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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고사(古文故事)

국호(國號) - 정도전/삼봉집13권 조선경국전

작성자허현|작성시간21.06.06|조회수491 목록 댓글 0

 
해동(海東)은 그 국호가 일정하지 않았다. 조선(朝鮮)이라고 일컬은 이가 셋이 있었으니, 단군(檀君)ㆍ기자(箕子)ㆍ위만(衛滿)이 바로 그들이다.
박씨(朴氏)ㆍ석씨(昔氏)ㆍ김씨(金氏)가 서로 이어 신라(新羅)라고 일컬었으며, 온조(溫祚)는 앞서 백제(百濟)라고 일컫고, 견훤(甄萱)은 뒤에 후백제(後百濟)라고 일컬었다. 또 고주몽(高朱蒙)은 고구려(高句麗)라고 일컫고, 궁예(弓裔)는 후고구려(後高句麗)라고 일컬었으며, 왕씨(王氏)는 궁예를 대신하여 고려(高麗)라는 국호를 그대로 사용하였다.
이들은 모두 한 지역을 몰래 차지하여 중국의 명령을 받지 않고서(다분히 사대적인 표현임) 스스로 명호를 세우고 서로를 침탈하였으니 비록 호칭한 것이 있다손 치더라도 무슨 취할 게 있겠는가? 단 기자만은 주무왕(周武王)의 명령을 받아 조선후(朝鮮侯)에 봉해졌다. 지금 천자(天子.명태조를 가리킴)가,
“오직 조선이란 칭호가 아름다울 뿐 아니라, 그 유래가 구원(久遠)하다. 이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하늘을 체받아 백성을 다스리면, 후손이 길이 창성하리라.”
고 명하였는데, 아마 주무왕이 기자(箕子)에게 명하던 것으로 전하에게 명한 것이리니, 이름이 이미 바르고 말이 이미 순조롭게 된 것이다(論語에 “이름이 바르지 못하면 말이 순조롭지 못하다/名不正則言不順” 라는 말에서 인용한 것인데, 즉 조선이라고 해야 할 데에 조선이라고 하였으니 그 이름을 부르기가 순조롭다는 뜻).
기자는 무왕에게 홍범(洪範.서경의 편명으로 큰 법칙이라는 뜻. 상고시대 하우씨가 요순이래의 사상을 정리 집성한 도덕정치의 기본적 법칙)을 설명하고 홍범의 뜻을 부연하여 8조(條)의 교(敎)를 지어서 국중에 실시하니, 정치와 교화가 성하게 행해지고 풍속이 지극히 아름다웠다. 그러므로 조선이란 이름이 천하 후세에 이처럼 알려지게 된 것이다.이제 조선이라는 아름다운 국호를 그대로 사용하게 되었으니, 기자의 선정(善政) 또한 당연히 강구해야 할 것이다. 아! 명천자(명태조)의 덕도 주무왕에게 부끄러울 게 없거니와, 전하(조선태조)의 덕 또한 어찌 기자에게 부끄러울 게 있겠는가? 장차 홍범의 학과 8조의 교가 금일에 다시 시행되는 것을 보게 되리라. 공자가,
“(만일 나를 써주는 사람이 있으면) 나는 동주(東周)를 만들겠다.” 라고 하였으니, 공자가 어찌 나를 속이겠는가?
 
註: 《論語注疏》 陽貨 第十七 “子曰 夫召我者가 而豈徒哉리오 如有用我者면 吾其為東周乎ᄂ저” /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를 부르는 자가 어찌 공연히 부르겠는가? 만약 나를 등용하는 자가 있다면 나는 장차 東方에 周나라를 復興시키겠다.”(周나라의 道를 東方에 부흥시킴을 ‘東周’라 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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