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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서당(以會書堂)

부사 성여신(成汝信) 시(詩) - 부사집(浮査集)

작성자허현|작성시간25.01.25|조회수105 목록 댓글 0

 

조선중기 진주에 살았던 성여신(成汝信 1546~1632)은 금산면 가방리에서 태어났으며 자는 공실(公實), 호는 부사(浮査), 본관은 창녕(昌寧)이다. 부사는 문장과 글씨가 당대 그가 살았던 지역에서 최고였던 인물이었으며 경(敬)과 의(義)를 실천한 유학자로서 경세적 재능을 지니고서도 세상에 쓰이지 못한 성세(聖世)의 일민(逸民)이였다.

 

 

● 관포(어득강)의 유허를 지나다 [過灌圃遺墟]

부용봉 아래 흐르는 물은 / 芙蓉峯下水

혼돈암을 흘러 지나는구나 / 流過混沌庵

관포옹은 어디로 가셨는가 / 灌圃翁何去

유허엔 푸른 남기만 자욱하네 / 遺墟鎖翠嵐

 

● 진사 정승윤(南溪)에 대한 만시 [挽鄭進士 承尹]

젊은 나이에 이름이 연방(합격자 명부)에 올랐고 / 早歲名蓮籍

일흔 나이에 땅 속에 묻히는구나 / 稀年卽夜臺

청빈함은 원헌(子思)의 절개 같았고 / 淸貧原憲介

준일함은 포소(포참군)의 재능 같았네 / 俊逸鮑昭才

천 국의 바둑에 취미를 붙였고 / 得趣棊千局

한 잔의 술에 근심을 잊었네 / 忘憂酒一杯

동녘 언덕 그윽하고 빼어난 곳 / 東臯幽絶處

길가의 풀은 누구를 맞이하는가 / 逕草爲誰媒

 

● 왕마힐(왕유)의 「백발탄」에 차운하다 [和王摩詰白髮歎]

어제 보니 먹구름처럼 검었는데 / 昨見黑雲黑

오늘 보니 흰 구름처럼 새하얗네 / 今看白雲白

아득한 백 년의 긴 세월도 / 悠悠百歲間

홀연히 지나는 한 나그네 같네 / 倐忽一過客

서성이니 슬픔은 배나 더하고 / 徘徊倍惆悵

고개 돌리니 날은 벌써 저물었네 / 回頭日已夕

누런 잎은 언제 떨어지려나 / 黄葉落何時

푸른 풀이 부들길에서 솟아났네 / 碧草生蒲陌

 

● 청곡사에 도착하여 제군을 만나 거문고와 술로 정담을 나누다 [到靑谷逢諸君琴酒會話]

나귀를 재촉하여 구름 덮인 청곡으로 들어오니 / 鞭驢來入水雲間

단풍잎 붉게 물들어 수놓은 비단 같은 산이로세 / 楓葉粧成錦繡山

또 제군들 만나 거문고와 술을 함께 즐기니 / 又遇諸君琴酒會

덧없는 인생 그래도 잠시 한가함을 얻었구나 / 浮生猶得蹔時閒

 

● 용장사(茸長寺). 승려 설잠(雪岑)의 속명은 김시습(金時習)인데, 다섯 살에 능히 글을 지었다.

단종이 붕어한 후에 거짓 미친 척하며 승려가 되어 경주 금오산(金鰲山)으로 들어가 이 절을 짓고 은거하였다.

나이 겨우 다섯 살에 문장으로 이름난 이(김시습) / 年才五歲擅文章

만년까지 미친 척한 절개 어찌 미친 것이랴 / 晩節佯狂豈是狂

불가로 도피하니 그 도피한 뜻을 뉘 알았으리 / 逃禪誰識逃禪意

다만 옛 임금(단종)을 끝내 잊지 못해 그런 줄을 / 只爲舊君終不忘

 

● 산을 유람하기로 한 약속에 달려가다 [赴遊山約]

오늘 아침에 이미 한 쌍의 짚신 준비했으니 / 今朝已辨雙芒鞋

산에 오르려는 의지 결코 멈추지 못하겠네 / 作意登山殊未已

높은 봉우리에 홀로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 獨立峯頭下見之

만 리의 푸른 바다가 한 잔 술처럼 보이겠지 / 萬里滄溟可杯視

 

● 산에 오르다 [上山]

아래에서 위로 오르는 것에는 묘한 이치 있으니 / 自下登高有妙理

마음 바빠 걸음 재촉하면 정상에 오르기 어렵네 / 心忙行速上之難

느긋하게 힘써 노력하여 오르길 그만두지 말아서 / 從容勉强行無已

그렇게 오른 뒤에야 바야흐로 세계가 넓음을 알리 / 然後方知世界寬

 

● 두류산에서 돌아오는 길에 찰방 정윤목을 만나 절구 한 수를 읊어서 주다 [頭流歸路遇鄭察訪允穆吟贈一絶].

