로 반쯤 솟았구나 / 殿閣層層半出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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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5권 / 시류(詩類)

취하여 순청(巡廳)에 제(題)하다 4수

 

우연히 지금 다시 이 누각을 올라보니 / 偶然今復此登樓

석양은 하 밝아라 저물어 가는 가을일세 / 斜日暉暉欲暮秋

이십 년 전에 일찍이 여기서 숙직했는데 / 二十年前曾此宿

백발의 정회가 꿈처럼 아득하기만 하네 / 白頭情思夢悠悠

 

장군은 높은 무재로 동부를 허리에 차고 / 將軍才武佩銅符

밤마다 순라를 돌아 담력은 억세기도 하네 / 夜夜巡更膽氣麤

늙은 나는 연래에 수불 앞에 재계하거니 / 老我年來齋繡佛

어찌 꿈엔들 금오를 두려워할 것 있으랴 / 何曾有夢怕金吾

 

일경의 밤이 다하고 이경을 재촉하더니 / 一更更盡二更催

삼경 사경에 이르러선 눈이 가득 내리네 / 三四更中雪滿來

두어 폭 썰렁한 이불은 무쇠처럼 차가운데 / 數幅冷衾寒似鐵

그 누가 잔 가득 부어 깊은 술잔 권하는고 / 何人滿酌勸深杯

 

여러 대장군 기상은 호걸답기도 해라 / 諸大將軍氣象豪

명령 엄한 삼경 밤에 인적은 고요한데 / 令嚴三夜寂無囂

나 같은 늙은이는 무슨 일을 한단 말인가 / 如予老拙成何事

찬 병풍 짧은 베개에 밤새도록 잠만 잤네 / 短枕寒屛睡度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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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5권 / 시류(詩類)

경주(慶州)로 돌아가는 하 교수(河敎授)를 보내다 3수

 

오늘이 바로 그 어느 날이기에 / 今日是何日

사람 보내고 가을까지 보내는고 / 送人兼送秋

공명은 그대가 불우한 처지건만 / 功名君蹭蹬

이별은 나만 슬픔과 시름이로세 / 離別我悲愁

여론 중엔 공도가 아직 남아 있지만 / 物論公猶在

유자는 명이 원수와 꾀하기도 하지 / 儒冠命或仇

계림은 또한 오래된 국도이기에 / 鷄林亦故國

문화가 다른 고을과 다르고말고 / 文化異諸州

 

성왕 시대라 문교를 중히 여기어 / 聖代重文敎

어진 이를 가려 유관으로 삼았네 / 儒官要得賢

일찍이 함장의 자리를 열었으니 / 曾開函丈席

광문의 털방석을 싫어하지 마소 / 莫厭廣文氈

경의는 호소의 뒤를 이었거니와 / 經義湖蘇後

시서는 모두 추로 이전의 것일세 / 詩書鄒魯前

듣자 하니 여러 자제들이 / 似聞諸子弟

지금 다시 삼천에 가깝다 하더군 / 今復近三千

 

하 부자에게 말하여 주노니 / 說與河夫子

스승이 엄하면 가르침도 높고말고 / 師嚴敎亦尊

나는 우리 무리를 사랑하거니와 / 吾生愛吾黨

사도는 우리 사문에 달렸다마다 / 斯道在斯文

목숙의 아침 쟁반은 썰렁하지만 / 苜朝盤冷

등불 화로에 밤 걸상은 따뜻하리 / 燈爐夜榻溫

가르치는 일을 친절히 수행하면 / 殷勤訓誨事

관각에 우뚝한 공로자가 될 걸세 / 館閣策高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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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5권 / 시류(詩類)

전주(全州) 최 교수(崔敎授)에게 부치다 3수

 

완산의 번화한 물색은 성산보다 낫거니와 / 完山佳麗勝星山

전후 풍류 고상한 이는 늙은 교관이로다 / 前後風流老敎官

굳이 목지처럼 방탕할 필요는 없겠지만 / 未必牧之空落魄

그대는 곤궁한 선비 꼴을 씻을 만하고말고 / 如君亦可洗儒酸

 

영호루 위에서 그대와 함께 즐겨 마시고 / 映湖樓上共君歡

웃으며 미인 시켜 관을 바로잡게 했었지 / 笑倩佳兒爲整冠

지난 일은 아득히 온통 꿈만 같을 뿐이요 / 往事悠悠渾似夢

백발이라 정흥 또한 이미 쇠잔해져버렸네 / 白頭情興已闌珊

 

향교 한 누각엔 일찍이 기문을 지었고 / 鄕校一樓曾作記

견도 십영의 시도 내가 또한 지었으니 / 甄都十詠又題詩

선생께 알리노니 화답의 시를 꼭 짓게나 / 爲報先生須和得

화답하거든 의당 다시 내게 알려도 주오 / 和來宜復報吾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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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5권 / 시류(詩類)

영친(榮親)하러 고향에 가는 조 박사(曺博士)를 보내다 3수

 

집안 대대로 문장이 자건의 친척이라서 / 家世文章子建親

일찍 급제하여 요직의 길목에 들어섰네 / 早攀蟾桂立通津

구중궁궐로부터 성상의 은혜가 내렸으니 / 九重闕下天恩渙

구경의 당 앞엔 대낮의 비단옷이 산뜻하리 / 具慶堂前晝錦新

남산으로는 축수 올려 백세를 기약하고 / 壽獻南山期百歲

북해의 술자리는 삼춘 시절에 맡기겠지 / 樽開北海屬三春

조정이 펴는 효도의 다스림과 문치 교화로 / 朝廷孝理仍文敎

축하연의 광채가 응당 사람을 경동시키리 / 慶席輝輝也動人

 

한림원의 재사로 문장이 매우 풍부하여 / 鑾坡才子富詞華

경연에서 성상 뫼셔 총애를 흠뻑 입었으니 / 經幄從容被寵嘉

날로 조서를 초하면 문장은 비단결 같고 / 日草白麻文似錦

때로 청리를 임서하면 붓에서 꽃이 피었네 / 時臨靑李筆生花

한밤중 한림원 가는 길엔 금련촉을 켜고 / 夜分歸院燒金燭

새벽의 조참 길엔 옥가 소리를 울리다가 / 曉起趨朝響玉珂

어버이께 잘 가서 성대한 연회를 베풀거든 / 好向庭闈開盛宴

가문의 경사에 악가 소리도 왁자지껄하리 / 門闌佳氣沸笙謌

 

자식이 공명 이루면 부모를 현양해야 하거니 / 爲子功名要顯揚

이번 길에 충과 효 둘 다 광채를 발하겠네 / 此行忠孝兩輝光

어버이 하늘땅 같은 큰 은혜는 이미 갚았는데 / 親恩已報乾坤大

우로처럼 향기론 임금 은총은 깊기도 해라 / 君寵深涵雨露香

남해 백화의 시는 자네가 응당 화답하련만 / 華有什子應和

풍수의 무정함은 나 홀로 상심할 뿐일세 / 風樹無情我獨傷

부모가 다 생존함이 참으로 지극한 낙인데 / 父母俱存眞至樂

태평성대에 감히 봉양할 겨를 없다 말하랴 / 明時敢道不遑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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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5권 / 시류(詩類)

평안도(平安道) 이 관찰사(李觀察使)를 보내다 3수

 

태평한 때 인재 선발은 조정의 계책이라 / 明時選廟謨僉

관찰사에 부윤의 직까지 겸하게 하였네 / 觀察仍敎府尹兼

부속 순시 땐 절로 절월이 응당 빛날 게고 / 按部自能輝節鉞

봄날 순행엔 또한 수레 휘장이 드러나겠지 / 行春亦復露帷襜

기주의 옛 풍속은 그대로 남아 있겠지만 / 箕疇舊俗由來在

소백이 남긴 풍도는 이번 길에 입혀지겠네 / 召伯遺風此去霑

퍽도 좋아라 저리도 번화한 고도에 가면 / 好是故都繁勝地

두 직함 두 인장이 이목을 놀라게 할 걸세 / 兩銜雙印聳觀瞻

 

평안도 한 길에 지금 복성이 강림하여라 / 平安一路福星臨

관찰사가 명 받들어 왕명을 펴러 나가네 / 使相承綸布德音

성상 앞에선 잠시 전석의 총애를 사양하고 / 咫尺暫辭前席寵

지방관으로 먼 데 사람 마음에 보답하려네 / 經營爲答遠人心

북쪽 변새 순선하는 데 계책이 능숙커니 / 巡宣北塞籌謀熟

서도 백성 위무하면 은택도 하 깊을 걸세 / 存撫西都利澤深

내외직에 노고한 걸 성상께서 알고 계시니 / 出入勤勞紆睿想

책훈을 하자면 또한 당대의 으뜸일 걸세 / 策勳知復冠當今

 

소년 시절 평양을 왕래한 일이 기억나네 / 少年來往憶箕都

방탕한 풍류 세상에 나 같은 이 없고말고 / 落魄風流似我無

취하면 미인 시켜 모자 똑바로 씌우게 하고 / 醉倩蛾眉時整帽

한가할 땐 섬섬옥수에게 투호도 시켜봤네 / 閑敎玉手試投壺

맑은 못에 연꽃 피면 붉은 바다 모양이요 / 荷開澄沼紅於海

난간 스친 버들은 연유 빛처럼 파랬었지 / 柳拂雕闌碧似酥

이젠 늙은 만년이라 공연히 꿈만 있을 뿐 / 晩節衰遲空復夢

다시 놀자니 이 백발을 어찌한단 말인가 / 重遊其奈白髭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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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5권 / 시류(詩類)

