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찍이, 팽택영(彭澤令.도잠을 말함)이 80일 만에 그 자리를 그만두고 다시는 벼슬하지 않은 것과, 적선(謫仙.이백을 말함)이 총애 받는 귀족도 우습게 여겨 발을 뻗혀 그 신을 벗기게 한 것과, 장공(長公.소식을 말함)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만물을 사랑하여 귀천(貴賤)을 가릴 것 없이 다 제 멋에 살 수 있게 함에 대하여 천년 뒤에도 오히려 그 생명력이 있음을 사모해 왔다.
아, 그만두어야 할 것이다. 나는 이 닷말[五斗] 봉록에 연연하여 모욕을 당하면서도 떠날 줄 몰라서 은총 받는 권세가들에게 쥐어 내 뜻 펴보지도 못하고, 좁은 마음 모난 생김이 문득 뜻이 맞지 않는 이에게 질시의 대상이 되고 만다. 세 분 선생과 같이 하고 싶지만, 아득하여 더위 잡아 따라갈 수가 없다. 아, 슬프다. 그래서 나는 나옹(懶翁.李楨)에게 명하여 세 분 선생을 그리게 하고는 거기에 찬(贊)을 지어 붙였다. 마침 석봉(石峯.韓濩)이 군청에 들렀기에, 자잘한 해서(楷書)로 이름과 호ㆍ벼슬ㆍ고향을 그 위에 금서(金書)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때때로 이것을 감상하면서 사모하련다.
도원량(陶元亮.도잠)
팽택영 좋아라 않고 / 彭澤不樂
귀거래편 읊었도다 / 賦歸去來
갈건이야 본래 있고 / 葛巾故在
거문고엔 시울(현)이 없네 / 素琴無絃
희황(羲皇)에게 뜻을 두고 / 托志羲皇
송국(松菊)에 마음 붙였네 / 怡情松菊
만고의 북창에는 / 萬古北窓
청풍이 어제인 듯 / 淸風如昨
이태백(李太白.이백)
구름 노을 피듯 헌칠도 해라 / 軒軒霞擧
정말 귀양 온 신선이로다 / 眞謫仙人
한 말 술에 백 편 시를 / 一斗百篇
풍우같이 귀신같이 / 風雨鬼神
궁금포(宮錦袍)도 영화될 것 없고 / 宮錦非華
야랑 땅 귀양도 수치로울 건 아니로세 / 夜郞非恥
물에 어린 달인 양 / 萬古光明
당신은 만고의 빛이로세 / 如有在水
소자첨(蘇子瞻.소식)
준론(峻論)은 하늘을 멍에지른 듯 / 谹論駕天
곧은 그 기상은 땅 위에 우뚝하다 / 直氣軒地
재주가 워낙 크니 쓰이기 어려워 / 才大難容
몇 차례 일어섰단 또 쓰러졌네 / 屢起而躓
적벽강에 노닐었고 / 逍遙赤壁
금련촉(金蓮燭) 아래서 국사 논했지 / 密勿金蓮
총욕(寵辱)은 뜻밖에 오는 법 / 寵辱倘來
그 이름 천년 만년 불후하리 / 不朽千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