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잔다리 사람들(연재16)

작성자저ㄴ◐ㅠ처ㄹ|작성시간08.06.06|조회수241 목록 댓글 2

[족구소설]

잔다리 사람들


전유철(소설가 ․ 평택잔다리족구회장)

-1부.  족구이야기

     <4장> 진화하는 족구


-족구 하나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다음 날, 성구가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몸이 뻐근하다. 발걸음이 무겁다. 주말마다 운동을 하고 있지만 그때마다 매번 그런 증상이 있다.

‘아직도 운동이 부족한건가?’

성구는 중얼거리며 서둘러 출근 준비를 한다. 또 한주가 시작되는 거였다.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성구의 발걸음이 약간 절뚝거리며 엉거주춤하다. 성구는 회사에 도착해 의자에 앉기도 전에 컴퓨터를 켠다. 습관적으로 일어나는 행동이다.

성구는 차 한 잔을 마시기 위해 녹차를 종이컵에 넣고 더운 물을 받으러 정수기 앞으로 다가간다. 막 출근하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월요일을 실감한다.

자리로 돌아오자 컴퓨터는 부팅이 끝나 있다. 바탕화면이 너른 초원 이미지로 되어 있어 시원한 느낌을 준다. 우선 포털 사이트로 들어가 주간 날씨부터 검색해 본다. 족구인의 습성처럼 말이다.

주중에는 대체로 맑다가 금요일부터 흐려져 토요일과 일요일에 걸쳐 비가 예보되어 있다. 헉, 성구는 숨이 턱 막힌다. 하필이면 주말부터 비 소식이 있단 말인가. 순간 아찔한 기분이 든다. 족구를 하지 못할 사정 때문에 벌써부터 불안한 증세가 나타난다. 족구인의 발작 증세인지도 모른다. ㅋㅋ

‘하지만, 울 나라 일기예보 그렇게 정확하지는 않지.’

성구는 그렇게 마음자리를 돌려보며 일기예보가 빗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월요일은 그렇게 일기예보로 시작하여 종일 뻐근한 몸으로 지내다보면 일과가 끝나기 마련이다. 화요일에는 몸이 조금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수요일쯤에는 무거웠던 몸이 가뿐하게 풀린다. 다시 족구공과 더불어 지내고 싶은 날인 것이다.

하여, 성구는 수요일 저녁에 서둘러 퇴근을 한 후, 족구공이 든 가방을 메고 천변으로 향한다. 다리를 건너서 다시 개천 아래로 내려와 교각 벽 앞에서 준비를 한다. 족구화를 신고 장갑을 끼고 족구공을 꺼낸다. 시멘트 바닥이라 공격연습을 하다가 혹시 넘어지면 크게 다칠 염려가 있다. 장갑을 끼고 낙법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맞은편에는 걷기코스를 따라 사람들이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한다. 그곳은 하루 종일 사람들이 운동하는 곳이다. 그만큼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은 거였다. 아침과 저녁때가 가장 많다.

성구는 간단히 스트레칭을 하고 우선 가볍게 수비연습을 하기 위해 벽면에 공을 튀기기 시작한다. 왼발로 한번 오른발로 한번 머리로도 한번. 어느 정도 몸이 풀리면 좀 떨어져 서브를 넣는 연습을 한다. 십여 차례 연속으로 공격형 서브를 넣고 나면 힘이 부친다.

다시 제기차기도 하고 공을 높이 띄워놓고 발등과 안축과 뒷축 공격연습도 해본다. 그때마다 텅,텅, 크게 울리는 파열음이 매력적이다. 성구만이 느끼는 호감(好感)인지도 모른다. 가끔 지나가는 사람들이 혼자 연습하는 성구를 힐끗거리기도 한다. 혼자 재미있게 잘도 논다고 생각할 것이다.

땀이 흐르고 숨이 찬다. 쉬지 않고 연속해서 연습하다보면 쉬 지친다. 가방 속에서 물병을 꺼내 마시며 앞에 흐르는 물줄기를 바라본다. 깊지 않은 물속에서 물고기들이 지나칠 때마다 파장이 이는 것을 볼 수 있다. 파문이 사선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원형으로 퍼져나가기도 한다. 저녁때는 작은 물고기들이 물 위로 뛰어오르는 것이 보인다. 그 때마다 은빛의 편린들을 보는 듯하다. 신선하고 경이롭기도 하다.

혼자 연습하는 성구의 땀도 몸짓도 공의 튀김도 물고기들이 뛰어오르는 도약도 모두 생동감이 있다. 개천을 따라 불어오는 가을바람도 서늘하고 신선하다.

