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박 영 춘
막 걸렀다고 막 마시고 인생을 막살지 말게
막걸리처럼 갈지자 쓰듯 살아갈지언정
죽은 막대기라고 함부로 내팽개치지 말게
오이 옆에 서 있으면 오이가 노란 꽃 피운다네
막차를 놓쳤다고 실망하지 말게
첫차가 자네를 기다리고 있다네
걸음걸이가 좀 느려 터져 뒤처지면 어떤가
천천히 여유를 맛보면 느림의 미를 알 걸세
걸쩍걸쩍 빨리 걸어가 무엇하려는가
막걸리 한잔 마시고 시 한 줄 써놓고
걸음 배울 때처럼 발바발밤 발자국 세며 사세
리 리 리 자로 끝나는 말은
개나리 미나리 마무리 막걸리 많고 많은 것처럼
막걸리 맛보듯 이 맛 저 맛 다 맛보며 천천히
이렇게 저렇게 물 탄 막걸리처럼 심심하게 사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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