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장기려 박사가 병원 문을 나서는데 늙은 거지 하나가 구걸을 했다. 그때 그는 호주머니에 돈을 한 푼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수중에 돈이 없다는 장 박사의 말에 거지 노인은 실망해 발길을 옮겼다. 장 박사는 갑자기 뒤돌아서 그 노인을 큰 소리로 불렀다. 그리고 양복 속주머니에서 월급으로 받은 수표를 꺼내서 노인에게 주었다. 수표를 건네받은 노인은 얼굴을 찡그리면서 “이 종이 나부랭이가 돈이란 말이오?”라고 말하면서 화를 냈다. 장 박사는 “이것은 수표라는 것입니다. 이것을 가지고 은행에 가면 돈으로 바꿔 줄 것입니다”라고 말하면서 수표를 그의 손에 쥐어줬다.
며칠 후, 장 박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여기는 은행입니다. 혹시 수표를 잃어버리신 일이 없으신지요? 웬 거지 노인이 박사님이 사인한 수표를 가지고 왔는데요?” 장 박사는 그때서야 며칠 전 거지에게 준 수표가 생각났다. “그 수표는 내가 준 것이니 그리 알고 돈을 그 노인에게 지불해 주시오”라고 말했다.
장기려 박사는 노년에 병고(당뇨병)에 시달리면서도 마지막까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박애와 봉사정신으로 인술을 펼쳐 한국의 성자로 칭송받았다. 평생 남을 위해 희생적인 삶을 손수 실천한 한국판 슈바이처 장기려는 1995년 성탄절 85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의사 장기려는 단순히 사람의 병만을 치료한 의사로 살지 않았다. 이기주의로 병든 쓰디쓴 세상을 사랑과 자비로 치료하다가 간 사회개혁자요, 인술을 베푼 탁월한 의사였다.
주님! 나의 남은 생애도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 살게 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