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란 장자설인가 아브라함 장자설인가?
[창11:26(데라는 칠십 세에 아브람과 나홀과 하란을 낳았더라.)]
▣ 들어가기
본문은 신학자들 간에 제법 이견을 보이는 난해 구절인 듯싶습니다. 일전 박사 과정 중인 모(某) 목사님과 몇 번에 걸쳐 의견을 나눈 바가 있습니다. 목사님의 주장은 “아브라함이 데라의 장자이다.”라는 것이었고, 저는 “하란이 데라의 장자일 가능성이 훨씬 크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쌍방이 주장했던 상세 내용은 잠시 후 살펴보겠습니다.
본문을 피상적으로 읽으면, 아브라함→나홀→하란의 순서로 서열이 정해지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러므로 ‘아브라함 장자설’이 옳다고 여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큽니다. 성경을 전체적으로 보면 오히려 ‘하란 장자설’이 타당합니다. 위 목사님과 견해를 달리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토론 진행 순서에 따라 나누어졌던 내용을 요약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 목사님의 1차 주장(문제의 발단)
토론은 목사님의 책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문제의 원문을 그대로 인용하겠습니다.
『창세기를 좀더 눈여겨보면,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정식으로 부르신 때가 데라가 하란에 정착한 이후임을 알 수 있다. 하나님은 갈대아 우르가 아닌 하란에 있던 아브라함에게 “너는 너의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내가 네게 지시할 땅으로 가라.”(창12:1)라고 명령하신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님께서 이미 데라가 온전한 순종을 이룰 인물이 못된다고 판단하셨음을 알 수 있다. 그의 결단은 하란까지만이었기에 하나님은 잔을 옮겨 그 아들 아브라함에게 기대를 거시고 영광스러운 제안을 하신 것이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도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또 있다. 좀 부담스러운 말이지만, 사도행전의 스데반 선생이 이 부분을 오해하고 계셨다. 사도행전 7장 4절을 보면, 스데반 선생은 아브라함이 하란에 거하다가 “그 아비[데라]가 죽으매 하나님이 그[아브라함]를 거기서 너희 시방 거하는 이 땅[가나안]으로 옮기셨느니라.”라고 설교하고 있다. 진심으로 존경하는 스데반 선생의 마지막 설교에 딴지를 걸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이는 잘못된 해석이다. 아브라함이 하란을 떠날 때에 분명히 그 아버지 데라는 살아 있었다.
데라가 아브라함을 낳았을 때의 나이는 70세였다(창11:26). 그리고 아브라함이 하란을 떠날 때의 나이는 75세였다(창12:4). 그러니까 아브라함이 하란을 떠날 때 데라는 145세(70+75세)로 아직 정정하게 살아 있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데라는 205세를 향수하고 하란에서 죽었기 때문이다(창11:32). 그러니까 데라는 아브라함이 하란을 떠난 후에도 자그마치 60년이나 더 생존했던 것이다.』
▣ 1차 반론 = 아브라함은 데라의 장자(맏아들)인가?
목사님의 착각(?)이 시작된 원인은 성경을 너무 경직되게 문자적으로만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즉, 창 11:26절 말씀을 ‘데라가 70세에 아들 3명을 낳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인 것입니다. 사실 한글개역성경으로만 이 구절을 해석하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허긴 공동번역은 개역보다 더 잘못 번역했습니다). 그러나 히브리 성경은 놔두더라도, 하다못해 영어성경이라도 조금만 신경 써서 읽으면 좀더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 영어성경인 KJV와 NIV를 인용하겠습니다.
○ KJV : And Terah lived seventy years, and begat Abram, Nahor, and Haran.
○ NIV : After Terah had lived 70 years, he became the father of Abram, Nahor and Haran.
* RSV와 NRSV는 After 대신 When을 사용했지만 다른 단어는 NIV와 동일합니다.
○ 이제 이 문장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KJV는 좀 모호합니다만 NIV/RSV 등은 아주 명확합니다. “데라는 70세가 될 때까지 산 다음에, 아들들을 낳기 시작하여 아브람과 나홀과 하란의 아비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즉, ‘데라가 맏아들을 낳을 때의 나이가 70세였다’는 것이지요! 문제는 아브람(아브라함)의 이름이 맨 처음 나온다는 것입니다. 이것 때문에 우리는 착각하기 쉽습니다. 우리는 늘 맏아들을 맨 먼저 거명하기 때문에 맨 처음 기록된 아브람이 데라의 맏아들일 것이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아브라함이 데라의 맏아들이 아닐 것이라는 것이 대부분 학자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일부 성경의 주석에도 나오는 견해입니다). 저도 아브라함이 데라의 맏이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조금 후에 더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 또 이 구절을 한글개역만으로 해석할 때, 이런 오해도 가능합니다. 즉, ‘데라가 나이 70세 때에 아브라함과 나홀과 하란을 세 쌍둥이로서 낳았다’라고 말입니다. 한글개역의 문자적인 의미는 분명 그렇습니다. 하지만 아니겠지요?
