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담(玉潭)
옥담이 나의 호가 되었으니 / 玉潭爲我號
그윽한 그 운치 끝이 없어라 / 幽趣渾無潯
투명한 물에 마음이 같이 맑고 / 淸澈心同泂
깊은 웅덩이에서 큰 도량 배우네 / 淵泓量取深
갓끈을 씻어서 묵은 때 없애고 / 濯纓除舊染
귀를 씻어서 속세 번뇌 끊는다 / 洗耳絶塵襟
노는 물고기 역력히 셀 수 있고 / 歷歷魚可數
자라도 환히 보여 찾을 수 있어라 / 昭昭鼈可尋
꽃잎은 거울 같은 수면에 날고 / 花飄明鏡裏
연꽃은 수정 같은 수심에서 솟는다 / 荷出水晶心
백로가 내려오니 형상은 옥을 나눈 듯 / 鷺下形分玉
꾀꼬리 나니 그림자 금이 비치는 듯/ 鸎飛影透金
옥 같은 봉우리 푸른빛 죄다 비쳐들고 / 瓊峯靑入盡
옥 같은 나무들 녹색이 모두 잠기누나 / 琪樹綠專沈
무엇보다 즐겨 보는 건 / 最是耽看處
하늘빛이 밤낮으로 비치는 것일세 / 天光日夕臨
● 춘흥[春興]
고운 햇살이 산촌에 환히 비치고 / 麗日明山郭
온화한 바람이 꽃들에 불어대누나 / 和風煽衆芳
실버들 가지는 연녹색으로 하늘대고 / 柳絲輕擺綠
눈처럼 흰 배꽃은 향기를 불어온다 / 梨雪暖吹香
즐거운 일은 봄을 만나서 좋고 / 樂事當春好
기쁜 마음은 늙어서도 늘 있어라 / 歡心到老長
생애가 본래 속되지 않으니 / 生涯元不俗
시와 술 즐기며 유유자적 살아가네 / 詩酒作淸狂
● 기축년 12월 15일 아내가 세상을 떠났기에 슬퍼서 읊다[己丑十二月十五日室人亡逝悲悼有吟]
오십삼 년이란 오랜 세월 동안 / 五十三年久
부부의 정 잠시도 나쁜 적 없지 / 歡情不暫孤
일곱 아들은 모두 장가들었고 / 七男皆有室
두 딸도 이미 시집을 갔지 / 二女已從夫
열정의 봉양은 받지 못했지만/ 列鼎雖無養
색동옷 봉양에 날로 기뻤지 / 斑衣喜日趨
이제 갑자기 세상을 떠나니 / 籧然棄世去
밤중에 홀로 슬퍼 부르짖노라 / 中夜獨悲號
● 나의 노쇠함[吾衰]
옛날 어린 시절에는 / 昔我孩竪時
타고난 기품이 많이 허약하여 / 禀氣多不足
오랜 세월 질병을 안고 살아 / 長年抱疾病
모습이 이처럼 쇠잔하게 됐어라 / 形骸任殘翁
어떤 때는 위로 기운이 뜨고 / 或時上盛滿
어떤 때는 가운데 기운이 텅 비어 / 或時中氣空
이에 책을 읽을 수 없었으니 / 玆焉不可讀
시서의 공부를 이루지 못했어라 / 未遂詩書功
중년에는 약을 잘 복용하여 / 中年事服食
신체가 제법 충실해졌기에 / 軀殼頗充實
그나마 분전을 파고들 수 있어 / 猶能索墳典
못한 공부를 수습할 수 있었지만 / 亦可收其失
이미 노년에 이르렀으니 / 年齡忽已暮
쉰 살이 다가오는 나이였어라 / 五十將焉至
잠자리도 편안할 때가 드물고 / 當寢少安穩
음식도 입맛이 좋을 때가 없으며 / 對食無甘味
책을 보면 눈꼽이 끼려 하고 / 觀書眼欲眵
글씨를 쓸 땐 손이 떨리려 하네 / 臨紙手欲戰
그래서 근래 네댓 해 동안은 / 邇來四五年
세월만 속절없이 흘러갔구나 / 歲月空轉轉
고인의 시구나 한가로이 읊고 / 閑吟古人句
때가 이르면 그저 붓을 휘두를 뿐 / 時至徒揮翰
문장이 이미 황폐해졌으니 / 文苑已就荒
문맥이 꿰어지기 참 어렵구나 / 詞脈誠難貫
단상(斷想)은 모을 수 없어 괴롭고 / 片意苦無綜
척자는 짝이 없어 가슴 아파라 / 隻字傷無伴
깊이 생각해도 오래 이루지 못하고 / 沈思久未卒
억지로 찾아서 끝내 반만 이룬다 / 强覓終成半
아아 이 늙은이의 일이란 / 吁嗟老夫事
일마다 모두 엉성하고 무능하여라 / 事事皆踈散
출전 : 옥담시집 (전주이씨안양군파종사회 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