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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 <광장>

작성자☆현주샘☆|작성시간09.04.10|조회수465 목록 댓글 0

최인훈(崔仁勳, 1936 - )
 
  함북 회령 출생.  1950년 월남 후 목포고교를 거쳐 서울법대에서 수학하다가 4학년 중퇴. 육군에서 통역 장교로 근무. 1959년 <자유문학>에  [그레이(GREY) 구락부 전말기]를 발표하면서 등단. 1960년 [가면고]와 [광장]을 발표하면서 작가적 명성을 얻게 됨. 그 뒤 [구운몽](1962), [서유기](1966,1971), [소설가 구보씨의 1일](1969,70), [총독의 소리](1967,68)를 발표하였고 1966년 [웃음소리]로 동인문학상 수상.
 
<전체 줄거리>
 
 주인공 이명준은 해방 후 만주에서 귀국하였다. 서울에서 그의 어머니가 죽고, 아버지 이형도가 당신의 이념에 따라 월북하자, 그는 아버지의 친구인 변 선생의 후의로 더부살이를 한다. 대학의 철학과에 다니면서 그는 변 선생의 아들인 태식과 가까이 지내면서 현실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고 지내지만 현실에 대하여 깊은 환멸을 느낀다. 자기만의 밀실에 들어앉아 현실을 관념적으로만 파악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던 중, 월북한 남로당원 아버지로 인해 명준은 경찰서에 끌려가 취조를 당하게 되고, 고문을 당하게 된다. 이 일로 인하여 비로소 현실에 눈을 뜬 그에게 비친 남한의 현실은 타락하고, 부조리하며, 보람있는 삶을 살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는 윤애라는 여인과의 사랑을 통해 이 관념과 현실의 간격을 없애려 노력하나 실패하고 번민과 환멸 속에 인천에서 배를 얻어 타고 월북하고 만다.
  그러나 그가 찾아 월북한 북한도 만족한 곳은 아니었다. 이상적인 혁명가로 생각했던 아버지는 젊은 여자와 재혼하여 부르주아적인 생활을 하고 있고, 북한은 혁명은 간데 없고 혁명의 자취만 있는 곳이었다. 즉, 이데올로기와 허위에 가득찬 곳이었다. 공개적인 광장만 있을 뿐, 개성적인 삶은 없는 곳이었다. 북한에서 그는 아버지의 힘으로 노동신문의 기자가 되지만 그가 작성한 기사가 당 간부들에게 핀잔을 듣자, 기자 생활을 버리고 노동판에 뛰어들어 작업한다. 그러던 중 실족으로 다리를 다치게 되고, 위문 온 무용수 은혜와 만나 새로운 사랑을 누리게 된다. 북한 사회에서 못 느끼는 삶에 대한 애착을 은혜를 통해 느끼려는 듯 명준은 은혜에게 매우 집착한다. 은혜의 모스크바 유학으로 명준은 은혜와 떨어지게 된다.
  한국 전쟁이 발생하고 인민군 정치보위부 장교가 되어 서울로 남하한 명준은 그곳에서 친구인 태식과 그의 아내가 된 옛 여인 윤애를 만나게 된다. 점령군 장교로서 그는 간첩 혐의로 잡혀온 태식을 구하기 위해 찾아온 윤애를 겁탈하려고 하나 실패하고, 둘을 탈출시킨다. 그리고는 치열한 낙동강 전투에 배치받아 가게 된다. 거기서 명준은 뜻밖에 간호병으로 자원 참전한 은혜를 다시 만나 동굴 속에서 재회의 기쁨을 누린다. 재회 속에 명준의 아이를 임신했음을 명준에게 말하고 헤어져 가던 중 그녀는 전사하고 만다.
  결국 밀리는 전투 속에서 포로가 된 명준은 포로교환이 있을 때 남한도 북한도 아닌 중립국을 택한다. 그가 본 두 사회는 모두 환멸만이 있으며, 보람있는 삶을 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는 인도로 가는 배 위에서 갈매기를 은혜와 딸의 환영으로 보고 바다에 뛰어들어 자살하고 만다.
 

