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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고사(古文故事)

최 참판(崔參判)에게 보내는 편지 – 박세당/서계집7권

작성자허현|작성시간26.06.16|조회수30 목록 댓글 0

 

설날에 어버이를 모시며 복이 넉넉하시리라 생각되니 위안이 되고 경하(慶賀)해 마지않습니다. 저는 노쇠한 몸으로 죽지 않고 있으니, 하루, 한 해가 참으로 고해(苦海)가 아닌 날이 없습니다. 어찌하겠습니까, 남 상국(南相國.남구만)이 남쪽으로 돌아갔는데 근자에 그의 병세가 위태롭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몹시 염려스럽습니다. 하늘이 선인(善人)을 보우(保佑)하지 않음이 이리도 심하니, 어찌 근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부탁받은 선조(최참판 최석정의 조부 최명길)문집의 서문(序文)은 본래 저 같은 사람이 감히 써서는 안 되는 것이기에 오래도록 시일을 끌었었는데, 끝내 성의(盛意)를 거절하면 후중(厚重)한 보살핌을 저버리겠다 싶어 이 때문에 참람됨을 잊고 근일에서야 지어 보았습니다. 다만 생각건대, 당금(當今) 세상에 비록 인물이 없다 해도 어찌 일세(一世)를 복응(服膺)시킬 만하고, 성대한 공렬(功烈)의 광휘(光輝)를 발양(發揚)하여 천고(千古)의 정론(定論)을 세워서 중론(衆論)을 잠재울 만한 한두 명의 탁월한 식견과 우뚝한 변론을 가진 자가 없기야 하겠습니까. 그런데도 보잘것없는 저로 하여금 자기 역량을 헤아리지 않고 이렇듯 보잘것없고 말이 안 되는 글을 짓게 하신단 말입니까. 참으로 한 잔의 물로 한 수레의 섶에 붙은 불을 끄듯 역량(力量)이 부족하여 일을 이루지 못하고야 말 것입니다. 더구나 지자(知者)가 이를 본다면 또 “너의 불결한 오물을 어찌하여 청정한 불두(佛頭)에 끼얹는단 말인가.”라고 비난할 것입니다. 이 두 가지가 모두 죄가 되니, 또한 무슨 보탬이 있겠습니까. 깊이 헤아려 취사(取捨)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래도 만약 굳이 제 글을 쓰시겠다면 되는 대로 정서(精書)해 보내어 채택을 기다리겠습니다. 임신년(1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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