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침입자. 얼굴 없는 손.
이곳저곳을 다 수색하다가, 내가 돌려달라고 요구했던 악세사리 조립하는 작은뻰치 두 개와 커터칼 두 개를 찾았다. 다행이다.
지난 새벽(3시~4시 사이)에는 쿵쿵쿵 하고 벽을 충격하는 소리가 들려서, 자다가 깨어나서 집안의 불을 다 켜고는, 쿵쿵쿵 하는 소리의 진원지를 찾으려고 했더니, 소리가 멈추고 조용해졌다.
날이 샌 후에 복도에 나가서 조사했다. 나는 달라진 모양을 수시로 조사한다.
전에는 3층 복도의 낡은 방충망이 일자로 금이 가 있었는데, 그것을 카트칼로 사각형으로 찢어서 사각형 조각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며칠전이다. 그런데 사각형으로만 찢어놓았던 거실 방충망이, 아래로 더 길게 찢겨 있었다. 악기방 창문 방충망은 더 크게 찢겨 있었다. 어제 새벽에 나타나서 쿵쿵쿵 소리를 내더니, 그 방충망들을 두드려서 찢는 소리였나? 카트칼로 그린 자국이 아니었다.
며칠전에 3층 복도에 침입해서 커터칼로 니은자로 찢어서 조작낸 거실 방충망.
현관 철문이 강풍에 우그러져서, 문을 꽝 소리나게 세게 잡아당겨야 겨우 열리니까, 현관문으로 들어오는 것이 불편하니까 창문을 노렸다. 창문을 열고 밖에서 약을 쏘아넣으려는 작전인지. 창문들도 전부 낡아서 이가 안맞고 뻑뻑해서 문이 잘 열리지 않는다. 해서 침입자들이 창문을 여는 일에 실패했다.
처음에는 방충망 사각 구멍만 있었는데, 지난 새벽에 쿵쿵거리는 소리가 난 후에는, 오늘 보니 아래쪽으로도 길게 찢겨 있었다. 쿵쿵쿵 두드려서 더 찢었나.
방충망을 커터칼로 그려서 조각낸 것이 복도 바닥에 있었다. 담배꽁초도 떨어져 있다. 며칠전에도 복도에서 보았던 같은 담배다. 꽁초를 세밀히 조사해보면 침입자의 침에서 DNA가 나타날 것이다. 꽁초를 주워서 보관해야겠다. 증거품으로.
내가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 현관문 앞에 무거운 바리케이트도 쳤다. 우그러진 현관 철문으로 집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어렵자, 일행들이 연구해서 복도 뒤쪽에 있는 악기방을 노렸다. 담배를 피우면서 연구했다.
악기방 창문 아래는 방충망을 새로로 길게 그려서 찢었다. 깨끗한 자국은 칼을 써서 그린 것이다.
방충망을 훼손하고 찢어낸 것을
두 곳 다 사진을 찍어서 증거로 모으고 있다.
3층 창문 아래에는 침입자들이 와서 염탐하면서 피운 작고 가느다란 담배꽁초도 다섯 개나 떨어져 있었다. 두 개는 내가 복도를 청소하면서 쓰레기봉지에 버렸지만, 담배꽁초도 3층에 나타난 침입자들의 증거가 된다 싶어서, 꽁초 세 개는 그대로 찢어낸 방충망 창문 아래에 두었다. 그랬더니 오늘 보니 꽁초가 두 개만 있었다.
담배가 가늘게 생긴 같은 담배였다.
전에는 복도 바닥에서 5개를 주워서 3개를 이 통위에 도둑이 보라고 얹어 두었는데. 꽁초 한 개만 남아 있고 하나는 바닥에 있었다. 바람에 날아갔나?
악기방 문이 복도로 열고 나오게 되어 있었다. 그 방문으로 들어오면, 집안 사방이 통하고 너무 허술해서, 도둑이 마스트키로 쉽게 열고 들어올 수 있겠다 싶어서, 방 안쪽에서 단단하게 문을 열지 못하도록 밀폐시켰다.
