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족구소설] 잔다리 사람들(연재8)

작성자저ㄴ◐ㅠ처ㄹ|작성시간08.02.04|조회수329 목록 댓글 7

[족구소설]

잔다리 사람들


전유철(소설가 ․ 평택잔다리족구회장)

-제1부.  족구이야기

   제2장.  족구클럽을 만들며


-관심을 쏟을 대상이 있을 때 열정은 자신도 모르게 찾아온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성구는, 운동가방을 현관에 뚝 내려놓는다. 그 몸짓이 경쾌하고 짐짓 흐뭇하다.

“다녀오셨어요?”

큰 애와 작은 애가 갑자기 노래하는 매미처럼 합창을 한다.

“즐거우셨습니까?”

아내가 웃음기를 띠며 성구를 쳐다본다.

“어, 아주 재미있었어. 오늘 족구클럽을 만들었거든!”

“오, 그래요!”

아내가 탄성을 지른다.

“이제 아빠가 본격적으로 운동에 빠지셨군여~^-^”

딸아이가 소파에 앉으며 한마디 거들고 나선다.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성구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밝게 웃으며 화장실로 들어간다.

몸에 흐른 땀을 씻어내는 샤워는 언제나 상쾌하다. 특히 만족한 운동을 끝내고 샤워를 하는 행위는 한 점 공격 포인트를 얻었을 때만큼 상큼하다. 운동을 하면 건강을 다지는 것 말고도 장점이 많다고 성구는 생각한다. 운동 전의 기대감과 운동 중의 쾌감과 운동 후의 개운함 등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다. 특히 자신이 선호하는 종목을 즐기며 운동하는 것이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성구는 쏟아지는 물줄기에 온몸을 맡기며 그런 생각들을 하였다.

화장실에서 나오자 어느새 저녁식사가 준비되어 있다.

성구는 식구와 둘러앉아 식사를 한다. 저녁 맛이 일품이다.

“우리 식구도 다같이 족구를 즐기면 어떨까?”

한마디 던지고 성구는 다시 밥 한술을 떠 넣는다.

“드디어 네 아빠께서 울들도 끌어들이자는 심산가 보다. 애들아.”

아내가 아이들의 반응을 살핀다.

“글쎄요. 지는 생각이 없거든여. 배드맨턴이면 몰라도...”

딸아이가 불쑥 내뱉는다. 싫고 좋음을 거침없이 말하는 오렌지 세대에 다름 아니다. 듣고 있던 아들이 자신도 빠져나갈 구멍이 생겼다는 듯이 ㅎㅎㅎ 웃는다.

“족구를 하면, 밥맛도 좋고 가족사랑도 커지고 건강도 다지고 행복도 다지고, 얼마나 좋아!”

성구는 이참에 족구전도사가 되겠다는 듯 주저리주저리 예찬을 늘어놓는다.

“가족까지 족구판으로 끌어들이기엔 아직 이른 것 같은데요.”

아내가 아이들 눈치를 보다가 결론짓듯 말한다. 허긴, 아내와 아이들을 족구운동에 끌어들이기에는 아직 이르지. 그런데, ‘족구판’이라니. 도박판이나 고스톱판이라는 말처럼 족구를 비하하는 거야, 뭐야. 적어도 클럽까지 갖춘 신성한 족구회가 아닌가 말이다. 성구는 혼자 씁쓸하게 생각하다가 밥이나 맛있게 먹지 뭐. 하는 심사가 되고 만다.

성구는 식사를 마치고 잠시 텔레비전 뉴스를 보다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낮에 족구장을 떠올렸다. 족구공을 2개 정도 더 사야 할 상황이었지? 그는 이참에 자신의 연습공도 하나 사야겠다고 생각하며 컴퓨터를 켰다. 부팅되는 화면에 여지없이 ‘새로운 시작’이라는 메시지가 뜬다. 늘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사는 것도 축복인 것이지.

