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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서당(以會書堂)

불교 윤회의 변[佛氏輪廻之辨] - 정도전(鄭道傳)/동문선105권

작성자허현|작성시간21.11.26|조회수226 목록 댓글 0

 
인물이 계속 나는 것이 무궁함은 곧 천지의 조화가 운행하여 마지않는 까닭이다. 원래 태극(太極)에 동(動)ㆍ정(靜)이 있어 음ㆍ양이 생기고, 음ㆍ양이 변하고 합하여 오행(五行)이 갖추어졌다. 이에 무극 태극(無極太極)의 진(眞)과 음양오행의 정(精)이 묘하게 합하고 엉기어 인물이 나고 또 났다. 이미 생긴 것은 가서 돌아오지 아니하고, 생겨나지 않았던 것이 와서 있게 되니, 그 사이가 잠시도 멈추지 않는 것이다. 불씨(佛氏.석가모니)의 말에는, “사람이 죽더라도 정신은 멸하지 않고, 따라서 다시 형체를 받아난다.” 하는데, 여기서 윤회(輪廻)란 말이 생긴 것이다.
《주역》에 이르기를, “사물의 처음을 따져보면 그 마지막이 어떻게 될 것을 알기 때문에, 죽고 삶의 설(說)을 알게 된다.” 하였고, 또, “정기(精氣)는 물(物)이 되고 유혼(游魂)은 변(變)이 된다.” 하였는데, 선유(先儒)는 이를 해설하기를, “천지의 변화가 비록 끊임없이 나고 나지만 모이면 반드시 흩어지고, 태어나면 반드시 죽음이 있다. 그 처음을 따져서 모여 생기는 것을 알면, 그후에는 반드시 흩어져 죽는 것을 알게 되고, 생길 때에 능히 기화(氣化)의 자연스러움을 얻은 것이요, 애초에 정신이 큰 허공 가운데에 붙어 있지 않은 것을 알게 되면, 죽을 때에 기(氣)와 더불어 함께 흩어지고, 형상이 다시 멀고 넓은 허공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하였다.
또 해설하기를, “정기는 물(物)이 되고, 유혼은 변(變)이 된다 함은, 천지 음양의 기가 서로 합하면, 문득 물을 이루는 것이요, 혼기(魂氣)는 하늘로 돌아가고, 몸은 땅으로 돌아가게 되면 곧 이것은 변하는 것이다. 그러면, 정기가 물(物)이 된다 함은 정과 기가 합하여 물을 이루는 것인즉, 정(精)은 백(魄)이며 기(氣)는 혼(魂)이다. 유혼이 변이 된다 함은, 변은 이 혼과 백[魂魄]이 서로 떠나 흩어져 변함이니, 변이란 변화의 변은 아니다. 이미 변해지면, 단단한 것은 썩고 있는 것은 없어져, 다시 물(物)이 없는 것이다. 천지 사이는 화로와 같다. 비록 물(物)을 내었으나 모두 녹아 없어지는 것이니, 어찌 이미 흩어진 것이 합하며, 이미 간 것이 다시 오게 되겠는가. 이제 우리 몸을 징험하여 보면 숨을 한번 내쉬고 들이쉬는 사이를 식(息)이라 하는데, 그 내쉬는 숨이나 들이쉬는 숨만을 말한 것은 아니다.” 하였다. 그러므로 사람의 기운과 숨이 또한 끊임없이 계속 나는 것은, 간 자는 지나가고, 오는 자는 있게 되는 이치를 가히 알 수가 있다.