또 앞의 운을 사용하여 칠휴(七休)에게 부치다

 

기린각을 갖고 낚시터에 비교하지 말게나 / 莫將麟閣較魚磯

기린각은 영예롭지만 시비를 일으키는걸 / 麟閣雖榮惹是非

낚시터에 홀로 앉았으면 세상일 모르나니 / 獨坐於磯塵事少

청산은 원래 조정을 관섭치 않기 때문일세 / 靑山元不管彤闈

 

도화수 벌창하고 여뀌꽃 활짝 핀 낚시터 / 桃花水漲蓼花磯

서글피 강호를 바라보니 심사가 엇갈리네 / 悵望江湖心事非

백구와의 맹세 저버린 게 지금 십 년인데 / 辜負鷗盟今十載

백발로 아직도 조정만 마냥 그리워한다오 / 白頭猶自戀朝闈

 

여생을 낚시터에서 늙는 게 마땅하거늘 / 只合殘年老釣磯

지금껏 이전 과오 못 깨우침 부끄럽구려 / 至今慙不悟前非

후일 내가 벼슬을 사직하고 물러가거든 / 他時我乞餘骸去

그대는 날아올라 성상을 뫼시게 될 걸세 / 君自飛騰侍禁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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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5권 / 시류(詩類)

또 앞의 운을 사용하여 칠휴에게 부치다

 

눈 온 뒤 어촌 낚시터에 달빛 가득하여라 / 雪後漁村月滿磯

산수가 이와 같으니 그림인지 실물인지 / 溪山如此畫耶非

비록 강호의 정취는 실컷 누린다 하여도 / 縱然飽得江湖趣

때때로 님 그리는 마음이야 어찌할쏜가 / 無奈時時戀主闈

 

삿갓 하나 도롱이 하나 낚시터도 하나로다 / 一笠一蓑又一磯

강산은 인간사 옳고 그름이 전혀 없고말고 / 江山無是亦無非

옆 사람을 어부로만 간주하지 말지어다 / 傍人莫作漁翁看

백간 올린 당년엔 조정을 경동시켰다오 / 白簡當年動紫闈

 

갑자기 북풍 불고 낚시터에 눈 내리거든 / 剗地北風雪一磯

옥호 은세계의 경치도 그만은 못할 테니 / 玉壺銀界似還非

급히 계집아이 불러 술 가져다 마시면은 / 急喚小娥供細酌

취중의 호기로 우주도 좁다고 여길 걸세 / 醉中豪氣隘寰闈

 

촌 노인과 상종하여 낚시터를 찾아가거든 / 野老相從過石磯

풍류는 비록 좋지만 친구만이야 하겠나 / 風流雖勝故人非

중승 시절 지난 일을 그대는 기억하는가 / 中丞往事君能記

주령이 한창 엄격해 과거장서도 취했었지 / 酒令方嚴醉棘闈

옛날 내가 외람되이 시석(試席)을 주관할 적에 그대는 집의(執義)로 있으면서 또한 시석에 참여했는데, 당시 주령(酒令)이 한창 엄격하여 내 꾀에 빠져서 날마다 복주(福酒)를 마셨었다.

 

백구 나는 낚시터로 돌아갈 맘 굴뚝 같아라 / 歸心無日不鷗磯

백발에 공명 이룰 계획이야 이미 글렀지만 / 白首功名計已非

육대 동안 경연에서 받은 은총 그지없거니 / 六代經帷恩寵極

돌아간들 대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있으랴 / 縱歸能不念宸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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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6권 / 시류(詩類)

화초비금도(花草飛禽圖) 10수

 

두견새가 배꽃 핀 달밤에 울다〔鵑啼梨月〕

눈빛 같은 배꽃은 한창 가지에 찬란한데 / 梨花如雪最繁枝

휘영청 밝은 달빛이 또 한 가지 기사로다 / 月色溶溶又一奇

촉제의 넋은 밤새도록 목메게 울어대라 / 蜀魄通宵聲欲裂

누구를 위하여 피를 토하며 슬피 우는고 / 不知啼血爲誰悲

 

꾀꼬리가 버드나무 바람에 울다〔鶯囀柳風〕

누가 황금을 녹여서 버들 둑을 물들였는지 / 誰鑄黃金染柳堤

바람에 간들간들 춤추는 허리 가지런해라 / 因風裊裊舞腰齊

향기는 풍기지 않고 가지 그늘은 고요한데 / 香塵不動春陰靜

꾀꼬리가 저 홀로 울도록 남겨두었네 / 留與閑鶯自在啼

 

해당화가 자고새를 맞이하다〔棠迎鷓鴣〕

솔솔 부는 갠 바람에 해당 광채 둥둥 떠라 / 嫋嫋光風泛海棠

어떤 사람이 향기가 없다고 잘못 알았던고 / 何人錯認是無香

자고새가 울면서 꽃 끝을 흔들고 지나가매 / 鷓鴣啼拂花梢過

홍설이 분분하게 쏟아져 걷잡을 수가 없네 / 紅雪紛紛勢更狂

 

대숲에 비취새가 숨다〔竹藏翡翠〕

새파란 만 그루 대나무 깨끗하고 침침해라 / 萬竿蒼碧淨沈沈

사락사락 맑은 소리가 그늘진 땅을 말아가네 / 玉篩金捲地陰

반가워라 어디선가 날아온 비취새 한 쌍은 / 喜見飛來雙翠鳥

한가로이 지저대어 맑은 소리를 보내오누나 / 閑調巧舌送淸音

 

까치가 포도를 쪼다〔鵲啄葡萄〕

시렁 가득 용수를 넘어진 쪽쪽 붙들어 올려 / 滿架龍鬚倒復扶

가지에 줄줄이 매달린 여주를 때로 보겠네 / 壓枝時見綴驪珠

노여워라 탐 많은 까치는 아무 생각 없이 / 堪嗔饞鵲無情思

우리 집의 하얀 낙노를 다 쪼아 먹는구나 / 啄盡吾家雪酪奴

 

제비가 파초를 치고 날다〔燕掠芭蕉〕

한 종류의 파초가 봉미는 가지런하고 / 一種芭蕉鳳尾齊

향기론 줄기 연한 잎은 깨끗하기만 한데 / 香莖嫩葉淨無泥

예쁘기도 해라 제비는 서로 재잘거리며 / 可憐燕子丁寧語

자주자주 한가로이 동서로 나는구나 / 故故閑飛東復西

 

살구나무 마을의 비둘기〔杏塢錦鴿

적은 비가 막 개고 나자 빨간 살구꽃이 / 小雨初開紅杏花

동풍 아래 가장 먼저 번화함 차지했는데 / 東風第一占繁華

비둘기 금방울 소리는 듣기도 좋거니와 / 喜聞錦鴿金鈴響

고운 등은 선명하고 흰 꼬리는 비껴 있네 / 繡背鮮明粉翹斜

 

연못의 고운 오리〔蓮塘繡鴨〕

푸른 잎 붉은 꽃은 푸른 물결에 그늘졌는데 / 翠蓋紅粧蔭碧漣

한 쌍의 고운 오리는 비단으로 띠를 이뤘네 / 一雙花鴨錦成鈿

강호의 주살이 어찌 관섭한 적 있으리오 / 江湖繒何曾管

잔디밭에 앉아서 한가히 졸기도 하는걸 / 閑倚晴莎穩作眠

 

갈매기가 붉은 여뀌꽃 아래 졸다〔鷗眠紅蓼〕

깊은 가을 물가에 여뀌꽃이 한창 붉은데 / 深秋水國蓼花明

한가로운 갈매기는 안 놀라고 졸기만 하네 / 無事閑鷗睡不驚

이 그림 보자마자 되레 스스로 부끄러워라 / 一見畫圖還自愧

십 년 동안을 이미 이전 맹세 저버렸구려 / 十年今已負前盟

 

기러기가 흰 갈대꽃을 헤쳐 날다〔鴈拂白蘆〕

갈대가 서리를 맞아 백설 같은 꽃 피울 제 / 蘆葦迎霜白雪花

기럭이 나직이 헤쳐 날아 그림자 삐딱하네 / 鴈飛低拂影斜斜

갑자기 내 강 남쪽 흥취를 산란케 하누나 / 忽然攪我江南興

내 집이 강 남쪽 하늘 한쪽 가에 있고말고 / 家在江南天一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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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6권 / 시류(詩類)

화수주수도(花樹走獸圖) 10수

 

봄 화초 밑에서 조는 사향노루〔春芳眠麝〕

비 온 뒤의 봄풀이 막 푸른빛 가지런할 제 / 雨餘春草碧初齊

사향노루는 절로 한가해 편안히 조는구나 / 麝自安閑睡不迷

여기저기 그물 친 곳을 함부로 가지 말라 / 莫向網羅多處去

예부터 화를 부른 게 향기론 배꼽이었으니 / 由來買禍爲香臍

 

한낮 꽃 밑에서 조는 고양이〔午花睡猫〕

아득한 봄 하늘 흐리고 낮 그림자 더딜 제 / 漠漠春陰午景遲

화려한 모란꽃 밑에서 고양이가 조는구나 / 牧丹花下睡猫兒

누가 알랴 고양이 눈엔 신통한 법칙 있어 / 誰知眼孔神通法

천지간의 열두 시각을 능히 분변하는 걸 / 能辨乾坤十二時

 