어느덧, 저녁 해가 서산으로 저물고 있다. 서편이 석양으로 물들고 있다. 해가 지고도 쉬 어두워지지 않는 것이 요즘이다. 성구는 그렇게 연습을 하며, 땀을 닦으며 물을 마시며 맞은편에 오고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주위경관을 바라보며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성구는 불쑥 야간 족구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런 여건이 주어지지 않은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어느 팀들은 야족도 한다던데...’

성구는 아쉬운 입맛을 다시다가 짐을 챙겨 돌아올 채비를 한다. 몸이 달아올라 벗어놓았던 겉옷은 입을 형편이 아니다. 가방위에 걸쳐놓고 발길을 옮긴다. 두어 시간은 그렇게 연습을 했나 보다. 날이 어두워지고 있다. 산업도로에는 미등을 켠 자동차들이 질주를 한다.


성구는 그날 밤을 곤히 자고일어나 다시 목요일을 맞았다. 전날의 연습으로 다시 몸이 조금 무겁다.

‘연습을 너무 무리하게 했나.’

하지만, 주말이면 다시 거뜬하게 풀릴 것이다. 하지만 토요일에는 비 소식이 있었지 않은가. ㅠ.ㅠ~

성구는 금요일부터 더욱 조바심이 난다. 수시로 날씨 사이트에 접속하여 일기예보를 살펴본다. 여전히 토요일과 일요일 사이에는 비가 내린다는 비(悲)소식이다. 그리고 더욱 불안하게 하는 것은 금요일 날씨가 한여름처럼 덥다는 거였다. 비가 내릴 징조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일기예보대로 토요일이 되자, 오전부터 비가 내린다. 지랄 같군. 지랄 같애~. 쉽게 멈출 비는 아니다. 운동장에서는 족구를 할 수 없게 되었다. 성구는 회원들에게 문자를 날린다.

‘금일 고가 아래에서 운동할 회원은 연락바랍니다.’

다른 팀이 운동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지만 한번 비집고 들어가 볼 심사다. 즉석에서 교류전을 할 수도 있는 것이고.

얼마 후에 회원 5명으로부터 참석할 수 있다는 전화와 문자를 받았다. 새로 들어온 영훈이가 합류한다는 소식에 마음이 한결 가볍다. 다시 그 회원들에게 몇 시까지 집결할 것을 문자로 날린다. 성구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성구 일행이 함께 군문동에 도착할 때도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고가(高架) 아래를 칸막이로 막아 족구장으로 만들어놓은 곳이다. 성구는 전에 몇 번 온 적이 있어 낯설지 않은 곳이다. 비가 올 때도 실내 체육관을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족구를 할 수 있는 장소였다.

족구장으로 들어서기도 전에 벌써 족구공이 튀는 소리가 사람들의 외침과 함께 들려온다. 성구 일행은 울타리 문 안으로 들어선다. 코트에는 평택족구단의 남자선수가 경기를 하고 있고, 사이드라인 주변에 남자와 여자선수들이 관전을 하고 있다. 몇몇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도 보이고, 구석에서는 여자선수 둘이서 랠리연습을 하고 있다. 벌써 이곳에도 만원이 되어 있는 거였다.

성구는 경기를 하고 있는 중에도 그들과 잠깐씩 수인사를 나누고, 옆에 안면이 있는 사람들과도 인사를 나눈다. 잔다리족구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성구도 아마 지금쯤 이곳 회원이 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성구는 약간 미안한 마음으로 변한다.

“아, 성구 씨. 족구단을 만들었다면서요?“

이곳 회장이 성구 일행을 맞아주며 인사를 건넨다.

“아니, 어떻게 아셨습니까?”

“네, 소문 다 돌았습니다. 하하~”

성구는 일행을 힐긋 보면서 겸연쩍어하다가 함께 온 회원들을 소개한다.

“반갑습니다. 이렇게 오셨으니 우리와 한번 경기합시다.”

“네, 감사합니다.”

성구는 다행이다 싶었다. 이렇게 환대해 주고 함께 운동을 제안하는 것이 족구인의 예의라고 생각하자 마음이 뿌듯해진다. 그러고 보면 족구인의 매너도 어느 운동종목에 뒤지지 않을 터였다. 외부 족구인에 대한 특별한 예우야말로 족구의 품격을 한 단계 높여주는 행위이며, 그 팀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미덕임에 분명할 터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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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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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나족구 | 작성시간 08.09.10 주인공 성구의 노력하는 모습에 숙연하기까지 합니다. 성구 파이팅!
  • 작성자막시무스 | 작성시간 10.02.09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광진연합회에서 도움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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