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부모님 건강을 위해 그 동안 준비했던 라지볼을 드디어 시타하게 되었습니다.
이전까지 여자친구와 라지볼을 즐겨왔지만 원래 라지볼에 관심을 가진건 부모님과 함께 운동하며 여가를 즐기기위한
목적이었습니다.
이것저것 준비끝에 돌출라바를 붙인 라켓과 넥시 라지볼44볼, 피스 라지볼 넷트를 가지고 동네 노인정에 있는 탁구대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장비를 잠깐 말씀드리면
아버지 : 20년된 사이프레스(정체는??) + 729 RITC 799
어머니 : 사이프레스A + DHS 651
저는 : 푸가 + 전면 DHS 651, 후면 라피드 디텍스
처음 시타는 어머니와 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붕탁구를 염두해두고 포핸드 랠리에 들어갔는데, 의외로 어머니가 포핸드랠리를
꽤 하십니다. 어떻게된 영문인고 하니 어머니 젊으셨을 때 (제가 30대이니 30년 넘으셨죠.) 직장에서 탁구를 간간히 치셨답니다.
아무튼 의외로 어머니가 여자친구보다 포핸드는 잘치십니다. -_-
그런데 이무렾 잠깐 사건이 발생합니다.
노인정 탁구대 옆방에 계시던 할머니 한분이 와서 이것저것 챙겨주시면서 (탁구채와 탁구공은 탁구대 아래있으니 마음껏치라
고하시고 볼이 나가지 않게 그물도 쳐주시고) 하시다가 저희가 치는 공을 탁! 잡으시더니 이거 공깨졌네 깨졌어!
하시며 공을 꾹 눌러버리십니다.
라지볼이 바운드되는 소리가 금속성이라 깨진 40볼이 랠리되는 소리가 유사해 그렇게 갑작스런 행동을 해버리시네요.
ㅠ ㅠ 비싼건데,,,
눈물이 앞을가리네요.
40볼과 달리 라지볼은 비싼데.
그 이후 하나 남은 라지볼은 또 어떻게 될지 모르니 아껴두며 40볼로 어머니와 랠리를 재개합니다.
근데 어머니 40볼인데도 랠리를 잘하시네요. 역시 30년전에 좀 치셨던 것이 실력발휘가 되시나봅니다.
잠시뒤 아버지께서 물통을 들고 합류하셨습니다.
아버지 오셨으니 이제 라지볼로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 하고 라지볼을 꺼내들고 랠리를 하는데,
아버지 "공이 왜이리 답답하게 안나가노."
저 "이게 일본에서 새로 계발된 라지볼이라는 건데요. 이러고 저러고~"
아버지 "고마 원래 볼로 치자."
고 하시고는 40볼로 치시며 스매시를 막 날리기 시작하십니다.
아버지랑은 3년전에 탁구장에서 한번 쳐본적이 있었는데, 옛날 탁구시라 보스카트 찍기 돌리기와 스매시를 잘 구사하시고요.
일반적인 포핸드 랠리는 오히려 잘 못하십니다. 툭툭 치는 건 잘못하시고 무조건 때려버리시는 것이죠.
이전에는 맨라바로 치셔서 하회전볼 스매시를 하면 네트에 거의다 걸리셨는데, 이번에 돌출을 쥐어 드리니 이건 날개를
달아드린 듯 스매시가 막들어오더군요. 초반에 스매시 난타에 호되게 당한 뒤 뒤로 물러서서 스매시된 볼을 로빙으로 올려드리니
연세가 있으셔서 연타는 안되시더군요. 풋웍은 상상도 못하고 제가 최대한 로빙볼을 치시기 좋게 올려드려도 다음볼 준비가 잘
안되서서 연타없이 랠리는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렇게 어머니와는 포핸드 랠리 위주로 아버지와는게임위주로 탁구를 진행했습니다.
1시간 30분 가량 주거니 받거니 즐거운 탁구를 즐겼습니다.
다 치고나서 보니 라지볼 장비라고는 넷트뿐이고 40볼에 돌출라바를 붙인 일반 탁구와 별 다를게 없어 아이러니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진에서 보시는 높은 넷트덕에 아버지와 어머니의 번외 게임이 아버지에게 원사이드하게 진행되지는 않았습니다.
(체력이 떨어지신 아버지의 스매시가 넷트에 많이 걸렸기 때문이죠.)
라지볼의 높은 넷트는 처음에는 넷트에 잘 걸려 초보자들에게 불편함을 가져올지도 모르지만 게임이 진행되게 될 경우
낮고 빠른 볼을 처리하기 힘든 초보자들에게는 오히려 방패막이 되어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