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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고사(古文故事)

정수칠에게 주는 말[爲丁修七贈言] - 정약용/다산시문집17권

작성자허현|작성시간20.04.24|조회수322 목록 댓글 1

 

산에 살며 일이 없어서 사물의 이치를 가만히 살펴보니, 세상에서 부지런히 왔다갔다하며 바삐 움직여 노심 초사하는 것들은 모두가 부질없는 일이다. 누에가 알에서 깨어나면 뽕잎이 먼저 움트고, 제비 새끼가 알에서 나오면 날아다니는 벌레가 들에 가득하고, 어린아이가 갓 태어나 울음을 터뜨리면 젖이 분비된다. 하늘이 만물을 낳을 때는 아울러 그가 먹을 양식도 준다. 그런데 어찌 깊은 근심과 지나친 염려 때문에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다니며, 잡을 기회를 놓칠까 두려워할 것인가? 옷은 몸을 가리면 그만이고 음식은 창자를 채우면 그만이다. 봄에는 보리가 나올 때까지 쌀이 있고, 여름에는 벼가 익을 때까지 낟알이 있다.

말지어다, 말지어다. 올해 내년을 위해 일을 꾀하지만, 어찌 수명이 그때까지 연장됨을 알 수 있겠으며, 어린 자식을 어루만지며 손자와 증손의 계획도 하지만, 자손은 모두가 바보일 것이란 말인가?

가령 우리가 배불리 먹고 따듯이 입으며 종신토록 근심 없이 지내다가 죽는 날 사람과 뼈가 함께 썩어버리고 한 상자의 글도 전할 것이 없게 된다면, 삶이 없는 것과 같다. 그런 것을 일컬어 삶이라고 한다면, 그 삶이란 금수와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세상에는 제일로 경박한 남자가 있으니, 마음을 다스리고 성품을 기르는 일에 속하는 것을 지목하여 한사(閑事)라 하고, 책을 읽어 이치를 궁구하는 것을 지목하여 고담(古談)이라고 한다.

맹자가 말하기를, 그 대체(大體)를 기르는 자는 대인(大人)이 되고 그 소체(小體)를 기르는 자는 대인(小人)이 된다고 하였다. 저들이 소인됨을 달게 여기는데, 나 또한 어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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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허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0.04.24 정수칠은 다산의 여러 제자중 한 사람으로 장흥 사람이였다. 다산이 강진에 유배되고,이관기가 장흥에 정배(定配)되자 정수칠의 이름으로 서신을 이관기에게 비밀리에 보냈다는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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