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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시 Z블레이드를 써보고 있습니다.

작성자공룡|작성시간16.06.10|조회수441 목록 댓글 3

드디어 출시된 넥시의 Z블레이드를 며칠 째 써보고 있습니다.

Z블레이드는 아주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있는 블레이드죠.

탁구닷컴 스폰 회원들의 정모라고 했던가요...

참석자분들이 이 Z의 샘플을 시타하고 맘에 들어 중지를 모아 넥시 측에 정식 상품화를 요청했고

올람을 제작하기 위해 몇 가지 구성으로 만들어진 샘플들 중 하나였던 이 샘플은 실상 제작자의 취향에는 맞지 않아 거듭 거듭 택함받지 못하고 버려졌고

다른 구성의 샘플이었던 올람이 정식으로 출시된 후에 사실 거의 잊혀질 뻔하다가

Z를 잊지 못하던 몇몇 분들의 꾸준한 요청으로 다시 샘플이 몇 개 추가 제작되어 급기야 제게까지도 시타 의뢰가 왔고

제가 시타해 본 후 역시 저도 매우 맘에 들어 넥시 사장님을 부추겨 정식 제작을 부탁했고

짜잔~ 드디어 양산품으로 출시되었죠.

시간이 참 많이 걸렸습니다.

많은 분들의 시타와 요구와 고민과 인내가 함께했습니다.

특히 본인의 마음에는 썩 들지도 않는 이 제품을 매니아들의 요청에 못이겨 정식 출시하기까지 제작자인 넥시 사장님의 고뇌가 제일 컸을 겁니다.^^


저는 출시 전 두 개의 샘플을 시타했습니다.

처음 받은 것은 하늘색 FL그립에 일련번호가 적힌 렌즈가 박혀 있었고 한 달 쯤 지나 두번째로 받은 것은 역시 하늘색 그립이었지만 일련번호가 없는 ST그립이었습니다.

첫번째 샘플은 지금도 가지고 있고 두번째 샘플은 시타를 위해 다음 시타자였던 빅풀님께 보내드렸습니다.

제가 예전에 쓴 Z블레이드 시제품 사용기는 첫번째 샘플을 시타한 후 쓴 것입니다.


이런 스토리를 굳이 다 적는 이유는...

제가 써 본 첫 샘플과 둘째 샘플, 그리고 지금의 양산품이 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입니다.^^

첫 샘플은 모임에서 많은 분들이 좋아하셨다는 그 샘플과 같습니다.

하늘색 그립에 일련번호가 들어간 애들이 최초에 몇 자루 제작된 첫번 째 모델입니다.

제가 나중에 추가로 받았디가 빅풀님께 전해드린 두번 째 샘플은 첫 샘플과 시차를 두고 새롭게 제작된 몇 자루 중의 하나입니다.

고슴도치님의 용품 사진갤러리에 올라간 샘플은 로고와 디자인과 색상과 그립 등이 양산품과 같지만 양산 이전에 최종 제작된 세번 째 샘플들 중 하나입니다.

확인해 본 바, Z블레이드의 이 모든 샘플들과 최종 양산품들은 모두 같은 설계에 의해 같은 재료와 같은 구성으로 같은 공장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세 번의 샘플 제작과 마지막 정식 양산 사이에 각각 시차만 존재하죠.


블레이드는 목재를 기본으로 만들어집니다.

특수소재가 쓰이기도 하지만 그 소재와 렌즈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다 목재죠.

이들 목재는 선별과 건조 등 여러 가지 기본 처리 과정을 거쳐 준비되고 재단되고 접착되어 블레이드가 됩니다.

Z에는 버닝(살짝 태워서 탄화시키는 과정)까지 들어가죠.

이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약간의 변수만 작용해도, 또 완성된 제품들 사이에서도 무게나 재료의 차이에 의한 편차는 늘 발생합니다.

간단한 예로 클리퍼나 코르벨 등의 목판들은 무게에 따라 성격이 많이 달라져서 고슴도치님의 특성수치 역시 무게대 별로 따로 정리되어 있기도 합니다.