쇼핑몰에 들어가 족구용품을 검색하자 많이도 떠올랐다. 족구화를 비롯하여 족구공, 네트, 지주대 세트까지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었다. 족구화는 바닥 요철의 형태에 따라 수비형과 공격형으로 구분되고 있었다. 성구는 검색하다가 족구화의 규격이 요와 철의 높이는 5mm이내, 요와 요 간격은 10mm이내여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연습공은 긴 끈이 달려 있어 매달아놓고 머리나 발로 수비연습과 짧게 매달아놓고 공격연습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족구에 대해 그렇게까지 배려하여 제작한 회사에 고마움까지 들어서 성구는 꾸벅 인사라도 할 뻔하였다.

성구는 클럽에서 쓸 족구공 2개와 자신이 쓸 연습공 하나를 구매하고 카드결재하며 족구화도 공격형으로 하나 사고 말았다. 속설로 질러버리고 만 것이다. 낚시꾼이 장비를 장만하며, 등산 애호가가 도구를 준비하며, 각종 동호인들이 용품을 구입하며 행복해 하는 것처럼 성구도 지금 결재카드를 지르며 기꺼워하고 있는 거였다.

성구는 다음 날부터 회사에서 퇴근을 서둘렀다. 한마디로 칼퇴근(칼을 가지고 퇴근하여서 누가 뭐라고 하지 못하는 건가? ㅋㅋ)이었다. 초가을 하늘은 높고, 날씨는 알맞고, 해는 길어서 좋았다. 어두워지려면 두 시간정도는 지나야 했다. 어두워지면 또 어떠한가. 해가 지면 달이 뜨고... 무슨 걱정이 된단 말인가.

성구는 집 안에 있던 테니스 공 하나와 준비했던 굵은 고무줄과 축구공을 챙겨들고 그만의 은밀한 장소로 의기양양하게 다가갔다. 전에 연습하던 곳에서 다시 고무줄로 축구공을 매달고 타격연습 준비를 서둘렀다. 수박을 사 왔던 끈으로 망처럼 공을 묶고, 그 끈과 고무줄을 연결하여 긴 나뭇가지에 매달았다. 좀 흉물스럽지만, 주문한 연습공이 도착하기 전까지는 당분간 그 공을 사용해야 하는 거였다. 공을 매단 나뭇가지 주변에는 다른 장애물이 없도록 잔가지들을 잘라내었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연습을 하려다가 저번에 왼쪽 발에 무리가 되었던 것을 떠올리며 그는 충분히 몸을 풀었다. 특히 허리와 허벅지 근육을 푸는 스트래들 스트레칭과 힐터치백 스트레칭을 하는데 열중하였다. 주변에 있는 나뭇가지를 이용하여 발 높이를 올리고, 가볍게 나뭇가지를 안축, 뒷축, 발등으로 한 번씩 차 보았다.

저번과 마찬가지로 왼쪽 발이 충분히 회전하지 않는다. 오른발이 도약하기 전에 먼저 왼발을 디딤질하는 곳에 깊게 넣어야 하는 거였다. 그런데 무의식중에 오른발이 먼저 나가고 있으니 제대로 발 스윙이 안 된다고 성구는 용케 생각해 낸다.

‘이게 쉬운 게 아니구나.’

성구는 중얼거리며 방송에서 보던 선수들을 떠올린다.

‘그들은 참 쉽게 공격자세가 연결되던데......얼마나 연습해야 그들처럼 될 수가 있을까?’

성구는 막막한 기분이 엄습해 오는 것을 느끼며 혼자 쓴웃음을 짓는다. 다시 다른 나뭇가지로 옮겨 발 스윙연습을 한다. 그렇게 나뭇가지를 옮겨 다니는 다람쥐처럼 이곳저곳에서 연습을 한 후, 매달린 공 앞에 서서 자세를 잡아본다.

‘먼저 공을 정확히 보고, 디딤발을 충분히 넣고, 어깨를 밀어넣고, 자세를 낮추고, 허리를 완전히 돌리고, 타격하지 말고 충분히 밀어치듯이 해야 한다고 했지.’

성구는 어느 선수가 인터넷 카페에 써 놓은 글귀를 생각하다가 힘껏 일격을 가한다. 퍽, 소리와 함께 공이 까무러치며 달아난다. 하지만 고무줄이 다시 잡아챈다. 나뭇가지가 휘청하였지만 끈으로만 연결했던 지난번보다는 충격이 덜하다. 고무줄이 찍, 늘어나며 완충작용을 충분히 한다. 그는 만족한 미소를 짓는다. 흔들거리는 공을 다시 고정시킨다. 다시 자세를 잡는다.