○ 아무튼, 이 구절은 위에서 해석한 대로, “데라 나이 70세에 (누군가는 모르지만) 맏아들을 낳고 그 이후(상당 기간에 걸쳐) 총 3명의 아들들을 낳았다”는 의미인 것입니다. 조금 옆으로 새는 것 같기는 합니다만, 데라의 아들이 꼭 3명으로 제한된다고 단언할 수만도 없습니다. 성경 기록의 특성 중 하나가 인류역사(성경역사)를 연대기적으로 하나의 누락도 없이 모두 기록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할 때(요21:25), 또 창11:10-25절까지의 셈의 후예 기록방법을 고려할 때(위 구절에서 대표 1명만 기록하고 나머지는 모두 생략되었지요), 데라에게도 성경에 기록되지 않은 아들들이 더 있을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부분에서는 매우 상세하게 기록되기도 하기 때문에, 중요한 데라의 아들 3명은 모두 다 기록되었다고 보고 창11:25절의 데라의 아들들의 숫자는 문자 그대로 3명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이점은 오늘 묵상의 핵심이 아니므로 이 정도로 하고, 일단은 다음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이제 3명의 아들 중, 누가 데라의 장자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성경이 문자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기 때문에 조심스럽기는 합니다만, 대부분 학자들의 견해와 마찬가지로, 저도 하란이 데라의 맏아들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근거는 아래와 같습니다.
○ 29절에 보면 아브람의 아내는 사래이며(그녀는 아브람의 이복누이동생입니다=창20:12), 나홀의 아내 밀가는 하란의 딸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즉, 나홀은 자신의 조카딸(생질녀)과 결혼했습니다. 그렇다면 나홀이 데라의 맏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오히려 하란이 나홀의 형일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그것도 형 하란과 동생 나홀의 나이차이가 엄청많이 난다고 보아야 합니다. 삼촌과 조카의 나이가 비슷한 경우란, 형과 아우의 나이차이가 클 때라야 가능한 현상입니다(오늘날 우리 주변에서도 이러한 경우를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결국, 하란이 나홀보다 나이가 훨씬 많아야만 나홀과 밀가의 결혼이 가능해집니다. 역현상(하란이 나홀의 동생일 상황)은 일어날 수 없습니다!
○ 그리고 31절에 보면 하란에게는 롯이라는 아들이 더 있습니다. 이 롯은 이후 아브라함과 함께 등장하는 바로 그 롯으로서 아브라함의 조카입니다. 그가 할아버지 데라와 함께 갈대아 우르를 떠날 당시 그의 나이는 제법 들었을 것입니다. 대부분 학자들의 견해처럼, 갈대아 우르를 떠날 때의 아브라함의 나이를 60세였다고 볼 때, 아마도 롯의 나이는 삼촌 아브라함보다 적었을지라도 적어도 30-40대 정도는 되었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이는, 아브라함이 하란의 형일 가능성을 부인하는 증거가 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결국, 하란이 아브라함보다도 나이가 더 많을 가능성을 훨씬 높이는 것일 것입니다!
○ 28절을 보면 하란은 그 부친 데라보다 먼저 갈대아 땅에서 죽었다고 되어 있습니다. 사망원인을 밝히고 있지는 않으나 사망원인이 중요한 쟁점은 아니므로, 더 이상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하란이 사망할 당시, 이미 그에게는 장성하여 결혼한 딸(동생인 나홀의 아내인 밀가)과 역시 장성한 아들(롯)이 있었다는 점입니다(롯의 결혼시기에 대해서는 조금 후에 살펴볼 것입니다) 이러한 정황은 그만큼 하란의 나이가 많았음을 시사하는 것입니다. 아무튼 하란은 3형제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았을 가능성이 제일 큰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겠습니다.