원숭이가 나무에 걸쳐 있다〔寒猿掛樹〕

들쭉날쭉한 고목들은 구름 위로 솟았는데 / 老樹槎牙雲與齊

단원은 쓸데없이 나무를 타고 올라가서 / 斷猿閑事費攀躋

어찌하여 외로운 협객이 상심하는 곳에서 / 如何峽客傷心處

달 지고 밤 깊을 제 또 괴로이 울어대는고 / 月落更深更苦啼

 

교활한 토끼가 숲 속에 숨다〔狡兎藏林〕

중산의 뛰어난 종자로는 준을 말하는데 / 中山奇種說良

교활한 성질은 예부터 길들일 수 없었지 / 狡性由來不可馴

가는 곳마다 그물 설치한 걸 익히 알기에 / 到處置罦機已熟

응당 숲 속에 몸 숨길 줄을 잘 알고말고 / 也宜林下解藏身

 

밤나무 끝에 나는 족제비〔栗梢飛鼬〕

팔월이라 산성에 밤톨이 통통 살찌거든 / 八月山城栗子肥

족제비가 나는 것보다 빠르게 뛰오르네 / 鼬兒騰躍疾於飛

아침 셋 저녁 넷이 네게 무슨 상관이랴 / 朝三暮四渠何管

수없이 훔쳐 가서 따 갈 것 별로 없구나 / 無數偸來摘得稀

 

연방 속의 약은 쥐〔蓮房黠鼠〕

가을 이후의 연방은 흡사 봉방 같고요 / 蓮房秋後似蜂房

진귀한 연밥은 그 맛 또한 향기로운데 / 玉子瓊肌味亦香

그 어떤 쥐새끼가 제 구복을 채우려고 / 何物鼠雛營口腹

시든 연잎 깊은 곳에 간사히 날뛰느뇨 / 敗荷深處詐跳梁

 

대나무 뿌리를 먹는 쥐〔竹根兒〕

대 뿌리는 달리는 용처럼 죽죽 뻗었는데 / 竹根閑迸走如龍

대 뿌리 맛나게 먹는 쥐를 때로 보겠네 / 時見兒態味濃

허리 배는 어이해 항아리보다 크단 말가 / 腰腹如何大於甕

위천 천 묘의 대를 가슴속에 채웠구나 / 渭濱千畝滿心胷

 

송령의 원숭이〔松嶺胡孫〕

송만의 푸른 솔이 우뚝한 등성이에 섰는데 / 松巒蒼翠倚

누가 호손을 보내서 경쾌히 오르게 했는고 / 誰遣胡孫自快登

조급한 성질은 이미 천성에 부응했거늘 / 躁性已應天所賦

어이해 유주의 증오는 없애질 못했던고 / 如何不博柳州憎

 

소의 등으로 나무를 건드리다〔牛背撼樹〕

나무 그늘 침침하고 푸른빛은 자르르한데 / 陰陰樹翠如流

어디서 왔는지 한 마리 해우는 크기도 해라 / 何許魁然一海牛

장하다 가려운 곳 비벼서 나무를 흔드는 게 / 壯爾摩痒能撼樹

어찌 개미 같은 약한 힘으로 해낼 수 있으랴 / 何曾弱力似蚍蜉

 

영양의 뿔로 나뭇가지를 들이받다〔羚角觸枝〕

너의 집의 주부를 장수라 호칭하는데 / 渠家主簿號長鬚

특별한 산령은 골격이 아주 다르구나 / 別樣山羚骨格殊

뿔이 있어 그것만 세상에 쓰일 뿐이요 / 有角只堪爲世用

사람이 먹기 좋은 살진 고기는 없구나 / 更無肥肉合庖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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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6권 / 시류(詩類)

황해도 박 감사(朴監司) 계성(繼性) 를 보내다 3수

 

관찰사는 옛날의 방백인데 / 觀察古方伯

조정 의논으로 그대를 선발했네 / 選君廷議僉

미원에선 명성 이미 드러났으니 / 薇垣名已著

당사에선 덕화를 응당 입힐 걸세 / 棠舍化應霑

여섯 고삐 쥐고 두루 자문할 텐데 / 六轡詢咨遍

두 부절 가져 절제도 겸하였네 / 雙符節制兼

의당 불일간에 징청을 이루거든 / 澄淸當不日

서해 또한 파도가 잠잠해지겠지 / 西海亦波恬

 

대궐에서 부절을 막 내리고 나자 / 九重初授節

한 길에 복성이 밝게 빛나는구나 / 一路福星明

출척하는 덴 공론이 격렬할 게고 / 黜陟爭公論

정치 명성에 칭송은 자자할 걸세 / 謳謌藹政聲

평소의 뜻을 능히 이루겠거니와 / 端能酬素志

창생에게도 보답할 수 있고말고 / 亦可蒼生

포양의 조서로 불러들이는 날엔 / 褒詔徵還日

응당 성상의 은총을 흠뻑 입으리 / 知應荷寵榮

 

서관에 해가 저물어가니 / 西關將歲暮

북녘의 눈은 산천을 뒤덮었으리 / 北雪遍山川

이별하는 마음은 오늘 상하지만 / 離別傷今日

교유하던 일은 거년이 생각나네 / 交遊憶去年

거울 보니 모두 다 늙었는지라 / 攬銅俱老矣

술잔 잡고 문득 망연자실하누나 / 把酒却茫然

다만 상사의 글자가 있어 / 只有相思字

때때로 자세히 전할 뿐이로세 / 時時仔細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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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6권 / 시류(詩類)

손칠휴(孫七休)의 영설시운(詠雪詩韻)에 차하다 5수

 

산 집의 눈 덮인 사립은 열지도 않은 채 / 雪擁山扃莫遣開

한가로이 소첩 시켜 술을 따르게 하네 / 閑敎小妾穩斟杯

반쯤 취해 대낮이 되도록 누워 있어라 / 半醉高臥三竿日

조참에 나가지 않은 나그네가 우습구려 / 笑殺朝參客未回

 

눈 속에 어른어른한 눈은 환하게 트이고 / 雪裏玄花眩眼開

말발굽은 가는 곳마다 은잔을 흩는구나 / 馬蹄隨處散銀杯

이런 때엔 나도 그대를 찾아가고 싶지만 / 此時我欲相尋去

산음의 흥취 다해 되돌아올까 두렵구려 / 却怕山陰興盡回

 

어젯밤에 매화가 눈을 시샘하여 피더니 / 昨夜梅花妬雪開

암향 소영의 찬 기운이 술잔에 가득하네 / 暗香疎影冷涵杯

십 년 동안 서호의 흥취를 헛되이 저버리고 / 十年辜負西湖興

일어나 매화 곁으로 몇 번이나 가보았던고 / 起傍梅花復幾回

 

막 술 익어 거품 일자 항아리 뚜껑을 열고 / 浮蛆初潑甕頭開

화로 앞에 앉아서 술잔 따뜻이 데워 마시네 / 坐對紅爐煖酒杯

때로는 같은 이웃의 이 학사를 초청하면 / 爲喚同隣李學士

남여 타고 왔다가 취하여 부축도 해 간다오 / 籃輿時復醉扶回

 

언 입으로 시 읊자면 입도 잘 안 벌어지는데 / 凍口吟詩噤不開

어떤 사람은 눈을 마주해 깊은 술잔 마시는고 / 何人對雪愎深杯

어느 집에서 고아주를 빚을 줄 아는지 원 / 誰家解釀羔兒酒

이만회 같은 술꾼은 여기도 없지 않건만 / 善飮能無李萬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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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6권 / 시류(詩類)

무령(武靈)이 부친 시에 차운하다 3수

 

해 저문 호남 땅의 그대가 몹시 생각나서 / 歲暮湖南苦憶君

눈보라를 따라 생각이 산란하기 그지없네 / 思隨飛雪亂紛紛

한가로이 어조와 친함은 오늘의 흥취요 / 閑占魚鳥當年興

공신록에 책록된 건 예전의 공훈이로다 / 曾策麒麟舊日勳

몸 밖의 허명은 지나가는 새처럼 덧없고 / 身外名如過鳥

눈앞의 시사는 흡사 뜬구름만 같구려 / 眼中時事似浮雲

그대는 문장의 저술이 지금 하 많으니 / 文章著述今多少

응당 가문의 명성 있어 유문을 이을 걸세 / 應有家聲續柳文

 

대대로 전해온 별장은 봉군보다도 나은데 / 靑別墅勝封君

세상일 모르는 깊숙한 거처가 또한 좋네 / 更愛幽居遠世紛

이미 취할 때마다 주덕은 칭송했거니와 / 已向醉時頌酒德

또한 시가 교묘한 곳엔 시훈도 세우겠지 / 却於工處策詩勳

논설 저술이 유향 같단 걸 진작 들었노니 / 曾聞著說同劉向

굳이 자운처럼 조롱을 해명할 것 없고말고 / 不必解嘲學子雲

오늘은 동문 나가 남해 가까이 가 있으니 / 當日東門近南海

그대는 또한 응당 악어문도 지어낼 테지 / 也應賦得鰐魚文

 

