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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고사(古文故事)

청음 김선생에 대한 제문〔祭淸陰金先生文〕- 신익전/동강유집12권

작성자허현|작성시간19.01.08|조회수76 목록 댓글 0

 

아, 하늘은 우리 선생을 석과(碩果.과일나무 높은 가지 끝에 달려 있어 사람들이 따 먹지 못하는 한 개 남은 큰 과일을 말하는데, 종자가 되어 다시 훗날을 기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지러운 세상에서도 큰 덕을 지닌채 소인들에게 해를 당하지 않고 있는 군자를 지칭)로 인정하였건만 어찌하여 선생께선 갑자기 이 세상을 헌신짝처럼 버리셨습니까. 선생의 절의와 문장은 이미 온 천하를 진동시키고 역사에 빛나기에 충분하니 지난날 선생을 시기하여 모함하던 자들도 장차 이마에 땀이 흐를 것입니다. 그렇다면 세상에는 선생을 조금 안다고 말하는 자들이 필시 적지 않겠지만, 천하를 진동시키고 역사에 빛날 선생의 절의와 문장이 실로 근본이 있음을 살핀 자들이야 얼마나 되겠습니까.

제가 비록 보잘것없는 몸이지만 일찍이 선친(신익전의 아버지 신흠)께서 남기신 말씀을 들었습니다. 선친께선 항상 선생을 언급하시면서 꼭 다음과 같이 말씀하였습니다.

“그 사람의 뛰어난 절의는 어린 임금을 맡길 만하고, 그의 문장은 나라를 빛내고 훌륭한 문장가의 뒤를 잇기에 충분하다. 이는 본래 빼어난 기운을 타고난 것이지만 학문으로 터득한 것이 많았다.”

아직도 귀에 쟁쟁한 그 말씀을 저는 마음속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그런 선생께서 이제 끝나고 말았습니다. 선친의 막역지우도 소자가 믿고 의지하던 분도 모두 하루아침에 잃고 말았으니, 갈 길을 잃고 헤매는 이 몸은 장차 누구를 의지한단 말입니까.

선생께서 이 세상에 계실 때엔 단지 조정의 석과였을 뿐만 아니라 실로 선친의 벗 가운데서도 석과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헌신짝처럼 세상을 버리고 아득히 날아가는 새를 타고 돌아보지 않으시니, 이제부터 우리 양가 자손들이 아버지와 스승을 사모하는 마음을 붙일 곳은 오직 우리 선친이 선생께 준 서문 두 편, 선생께서 써주신 선친의 행장과 문집 서문, 두 분이 평소 주고받으신 시편 등이 남아있을 뿐입니다. 아, 슬픕니다. 사람들은 항상 이렇게 말합니다.

“단련할수록 순정해지는 것은 좋은 금이고, 태울수록 향이 짙어지는 것은 향기로운 난초이다.”

그러나 역경을 만날수록 더욱 빛나는 선생의 도는 금이나 난초에 비할 바가 아니니, 천하를 진동시키고 역사에 빛날 선생의 절의와 문장은 마땅히 먼 훗날까지 길이 전해질 것입니다. 아, 슬픕니다.

선생께서 심양(瀋陽)에 들어가 계실 때 저도 뒤따르게 되었는데, 그때 본 선생의 안색과 음성은 전혀 흐트러짐이 없었습니다. 선생께서 고국으로 돌아오신 뒤에 제가 석실(石室.남양주에 있는 안동김씨 세거지)에서 뵈었고, 또 서울 집에서도 뵈었는데, 그때의 안색과 음성이 심양 객관에 계실 때와 다름이 없었습니다. 이를 보고난 뒤에야 저는 선생의 절의와 문장이 모두 근본이 있고 괜히 그런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 슬픕니다.

을유년(1645, 인조23) 겨울에 제가 광주 목사(光州牧使)로 나갈 때엔 선생께서 율시 한 수를 지어 주시고, 또 소서(小序)를 지어 아픈 사람 보살피듯 백성을 살피라는 뜻으로 격려하셨습니다. 지난 가을 제가 송도 유수(松都留守)에 제수되어 선생께 하직 인사 올리러 찾아뵈었을 때 선생께선 병석에 계셨습니다. 제 손을 잡고서, “이번에 헤어지는 것이 영원한 이별이겠구나.”

라고 슬프게 말씀하시면서 선친과 돈독했던 교분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셨습니다. 아! 슬픕니다. 그 때가 얼마나 지났기에 더 이상 조정과 선친의 벗 사이에서 선생을 볼 수 없단 말입니까. 더구나 지금 제가 온 것이 사(賜.공자의 제자인 자공)보다 늦어서 선생의 장례에 상엿줄도 잡지 못하여 뒤늦게 궤연(几筵)에 제물을 올리니, 스승을 잃고 헤매는 소자의 슬픔이 어찌 심하지 않겠습니까. 아, 슬픕니다. (고전번역원 譯文)

 

: 상촌 신흠의 아들인 신익전이 지은 청음 김상헌(金尙憲 1570~1652)에 대한 제문이다. 그는 청나라의 출병 요구에 반대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1640년(인조18)에 청나라에 압송되었고, 동강 신익전은 1642년에 명나라를 지지하고 청나라를 배척하였다는 일로 심양으로 압송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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