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터 관심이 가던 티바의 블레이드 루시안 브와슈치크를 구입했습니다.
5겹 림바의 특이한 구성이 우선 호기심을 자극했고(제가 표층에 많이 쓰이는 다른 소재들 보다도 림바를 가장 좋아하는 터라), 울림이 많다 라든지 강약 조절이 심하게 된다 라는 식의 특이한 사용기들이 더 그랬습니다.^^
88그람 ST 그립으로 고르고 러버는 양면 코파 JO 골드를 붙였습니다.
코파 JO 골드는 요즘 주력으로 사용하는 러버로, 버터플라이의 브라이스 스피드, 티바의 시누스의 뒤를 이어 지금은 얘들이 제 여러 블레이드들에 붙어 있지요.
브와슈치크의 첫인상은 '그립이 상당히 가늘다' 였습니다.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완전히 갈릴 정도로 가늡니다. 어쿠스틱과 비슷하거나 약간 더 가늘거나...
저는 어쿠스틱의 그립에도 만족하고 즐겨 사용했었기 때문에 그립은 크게 문제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저는 어떤 그립도 바로 적응합니다.^^
헤드가 컴팩트하다는 얘기들이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헤드는 일반적인 레귤러 사이즈와 형상 그대로입니다. 다만, 그립이 깊게 들어가 있어서 그립의 선단에서 헤드 끝까지의 거리가 가까운 것 뿐입니다. 그립의 길이가 길기 때문에 깊이 들어가 붙어 있으면서도 손잡는 부분은 나름 긴 거였구요, 덕분에 윙은 좀 크게 느껴집니다. 아무튼 좀 특이한 형상이긴 합니다.^^
그런 이유로 러버 붙이면 약 5밀리 짧은 형태의 헤드가 생기지요.
시타하면서 바로 느껴진 것은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다' 였습니다. 그리고 바로 또 느껴진 것은 역시 '강하게 치면 강하게, 약하게 대면 약하게 나간다' 였구요. 그런데 특별하게도 그 정도가 매우 심합니다.
힘을 죽이려 하면 거의 all- 급에서 수비용 블레이드급 정도의 탄력으로 공을 잡아서 죽여줄 수 있습니다. 강하게 파워 드라이브를 걸거나 스매쉬를 치면 off+ 급의 스피드가 나옵니다. 제가 여러 해 동안 애용하던 프리모라츠 카본과 거의 유사하거나 어쩌면 종속은 더 빠른 스피드입니다. 구매 후 지금까지 약 2~3주 정도 주력으로 사용하면서 이 블레이드만의 특별한 매력에 점점 더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이 특성은 곧바로 안정감과 자신감이 됩니다. 전진에서 정교하게 블럭을 하거나 리시브를 할 때, 짧은 공으로 대상 플레이를 할 때는 매우 안정감 있게 덜 나가면서 뛰어난 컨트롤 능력을 보여줍니다. 루프 드라이브를 계속 연결하며 랠리를 할 때도 그렇습니다. 그러다가 찬스가 와서 임팩트를 강하게, 스윙을 빠르게 주면 마치 대포알처럼 뛰쳐나갑니다.
이런 비슷한 컨셉의 블레이드는 지금껏 여러 개 사용해 보았습니다.
대표적인 삼소노프 알파로부터 디콘이라든지 재즈라든지...가변 반발력을 가진 블레이드들은 꽤 있죠. 그러나 브와슈치크의 성격은 그들과 많이 달라서 치는 방법에 따른 반발력 차이가 아니고 치는 임팩트의 강도에 따른 반발력 차이입니다.
위에 열거한 다른 블레이드들은 비껴칠 때와 바로 칠 때, 즉, 회전을 얇게 걸 때와 두텁게 때릴 때의 차이가 나는 것들인 반면, 브와슈치크는 타법에 큰 상관 없이 치는 힘과 임팩트의 강도에 의해 반발력이 결정되더라는 것이죠. 이 성격은 제가 꿈에도 바라던 성격입니다.^^
이제껏 그토록 많은 블레이드들을 접하면서 바로바로 적응하고 잘 사용해왔지만 타법에 따른 가변 반발력이 심한 것들은 끝내 주력으로 삼지는 못했었습니다... 찬스에서 갑자기 너무 두껍게 파워 드라이브를 시도하다가 펑 나가버리는 성격 때문이었죠.
