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열며
초여름의 바람이 먼저 들어와
젖은 쑥 냄새처럼
조용히 방 안을 쓸고 간다
음력 오월 초닷새
햇살은 가장 높이 오르고
마당 끝 창포잎도
한 번쯤은 몸을 씻듯 떨린다
그네줄에 묶인 그리움은
멀리 가지 못한 채
오르내리는 하늘 아래서
자꾸만 이름 하나를 부른다
머리를 감던 물빛 속에
지나간 계절들이 잠깐 비치고
손끝에 남은 바람은
여름을 미리 알고 온다
오늘도 난
오래된 명절의 문턱에 서서
사라지는 것들을 위해
조용히 한 번 더 마음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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