 <핵심정리>
갈래 : 장편 소설, 사회소설, 분단소설
성격 : 관념적, 철학적
배경
시간 - 8·15 해방에서 6·25 종전 사이
공간 - 남한과 북한
시점 :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제재 : 남북 분단과 한국전쟁
주제
분단 이데올로기 속의 바람직한 삶과 사회의 추구
남북 이데올로기의 허상과 이상적 삶을 찾아 방황하는 지식인의 모습
이데올로기의 갈등 속에서 이상적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인간의 모습
구성 : 복합 구성, 분석적 구성
발단: 월북한 아버지 때문에 고초를 겪다가 명준도 월북함.
전개: 북쪽 사회의 부자유와 이념의 허상에 환멸을 느낌.
위기: 인민군으로 종군하다가 포로가 됨.
절정: 포로 석방 때 제3국을 선택함.
결말: 타고르호(號)에서 바다로 투신함. 

표현
전체적으로 회상 형식의 형식을 도입함
철학, 사회학 용어의 빈번한 사용으로 다소 난해한 느낌을 줌
부분적으로 의식의 흐름 수법 사용함.
광장의 인물
이명준 : 주인공, 남한과 북한을 오가면서 남한의 나태와 방종, 북한의 부자연스러운 이념적 구속에환명을 느끼고 진정한 '광장'을 찾아가기로 하지만, 결국 삶의 참된 가치의 실현에 의문을 느끼고 바다로 투신 자살함.
이형도- 명준의 부친. 남로당원으로 월북하여 북한에서 고위 관리를 하고 있지만, 명준에게 이상적 혁명가의 모습을 보이지 못함으로써 역시 회의의 대상이 됨
윤애-명준의 남쪽 애인, 명준의 월북 후 명준의 친구와 결혼하여 평범하게 사는 여인임
은혜- 명준의 북쪽 애인. 명준의 삶에 어떤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었던 여인임. 북한국 간호 장교로 종군하다가 명준의 아이를 가진 채 전사함
 
<길라잡이>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 또는 관념은 '밀실'과 '광장'이다. 그러나 '광장'이나 '밀실'이란 말이 의미하는 바는 다양하여 다소 모호하게 여겨지는 경우도 있다. '광장'의 의미만 보더라도 그것이 인간적인 만남의 의미를 가지는 경우도 있고, 닫힌 사회로서의 '밀실'에 대립하는 열린 사회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경우도 있다. 대체적으로 '광장'은 사회적 삶의 공간을 의미하며, 이에 비해 '밀실'은 자신만의 내밀한 삶의 공간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주인공 명준은 철학도로서 자신의 밀실에 들어앉아 현실을 관념적으로 편협하게 인식하고 있었던 인물이다. 그는 밀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광장을 찾아 월북을 하게 되는데, 그곳에서도 진정한 삶의 광장을 찾지 못한다. 그 광장에서 절망한 후 은혜라는 여인과의 밀실을 기도하게 되고 다시 전쟁이라는 광장으로 나아가지만 또 다른 밀실인 중립국을 택하게 된다. 남북 어느 쪽의 이념도 선택할 수 없었던 그였기에 중립국은 이념이 배제된 밀실이며, 그가 최후로 선택한 바다는 그만을 위한 광장이자 동시에 밀실의 의미를 가진다.
 
<본문감상>
 
방 안 생김새는, 통로보다 조금 높게 설득 자들이 앉아 있고, 포로는 왼편에서 들어와서 바른편으로 빠지게 돼 있다. 네 사람의 공산군 장교와, 국민복을 입은 중공 대표가 한 사람, 합쳐서 다섯 명. 그들 앞에 가서, 걸음을 멈춘다. 앞에 앉은 장교가, 부드럽게 웃으면서 말한다.