부산에서 작년에 인정 많았던 파출소 착한 경찰도 내게 조언으로 말했었다. 도둑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고.
도둑 한 명을 열 명의 경찰이 잡지 못할 만큼 도둑의 기술이 진화하고 있다. 수단과 방법이 귀신 뺨칠 만큼이다. 해서 두뇌 싸움이다.
이 창문도 열려고 시도한 듯 먼지 위에 손가락 자국이 남았다. 오래된 문들이 삭아서 밀어도 열리지도 않는다. 내가 하는 말이 헛소리가 아니라는 증거들이다. 나는 탐정처럼 조사하고 추리한다. 3층 복도 사방의 창문들을 날마다 돌아보고 점검한다.
2층 천장에도, 3층 복도 천장에도 제비들이 새끼를 치면서 집을 지었다. 제비는 길조로서 집주인에게 복을 가져다주는 행운의 새다. 해서 남동생은 하는 사업마다 복을 받아서 잘된다.
남동생이 내 전시자료방 열쇠를 바꾸어주었고, 내가 혼자 있을 때 위기에서 바로 통하는 경보기도 마련해주었다.
나는 둘째딸로서 병든 아버지 대신 10년간 힘든 소녀가장 노릇하면서, 동생들 5명과 언니까지 공부시켰었다. 그 후에 자라서 자수성가한 남동생이 나를 도와주었다. 유독 그 동생만 그랬다. 나와 그는 타고난 운명이 판박이처럼 똑같다. 해서 가장 잘 통하는 형제였다. 사주팔자 생일에 한 1자만 가득히 들어있는 운명도 같다. AB형 혈액형도 같다. 해서 타고난 천재적 두뇌도 같다.
남동생도, 고향마을에서 일제시대에 관음암 절을 짓고 하루에 삼천배씩 열심히 백일기도했던 할머니의 정성어린 기도와, 며느리인 어머니의 태몽으로, 머리가 셋 달린 용이 어머니 치마폭으로 확 달려드는 꿈을 꾸고 태어났던 신화적 인물이다. 어릴 때부터 신동, 천재라고 불렸다.
부산 동신초등학교 2학년 어릴 때, 한글백일장에 보호자도 없이 혼자 나가서 [교문]이란 주제로 글을 써서 <장원>하면서, 도둑이 한밤중에 학교 교장실에 침입해서, 여러가지를 도둑질하고 교문을 넘어서 도망가려는 것을, 교문이 도둑을 밤새도록 붙잡고, 뾰족한 창살로 도둑의 바지를 찢고 엉덩이를 찌르고 날이 샐 때까지 죽을고생을 하면서, 지쳐서 기진맥진한 상태로 날이 새자 이웃 사람들이 달려왔고, 도둑을 경찰에 넘겼다는 우습고도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어린이의 글이 너무나도 기발하고 추리소설처럼 재미있는 착상에 그 글을 본 심사자들도 깜짝 놀랐고, 사람들을 불러모아서 기자도 그 글을 보았다. 어린이의 글에 세상이 너무 놀랐다. 신문기자가 우리집에 찾아왔고 <천재소년>으로 국제신문에 박스 기사로 크게 실렸다.
그 글을 읽은 영국인 독신 여교사(아리스 에몬스)가 자청해서 남동생의 양모가 되어서, 고등학교까지 자신이 학비를 대겠다면서 스스로 후원자가 되었다. 위인들은 대부분 그런 전철을 밟고 성장한다. 나도 그랬었다.
천재형 AB형은 각자 개성이 강해서 때로는 의견충돌도 생기지만, 형제들 중에서 정의로움도 따뜻한 인정도 가장 잘 통하는 형제였다. 성격도 판박이였다. 그가 자라서 어른이 된 후에는, 위인형 기질의 남동생이 내게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었다. 도둑잡는 교문 이야기도 우연임에도 쓰면서 보니까 내용이 같다. ㅎㅎㅎ
2026년 6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