버닝 처리되는 목판들은 버닝의 정도에 따라 탄화도가 달라져서 많이 다른 성격과 성능을 보이기도 하지요.

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접착제입니다.

판과 판을 붙이는 접착제의 성질과 농도와 양에 따라 특성이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스티가에서는 최소한의 접착제로 목재의 특성을 최대한 살린 명품들을 제작했고 그 대가는 표면 떨어짐이었습니다.^^

현악기 제조에 쓰이던 동물성 접착제를 쓴 바이올린 시리즈는 특별한 타구감을 가졌구요.

이렇듯 여러 변수에 의해 설계는 같지만 완성품은 결코 똑같은 수 없는 게 현실이고 또 그래서 더 재미있는 것이 용품이지요.^^


본론으로 들어가서...


Z블레이드의 첫 샘플은 받쳐주는 힘이 대단했고 순수하지만 약간은 퍼석한 타구감으로 공을 잡아주었습니다.

접착제는 덜 쓰이고 두번 째 층을 구성하는 아유스의 성격이 더 많이 작용하는 듯했습니다.

나머지 내용은 제 사용기에 있는 바와 같습니다.


두번 째 샘플은 받침과 잡힘 등의 기본 성격은 같았지만 울림이 많았습니다.

첫 샘플 제작 때보다 많은 양의 접착제가 사용되었으리라 예상합니다.

그리고 아유스 보다도 세번 째 층의 타네가 더 많이 작용하는 듯한 경쾌한 타구감이었습니다.


세번 째 샘플, 로고와 디자인, 색상 등이 완성되었던 그 샘플에서는 중간층의 버닝이 살짝 덜 이루어져 탄화도의 차이가 있었다고 합니다.

제가 직접 사용해 보지는 못했기에 자세한 타구감이나 성능은 모르겠습니다.


이렇듯 같은 설계 하에 같은 곳에서 같은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 제품들도 자연 재료를 사용하는 만큼 결과물의 차이가 나게 됩니다.

버닝 역시 같은 환경에서 같은 온도와 시간으로 이루어지지만 목재의 성격과 건조도 등 여러 가지 차이에 의해 결과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춥고 어두운 곳에서 자란 목재와 따뜻하고 밝은 곳에서 자란 목재는 이름은 같아도 성격이 많이 다릅니다.

첫 샘플과 양산품의 세번 째 층 타네의 결은 색상에서도 차이가 꽤 보였습니다.

양산품의 타네 결이 밝으므로 좀 더 부드럽고 덜 튕기리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양산픔은 제가 사용해 본 두 샘플들보다 역시 부드럽습니다.

물론 많은 양산품들 중 제가 사용한 89그람 짜리 FL그립의 이 아이 얘기지요.^^

샘플들보다 더 잘 잡아주고 더 부드럽고 유연하게 작용합니다.

타구감은 첫 샘플과 거의 같은 정도로 살짝 텁텁한 편이고 울림 역시 부드러운 떨림으로 그리 길지 않게 진동합니다.

그런데 받쳐주는 힘은 그만큼 덜합니다.

그래서 두 샘플들을 쓸 때보다 더 잘 잡아채서 잘 끌고 가야 좋은 공이 나옵니다.

힘주어 때리면 힘이 덜 나온다는 몇 분의 평가가 그래서 나온 듯합니다.

첫 샘플이 전 중진을 아우르는 파워 올라운드 스타일에 좀 더 어울리고, 두번 째 샘플이 전진에서의 빠른 박자의 경쾌한 올라운드 플레이에 좋았다면, 양산품은 조금 더 유연하게 전진과 중진을 다니면서 길게 죽죽 회전을 걸어주는 아펠그렌 스타일의 유럽식 올라운드에 더 어울리는 듯합니다.

