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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고사(古文故事)

은광(銀鑛)의 무뢰배 - 성대중/청성잡기3권

작성자허현|작성시간24.03.22|조회수74 목록 댓글 0

 

강계에는 은광이 많이 있었으므로 사방에서 사람들이 구름 떼처럼 몰려들어 산꼭대기까지 집을 짓고 살았다. 이들은 모두 놀고먹는 무뢰배로 하는 일이라고는 그저 머리를 맞대고 시선을 모아 광산 입구를 기웃거리는 것이었다. 광산 입구에는 철통같이 지키는 자가 있어 침입할 틈이 없었는데, 어쩌다가 문이 조금이라도 열리면 기웃거리던 자들이 즉시 몸을 던져 들어갔다. 그 안은 헤아릴 수 없이 깊고 자칫하면 수많은 돌무더기에 파묻힐 수 있었는데도 이들은 죽거나 다치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굴속에 들어온 것만을 다행으로 여겼다. 횃불을 따라 구불구불 가다 보면 은을 캐는 곳에 이르는데, 그곳에는 은덩이가 산처럼 쌓여 있어서 망치로 살짝만 쳐도 은이 와르르 쏟아져 내렸다. 그러면 무뢰배는 냉큼 은을 끌어안고 엎드려 죽어도 놓지 않고 감독관의 욕과 매질을 엿처럼 달게 여기니, 감독관도 떠밀어 내보낼 뿐 어찌할 수 없었다.

은을 가지고 굴을 나와서 하늘을 우러러 소리를 치면 돈을 가진 자들이 달려들어 교역하면서 값을 흥정하는데 서로 개니 돼지니 하는 욕설이 입에서 떠나지 않았다. 마침내 무뢰배는 돈으로 바꾸어 돌아가면서 으스대고 사방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한 번 구걸해서 이렇게 많은 돈을 얻게 될 줄 누가 알았겠나.”

그가 신이 나서 흥얼대며 길을 가면 동료들이 사방에서 몰려와 소매를 잡아당기며 돈을 달라고 아우성치니, 그러면 벌써 돈의 2, 3할이 없어졌다.

남편이 흥얼거리며 돌아오는 소리를 들은 아내는 수확이 있음을 알고 서둘러 문을 나와 환하게 웃으며 과거에 급제한 남편을 맞듯이 하였다. 그러면 남편은 일부러 거드름을 피우며 걸어와 거만한 목소리로 꾸짖는다.

“어느 놈이랑 붙어먹느라 빨리 문을 열지 않는 게야. 이 돈 봐라. 내가 진짜 네 서방이다.”

아내도 그런 남편에 맞장구치면서 교만한 표정으로 다른 사람을 쳐다보며 술과 고기를 사오라 재촉하고,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흥청망청 먹고 마셔 댔다. 겨울옷 여름옷도 모조리 새것으로 바꾸다 보니, 열흘도 못 가서 돈이 다 떨어져 다시 옛날처럼 구걸하게 되었다. 남루한 옷에 두건도 쓰지 못한 채 날마다 광산 입구를 기웃거리다가 문지기가 욕하며 쫓아내면 목숨만 살려 달라고 애원하며 떠나지 않았다. 심지어는 아내에게 다른 사람한테 몸을 팔게 해서 먹고사는 자도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자가 있어 한번 웃을 거리로 삼으려고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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