이 마음은 결코 천군을 저버리지 않건만 / 此心端不負天君

가소로운 건 지금껏 백분을 한탄함일세 / 自笑如今嘆白紛

조정의 빈자리 채움은 분에 넘쳐 부끄럽고 / 承乏巖廊慙不分

공신 책록도 입었지만 무슨 공이 있었으랴 / 叨參盟府復何勳

영운의 등산 나막신이나 한가히 생각하고 / 閑思靈運登山屐

도잠의 산 나온 구름이나 조용히 사랑하네 / 靜愛陶潛出峀雲

두보 노인은 으레 이백만 생각하거니 / 杜老尋常憶李白

한 동이 술로 언제나 조용히 글을 논할꼬 / 一樽何日細論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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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6권 / 시류(詩類)

눈 내리는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여 짓다 3수

 

늙고 병든 연래엔 잠을 이루지 못하여 / 老病年來睡不能

이불 쓰고 앉았자니 외로운 중의 꼴일세 / 擁衾扶坐一孤僧

한밤중 창밖의 눈빛이 낮보다 밝아서 / 夜窓雪色明於晝

일어나 매화를 찾자니 등불은 침침해라 / 起訪寒梅暗小燈

 

재주와 명성은 백에 하나도 능한 게 없어 / 才名於百一無能

우활하기가 참으로 죽반승과 흡사하네 / 迂闊眞同粥飯僧

눈에 어른어른한 것도 닦아내지 못한 채 / 遮眼昏花揩不得

십 년 동안 쓸쓸한 등잔 아래 글만 읽노라 / 十年牢落讀書燈

 

시는 조그만 기예지만 늙어서는 못하는데 / 詩雖短技老無能

민둥머리 중 같은 낡은 붓만 산처럼 쌓였네 / 敗筆如山禿似僧

다만 기나긴 밤에 풍류 어린 흥취가 있어 / 只有夜長風味在

아이 불러 등불 켜고 술 가져오게 하노라 / 呼兒呼酒更呼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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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6권 / 시류(詩類)

미원연회도(薇垣讌會圖)에 제(題)하다 4수

 

성주께서 흉금 비우고 언로를 활짝 열어 / 聖主襟言路開

간관은 반드시 인재를 얻어 임명했으니 / 諫官要必得人才

제군은 모두가 옛 조정의 호걸들이라 / 諸君盡是舊朝傑

강개한 모습에 천둥 같은 바람이 이네 / 慷慨風生疾似雷

 

어찌 양 사간의 이름을 이을 이가 없으랴 / 豈無名繼陽司諫

절로 두 습유의 시를 전할 만한 이도 있네 / 自有詩傳杜拾遺

근래엔 분초와 봉사 올리는 일이 드물어 / 焚草邇來封事少

다만 술자리 열고 태평을 즐길 뿐이로다 / 只將樽酒樂淸時

 

열 길 오동 대울타리 안에 우리 함께 지내며 / 尋梧埤竹共淸暉

뜨락에 홍약 번득일 제 자미를 마주했었지 / 紅藥翻階對紫薇

그 당시 대부가 지금은 백발이 되었는지라 / 當日大夫今白首

그림 한 번 펼쳐 보니 생각이 그리워지누나 / 披圖一見思依依

 

삼십 년 전 사간원 재직 시의 일을 생각하니 / 往事薇垣三十年

춘풍에 취해 넘어진 게 꿈속에 여전하여라 / 春風醉倒夢依然

한 글자도 세상에 도움 못 된 게 부끄럽네 / 慙無一字於時補

성가가 이제는 일전 가치도 안 되다마다 / 聲價如今不直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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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6권 / 시류(詩類)

안주(安州)로 부임하는 조카 이 판관(李判官)을 보내다 4수

 

먼 고을 판관 되어 나가는 네가 가련해라 / 憐汝遠州作判官

만년엔 친척을 이별하는 일도 어렵구나 / 殘年親戚別離難

내가 너를 떠나보내는 뜻이 무궁하거니 / 以吾別汝無窮意

네가 나를 하직하는 뜻도 응당 무궁하겠지 / 知汝辭吾意未闌

 

네가 네 아자비 본디 오활함을 아다시피 / 汝知乃叔本迂闊

네 아자비는 한마디 말도 줄 게 없구나 / 乃叔知無贈一言

평생에 얻은 거라고는 여섯 글자뿐이니 / 所得平生只六字

공과 염과 정과 직과 청과 근이 그거란다 / 公廉正直且淸勤

 

김 목사와는 세의가 있어 서로 절친하거니 / 金牧通家是切親

너를 정중히 대하여 진정을 보일 것이다 / 丁寧待汝示情眞

만일 내가 지금 무슨 일 하는가를 묻거든 / 若能問我今何事

서로 사모하다 백발이 됐다고 말해 주거라 / 爲說相思白髮新

 

선군께서 남긴 선정이 지금까지 전하는데 / 先君遺政至今傳

회상해 보니 오십육 년 전의 일이로구나 / 回首五十有六年

네가 가문의 명성 안 떨어뜨리길 바라노니 / 願汝家聲期不墜

우리 집은 청백이 바로 세전지물이란다 / 我家淸白是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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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6권 / 시류(詩類)

운산군(雲山君)이 소장한 춘산도(春山圖)에 제하다

 

호두는 이미 떠나고 용면도 있지 않아서 / 虎頭已逝龍眠非

화가의 오묘한 법칙 전한 이가 드물거늘 / 畫家妙法傳者稀

어떤 이가 두 다리 뻗고 이 그림을 그렸나 / 何人盤畫此圖

아환 한 폭에 광휘가 넘쳐흐르는구려 / 鵝紈一幅生光輝

청산의 원근은 묽고 진한 색채가 구별되고 / 靑山遠近淡又濃

옥처럼 우뚝 선 것은 바로 부용봉인데 / 亭亭玉立芙蓉峯

물 남쪽 북쪽의 일만 그루 꽃나무들이 / 水南水北花萬樹

한때에 두루 피어 붉은 꽃이 찬란한지라 / 一時開遍紅鬆

처음 보고는 잠시 행원인가 의심했다가 / 初看乍疑是杏園

다시 보니 도원을 옮겨놨나 얼떨떨해지네 / 更見恍惚移桃源

압록강 가에는 노란 버들 싹이 터 나오고 / 鴨綠水邊鵝黃柳

용 같은 노송 잎새는 구름처럼 빽빽하네 / 松老如龍□似雲

거대한 층층 누각은 서로 높고 낮고 하여 / 層樓傑閣互高低

산의 동서쪽에 단청 빛은 찬란도 하여라 / 金碧照耀山東西

화려한 발과 주렴엔 산호 갈고리가 달렸고 / 珠簾繡箔珊瑚鉤

비단 휘장은 높은 구름에 걸려 있는데 / 錦靑雲梯

푸른 깁 창 붉은 대문 집 열두 난간에선 / 綠窓朱戶十二闌

사향의 짙은 향내가 봄추위를 물리칠 제 / 氤氳香麝排春寒

금동이의 좋은 술을 한번 따라 마시면서 / 金樽試酌紫霞酒

기둥 기대 꽃구경하니 갠 낮은 한가로워라 / 倚柱賞花淸晝閑

어느 집 소년인지 놀러 다니는 풍류랑은 / 誰家少年遊冶郞

좋은 말 타고 한가히 봄 경치를 완상하고 / 閑細馬遊尋芳

검은 모자에 큰 가죽신 신은 이는 누군지 / 烏帽大靴是誰子

제멋대로 잔디 밟기를 서로 함께하누나 / 隨意踏靑聊相將

어느 산 옛 절은 절벽 위에 걸쳐 있는데 / 何山古寺架層巖

이곳 술집 마을엔 주막 깃발이 펄럭이네 / 是處酒村搖靑

물새들은 떼 지어 날아 눈빛보다 하얗고 / 沙鳥飛白於雪

강 남쪽 하늘은 넓고 물은 멀기만 하구나 / 天長水遠江之南

아 이 그림은 정말 둘도 없이 아름다우니 / 嗚呼此畫美無敵

그대의 높은 집 흰 바람벽에 걸어놓으면 / 掛君高堂之素壁

꽃은 항상 지지 않고 봄은 가지 않으며 / 花不落兮春不老

봄은 다시 봄이요 즐거움은 또 즐거울 걸세 / 春復春兮樂復樂

풍류 고상한 공자는 문아하기도 하여 / 風流公子更文雅

꽃 사랑도 시 사랑도 못하는 것이 없어 / 愛花愛詩無不可

일전에 시를 구하는 뜻 내게 전해 왔는데 / 日者求詩寄我來

내 또한 옛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 知我亦是好古者

그러나 나는 두자미 같은 시성이 아니라서 / 雖然我非詩聖杜子美

오송의 반강수를 써서 읊을 재능이 없거니 / 無才題詠吳松半江水

어찌하면 왕유 같은 삼매의 수단을 얻어서 / 安得三昧手段如王維

시 속에 그림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게 할꼬 / 詩中有畫畫中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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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6권 / 시류(詩類)

김자고(金子固) 댁에서 홍백매(紅白梅)를 읊다 5수

 

그대 집엔 붉고 흰 두 가지 매화가 있어 / 君家紅白兩般梅

섣달 눈 속에 핀 꽃이 이른 봄까지 남아 있네 / 春早猶仍臘雪開

유난히 맑고 기이함에 일단의 흥취 일어 / 別樣淸奇一段興

봄 꽃잎을 따다가 금술잔에 띄워 마시네 / 摘將春蕊浸金杯

자고가 매화를 술잔에 띄워 마시는데, 그 향기가 또한 사랑스러웠다.