정윤목의 아버지는 정탁(鄭琢)이다.

산에서 나오는 사람 산으로 들어가는 이 만나니 / 出山人遇入山人

낭랑하게 읊조리며 날아간 여동빈인가 의심했네 / 疑是飛吟呂洞賓

모든 계곡의 운무를 내가 이미 거두어 버렸으니 / 萬壑雲烟吾已拾

두류산 풍경이 응당 빈약해졌으리라 생각되네 / 頭流風景想應貧

 

● 쌍계사 팔영루에서 옛날의 감회를 읊다 [雙溪寺八詠樓感舊吟]

밝은 달은 쌍계의 새로 지은 절간에 떴고 / 明月雙磎新梵宇

맑은 바람은 팔영루의 옛 신선 누각에 부네 / 淸風八詠舊仙樓

흥망이 수없이 바뀌어 구름은 남으로 내려오고 / 興亡百轉雲南下

세대는 돌고 돌아 물은 북으로 흘러가네 / 世代千回水北流

고요한 낮 단풍 숲엔 나막신 한 쌍 가지런하고 / 晝靜楓林雙蠟屐

깊은 밤 소나무 평상엔 차 단지 하나 놓였네 / 夜闌松榻一茶甌

누가 알았겠는가 십 년 전 여산의 나그네가 / 誰知十載廬山客

백발이 되어 다시 악양에 오게 될 줄을 / 重到岳陽雪滿頭

 

● 서라벌 회고 [東都懷古]

계림(신라)의 누런 잎이 서풍에 흩어지고 / 鷄林黃葉起西風

옥피리 소리 속에 물은 동으로 흐르네 / 玉笛聲中逝水東

오십 대 전한 궁궐은 주춧돌이 남아있으나 / 五十代傳宮礎在

천 년 지난 궁중 전각은 빈터만 덩그렁하네 / 一千年過殿基空

가을날 황량하게 푸른 곳은 포석정이고 / 亭名鮑石秋蕪綠

석양 노을빛에 붉은 곳은 첨성대이네 / 臺號瞻星夕照紅

옛 자취 의연하여 맥수를 슬퍼하면서 / 陳跡依然悲麥秀

거문고 들고 한가히 앉아 나는 기러기를 보내네 / 撫琴閒坐送飛鴻

 

● 돌아가기를 생각하며 읊다 [思歸吟]

내가 올 때는 바로 봄 저무는 달이어서 / 我來正當春暮月

안개비 속에 울긋불긋한 꽃이 드물었네 / 紅白花稀烟雨中

내가 머문 것이 어느새 사월도 지나가서 / 我留仍過四月天

푸른 나무 그늘 속에 맑은 바람 일어나네 / 綠樹陰裏生淸風

세월은 하염없이 흘러 사람을 기다리지 않으니 / 光陰冉冉不待人

나는 제비와 꾀꼬리 노래 소리는 공연히 애를 끊네 / 鷰舞鶯歌空斷腸

수많은 근심거리에 짧은 글을 부쳐 보내며 / 多端愁緖寄短篇

돌아가려 해도 돌아가지 못해 노래 다시 길어지네 / 思歸未歸歌更長

 

● 산 속에서 읊다 [山中吟]

세 신선이 벽동에서 나와 / 三仙出碧洞

잠시 인간 세상에서 노닐었네 / 暫向人間遊

다시 고요한 산사로 돌아와 / 歸來蘭若靜

계수나무 우거진 산 속 그윽한 곳에서 / 桂樹山之幽

흰 구름에 누워 붉은 노을 희롱하며 / 卧白雲弄紫霞

그대와 더불어 함께 머무는구나 / 與子同淹留

 

번역: 경상대학교 경남문화연구원 남명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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