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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석쓴편지

주례사

작성자남희석(★x5)|작성시간14.03.24|조회수480 목록 댓글 0

주말에 내가 친한 후배 결혼식 주례를 보게 되었다. 사회 아니고 주례다. 내 나이가 마흔 네 살인데 무슨 주례냐 싶을 텐데 무려 다섯 번째다. 한번은 내 팬인데 고교 재학 시절 임신을 해서 학교를 그만두고 아이를 낳아 기르다 다시 학교 복학해서 졸업 후 열심히 사는 부부였다. 남편은 냉동차를 운전하며 성실하게 살았는데 아빠 역할을 열심히 하는 신랑이었다. 또 한 번은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하던 호주에서 온 커스티의 결혼식이었다. 또 한 명은 아내의 치과에서 일하는 직원. 동네 단골 bar 주인 부부였다. 암튼 안한다고 버텨도 어찌어찌해서 하게 되었다. 일요일에는 남산의 한 멋진 호텔에서 야외 예식을 했는데 서두에 미리 말 한 것이 있다. 내가 주례를 설 만큼 바르게 잘 살지도 못하는데 그 자리에 있는 많은 어르신들의 당부 말씀을 정리해서 전달하겠다는 것이었다.

결혼식이 많은 시기이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축의금 나가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분들 많을 것이다. 이거 얼마를 봉투에 넣어야 하나 고민 되는 분도 있을 테고 하필 시간이 겹쳐 어디를 가고 어디를 봉투만 보내야 하나 잘나가는 연예인처럼 스케즐 고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예식장 가서 제일 지겨운 시간을 꼽으라면 단연 주례사 말씀 시간일 것이다. 빈자리도 많은데 절대 착석 안하고 뒤에 서서 떠드는 사람들 때문에 어수선 하고 아이들은 울고 뛰어 다니고 전화벨은 계속 울려대는 가운데 성능도 후진 마이크에 계란 파는 자동차 스피커 보다 안 들리는 곳에서 나오는 먹먹한 소리가 그냥 카톡 하기 좋은 시간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 거기다 주례가 신랑신부를 잘 모르는 경우도 많아서 그냥 어디선가 들었던 장래가 촉망되는 신랑과 가정교육을 잘 받은 재원인 신부는 부모에게 잘하고 서로에게 존중하며 아끼고 사랑하라 라는 이야기를 하게 된다.

한번은 한화 이글스 포수가 결혼 할 때 사회를 본 적이 있었는데 인천의 한 초등학교 은사님이신 교장 선생님의 주례사 말씀은 30분이 넘게 진행이 되었다. 별별 연장전을 다 치루던 신랑은 하객 인사에 돌아서니 땀이 턱시도를 다 적시었고 신부 화장은 인절미 고물을 반죽한 것을 바르고 있는 것처럼 되어 있었다. 너무 길어서 생긴 피해랄까.

가끔 긴 주례사 말씀이 형태는 이거다. ‘오늘 주례를 봄에 있어서 세 가지 당부를 드립니다. 하나...... 둘째는...... 세 번째는......더불어.... 덧붙이자면..... 이에 한가지 더...... 끝으로.......마직막으로.....’

바야흐로 결혼식이 많은 이 시기. 예식장에 가서 주례 말씀을 꼼꼼히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내 결혼식 주례를 보신 이남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우리에게 질문과 답변 형태로 하셨는데 즐겁고 의미가 있었다. 배삼룡 선생 께서는 개그맨 후배 결혼 주례사로 딱 한 마디를 하셨는데 ‘잘 살어~’ 를 하시고 사회자를 바라봤다.

올 봄 많은 예식에 가게 되면 주례사를 꼼꼼히 들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아! 일요일 내 주례의 마지막 당부를 소개하며 마친다.

“마지막 당부로 신랑은 좁은 방에 밴드가 나오는 곳에 가서 술 마시지 말고 부득이 하게 가게 될 경우 같은 여자를 두 번 앉히지 마시기 바라며 주례사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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