 

빙설처럼 깨끗한 자태에 달 같은 정신이라 / 氷姿雪骨月精神

한방에서 의연히 미인을 마주한 것 같네 / 一室依然對玉人

지극한 도는 예로부터 보면 아는 것이라 / 至道由來存目擊

말을 하지 않아도 뜻은 도리어 진실하구려 / 看看不語意還眞

이상은 백매(白梅)를 읊은 것이다.

 

철석 같은 심장에 티끌 하나 묻지 않은 채 / 鐵石心腸不受埃

우연히 붉은 꽃망울 피우기를 배우는구나 / 偶然試學小紅開

옆 사람은 복사꽃으로 비유하지 말지어다 / 傍人莫把桃花比

비유하자마자 매화를 속되게 하고 말 테니 / 纔比桃花俗了梅

이상은 홍매(紅梅)를 읊은 것이다.

 

그대는 지금 시주의 대가가 되었거니 / 詩酒君今作大家

차마 시주로써 매화를 저버릴 수 있으랴 / 忍敎詩酒負梅花

매화도 또한 시주를 저버리지 않아서 / 梅花亦不負詩酒

취해 읊는 자리에 맑은 향 갑절로 보내네 / 倍送淸香入醉哦

 

매화의 깨끗한 지조는 참으로 흔치 않아서 / 梅花淸節苦無多

뭇 꽃들과 화려함 따위는 겨루지 않는데 / 不向芳鬪麗華

내 또한 평생에 마음이 담박한 사람이라 / 我亦平生淡泊者

매양 심사를 가지고 매화에게 하소연하네 / 每將心事訴梅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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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6권 / 시류(詩類)

전라도 이 도사(李都事)를 보내다 3수

 

조서를 받들어 대궐을 하직하고 / 承綸辭闕北

막부의 보좌 되어 호남엘 가누나 / 佐幕向湖南

종사는 홀로 어질어 수고롭지만 / 從事賢勞獨

참모는 중론에 따라 선발했다네 / 參謀選僉

징청의 재주를 펼 수가 있고말고 / 澄淸才可展

순방하면 덕화도 널리 미칠 걸세 / 巡訪化應覃

알리노니 부름 받고 돌아온 뒤엔 / 爲報徵還後

감당나무를 몇 군데나 남겨 둘런가 / 棠留幾處甘

 

재명은 지금 세상에 제일이고요 / 才名今第一

문아함은 예전부터 둘도 없었네 / 文雅古無雙

문서는 청옥안의 시구이고 / 靑玉文書案

벽유당은 막부의 수레로다 / 碧油幕府幢

순천의 연자루와 남원의 오수역 / 燕樓且獒樹

남원의 순포와 광양의 섬진강이 / 鶉浦又蟾江

예부터 화려한 풍류의 고장이니 / 佳麗風流地

시를 쓰거든 큰 문장이 나올 걸세 / 題詩筆似杠

 

서도에서는 고죽을 일컫거니와 / 西道稱孤竹

남주에서는 벽오를 말들 한다네 / 南州說碧梧

인정은 서로 깊고 얕음이 있지만 / 人情有深淺

풍물 경색은 세상에 없는 곳이라 / 物態曾有無

직무 외에 응당 겨를이 많을 테니 / 簿領應多暇

술잔 들고 스스로 즐길 만할 걸세 / 杯樽自可娛

강산이 가는 곳마다 명승지거니 / 江山隨處勝

그 어느 땅이 이른바 소항이던고 / 何地是杭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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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6권 / 시류(詩類)

영천경(永川卿)의 그림에 제(題)하다 8수

 

사호가 바둑을 두다〔四皓圍碁〕

세상과 명성을 둘 다 이미 도피하고서 / 於世於名已兩逃

한가히 바둑판 대해 바둑만 딱딱 두었네 / 閑圍一局子頻敲

이 가운데 묘수를 아는 이 아무도 없었지 / 此中妙手無人識

유씨 편안히 할 한 고수가 곧 나올 텐데 / 會有安劉一着高

 

이백이 달에게 묻다〔李白問月〕

침향정 북쪽에 모란의 향기 진동할 적엔 / 沈香亭北牧丹香

청평조 당장 지으매 광염이 만 길이었고 / 立賦淸平光

때로는 술잔 들어 달에게 묻기도 했으니 / 時復擧杯問明月

달도 응당 내가 미친 적선인 줄 알았으리 / 月應知我謫仙狂

 

한유의 남관 길〔韓愈藍關〕

진의 구름 남관 눈에 산천은 그 얼마던고 / 秦雲藍雪幾山川

여기서 조주까지는 길이 하마 팔천 리였지 / 此去潮州路八千

불골표 한 봉장에 우주가 떠들썩했거늘 / 佛表一封喧宇宙

옷은 왜 진중히도 태전에게 남겨줬었나 / 衣胡珍重爲留顚

 

공명의 초려〔孔明草廬〕

유가의 비분강개한 대이아가 있었으니 / 慷慨劉家大耳兒

천하를 셋으로 나눠 중흥하던 때로다 / 三分天下中興時

용이 남양으로 좇아 일어난 이후로는 / 自從龍起南陽後

뚜렷한 충성으로 출사를 두 번 하였네 / 歷歷忠誠再出師

 

호계에서 셋이 웃다〔虎溪三笑〕

여산 밖을 나가지 않은 지가 삼십 년인데 / 不出廬山三十秋

어찌하여 호계의 머리를 지나버렸던고 / 如何來過虎溪頭

늙은 유자들과 만나 세 사람이 함께 웃어 / 相逢儒老成三笑

산문의 훌륭한 일 천고에 남기었구려 / 千古山門勝事留

 

모보가 거북을 놓아주다〔毛寶放龜〕

당일에 모랑이 거북을 놓아줌에 대하여 / 當日毛郞解放龜

음공은 이미 강을 건너던 때에 갚았도다 / 陰功已報渡江時

어여뻐라 미물도 은덕을 갚을 줄 알거니 / 可憐微物能酬德

사람치고 배은망덕을 해서야 되겠는가 / 可以人而背德爲

 

섬계 눈 속의 배〔剡溪雪船〕

하룻밤 산음의 눈 속에 한 거룻배를 타고 / 一夜山陰雪一舟

섬계에 가던 흥취는 정히 그지없었는데 / 剡溪歸興正悠悠

우연히 흥겨웠다가 흥취 다해 돌아오니 / 偶然乘興興盡返

천지 중간에 이 또한 훌륭한 놀이였도다 / 天地中間亦勝遊

 

여산의 폭포〔廬山瀑布〕

공중에 매달린 폭포는 그 몇 천 층이었던고 / 懸空飛瀑幾千層

구슬을 내뿜는 듯 눈발이 날린 듯했으리 / 噴玉跳珠雪欲騰

지금 그림을 보니 되레 스스로 우스워라 / 今見畫圖還自笑

악시는 내 또한 서응과 똑같으니 말일세 / 惡詩吾亦似徐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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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6권 / 시류(詩類)

선산(善山)으로 성묘하러 가는 이옥여(李玉如)를 보내다 5수

 

이월이라 동풍이 그지없이 불어 대더니 / 二月東風抵死吹

길가의 수양버들은 금실을 꼬는 듯하네 / 陌頭楊柳撚金絲

자넨 지금 가는 흥취가 죽보다 진하련만 / 君今歸興濃於粥

나도 가고 싶은데 되레 이별을 어찌할꼬 / 我政思歸奈別何

 

월강은 막 벌창하여 푸른 물결이 일 게고 / 月江新漲碧生鱗

앵무주 앞에는 방초의 봄이 화창하리니 / 鸚鵡洲前芳草春

붉은 여지 노란 파초로 성묘하고 나서는 / 丹黃蕉上

응당 야외의 술잔 순서도 없이 마시겠지 / 知應野酌亂無巡

 

월파정 밑에는 자네의 은거지가 있기에 / 月波亭下子菟裘

내왕하는 풍류가 일찍이 멎은 적 없었지 / 來往風流未罷休

나는 금호를 생각하면서도 가질 못하니 / 我憶琴湖歸不得

그대를 보내매 다시 생각이 아득해지네 / 送君時復思悠悠

 

내 예전에 해마다 영남 쪽을 다닐 적에는 / 憶昔頻年嶺外行

어느 누대인들 시 읊지 않은 곳 있던가만 / 樓臺何處不詩成

이젠 노쇠하여 남유의 흥취도 이미 줄고 / 衰遲已減南遊興

머리는 온통 백발에 넓적다리 살만 쪘다네 / 白髮渾頭髀肉生

 

봉황 토하는 문장은 말에 기댄 재주거니 / 吐鳳詞華倚馬才

금낭엔 몇 편의 시나 거두어 담을런고 / 錦囊收得幾篇來

밝은 달밤 살구꽃 아래서 연각연을 열거든 / 明月杏花軟脚

그대의 좋은 시구 읽고 취하여 술잔 권하리 / 讀君佳句醉傳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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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6권 / 시류(詩類)

제랑답청도(諸郞踏靑圖)에 제(題)하다 3수

 