  "동무, 앉으시오."

  명준은 움직이지 않았다.

  "동무는 어느 쪽으로 가겠소?"

  "중립국."

  그들은 서로 쳐다본다. 앉으라고 하던 장교가, 윗몸을 테이블 위로 바싹 내밀면서, 말한다.

  "동무, 중립국도, 마찬가지 자본주의 나라요. 굶주림과 범죄가 우글대는 낯선 곳에 가서 어쩌자는 거요?"

  "중립국."

  "다시 한 번 생각하시오.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정이란 말요. 자랑스러운 권리를 왜 포기하는 거요?"

  "중립국."

  이번에는, 그 옆에 앉은 장교가 나앉는다.

  "동무, 지금 인민공화국에서는, 참전 용사들을 위한 연금 법령을 냈소. 동무는 누구보다도 먼저 일터를 가지게 될 것이며, 인민의 영웅으로 존경받을 것이오. 전체 인민은 동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소. 고향의 초목도 동무의 개선을 반길 거요."

  "중립국."

  그들은 머리를 모으고 소곤소곤 상의를 한다.

 처음에 말하던 장교가, 다시 입을 연다.

  "동무의 심정도 잘 알겠소. 오랜 포로 생활에서, 제국주의자들의 간사한 꼬임수에 유혹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도 용서할 수 있소. 그런 염려는 하지 마시오. 공화국은 동무의 하찮은 잘못을 탓하기보다도, 동무가 조국과 인민에게 바친 충성을 더 높이 평가하오. 일체의 보복 행위는 없을 것을 약속하오. 동무는....."

  "중립국."

  중공 대표가, 날카롭게 무어라 외쳤다. 설득하던 장교는, 증오에 찬 눈초리로 명준을 노려보면서, 내뱉었다.

  "좋아."

  눈길을, 방금 도어를 열고 들어서는 다음 포로에게 옮겨 버렸다.

  아까부터 그는 설득 자들에게 간단한 한마디만을 되풀이 대꾸하면서, 지금 다른 천막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을 광경을 그려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도 자기를 세워 보고 있었다.

  북으로의 송환 선택 회유를 받으나, 중립국을 선택하는 명준

  "자넨 어디 출신인가?"

  "......"

  "음, 서울이군."

  설득 자는, 앞에 놓인 서류를 뒤적이면서,

  "중립국이라 지만 막연한 얘기요. 제 나라보다 나은 데가 어디 있겠어요. 외국에 가본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지만, 밖에 나가 봐야 조국이 소중하다는 걸 안다구 하잖아요? 당신이 지금 가슴에 품은 울분은 나도 압니다. 대한민국이 과도기적인 여러 가지 모순을 가지고 있는 걸 누가 부인합니까? 그러나 대한민국엔 자유가 있습니다. 인간은 무엇보다도 자유가 소중한 것입니다. 당신은 북한 생활과 포로 생활을 통해서 이중으로 그걸 느꼈을 겁니다. 인간은....."

  "중립국."

  "허허허, 강요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내 나라 내 민족의 한사람이, 타향 만리 이국 땅에 가겠다고 나서서, 동족으로서 어찌 한마디 참고되는 이야길 안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이곳에 남한 2천만 동포의 부탁을 받고 온 것입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건져서, 조국의 품으로 데려오라는....."

  "중립국."

  "당신은 고등교육까지 받은 지식인입니다. 조국은 지금 당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위기에 처한 조국을 버리고 떠나 버리렵니까?"

  "중립국."

