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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수상(隨想)

갈매기에게 [謝白鷗] - 정이오(鄭以吾)/동문선56권

작성자허현|작성시간13.05.31|조회수364 목록 댓글 0

 

註: 정이오(鄭以吾)는 여말선초(麗末鮮初)의 문신(文臣)이요 학자이다. 그는 바다 갈매기의 한적한 멋과 표표로운 모습을 보고서 「謝白鷗文(사백구문)」을 지었다. 

 

예나 지금이나 풍물시(諷物詩)에 있어 시인(詩人),묵객(墨客)들은 모두 갈매기를 빌어서 그 한적한 멋과 뛰어난 모습을 비기고 있도다. 잠깐 대가(大家)를 예로 든다면 노두(老杜,두보)의 문집에서도 보이도다.

나는 박복파(朴伏波. 水軍의 장수)를 따라 누선(樓船)을 타고 따라 남쪽으로 갔더니, 갈매기들이 언제나 배가 정박한 곳과 군사가 쉬는 곳에 날아들었다. 이 새는 목욕을 아니하여도 희고 물들이지 아니하여도 흐리며, 그 정신과 태도는 뜬 구름처럼 무심한 것이라서 멀리서는 볼 수는 있어도 조롱 속에다 넣어 둘 수는 없도다. 오래 되어 자세히 보니, 그가 배에 다가오는 것은 오직 먹이를 찾기 위해서였도다. 어찌 알고 말하는 것이냐 하면, 무릇 누선(樓船)에 있는 군사들 중에는 고기를 낚는 자도 있고 짐승을 잡는 자도 있는데 그 새,짐승,물고기,자라 등의 비늘,껍질,간(肝),신장[腎]을 모두 얻어 먹을 수 있기 때문이로다. 그래서 나는 마음으로 그 소위(所謂)를 달갑지 않게 여겼도다. 또 무릇 새나 짐승이 잡혀 죽는 것은 대개 먹이를 탐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났도다. 이에 나는 무부(武夫)에게 탄환(彈丸)을 달래서 한 번 쏘아 그 형상이 어찌되는가 보려 했도다. 내가 탄환을 얻어 가진 뒤로는 갈매기도 감히 배에 다가오지 않았으니 그 기미를 알았단 말인가. 『논어(論語)』에 있는 “빛만 보고 퍼득 날아, 빙 돌다가 다시 앉네.”라는 말은 갈매기를 두고 하는 말이로다. 나는 그런 뒤에야 비로소 시인,묵객들이 이를 시로 꼭 읊는 까닭을 알게 되었고, 또 그 취할 점도 인정하게 되었도다. 아, 세상에는 이득(利得)과 봉록(俸祿)을 탐내고 재산과 지위를 탐내다가 형벌을 받으면서도 그것을 모르나니, 사람으로써 새보다 못해서야 되겠는가. 다음과 같이 글을 지어 사례하도다.

 

"새 가운데 갈매기가 있음이여, 구름보다 희어라. 호탕함을 탐냄이여 길들기 어렵노라. 사람의 낯빛만 보고 퍼득 날아감이여, 주살을 멀리 피하려 함이라. 네가 태어남이여, 기미를 앎이 신통하도다. 나의 잠깐 부끄럼이여, 갈매기에 쏘려던 탄환을 버리노라. 왕래함이 없음이여, 마음이 근심스럽노라. 세상 사람들이여, 웃음 속에 칼을 품었도다. 흰 갈매기를 버려둠이여, 나는 누구와 더불어 갈 것인가. 하물며 파리 떼들이 천지간에 가득함이여 내 마음을 누구에게 밝힐 것인가. 강과 바다로 표표히 다님이여, 마침내 너와 함께 하기를 맹세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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