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석할망제
집필자 김동섭
정의
제주도에서 여름철 조를 파종한 후 마소[牛馬]로 밭을 밟을 때
준비해 간 음식을 제물로 차려놓고 농경신인 제석할망에게 빌던 고사.
이뿐만 아니라 김매기를 할 때 밭에서 밥을 먹게 될 경우,
제석할망 몫으로 먼저 밥 한 숟가락씩을 조금 떠서 밭 주위에 던지는 것을 가리키기도 한다.
이것은 고수레와 같은 것으로 절은 하지 않는다.
다른 말로 제석할망코시,
밧리는코(밭 밟는 고사), 밧리는 테우리코(밭 밟는 목동고사)라고도 한다.
내용
제주 지역은 비가 많이 오는 곳이지만 논농사는 거의 없고, 밭농사가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그러므로 주로 재배 작물도 보리와 조가 많았다.
화산회토(火山灰土)로 이루어진 밭은 여름철 비와 바람에 쉽게 날리고 쓸려 다녔으므로
하절기에 파종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제주도 여름 작물의 대부분을 차지하였던 조는 토심(土深)과 기온에 민감한 작물이다.
해안마을보다 기온이 낮은 산간마을에서는 파종 시기가 조금 더 빨랐으나,
보통 조는 소서(小暑)를 기준으로 전후 3일 안에 파종하였다.
조는 퍼석한 듯한 뜬 땅에 파종하였는데, 쉽게 날리거나 쏠리는 것을 막고
건조해져 발아(發芽)가 되지 않는 것을 막기 위해 파종한 후 마소를 이용하여
흙을 다져주어야 했다. 이것을 제주에서는 ‘밭 린다’고 한다.
밭을 밟는 날에 밭주인은 큰 암탉을 잡고 술과 푸짐하게 차린 점심을 준비해서
밭에서 제석할망에게 고사를 지낸 다음 테우리들을 잘 대접한다.
처음으로 밭을 밟는 날 고사를 잘 지내야 농사가 잘될 뿐만 아니라,
여름 동안 말에게도 탈이 없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테우리가 ‘밭 리는 소리’를 부르며 수십 마리의 말떼를 앞세워 골고루 밭을 밟아준다.
그래야만 씨앗이 바람에 날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좁씨가 한 곳으로 몰리지 않고 골고루 서게 된다고 한다.
말은 물론 여러 개의 나무로 말발굽처럼 만들어 박은 남테와 사람들도 동원되었으며,
특히 이때는 말을 조종하는 테우리들에게 술과 해어(海魚)로 잘 대접하여야만
밭의 네 귀퉁이 구석구석을 탄탄하게 밟아주었으므로 이들을 잘 대접하였다.
이 시기가 되면 밭을 밟는 사람과 말들로 제주의 온 밭들이 출렁거렸다.
의의
화산 폭발로 이루어진 지역성을 잘 반영하고 있는 제주 고유의 농경 민속의 하나이다.
짧은 기간에 밭을 밟아야 하지만 제주도민들은 돈과 정성을 들여 밟은 만큼
결실이 수확으로 돌아온다고 확신하고 있어 서로 협력하면서 순서를 정하여 밟았다고 한다.
또한 그 대가를 돈으로 지불하기보다 다른 농사일로 갚음으로써
공동체의 일원으로 소속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물론 조농사가 많을 때에는 남테를 여러 개 가진 사람이 몇 마리의 말과 함께
전문으로 밭을 밟아주는 일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참고문헌
南國의 民俗 (진성기, 교학사, 1980)
濟州道의 農機具 (濟州道民俗自然史博物館, 1998)
제주도세시풍속 (국립문화재연구소, 2001)
출처 – 한국민속대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