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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 탐사대] 19 사바세계 들판 바라보는 은진미륵이여! 17 논산 관촉사 은진미륵

작성자박정근|작성시간26.06.15|조회수26 목록 댓글 0

[설화 탐사대] 19 사바세계 들판 바라보는 은진미륵이여!

17 논산 관촉사 은진미륵

 

조정의 명으로 1000명 동원 조성

보관은 면류관 왕권 상징 주장도

상처는 나라 흥망성쇠 함께한 상징

자비·복덕 안겨준 불보살 자리매김

 

관촉사 산신각에서 본 은진미륵과 논산들판 전경.

 

관촉사 은진미륵을 보았느냐?

충남 논산 사람이 저승에 가면, 염라대왕이 묻는다. “너는 살아생전에 연산 가마솥, 강경 미내다리, 관촉사 은진미륵을 보았느냐?”

 

연산 가마솥은 개태사(논산시 연산면)936(고려 태조 19) 창건됐을 당시에 사용하던 가마솥이다. 그 솥은 500여 명의 사람이 먹을 밥을 한 번에 지었다는 논산의 명물이다. 강경 미내다리는 1731(조선 영조 7)에 민간이 주도하여 놓은 다리다. 개울 이름이 미내이므로 미내다리’, 또는 미나라는 스님이 공사 감독을 하였으므로 미나다리라고 한다. 논산시 채운면에 있어 채운다리라고도 한다.

 

관촉사 은진미륵은 논산시 관촉동에 있는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입상(국보)을 말한다. 옛 지명인 은진면에 자리한 관계로 예로부터 은진미륵으로 불리고 있다. 관촉사는 논산에 있는 대표적인 관광지 중 한 곳으로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사찰이다. 아마 은진미륵의 유명세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입상은 은진미륵이라는 이름처럼 미륵보살로 유명하지만, 관음보살로 보는 견해도 있다. 그 모양이 특이해서 미륵보살, 문수보살, 보현보살, 관음보살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렸는데, 관음보살로 보는 것이 정설처럼 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백성들은 대부분 미륵보살로 모셨으며, 지금도 은진미륵으로 알고 있듯이 미륵보살로 각인되어 있다. 옛 기록에는 미륵보살, 관음보살이라 불리는 곳이 각각 있다.

 

여러 내용에 근거하여 10여 년 전 관촉사에 주지로 부임한 스님이 관음도량으로 사찰의 위상을 바꾸고자 불상을 관음보살로 모시고자 하였다. 그러나 워낙 은진미륵으로 각인된 탓인지 대중들의 호응이 없었다. 그래서 지금도 관촉사 부처님 앞에는 용화전[미륵불이 계신 법당]이 자리하고 있다. 한편 여러 이견의 흔적 때문인지 현재 관촉사 홈페이지에는 석조미륵보살입상과 석조관음보살입상이라는 이름이 모두 있다.

 

어린아이의 지혜로 불상을 세우다

관촉사는 논산시 관촉동 반야산 중턱에 자리한다. 반야산은 100m 정도 높이의 나지막한 야산으로 넓은 벌판 가운데 있다. 절 주차장에 다가가면 저만치 산 중턱에 있는 은진미륵을 볼 수 있다. 높이 19m, 둘레 9.2m의 돌로 된 거대한 불상이기 때문이다.

 

관촉사의 창건 시기는 명확하게 알 수 없다. 고려가 후삼국을 통일한 후에 전국 곳곳에 대대적인 불사가 있었다. 이러한 불사는 왕권 강화를 위해 호족 세력의 시대가 끝났음을 각인시키고자 왕명으로 불사가 시작되었다고 추정한다. 관촉사 보살상도 왕명으로 혜명(慧明) 대사가 970(광종 21)(혹은 968) 조성하기 시작하여 1006(목종 9)에 완성했다. 이 보살상이 쓰고 있는 보관은 면류관으로써 왕권을 상징한다는 주장도 있다.

 

절 주차장 끝에 반야산 관촉사라는 현판이 걸린 일주문이 있다. 일주문, 천왕문, 명곡루 또는 해탈문을 지나면, 사찰 마당이 펼쳐진다. 마당 오른쪽으로 용화전, 그리고 그 너머로 은진미륵이 잔잔한 미소로 반겨준다. 가까이 가서 미륵보살을 보면, 보살상은 얼굴과 보관이 하나인 머리 부분이 한 돌, 가슴 부분이 한 돌, 허리 아래로 한 돌, 그렇게 세 돌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모습과 관련하여 은진미륵 조성 과정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1743(영조 19)에 건립된 관촉사사적비명을 중심으로 그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968(고려 광종 19) 사제촌에 사는 한 여인이 산 서북쪽에서 나물을 뜯다가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가보니 갑자기 커다란 바위가 땅속에서 솟아났다. 이상하게 여겨 집으로 돌아와 사위에게 말했다. 사위는 관에 고하였고, 관은 다시 조정에 보고하였다. 백관이 모여 회의를 했다. 그 결과 이는 불상을 조성하라는 조짐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혜명 스님을 중심으로 100여 명의 장인과 함께 970년에 불상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솟아난 바위로 허리 아랫부분을 만들고, 가슴과 머리 부분은 그곳에서 12km 떨어진 연산면 고정리 우두촌에 있는 바위로 만들었다. 드디어 1006(목종 9)에 불상이 완성되어 1000명을 동원하여 도량으로 운반하였다.