○ 이 항목의 소결론은 이것입니다. 모든 정황으로 볼 때, 하란이 아브라함이나 나홀에 비하여 나이가 많은 것 같아 보이며, 따라서 데라의 아들들은 하란-아브라함-나홀의 순서일 것입니다. 물론 이 형제 서열 자체는 저 개인의 추정입니다만, 하란의 장자 가능성만큼은 양보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마도 분명할 것입니다(창5:32도 참조바랍니다).
앞에서, 롯과 삼촌인 아브라함의 나이차이가 별로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견해를 말했는데, 성경을 조금 살펴보겠습니다.
○ 창12:10절 이후부터는 가나안에서의 아브라함과 롯의 삶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아브라함과 롯의 삶의 성공과 실패 기사는 직접 성경을 참고하시기 바라며, 여하튼 18장에 가면 아브라함의 나이 99세 때의 사건이 나옵니다. 이삭을 주시겠다는 약속에 이어, 도덕적 타락이 극에 달했던 소돔과 고모라 멸망의 예고가 나옵니다. 그리고 19장에서 소돔과 고모라는 멸망합니다(아마도 아브라함 99세 때의 사건일 것이며 그렇다면 가나안 정착 24년 후의 일입니다). 그런데, 창19:30-38절에는 매우 민망한 사건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아버지 롯과 두 딸 사이의 근친상간 사건이 그것입니다. 여기서 이 사건의 의미를 살펴보려는 것은 아니고, 단지 롯의 두 딸이 자신들의 결혼을 걱정했다는 점이 이번 묵상과 조금 관련되기에 이를 짚어보려는 것입니다.
○ 아버지를 술에 취하게 하여 성관계를 가질 당시, 두 딸의 나이는 기록되지 않았으나 모든 정황을 고려할 때, 아마도 결혼 적령기를 지났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고(약혼은 했었습니다=14절) 최대 양보하더라도 적어도 20세 이상은 되었을 것입니다(이는 롯의 결혼시기가 하란에 거주할 때이거나 또는 가나안 이주 직후라고 추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자, 이 시기는 아브라함의 나이가 99세 때(가나안 이주 24년 후)라 하였습니다. 롯의 두 딸의 나이가 얼마가 되었든, 롯의 나이를 추정해 보겠습니다. 롯의 나이는 ‘가나안에서의 24년 + 하란에서의 15년 + 갈대아 우르에서의 ?년’으로 계산됩니다. 여기서 ‘?표’가 문제인데, 저는 앞에서 이를 30-40세로 보았습니다. 자, 이제 롯의 추정 나이를 말씀드립니다. 아마도 69세(24+15+30) 내지 79세(24+15+40)일 것입니다. 이 정도의 나이는 되어야 “우리 아버지는 늙으셨고”(31절)라는 롯의 딸들의 걱정이 이해됩니다. 롯의 나이는 삼촌 아브라함과 겨우 20-30년 차이임을 아시겠지요? 갈대아 우르를 떠날 때 아브라함의 나이가 60세였다면, 당시 롯의 나이가 최소한 30-40대 정도는 되었을 것이라는 앞에서의 저의 추정은 어느 정도 타당하다 할 것입니다.
○ 이 항목의 소결론은 이것입니다. 아브라함과 조카인 롯과의 나이 차이가 최대 20-30년이라면(어쩌면 그보다 적을 수도 있습니다), 하란(롯의 아버지)이 아브라함의 동생일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하란이 아브라함의 형이라고 보는 것이 가장 논리적입니다.
지엽적이기는 하지만, 아브라함과 나홀의 서열(누가 형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 이제 수십년이 더 흘러, 이삭의 나이 40이 되었습니다. 외아들 이삭의 결혼을 걱정하던 아브라함이 결단을 내립니다. 며느리는 자기가 살고 있는 가나안 지방의 이방여성이 아닌 친족 중에서 간택하겠다고 말입니다(창24:4). 그리하여 가장 신뢰하는 하인을 친족들이 살고 있는 하란 지방으로 파견합니다. 충실한 종은 주인의 명령을 성실히 실행하고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이삭의 배필을 쉽게 만납니다.
○ 이 배필이 누구인지는 잘 아시지요? 예, 아브라함의 동생 나홀(24:15)의 손녀인 리브가입니다. 리브가의 아버지인 브두엘(24:24)은 이삭의 4촌 형이 됩니다. 그러므로 이삭과 리브가는 5촌 당숙질 사이가 됩니다. 이때 리브가의 나이는 알 수 없으나 아미도 이삭(40세)보다는 조금 어리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는 쉽게 추정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 즉, 형인 아브라함은 늦게까지 아들이 없었지만 동생인 나홀은 일찍 아들을 낳았고 더 나아가 손녀까지 볼 수 있는 충분한 시간 여유가 있었습니다.
