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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병-화학물질

소리없는 죽음의 공해 - KBS

작성자atom|작성시간06.11.14|조회수78 목록 댓글 0
소리없는 죽음의 공해 - KBS

이 칼럼은 'KBS 건강 365' 1996년 8월호에 발표한 글입니다.

"죽음의 석면공해 프랑스를 위협한다." 얼마 전 KBS 1 TV <세계는 지금> 프로그램을 통해 방영된 제목이다. 전 세계 주요 뉴스를 심층적으로 취재, 보도해 호평받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프랑스 전역을 석면 공포에 몰아넣은 석면 공해의 심각성을 취재한 프로그램이었다.

뛰어난 단열 효과와 방음 효과 때문에 훌륭한 건축 자재로 인정 받아온 석면이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발암 물질이었다는 것을 수십 년 전에는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프랑스가 이 처럼 석면 공해의 공포에 휘말리게 된 계기는 단순하다. 지난 해 말 프랑스 제2방송 사회고발 프로그램이 심층 취재를 통해 석면의 위험성과 폐암을 유 발하는 피해 사례를 밝혀냈기 때문이다. 그 동안 프랑스는 공공 건물과 학교 건축시 대부분 석면을 사용해왔다. 석면을 사용한 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석면에 노출되어 앓아누운 환자가 속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프랑스에서만 한 해에 2천명에 달하는 사 람들이 석면으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급기야 지난 7월, 오는 97년부터 발암성 건축 자재인 석면의 사용 을 전면 금지시킬 것이라고 발표했다. 외신 보도에 의하면 자크 바로 노동부 장관은 오는 97년 1월 1일부터 "석면의 생산과 수입, 그리고 석면 시멘트 등 석면이 함유된 여하한 생산품의 판매도 불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20여년 전에 석면의 사용을 금지한 바 있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여 덟번째로 석면 사용을 금지한 국가이다. 그 동안 독일과 이탈리아, 덴마크, 스웨덴,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위스 등이 국가적으로 석면의 사용을 금지해왔다. 뒤늦게 석 면 사용 금지 조치를 내린 프랑스로선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프랑스 역시 지난 77년부터 부분적이긴하나 석면 사용 금지 조치를 시행했었다. 또한 87년부터는 석면을 단열재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해왔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우리 나라도 석면 공해의 예외 지대는 아니다. 지난 해 신문 보도를 통해 밝혀졌 듯이 석면 취급 사업장에서 10년 이상 일해온 근로자들이 석면폐증 환자로 나타났 기 때문이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산업보건학팀이 석면 사업장 근로자 139명을 대상으로 단순 방사선 장치와 고해상 전산화단층촬영장치(CT) 등을 통해 흉부검사를 실시한 결과 4명이 이른바 석면폐증으로 확진됐다고 발표했다. 조사 대상 작업장은 석면 방직업 소와 브레이크라이닝 제조업소, 선박수리업소 등이었다.

석면폐증은 폐에 석면 가루가 고이는 일종의 진폐증이다. 석면폐증은 폐암으로 변하거나 다른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치료가 매우 곤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팀의 조사에 의하면 공기 1㏄당 석면 농도는 선박 수리업소가 6.3∼7.8개로 가장 많았다고 한다. 석면 방직업소는 0.2∼1.3개, 브레이크라이닝 제조 업소는 1cc당 석면 농도가 0.7∼1.0개였다.

우리나라에서 작업장 외에 일반인이 거주하거나 생활하는 실내 공간을 대상으로 석면 오염도를 조사한 적은 많지 않다. 최근 환경단체가 지하철 역사에서 석면이 검 출되었다고 발표해서 사회적 물의가 인 적이 있다.

그러나 석면 공해가 일반인에게 알려지게 된 계기는 아마도 지난 94년 남산 외인 아파트와 여의도 라이프빌딩 폭파 해체 작업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 때 환경단체 회원들이 건물 폭파 해체시 건축 자재로 쓰인 석면이 가루가 되어 날리면서 이웃 주민들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고 항의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석면이 해로운 물질이라는 것을 이 때서야 처음으로 알았던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서울시가 남산의 옛 안기부 건물을 발파 해체하기에 앞서 인체에 해로운 석면을 미리 제거하기로 한 결정은 이 때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생각된다.

환경부는 최근 급속한 산업화로 화학제품 원료 사용이 급증해, 특정대기 유해물 질 배출량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발암성 물질인 벤젠 등 4종을 특정 유해물질로 추 가로 지정해 규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특정대기 유해물질이란 인체 및 동식물 생 육에 해로운 영향을 주는 물질을 말한다. 석면 역시 특정대기 유해물질이다. 이에 따라 현재 16종인 특정대기 유해물질은 모두 20종으로 늘게된다.

또 환경부가 현재 특정대기 유해물질로 지정돼 있는 16종 가운데 배출허용기준이 설정돼 있지 않은 석면 등 5종에 대해서는 시설관리기준을 설정할 예정이어서 새로 운 규제책이 마련되게 된다. 석면뿐만 아니라 건축 자재로 널리 쓰이는 유리 섬유 역시 건강 피해를 일으킨 다 이에 관해 1994년 7월 2일자 워싱턴포스트지는 주택 건축용 단열재로 널리 쓰이 는 유리섬유가 "발암 의심물질"로 지정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보건후생부가 미국내 90% 정도의 주택에 사용된 유리섬유 단열재가 "발암 의심물질 또는 확인된 발암 물질 명단" 중 "발암 의심물질" 목록에 새로이 등록되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조 치가 내려진 것은 미국립독극물연구소가 의회에 제출할 과학적 연구 결과에 근거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 벽이나 천정의 단열용 자재로 쓰이는 유리섬유는 밀폐공간에 많이 사용되고 있어 건강의 새로운 위협 요소라는 사실을 알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유 리섬유가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심도깊은 연구가 진행된 적은 없다.

재작년 경기도 안산 고잔동 지역에서 유리섬유로 오염된 지하수를 마셔서 지역 주민들이 각종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간 적이 있다. 그러나 미국 존스홉 킨스 대학 연구진의 조사 결과, 지하수에 유리 섬유가 포함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 났다. 이 때 드러난 것은 국내 연구기관이 유리 섬유라는 새로운 공해 문제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석면과 유리 섬유는 우리가 새로이 알고 신중히 대처해야 할 새로운 환경 문제이 다. 인류에게 해충 박멸의 기회를 제공해준 DDT는 그 독성과 잔류성 때문에 지금 은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석면과 유리 섬유 역시 뛰어난 건축 자재이지만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건강 피해가 밝혀질수록 DDT와 같은 신세를 면치 못할 지도 모른다.

환경문제에 대해서 만큼은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데 익숙한 우리지만 석면과 유 리 섬유 공해 만큼은 "소잃기 전에 외양간 고치는" 현명한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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