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 타이르는 일에 대하여 고(告)하노라. 해가 바뀌니 사람 또한 장차 날로 새로워져야 할 것이다. 부사(府使,김해부사 본인)가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진심(心腹腎腸)을 다해 고하니, 모두 밝게 들을지어다.
내가 부사로 부임한 이래로 밤낮으로 게으르지 않게 성의와 힘을 다했으니, 이는 거의 이 고을이 한 번 변화하여 지극한 도(至道)에 이르고, 함께 태평성대를 누리며 성스러운 교화를 노래하기를 바라서였다. 그러나 주기(週期)가 두 번이나 돌아와(부임한 지 2년이 지났으나) 다스림이 한 궤도에 오르지 못했으니 그 까닭은 무엇인가?
내 어리석은 마음으로 생각해보건대, 스스로 반성해야 할 곳이 아닌 적이 없다. 아니면 내가 교화를 밝히지 못해서인가? 법령이 신뢰를 얻지 못해서인가? 판결이 공정하지 못해서인가? 세금과 부역이 균등하지 못해서인가? 하급 관리들을 엄하게 단속하지 못해서인가? 간사하고 교활한 자들이 눈과 귀를 가려서인가? 청탁이 남몰래 불어나서인가? 정해진 세금 외에 함부로 징수한 것이 있어서인가? 법외의 횡포한 정치가 있어서인가? 관문(官門)에 지체된 소송이 있어서인가? 마을에 남모르는 원통함이 있어서인가? (나의) 좋은 말(粱肉)이 좋은 약(藥石)이 되지 못해서인가? (나의) 말과 훈계(口舌)가 형벌(斧鉞)만큼의 엄함이 없어서인가? 인도하고 이끄는 방법이 그 도리를 다하지 못해서인가? 풍속과 숭상하는 바를 능히 바꾸지 못해서인가?
이것은 관가(수령)에 진실로 허물과 책임이 있는 것이지만, 백성들의 입장에서도 부끄러움이 없을 수 있겠는가?
이제 내가 마음속 깊이 진심을 다하여 간곡하고 반복해서 고하노니, 무릇 우리 선비와 백성들은 각자 자기 부모에게 효도하고 이를 미루어 남의 부모에게도 미치게 하며, 형제간에 우애하고 이를 미루어 남의 형제에게도 미치게 하라. 그리하여 친척들과 화목하고 이웃과 마을을 구휼하라. 농업, 공업, 상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각자 그 직분에 힘쓰고, 몸을 삼가고 비용을 아껴 위로는 부모를 섬기고 아래로는 자식을 기르며, 겨를이 있을 때에는 학문과 행실, 충성과 신의를 힘써 닦아라. 그러면 삶을 편안히 하고 생업을 즐길 수 있을 것이며, 몸을 닦아 이름을 세울 수 있을 것이고, 세상에 쓰여 이롭게 될 수 있을 것이니, 어찌 꺼려 하여 이를 행하지 않겠는가?
참으로 원하노니, 우리 선비와 백성들은 올바른 도리(正道)에 마음을 전일하게 하고 본업에 뜻을 하나로 모아, 사지(사지육신)를 게을리하지 말고, 하늘이 준 때(농사철)를 놓치지 말며, 땅의 이로움을 버려두지 말라. 늙고 덕 있는 이를 업신여기지 말고, 외롭고 홀로된 이를 약하게 보지 말라. 저포(樗蒲)나 도박을 하지 말고, 용맹을 좋아하여 사납게 싸우지 말라. 의리가 아닌 일로 다투고 소송하지 말며, 술에 취해 주정을 부리지 말고, 재물을 탐하여 더럽히지 말라.
한 번이라도 이 일을 어기면 집안의 거역하는 자식이요 나라의 어지러운 백성이니, 어찌 유학의 가르침(名敎)에서 크게 미워하는 자가 되지 않겠으며, 나라의 법이 용서하지 않는 바가 되지 않겠는가?
하물며 지금은 성명(聖明)하신 임금께서 위에 계시고 뛰어난 인재들이 정사를 도우며, 현명한 자사(刺史, 수령)가 그 흐름을 이어받아 교화를 펴고 있으니, 이는 참으로 요순(堯舜)의 세상이다. 먼 변방 땅이라 말하며 스스로 마음대로 행동하고 포악해지는 데 빠지지 말라. 농사에 힘쓰고 학문에 힘써서, 날마다 선(善)으로 옮겨가고 죄고(罪辜)에서 멀어지게 하여, 채찍질하고 때리는 형벌을 조치해 두고도 쓰지 않게 하라.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선비와 백성들은 부사에게 죄를 얻게 될 것이고, 부사는 국가에 죄를 얻게 될 것이다. 더 많이 말하지 않으니, 모두 모름지기 자세히 알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