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잔다리 사람들(연재17)

작성자저ㄴ◐ㅠ처ㄹ|작성시간08.06.22|조회수315 목록 댓글 3

[족구소설]

잔다리 사람들


전유철(소설가 ․ 평택잔다리족구회장)

-1부.  족구이야기

     <4장> 진화하는 족구


-족구의 적은 비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가짐에 있다.

인사를 마친 성구 일행은 사람들이 늘어서 앉아있는 끝 편에서 관전하며 천천히 몸을 풀기 시작한다. 울타리 밖에는 줄기차게 내리던 비가 조금씩 성기어가고 있다. 비가 오고 있는데도 이렇게 족구를 하고 있다는 자체가 믿기지 않는다.

“안녕하세요?”

한쪽 구석에서 랠리연습을 하고 있던 여자선수가 다가와서 인사한다.

“네, 안녕하세요? 아, 주장님이시네~.”

성구는 여자족구단의 주장을 맡고 있는 선수를 반갑게 맞으며 회원들을 간단히 소개한다. 여자선수 한 명은 처음 보는 듯 하였다.

“이번에 새로 들어왔어요. 원래 축구를 해서 아주 잘 해요~.그리고 아직 미혼이에요~.”

그녀는 묻지도 않은 말을 하며 경쾌하게 소개를 한다.

성구 일행도 목례를 한다. 그리고 순간 그들의 눈길이 홍승덕에게 쏠린다. 잔다리 회원 중에 아직 장가를 들지 않은 그였기 때문이다.

“아, 여기도 아직 미혼인데~요. 아직 애인도 없데요!”

성구가 농담을 늘어놓자 모두 웃음을 터트린다.

그러는 사이, 선수들이 코트 밖으로 나오고 있다. 막 경기가 끝난 모양이다.

대기하며 관전하고 있던 남자선수들이 앉았던 자리를 털고 일어나 한쪽 코트에 들어선다.

“아, 잔다리 팀 한번 들어가시죠?”

그쪽 회장이 외친다.

“잔다리?”

“족구단 이름이란다.”

주위에서 주고받는 소리가 들린다.

영훈이 공격수로 나서고 동재가 세터, 성구와 환구가 수비로 나선다. 승덕이는 관전할 수밖에 없다. 몇 번의 연습이 끝나고 경기 플레이가 시작된다.

시멘트 바닥에 페인트를 칠한 코트는 땅에서보다 바운드가 안정적이고, 발날로 페인트를 놓을 때 공이 잠시 멈춘 듯한 느낌으로 회전이 잘 먹히는 편이다. 그게 적응이 잘 되지 않는다. 낯선 곳에서는 아무래도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그럼에도 경기는 백중하게 진행되어 간다. 영훈의 공격이 제대로 먹히고 있다는 증거였다.

비가 오는 날이라 칸막이 안 코트는 좀 어두웠지만 그런대로 경기를 하기에는 불편이 없다. 다만 사람들이 많아 연속으로 경기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그렇게 비가 내리는 토요일 오후 시간이 족구경기와 더불어 흐르고 있었다.

서브를 넣고 상대편 리시브와 띄움과 공격, 다시 수비와 띄움과 공격이 이어지는 그 시간을, 칸막이 밖에는 가을비가 아직도 부슬부슬 내리고 있는 거였다.

게임은 21점 단 세트로 진행되는 되었다. 대기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15점 3세트를 진행하기 곤란하므로 단 세트로 끝내는 것이다. 잔다리가 한 점 뒤진 상태에서 11대 10으로 코트가 바뀐다. 파이팅 하는 선수들의 목소리가 쩡쩡 울린다. 공이 튀길 때도 텅텅 공명으로 울린다.

한 점을 득점하거나 실점할 때마다 4명이 한곳에 모여 전술을 이야기하며 때론 환호하며 게임이 박진감 있게 진행된다. 평소 클럽 회원들끼리 게임할 때와는 다음가짐부터 다른 것이다. 족구는 분위기 싸움이라고 했던가. 흐름을 잘 타면 두세 점이 금방 바뀐다.

성구네 팀이 아쉬운 점이 있다면 팀 유니폼이 아직 없는 거였다. 각자의 운동복으로 모여 있으니 한 팀이면서도 한 클럽 팀으로 보이지 않는다.

‘당장 유니폼부터 맞추어야지, 원~.’

성구는 혼자 생각하며 자꾸 상대편 유니폼에 눈길이 간다.