복사꽃은 유약하고 살구꽃은 요염하여라 / 桃花癡小杏花憨

정히 청명 시절 삼월 삼짇날을 만났으니 / 政値淸明三月三

아마도 답청하며 행락하는 곳은 / 想得踏靑行樂處

종남산 동편 한성의 남쪽이겠지 / 終山東畔鳳城南

 

난정은 먼 옛일이요 곡강도 아득하여라 / 蘭亭已遠曲江非

인물이나 풍류도 역시 한때일 뿐이로다 / 人物風流又一時

두보 같은 시 읊조릴 사람이 응당 있거니 / 自有題詩如杜甫

왕희지 같은 글씨 쓸 사람인들 없을쏜가 / 可無落筆似羲之

 

이러한 좋은 때를 저버려선 안 되고말고 / 如此良辰不可辜

크게 취해 돌아올 땐 남의 부축도 받아야지 / 歸來大醉倩人扶

훌륭한 놀이 또한 태평성대의 일이거니 / 勝遊亦是升平事

제군이 계음하는 그림이 참 보기 좋구려 / 喜見諸君稧飮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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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6권 / 시류(詩類)

일찍이 학사 조맹부(趙孟頫)가 쓴 적벽부(赤壁賦)의 글씨를 사용하여 절구 16수를 짓고 단병(短屛) 두 개를 만들어 진주(晉州)에서 판각을 했는데 중간에 혹 얻기도 하고 혹 잃어버리기도 하여, 또 원주(原州)ㆍ청주(淸州)ㆍ평양(平壤)ㆍ함흥(咸興)에서 중간(重刊)을 했으나 그중 구절이 바뀌거나 착오가 생긴 곳이 꽤 있었다. 그런데 지금 다행히 원본(元本)을 얻어 가고(家藁)에 기록한다. 그러나 이것 또한 한두 군데 의심스러운 곳이 있지만 우선 그대로 두는 바이다.

 

세상에 뛰어난 천인으로 응당 자부했고 / 自倚天人蓋世雄

깃발은 천 리 멀리 긴 하늘을 뒤덮었으니 / 旌旗千里蔽長空

뉘 알았으랴 끝내 주랑에게 곤경을 당해 / 不知終坐周郞困

초동목수의 한바탕 웃음에 부쳐질 줄을 / 寄與漁樵一笑中

 

난릉의 좋은 술은 한 말 값이 만 전인데 / 蘭陵美酒斗十千

얌전한 미인들이 노래하고 춤을 추도다 / 美人窈窕謌舞之

풍류가 다하지 않아서 손은 배회하는데 / 風流未盡客徘徊

까막까치는 날고 별은 드물기만 해라 / 烏鵲飛飛星斗稀

 

살살 부는 가을바람에 물결 절로 이는데 / 嫋嫋秋風水自波

뱃전 두드리며 만사 제치고 술만 마셔라 / 扣舷唯有飮無何

표연히 만 리 밖의 강동 흥취에 들떠서 / 飄然萬里江東興

홀로 목란 노 기대어 달 아래 노래하네 / 獨倚蘭月下謌

 

오강의 강어귀엔 술 깃발이 펄럭이는데 / 烏江江口酒旗風

아득한 곳 홀로 섰자니 흥취가 무궁하네 / 獨立蒼茫興不窮

천 리 만 리 형오 지방을 한번 바라보니 / 一望荊吳千萬里

산빛 물빛은 아득해라 있는 듯 없는 듯 / 山光水色有無中

 

만 리의 맑은 강물은 하늘과 맞닿았는데 / 萬里淸江接上空

일엽편주가 거센 바람 몰아 둥둥 떠가네 / 扁舟一葉駕長風

나그네는 배회하며 흥취가 끊임없어라 / 客子徘徊無盡興

달 밝은 가운데 퉁소 소리가 울려 퍼지네 / 洞簫聲在月明中

 

가을 이슬 내리고 달빛은 물결 같아라 / 秋空白露月如波

홀로 마시는 나그네 흥취가 그 어떠할꼬 / 客興其於獨酌何

산 아래 긴 강물은 끊임없이 흐르는데 / 山下長江流不盡

바람 불자 고깃배의 뱃노래가 들려오네 / 風吹漁棹一聲謌

 

세상사의 성쇠 변화는 응당 공허한 거라 / 世上消盈也是

강남의 풍월만이 나를 외롭지 않게 하네 / 江南風月不孤余

푸르른 절벽 위에 먼 하늘은 저물었는데 / 蒼蒼絶壁長天暮

둥둥 뜬 목란 배를 가는 대로 내버려두네 / 泛泛蘭舟縱所如

 

험준한 푸른 산이 강물에 밝게 비추어라 / 蒼山斗絶枕江明

어초에 나의 삶 부친 게 스스로 기쁘네 / 自喜漁樵寄此生

만 이랑 푸른 물결 달빛 아래 외론 배여 / 滄波萬頃孤舟月

천지의 중간에 무궁무진한 청경이로다 / 天地中間無盡淸

 

산천은 서로 얽히고설켜 울울창창한데 / 山川相繆鬱蒼蒼

아득한 내 회포는 하늘 저쪽이 그리워라 / 渺渺余懷天一方

손과 함께 배 띄워 적벽 아래 선유할 제 / 與客泛舟遊赤壁

난장 계도로 흐르는 달빛 거슬러 오르네 / 蘭桂棹遡流光

 

산 아래는 푸른 강이요 강 위는 산이요 / 山下滄江江上山

긴 바람은 실낱 같고 달은 쟁반 같은데 / 長風如縷月如盤

한 잔 또 한 잔 항아리 술 다 기울이어라 / 一杯且盡樽中酒

이곳의 이 흥취는 인간 속세가 아니로다 / 此地此興非人間

 

긴 바람 아득히 불고 강 달은 환히 밝으니 / 長風渺渺江月白

위아래가 텅 비고 밝아 똑같이 한 빛일세 / 上下空明爲一色

뱃전 치는 소리가 북두 견우 사이를 울려라 / 扣舷聲在斗牛間

서풍 만 리에 외로운 거룻배의 나그네로다 / 西風萬里孤舟客

 

내 일어나서 남으로 종남산을 바라보니 / 我興南望終南山

골짜기는 그윽해라 울창하게 둘러 있네 / 洞壑窈窕而鬱盤

은사는 귀를 씻고 속세와 서로 멀어져서 / 幽人洗耳世相遺

사슴과 더불어 한가로이 노닐 뿐이로다 / 則與麋鹿遊閒閒

 

나그네여 나그네여 맑은 물을 내려다보며 / 有客有客臨淸流

스스로 노래하고 춤추고 스스로 술 마셔라 / 自歌自舞而自酌

천지 만물이 나에게 무슨 상관있으리오 / 天地萬物於吾何

한 동이 술 다하도록 산 달은 밝기만 하네 / 一尊酒盡山月白

 

술잔 들어 달에게 물어라 달은 길이 있고 / 擧酒問月月長在

강 가운데 배 띄워라 강물은 절로 흐르네 / 泛舟中江江自流

인생은 세상에서 하루살이 같은 존재라 / 人生於世渺蜉

홀로 서서 한번 웃으니 천지가 가을일세 / 獨立一笑天地秋

 

가을바람 가을 달 아래 가을 강 위에서 / 秋風秋月秋江上

한 잔 한 잔 마시고 또 한 잔을 마시어라 / 一杯一杯又一杯

소선은 이미 멀어졌고 소릉도 떠났으니 / 蘇仙旣非少陵逝

지금 즐기지 아니하고 어찌한단 말인가 / 今者不樂何爲哉

 

일생 동안의 회포 시를 벗으로 삼았거니 / 一生襟抱詩爲友

어찌하면 바가지 술이 떨어지지 않을런고 / 安得匏尊酒不空

차고 기욺이 갈음하고 만물은 끝없어라 / 盈相代物無盡

산은 절로 푸르고 물은 절로 동으로 흐르네 / 山自蒼蒼水自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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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6권 / 시류(詩類)

오대산(五臺山)으로 돌아가는 근 상인(根上人)을 보내다

 

