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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문 방 ]

성심 인애 대축제/마산교구보 원고

작성자홍종기|작성시간16.04.29|조회수54 목록 댓글 0

성심 인애 대축제


나는 제1회 ‘성심 인애 대축제’(8월 1일-5일)가 열리는 성심원(산청읍 소재)에 가서 사랑을 듬뿍 받고 돌아왔다. 잘 알려진 대로 성심원은 프란치스꼬회에서 운영하는 한센인과 중증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다. 4일째 저녁은 그 찜통 더위에도 바람이 선들 선들 불어왔다. 이해인 수녀님의 문학강연 제목은 “친구야 너는 아니?”였다. 수녀님이 자작시를 조용 조용 낭송할 때 한 줄 읽으면 박수, 두 줄 읽어도 박수, 셋째줄에도 박수, 박수로 화답하는 청중들이 아름답게 보였다. 시는 어렵다 하여 교과서에 있는 시만이 시의 전부인 줄 아는 세상에 청중(교우가 대부분)들의 시심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까닭이 있었다. 수녀님의 시는 하느님의 말씨로 부르는 사랑의 연가였기 때문이다.
나는 수녀님의 최근 시집 ‘작은 기쁨’(열림원) 뒤쪽에 해설을 붙였는데 <지상에서 하는 천상의 말>이 그 제목이었다. 하느님의 말이 쉬운 것처럼 수녀님의 시도 쉬운 말이고 대신에 영성이 가득해 있다는 요지의 해설이었다. 나는 우리나라 시인들의 말이 까다롭고 개인적 상상이나 환상으로 지나치게 흐르기 때문에 독자를 잃어버리고 있는데 우리나라 문학 역사상 이해인 수녀님의 시처럼 보편적이고도 수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예가 달리 어디 있는가, 그런 점에서 독특한 위상을 갖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수녀님 강연을 듣고 나오면서 성심원이 창설 50여년에 시의 향연이 베풀어지는 것에 대해 참으로 뿌듯한 감회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창설 전야의 비화나 창설 이후의 어려움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아는 부분이 있고 여기에 바쳐진 수도회의 열정이나 전국에 고루 퍼져 있는 은인들의 숨은 기여와 봉사를 귀동냥으로 듣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성심원을 사랑이 들끓는 용광로이기도 하고 어떤 쪽으로는 사랑의 박물관이라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축제를 열고 노래를 듣고 시심을 길어올리는 샘물로 거듭난다는 점에서 운영하는 원장 신부님(오상선 바오로)의 마음이 귀하다는 것과 그 지향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한때 진주 봉곡꾸리아에 산청성당 쁘레시디움과 성심원 쁘레시디움이 소속되어 있었는데 그때의 꾸리아 회합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성심원 쁘레시디움의 활동보고 순서였는데 손 하나가 없는 환우들이 손 둘이 다 없는 환우들의 작업을 도와주고, 다리 한 쪽이 없는 환우가 다리 두 쪽이 다 없는 환우들의 의지가 되어준다는 활동을 보고하고 있었다. 이때 회합의 분위기는 숙연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활동 보고하는 그  단장의 목소리가 목이 막혀 더 보고할 수 없게 되자 꾸리아 단원들의 가슴이 떨려오고 마침내는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그때 그 침묵의 시간을 잊을 수 없다.
그 침묵은 사랑으로 하나가 되는 침묵이었다. 그런 뒤 1984년 성심원 창설 25주년 기념식에서 나는 <여기 성심원>이라는 시를 써서 읽었다. “이땅에서도 예수님이 제일로 많이/ 계시는 곳은/ 여기 성심원// 냇가 한가로이 낚싯대 드리우면서/ 계시는 것 아니라// 솔가지 위 달 뜨는 데 달 뜨는/ 마음으로 계시는 것 아니라// 진물 나는 자리/ 환우의 아픔 안에 계시고/ 뼈 문드러지는 자리/ 환우의 그 절통한 외로움 안에 계시어라........”
나는 그때의 이 시를 흩어지는 인파 가운데 서서 외우며 우리 성심원 가족들의 고통 다음에 피는 꽃을 생각했다. 주님이 피워 주시는 꽃은 환우들과 축제에 참여하는 외부의 사람들에게 피게 하시겠지만 지금 바로 이 저녁에 피우는 꽃은 더불어 나누는 데서 피워내는 문화의 한 겹 넉넉한 꽃일 것이다. 환우들도 정말 문화적인 대접을 받을 때가 되었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강연은 끝났지만 이해인 수녀님의 시는 성심원 동산을 점 점 더 크게 번져나고 있었다. “장미 꽃잎 속에 숨어 있던/ 시간이 내게 말했다/ 부드럽게 부드럽게/ 향기를 피워올리기 위해선/ 날카로운 가시의 고통이/ 꼭 필요했다고....”
                                                            강희근(시인. 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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