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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의 용품 방랑기1 "동네탁구 입문"

작성자공룡|작성시간15.10.31|조회수816 목록 댓글 6

언젠가 한 번 문득 스쳐지나간 생각.
제가 어쩌디 용품 마니아가 되었는지
그동안 도대체 얼마나 다양한 스타일로 탁구를 즐겨왔고
얼마나 다양한 종류의 용품들을 건드려봤는지
대강이라도 훑어보자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다 쓰면 꽤 길 것 같아서^^
우선 탁구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하던 시기의 얘기부터 조금씩 적어보고자 합니다.
제 1편 동네탁구에 입문한 옛날 옛날 이야기.

대부분의 제 또래 탁구인들이 그렇듯이 저 역시 동네 탁구장에서 막탁구로 시작한 케이스입니다.
저는 제 탁구의 롤모델이자 영원한 레전드인 발트너와 또래입니다.
중학교 때부터 아주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이 친구가 탁구를 좋아하여 저 역시 자연스럽게 함께 탁구장이라는 곳에 가게 되었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구장 바닥이 전혀 쿠션이 없는 이른바 '도끼다시^^'였으니 그 열악함은 더 말할 필요도 없겠죠.
도끼다시는..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콘크리트 바닥에 물사포질 해서 매끄럽게 해놓은 모양을 말하는 것 같더군요.
살면서 어른들에게서 주워들은 일본 단어들..
그런 구장에서 거기 비치된 완제품 일본식 펜홀더를 들고 그 친구와 나름 즐탁했습니다.
그저 공을 똑딱똑딱 넘기는 게 즐거웠고 노는 게 재미있었죠.
몇 달을 그렇게 다니다가 라켓에도 등급이 있음을 어렴풋이 알게 됩니다.
구장에 늘 오는 손님들 중 잘 치는 몇 사람은 항상 '탁순언니(구장 주인의 딸인데 우리가 가는 시간에 늘 있던 누나입니다)'에게 슬쩍 부탁하여 서랍 안에 고이 감춰져 있던 라켓들 중 골라 받는 거였습니다.
버터플라이 히노끼 단판 펜홀더가 너댓 자루 있었고 야사카의 둥근 헤드 단판 펜홀더도 하나 있었습니다.
나름 구색을 맞추어 버터플라이 블레이드에는 스라이버, 야사카 블레이드에는 마크V가 붙어 있었구요.
그 중 두어 자루는 붙이고 남은 러버 짜투리들을 길게 잘라 나란히 이어 붙인 애들이었습니다.
이런 거 기억하며 빙그레 웃는 분들은 최소 4학년 이상!^^
저희도 슬슬 궁금하여 어느 정도 탁순언니와 친해진 후에 조르고 졸라서 드디어 그 라켓들을 하나 씩 건네받게 됩니다.
그리고.. 두둥~
신세계를 경험한 겁니다!
중학생이던 제게도 그 버터플라이 히노끼 단판 블레이드의 명료한 감각과 상상을 초월하는 파워, 그러면서도 원하는 곳에 잘 들어가는 컨트롤 능력은 충분히 느껴졌고 제 가슴에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벌써 이때부터 공룡의 탐구 기질이 발동합니다.
제 친구는 그 중 하나를 맘에 들어하며 늘 그것만 들고 쳤는데 그 이유는 단지 그립이 손에 맞는다..였던 반면 저는 서랍 속에 있던 여러 개를 번갈아 쓴 겁니다.
갈 때 마다 하나 씩 다른 라켓을, 혹은 하루에도 두 세 개의 라켓을 번갈아 사용하며 그 얼마 되지도 않는 미세한 차이를 느꼈던 거죠.
그게 참 재미있었습니다.
특히나 둥근 헤드의 야사카 블레이드는 버터플라이 블레이드와는 타구감과 성능이 매우 달랐습니다.
퍽퍽하면서 진동이 거의 없었고 거리 조절 능력이 뛰어났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전진공수용 환형 펜홀더로 히노끼의 건조가 매우 잘 되었고 특히 가변반발력이 발휘되도록 세팅된 개체였던 거죠.
그거 쓰다가 파워가 그리울 땐 또 바꿔 쓰고..
히노끼 단판의 개체 차이를 중학교 때부터 느끼며 동네탁구에 그렇게 입문했었습니다.
그렇게 중학교 시절을 보내고 고 1 쯤부터는 슬슬 제 라켓을 하나 갖고 싶다는 욕망이 끓어오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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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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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shepherd | 작성시간 15.10.31 다음 편이 기대가 됩니다^^
  • 작성자Bigpool | 작성시간 15.10.31 저도 빙그레 웃게 됩니다.^^

    싫다는 동생들 꼬드겨서(?) 집안 마루에서 클로버 탁구채로 치던 기억이 어제만 같습니다. 미쉐린 타이어같던 이어붙인 러버조각들의 라켓은 회전이 무척 좋았고요. 서랍 속의 것들도 늘 넘봤었지요. 그러다가, 탁구장 주인 아저씨의 네트 낮게 살짝 넘어 90도 정도나 휘는 서브에 눈이 동그래졌었습니다.

    도시락 싸서 한번 가면 몇시간씩 치고 오던 기억도 나고요. 중학교 때 자주 갔던 한 곳이 그 유명하신 국대이셨던 이재철님께서 운영하시던 탁구장이었다는 것도 몇해 전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 대단하신 분인줄 알았다면 기필코 가르침을 청했을텐데요. 그저 고수분들이 많구나 했었습니다.~~~
  • 작성자팔대칠 | 작성시간 15.10.31 아직 3학년인데도 공감 가는 부분이 있네요 그래봤자 두달 남은 3학년이지만...
  • 작성자초록단풍 | 작성시간 15.11.01 제 기억으론 74년도에 친구집에 있던 라켓이 너무 좋아 달라고 했었는데 형 것이라며 가격이 7천원 한다고 하더군요.. 블레이드가 버터플라이 였습니다..그 당시 좌석버스비가 15원 이었습니다..
  • 작성자박야탁 | 작성시간 15.11.01 옛날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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