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秋雨] - 이응희/옥담유고
가을비가 하루 종일 내리니 / 秋雨連朝暮
산의 구름이 걷혔다 덮였다 / 山雲開復昏
오동나무는 시든 잎이 많아 / 梧桐多病葉
낙엽이 사립에 수북이 쌓였네 / 零落擁柴門
가을비[秋雨] - 장유/계곡집27권
가을날 저녁나절 부슬부슬 내리는 비 / 秋雨晚廉纎
얇은 비단 이불 한기마저 느껴지네 / 輕寒侵薄縑
국화꽃 빨리 피라 재촉하는 비 / 應催菊花發
저녁 구름 좇아서 짐짓 더 뿌리네 / 故逐暮雲添
젖은 풀숲 고달픈 풀벌레 울음 / 草浥虫聲苦
하늘 멀리 기러기도 날개를 적셨으리 / 天長雁翅沾
오늘 밤 베갯머리 내내 듣겠나니 / 今宵枕上聽
처마 끝 톰방톰방 낙숫물 소리 / 殘滴灑踈簷
중추우후(中秋雨後) - 진화(陳澕)/매호유고.동문선14권
먹장 구름 쳐다보며 마음 오래 울적터니 / 仰看濃墨久含情
문득 서늘바람이 사면에서 불어와 기뻐라 / 忽喜涼風四面生
은빛 대줄기는 구름발 따라 걷어 가고 / 銀竹已隨雲脚捲
옥쟁반(달)이 고운 이슬과 함께 해맑구나 / 玉盤還共露華淸
놀이꾼은 헤어지려다 거듭 술을 가져오라고 / 遊人欲散重呼酒
창기들은 서로 불러 다시 피리를 부는구나 / 倡妓相招更按笙
하늘의 물바가지로 말끔히 벽공을 씻었으니 / 應爲天瓢洗空碧
휘영청 밝은 그 빛이 여느 밤과 영 다르네 / 孤光全勝別宵明
추우야좌(秋雨夜坐) - 이곡(李穀)/동문선15권
찬 구름이 쌀쌀히 저녁 까마귀를 보내는데 / 寒雲作色送昏鴉
홀로 서창에 기대어 철 바뀌는 것 느끼노라 / 獨倚書窓感物華
늦가을에 강산이 한창 쓸쓸하고 / 秋晩江山正搖落
밤 깊은데 풍우가 다시 불어치네 / 夜深風雨更橫斜
명리가 무슨 맛인가 괜히 나그네만 되었지 / 利名少味徒爲客
꿈조차 무정하여 고향집에 못 이르네 / 魂夢無情不到家
새벽 종 소리에 백발이 정녕 더 나리니 / 曉鏡定應添鬢髮
어이 다시 여윈 말 타고 모래 먼지 무릅쓰리 / 羸驂肯復傍塵沙
가을비에 우연히[秋雨偶題]- 정사도(鄭思道)/동문선10권
아득하게 구름은 새방으로 연하였고 / 迢遞雲連塞
처량하게 비는 가을을 몰아 보내네 / 凄涼雨送秋
뜰에 듣는 소리에 앉아 듣기에 놀라고 / 滴階驚坐睡
버들가지에 뿌릴 제는 시 시름 자아내네 / 着柳長詩愁
밤 어둠에 닭의 울음소리 어여쁘고 / 夜暗憐鷄叫
하늘이 차매 나그네 신세 부끄러워라 / 天寒愧客遊
임 생각하는 마음 간절하여 / 戀君心愈切
머리를 들고 혼자 다락에 오르네 / 矯首獨登樓
가을비[秋雨] - 이색/목은시고26권
창문을 여니 뜨락 풀이 젖었기에 / 開窓庭草濕
쳐다보니 구름이 하늘 가득해서 / 仰見雲滿天
그제야 밤에 비가 온 걸 알았으니 / 始知夜有雨
곤히 잘 수 있었던 게 다행이어라 / 幸哉能困眠
통증을 만나면 잠을 이루지 못해 / 當痛不得睡
하룻밤이 지루하기 일년 같아서 / 一夜長如年
빈 뜰에 빗방울 듣는 소리만 나도 / 空堦有點滴