○ 아무튼 24장 15절에서 이미 문자적으로 ‘아브라함의 동생 나홀’이라고 되어 있으므로 이는 거의 정확할 것입니다.
○ 결국 이 항목의 소결론은, 나홀은 아브라함의 동생이라고 보는 것이 논리적입니다!
지금까지 장황하게 성경을 살펴보았습니다. 결론이 무엇이었습니까? 비록 성경은 데라의 아들 순서를 ‘아브라함-나홀-하란’으로 기술하고 있으나,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는 ‘하란-아브라함-나홀’의 순서로 보는 것이 타당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순서의 정확성을 장담할 수는 없으나, 아브라함이 데라의 둘째 아들일 가능성이 더 높다 하겠습니다.
○ 그렇다면 이제, ‘데라는 과연 몇 살 때 아브라함을 낳았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될 것입니다. 이 부분은 저도 확신이 서지 않지만, 하나의 제안으로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 앞에서 묵상한 대로, 하란이 데라의 장자라고 한다면, 하란은 데라가 70세 때 출생했습니다. 이는 거의 명확하다 하겠습니다.
○ 그러면 아브라함은요? 애석하게도 성경은 아브라함의 출생 시기를 명확히 밝히지는 않고 있습니다. 다만 창11:32절을 근거하여 추정한다면, 아브라함은 아마도 데라의 나이 130세에 출생했을 것입니다(205세-75세). 그리고 나홀은 이보다 수 년 후에 태어났을 것이구요. 바로 이점에서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아브라함의 경우, 겨우 100세에 이삭을 낳았는데도 아주 노년이라고 표현하면서, 데라는 그보다 30세가 더 많은 130세 이후에까지 아들을 낳을 수 있었다는 점이 조금은 걸립니다.
○ 하지만 완전한 억측만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창25:1-2절을 보면 아브라함과 후처 그두라 사이에서 출생한 시므란 등 6명의 아들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기록된 순서도 그렇고, 분위기로도 그렇듯이, 이 사건은 이삭이 탄생하기 이전의 일은 아닐 것입니다. 분명 사라가 죽은 후의 일일 것입니다. 사라는 137세에 죽었으므로 아브라함이 147세 이후의 일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데라와 아브라함의 나이차이 130세가 마음에 걸려서인데, 147세 이후에 낳은 아브라함의 서자들 6명의 경우에 비추어 본다면, 전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 결국 데라는, 70세에 장자 하란을, 130세에 차자 아브라함을, 130세 이후에 3남 나홀을 낳았으며, 190세(아브라함 60세) 되던 해에 친속들을 거느리고 갈대아 우르를 떠나 하란까지 이주했고, 하란에서 15년간 지체하다 205세 때에 하란에서 사망했을 것입니다. 따라서, 아브라함은 아버지 데라가 사망한 그 해(75세 때) 가나안으로 이주했다는 것이 성경의 설명일 것입니다.
▣ 목사님의 2차 주장
위와 같은 제 반론에 대해 목사님은 2차 주장을 해 오셨습니다. 사실 위에 인용된 부분에서도 발견할 수 있듯이, 서론 및 결론 부분에는 ‘오류/실수/착각/안이한 해석’ 등의 단어가 여러 번 사용되어, 목사님께서 받아들이시기가 여간 껄끄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따끔한 지적과 함께, “명색이 박사 과정 중에 있는 목사가 ‘하란 장자설’을 모르면서 이런 말을 했겠느냐?” 하시면서, 하란 장자설을 주장하는 학자들의 실명을 소개해 달라는 요구를 해 오셨습니다. 발췌 내용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학자들이 그렇게 해석한다.’고 두 번이나 강조하셨으니까 저는 일단 그분들이 누구인지 알고 싶습니다. 제가 왜 이렇게 찰거머리처럼 그들의 이름을 요구하느냐 하면, 제가 아는 한도에서는(물론 저도 모든 학자들의 견해를 다 알지는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이라고 말씀드리지는 못하지만), 상당수의 학자들이 형제님의 견해와는 달리, 성경에 나오는 순서대로 아브람이 데라의 큰아들이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몇 분만 말씀드리면, 많은 외국학자들은 빼고 한국의 구약학자들 중 강성렬 교수님, 그리고 히브리어 문법책으로 유명한 방석종 교수님 등이 아브람을 큰아들이라고 해석하십니다). 그래서 저는 일단 형제님께서 내세우신 대부분의 학자들이 누구인지 알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만약 님의 주장이 옳으시다면, 일단 저부터 ‘아브람 장자설’을 주장하는 학자들이 더 많다는 선입견을 버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대부분의 학자들에 대한 질문에 먼저 답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2차 반론
목사님의 2차 주장도 매우 심란했습니다. ‘학자들이나 답변할 수 있을 것들을 평신도에게 요구하면 어쩌냐?’는 마음을 그대로 전해 드리면서 아래와 같은 성경 주석을 증거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3번째 오픈성경 주석은 처음 묵상할 때는 전혀 보지 못했었습니다. 다만 목사님이 증거자료를 요구하심에 따라 부랴부랴 찾다가 발견했습니다. 이 자료를 미리 알았었다면 묵상(위의 추론)을 좀더 쉽게 풀어나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NIV한영해설성경/이국진 목사 편찬/아가페/1997년판의 창11:26 각주(하란) 설명 : “‘산중사람’이란 뜻. 롯과 동생 나홀의 아내 밀가 및 이스가의 아비. 데라보다 먼저 죽었다(11:28). 여러 가지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데라의 장남으로 생각된다.”
