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승려들 가운데 휴정(休靜)이란 이는 자못 선가(禪家)의 학문을 깨우쳐 중들 중에서 명성이 자자하다. 또한 시(詩)를 잘 지었는데 스스로 청허자(淸虛子)라 했다. 일찍이 묘향산에 있을 때 지은 시 한 수에,
萬國都城如蟻垤
만국 도성은 개미굴 같고
千家豪傑若醯鷄
천가 호걸은 초파리와 같도다
一窓明月淸虛枕
밝은 달 창 아래 맑은 기운 베고 누우니
無限松風韻不齊
가없는 솔바람 멀어지기도 가까워지기도 하네
하였다. 물욕의 밖에서 높이 서서 세속을 굽어보는 뜻이 보이니, 한때의 뜻 깊은 작품이라 하겠다.
註: 이익(李瀷)의 <성호사설(星湖僿說)>에 의하면 이 시는 휴정이 묘향산 향로봉(香爐峯)에 올라 지은 것이라 했다. 휴정(休靜)의 호는 청허당(淸虛堂), 또는 서산(西山)이라고도 하였다. 선과(禪科)에 합격되어 선(禪)ㆍ교(敎) 두 종(宗)의 판사(判事)가 되었는데, 얼마 후에 탄식하기를, “무엇 때문에 벼슬에 얽매여 있겠는가.” 하고는 곧 벼슬을 내놓고 금강산으로 들어갔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