첫 샘플은 티모볼ALC와 인피니티가 느껴졌다면 두번 째 샘플에서는 올람이 많이 보였고 양산품에서는 프리모라츠(순수 오겹합판)나 루디악 등의 부드럽고 유연한 애들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건, 샘플이든 양산품이든, 감각이나 성능이 조금씩 다르게 느껴지긴 해도 걔들은 역시 똑같은 Z블레이드라는 겁니다.

공을 턱턱 잡아주고, 길게 끌고가 힘차게 뿌려주고, 너무나 쉽고 안정감 넘치게 짧게 짧게 떨어뜨려 블록해 주고, 멀리서 휙 꺾어 돌리면 정말 큰 포물선을 그리며 엄청난 커브를 그리는...

어떻게 보면 특별할 것도 없지만 사실 특별하고, 유난히 잘 되는 기술도 딱히 없어 보이지만 안 되는 기술도 없는, 누구를 많이 닮은 듯도 하지만 사실 누구도 닮지 않은...

그게 역시 Z 만의 매력이지요.^^


정확한 비교를 위해 러버는 모두 같은 것들로 조합해 사용했습니다.

에어록아스트로M과 에어록M을 기본적으로 전 후면에 조합했고 그 외에 님부스 델타V와 S, 1Q XD, 테너지05 등 여러 러버들을 잠깐씩 조합해 보았습니다.


제가 예전에 올린 샘플 사용기의 내용과 크게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그 사용기에서 상상되는 것보다는 좀 더 부드럽고 유연하다, 살짝 힘 없는 듯 덜 나가는 듯 느껴질 수 있으므로 잘 잡아서 앞으로 잘 끌어가주는 것이 좋다, 한 방 제끼는 스타일보다는 연결 플레이에 잘 어울린다... 이 정도로 정리하겠습니다.


위에서 장황하게 설명한 것과 같이 재료와 접착제와 공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차이로 인해 샘플과 양산품 간에 느껴지는 편차는 존재하지만

그 차이란 것이 결국 예전에 샘플을 시타해 본 몇 분에게만 느껴지는 것이고

그 샘플들 간에도 편차가 존재했으므로 시타자들 역시 조금씩 다른 기억을 갖고 있을 수 있습니다.

양산품 Z블레이드를 구입하셔서 처음으로 사용하시는 대부분의 분들께는 그분들이 각각 구입하신 바로 그 개체의 성격이 중요한 거죠.^^


출시 전부터 소문이 무성했고 기대가 만발했던 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Z블레이드는

미리 시타하신 몇 분들의 예상보다 더 부드럽고 유연하고 우아하게 붉은 색을 안고 탄생했습니다.

혹시 더 강력한 푸른 빛깔 Z를 예상하며 기다리시다가 이 붉은 Z가 살짝 아쉬운 분이 계시다면... 좀 있음 태어날 루비콘을 기대해 보세요.^^


공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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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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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초록단풍 | 작성시간 16.06.11 크.. 재미있게 글을 쓰셨어요.. 이런 글을 보면 구매 의욕이 없다가도 확 일어 날 것 같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공룡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6.06.11 그런가요?^^
    사실 이 글은 사용기나 지름신 강림글이라기보다는.. Z블레이드에 얽힌 그동안의 스토리와, 샘플들과 양산품의 미묘한 편차 등을 그냥 서술해 보는 글이라고 볼 수 있죠.
    이런 편차들이야 사실.. 정해진 틀에서 찍어 나오는 플라스틱 성형물이 아닌 바에는 어느 정도 생기는 것이 당연하지만, 만약 그 차이가 지나치게 크다면 품질 관리의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을 겁니다.^^
    이번에 제가 느껴 소개한 이 차이점들은 그리 크지 않으면서도 제작에 쓰인 목재와 접착제 도포 분량 등의 기본적 요인에서 생기는 개체 차가 다양하게 보여지기에 흥미롭네요.
  • 작성자봄햇살 | 작성시간 16.06.11 ㅋㅋㅋ 다음것도 기대하게 쓰셨네요. 루비콘. 이름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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