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아정(換鵝亭)은 산청군 산청리 경호강가에 있었던 정자이다. 1395년 산음 현감인 심린(沈潾)이 건립하였다. 환아정은 주변의 경호강과 함께 산수가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했으며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곳이었다. 1950년 화재로 불타버렸고 2022년에 옛날의 위치에서 약간 옮겨 다시 세워졌다. '환아(換鵝)'란 중국의 명필 왕희지가 중국 산음땅 도인에게 도덕경을 써주고 자기가 좋아하는 거위를 받았다는 '白鵝換字(백아환자)'의 고사(故事)와 관련이 있다.
환아정 시판 중수기 (換鵝亭詩板重修記) - 정인홍/내암집12권
관포(灌圃) 어공(魚公.어득강 1470~1550)은 이름난 인물이다. 문장과 덕행이 빼어난 것이 한 세대에 으뜸이 되었다. 공은 경인년(1470)에 태어나 대과에 합격해 외직에 보임되어 현감을 지냈는데, 그때가 27세였다. 고(故) 사간(司諫) 하진보(河晉寶.정인홍의 사돈)는 본관이 진주인데 관포의 외손자이다. 외손자(하진보)는 경인년(1530, 중종25)에 태어났는데, 대과에 합격한 때의 나이가 또한 27세였다. 나의 손자 정릉(鄭棱)은 특별한 은혜로 현감에 제수되었는데, 또한 경인년(1590)에 태어났고 나이가 27세였다.
아! 관포로부터 릉에 이르기까지 1백여 년이 지났는데 모두 경인년에 태어났고, 현감에 제수되었을 때의 나이가 모두 27세였다. 문과에 합격한 것과 은혜롭게 관직에 제수된 것이 같지 않지만, 그 사이가 1백 년이나 되는데 대략 서로 부합되니, 우연이 아닌 것이 있는 듯하다.
관포가 산음의 현감이 되었을 적에 정자를 환아(換鵝)라고 명명하고, 그 나머지 경치가 맑고 빼어난 곳도 모두 그 이름을 바꿔 한 번 새롭게 하고서, 절구 12수를 지어 그 처마 밑에 매달아 빛나게 하였다. 정자의 빼어남을 읊은 문사(文詞)가 남쪽 지역에서 으뜸이었으나, 불행히도 왜적이 갑자기 쳐들어와 흉한 난리가 온 나라에 두루 미쳐 정자 또한 그 재앙을 면하지 못하였다. 관포의 시판과 여러 이름난 공들이 지은 시편들이 완전히 없어져 다시는 존재하지 않았다.
관포의 외증손 상사(上舍) 하징(河憕)이 문집에서 절구 12수를 찾아 릉(정릉)으로 하여금 목판에 새겨 다시 걸게 하였는데, 릉이 나에게 그 대략을 기록해달라고 요청하였다. 그래서 감회가 없을 수 없어 이 기문을 짓고, 인하여 권면하기를
“관포공의 시판이 다시 만들어져 오래된 정자가 거듭 빛날 것이니, 이는 진실로 하나의 큰 일이 된다. 몸은 고을의 수령이 되었으니(나라에서 정릉에게 산음 현감을 제수하여 할아버지 정인홍을 봉양하게 하였음), 정사를 거듭 새롭게 하고 고을의 백성에게 덕을 맛보게 하라. 고을을 위해서는 덕이 불어나기를 힘쓰고, 조정을 위해서는 근본을 힘쓰라. 그런 뒤에야 거의 조정의 명을 욕되게 하지 않을 것이니, 이는 조상을 거듭 빛내는 실질적인 일이다... 라고 하였다. <경상대학교 남명학연구소 역문>
김종직/점필재집 시집10권. 9월23일 산음에서 어머니를 작별하고 함양으로 돌아가다[九月二十三日別慈闈於山陰還咸陽]
환아정 앞에서 해는 서쪽에 기울었는데 / 換鵝亭前日西瘦
단풍 잎새 소슬하고 가는 말 희미하여라 / 楓葉蕭蕭歸騎迷
일년 내내 우환 속에 다시 이별을 하고 나서 / 一年憂患更離別
황산에 머리 돌리니 연기 안개 나직하구나 / 回首皇山煙霧低