게임은 성구네 팀이 간발이 차이로 지고 말았다. 하지만, 낯선 환경에서 그것만이라도 아주 잘한 게임임에 분명했다.

“수고했습니다.”

승덕이가 성구 일행에게 인사하며 일일이 손 터치를 한다. 승덕이는 성구 일행을 대견해 하고 있는 거다. 싱글싱글 만면에 웃음이 가득하다.

좀더 팀워크를 다지고, 아니 그놈의 유니폼만 입었어도 이길 수 있었을 듯한 게임이었다고 성구는 생각한다. 못내 아쉽다는 듯 성구는 입맛을 다신다. 일행의 표정에서도 성구와 같은 생각이라는 것이 승덕의 눈에 읽히고 만다.

게임이 끝나자 쉴새없이 다시 코트에 다른 팀이 들어선다. 이번에는 여자선수들이다. 한쪽에는 3명밖에 안 되는지 남자가 수비로 들어서 있다. 게임이 곧 시작된다. 서브가 넣어지고 남자와 마찬가지로 머리로 공을 받고 띄우고 안축으로 공격을 한다. 때론 발 뒷축으로 밀어찬다.

“승덕이, 뭐가 그렇게 재밌어?”

사이드라인 가까이에서 여자선수들을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는 승덕이를 보고 영훈이 한 마디 한다. 

“아, 네. 재미있는 데요~. 여자들이 족구하는 거 저 처음 봐요”

승덕이 말하면서 얼굴을 붉힌다.

‘숫기도 없긴..., 얼굴 붉히는 건 또 뭐란 말인가.’

옆에 있던 환구가 혼자 생각하며 그도 게임 관전에 열중한다.

성구 일행 잔다리 팀은 다시 한 게임을 더 하고 돌아서야 했다. 다른 팀들이 게임에 지연이 되는 게 미안해서 더 죽치며 있을 처지가 아닌 것 같아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거였다.

“소주 한잔하고 집에 들어가죠?”

영훈이 제안한다. 모두 그러자고 동의한다. 그들은 집 근처에 돌아와 차를 주차장에 넣고 먹자골목으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내리던 비가 많이 성기어져서 그냥 걸어도 될 정도이다. 땀으로 젖은 옷가지 위에 부슬비가 내려 더위를 식혀준다.

그들은 삼겹살 집에 들어선다. 자리를 잡고 물수건으로 손을 닦자 시꺼멓게 묻어난다. 얼굴을 슬쩍 닦는 사람도 있다. 음식이 날아오고 고기 굽는 냄새가 확 퍼진다.

“자, 잔들 받으세요.”

막내인 승덕이 소주잔을 돌리고 잔을 따른다.

“자, 건배합시다. 오늘 수고들 많았어.”

“네, 즐족했습니다.”

승덕이도 한 마디 거든다.

“승덕이는 조금밖에 못해서 서운했겠구나.”

동재가 승덕을 쳐다보며 말을 건넨다.

“그래도 오늘 좋은 경험했어요. 낯설어서 공이 발에 잘 맞지 않더라구요. 더 연습을 많이 해야겠어요.”

“그래. 잔다리, 글자 그대로 세밀한 다리가 되어야지!”

성구의 말에 모두들 하하하, 웃는다. 다시 건배가 이어지고 그들은 맛나게 술을 마신다.

그때 탁자 위에 있던 핸드펀이 울린다.

‘문자가 왔습니다.’

승덕이 확인하다가 어, 하며 눈이 커진다.

“왜, 그래. 뭐야”

옆에 있던 환구가 다그친다.

“지금 운동 끝나고 집에 갑니다.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박선희!”

승덕은 싱글벙글 한다.

“박선희가 누군데? 애인이야? 너 앤 없잖아~.”

영훈이 승덕이한테 다그친다.

“아까, 족구장에서 그 여자선수 있잖아요. 미혼이라던...”

“뭐야, 언제 서로 전화번호까지 교환하고 그랬어?”

“너, 우리 응원하지 않고 구석에서 여자한테 작업만 하고 있었냐?”

“야, 승덕이 재주 좋다!”

여기저기서 승덕에게 한 마디씩 하는 소리가 줄줄이 이어진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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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굿모닝한상훈 | 작성시간 08.06.23 족구장에서 설레는 만남이 있네요 오늘도 잼나게 읽었네요
  • 작성자불랙홀 | 작성시간 08.06.23 족구는 정말 멋진 스포츠 입니다..다음편을 기대 하겟습니다...
  • 작성자막시무스 | 작성시간 10.02.09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광진연합회에서 도움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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