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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수상(隨想)

나이듦에 대하여 - 文浦

작성자허현|작성시간15.04.20|조회수84 목록 댓글 1

 

연예계 보도에 따르면, 작년 가요계에서 가장 히트한 노래는 '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였다고 한다. 나이 때문에 서운한 대접을 받았거나 나이듦을 서러워 하는 중장년들 모임에서는 항상 불려지는 인기곡이었고, 나도 이 노래를 익혀 몇 차례 부른 적이 있다. 노래를 잘 하려면 가사와 곡을 외우고 흐름도 알아야 하지만 노래에 담긴 맛과 창작자들의 정서를 자기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 점에 제법 일가견이 있는 나는, 곡의 흐름도 좋고 가사가 어느 정도 내 형편에 맞아 내 창법에 맞게 불러 앵콜을 몇차례 받곤 했다.

최근에는 이 노래의 인기 영향인지 '내 나이가 어때서, 보험들기에 딱 좋은 나이인데..,'라는 광고 음악을 모 보험회사가 TV에 내 보내고 있다. 이 광고 음악과 원래의 노래를 음미해 보면 나이듦을 수용하면서도 젊음과 사랑을 찾고 싶은 심경과 함께 나이듦의 설움을 이겨내려는 안타까움이 잘 표현되고 있다.

이러한 정서는 우리 소리인 단가, '사철가'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봄은 왔건만은 세상사 쓸쓸하더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하구나. 내 청춘도 날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세월아, 세월아, 가지를 말어라, 아까운 청춘들이 다 늙는다~ 벗님네들 서로 모아 앉아서 한잔 더 먹소 그만 먹게하면서 드렁거리고 놀아보자'라고 노래했으니 나이 듦에 대한 안타까움과 슬픔에 더해 남은 삶을 즐겁게 보내려는 사람들의 마음은 고금구분없이 한결같은 듯 하다. 그것은 아마도 인간 자신에 대한 심각한 고민거리이기 때문이리라. 그러고 보면 사람에게 나이듦은 피할 수 없는 운명적 다가옴이고, 그런 나이는 사람이 갖는 시간의 함수인 것 같다.

이렇게 연륜을 더 할수록 사람들이 갖는 가장 뚜렸한 변화 중의 하나는, 한 달의 지남이 마치 일주일이 지난 것 처럼 느껴지는 시간왜곡현상이 아닌가 한다. 내 경우, 코 흘리기일 땐 반나절도 영원히 끝나지 않을 듯 길었던 하루였는데 말이다. 이러니 지금까지 내 시간은 나의 통제하에 있었지만 곧 종심(從心)을 앞둔 이제는 시간이 나를 함부로 대하면서 흘러가는 역전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흔한 말로 세월이 30대는 30Km, 40대는 40Km, 50대는 50Km로 달려간다는 넋두리가 나에게 현실이 되었고 세월의 흐름이 의식 속에 강하게 들어오고 있다. 이러다 보니 삶의 길이에 대한 느낌은 살아온 세월과 반비례함을 경험하고 있다. 나이 들수록 시간이 이처럼 쏜살같이 흘러감은 바로 내 시간을 누구에게 도둑질당한 것과 다름이 없는 터, 남은 시간과 세월을 귀중한 선물이라 여기고 도파민이 샘솟는 삶을 다시 꾸려야겠다고 단단히 다짐해 본다. 이런 깨달음은 산을 오를 때의 청춘시절이 아닌, 하산 중인 내 나이에서 참으로 귀중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나이가 많아지면 어제도 오늘도 비슷한 일상, 단조로운 삶을 지속하는, 타성적인 삶을 사므로 쏜살같은 시간의 흐름을 불평하거나 원망한다. 또 대개는 주름살 깊어진 얼굴처럼 우울함을 자아낸다, 나이가 들어 이처럼 삶에 대한 새로운 기대도 설렘도 없이 그저 습관에 이끌려 산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분명한 것은, 나이듦이란 나무토막처럼 모든 것에 무관심해지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기억과 감성을 살려내고 그것을 자신의 삶으로 통합해가는 과정이 아닌가 한다. 더욱이는 자신들이 살아 온 시간속에서 가장 맑고 아름답고 순결했던 시절을 향해 자신을 회복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그래서 하루를 생각해 보면, 나는 노년기에 들어 있기에 오전이 아니고 분명 태양이 힘을 잃고 서녁으로 떨어지는 오후이다. 이 인생의 오후에 나는 내 자신의 내면으로 돌아 와 소중한 기억과 내적 보화를 발견하는 한편, 남은 시간들이 나의 인생을 더욱 숙성시키도록 노력하고 싶다. 그렇다고 청산 밖 세상사와 남들은 모르겠다는, 자신에게만 집중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꽃피는 봄이면 꽃을 보러, 힘든 사람이 있으면 달려가 안아주고 일으켜 줄 것이다.

참으로 나이가 푹 듦과 노년기는 인생의 그물에 걸려 들어온 숱한 경험과 기억을 정리하는 시기이지 결코 자기 안에만 몰입해서 웅크리고 사는 삶의 시기가 아니다. 그래서 욕심을 좀 내 본다면, 누가 들으면 웃을지도 모르겠으나, 선의의 사춘기의 감수성도 살려 나가고 싶다. 사춘기의 마음으로 돌아가면 일상이 경이로움과 설렘 그리고 기쁨으로 받아드려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이라서 그런지 요즈음은 좋은 글 한 줄 읽고도 행복해지고, 남이 알아 주지 않더라도 가슴속에 쌓인 이야기를 글로 풀어도 보고, 밤하늘을 바라보듯 그리움을 가슴에 담아 보기도 한다. 내 나이에서 진정 인생을 풍요롭게 사는 일은, 어느 정도의 물질과 젊음도 중요하겠지만 그것보다 더 가슴속 맑고 따뜻하게 흐르는, 살아있는 이런 감성이 아닌가 바보처럼 자문해 본다.

나이듦은 세상과 자신을 바로 보고 아름답게 여길 수 있는 지혜를 주니 참으로 은혜이자 축복이다.

막걸리 한 잔을 들이키고 '내 나이가 어때서~'를 흥얼거려 보니 나이듦의 여유로움과 참맛이 새록새록 피어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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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허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4.22 Age is a number that means a lot of things,including how much you've accomplished,experienced and perhaps most importantly,the mistakes you've avoided making during a lifetime. - Christine M.Flowers / Philadelphia Daily 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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