 

그런데 아랫부분이 워낙 거대하여 그 위로 가슴과 머리 부분을 올릴 방법이 없었다. 스님은 걱정이 태산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냇가에서 어린아이들이 흙으로 불상을 만드는 놀이를 하고 있었다. 밑부분을 세운 뒤 모래를 쌓고, 그 위에 가운데 부분을 올려놓고, 다시 모래를 쌓은 후 맨 윗부분을 올려놓았다. 이를 본 스님은 그 방법을 깨달아 불상을 제대로 세울 수 있었다. 어린아이들은 문수보살, 보현보살의 화신으로서 가르침을 준 것이다.

 

혹시 치우침이 없고, 선입견에 물들지 않는 어린아이 같은 지혜를 강조하고자 하는 가르침을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것은 아닌지. 어린아이의 놀이를 보고 방법을 깨우친 스님도 대단하다.

 

관촉사 미륵의 이어붙인 보관. 거란으로부터 나라를 구하다 다친 상처로 불린다.

 

나라의 흥망성쇠 속에 있는 은진미륵

왕권 강화를 위해 조성했든지, 아니면 부처님 세상을 만들고자 조성했든지, 관음보살로 조성했든지, 아니면 미륵보살로 조성했든지, 관촉사 보살상은 사람들에게는 자비와 복덕을 안겨주는 불보살님으로 자리했다.

 

이리하여 이전에는 지방의 작은 사찰에 불과했던 관촉사는 보살상의 불사로 인해 역사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관촉사라는 절 이름도 보살상이 완성된 이후 지어진 이름이다. 그전에는 어떤 이름인지 알 수 없다. 관촉사 이름과 관련된 이야기는 이렇다.

 

불상이 세워지자 하늘에서 비가 내려 불상의 몸을 씻어주었고, 찬란한 서기가 21일 동안 천지에 가득했다. 그리고 불상에서 빛이 나와 사방을 비추었다. 이때 중국에서 지안(智眼) 스님이 그 빛을 쫓아와 예배하고, 그 빛이 촛불의 빛과 같다고 하여 절 이름을 관촉사(灌燭寺)라고 하였다.

 

보살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보관 한쪽에 수리한 흔적이 보인다. 이 나라를 구하다 다친 상처다.

 

거란이 고려를 침입하기 위해 압록강에 이르렀을 때였다. 삿갓을 쓴 스님이 얕은 내를 건너듯이 강을 건넜다. 이 광경을 본 거란군은 얕은 곳인 줄 알고 아무 생각 없이 물에 뛰어들다가 거의 몰살하였다. 거란군의 장수가 크게 노하여 그 스님을 칼로 치니 갓 한쪽이 떨어져 나갔다. 그 순간 관촉사 은진미륵의 보관 한쪽이 떨어져 나갔다. 그 강을 건너던 스님이 바로 은진미륵이었다. 떨어져 나간 부분은 그나마 산산조각이 나지 않아서 그대로 두었다가 조선 숙종 때에 다시 붙였다.

 

현재 은진미륵 보관 한쪽 끝에 이어 붙인 자국이 그때의 상처라고 한다. 은진미륵의 상처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1909(순종 3)에 세 명의 일본사람이 불공을 드린다며 관촉사에 묵었다. 그런데 그들은 은진미륵 보관 끝에 놓여 있던 금불상을 모두 훔쳐 가고, 이마에 있는 광명주마저 깨뜨려버렸다. 이때부터 은진미륵은 빛을 비추지 못하게 되었다.

 

이러한 나라의 흥망성쇠와 함께한 분이라서 그런지, 은진미륵은 국가가 태평하면 몸에서 빛이 나고 서기가 허공에 서리며, 난이 있게 되면 온몸에서 땀이 흐르고 손에 쥔 꽃이 색을 잃었다는데. 미륵경전에 의하면, 훌륭한 왕(전륜성왕)이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이 계율을 잘 지켜 평화로울 때 미륵부처님이 오신다고 한다. 은진미륵의 몸에서 땀이 나거나 꽃이 색을 잃기보다는 빛이 나고 허공에 서기가 서리는 날이 많기를. 산신각 앞에서 은진미륵과 같은 눈높이로 넓은 들판을 바라보며 그렇게 희망을 품는다.

 

한줄 요약

은진미륵은 국가가 태평하면 몸에서 빛이 나고 난이 있게 되면 온몸에서 땀이 흐르고 손에 쥔 꽃이 색을 잃었다고 전한다. 미륵경전에 의하면 훌륭한 왕이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이 계율을 잘 지켜 평화로울 때 미륵부처님이 오신다고 한다.

 

은진미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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