‘공 보고, 디딤발 넣고, 자세 낮추고, 허리 돌리며...’

맘속으로 읊다가 성구는 다시 힘껏 공을 찬다. 안축으로 한번, 뒷축으로 한번, 왼쪽으로 한번, 중앙으로, 오른쪽으로 한번씩...... 연습하다보니 디딤발을 옮겨 공의 방향을 좌수비와 공격수 사이에 떨어지게 타격하는 것이 잘 안된다. 여전히 왼쪽 디딤발이 충분히 회전하지 않아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허벅지가 아프다. 잠시 연습을 멈추고 가볍게 달리기를 하며 아픈 다리를 풀어주고 다시 공격연습을 하는 반복이 이어진다.

어느새 성구의 얼굴에 땀방울이 흐르고, 등줄기로는 지렁이가 기어가는 듯한 땀줄기를 느낀다. 한줄기 바람이 불 때마다 시원한 느낌을 받는다.

‘바람을 보고 싶으면, 나뭇잎을 바라보라.’

어느 시인이 그랬지. 흔들리는 나뭇잎을 바라보고 있으면 정말 바람이 보이는 듯하다.

나뭇잎과 잔가지가 조금씩 흔들리도록 부는 산들바람, 봄에 주로 생기는 꽃샘바람과 소소리바람, 첫가을 동쪽에서 불어오는 강쇠바람, 서쪽에서 부는 하늬바람, 아래쪽에서 부는 아랫바람, 회오리치며 부는 돌개바람...바람의 종류도 참 많다.

‘그럼 지금 저 나뭇잎을 흔들고 있는 바람은 강쇠바람인가? ’

성구는 부질없는 생각이 다 든다. 바람을 보고 싶으면 나뭇잎을 바라보라고 하였는데, 성구는 낮게 자리한 나뭇잎을 보면 족구공처럼 발등으로 돌려차고 싶어진다. 허리높이나 어깨높이 정도의 나뭇가지나 이파리들을 보면 더욱 발이 근질거리는 성구였다. 적어도 혼자 있을 때는 기어이 내지르고 만다. 족구화에 묻어나는 푸른 잎의 자국이 남몰래 저지른 잘못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소나무들이 무성한 주변이 어두워질 때까지 성구는 혼자 연습을 하였다. 잠시 땀을 닦고, 가지고 간 테니스공을 집어 든다.  눈앞에 높이 띄우고 안축차기로 한번, 뒷축차기로 한번씩 내지른다. 작은 공이어서 정확하게 맞추기도 쉽지 않다. 허나, 작은 공으로 연습하다가 족구공을 대하면 타점을 찾는데 훨씬 수월하다고 말한 족구 신동 김현우가 말한 것이 성구의 머릿속에 떠오른다.

한 번, 두 번. 테니스장 푸른 칸막이로 퍽, 퍽, 떨어지는 공 소리가 성구의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연습생의 훈련은 고되지만 가슴은 늘 푸른 꿈이 있어 내일을 희망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른다.

어느새 날이 많이 어두워졌다. 어둑어둑한 이 때를 땅거미가 깔린다고 하였던가?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왼쪽 허벅지에 약간의 통증이 느껴지는 것을 알았다. 역시 왼발이 튼튼해야 공격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거였다. 다음에는 하체를 강화하는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성구는 도구를 챙겨서 아파트로 향하였다.

어느새 주변은 백색 가로등이 켜져 있고, 불빛을 받은 나뭇잎들이 창백하게 흔들거렸다. 하지만 그 이파리들조차 달빛처럼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듯 했다. 만족한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성구의 마음처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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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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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류한호 | 작성시간 08.02.04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꾸준한 연제 바람니다..잘 보고 있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저ㄴ◐ㅠ처ㄹ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02.05 고맙습니다. 내내 건강하시어~~ 울 나라 족구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셔야죠~~
  • 작성자@김종환@ | 작성시간 08.02.05 설 명절 잘 보내세요. 잘 읽었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저ㄴ◐ㅠ처ㄹ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02.12 고맙습니다. 좋은 시합하세요~~
  • 작성자막시무스 | 작성시간 10.02.09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광진연합회에서 도움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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