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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착성 러버 게시판

드라이브 자세를 잡아줄 트레이너 - 중국식 점착러버

작성자아스카리스|작성시간17.05.29|조회수1,438 목록 댓글 9

 


(잡설이 좀 깁니다 미리 양해를)


 옛날 대략 10여년 전, 독일제 하이텐션에 빠져 살다가 중국러버에 접해본 적이 있다. 이유라고는 다른게 아니었다. 학생 신분에 조금이라도 저렴한 러버를 쓰면 좋은데, 나름 실력이 올라오고 있다는 자신감에 남들이 별로 찾아보질 않은 흙더미 속에서 진주를 찾아보리라 하는 마음에서 여러 중국제 점착러버들을 접하고 사용해보았다.


그런데 이 체험이 내게는 상당한 전환점을 가져다 주었는데, 중국러버를 쳐 보면서야 드디어 나는 깨닫게 된 것이다.

말만 번지르르했지 실제로는 드라이브를 서서 치고 있었다는 것을 -_-...


처음 접해본 중국러버는, 올려치는 스윙으로 힘차게 루프를 걸면 높디 높은 포물선을 그리며 그대로 테이블 밖으로 날아가고 말았다. 독일제 하이텐션 러버로 쉽게쉽게 드라이브를 걸던 모양으로는 컨트롤이 안된다는것.


중국러버로 드라이브를 성공시키려면,

루프를 걸고 싶으면 아주 낮은 자세에서 팔로우를 짧게 끊어 간결하게 임팩트를 먹여야 했고, 그러자면 하체와 허리의 추진력이 강해야했다. 짧게 끊는 간결한 임팩트에 하체의 힘이 실리지 못하면 비리비리한 루프가 들어갔고 그대로 상대 카운터의 먹이가 되고는 했다.

스피디하게 잡아 채고 싶으면 역시나 아주 낮은 자세에서(거의 공을 올려다보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하체와 허리를 강하게 박차주고 팔 스윙은 최대한 수평으로 유지하며 쫘아악 끌고가야 미스없이 쭉 뻗어나간다는 것도 알았다. 아니 사실 원래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고 내가 그렇게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중국러버를 만나보니 그전까진 완전 맹탕이었다는걸 깨달은 것이다. 중국러버는 그걸 해내지 못하면 강하게 앞으로 잡아채는 드라이브를 구사할 수 없다. 물론 그렇게 구사한 드라이브인데 하체의 힘이 좀 부족하다 싶으면 그것도 역시 여지없이 카운터를 당했다 ㅋ



앞에서 쫘아악 끌고가는 느낌만 감탄스러울 정도로 훌륭하고 나머지 성능적인 부분에서는 모두 독일제 러버에 열세인 이 중국러버를 계속 사용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 포핸드 드라이브는 정말 간결하게 끌어올리던지 아니면 자세를 극도로 낮추고 코스까지 보면서 수평으로 내질러 뚫어버리는 수밖에. 그러면서도 만에 하나의 가능성이 있기에 80퍼의 힘으로 강타를 날리고 곧바로 미들로 뛰어들어와야했다.


그러다보니 어쩌겠는가. 딱히 레슨을 해주는 사람이 없었음에도 내 드라이브 자세는 극히 낮아졌고, 선제를 걸고나면 왼쪽 다리의 버팀을 추진력으로 이용해서 재빨리 원위치로 돌아왔기에 스텝도 늘어날 수 밖에 없었다. 아주 훌륭한 트레이너다 이놈의 중국러버는 =_=




당시에 사용했던 것은 다웨이에서 나온 SAVIGA 라는(소위 듣도보도 못한) 러버였는데, 이 러버는 매우 특기할만한 점이 있었다. 중국러버의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구질이 지저분하진 않았고, 인상적이게도 스매시의 안정성이 여타의 중국러버들보다는 좋았다는 점이다. 일반 평면러버 수준은 아니었지만, 몸을 실어서 스매시를 때리지 않으면 공끝이 날린다는 느낌을 받은 이후로는 스매시 찬스에선 몸 전체를 눌러가며 내리 찍었고 그러면 안정성이 제법 나쁘지 않았다. 그 덕분에 스매시 능력도 강제로 잡아주고 말았다 이놈의 중국러버는 ㅋㅋ;;


아쉽게도 그 러버는 초반 2장을 구입하고 난 뒤에 더이상 수입되지 않았고, 여타 반발력 좋은 중국러버들이 동시기에 제법 나왔지만 이놈의 스매시 안정성 확보가 되질 않아 점점 좌절해가고 있었다. 나에게 샤비가를 내놓아라 망할놈들아!!

(#어이없게도 최근 모 쇼핑몰에 가보니 샤비가를 팔고 있었다 옛날 가격 그대로...누가 저걸 다시 수입해 올 생각을 했을까...)




