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는 지극히 중하고 종법(宗法)은 지극히 엄하니, 성인(聖人)이 이를 제정한 뒤로 천하와 후세 사람들이 이를 받들어 행해왔다. 그리하여 추호라도 어기면 명교(名敎.유교)에 죄를 짓는 것이어서 아무리 극악무도한 사람이 속으로는 나쁜 마음을 품고 있다 할지라도 겉으로는 감히 어기지 못하였다.
그런데 근세에 와서는 나라에 법이 없어 사람들이 두려워할 줄 모르고 보란듯이 이를 범하는 자들이 많으니, 통탄스럽기 그지없다. 윤리를 가지고 말하면 자기 조상이 직접 쓴 글을 가지고 임금에게 후사(後嗣)를 세워줄 것을 고하더라도 저가 내주려 하지 않으면 끝내 양자로 삼을 수 없으며, 종법으로 말하면 지자(支子)로서 공공연히 적자(嫡子)를 폐하고 스스로 종자(宗子)가 되고 있다. 이것은 성인과 세대가 멀고 그 말씀이 없어진 까닭에 세상의 풍교(風敎)가 밝지 않아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제멋대로 방자하게 구는 것을 내버려둔 채 성토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것인가?
어떤 사람은 자기 형이 자식 없이 죽었으면 후사를 세워 집안의 제사를 받드는 것이 참으로 당연하건마는,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신주에 봉사(奉祀)하는 사람으로 자기 이름을 써넣어서 그 형이 자연히 폐해지도록 하였다. 또 어떤 사람은 장손이 죽자 차손(次孫)의 아들을 후사로 삼겠다고 하였는데, 뒤에 장자가 죽고 그 사람도 죽자 차손은 유언이 있었다고 하면서 자기 아들을 승중(承重.종법 제도에 상례ㆍ제례 및 종묘의 중한 책임을 손자가 계승하는 것을 말하는데 적자가 질병이 있거나 사망했을 경우 적손이 바로 조부를 계승한다)하지 못하게 하고 자기 자신이 승중하였다.
이런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란 말인가. 설령 유언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미 차손의 아들로 후사를 세우겠다고 하였다면, 임종 시에 이 차손의 아들을 후사로 삼지 말라고 명한 것은 결코 정신이 맑을 때의 유언이 아닌데 따라도 된단 말인가. 이 두 사람의 말대로라면 천하에 형으로서 일찍 죽은 사람은 모두 후사가 없게 될 것이고, 동생인 자들은 모두 형이 죽으면 형의 지위를 잇는다고 생각할 것이니, 이것은 세상을 크게 어지럽히는 도이다.
상도(常道)를 무너뜨리고 풍속을 해치는 것이 이와 같다면 사람 축에 끼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건마는, 뻣뻣이 고개 들고 다니는 것이 다른 사람과 다를 것이 없고 사람들도 편안하게 받아들여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후사를 잇는 법과 승중의 예법이 모두 쓸데없어지고 오직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할 뿐이다. 천하 어디에 이런 의리가 있단 말인가. 이렇게 된 데에는 그 원인이 있다.
지금 사람들은 오로지 자신을 이롭게 하는 것만 알지, 의리나 예법이 어떤 것인지를 모른다. 그리하여 이익이 있는 곳이면 아무리 형제나 삼촌ㆍ조카 사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다투어 빼앗고자 하며, 다른 사람 일이면 아무리 강상윤리(綱常倫理)의 변고가 있다 할지라도 바른말을 하여 남의 노여움을 사려 하지 않고 도리어 억지 논리로 변명해 줌으로써 그 악을 조장하고 그 마음을 기쁘게 한다. 이 때문에 어려워하거나 두려워하는 것이 없는 소인(小人)들이 더욱 날뛰며 이를 따라 하는 것이요 사람들의 변괴도 갈수록 더욱 심해지게 된 것이니, 슬프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