나는 들으니 오대산은 하늘 위에 우뚝 솟아 / 吾聞五臺之上高穹隆

푸른 산봉우리가 은하에 거꾸로 잠겼다네 / 銀河倒靑芙蓉

문수가 머무른 곳은 온 천하가 다 아는데 / 文殊住處天下知

온갖 기화요초가 수다히 무성하거니와 / 瑤花琪樹紛葱蘢

산 동서쪽으론 이름난 고찰이 하 많아서 / 名藍多少山東西

여기엔 벽곡하고 은거하는 고승도 많다지 / 高僧絶粒多幽棲

예전에 들으니 상인이 산중에 있을 때는 / 昔聞上人居山中

고상한 풍도를 부여잡기 어려웠다 하던데 / 高風邈邈難攀躋

묻노니 스님은 어느 날에 산중을 나와서 / 問師何日出山中

뜬구름 버들개지처럼 본래 공허한 모습에 / 浮雲柳絮本來空

척안으로 강호를 두루 유람하고 나서는 / 隻眼江湖遊遍了

또 도성에 들어와 뿌연 먼지를 밟았구려 / 又來京華踏軟紅

뿌연 먼지는 높이가 백 척이나 되는 가운데 / 軟紅塵土高百尺

공후들의 저택이 빽빽하게 들어섰거늘 / 公侯第宅多似織

스님은 어이해 사가 노인을 먼저 찾았나 / 師胡先訪四佳老

스님 진면목을 한번 보게 된 게 기쁘구려 / 喜一得見眞面目

도골은 앙상하여 가을 산처럼 파리하고 / 道骨稜稜秋山癯

두 눈동자는 감주처럼 반짝반짝 빛나는데 / 雙瞳炯炯如紺珠

맞아들여 잠깐 앉아 담화를 나누다 보니 / 引之小坐供軟談

금비로 막을 긁어 내 어리석음 깨우쳤네 / 金篦刮膜開我愚

스님은 환술과 기능이 있고 시도 능하여 / 師幻技能又工詩

종이에 붓 휘두르니 용이 나는 듯하여라 / 揮毫落紙騰蟠螭

영철은 이미 떠났고 교연도 세상에 없는데 / 靈澈已逝皎然非

상인이 지금 그들의 재능을 얻은 게 아닌가 / 無乃上人今得之

수중에서 눈빛처럼 흰 시축을 내놓으니 / 袖出花牋雪色軸

제현의 뛰어난 시구가 모두 주옥같은데 / 諸賢傑句盡珠玉

나의 시문 구해서 다시 어디에 쓴단 말가 / 求我詩文復何用

늙은 나의 문장은 갈수록 속되기만 한걸 / 老我文章轉麤俗

나는 금리와 같은 경인구가 본래 없거니 / 我無錦里驚人句

어찌 사공을 위해 띳집을 읊조리겠으며 / 肯爲巳公賦茅屋

나는 창려와 같은 방담문이 본래 없거니 / 我無昌黎放膽文

어찌 문창을 위해 이별의 서를 쓰겠는가 / 肯爲文暢序相別

여산의 호계 삼소를 혹 얻을 수 있고 / 廬嶽三笑倘可得

백련사 하나를 다시 결사하게 된다면 / 白蓮一社如復結

시주로써 서로 쉴 새 없이 왕래하면서 / 詩酒往還無休時

스님은 원공이 되고 나는 정절이 될 걸세 / 師爲遠公我靖節

스님이 이 말 듣고 머리 숙여 절하기에 / 師聞此語拜低頭

이것을 써서 주어 서로 생각하길 바라노라 / 書以贈之記相憶

스님은 또 소매 떨치며 옛 은거지로 가니 / 師又拂袖還舊隱

돌길에 푸른 이끼는 매우 미끄러울 텐데 / 石徑蒼苔滑復滑

오대산 중턱에 반 칸쯤은 흰 구름이요 / 五臺山中半間雲

오대산 아래는 일천 강에 달 비치리라 / 五臺山下千江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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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6권 / 시류(詩類)

영안도(永安道) 신 감사(申監司)를 보내다 4수

 

우뚝한 산악이 대대로 신백을 내리어 / 維嶽崧高世降申

대대로 전한 훈업이 기린각에 빛나네 / 箕裘勳業照麒麟

장원 급제로 발탁되고 또 승지에 뽑혔고 / 龍頭選又龍喉選

봉소의 봄에 봉각의 봄까지 겸했었지 / 鳳沼春兼鳳閣春

제조의 경력에 대해선 공론이 있거니와 / 揚歷諸曹公論在

양도의 순선엔 성상의 은총이 연달았네 / 巡宣兩道睿恩頻

세상 다스림이 그대 집 일임을 진작 알거니 / 早知經濟君家事

참으로 삼한의 교목세신이 바로 그대로다 / 喬木三韓儘有臣

 

예부터 방백 자리는 뽑히기 어렵거니와 / 由來方伯選膺難

더구나 영안도는 큰 고을로 말들 함에랴 / 況是雄藩說永安

남국은 일찍이 순행하여 선정을 폈으니 / 南國曾巡能布德

북주에 또 부임하면 백성들 기뻐하겠네 / 北州新撫更騰懽

철관의 먼 길은 창해와 연접해 있거니와 / 鐵關有路連蒼海

옥새에 구름 없거든 장백산도 보겠구려 / 玉塞無雲見白山

출척하면서 때로 다시 절제를 잘하거든 / 黜陟時還能節制

매 눈의 되놈들은 간담이 서늘해질 걸세 / 胡兒鷹眼膽生寒

 

일찍이 문충을 알현하고 백미를 알았더니 / 曾謁文忠識白眉

태평성대 만나 명성 날리는 게 보기 좋네 / 蜚騰喜見際昌期

그대 드나들며 수고하는 날은 부럽다만 / □君出入宣勞日

내 노쇠하여 병치레하는 건 부끄럽구려 / 愧我衰遲抱病時

아득한 산하 만리는 진정을 시키려니와 / 萬里山河歸鎭定

한 지방 민정 풍속은 자문에 부치리로다 / 一方民物屬詢咨

변방을 징청시키는 건 잠깐의 일일 테니 / 澄淸海嶺須臾事

성자를 마침내 초목들도 다 알게 될 걸세 / 姓字終敎草木知

 

동해의 주위에 수십 고을이 벌여 있으니 / 東海周遭數十州

사신의 가는 행차는 아득하기만 하여라 / 皇華行邁路悠悠

청화한 계절 꽃구경할 때를 딱 만나서 / 淸和正値看花節

송별이라니 버들 꺾는 시름 어이 견디랴 / 送別那堪折柳愁

연막에서 담판한 이는 어진 이 사군이요 / 蓮幕折衝賢李使

용진에 사퇴한 이는 늘그막의 권후로다 / 龍津辭退老權侯

당부하노니 그대에게 나의 안부 묻거든 / 煩君相見如相問

나는 그리워하다 백발이 되었더라 말하게 / 道我相思已白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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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6권 / 시류(詩類)

관동행(關東行). 강원 유 도사(柳都事)를 보내면서 겸하여 성 감사(成監司)에게 부치다.

 

그대는 못 보았나 가정 이 선생의 동유기를 / 君不見稼亭李先生東遊記

또 못 보았나 근재 안 대부의 와주편을 / 又不見謹齋安大夫瓦注編

관동의 뛰어난 경치는 천하에 드물거니와 / 關東形勝天下少

이따금 풍류 즐긴 이들은 모두 유선이었네 / 風流往往皆儒仙

나는 지금 와유하면서 머리털만 희었으니 / 我今臥遊空白頭

그대 보내는 정이 얼마나 아득하겠는가 / 送君情思何悠悠

경포 그 어디서 달 아래 목란주를 띄웠던고 / 鏡浦何處蘭舟月

백구는 한송정 가을에 신의가 있고말고 / 白鷗有信寒松秋

죽서루 밑에는 물이 이끼 빛 같을 게고 / 竹西樓下水如苔

운금루 앞에는 연꽃이 응당 만발했겠지 / 雲錦樓前荷滿開

사선정 위에는 단서가 그대로 있을 테고 / 四仙亭上丹書字

삼일포 어귀에는 조수가 휘몰아칠 걸세 / 三日浦頭潮欲回

총석정은 우성 두성 사이에 우뚝 치솟았고 / 叢石岩揷牛斗

금란굴은 선경이 아닌가 헷갈리기도 하지 / 金蘭有窟迷洞府

관란정 앞에 흐르는 물은 영랑호에 닿아 / 觀瀾水接永郞湖

춘풍에 포도주 빛으로 파랗게 벌창하리 / 春風綠漲葡萄酒

풍악산은 모두 일만 이천 봉우리가 있고 / 楓岳一萬二千峯

오대산은 푸른 연꽃처럼 우뚝 솟아 있어 / 五臺山聳靑芙蓉

동해를 내려다보면 술잔보다 작아 보이고 / 俯瞰東溟小於杯

함지에서 해 나오면 금분이 빨개 보이리 / 咸池日出金盆紅

명사는 희고 희어 눈빛보다 더 하얗고 / 鳴沙白白白於雪

해당화는 두루 피어 그지없이 찬란한데 / 海棠開遍紅鬧熱

때로 자고새가 날아와서 울어 대노라면 / 時有飛來鷓鴣啼

주구책격에 니골골을 연거푸 지저귀네 / 輈鉤磔格泥滑滑

여기에서 알겠도다 관동이 관서보다 나아 / 是知關東勝關西

사신의 빠른 역마 두 발굽 번득이는 걸 / 使華飛馹翻雙蹄

관동행이여 관동행이여 / 關東行關東行

관동 지방의 경치는 간 곳마다 뛰어나거니 / 關東雲物在在奇

어느 곳 누대인들 새로 지은 시제가 없으랴 / 樓臺何處無新題

방백의 문아함은 제일로 추앙되거니와 / 方伯文雅推第一

아사의 재명도 능히 갑을을 겨룰 만한데 / 亞使才名能甲乙

가정의 동유기와 근재의 와주편 광경을 / 稼亭之記謹齋編

두 분이 얻었으니 여기에 누가 앞서리오 / 兩君得之誰最先

두 분의 문장 기교는 본래 절묘하거니 / 兩君手段本妙絶

위로는 하늘까지 아래론 바다까지 더듬어 / 上探霄漢下溟渤

창해의 여주를 만일 얻을 수 있고 / 滄海驪珠如可得

부상의 옹견을 만일 따올 수가 있거든 / 扶桑甕繭如可摘

돌아와서 내게 주어 문장을 도와주게나 / 歸來遺我資文章

순의 의상에 오색사로 보불을 수놓으려네 / 五色黼黻舜衣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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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6권 / 시류(詩類)

공랑연회도(工郞讌會圖) 4수

 

