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대한민국 다 족구 하라 그래 (제 17회)

작성자kimdeoksoo|작성시간22.02.07|조회수219 목록 댓글 2

□ D. -75

스위스 로잔의 쾌청한 아침하늘은 한국의 하늘과 다름이 없었다. 신선한 공기가 코끝을 스치며 가슴 깊숙이 파고드는 짜릿함이 기찬과 정균을 자극했다. 호텔 앞에 도착한 기사는 그들에게 WOC본부 입장을 위해 발급된 ID카드를 건넸다. 기찬과 정균은 카드를 받아 들었다. 거대 조직인 WOC에서 자신들을 카드를 준비해줬다는 사실이 실감되지는 않았지만 묘한 기분은 숨길 없었다.

도착한 WOC 본부 건물은 찾아 방문객들을 주눅들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엄청난 위용과 세계 스포츠를 지배하고 관리한다는 사실이 주는 무게감이 엄청났다. 목에 ID카드를 걸고 기사의 안내에 따라 현관을 통과했다. ID카드를 확인하는 경비원들은 그들에게 웃음을 보이며 가볍게 인사를 건네왔다. 기분 좋은 입장이었다. 1 로비에는 건장한 백발의 사내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사가 손을 들자 백발의 사내가 웃음을 보이며 그들에게 다가왔다.

반갑습니다. WOC 종목채택위원장입니다.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아닙니다. 즐거운 비행이었고 좋은 경치에 묻혀 편한 밤을 보냈습니다.”

인사를 나눈 기찬과 종목채택위원장이 서로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정균도 위원장과 악수를 나누었다. 낯설지 않은 그의 모습에 편안함이 온몸에 전달되고 있었다. 악수로 인사를 나눈 그들은 위원장 집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기가 집무실입니다.”

WOC위원장 신분과는 떨어진 사무실이었다. 수수함이 느껴질 만큼 작은방에는 작은 소파와 책상이 놓여 있었다. 벽면은 세계각국의 스포츠 경기장면이 찍힌 사진이 걸려 있었다. 별다른 장식이나 조형물은 눈에 띄지 않았다.

놀랐습니다. 집무실이 검소하다는 느낌입니다.”

, 그런가요? 집무실은 일을 하는 곳이지 누구에게 보여지기 위한 장소는 아닙니다. 그게 WOC 철학입니다.”

자신감 넘치게 말을 건네는 위원장은 자신이 직접 커피메이커에서 커피를 만들었다. 커피잔을 쟁반에 들고 오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았다. 이런 대접이 몸에 배어있었다.

소파에 앉은 위원장이 자신의 윗옷에서 명함을 꺼내 기찬과 정균에게 건넸다. WOC 종목채택위원장이라는 직함과 함께 그의 이름이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기찬은 자신의 대한민국족구협회 명함을 건넸고 정균은 자신의 스포츠 에이젼시 명함을 그에게 건넸다.

미스터 , 그리고 미스터 맥스……”

정균의 영어이름이 맥스였다. 해외에서 주로 명함을 교환하다 보니 발음하기 편한 맥스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들의 명함을 확인하던 워원장의 표정에 변화가 보였다.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정균의 명함을 다시 확인했다. 정균도 위원장 명함에 적힌 이름을 확인했다. 존스였다. 정균의 표정이 굳어졌다.

미스터 맥스, 혹시……”

정균은 기억을 더듬었다. 내용을 모르는 기찬은 그들의 어색한 표정에서 불길한 예감을 받았다. 혹시 이번 만남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지 걱정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정균과 위원장 존스는 서로의 얼굴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서로가 기억을 더듬고 있었다.

미스터 존스, 혹시 20년전 WOC과장이지 않았습니까?”

맞아요. 미스터 맥스, 명함 어디선가 본듯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당시 무작정 찾아와 명함을 전달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던 인물?”

잠시 정적이 흘렀다. 기찬의 둘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며 어떤 상황인지 빨리 밝혀지기만을 바랐다. 불안함이 점점 증폭되고 있었다. 나쁜 이미지의 정균이었다면 사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아하~ 미스터 존스였네.”

아하~ 당신 당시 당당하게 WOC 쑤시고 다니던 미스터 맥스.”

로비에서 처음 만났지만 낯설지 않았던 이유를 같았다. 누가 먼저라고 것도 없이 둘은 소파에서 일어서 깊은 포옹을 나누었다. 오래 만나지 못했지 친구들의 깊은 포옹이었다. 장면을 바라보는 기찬에게도 뭉클함이 전달되었다. 포옹을 나눈 사내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아니, 이렇게 만나네. 동안 맥스 자네 이야기는 가끔 들었어. 한국에 스포츠 에이전시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인물로 유명하더군.”

그래? 나는 자네 얘기는 거의 들었어. 설마 지금까지 WOC 남아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고.”

집무실 분위기가 갑자기 친구들간의 수다를 떠는 장소로 변했다. 서먹하던 분위기가 순간 오랜 친구들의 만남의 장소로 변해 있었다.

