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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고사(古文故事)

지행합일설(知行合一說) - 유성룡/서애선생문집15권

작성자허현|작성시간26.06.05|조회수32 목록 댓글 0

 

왕양명(王陽明)은 지행(知行)을 합하여 하나로 삼아 극력 주자(朱子)의 설을 배격하였으니, 그의 의도는 무엇을 말하는가. 지행의 설은 부열(傅說.옛 은나라 때의 현명한 재상)에서 시작하였으니, 이른바 “아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요, 행하는 것만이 어렵다.” 한 말이 이것이다. 《중용(中庸)》에는 지행을 세 등급으로 나누어 생지(生知)ㆍ학지(學知)ㆍ곤지(困知)는 지(知)요, 안행(安行)ㆍ역행(力行)ㆍ면행(勉行)은 행(行)이라 했으니, 그 이론이 더욱 상세하다. 공자(孔子)는, “아는 것은 그에 미치나 인(仁)으로 지킬 수 없으면 비록 얻었다 하더라도 반드시 잃을 것이다 [知及之 仁不能守之 雖得之 必失之].”라고 말하였으니, 그렇다면 공자도 본래 지행을 둘로 본 것이다. 《대학(大學)》에서 격물ㆍ치지는 지(知)요, 성의ㆍ정심ㆍ수신은 행(行)이다. 이를 미루어 올라가면, 유정유일(惟精惟一)에서 정(精)은 지(知)요 일(一)은 행(行)임이 더욱 분명하다.[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 정주(程朱.정자와 주자)의 이론은 내력이 있고 낙착되는 데가 있어서 결단코 바꿀 수 없는데, 왕씨가 정주의 설을 매우 싫어하여 꼭 합하려고만 하니, 어째서 그러한지 모르겠다.

상고(詳考)해 보건대, 왕씨의 의도는 아마 속된 학문이 밖으로만 치닫는 것을 징계하여, 이에 한결같이 본심을 위주로 하여 무릇 마음을 붙여서 강구하는 것을 모두 행(行)이라 하였으니, 대개 굽은 것을 바로 잡으려다가 직(直)에 지나친 것 같다. 자하(子夏)는,

“널리 배우고, 뜻을 독실하게 하며, 절실히 묻고, 가까이에서 생각하면, 인(仁)이 그 가운데 있다 [博學而篤志 切問而近思 仁在其中].” 라고 말하였다. 정자는,

“학문이란 채찍질하여 안으로 가까이하여 내 몸에 붙게 해야 할 뿐이다. 널리 배우고 뜻을 독실히 하며 간절히 묻고 가까이에서 생각하는 것이 어떻게 인(仁)이 그 가운데에 있다고 말하였는가. 학자가 생각하여 얻어야 하니, 이것을 이해하면 곧 위아래에 통철하게 된다 [學要鞭辟近裏着己而已 博學而篤志 切問而近思 何以言仁在其中耶 學者要思得之了 此便是徹上徹下].” 고 말하였다. 이는 뜻이 왕씨의 설과 비슷하나, 주장은 평정(平正)하여 신기하고 창작하는 병통이 없다. 이러한 것이야말로 정자의 말이요, 왕씨는 미칠 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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