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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경(千里鏡) - 이유원/임하필기25권

작성자허현|작성시간21.12.20|조회수212 목록 댓글 0

 

내가 연경(이유원은 사신단의 일원으로 청나라를 갔었다)의 여저(旅邸)에 있으면서 좋은 망원경(望遠鏡)을 빌려 볼 기회를 얻었는데, 그것으로 달을 바라보았더니 달이 지척에 있었고 산하(山河)의 영상(影像)은 일정한 상(像)이 아닌 듯하여 모양은 접시나 사발을 뒤집은 것처럼 생겼고 그 무늬는 평평하지 않고 울퉁불퉁하였으며, 얕은 곳은 환하고 깊은 곳은 어두웠다. 오직 합벽(合璧)의 광채가 공중에 아른거리어 사람의 눈동자를 어지럽게 하였는데, 좁은 대롱으로 살펴서 헤아릴 바가 아닌 것이 있었다. 그러나 달에 계수나무가 있고 옥토끼가 산다는 이야기는 자못 황당한 얘기로 느껴졌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하늘과 땅은 서로 17만 8500리(里)가 떨어져(71,400km 떨어져 있다는 말인데 근거가 불명함) 있다.”고 하였는데, 만약 이와 같다면 달이 땅과 떨어진 거리는 비록 성신(星辰)에 비해 뒤지지만 이처럼 높고 먼 곳을 어찌 천리(千里,400km)의 분수(分數)로 무엇을 증감(增減)할 수 있겠는가. 망원경이 비추는 거리가 비록 천리에 이를지라도 오히려 경중(輕重)이 되지 못하는데, 더구나 백 리나 십 리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천리경(망원경)의 이치는 실로 이해하기 어려운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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