  "지식인일수록 불만이 많은 법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제 몸을 없애 버리겠습니까? 종기가 났다고 말이지요. 당신 한 사람을 잃는 건, 무식한 사람 열을 잃은 것보다 더 큰 민족의 손실입니다. 당신은 아직 젊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할 일이 태산 같습니다. 나는 당신보다 나이를 약간 더 먹었다는 의미에서, 친구로서 충고하고 싶습니다. 조국의 품으로 돌아와서, 조국을 재건하는 일꾼이 돼주십시오. 낯선 땅에 가서 고생하느니, 그쪽이 당신 개인으로서도 행복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나는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대단히 인상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뭐 어떻게 생각지 마십시오. 나는 동생처럼 여겨졌다는 말입니다. 『만일 남한에 오는 경우에, 개인적인 조력을 제공할 용의가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명준은 고개를 쳐들고, 반듯하게 된 천막 천장을 올려다본다. 한층 가락을 낮춘 목소리로 혼잣말 외듯 나직이 말할 것이다.

  "중립국."

  설득 자는, 손에 들었던 연필 꼭지로, 테이블을 툭 치면서, 곁에 앉은 미군을 돌아볼 것이다. 미군은, 어깨를 추스르며, 눈을 찡긋 하고 웃겠지.

  천막을 나서며 자신의 처지에 한스런 웃음을 터뜨리는 명준

  나오는 문 앞에서, 서기의 책상 위에 놓인 명부에 이름을 적고 천막을 나서자, 『그는 마치 재채기를 참았던 사람처럼 몸을 벌떡 뒤로 젖히면서, 마음껏 웃음을 터뜨렸다. 눈물이 찔끔찔끔 번지고, 침이 걸려서 캑캑거리면서도 그의 웃음은 멎지 않았다. 』

                                                                                                          -최인훈, '광장' 중


 


                                                                                 거제 포로 수용소
 

<작품의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우리에게 '이념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고 있다. 곳곳에 스며 있는 낭만적인 요소들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우리에게 이념에 의한 남북한의 분단과 그로 인한 비극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인간은 무엇보다도 밀실이 필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마음껏 소리치고 누릴 수 있는 광장도 필요하다.

   이 작품은 두 가지에서 의미가 있다. 하나는 남북 분단 문제를 정면에서 다룬 본격적인 장편이라는 것이다. 이 문제를 다룰 수 있었던 것은 4.19 때문이었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4.19에 의해 남북 분단을 정면으로 다룰 수 없다는 금기가 깨졌다는 것이다. 작자는 이명준이 남한도 북한도 선택하지 않고 제 3의 중립국을 택한다는 것은 현실에서의 패배이며 죽음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조국의 현실을 벗어난 제 3의 길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개인주의적이고 관념적인 지식인의 망명이 죽음으로 끝나는 것은 민족의 현실에 대한 투철한 인식이 없이 남북한을 단순히 양자택일적인 것으로만 인식한 결과이다. 둘째, 이 작품이 남북한의 문제를 밀실과 광장이라는 인간의 본래적인 존재의 문제와 연결시켜 놓았다는 점이다. 인간에겐 누구나 자기의 고유의 밀실이 필요하면서, 동시에 타인과 교섭하면서 공동체적 삶을 살 광장이 필요한 법이다. 그런데 주인공은 진정한 시민적 광장에 대한 진실한 추구보다는 자신의 관념적이고 폐쇄된 밀실에 너무 기울어져 있었다.

   이 소설에서 '바다'는 여성을 상징하는 원형 상징으로 쓰이고 있다. 이명준이 바다에 빠져 자살하는 것을 '은혜와 그 아기에 대한 사랑의 희구'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주인공은 인간 중심주의적인 삶을 살다가 좌절한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바다에 던짐으로써 사랑을 구한다. 여기서 자살은 가치 있는 삶의 성취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어떤 시대적 상황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인간성이나 정당한 삶의 조건을 상실당한 인물들이 결국은 새로운 삶을 영위해 나가는 구조를 지닌 작품을 '상실과 되찾음의 이야기 구조'라 한다. 이러한 구조는 분단 문학에 자주 등장한다.