온갖 근심에 애간장이 탔었는데 / 寸心百憂煎
어젯밤엔 곤히 잘 수가 있었으니 / 如今得酣寢
하늘이 응당 불쌍히 여김이로다 / 造物應見憐
원컨대 나를 더욱 불쌍히 여기사 / 憐我願憐我
몸과 이름 모두 온전케 해 주소서 / 身名俱兩全
가을비[秋雨] - 채제공/번암집9권
가을 창공이 이미 맑고 푸른데 / 秋空已澄碧
지금 비는 참으로 때가 아니네 / 此雨頗非時
못에 떨어지는 가는 방울을 보고 / 細滴塘心見
잎 위로 듣는 차가운 소리로 아네 / 寒聲葉上知
강은 사인 바위 곁에 편평히 흐르고 / 江平舍人石
구름은 박공의 사당을 뒤덮고 있네 / 雲罨朴公祠
농부들의 시름이 하고 많아라 / 田父煩愁思
날씨가 흐려 기장이 더디 익네 / 天陰黍熟遲
가을비[秋雨] - 서거정/사가시집50권
대나무 숲에 가을비 쓸쓸히 내리는데 / 秋雨蕭蕭篁竹林
적막한 나그네 회포는 귀뚜리 소리 짝했네 / 客懷寥寂伴蛩唫
왕찬의 등루부는 미처 이루지 못한 채 / 未成王粲登樓賦
한 조각 석양 아래 고향 생각이 아득하네 / 一片斜陽萬里心
가을비[秋雨] - 신흠/상촌집17권
중양절이 가까워옴을 알겠구나 / 已覺重陽近
가을 소리가 나뭇가지에 있잖은가 / 秋聲在樹柯
동녘 누대의 밤중에 내린 비가 / 東樓半夜雨
작은 못 연잎에 방울져 떨어지네 / 滴盡小池荷
가을비[秋雨] - 이민구/동주집시집4권
객지 잠자리에서 가을 꿈 놀라 깨니 / 客枕驚秋夢
이웃집 방앗소리 새벽 부엌에서 들리네 / 隣舂趁早廚
물안개로 풀숲 뿌옇고 / 水煙迷草莽
산에 비 내려 솔과 오동 숲 어둑어둑 / 山雨暗松梧
지업은 유 중루(유향)였는데 / 志業劉中壘
모습은 굴 대부(굴원)을 닮았네 / 形容屈大夫
위태한 나라 걱정에 / 艱危宗國念
눈물 뿌리며 막다른 길에 섰노라 / 灑涕立窮途
가을비[秋雨] - 서거정/사가시집30권
가을비가 사흘동안 연해서 내리니 / 秋雨連三日
하늘땅 만리가 아득히 깜깜하네 / 乾坤萬里陰
날아오른 건 전일의 꿈속이었고 / 飛騰前日夢
가고 머묾은 지금의 심정이로다 / 去住此時心
부질없이 초료부를 짓는가 하면 / 謾作鷦鷯賦
괜히 귀뚜라미 소리로 슬퍼기도 하네 / 空悲蟋蟀唫
시상땅에 가면 솔과 국화가 있거니 / 柴桑松菊在
어찌 양소의 금을 생각하겠는가 / 寧憶兩疏金
註: 초료부(鷦鷯賦)는 진(晉)나라 문인 장화(張華)가 지은 부(賦)인데, 초료는 곧 뱁새를 가리킨다.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에 “뱁새는 깊은 숲에 둥지를 틀어도 의지한 것은 나뭇가지 하나에 지나지 않고, 두더지는 강물을 마셔도 제 배를 채우는 데에 지나지 않는다 [鷦鷯巢於深林 不過一枝 鼴鼠飮河 不過滿腹].”라고 하였는바, 초료부 또한 장자의 말처럼 자기 분수에 만족하고 자연에 순응하는 것을 서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