톰슨성경/편찬위원회/기독지혜사/1985년판의 창11:26 각주 설명 : “데라에 대한 기록으로는 그가 우상을 섬겼다는 것(수24:2) 외에는 없다. 세 아들 중에 아브람을 제일 먼저 언급한 것은 그가 장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큰 믿음 때문이다. 나홀. 하란의 딸과 결혼했다는 점에서 하란보다 어렸다는 것이 입증된다. 하란. 장자이며 데라가 70세 때 태어났다.”
오픈성경/편찬위원회/아가페/1986년판의 창12:4 각주(칠십 오세) 설명 : “본 절을 창11:26 및 11:32절과 비교해서 생각해 본다면, 아브람이 하란을 떠난 후에도 데라는 하란에서 60년을 더 생존해 있었던 것으로 보여지기 쉽다. 그러나 행7:4절에는 분명히 아브라함은 그의 아비가 죽은 후에 하란을 떠났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것은 상호 모순된 내용인가? 그렇지 않다. 족보에 기록된 수치는 연대 측정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후대를 낳을 때의 연령은 그의 계승자와의 간격을 표시해 주는 수치가 아니라 자신의 일대기 속에서 장남을 낳을 때의 나이를 나타낸다. 따라서 ‘데라가 70세에 아브람을 낳았다.’는 기록(창11:26)은, ‘데라가 70세부터 아들을 낳기 시작했는데, 그 아들들 중에서 아브람이 그를 계승하였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아브람은 데라의 장남이라고 볼 수는 없고 실제로 데라가 아브람을 낳은 것은 130세 이후가 될 것으로 간주된다. 창11:26에서 아브람이 데라의 세 아들 중에서 제일 앞에 기록된 까닭은, 그의 중요성과 아울러 그가 선택된 계승자였기 때문인 것이다.”
▣ 그 후의 경과
저의 2차 반론 이후 각각 2번씩 더 의견을 나누었습니다만, 토론 주제와 밀접히 관계된 내용은 아니었습니다(목사님은 성경 각주는 증거의 가치가 전무하므로 학자들과의 논쟁시 인용치 말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일면 동의되기는 하지만, 이런 주장도 많은 오해를 내포하는 견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더 이상 반론하지는 않았습니다). 부적절한 표현에 대한 사과와 하란 장자설도 하나의 해석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할 수는 있을 것이라는 의견들이 오고 갔습니다. 그러나 각자의 주장을 철회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비록 이번 토론을 통해 명확한 결론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평신도들에게 하란 장자설과 아브라함 장자설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효과는 있었다는 것을 위안 삼자’며 마무리했습니다.
▣ 나가기
보신 바와 같이, ‘데라의 장자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에 대한 일치된 결론을 이끌어 내지는 못했습니다. 쉽게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주제일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아직도 하란 장자설을 굳게 주장합니다. 아브라함 장자설보다 훨씬 논리적이고 합리적이기 때문입니다.
데라의 장자가 누구인지에 대하여 성경은 답해 주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우리 신앙의 주요한 질문이 될 수는 없겠지만, 성경이 명백히 밝히지 않고 있는 문제에 대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는 성경공부가 될 것입니다. 각자 더 깊이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