김종직/점필재집 시집7권. 산음의 환아정에서 절도사 이극균의 운에 차하여 두 수를 짓다[山陰換鵝亭次李節度使克均 二首]
마치 하늘을 등에 진 학을 탄 듯 시원하여 / 身馭冷然鶴背天
한낮의 뙈약볕도 권세를 부리지 못한 것 같네 / 赤煒當午似無權
구름에 비춘 빗줄기는 신속하게 지나가고 / 映雲雨脚翛翛過
대밭 너머 꽃 향기는 성하게 풍겨오누나 / 隔竹花香苒苒傳
노는 사람이 잠잘 해엽점을 이미 마련했으니 / 已辦遊人眠薤簟
태수는 번거로이 포편을 보이지 말아야지 / 休煩假守示蒲鞭
해 비낀 강가에서 어부의 피리 소리 들리니 / 日斜江上聞漁笛
아마도 엄광의 낙시터 가에 있는 듯하구나 / 疑在嚴光釣瀨邊
깊은 숲 그늘 속에 화려한 집 말끔하여라 / 玲瓏華構樹陰重
더운 바람 모르는 것이 가장 적합치 않구나 / 未省炎風最不中
물은 단계에 흘러 맑은 거울을 쏟아내리고 / 水赴丹谿淸瀉鏡
산은 청학동에 연하여 푸른 하늘을 갈도다 / 山連靑鶴翠磨空
연기와 놀은 분수 있어 열심히 서로 따르고 / 煙霞有分勤相逐
잔술은 마땅함에 따라 쉬 진하게 마신다오 / 杯酒隨宜覺易濃
이서에게 알리노니 나를 혼탁하다고 말라 / 爲報吏胥毋溷我
책상에 쌓인 부서들은 바로 먼지 구덕이란다 / 簿書堆案卽塵籠
오건/덕계집1권. 환아정에 쓰다[題換鵝亭]
요지에서만 어찌 꼭 신선놀음 하랴 / 瑤池何必作仚遊
이곳 풍광도 아주 좋기만 한데 / 此地風光足上流
피리 소리 속에 봄이 저물려 하는데 / 一篴聲中春欲暮
강 가득 밝은 달이 외로운 배 싣고 있네 / 滿江明月載孤舟
오건/덕계집1권. 환아정에 쓰다[題換鵝亭] 관찰사 임열과 함께 읊다.
꽃 지니 봄은 다하려 하고 / 花落春將盡
강물 맑으니 달은 더욱 밝네 / 江淸月復明
외로운 배에 한 동이 술로 / 孤舟一樽酒
한평생 우정을 서로 맺네 / 相契百年情
이민구 / 동주집 전집3권. 산음팔영(山陰八詠)중 하나
환아정에 오르니 / 自登換鵝亭
마음 홀려 혼미하네 / 昏惑迷心緖
뜨거운 바람 부는 유월에도 / 六月炎風時
천하의 더위를 알지 못하는구나 / 不知天下暑
이의현/도곡집1권. 시(詩) 92首중 87번째首. 내가 남쪽에 와서 한 해를 보냈는데, 당시 재상의 배척으로 인해 연이어 글을 올려 면직되길 청하느라 여러 읍을 순행할 기회가 없었다. 이제 장차 체직되어 돌아가려할 적에 부질없이 칠언 절구를 지어 한 도의 산천과 풍속을 낱낱이 적어 유람에 대체하고자 한다〔余來南經年 而以時宰之斥 連章乞免 不得巡行列邑 今將遞歸 漫賦七絶 歷叙一路山川風俗 以替遊覽〕
산음의 물색 천고에 넉넉하니 / 千古山陰物色餘
환아정 위에서 머뭇거리노라 / 換鵝亭上爲躊躇
유상곡수는 깨끗하게 즐긴 일이니 / 流觴曲水淸歡事
계축년 모춘(暮春)의 풍경 비슷하여라 / 風景依俙癸丑初
채제공/번암집3권. 산음에 도착해서 환아정에 자리를 펴도록 한 뒤 양친을 모시고 일행과 함께 올라가니, 영광스럽고 멋진 광경이 남쪽 고을을 빛나게 하였다. 마침내 율시 한 수를 지어 이 일을 기록하다〔到山陰 命設席於換鵝亭 陪兩親率一行登臨 榮光勝事 煥耀南州 遂吟一律以記之〕
물과 구름 옆에서 옥젓대를 연주하니 / 雙吹玉笛水雲邊
술상 아래 이무기들 잠을 자지 못하리라 / 樽底蛟螭不敢眠
오늘 우리 집안이 다 하늘 위에 앉았는데 / 今日全家天上坐
석양에 높은 누각 맑은 물에 비치도다 / 夕陽飛閣鏡中懸
강이 겨울 골을 흘러 강가 모래 깨끗하고 / 江穿雪峽沙痕淨
마을 밑에 다리 있어 대 그림자 선명하네 / 村壓虹橋竹影鮮
웬일인지 악공들이 너무 늦게 도착하여 / 怪殺管絃來太晩
화려한 난간 동편 달이 먼저 떠올랐네 / 畫欄東畔月光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