그럼, 미스터 홍과 같이 대한민국족구협회 일을 하는 거야? 어쩐지 대한민국족구협회에 연락을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고. 다 이유가 있었네. 미스터 맥스, 당신이 거기 있어서 연락을 하게 된 거네. 이게 다 하늘의 뜻이야. 허허~”

그래, 그 말이 맞아. 일이 잘되려니 이렇게도 만나네. 네 말대로 지금 대한민국족구협회 일을 하고 있어. 여기 미스터 홍도 오랜 친구야. 서로 편하게 이야기해도 같은데.”

분명히 정균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위원장이었다. 하지만 정균과는 친구였다.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상당한 친분관계임이 느껴졌다.

기찬은 20년전 WOC 말단 과장이었지만 세계 스포츠 클럽과 친분이 두텁던 위원장 덕분에 정균의 스포츠 에이젼시 사업은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끊을 없는 인연의 고리가 그들을 연결시켜 주고 있었다.

여분 넘게 정균과 위원장은 예전으로 돌아가 당시를 회상하며 웃음소리와 함께 그들만의 시간을 만들었다. 시간이 필요했지만 제한된 시간 안에 이루어 져야 하는 미팅을 위한 자리였다.

 

 

□ D. -74

정균과 위원장의 이야기가 마무리 되어가자 기찬은 허리를 펴며 자세를 고쳐 잡았다.

내가 대한민국족구협회장을 만나고자 이유는 간단합니다.”

위원장이 기찬과 눈을 마주쳤다. 진지한 그의 눈에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었음을 직감할 있었다.

한국에서 시도하는 새로운 시스템에 관심이 많습니다. 아주 흥미롭습니다.”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긴장하고 있던 기찬은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지금까지 다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

, 고맙습니다. 막상 시도는 했지만 정도로 반응이 좋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엇 때문에 자신을 초청했는지 기찬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단지 WOC에서 초청을 줬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했다. 개인적인 만남을 갖고 싶다는 초청조건이 붙어있었기에 한국체육회에도 방문사실을 알리지 않고 바로 달려왔다.

그래요? 미스터 홍도 놀랐군요. 아무튼 고무적인 시도입니다.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 그게 정말입니까? 그런데 우리 족구에 관심이 있는 겁니까? 아니면 새롭게 시도하는 예선시스템입니까?”

물론 가지 입니다. 족구라는 종목의 특성 때문에 그런 예선전도 가능한 아니겠습니까?”

둘의 대화를 듣고 있는 정균도 위원장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예상할 없었다. 하지만 긍정적인 신호가 나올 같은 예감이 들었다. 위원장은 한국에서 벌어지는 족구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고 있었다. 기찬은 조심스러울 밖에 없었다.

위원장님, 솔직히 WOC 실망이 많습니다.”

갑작스런 실망 섞인 기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정균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허허~ 압니다. 족구가 WOC정식종목으로 채택되지 않았지요. 압니다.”

하지만 위원장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담담하게 기찬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 아시네요. 족구에 그렇게 관심이 많으시면서도 승인을 하시는 겁니까?”

, 솔직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전세계에는 많은 스포츠 종목이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종목도 있지만 모르는 그들만의 놀이 비슷한 종목이 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종목을 모두 WOC정식종목으로 채택할 수는 없습니다. 점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아무튼 그래서 오늘 만나자고 한 겁니다.”

?”

놀란 기찬뿐만이 아니었다. 정균도 놀라며 위원장의 담담한 표정을 바라보았다. 위원장은 분명히 방법을 알고 있었다. 위원장은 놀라는 정균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한국의 족구도 당신들만의 놀이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그리고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WOC 당신들이 요청한 현장 선수등록을 승인한 겁니다. 미스터 , 혼자 없으면 같이 하면 됩니다.”

같이요?”

, 같이 함께하는 겁니다. 제가 한국에서 족구가 스스로 성장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사람들은 족구가 너무 익숙하기 때문에 이상을 보고 있습니다. 나무만 거대한 숲을 보고 있습니다.”

~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래요. 밖에서 지켜보는 우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현장선수등록도 한국기업이 아닌 외국계 기업에서 지원을 해주지 않았습니까?”

?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 관계자들만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그렇지요. 이게 바로 WOC 힘입니다. 우리는 전세계 스포츠에 관한 모든걸 있고 수도 있습니다.”

정균은 이야기에 참여할 없었다. 대한민국 족구를 대표하는 족구협회장과 WOC 단판승부였다. 물론 WOC 초청으로 이루어진 만남이지만 서로가 이기는 경기를 만들 있는 만남이었다.

미스터 맥스, 그래?”

위원장의 시선이 정균을 향했다. 준비 없이 대화만 듣던 정균도 어찌할 바를 몰랐다. 손을 펼치며 미소를 보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위원장님, 도대체 의도를 모르겠습니다. 자세하게 위원장님의 계획을 알려 주십시오.”

좋습니다. 미스터 , 그림을 크게 그립시다.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WOC종목 채택뿐만 아니라 세계에 당당히 나설 있게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위원장의 설명이 시작되며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하지만 기찬과 정균의 표정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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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여명(정봉혁) | 작성시간 22.02.07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작성자kimdeoksoo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2.07 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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