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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초기

작성자古 隱 里|작성시간26.06.10|조회수2 목록 댓글 0

예초기를 돌리니 기계음이 요란합니다. 그 기계에 놀란 꽃들이 여지 없이 쓰러집니다. 자주 달개비같은 꽃잎사귀 밭두렁에 줄기를 뻗고 있는 참비듬의 작은 꽃, 습지에 눅눅하게 핀 자귀풀의 황새꽃, 난쟁이처럼 땅바닥에 엎드린 채 피어오른 질겅이의 흰꽃과, 길가에 버려진 듯 피어있는 바랭이의 실가닥 같은 꽃줄기의 꽃잎들이 우수수 떨어집니다.

단단하게 뭉쳐진 어둠의 돌멩이에 맞으며 소스라 집니다. 민들망초의 흰꽃, 담자색 꽃이 새끼손톱만한 꽃 목아지를 부르뜨리며 쓰러집니다. 이 초여름 들판에서 하찮은 갈퀴덩굴까지도 아우성치며 꽃대가 부러집니다. 그리고 꽃잎이 찢어 집니다. 칼날보다 강한 질긴 끈에 쓰러지니 슬픕니다.

옛날 우리 아버지는 낫으로 풀을 베었습니다. 지금은 예초기 기계가 있어 밭두렁 논두렁의 풀 깍기는 한결 수월합니다.
지금은 아버지도 어머니도 없지만 그때는 모든 농삿일을 힘으로만 했으니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지금 일을 해보니 그때 일을 알것 같습니다. 오는 길에 담장의 장미꽃이 피멍들어 떨어져 있습니다. 그 옷깃 속에서 떨어진 장미꽃 냄새를 맡아가며 고독속에서 잠시 쉬었다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2026.6.10
춘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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