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사치가 욕심에서 생겼는데 후세에는 사치가 풍속에서 생기고 욕심이 사치에서 생긴다. 《서경(書經)》에 “하늘이 사람을 낳았는데 누구나 욕심이 있다.” 하였으니, 욕심이란 이(耳)ㆍ목(目)ㆍ구(口)ㆍ비(鼻)와 지체(肢體)의 욕심을 가리킨 것으로 이것은 끊어버릴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재물을 필요로 하여 살아가지 않을 수 없으니, 환경에 따라가다 보면 때로는 분수에 지나쳐 사치하게 됨을 면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에는 그렇지 않아서 거마(車馬)ㆍ의복(衣服)ㆍ궁실(宮室)ㆍ음식(飮食)이 남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큰 수치로 여겨, 자기는 아무것도 없으면서 겉치레만을 힘쓰기에 급급하여 오직 부족할까 두려워한다.
가난한 선비가 가정에서는 채소만을 먹다가도 남을 대하게 되면 성찬(盛饌)을 먹는다거나 또는 가난한 집의 여자들이 평상시에는 때묻은 옷을 입다가도 손님을 보게 되면 화려한 치장을 하는 따위는 모두 겉치레만을 힘쓰는 습관이다.
현재는 문벌을 숭상하여 경상(卿相)의 아들은 반드시 경상이 되고, 부잣집에서 태어나면 죽을 때에도 부잣집이어서 더욱더 사치를 증가하여 스스로 깨닫지 못하게 된다.
비록 토지가 없고 녹봉이 없는 집안들도 그들과 벗으로 사귀고 혼인하면서, 죽어도 질박하고 검소한 것을 꺼리고 반드시 귀족들의 사치를 따르려고 한다. 만일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비웃는다.
사치하는 것은 반드시 재물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재물이 부족하면 온갖 수단으로 구하여 불의(不義)라는 것을 따지지 않는다. 이래서 ‘사치가 풍속에서 생기고 욕심이 사치에서 생긴다’ 하는 것이다.
옛날에는 높은 벼슬아치들이 대부분 가난하고 천한 신분에서 나왔으며, 비록 임금이라 하여도 또한 임금 되기 전에 소인(小人.일반 평민)으로 만들어 어려운 일을 하나하나 직접 체험하여 알게 하였다. 그러므로 지나치게 사치함에 이르지 않았었는데, 저 귀하고 부한 집안에서 호강으로만 자란 자식들이야 어떻게 이런 것을 알겠는가?
주서(周書)에 “세록(世祿)의 집안은 능히 예를 따르는 사람이 적다. 방탕하고 교만한 것으로 덕이 있는 사람을 업신여겨 천도(天道)를 어기며 사치하고 화려한 폐단이 생겨 온 세상이 함께 따른다.” 하였고, 또 “은(殷) 나라의 여러 선비들이 은총을 빙자한 지가 오래되어 사치한 것을 믿고 정의를 멸하며 아름다운 옷을 남에게 자랑하여 교만하고 방종하며 자랑하고 과시하여 장차 악(惡)으로 끝날 것이다.” 하였다.
대저 탕(湯) 임금의 덕으로 소중하게 여긴 것이 어진 사람을 쓰는 데 방소가 없는 것이었는데도 말류(末流)의 폐단이 다시 이에 이르렀으니, 이것은 은 나라가 멸망하게 된 원인이다.
국가가 의뢰하는 것은 백성이며 백성이 의뢰하는 것은 재물이다. 재물을 풍족하게 하려면 탐욕을 제거하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고, 탐욕을 그치게 하려면 검소한 것을 숭상하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으며, 검소한 것을 숭상하는 길은 다시 어진 사람을 우선하고 문벌을 버리어, 재물을 만들기가 몹시 괴롭다는 것을 알게 하여야 한다.
내가 일찍이 절에서 닥나무로 종이 만드는 것을 보았는데 무척 애쓰고 고달팠다. 그 다음부터는 종이를 사용할 때마다 반드시 그 만들기가 어려운 것을 생각하곤 한다. 종이 하나 만들기에도 이렇게 어려운데, 하물며 농사짓거나 베 짜는 일이겠는가? 《시경(詩經)》에 “굵은 갈포(葛布)를 만들고 가는 갈포를 만들어 입으매 싫음이 없다.” 하였으니, 이 시를 지은 사람은 도(道)를 알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