밖으로 만물을 징험해 보면, 무릇 초목이 뿌리로부터 줄기가 되고 줄기에서 잎이 되며, 꽃과 열매가 되는 것은, 한 기운이 꿰뚫는 것이다. 봄ㆍ여름에는 그 기운이 번성하여 꽃잎이 무성하고, 가을과 겨울이 이르면, 그 기운이 움츠러들어 꽃잎이 쇠하고 떨어진다. 이듬해 봄ㆍ여름에 이르러, 또 다시 무성한 것은 이미 떨어진 잎이 본원에 돌아가서 다시 난 것은 아니다. 또 샘의 물을 아침마다 긷는데도, 음식 만드는 데 쓰고 또 빨래하는 데 모두 써버려서 물은 자취도 없어진다. 그러나 샘물은 잇달아 솟아 나오고 다함이 없으니, 이것도 이미 길어낸 물이 본원으로 돌아가서 다시 나는 것이 아니다. 또 여러 가지 곡식의 생산이 봄에 10석을 심으면, 가을에 백 석을 거두고 천만에 이르러, 그 이익이 여러 갑절이나 되니, 이는 모든 곡식도 또한 나고 나는 것이다.
지금 불씨의 윤회를 말해 보자면, 대개 혈기(血氣)가 있는 것은 스스로 정한 수가 있어 오고 오며 가고 가서 다시 증감이 없다. 그러면 천지의 조물이 도리어 농부의 생리(生利)만 못한 것이다. 또 혈기의 소속이 인류(人類)가 되지 않으면, 새짐승ㆍ물고기ㆍ곤충은 그 숫자가 정해져 있다. 이것이 번성하면 저것은 반드시 위축되고, 이것이 위축되면 저것은 반드시 번성하는 것이지, 일시에 함께 번성하고, 일시에 함께 위축되는 것은 아니다. 예부터 성한 시대를 만나면, 인류ㆍ새짐승ㆍ물고기ㆍ곤충도 번성하고, 쇠한 시대를 만나면, 인물ㆍ새짐승ㆍ물고기ㆍ곤충도 줄어드니, 이는 사람과 만물이 다 천지의 기(氣)로 난 것이기 때문에, 기가 성하면 일시에 번성하고, 기가 쇠하면 일시에 줄어드는 것이 분명하다. 내가 불씨의 윤회설에 세상이 미혹함을 분개하여, 음(陰)으로는 천지 조화를 바탕으로 하고, 양으로는 인물이 생성하는 것에 징험하여, 그 뜻을 이와 같이 터득했으니, 나와 뜻이 같은 자는 거울삼기를 바라는 바이다.
어떤 이가 묻기를, “그대가 선유(先儒)의 설에 《주역》의 유혼(游魂)이 변하는 것을 해설하였음을 인용하면서 말하기를, ‘혼과 몸이 서로 떠나는데, 혼은 하늘로 돌아가고 몸은 땅으로 들어간다.’ 하였으니, 이는 사람이 죽으면 혼과 몸이 각기 천지로 돌아간다는 것이니, 불씨의 이른바, ‘사람이 죽어도 정신은 멸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냐.” 하므로, 나는 대답하기를, “옛 시대에는 사시(四時)에 불을 모두 나무에서 취하였으니, 이는 나무 속에 원래 불이 있으므로, 나무가 뜨거워지면 불이 나는 것이고, 몸 안에 본래 혼이 있는 것이므로 몸이 따뜻하면 혼이 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나무를 비비면 불이 난다.” 하고, 또 말하기를, “형체가 이미 생기면 신(神)이 발동하여 의식을 알게 된다.” 하였으니, 형체는 몸이며, 신은 혼이다. 불이 나무를 인연하여 존재하는 것은 혼과 몸이 합하여 사는 것과 같다. 불이 꺼지면 연기는 올라가서 하늘로 돌아가고, 재는 내려와 흙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은, 사람이 죽으면 혼은 하늘로 오르고 몸은 땅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 불의 연기는 곧 사람의 혼기(魂氣)요, 불의 재는 곧 사람의 몸이다. 또 불기운이 없어지면 연기나 재가 다시 합하여 불이 되지 못하는 것은, 사람이 죽은 후에는 혼과 몸이 또한 다시 합하여 사람[物]이 되지 못하는 것이니, 이 이치가 어찌 매우 밝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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