  이 작품은 1960년 10월 잡지『새벽』에 중편으로 발표되었으나 단행본으로 간행되면서 장편으로 개작되었다. 사실 이 작품은 작가에 의해서 5번 정도의 개작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습활동>


1. 이 소설과 관련하여 한국 전쟁 중 포로들의 삶이 어떠했는지 자료를 찾아 재구성해 보자.

 

한국 전쟁을 다룬 역사 서적이나 각종 회고록, 화보 등의 인쇄 매체나 영상 기록물, 인터넷 검색 자료 등을 수집하게 하고, 일정한 기준을 세워 자료를 재구성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 때의 기준은 다음 활동과 관련지어 작품에 반영된 사회·문화적 상황 중, 주인공 이명준과 같은 포로들의 삶을 파악할 수 있는가의 여부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자료를 종류별로 분류하여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2. 이 소설에서 주인공 명준이 중립국을 선택하게 된 이유를 시대적 상황과 연결지어 이야기해 보자.

 

이명준은 포로 교환에서 중립국을 선택한다. 독단과 광신적 믿음만이 존재하고 자유가 없는 북한 사회와 부패한 자본주의의 불균형과 방탕한 자유가 판을 치는 남한 어느 곳도 인간이 진정한 삶을 충족시킬 수 있는 곳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러한 이념 선택의 한계를 절실하게 느끼면서 중립국을 택하게 되는데, 이는 인간의 진정한 삶이 실현될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이념이 배제된 공간을 의미할 뿐이다.
 
 

<작품개관>
 
 1960년 발표 이후 여러 차례 개작을 하였기 때문에 판본에 따라 내용이나 문체상의 차이가 있는 장편이다. 철학도인 주인공을 통해 남북 분단의 비극을 이념적 측면에서 비판하고, 진정한 인간의 삶이 충족될 수 있는 광장을 찾아 고뇌하는 관념적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 또는 관념은 '밀실'과 '광장'이다. 그러나 '광장'이나 '밀실'이라 말이 의미하는 바는 다양하여 다소 모호하게 여기지는 경우도 있다. '광장'의 의미만 보더라도 그것이 인간적인 만남의 의미를 가지는 경우도 있고, 닫힌 사회로서의 '밀실'에 대립하는 열린 사회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경우도 있다. 대체적으로 '광장'은 사회적 삶의 공간을 의미하며, 이에 비해 '밀실'은 자신만의 내밀한 삶의 공간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주인공 명준은 철학도로서 자신의 밀실에 들어앉아 현실을 관념적으로 편협하게 인식하고 있었던 인물이다. 그는 밀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광장을 찾아 월북을 하게 되는데, 그곳에서도 진정한 삶의 광장을 찾지 못한다. 그 광장에서 절망한 후 은혜라는 여인과의 밀실을 기도하게 되고 다시 전쟁이라는 광장으로 나아가지만 또 다른 밀실인 중립국을 택하게 된다. 남북 어느 쪽의 이념도 선택할 수 없었던 그였기에 중립국은 이념이 배제된 밀실이며, 그가 최후로 선택한 바다는 그만을 위한 광장이자 동시에 밀실의 의미를 가진다.

 

- 갈매기와 바다가 상징하는 것

<광장>에서 '갈매기'는 중요한 문학적 장치이다. 이명준이 항해하는 동안 동행해 오던 갈매기는 이명준이 죽음으로써 사라진다. 그러므로 갈매기는 이명준의 의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다. 이명준은 두 마리의 갈매기를 보고 죽은 은혜와 죽은 자신의 딸을 떠올린다. 명준은 갈매기를 통하여 결국 과거의 아픈 기억에서 끝끝내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닫고 스스로 죽음을 결행한 셈이다. 한편 '바다'는  여성을 상징하는 의미와 생명 부활의 이미지를 공유한다. 이명준이 바다에 빠져 자살하는 것은 바다에 몸을 던짐으로써 사랑을 구하는 모습이다. 이 때 바다는 이명준과 은혜와 딸을 잇는 사랑의 원형임을 암시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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