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이 다한 시절에 남쪽으로 돌아가던 날 정평(定平)의 부백(府伯)과 작별하다
하늘 끝에서 두 번째 본 정주의 봄빛 / 天涯再見定州春
영각과 우헌으로 우연히 이웃이 되었소 / 鈴閣郵軒偶是鄰
한 동이 술로 떠나고 남고 헤어지는 오늘 / 今日去留樽酒別
낙화도 인간의 이별을 애석하게 여기는 듯 / 落花還似惜離人
● 덕원(德源)의 윤 명부(尹明府)와 작별하다
청산은 저물려 하고 강물은 동으로 흐르고 / 靑山欲暮水東流
남쪽 객 돌아갈 생각하니 앞길이 유유해라 / 南客懷歸道路悠
온종일 이별의 술자리 그래도 헤어지기 싫어 / 盡日離筵猶惜別
다시 머물러 앉았나니 산부용꽃 그늘 아래 / 刺桐花下更淹留
● 지리산으로 돌아가는 승려 성은(聖隱)을 보내며
맑은 가을 병도 많아 사립문도 닫은 채 / 淸秋多病掩柴扉
세상일 마음 아파 혼자 눈물 흘리는 몸 / 世事傷心涕獨揮
부러워라 매인 바 없는 우리 산승이여 / 却羨山僧無所累
남쪽 북쪽 어디고 훌쩍 잘도 오고 가네 / 飄然南北好來歸
● 김생 거원(金生巨源)을 전송하며
한밤의 술자리 얼근해라 몇 순배나 돌았는고 / 夜酌醺醺度幾巡
만났다 바로 이별이라니 우리 모두의 슬픔일세 / 乍逢旋別共悲辛
가련하도다 내일이면 남포의 길에 / 明日可憐南浦路
산 넘고 물 건너 돌아가는 한 사람 / 千山萬水一歸人
● 일본에 사신으로 가는 임 첨지(任僉知) 광(絖) 를 전송하며
아득하여라 아침 해가 뜨는 구역 / 杳杳扶桑域
망망하여라 바다 건너 후미진 곳 / 茫茫積水隈
무기를 쓰던 것은 지난날의 일이요 / 干戈往歲事
문치의 덕을 펼칠 때가 이제 왔도다 / 文德此時來
부절을 세우면 풍파가 잠잠하고 / 建節風波靜
돛배를 띄우면 장무가 개이리라 / 揚帆瘴霧開
남금이 자연히 따라올 줄 알겠노니 / 南金知自至
전대를 잘하는 현재를 얻었으니까 / 專對得賢才
● 관동(關東) 지방으로 부임하는 이 관찰(李觀察)을 전송하며
예로부터 선경으로 일컬어지는 관동 지방 / 關東自昔號仙區
바닷가에 줄지어 선 옥돌 깎아 세운 산들 / 玉立峯巒列海陬
아 내가 평생토록 꿈속에서 그리던 땅에 / 嘆我平生夢想地
기뻐라 그대가 오늘 깃발 날리며 부임하니 / 喜君今日旆旌遊
시의 소재 제공해 줄 금강산의 가을빛이요 / 金剛秋色供詩料
조각배 띄우기 좋은 경포대의 봄 물결이라 / 鏡浦春波泛小舟
병든 이 몸이 혹시라도 그대의 후임자가 되면 / 瘦病倘從瓜後代
멋진 자취 찾으면서 번뇌를 씻을 수 있으련만 / 會尋遐躅滌煩愁
● 관동(關東) 지방을 안찰하러 가는 윤중소를 전송하며
나는 병들어 철을 넘기며 누웠는데 / 一病經時臥
쌍정은 오늘이 부임하시는 날 / 雙旌此日行
떠나는 길에 나가 전송하지도 못한 채 / 未成臨路送
한갓 석별의 정만 시 한 수로 엮다니요 / 徒結惜離情
농사일도 가을 들어 수월해진 이때 / 民事秋來簡
시내와 산이 해내에 그 이름 자자하니 / 溪山海內名
신선의 구역을 두루 찾아보노라면 / 仙區應遍到
마음과 뼈가 저절로 시원해지리이다 / 心骨自能淸
● 중국에 사신으로 가는 동년(同年) 송 참의(宋參議) 극인(克訒)을 전송하며
생각나네 옛날 금방에 함께 올랐을 때 / 憶昔同金榜
멋진 풍류로 서울 거리를 뒤흔든 일을 / 風流動洛城
어찌하다가 몸이 늙어 쇠한 오늘날에 / 如何衰暮日
황제의 도성으로 떠나보내게 되었는고 / 送此帝京行
구름 사이에 아득히 바라다보일 쌍궐이요 / 雙闕雲間逈
바다 위를 경쾌하게 지나갈 배 한 척이라 / 孤帆海上輕
알고말고 그대가 응대를 훌륭하게 하여 / 知君善應對
우리나라에 기필코 영광을 안겨 줄 것을 / 定作小邦榮
● 해서(海西) 지방으로 부임하는 권 안사(權按使) 첩(怗)을 전송하며
생각하면 헤어진 뒤로 해를 넘겼는데 / 念子經年別
나는 지금도 딱하게 병석에 누웠다오 / 嗟吾臥病時
가시는 길에 나가서 전송도 하지 못한 채 / 未能躬祖餞
그저 이렇게 석별의 정만 아쉬워하다니요 / 徒此惜分離
나그네 가는 길은 뜨거운 구름 속에 / 客路炎雲裏
황량한 성곽은 장기 서린 바닷가에 / 荒城瘴海湄
묻고 묻는 나랏일이 급하기만 하니 / 咨詢王事急
달리고 달리는 일을 꺼리지 않으시리 / 應不憚驅馳
● 이 순천(李順天) 덕수(德洙)가 부임하는 것을 전송하며
하룻밤 향기로운 한 동이 술을 앞에 하고 / 一夜芳樽酒
몇 년 동안 도성 떠나는 심정을 위로하네 / 經年去國心
어버이 영광되게 하는 계책은 이뤘어도 / 榮親計已遂
친구를 이별하는 한은 얼마나 깊으리요 / 別友恨何深
비가 뜸하니 바람이 섬돌에 일어나고 / 雨歇風生砌
밤이 많이 지나니 달이 숲에 숨는구나 / 更多月隱林
서로들 바라보며 이야기가 싫지 않아 / 相看語不厭
성 위에 새벽 구름이 어느새 잠겼어라 / 城上曉雲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