그러다가 당시에 텐조 바이오스 노글루잉 러버의 타이틀을 달고 위명을 떨치며 크게 흥행에 성공한 오메가2를 어쩔 수 없이 꿩대신 닭이라는 심정으로 포핸드에 붙여놓고 써보게 되었다. 만오천원짜리 꿩 대신 4만원짜리 닭이라니 뭔가 좀 이상하긴 했지만 당시의 내 심정은 정말 그랬다.


그런데 오메가2를 써보고 정말 놀랬다. 표면이 끈끈하지 않을 뿐이지 중국러버를 쓰면서 익혀왔던 모든 컨셉들을 100퍼센트 그대로 활용 가능했다. 게다가 공의 위력은 그 샤 뭐시기 하는 듣보잡(...) 중국러버보다 까마득하게 위에 있었으니 나는 그야말로 대박템을 만난것이다. 이 때를 기점으로 나는 그전까지 비슷비슷한 실력이었음에도 매번 나를 물먹였던 천적들에게 차례차례 피의 복수를 성공시킬 수 있었다. 그만큼 정말 대단했다. 중국러버로 다져진 기본기 컨셉 바탕 위에서 오메가2로 신나게 두들겨 대는것은 뭐라 표현할 길이 없을 정도로 희열을 가져다 주었다. 그렇게 되기까지 소비된 물량이라고 해봐야 그 샤 뭐시기라는 듣보잡 중국러버 단 두장이었으니...탁구 컨셉을 재정립해준 댓가 치고는 너무도 극강의 가성비가 아닌가.





라켓을 놔버린지 대략 한 7년이 지난 뒤 우연찮은 기회로 다시 이 세계에 발을 딛었고, 용품의 세계는 너무도 달라져있었다. 오메가2는 이미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린듯한 분위기였고, 테너지를 비롯한 여러 신형러버들이 가득 라인업을 채우고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을 들여 그간 7년간의 용품 역사를 조사해 본 뒤, 다시 최적의 조합을 찾기 위해 헤메기 시작했다.


탁구 실력은 1년 정도의 적응기를 거쳐 거의 회복했다 생각했는데, 이놈의 포핸드만큼은 예전의 느낌을 찾기가 너무 힘들었다.

라켓을 뭘 쓰던 러버를 뭘 쓰던...옛날에 쩡 하고 손에 울리면서 임팩트를 먹였던 그 드라이브 감각이 쉬이 오질 않았다.

그래서 다시 특단의 조치를 내려 찾은것이 다시 중국러버 ㅋㅋ;;


이 시대엔 빅디퍼라는 놈이 있었고, 참으로 대견스럽게도 이 빅디퍼라는 친구는 예전의 그 샤비가에게서 받았던 느낌을 거의 그대로 재현해주었다. 중국러버의 느낌을 그대로 가졌으면서 스매시에서도 제법 안정성을 보여주는 바로 그 느낌.

빅디퍼를 쓰고 나서 내 드라이브 자세는 다시 전성기때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아니 그렇게 돌아가지 않으면 안될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ㅋ 역시 중국러버는 훌륭한 트레이너다.




그래서 지금껏 4장째 빅디퍼를 쓰고 있는데, 대체 언제쯤 카리스 H 로 넘어가봐야 할지 참 고민이다. 정황상으로나 느낌상으로나 이전 오메가2로 갈아탈때의 데자뷰같아서 왠지 일이 잘될것 같은 느낌인데, 막상 넘어가려 해도 아직 빅디퍼에서 그닥 아쉬운점이 없다보니 망설여지고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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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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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슈미아빠 jw | 작성시간 17.05.29 라켓은 뭐쓰세요?^^
    쉐이크 쓰시나요? 아니면 중펜쓰세요?^^
  • 답댓글 작성자아스카리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7.05.29 셰이크입니다. 거의 10년전에 단종된 엑시옴의 아마티를 씁니다 ㅋ;; 지금 있는 두자루가 파손되면 어디서 구할곳도 없습니다 ㅠ
  • 작성자오비트랩 | 작성시간 17.05.30 중국러버만의 매력이 있지요...
    저도 5겹합판에 빅디퍼(38도. 39도)쓰고있고 고래도 만족하며 쓰고있습니다만...
    카리스H 궁금해서 사논것 언제 붙여야하나 고민중입니다. 그것땜에 차라리 세컨라켓 구하고 있습니다 ㅎㅎ
    (중국러버는 수명도 길어서... 질려서 떼어내는 경우가 많지요~)
  • 작성자창포물제비꽃 | 작성시간 17.05.30 글 참 재미있게 적으시네요
    잘읽었습니다^^
  • 작성자강릉슈신 | 작성시간 17.05.30 일기네요 ㅎㅎ 빅디퍼 좋습니다 카리스H는 오메가와는 매우 다른 스타일이기 때문에 시타한벙 해보시고 변경추천드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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