낭관은 본디 별자리와 서로 응하는 건데 / 郞官自是應星躔

기부의 여러분은 다 뛰어난 인재고말고 / 起部諸君總俊賢

아득한 만 리 청운이 발밑에서 나오리니 / 萬里靑雲生脚底

어느 누가 먼저 조생의 채찍을 잡을런고 / 何人先着祖生鞭

 

한 시대의 인물이 맑은 조정에 가득하지만 / 一時人物滿淸朝

동관을 선발하는 데 성망이 더욱 높았네 / 選冬官望更高

두 공부를 전수할 시는 절로 있으려니와 / 自有詩傳杜工部

하 수조를 계승할 명성인들 어찌 없겠는가 / 可無名繼何水曹

 

공조 참의가 되던 해엔 이십칠 세였는데 / 參議當年卄七春

판서로 거듭 갔을 땐 머리가 반백이었지 / 判書重到兩毛新

청컨대 그대는 내 제명기를 읽어 보게나 / 請君讀我題名記

전후로 영웅이 다시 몇 사람이나 되던고 / 前後英雄復幾人

 

서풍은 기럭을 불어 공중에 돌돌을 쓰고 / 西風吹鴈咄書空

단풍잎은 갠 석양 아래 타는 듯이 빨간데 / 丹葉晴蒸晩照紅

술자리의 풍류는 태평성대의 일이라서 / 樽前風流太平事

몸이 그림 속에 있는 것도 아랑곳없구려 / 不知身在畫圖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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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6권 / 시류(詩類)

즉석에서 삼척(三陟) 한 태수(韓太守)를 송별하다 4수

 

모두 관동이 관서보다 낫다고 말들 하는데 / 關東人說勝關西

오마의 행차에 벽옥 같은 발굽이 뒤척이네 / 五馬行翻碧玉蹄

물 멀고 산 길게 뻗은 백사장 길 가노라면 / 水遠山長白沙路

해당화 두루 피고 자고새는 울어 댈 걸세 / 海棠開遍鷓鴣啼

 

일생에 형주의 얼굴 아는 걸 기뻐했으니 / 一生喜識荊州面

재주 명성이 뭇 현자에 뛰어남을 알고말고 / 知有才名出衆賢

그 옛날 습지의 행락하던 곳 상상해 보니 / 想見習池行樂處

죽서루 아래는 물이 하늘과 똑같을 걸세 / 竹西樓下水如天

 

죽서루 팔경시를 내 일찍이 제했었는데 / 竹西八景憶曾題

유유한 백발 오늘은 생각 또한 헷갈리네 / 頭白悠悠思轉迷

어느 날에나 누각 위에 그대와 마주 앉아서 / 何日對君樓上坐

밝은 달밤 배꽃 아래 두견새 울음을 들을꼬 / 梨花月明聽鵑啼

 

손 뜸하고 직무 한가해 아무 일도 없거든 / 客簡官閑一事無

송사하는 마당 뜨락에 풀이 더부룩해지리 / 訟庭靑草遍階除

때로 상사의 글자를 아끼지 말아 주오 / 有時莫惜相思字

강해엔 해마다 잉어가 많기만 하다네 / 江海年年足鯉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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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6권 / 시류(詩類)

공주(公州)의 온천에 목욕하러 가는 구 첨추(具僉樞)를 보내다

 

배꽃은 눈발 같고 버들개지는 솜 같아라 / 梨花如雪絮如綿

일기 한창 맑고 화창한 사월 하늘이로다 / 政是淸和四月天

한번 온천에 노닒은 좋은 계절 만났는데 / 湯井一遊當令節

위성 노래 삼창으로 이별을 애석해하네 / 渭城三唱惜離筵

웅강은 조는 백구 밖으로 하얗게 펼쳐 있고 / 熊江拖白眠鷗外

계룡산은 나는 고니 옆에 푸르게 모여 있네 / 雞嶽攢靑過鵠邊

예전의 목사가 오늘은 손님이 되었는데 / 昔日使君今日客

누대의 풍광은 모두가 예전 그대로이리 / 樓臺雲物摠依然

공(公)이 일찍이 공주 목사(公州牧使)를 지냈었다.

 

여천이 영이하다는 말이 끝이 없거니 / 驪泉靈異說無窮

그대 지금 가는 흥취가 죽처럼 농후하겠네 / 歸興君今似粥濃

증점의 비파로 이미 모춘의 선택 따랐으니 / 點瑟已追春暮撰

탕의 소반에 장차 날로 새로워진 공을 보리 / 湯盤會見日新功

물로 찜질하니 금정에 힘입을 것 없거니와 / 水煎不必資金鼎

물이 다스우니 화룡이 숨은 걸 알겠네 / 波煖知應隱火龍

고질병을 한번 씻어 깨끗이 없애고 나면 / 一雪沈都已盡

두 겨드랑에 경쾌히 바람이 일어날 걸세 / 翛然兩腋欲生風

진퇴격(進退格)이다.

 

유성의 온천에서 내 일찍이 노닐었는데 / 柔城溫室憶曾遊

손꼽아 세보니 지금 삼십사 년이 되었네 / 屈指如今卅四秋

그때 지주는 다정하게 자주 문안하였고 / 地主慇懃頻問訊

향관은 진중하게 물통을 제공했었지 / 鄕官珍重費潦溜

그때가 나는 바로 처음 벼슬하던 때인데 / 當年我是初遊宦

오늘 그대는 바로 예전 목사 신분일세 / 今日君爲舊牧州

아마도 온 고을이 보내고 맞기 바쁘리니 / 想見一鄕勤送迓

복괘처럼 왕래하는 것 또한 풍류로구려 / 往來如復亦風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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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6권 / 시류(詩類)

산수도(山水圖) 팔첩(八疊)에 제(題)하다

 

 

그 첫째

하 많은 산봉우리는 하늘 높이 솟았고 / 峯巒多少揷層霄

공중에 걸친 폭포는 만 길이나 높아라 / 飛瀑懸空萬丈高

멀리 다리 위아래선 사람 소리 들리는데 / 人語遙聞橋上下

옥 같은 대나무 소리는 송조와 갈마드네 / 竹聲如玉遞松潮

 

그 둘째

무수한 사방 산들은 푸른빛이 가득하고 / 四山無數翠如堆

확 트인 임정은 흡사 색칠한 그림 같아라 / 眼豁林亭罨畫開

어디론지 가는 배는 막 닻줄을 풀었는데 / 何處歸帆初解纜

거센 바람이 석양 배를 불어 보내는구려 / 長風吹送晩船回

 

그 셋째

몰아오는 소낙비에 평호가 어두컴컴하고 / 飛來驟雨暗平湖

고목은 바람 받아 가지가 나직이 처졌네 / 老樹涵風亞欲低

보일락 말락 한 누대는 거리를 알 수 없고 / 隱映樓臺迷遠近

마을 배는 멀리 작은 시내 서쪽에 대었네 / 野船遙駐小溪西

 

그 넷째

두어 산봉우리는 옥부용을 떠받친 듯하고 / 數峯擎出玉芙蓉

나무 그늘 어둑해라 그림자는 흡사 용 같네 / 樹陰陰影似龍

길손의 절뚝발 나귀는 청산 밖으로 가는데 / 客子蹇驢山色外

사람은 다리 중간 물소리 속에 서 있구려 / 半橋人立水聲中

 

그 다섯째

하늘은 쓴 듯이 맑고 달빛은 물결 같으니 / 長空如掃月如波

나귀 등에서 크게 읊으면 흥취가 어떠랴만 / 驢背高吟奈興何

무슨 일로 배를 돌려 석양에 급히 가는고 / 有底回舟晩來急

가시 울타리 띳집이 바로 그의 집이로구려 / 棘籬棟是渠家

 

그 여섯째

고목나무 굽은 절벽에 누각 바람이어라 / 木老巖回樓閣風

남쪽 절은 희미하고 북쪽 절도 똑같구려 / 南寺依北寺同

거룻배는 돌아오고 석양은 저물어가는데 / 短艇歸來斜日暮

어떤 사람이 홀로 저문 산속에 서 있는고 / 何人獨立晩山中

 

그 일곱째

천상의 경루로부터 하고많은 옥비들이 / 天上瓊樓萬玉妃

인간에 내려와 춤춰라 나는 꽃을 배우네 / 人間來舞學花飛

이불 덮고 가만히 누운 이는 그 누군고 / 擁衾僵臥知何者

외기러기 우는 가운데 홀로 사립 닫았네 / 斷鴈聲中獨掩扉

 

그 여덟째

시커먼 겨울 구름 열어 헤치기 어렵더니 / 凍雲如墨撥難開

교묘히 재단한 육출화가 펄펄 나는구려 / 六出飛飛巧剪裁

하늘땅의 중간이 온통 은빛 세계이어라 / 天地中間銀世界

무수한 기림이 요대와 서로 연접하였네 / 琪林無數接瑤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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長篇 漢詩-사5部.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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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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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巨邨 | 작성시간 26.06.23 new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작성자시메온 | 작성시간 26.06.23 new 오늘도 수고가 많으셨으며
    공부에 많은 참고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謙虛 | 작성시간 26.06.23 new 좋은 長篇 漢詩 자료들을 올려주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시원한 하루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 작성자沙岩 | 작성시간 26.06.23 new 오늘도 좋은 자료 잘 가져 가겠습니다.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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