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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고사(古文故事)

이조판서 許頊(허욱)에게 씀 - 허균/성소부부고9권

작성자허현|작성시간14.09.30|조회수104 목록 댓글 1

 

아래 저보(抵報)를 받잡고 삼가 살폈습니다. 이조 판서로 승진하시어 백관을 고루 거느리시는 일을 도맡게 되자, 사론(士論)이 한 마음으로 화합하여 추중(推重)하니, 실로 종사(宗社)와 생령(生靈)이 의지할 바라, 감히 조정을 위해 인재 얻은 것을 축하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허균은 일가의 말(末)에 끼어 있으므로, 기뻐서 손뼉치고 축하하며 빌고 바라는 심회를 어찌 헤일수나 있겠습니까?

옹(翁)께서는 청충(淸忠)하고 돈박(敦朴)하여 충정공(忠貞公.許琮)의 여열(餘烈)을 넉넉하게 지니시어, 기가(起家)하신 30여 년에 관(官)이 상경(上卿)에 올랐지만 털끝만큼도 권세에 의지하신 흔적이 없으며, 청렴한 이름과 맑은 행실은 세상 사람이 듣고 본 바라, 주상께서 깊은 마음으로 가려내시어 총재(冢宰)로 등용하셨으니, 어찌 근후(謹厚)하고 성실한 마음이 평소부터 여정(輿情)에 부합된 소치가 아니겠습니까. : 부훤당(허욱)은 양천허씨 22世로 충정공(허종)의 현손임.교산은 21世이고 부훤당보다 15살 아래였다.

지금 사론(士論)이 둘로 갈라지고 인재가 아득히 보이지 않는데도 윗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혹 자부(自負)한다는 나무람을 면치 못하여, 뜻있는 선비들은 들어앉고 간사한 자들이 도리어 관을 털고 나서도록 만들고 있으니, 고기 눈알로써 옥구슬을 비웃는다는 탄식이 이에 이르러 더욱 극심해지는 바입니다. 옹께서는 본디 당파에 치우치지 않으시고 밝게 살피시어 공평하고 밝은 판단이 어그러짐이 없으시니, 다행히 진료옹(陳了翁)의 평주(平舟)의 훈계를 법받아, 시의(時議)에 이끌리지 마시고, 훌륭하고 재능 있는 사람을 가려 뽑아 인재들로 하여금 모두 문하(門下)에 있게 한다면, 다만 나라가 복을 받고 어진 사람들이 경사를 보게 될 뿐 아니라, 우리 가문(家門)의 충직한 가풍이 오늘에 와서 다시 떨칠 수 있을 것이니, 어찌 거룩하지 않겠습니까?

자신을 굽히고 남을 좇아 구차스레 영합하면서 관록(官祿)을 유지한다거나, 좋은 벼슬에 앉아 자기 한 몸 호사나 하는 따위는 속류들이 하는 바이니, 옹께서는 반드시 이럴 마음이 없으리라 믿습니다. 만약 일을 쉽게 처리할 수 없을 것 같으면 몸을 들어 서슴없이 물러나시고 스스로 더럽히지 아니함도 또한 좋은 계책일 것입니다. 옹께서 사람이 마음에 안 든다 해서 그 말까지 버리시지 않는다면 온 문중에 대단히 다행스러운 일이 되겠습니다. 다른 날 끝맺음이 좋지 않아서 한번 그르치매 온갖 일이 글러지게 된다면 아무리 후회한들 미칠 수 있겠습니까. 원컨대 옹께서는 스스로 몸을 아껴 은총과 작록으로 영광을 삼지 마시고, 위로는 선조(先祖)의 유훈을 생각하시고 아래로는 자신을 위해 꾀하시길 천번 만번 정성껏 비옵니다.

문하의 한두 젊은이는 본시 점잖은 선비가 아닙니다. 그들이 오가면서 부추겨 선동하고 근거 없는 말들을 만들어 내게 된다면 옹께 해를 끼치는 것이 반드시 많을 것이니, 부디 그들과 깊이 담론하지 마시고 그들로 하여금 주의(注擬)에 간여하지 못하도록 하소서. 이들이 세력에 붙는 것이 너무도 심하니 뒷날 옹을 배반하는 날에는 반드시 제 말씀을 생각하게 되실 것입니다.

옹을 사랑하는 애틋한 마음에서 저도 모르게 함부로 저촉되는 말씀을 올리게 되었으니, 행여 잘못이라 꾸짖지 말아주심이 어떠하신지요. 갖추고 말씀 드리지 못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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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허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10.01 부훤당(負暄堂.頊)은 상우당의 현손(玄孫)이고 판도좌랑집안 주손이였음. 부훤당 유사(遺事)는 자유글 959번 참조. 이 편지로서 1600년대 조선의 관료사회 형편을 짐작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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