브와슈치크는 얇던 두껍든 걸든 때리든... 타법이나 임팩트 각도, 두께 보다는 치는 힘에 비례합니다. 그 비례가 폭이 좀 심하긴 하죠. 예를 들어 30의 힘으로 치면 10만큼 나가고, 40으로 치면 30만큼, 50으로 치면 50만큼, 60으로 치면 70만큼, 70으로 치면 90만큼, 80으로 치면 110만큼, 90으로 치면 정말 130 이상으로 나간다는 겁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사실 합판들이 대개 그렇긴 하지만) 온 힘을 다 해서 100만큼 치면 그냥 100정도 나갑니다.^^ 살짝 힘 빼고 90으로 칠 떄보다 힘을 훨씬 덜 받습니다. 이것도 계속 느끼다 보면 대단한 장점이 되겠죠. 무지막지하게 힘쓰려 온 몸이 굳어지진 않을 테니까요.
늘 제 시타에 파트너를 해 주시는 분 말씀이 "그동안 공룡이 사용하던 그 어떤 조합들 보다도 이번 것이 가장 좋다. 리시브나 대상 기술들이 제일 안정되게 잘 되고, 드라이브는 살짝 걸려와도 항상 묵직하고 안정감 있으며, 강하게 올 때는 카본보다 빠르고 무겁다" 랍니다. 제 느낌도 딱 그렇습니다.
이 블레이드의 사용자 브와슈치크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이 전진에서 매우 빠른 타이밍의 과감한 양핸드 드라이브를 구사하는 것인데, 그런 플레이에서는 말할 나위도 없이 훌륭한 컨트롤과 위력을 보입니다. 게다가 강약과 회전, 박자의 완급을 조절하는 올라운드 스타일에도 매우 뛰어난 특성을 가졌군요. 중진에서도 힘이 딸리거나 특별히 부족한 점은 찾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타구음과 타구감이 정말 특별합니다. 저는 블레이드를 구입할 때 일부러 소리가 좀 낮은 개체를 고릅니다. 블레이드를 두드려 보았을 때 소리가 낮은 것은 공이 약간 덜 나가지만 그만큼 잡아주는 성질이 있고 울림이 살아 있으며 완급조절이 쉽기 때문이고, 반면 소리가 높은 것은 탄력이 뛰어난 대신 그 블레이드 특유의 성질을 덜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이 브와슈치크 역시 비슷한 무게들 가운데서 낮은 울림의 것을 골랐는데 그 울림이라는 게 다른 블레이드들의 그것과는 많이 다릅니다. 굉장히 단단한 느낌으로 판 전체가 울리는데, 그 소리가 뭐라 한 마디 의성어로 표현하긴 힘들지만, 굳이 쓰자면.. 뒝뒝~? 딩딩~? 당당~? 덩덩~? 뭐 그렇습니다...^^
타구감은 정말 더 특이합니다. 최고로 단단한 느낌과 최고로 부드러운 느낌이 공존합니다.
브와슈치크의 일반적인 장점은 강약 조절이 쉽고 아주 큰 차이가 나도록 잘 된다는 것, 컨트롤과 파워가 공존할 수 있다는 것, 어떻게 치든 공이 항상 무겁다는 것, 상대 회전에 둔감하다는 것 등입니다.
단점이라면 역시 그립이 가늘다는 것, 울림이 많은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거의 고문일 수도 있는 강한 떨림같은 울림이 있다는 것, 강약 조절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정말 괴물과도 같은 이상한 블레이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살살 치면 네트도 못넘어가다가 좀 세게 치면 죄다 오버하는 거죠...).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열거한 단점들이 제게는 모두 장점이라는 것입니다.^^
언제 어디서 또 다른 블레이드가 저를 현혹할 지는 장담 못하지만^^ 지금까지 섭렵했던 백 수십 종의 블레이드들 중에서는 제일 맘에 드는 건 사실입니다. 특이한 제가 모처럼 특이한 블레이드를 만나 반가운가 보네요.^^
공룡.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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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TAK9.COM 작성시간 15.09.23 브와슈치크가 그립네요...^^ 이런 특이한 제품은 다시 만나기 어렵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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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공룡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5.09.23 저도 얘 종종 생각납니다. 참 특별한 애였는데.. 그 특별한 징징거림은 또 만나기 힘들 거에요.^^ 그립이 제대로 개량되어 나온다면 참 좋겠는데 그럴 일은 없겠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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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Qanan 작성시간 18.01.19 가변반발력의 대표. 참 까탈스러운 녀석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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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공룡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8.01.19 자주 생각나요.
팔지 말고 갖고 있을껄.. 하고 많이 후회하는 아이들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